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10대 감성쟁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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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월 장원 선정은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안내됩니다.작성일 2024-06-05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89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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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한 편당 작품 최대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요?작성일 2023-11-0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56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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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쓰면서 뒹글' 운영 규정(2024.01.02)작성일 2023-10-2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21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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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마가 오면 우리는
장마가 오면 우리는온하결의 유서엔 그런 말이 적혀있었다.'습한 것을 싫어해, 장마가 오기 전에 죽습니다.'하결의 세계는 늘 가슴팍까지 차올라 일렁였다. 열여덟 이후로는 더 이상 차오르지도 않아서 잘난 얼굴은 잠기지도 않고 둥둥 잘만 떠다녔지만, 하결은 텅 빈 폐부에 물이 가득 들어찬 것 처럼 헛숨을 쉬는 일이 허다했다.하결은 유서를 썼다. 그것도 꽤 자주. 큼직한 에이포용지에 수성 사인펜으로 휘갈겨 쓴 유서로 종이학을 접어 마치 보란 듯 실로 매달아 두곤 했는데, 그 애의 고약한 성미를 알면서도 홍서는 늘 마른 입술을 축여야 했다. 홍서는 하결의 그 빌어먹을 유서를 매번 퍽 정성스럽게도 읽었다. 입으론 욕을 짓씹고 눈으론 걔가 눌러쓴 글자들을 씹었다. '홍서'하고 시작하는 첫 머리에서는 늘 헛구역질이 났다.홍서는 하결을 처음 보았던 날을 기억한다. 퍼붓던 된소나기와 틈이 벌어진 대문 밖으로 바람에 못 이겨 구르던 샛노란 참외, 마루에 앉아 시대에 맞지 않는 마이마이 카세트 테이프를 돌리던 열여덟의 온하결. 열인 문틈으로 발을 디미는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동에도 하결은 홍서를 올려다보며 씩 웃기나 했다. 오랜 시간 손길이 닿지 않아 작은 숲이 되어버린 공용 텃밭을 사이에 끼고 나란히 자리한 두 집과 일면식이라곤 없던 사이. 그럼에도 하결은 꼭 홍서를 아는 것 처럼 또렷히 뜬 두 눈을 깜박였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이어폰 너머 소리에 몸을 오뚜기 처럼 움직이면서. 아마 인사가 아니었을까.홍서는 그날 하결의 유서를 처음 발견했다. 간혹 이 순간으로 돌아와 그것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니 처음부터 떨어진 참외를 모른 척 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으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이쳤으나 그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은 이렇게 될 거란 우스은 생각이 들어서. 웃는 얼굴에 정신이 팔려 뒤늦게야 보게 된 그 애의 머리 위 불안정한 궤도를 그리던 하얀 종이학. 하결이 홍서가 주워 들어온 참외를 깎으러 들어간 사이, 들이치는 비바람에 못 이겨 떨어진 학을 펴 마주한 하결의 말들. 다시 접는 법 따위를 알지 못해서 구기듯 접은 종이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유월의 낮. 하결은 제 학의 행방을 알면서도 별 대꾸 없이 홍서의 옆에 앉아 껍질이 덜 까진 참외를 씹었다. 군데군데 노란빛이 선명했으나 이런 데에 영 젬병인 홍서의 실력 보다야 봐줄 만했다. 비 맞은 참외 껍질은 유독 질긴 것 같았다.하결이 대문 앞에 과일 따위를 놓아두는 일은 종종에서 매일로 그 빈도수가 늘어났다. 그럼 홍서는 모르는 척 그걸 주워 마당으로 발을 들이곤 했다.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앞이 어색해질 지경에 이를 떄 쯤 홍서는 제 집에 돌아가는 일이 드물어졌다. 하결의 집 마당 한 구석에 작게 만들어진 화단 속 잡초의 피비린내가 홍서의 발을 묶어 맸다. 그럼에도 하결은 해가 떠오르면 여전히 대문 앞에 과일을 내두었고. 불만 가득한 볼멘소리 없이 그걸 착실히도 주워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하결은 꿈을 잘 꿨다. 종종 자곤 하는 낮잠은 꼭 죽은 사람처럼 기척도 없이 자면서, 밤에는 눈만 붙였다 하면 별
작성일 2024-06-25 작성자 미할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0상세보기 -
소설 친애하는 검은 점에게
