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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길남, 『썩은 다리 -세번의 눈물』 중에서

  • 작성일 2014-02-07
  • 조회수 1,848

배길남, 『썩은 다리 -세번의 눈물』 중에서


집에 들어가자 일을 마치고 오신 어머니가 저녁을 차리고 있었다.

“니는 어디로 그리 쏘다니노? 씻고 밥 묵어라.”

마당의 수돗가로 가서 물을 받아 천천히 얼굴을 씻었다. 분명 찬물인데 손가락 끝으로 미적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사라지곤 했다. 아무리 찬물을 끼얹어도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솟아나왔다. 그게 눈물인 걸 확인하고 나니 더욱 서러워졌다. 이사를 가도 예전 집으로 돌아가려는 고양이마냥 원래 동네가 그리웠다. 한참을 지나도 들어오지 않자 현관으로 나온 어머니가 날 불렀다.

“뭐하노, 안 들어오고?”

우는 걸 들키지 않으려 했지만 초등 4학년짜리가 감정을 숨기긴 어려운 법이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쭈그려 앉아 있는 꼴을 보던 어머니가 다가오더니 내 얼굴을 확인하곤 놀래서 말했다.

“니 와 우노? 어디 가서 맞았더나?”

“아니···, 그기 아이라···,억억!”

“와?와?”

“아니···, 옛날 집에···, 똥천강에···,다리 건너는데···.”

나는 어머니 품에 안겨 참던 울음을 터뜨리고는 횡설수설 중얼거렸다. 신기하게도 어머니는 그걸 다 알아들었는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야아가···, 이사하고 새집 경끼 하는가베, 괜찮다. 괜찮다···.”

나는 그렇게 어머니 품에서 눈물 콧물이 범벅 될 때까지 울었다. 이사는 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겪었던 큰 변화였고 그걸 견디기엔 내가 너무 어렸던 지도 모른다. 살던 동네를 떠난다는 것이 왜 그렇게 서럽게 생각되던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멋쩍은 웃음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이지만 “엄마, 오빠야 옛날 동네 가고 싶어 우나?” 하는 세 살 어린 여동생의 당당한 말이 생각나 얼굴이 달아오를 때가 있다. 그러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다.

‘아, 쪽 팔리구로···.’

◆ 작가_ 배길남 – 소설가. 1974년 부산 출생. 2011년 《부산일보》신춘문예로 작품활동 시작. 2012 부산민족예술상 수상. 지은 책으로 소설집『자살관리사』가 있음.

◆ 낭독_ 유성주 – 배우. 연극 <그게 아닌데>, <싸움꾼들> 등에 출연서진

우미화 – 배우. 연극 <말들의 무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농담> 등에 출연.

배달하며

다들 이사의 추억들을 가지고 있으실 것입니다. 특히 어렸을 때의 기억은 잊지 못하실 테지요. 대부분 익숙한 것과의 첫 이별이 이사이기 때문이죠. 정든 가축이나 반려동물의 죽음을 통해 생명과의 헤어짐을 경험하는 것처럼 말이죠.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다 하더라도, 세상을 아주 의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사실 한동안 불안해서 잠을 설핍니다. 사실이잖아요?

이력을 보니 등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작가군요. 요즘 젊은 작가들은 이런 ‘촌스러운 것’은 잘 다루지 않는데 의외입니다. 하기는, 우리가 아무리 세련된 척 해도 아주 오랜 세월 촌스럽게 살아왔기에 이런 작가가 지금도 계속 나오는 거겠지요.

문학집배원 한창훈

◆ 출전_ 『자살관리사』(도서출판 전망)

◆ 음악_ The Film Edge/underscores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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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세 번 나는 동안 벌통들에서 차례로 벌들이 부활했다. 벌들로 들끓는 벌통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죽은 아버지가 되살아난 것만 같은 흥분에 몸을 떨었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온갖 여름 꽃들이 피어날 때,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마씨는 벌들이 날아가지 못하게 벌통을 흰 모기장으로 감싸고 지게에 져 날랐다. 마씨의 뒤를 따르는 내 손에는 해숙이 싸준 김밥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날따라 너무 깊이 드는 것 같아 주저하는 내게 그가 재촉했다. “꽃밭을 찾아가는 거야. 조금 더 가면 꽃밭이 있지.” 정말로 조금 더 가자 꽃이 지천이었다. 토끼풀, 개망초꽃, 어성초꽃, 싸리나무꽃··· 홍자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싸리 나무 아래에 그는 벌통을 부렸다. 벌통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씨와 내가 알몸으로 나뒹구는 동안 벌들은 꿀을 따 날랐다. 고슴도치 같은 그의 머리 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나는 꿈을 꾸듯 바라보았다. “당신 아내가 그러데, 나비를 기르면 좋을 거라고. 나는 나비가 벌보다 무서워. 우리 할머니가 나비 때문에 눈이 멀었거든. 도라지밭을 날아다니던 흰나비의 날개에서 떨어진 인분이 눈에 들어가서···” “해숙은 착한 여자야.” “착한 여자는 세상에 저 벌들만큼 널렸어!” “널렸지만 착한 여자와 사는 남자는 드물지.” 여름내 마씨와 내가 벌통을 들고 산속을 헤매는 동안 해숙은 아들과 집을 보았다. 우리가 돌아오면 그녀는 서둘러 저녁 밥상을 차려내왔다. 먹성이 좋은 마씨를 위해 그녀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잔뜩 넣고 찌개를 끓였다. 그녀에게 나는 산속에 꽃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이. “우리도 데려가면 안 돼?” 그녀는 꽃밭을 보고 싶어 했다. “꽃밭까지 가는 길이 험해서 안 돼. 가는 길에 무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무덤들 중에는 내 아버지 무덤도 있지.” “근데 읍내 정육점 여자가 내게 묻더라.” “뭘?” “사내 하나에 계집 둘이 어떻게 붙어사느냐고.” “미친년!” “정말 미친년이야. 내가 살코기하고 비계하고 반반씩 섞어 달라고 했는데, 순 비계로만 줬지 뭐야.” 눈치챘던 걸까. 아니면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을 보고 싶었던 걸까. 그날도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해숙이 우리를 몰래 뒤따르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해숙은 산벚나무 뒤에 숨어 마씨와 내가 토끼풀밭 위에서 알몸으로 나뒹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이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은 마당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부엌 도마 위에는 해숙이 정육점에서 끊어온 돼지고기가 덩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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