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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 『도룡뇽과의 전쟁』 중에서

  • 작성일 2014-01-27
  • 조회수 1,316

카렐 차페크, 『도룡뇽과의 전쟁』 중에서


따라서 문제는 이것이다. 인간에게 과거에나 지금에나 행복의 능력이 있었던가? 분명히 개별 인간에게는 있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이 그러하듯이. 그러나 인류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인간의 모든 비극은 그들이 강제로 인류가 되었다는 사실. 아니 그보다는 너무 늦게, 국가, 인종, 신앙, 신분, 계급으로, 빈자와 부자로, 지식인과 비지식인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돌이킬 수 없이 갈라져 버린 후에 인류가 되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말들을, 늑대들을, 양들과 고양이들을, 여우들과 사슴들, 곰들과 염소들을, 한데 몰아 하나의 우리 안에 가두고 당신이 소위 <사회적 질서>라 부르는 엉터리 같은 군중 속에서 억지로 함께 살게 한 다음 삶을 지배하는 공통된 법칙을 관찰해 보라. 그들은 불행하고 불만에 찬, 치명적으로 분열된 무리가 될 것이다. 하느님이 창조한 피조물 중 어느 하나 평온할 수 없는 그런 무리 말이다. 이는 소위 <인류>라는 이름의 거대하고 절망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에 대한 다소 정확한 묘사다. 국가니, 신분이니, 계급이니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까지 서로를 밀치고 앞을 가로막지 않고는 공존이 불가능하다. 영원히 서로를 격리시키고 살거나 - 세계가 인류에 비해 여전히 넓을 때는 그것도 가능했다 - 생사를 건 투쟁 속에서 서로 싸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종, 국가, 계급과 같은 생물학적 인간 본질들로 말하자면, 동질성과 온전한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각자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든가 타자를 모두 절멸시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인류는 바로 그 과업을 제때에 수행해 내지 못했다. 오늘날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신조들과 의무들을 만들어 <타자>를 제거하는 대신 보호하게 되었다. 윤리적 강령, 인권, 조약, 법, 평등, 인간성 따위의 개념을 무수히 고안해 냈다. 우리는 우리와 <타자>를 관념적인 상위의 본질로 묶는 인류라는 허구를 창출했다. 이 얼마나 치명적인 오류인가! 우리는 윤리적 법을 생물학적 법보다 상위에 두었다. 우리는 모든 공동 사회의 존재에 선행하는 위대한 자연적 전제 조건, 즉 동질적인 사회만이 행복한 사회라는 법칙을 위반해 버렸다. 이처럼 획득 가능한 행복을 희생한 대가로 우리는 위대하지만 불가능한 꿈을 꾸었다. 모든 민족, 국가, 계급, 계층에서 단 하나의 인류, 단 하나의 질서를 창출하겠다는 꿈 말이다. 이것은 참으로 배포 큰 어리석음이었다.


작가_ 카렐 차페크 –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 189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생. 극작, 동화, 소설, 동화,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집필했고 언론인, 반파시즘 활동가로도 활약했음. 지은 책으로 소설『절대성의 공장』『호르두발』『별똥별』『크라카티트』희곡 『곤충의 생활』, 『마크로풀로스의 비밀』『어머니』등이 있음.

낭독_ 이창수 – 배우. 연극 <밤의 연극>, <농담>, <지상의 모든 밤들>등에 출연.


배달하며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 작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1936년에 나온 작품인데 말입니다. 최근에 우연히 읽었고, 감탄했으며, 몰랐던 게 부끄러웠습니다. 먼저 영미권 소설에서 흔히 발견되는 ‘언어의 너스레’가 전혀 없습니다(체코 작가이기는 합니다). 감각과 논리가 깔끔하게 섞여있는데다 한 사람이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변화를 감행하면서도 모든 에피소드가 필요한 위치에서 분명하게 존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소설가 지망생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좋은 음악처럼 좋은 책도 참으로 한정 없습니다.

문학집배원 한창훈

출전_ 『도롱뇽과의 전쟁』(열린책들)

음악_ Backtraxx - corporateindustrial2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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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세 번 나는 동안 벌통들에서 차례로 벌들이 부활했다. 벌들로 들끓는 벌통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죽은 아버지가 되살아난 것만 같은 흥분에 몸을 떨었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온갖 여름 꽃들이 피어날 때,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마씨는 벌들이 날아가지 못하게 벌통을 흰 모기장으로 감싸고 지게에 져 날랐다. 마씨의 뒤를 따르는 내 손에는 해숙이 싸준 김밥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날따라 너무 깊이 드는 것 같아 주저하는 내게 그가 재촉했다. “꽃밭을 찾아가는 거야. 조금 더 가면 꽃밭이 있지.” 정말로 조금 더 가자 꽃이 지천이었다. 토끼풀, 개망초꽃, 어성초꽃, 싸리나무꽃··· 홍자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싸리 나무 아래에 그는 벌통을 부렸다. 벌통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씨와 내가 알몸으로 나뒹구는 동안 벌들은 꿀을 따 날랐다. 고슴도치 같은 그의 머리 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나는 꿈을 꾸듯 바라보았다. “당신 아내가 그러데, 나비를 기르면 좋을 거라고. 나는 나비가 벌보다 무서워. 우리 할머니가 나비 때문에 눈이 멀었거든. 도라지밭을 날아다니던 흰나비의 날개에서 떨어진 인분이 눈에 들어가서···” “해숙은 착한 여자야.” “착한 여자는 세상에 저 벌들만큼 널렸어!” “널렸지만 착한 여자와 사는 남자는 드물지.” 여름내 마씨와 내가 벌통을 들고 산속을 헤매는 동안 해숙은 아들과 집을 보았다. 우리가 돌아오면 그녀는 서둘러 저녁 밥상을 차려내왔다. 먹성이 좋은 마씨를 위해 그녀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잔뜩 넣고 찌개를 끓였다. 그녀에게 나는 산속에 꽃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이. “우리도 데려가면 안 돼?” 그녀는 꽃밭을 보고 싶어 했다. “꽃밭까지 가는 길이 험해서 안 돼. 가는 길에 무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무덤들 중에는 내 아버지 무덤도 있지.” “근데 읍내 정육점 여자가 내게 묻더라.” “뭘?” “사내 하나에 계집 둘이 어떻게 붙어사느냐고.” “미친년!” “정말 미친년이야. 내가 살코기하고 비계하고 반반씩 섞어 달라고 했는데, 순 비계로만 줬지 뭐야.” 눈치챘던 걸까. 아니면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을 보고 싶었던 걸까. 그날도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해숙이 우리를 몰래 뒤따르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해숙은 산벚나무 뒤에 숨어 마씨와 내가 토끼풀밭 위에서 알몸으로 나뒹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이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은 마당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부엌 도마 위에는 해숙이 정육점에서 끊어온 돼지고기가 덩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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