친애하는 검하는 점에게 작은방이다. 내게 허락된 곳은. 누렇게 눌러붙은 벽지와 곰팡이 냄새. 작은 컴퓨터만이 빛을 발한다. 어두운 밤이다. 해는 진작 졌다. 해가 져야만 하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한손에는 담배를 잡는다. 연기를 한번 빨고 깊게 내뱉는다. 천장을 타고 사라진다. 마우스를 탈깍인다. 키보드를 연타한다. 검색어: 아이돌 딥패이크. 스크롤을 내린다. 일본 야동배우 몸에 합성된 아이돌이 나온다. 담배를 빤다. 급하게 빤다. 담배는 다 탄다. 재떨이에 지져 끈다. 담배는 수북히 쌓인다. 자유로워진 손을 바지 아래로 넣는다. 딱딱해진 성기가 잡힌다. 귀두 쪽을 여유롭게 문지른다. 다른손은 급해진다. 영상, 영상을 찾아야한다. 마우스를 딸깍인다. 마침내 한 영상을 누른다. 유명 아이돌이 후배위로 섹스한다. 손이 빨라진다. 성기를 바지에서 뺀다. 한손으로 성기를 움켜지고 아래서 위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다른 손은 황급히 휴지를 찾는다. 휴지가 없다. 휴지심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약간의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손은 빨라진다. 멈출 수 없다. 나는 그런 놈이다. 사정한다. 정액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벽지에도 묻었다. 한숨을 내쉰다. 화장실로 가서 휴지를 가져온다. 정액은 금세 마른다. 비릿한 정액 냄새가 난다. 짜증이 치민다. 침대에 눕는다. 쾌쾌한 냄새가 난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유튜브를 들어간다. 뻑ㅇ뉴스 채널에서 새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본다. 달ㅇ유튜브 저격한 영상이다. 꽤재미있다. 확실히 뻑ㅇ의 말이 옳다. 달ㅇ유튜버가 잘못한게 맞다. 검색어에 달ㅇ을 친다. 바로 올라온 영상에 댓글을 적는다. 논리적으로 달ㅇ이 잘못한것을 적는다. 딱히 욕은 하지 않는다. 나는 품위있는 사람이다. 곧 답글이 달린다. 구독목록 뻑ㅇ, 신남성ㅇ대, 지식의 ㅇ. 과학이네 과학 ㅋ무표정으로 답글을 단다. 긁혔노 ㅋㅋ그리고 핸드폰을 끈다. 어차피 병먹금이다.다른 렉카유튜브를 본다. 중대장 고문치사 사건이 뜬다. 댓글을 적는다. 숏컷은 과학이다. 다시 여러 유튜브를 본다. 그러다가 디씨에 들어간다. 국야겔에 들어간다. 개념글에 들어간다. 도태한남들은 국결이 답이다. 대충 그런 내용이다. 나는 웃는다. 딱 봐도 주갤빨 글이네. 답글을 적는다. 똥남아 창녀 보단 한국 창녀가 낫지 ㅋㅋ여러가지 글을 본다. 가끔 웃음이 터진다. 답글을 적는다. 시간은 간다. 벌써 3시가 된다. 슬슬 배가 고프다. 야식이 땡긴다. 배민을 킨다. 지금 시간에 연 곳은 없다. 어쩔 수없이 편의점에 나가야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지금 밖으로 나갈 정도로 내가 배가 고픈가. 꼬르륵. 못참겠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내복 위에 대충 걸쳐 입는다. 단칸방을 나간다. 계단을 내려간다. 현관문의 거울에 내가 비친다. 얼굴을 본다. 여드름과 살에 눈코입 다 파묻힌다. 머리에선 기름기가 흐른다. 나는 나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CU에 간다. 문을 연다. 알바와 눈이 마주친다. 알바는 일순간 눈살을 찌뿌린다. 알바생은 여자다. 꽤 예쁘게 생겼다. 귀에는
작성일 2024-06-25 작성자 김백석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6상세보기 -
소설 무명
“나는 이제 너를 키울 명분이 없어.”그 사람이 나를 고아원에 두고 간 날 (정확히는 버린 날), 원장님이 아이에게 더 이상 할 말은 없냐는 물음에 한 말이었다. 내 나이 여덟. 어른들의 사정 같은 건 모를 나이.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사람이 엄마라는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는 사실 하나는 알았으며 이혼 사유가 내가 그 사람의 핏줄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는 것쯤은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괜스레 손을 꼼지락거리며 그 사람이 던지듯 준 나의 생일 선물, 그니까 아주 작은 곰인형만 만지작거렸다. 곰인형 등에 놓인 지퍼를 열면 보이는 나의 돌잔치 사진. 그 사진 속에는 그 사람도, 엄마라는 사람도 행복하게 웃고 있었는데. 과거에는 분명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는 축복을 받고 있었는데. 왜 지금은 아닐까. 그 사람이 원장님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질문의 해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차라리 내가 웃고 있었던 그 과거의 기억이라도 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었으면 억울하지도 않으련만. 머리를 붙잡고서 기억을 더듬어봤자 내게 떠오르는 것은 여전히 그 사람과 엄마라는 여자의 고함소리밖에 없었고. 그 고함소리의 내용들은 나는 이 애가 내 애인 줄 알고 키웠어 라고 말하는 그 사람의 화난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어깨를 씩씩거리던 그 사람이 더 이상 내가 손을 뻗으면 안아주지 않던 그 모습에서, 그리고 오늘 어디 좀 가자고 말하며 내게 자장면을 사줬다는 그 사실에서. 나는 알았다. 오늘이 이 사람과 마지막이라는 것을. 그 사람이 매번 풍기는 술 냄새가 싫긴 했지만, 그 사람이 술로 인해 기절하듯 잠든 밤, 훌쩍이며 눈물을 닦아내고는 했었지만. 그게 헤어지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 것은 전혀 아니었다. 정말로, 아니었는데.나도 모르게 떠나려는 그 사람의 셔츠를 붙잡았다. 그러면 그 사람은 웃음 한 번 짓고선 나와 함께 자장면을 먹자고 말할 줄 알았다. 그 사람은 내게 미안한 일이 생기면 자장면을 먹자고 했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 자장면을 두 끼 연속 먹는 게 좋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장면 먹자는 말 대신, 안 돼 라는 단 두 글자였다. 그리고 이어진 건 미련 없다는 듯이 내 손을 때리는 손길. 찰싹, 경쾌하면서도 구슬픈 소리가 그 빈 공간을 울렸다. 손이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나를 안아주고 있던 원장님은 이어, 그 사람에게 무어라 말을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오직 나를 떠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만 내 귓가에 맴돌았다. 내게 ‘아빠’라는 호칭을 쓰지 말라고 했다. 왜냐고 묻자 그 호칭이 역겹고 불쾌하며 듣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 뭐라고 불러요? 라고 말하니 ‘그 사람’이라는 아주 딱딱한 호칭으로 부르라고 말했다. 왜? 대체 왜. 여전히 궁금한 것들이 뇌 속에 진득하게 남아 나를 콕콕 건드려댔지만 그 사람은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나를 떠나갔다.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하게 아려왔다. 눈물이 갑작스럽게 나왔다. 원장님이 내 손에 초코우유를 쥐어주며 내 눈물을 그 주름 진 손으로 닦아줄 때까지 내 눈물은
작성일 2024-06-24 작성자 난바다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67상세보기 -
소설 초여름의 동의어
초여름의 동의어-김서멍 1 여름은 후, 하고 숨을 불었다. 손에 들려 있던 민들레에서 홀씨가 바람을 타고 훌훌 날아갔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흩어지는 먼지 같은 씨를 바라보는데 햇빛이 날카롭게 눈을 찢고 들어왔다. 24절기 중 각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것들. 입춘, 입하, 입추, 입동. 그리고 오늘이었다. 여름의 시작, 입하. 달리 말하면 여름이 가장 괴로운 시점이란 의미였고. 넓고 뜨거운 잔디밭에 털썩 누워서 쨍한 태양과 눈싸움을 했다. 노랗고 하얀 덩어리들이 눈에 박혀 들어오며 색이 변색된다. 곧 붉은 듯한 무늬가 시야에 점을 찍은 듯 돌아다녔다. 뜨거운 감각은 어쩌면 익숙하다. 여름은 그랬다. 울음을 울면서도 웃음을 웃으면서도,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그 태양으로부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시작이라는 건 어떤 기다림으로부터 기인되었다. 몇 년도의 초여름인지도 가물가물한. 그래서 여름은 제 이름을 싫어한다. 초여름. 그저 저주한다. 2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예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가급적 외부 활동을 주의하시고……. 뉴스데스크에 앉은 여자 아나운서가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테이블 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여름이 고갤 위로 올렸다. 화질이 그리 좋지 않은 텔레비전에서 점심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아나운서 옆에 앉아 있던 전문가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화면의 반쪽으로는 한반도 모양의 시각 자료가 함께 송출되고 있었다. ―이번 여름 같은 경우에는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져서……. “아가씨.”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한 여름이 반사적으로 비닐을 받아들었다. 여름에게 포장된 음식을 쥐여준 식당의 아주머니는 일이 바쁜지 바로 안으로 돌아갔다. 여름은 머쓱하게 음식을 들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역시 온도라는 것도 공기의 흐름을 따라 전달되는 것인가 보다. 고작 얇은 유리문 하나를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덥다니.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숨 쉬는 것이 힘든 느낌이었다. 도시 전체가 큰 찜통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지방에서 소위 말하는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여름이, 열기가 푹푹 찌는 서울로 올라온 이유란 간단했다. 어머니의 가장 친했던 친구. 여름에게는 ‘아주머니’라 불러야 마땅하겠지만 호칭은 그냥 ‘이모’인 이 때문이었다. 잠깐 걸음을 걷던 여름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지도 앱을 켜 현 위치를 확인하고는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본다. 아, 하고 감탄사를 뱉더니 골목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조금 더 가니 한 주공아파트 단지의 입구가 나왔다. 여러 번 와보았던 곳이지만 이리 푸릇한 식물들이 가득한 것은 처음 보았다. 여름은 안쪽으로 들어가서 202동을 찾았다. 띵동. 202동 404호에 도착한 여름이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무언가 우당탕탕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 문이 열렸다. 진갈색의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나타났다. “왔니.” “네.” 이모는 문을 열어주기만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여름은 음식이 든 무거운 비닐을 오른손으로 옮겨 쥐고 문을 닫았다. 이모 집 특유의 짙은 향을 맡으며 집 내부로 들어섰다
작성일 2024-06-23 작성자 김서멍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77상세보기 -
소설 감정을 넣는 기계 간호사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오늘도 우리 병원에는 손님이 많다.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차갑고 힘들다는데 아마 코로나 19가 사람들 마음에 자리를 잡은듯 했다. 요즘 들어오는 환자들을 보면 단순 우울증도 있지만 딜루전과 가성치메의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다들 정신이 약해서야."나는 정신과에서 일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그들에게 자리 잡지 못했다. 같이 일하는 연두쌤이 엑팅아웃이 온 환자를 말리고 휴개실에 잠시 들어왔다.. "수쌤 요즘 환자들을 보면 너무 마음 아파 미치겠어요."라고 말을 한다. "잡소리는 일 끝나고 하자 연두쌤아" 나는 잡소리 하는 연두쌤을 뒤로 하고 섹션에 들어가 사무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 연두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한숨을 쉬며 혼잣말로 "환자를 감정으로 보면 안되는데:::그렇다고 감정 없이 다루는 것도 않되고 참:::"라며 말을했다. 이를 들었는지 보호사님이 내게 다가와 커피를 권했다. 그러나 나는 할 일이 너무 많아 그의 선의를 거절했다. 일이 끝나고 퇴근 할라고 옷을 갈아 입고 준비할 때 연두쌤이 휴개실에 들어왔다. 나는 아침에 있었던 연두쌤 의 말이 신경쓰여서 그녀에게 작게 말을 했다. "연두쌤아 환자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지마 , 너만 피곤해져. 나이팅게일도 따뜻한 마음이 있어 위인이 됬지만 그녀의 좋은 판단력이 동력이 되어 사람을 살릴 수 있었던거야." 연두쌤은 이런 내가 당황스러운지 땀을 삐죽 흘리며 연두 쌤은 "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라고 말을 하며 나를 빨리 보내기 바빴다. 역시 선배의 말을 귀담아 듣기는 어린 것 같다.하지만 연차가 쌓이면 내가 말한 말을 알게 되겠지. 집에 들어오면 아들놈이 우리 집에 와 공부하고 있다. "민찬아, 엄마 왔어, 밥 먹자." 그러자 민찬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약간의 흐느낌이 느껴졌다. 나는 이를 보고 사춘기에 접어든 우리 아들이 감정 기복이 심해서 저렇게 우는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무시했다. "수민찬 너가 좋아하는 피자 사 왔어." 라고 말을했다. 그러나 아들의 흐느낌은 멈춰지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이런 민찬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중3이나 먹어놓고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니 참 이기주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할 수 없이 피자 2조각을 접시에 담아서 2층 방 문 앞에 살며시 뒀다. 고르곤졸라를 먹으니 치즈가 늘어남에 따라 내 빈 자리가 늘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젤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혼잣말을 내뱉고 나는 방에 잠을 자러 갔다. 오늘도 환자와 보호자는 계속 밀려왔다. 내가 전담으로 맞고 있는 민지 씨는 딜루전을 가지고 있는 환자시다. 민지 씨는 나를 본인의 아들을 괴롭힌 천하의 못되고 싸이코 같은 년이라 생각하는 눈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를 보면 계속 손을 빌고 "우리 아들에게 제발 사과 해 주면 않되요? 아이가 집에서 나오지 않아요." 나는 그 말들을 듣고 흘렸다. 흘리지 않으면 내 정신력이 넘어갈 것 같기 때문이다. 뭐 내가 엄마였어도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인데 라는 생각이 계속든다. 아이가
작성일 2024-06-22 작성자 송희찬 좋아요 0 댓글수 2 조회수 120상세보기 -
소설 마라탕 주세요
맛있겠다.세연이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이 마라탕집에 온게 벌써 스무 번 째인데 이곳이 새롭게 느껴졌다.동생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그러게. 윤지 참 안됐어. 초딩밖에 안돼서 배탈이나 나고. 고작 초딩 2학년이 말이야.그러자 다은이가 말했다.누구나 배탈은 날 수 있어. 윤지는 평소에 뭘 워낙 많이 먹었으니 배탈이 날만도 해. 우리같은 5학년도 많이 먹으면 배탈 날걸?세연이는 알아서 생각하라며 먼저 들어갔다. 우리도 따라 들어갔다.이 마라탕집의 엄청난 인기답게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어찌나 많은지 우리집의 비좁은 다락방에 감금된 기분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했다. 우리 셋 모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답답함을 느꼈다.사람이 많은 만큼 직원들도 많이 바빠 보였다. 숨 한 번 제대로 쉴 틈이 없는 것 같았다.사람들한테 이리저리로 떠밀리면서 간신히 카운터로 가 주문을 했다.혹시 기억나?뭐가?내 말에 다은이가 되물었다.우리가 주문할 때마다 윤지가 옆에서 '마라탕 주세요'라고 했었잖아.그 말에 세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오늘 윤지가 같이 왔으면 틀림없이 그 말을 했을 거야.그렇게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했다.은정아, 뭐하니? 가서 마라탕 받아와야지. 응? 김은정!내가 움직이지 않자 세연이가 소리쳤다. 아차, 벨이 울린 것을 잊고 있었다. 나는 잽싸게 뛰어가서 마라탕을 받아왔다.오늘따라 유난히 더 매워 보이네.늘 그랬잖아.국물을 한 모금 마셔보았다. 단계를 맞춰놔서 그런지 너무 맵지도 않고 적당히 칼칼했다.맛있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가는 맛이야.우리는 10분도 안 되서 마라탕 한 그릇을 거의 다 비워갔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집에 혼자있는 윤지가 생각났다. 배탈나서 아무것도 못 먹고 배고파하는 윤지가. 갑자기 마라탕이 맛없어졌다.난 그만 먹을게 남은 건 너희 먹어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연이와 다은이도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자기들도 배부르다며 일어섰다.곧장 집으로 달려갔더니 윤지는 잠들어 있고 조용했다.그래, 피곤할 만도 하지.나도 씻고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온갖 생각들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동시에 질문도 수없이 떠올랐다.해외출장에 가 있는 엄마가 윤지 소식을 들으면 뭐라고 할까?윤지의 소식을 듣고 엄마가 바로 오겠다고 할까?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왜 나는 엄마한테 동생이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엄마한테 말 못한다고 아빠한테 얘기하면 뭐가 달라질까?난 언제까지 혼자서 동생을 돌볼 수 있을까?뇌가 터질 만큼 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더 떠올려보려는데 그만 잠들어 버렸다. 자면서도 질문이 떠올랐다.왜 우리집 가족은 항상 동생과 나뿐인 걸까?흐아아아~하품을 하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창밖을 보았다. 날씨도 맑았다. 시계를 보았다.으악, 늦었다!친구들이랑 마라탕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늦잠을 자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아침 먹고, 양치하고, 옷 입고, 머리 빗고, 신발 신고서 밖으로 나갔다.누구보다 빠르게 달린 덕에 그나마 일찍 도착할수 있었다.좀 늦었네?그러게.
작성일 2024-06-19 작성자 다이아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60상세보기 -
소설 회복기
*정끝별-회복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소설로 개작 해보았습니다. 동아리 시간에 '시를 소설로 바꾸기' 활동을 하며 써뒀던 글인데, 수정해서 올립니다 :)회복기-정끝별 아침 햇살이 슈거파우더처럼 내려앉은 이월의 소파에서 그루밍하다 사르르 잠이 든 고양이 조금 전에 나는 저 소파에 기대앉아 신열에 젖은 속옷을 식히며 남산타워 뒤로 떠오르는 해를 맞았어열이 내렸을까 겨드랑이로 파고든 고양이가 가르릉가르릉 불러주는 골골송을 선잠인 듯 듣다 일어나 고양이 물을 갈아주고 화장실을 치우고 밥을 주고는수란을 띄운 말간 순두부를 끓여 늦은 아침을 먹는 내내 계란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무심한 척 내 무릎에 앉아 있었는데 조그만 심장이 어찌나 쿵쿵거리던지설거지를 하고 다시 식탁에 앉아 연한 커피를 마시면서 슈거파우더 뭉치가 된 소파의 고양이를 보고 있어 이제 봄이겠구나어느 봄 햇살에 나도 녹아들겠구나 봄이 다디단 이유일거야. -회복기 소파에 기대앉아 바라보는 창밖은 공연 시작 전 작은 조명 몇 개만을 켜놓은 무대처럼 어둡기만 하다. 지혜는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을 멍하니 응시하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작게 열어둔 창문 틈으로 들어온 서늘하고 깨끗한 겨울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우는 것이 느껴졌다.참으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불면증이 심해 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고 겨우 잠에 들어도 수면의 질이 나빠 중간에 자주 깨 뒤척이기 일쑤였다. 설상가상으로 사흘 내내 야근을 해가며 일을 쳐낸 탓인지, 아니면 최근 오래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 왔던 데다 절연한지 오래인 부모가 어떻게 알고는 전화번호를 알아내 돈을 내놓으라 행패 부렸던 일 때문인지. 지혜는 분명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몰려 있었다. 몸살 기운이 있더니 어제 점심 무렵부터는 아예 오한 때문에 몸이 저절로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지만, 몸 상태가 너무 나빠 해열제를 먹고 침대에 몸을 던지듯이 뉘었다. 근육 하나하나가 저리고 뻐근한 느낌인 데다 잠마저 오지 않아 한참을 끙끙거리며 앓다 잠에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지혜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 삼십 분- 곧 해가 뜰 시간이었다. 밤새 식은땀을 흘려 온몸과 이불이 축축했지만 오랜만에 깊이 잔 덕인지 몸만은 한결 가뿐했다. 이불 빨래나 샤워 같은 현실적인 것들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에, 지혜는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거실의 소파로 향해 몸을 기대고 앉았다. 다만 일출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스물일곱 생애 단 한 번도, 지혜는 편안한 마음으로 일출을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2023년 12월 31일의 해나 2024년 1월 1일의 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라, 해돋이를 보러 가족이나 연인과 정동진이나 호미곶까지 가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나 이것은 지혜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혜는 고등학교 학창 시절 전체를 좋은 대학 취업 잘 되는 과에 가기 위해 모두 바쳤고,
작성일 2024-06-17 작성자 사즈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81상세보기 -
소설 죽여주는 가르침
2056년 인류는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화창한 봄, 어느 순간 지구 상공에 나타난 의문의 은색 접시에서는 은발의 은색 눈동자를 가진 외계인이 내렸다. 순식간에 인류는 혼란에 빠졌다.우주선에서 내린 외계인의 첫마디는 이러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인류에게 깨달음을 드리러 왔습니다!'인류가 놀란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첫째,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했다는 점.둘째, 외계인이 깨달음을 주러 왔다는 점.인류는 엄청난 공황에 빠졌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고 공황이 잦아들었을 무렵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한국어를 배우신 겁니까?'외계인은 성심성의껏 대답했다.'아! 그게 궁금하셨군요! 저희가 지구어를 모두 알아본 결과 한국어가 제일 배우기 쉽더라구요!!'또 누군가 물었다.'무슨 깨달음을 주신다는 겁니까?'외계인이 대답했다.'말 그대롭니다. 뒤처진 인류의 사회 환경을 고쳐드리기 위해 깨달음을 드리는 겁니다. 저희가 6개월 전부터 지구를 관찰하며 습득한 인류에게 맞는 인류 전용 방법으로 깨달음을 주어 인류 사회가 더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간을 일주일 정도 드릴 테니 잘 의논해 보시고 결정해 주시길 바랍니다.'그 말이 끝나고 몇 시간 되지 않아 전 세계가 뒤집어졌다. 온 인류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혹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알려주는 걸까?''인류가 꿈꾸던 영생을 이루게 되는 건 아닐까?''내 불치병을 치료해 줬으면.'물론 소수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가볍게 묵살되었다.'저 속없는 놈들, 지들이 뭘 안다고 반대해?''이건 인류에 두 번 다시 없을 기화라고!'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외계인이 말했다. 그럼,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깨달음을 얻으시고 싶으신 분들은 눈을 감아 주십시오. 대다수의 인류가 눈을 감았다. 외계인이 흐뭇하게 웃었다.'역시,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인류는 모두 기대감에 가득 찬 눈으로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다음 순간 인류는 보았다.자신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수많은 미사일 같은 폭탄들을. 빗발치는 총알들을. 자신의 옆에서 피를 흘리는 동족들의 비명을.한 사람이 통곡하며 물었다.'도대체, 왜 이런 짓을….'화창했던 봄의 어느 날, 인류의 통곡이 온 지구에서 울려 퍼졌다.신음하는 인류를 보며 외계인이 중얼거렸다.'이상하다. 분명 죽으니까 깨달음을 얻는 것 같았는데?'......어느 이름 모를 머나먼 행성 스크린으로 지구인들을 관찰하고 있는 은빛 외계인들이 보인다. 외계인들은 스크린에 흘러나오는 지구 뉴스 보며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다.'음….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빨리빨리 찾아봐.''오늘은 세월호 참사 42주기 2056년 4월 16일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위해 가던 세월호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53초경 침몰하여 모두 299명의 사망자와 5명의 시신 미수습자를 발생시킨 참사입니다. 이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의 선박 안전 의식 및 관련 법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정부는….'외계인들의 은빛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야
작성일 2024-06-16 작성자 187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100상세보기 -
소설 사라진 잠자리
“올여름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이 평년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 가운데...”주말의 이른 오후 , 티비 속 뉴스에서 딱딱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대사를 읊는 기자를 소파에 앉아 멍하니 주시하다가 겨우 시선을 떼어 주변을 둘러보니 엄마는 빨래를 개고 있고 동생은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하기야 매년 이맘때 쯤이면 지금의 것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의 뉴스가 변함없이 반복되니 이를 배경음 삼아 각자 할일을 하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광경은 아니었다.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곳에 설치된 초록색 그늘막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눈에 걸렸다. 친구들에게 ‘여기는 그늘막이 없었는데 생겼네?’하는 말을 하며 신기한 티를 내봐도 돌아오는 반응은, 몰랐던 사실이지만 별 관심 없다는 듯한 아, 그래, 정도가 다였다.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 것 같았다.학생들은 학교에서 항상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주기적으로 교육받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의 창체 시간도 그 수많은 교육 시간들 중의 일부였다. 밀린 숙제를 허겁지겁 해치우기 바쁜 친구들은 교육 영상이 나오는 화면 속이 아니라 문제집이 있는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이 시간을 그저 부족한 수면 시간을 채우는 시간으로만 생각하는 듯했다. 운도 지지리 없는 나는 맨 뒷자리에서 그 지독할리만치 현실적인 장면을 그대로 직관하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말로만 열심히 실천하는 환경 보존이라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이런 거 진짜 의미없지 않아?”별로 친하지 않아 학기 중간이 될 때까지 데면데면했던 짝꿍이 갑작스레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 불평을 하는 사람은 흔했기 때문에 나는 대충 어, 그러게, 하는 영혼 없는 공감을 하며 이 대화가 깔끔히 끝나길 바랬지만 그 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들은 우리 학교 앞에도 파라솔 같은 게 설치된 걸 모르는 것 같아.”해결책 없는 문제에 대한 어제의 상념이 떠올랐고 내내 어딘가 몽롱하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제서야 티비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그 애의 눈으로 옮겼다. 그 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너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나도 그렇거든. 혹시 오늘 시간 있어?”그래서 나는 대충 아프다고 둘러대고 야간자율학습을 뺀 뒤 그를 따라 버스를 탔다.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의 약간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제안을 이토록 쉽고 어찌보면 필사적으로 수락한 것은, 나 같은 사람을 인터넷 카페가 아닌 현실에서 만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내 감이라곤 믿을 구석이 한 군데도없을만큼다틀리는게 특징이었지만 이번에는 왠지 정말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가슴뛰는그런감을 믿고 싶었다. 그에게 어디를 가는지 묻고 싶었으나 대답해줄 기미가 안 보이길래 얌전히 입을 다물고 엄마에게 자율학습을 뺀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밤 10시까지 어디를 전전해야 할지나 열심히 고민했다. 해가 긴 여름이라는 게 새삼 실감나는 창밖 풍경을 한참 바라봤다.그가 데려다준 곳은 자신의 집이었
작성일 2024-06-15 작성자 청춘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85상세보기 -
소설 물거품
비가 오면 망할 반지하 방에는 물이 스며들어왔다. 비는 멈춘 지 오래이건만. 이미 반지하 방으로 들어오는 물줄기들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물을 푸는 와중에도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물줄기를 보며 숨이 턱 끝까지 막혔다. 역시 이 놈의 가난은 내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내 턱을 타고 흐르는 물이 새어 들어오는 물줄기인지, 아니면 내가 흐르는 눈물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이 망할 가난은 물줄기와도 같아서 퍼내고 퍼내어도 끝이 없이 쏟아지고. 결국엔 이 방을 무슨 어항처럼 만들고는 우리를 다 익사시키지는 않을까, 하고. 창문 바로 밑에 주전자를 두고 다시 테이프를 덧붙이며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은 동생이 풀어야 한다고 떼를 썼던 문제집과 내 소설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맨 위 선반에 두었다는 점일 것이다. 불행은 동생의 교복이 쫄딱 젖었다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그러면 불행이 너무 큰가? 알 수 없다. 하필이면 오늘이 또 일요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아마 아빠가 지어주신 민주라는 이름은 총명할 민慜에 모일 주輳가 아닌 망할 민泯에 살 주住겠지. 내 인생이 이렇게 망한 것을 보면 말이다. 아, 아니지. 주는 살 주住가 아닌 젖을 주澍인가? 물에 빠진 쥐새끼마냥 쫄딱 젖은 내 꼬락서니를 보면 말이야. 사실 잘 모르겠다. 뭐, 어느 쪽이 되었든 내 인생이 시궁창 인생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으니 별로 상관할 필요도 없긴 했다. 어떨 때는 시궁창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제 처지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으나 그것도 옛말. 지금은 시궁창 인생에라도 머무르려고 몸부림치는 중이다.물론 어렸을 때부터 운이 더럽게 없는 놈이라는 소리는 자주 듣고는 했었다. 태어나 보니 집은 반지하에 어머니라는 사람은 빚을 잔뜩 진 채로 내 나이 열하나에 소리 소문 없이 도망쳤다는 사실은 어지간히 운이 더럽게 없지 않고서야 일어나긴 힘든 일이었다. 아버지가 그나마 민환이와 나를 챙겨주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셨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아버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전. 세상을 뜨셨다. 사인은 영양실조. 현대 사회에서 웬 영양실조가 사인인 경우도 있냐고 하지만 그 경우가 우리 가족이었다. 30대 청년이 아사로 사망했다는 뉴스에 요즘 누가 영양실조나 아사로 죽냐는 댓글을 바라보며 그래, 그 경우 여기 있더라, 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지막 인사할 때는 웃으면서 인사하고 싶다던, 삐쩍 말라붙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손으로나마 인사하고 싶었지만 또 그러지 못했다. 엉엉, 또 울면서 아빠, 아빠 가지 마요, 라고 떼를 썼다. 내 나이 열아홉, 민환이 나이 아홉. 영장사진을 겨우 드는 민환이의 손을 꾹 붙잡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네 손에는 물 안 묻히게 해 줄게. 누나가 민환이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라고. 엉엉 우는 민환이의 귓가에 손을 대고 다짐과 같은 말을 뱉었다. 그 다짐, 아직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교복을 말리러 밖에 나선 이 순간에도 민환이
작성일 2024-06-15 작성자 난바다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87상세보기 -
소설 똑같지 않은 우리 관계
여러 색의 조명이 가득한 도로와 어둡지만 반짝이는 물결,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도시의 밤은 아름다웠다.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겐 보기만 해도 감동적이고 잊을 수 없는 야경이다. 서울의 밤은 밤까지 일하는 사람이 많기에 그 노력들과 시간 또한 더 반짝이고 빛나 이 도시가 아름다운가 보다.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걸 내려다보는 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감동적이면서 생각들이 정리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거라 생각한다.오랜만에 나온 밤산책이라 더 들떠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서울의 야경을 유독 좋아했지만 나도 내가 이정도로 좋아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벌써 9시라니. 이제 여름이 들어서면서 해가 늦게 지길래 해지는 시간에 맞춰 나오다보니 한시간 반밖에 있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밤이 깊어져 버렸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술을 사러 편의점에 들렸다.“어.. 혹시 민증보여주시겠어요?”내가 어려보이는걸까? 나는 민증을 꺼내 보여주었다.“제가 그렇게 어려 보이나 봐요. 24살인데도 아직 검사를 해주네.”계산이 끝나고 웃으며 편의점을 나왔다. 집에 도착한 나는 술을 들고 소파 앞에 앉아 영화를 틀었다, 학창 시절에 사랑했던 남녀가 십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면서 생기는 감정과 일들로 꾸며진 영화였다. 잔잔하면서도 로맨틱한 영화라 좋아하는 편이다. 실제로 있을 거 같지만 있지 않은 사랑 이야기이기에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오후, 나는 또 집 앞 편의점에 갔다.“에쎄 체인지 하나 주세요.”어제 그 알바생이다. 나는 장난치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놀렸다.“오늘은 술 말고 담배 샀는데 민증 검사 안해요?”“24살이잖아요! 이제 나이랑 얼굴 외웠다구요.”외웠다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알바생에게 나는 나이를 물었다.“알바생님은 몇 살이에요? 나보다 한참은 어려보이는데.”“한참은 어려 보인다니 말이라도 감사하지만 저희 동갑이에요. 저도 24살이거든요.”나랑 동갑이었다니.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보다 5살은 어려 보였다. 이참에 동네 친구나 만들어야지 싶어 이름을 물었다.“정혜주라고 해요. 그쪽은요?”“이한성입니다. 동갑인데 저랑 친구할래요?”갑작스러울지 몰라도 잠깐의 대화였지만 재밌었기에 더 친해지고 싶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럴 때도 있는 법이지. 그녀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우리는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 편의점에 다른 손님이 들어오고 나서야 이야기를 마무리했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나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그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잠깐이지만 꽤 말이 잘 통했었다. 이렇게 잘 맞은 사람은 얼마 없어서 그런걸까. 그녀와 친구가 된게 설레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얼마나 재밌을지 나도 모르게 상상하다 아까 편의점에서 교환한 연락처를 살펴보았다. 꽃을 좋아하는건지 프로필 사진에는 꽃들이 가득했다.사진들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 간단히 저녁을 준비해 먹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
작성일 2024-06-12 작성자 제이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16상세보기 -
소설 발렌타이 사랑의 공식은 맞았다!
눈이 내리는 추운 2월 14일 이었다. 방과후 때문에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오늘은 발렌타이 데이라 남자 친구들은 수업을 들으면서 누가 초콜릿을 받을지 내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같이 끼면서 친구들과 내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 발렌타이 데이에도 나는 여자 친구들에게 하나도 못 받을 것이라는 친구의 말에 어이 없어 했지만 사실이래서 뭐라고 말을 하지는 못 했다. ‘참자…참자…참아야 한다…’ 이번에도 우리의 눈은 우리 학년에서 가장 잘생기고, 착한 재연이를 바라보았다. “에휴..이번에도 재연이가 초콜릿을 다 가져가겠지…여자애들은 약하고, 착해빠진 재연이가 뭐가 좋다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맞아…재연이가 뭐가 좋다고…” 재연이는 그 와중에 우리가 자기 욕을 하는지도 모르는지 웃으며 과자를 나눠주었다. “얘들아 먹을래? 우리 아빠가 제주도에서 하나 사주셨거든!” 친구들은 초콜릿을 받아 먹으면서도 재연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욕을 했다. 나는 내 책상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이번에도 나에게는 하나의 초콜릿도 없겠지…’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점심시간 동안 내 눈은 내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처럼 내 책상에는 초콜릿이 하나도 없었다. 재연이의 책상을 바라보니 초콜릿을 계속 여자애들이 놔두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한숨을 내쉬며 나는 내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몇분 후 누군가가 내 책상을 툭툭 치더니 내 이름을 외쳤다. “야 진현아! 일어나봐!” 그 소리에 일어나 보니 옆반의 은지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귀찮아하며 은지에게 다가갔다. “야! 왜 불러…지금 잠 잘자고 있는데…용건이 뭐야?” 은지는 잠시 자기 반에 들어가더니 무슨 가방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당황스러워 하며 그 가방을 받으며 물었다. “은지야? 이게 뭐야? 왜 나한테 이런 걸 주는거야?” 은지는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진현아, 너 혼자만 봐! 꼭 너 혼자만 봐야해!” 그러면서 급하게 자기 반으로 들어갔다. 나는 당황해하며 그 가방을 들고 반으로 들고갔다.친구들은 많이 궁금한지 내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은지랑 했던 약속이 있었기에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친구들은 그래도 보려고 기회를 시시탐탐 노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아무도 안보이는 곳에 가방을 숨겨놓고, 다시 반으로 왔다. 친구들은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야! 왜 숨키려고 그래? 우리도 좀 보여줘…우리도 궁금하다고!”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보여주고 싶지만 은지랑 했던 약속이 있단 말이야! 안돼! 다음에 보여줄게!” 친구들은 아쉬워 하면서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에휴…간신히 살았네…은지랑 약속한거 바로 못 지킬뻔…’ 나는 학교가 끝나자 마자 숨켜놓은 가방을 들고 집으로 달려가 은지가 준 가방을 열어보았다. “대체 뭐가 있길래 은지가 이렇게 비밀스럽게 가방을 준거지?” 은지가 준 가방에는 편지 봉투 하나와 어떤 박스 하나가 포장 되어있는 상태로 들어있었다. 상자를 먼저 열어보니 상자 안에는 초콜릿 한 상자가
작성일 2024-06-12 작성자 역사 좋앙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95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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