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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맨

  • 작성일 2023-09-13
  • 조회수 1,051

대기맨

이근자


   아버지를 생각하면 초등 육 학년 때의 어느 봄날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영은 옥상 난간에 어른거리던 빛과 먼지가 어우러져 만든 도형과 명암은 물론 황사가 뺨을 후려치던 강도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 옥상에 아버지가 꼿꼿이 앉아 있었기에.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직후여서 많은 것이 낯설었는데 아버지마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뭐랄까. 잠시 바람을 쐰다거나 주변 풍경을 둘러보러 올라가는 옥상에서, 아버지는 달라 보였다. 지영과 눈이 마주쳐도 알은체하지 않았다. 그런 일도 처음이었다. 지영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가 몰두해서 노려보는 것이 뭘까, 하고. 놀랍고 이상한 일이 더해져 아주 인상적이었던 그날, 아버지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집 안에 들어왔다. 지영이 다음 날부터 며칠간 옥상을 흘깃댔지만 그 같은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열세 평 땅에 지은 열세 평의 이 층짜리 주택. 낡고 작지만 지영은 이사 온 집에 옥상이 있고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게 무척 좋았다. 작은 옥상 전체가 자신의 방을 덮은 지붕이자 천장이라는 것도. 방이든 옥상이든 남는 공간이 없었고 그래서 옥상이나 방은 물론 그곳에 사는 자신조차 온전히 하늘에 속해 있는 기분이었다. 지영네 세 식구는 옥상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다. 별자리를 짚어 보았고 고기나 조개를 구워 먹었으며 모기장 안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계절쯤 지났던가. 

   아버지가 다시 옥상에 앉아 있었다. 낯설었던 그 모습으로. 아버지는 곧 무너질 것 같은 허술한 시멘트 난간에 무릎이 닿을 듯이 앉은 채, 맞은편 저택과 그 앞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집이 골목에 있지만 좌우에 면한 부잣집의 정원이 넓어, 옥상에서 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그런 만큼 아버지의 모습 또한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그날부터 이후 십 년을 옥상에서 보내게 된 건 딱 한 번, 비명을 누구보다 크고 끔찍하게 내지른 결과였다. 그때의 일은 몇 마디로 요약돼 뉴스에 나왔다. 아버지가 모시는 사장할머니의 외아들인 황 회장이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경찰은 마약 밀매업자 황 씨를 검거하기 위해 황 씨의 어머니인 이 씨의 저택을 급습했다. 이 씨는 재계에서 이름난 제3금융업자이다. 황 씨가 이곳 저택에 다량의 마약을 은닉한 정황이 포착됐다. 황 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황 회장의 직원 한 명이 다쳤다고 했다. 정확히 말해 다친 사람 즉 아버지는 황 회장이 아니라 사장할머니의 운전기사였다. 지영은 이후 오랫동안 그 밤을 떠올렸다. 

   그날 다리를 다친 아버지는 사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소리를 질렀다니, 상상하기 어려웠다. 평소 크게 웃지도 않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으며 목소리 톤도 낮은 아버지였다. 지영도 말이 많지 않았기에 집에서는 저녁 내내 엄마의 말소리만 들리는 날도 있었다. 

   엄마는 친척과 이웃의 은밀한 소식을 빨리 알아내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도 즐겨했다.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엄마. 손을 부드럽게 내밀었다 거두며 작은 목소리로 쉬지 않고 말을 하는 엄마는, 아버지와 지영에게 잔소리 비슷한 말도 했지만 그건 강요가 아니어서 상대가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자신의 딸에게도 애교를 부리며 친구처럼 대하는 엄마는 혼자 있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누군가 가구나 줄자처럼이라도 한 공간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아버지는 그런 엄마에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여러 면에서 활동적이고 색이 선명하다면 아버지는 무채색 같았다.

   무채색의 비명은, 아무래도 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마약견에 다리를 물리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의식은 참고 싶었겠지만 세포의 메신저가 살갗이 찢기는 고통에 굴복해 본능적으로 신음을 크게 터트렸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게 말했다. 굳건한 의도를 가지고 견에게 호통을 쳐서 싸움을 걸었다, 라고. 아버지의 그 말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그들의 비웃음이 지영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영은 여러모로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서였다. 얼굴이 예쁜데 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는 질투 어린 농담을 들으면, 제 속에 울분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영이 신경 쓰는 건 얼굴이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데도 왜 성적이 나쁜 걸까. 지영은 유전자나 부모님의 가난을 핑계 대고 싶지 않았다. 비싼 과외를 받지 않고도 성적을 올리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지영도 제 목소리가 제 안에서 메아리로 울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부모님을 일찍 잃고 고독하게 자라서 그렇다고 하자. 자신은 왜? 지영은 아버지와 다르게 살겠다는 의지를 품고 아버지를 관찰했다. 아버지는 이번 일에서도 사람들의 말을 정정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제멋대로 지어낸 스토리를 믿고 싶어 했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지영은 엄마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진실은 이거잖아. 소심한 남자가 고용주에게 과잉 충성을 바친 거지. 거칠게 욱하고. 이상한 생존 방식이야. 아니··· 숭고해. 물론 그의 아내는 무척 감동스러웠지.” 지영은 아버지가 불쌍하게만 생각되었는데 엄마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여러 갈래인가 보았다.

   비명에 대한 해석이 어떠하건 아버지가 마약견에 다리를 물어뜯긴 건 사실이었고 그로 인해 아버지는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다. 황 회장을 위해 아버지가 견과 힘겨루기를 하며 벌어 준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아버지는 저택의 맞은편 골목에 있는, 사장할머니 소유의 비어 있던 낡은 집을 공짜로 빌렸고 새로운 일자리도 예정돼 있었다. 

   운전수이자 경호원이었던 아버지는 더 이상 사장할머니에게 다가오는 낯선 이를 막기 위해 긴장하지 않아도 되었다. 대신 저택 앞 골목과 주변을 비추는 CCTV의 녹화테이프를 다시 돌려 보고 얻은 정보 즉, 저택을 주시하는 잠복경찰이나 수상한 사람의 동태를 살핀 후에 보고하는 것. 아버지 말에 의하면 세상을 구경하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직업을 잃지 않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어서 안도했고 엄마는 부촌이자 대단한 동네(전직 대통령이나 무슨 재벌 회장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거론되는)로 이사 와서 신이 났으며 지영은 아이가 그렇듯 그 상황을 그냥 받아들였다.

   시간이 좀 지난 후 지영은 마약견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도록 훈련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제야 아버지가 견에게 호통을 쳤다는 말이 진짜일까, 짚어 봤다. 마약견이 초짜였을까, 훈련이라는 봉인을 해제할 정도의 호통이란 대체 어떤 걸까. 지영은 아버지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즐거웠다. 아버지가 저택의 어두운 정원에서 견과 대치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황 회장은 나중에 외국의 한 슬럼가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고, 그 일 또한 지영이 상상한 세계에선 비슷한 각본이 있었다.


   아버지가 두 계절을 쉬었다가 다시 옥상에 올랐을 적에 지영은 직감했다. 체크메이트였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피할 수 없는 외길. 지영의 짐작대로였다. 초기에는 주말에만, 그 후엔 주중의 며칠을 정해서, 그러다가 거의 매일 옥상에 앉아 있던 아버지. 거기다 큰 변화도 몇 가지 있었다. 지영은 옥상에 아버지를 붙박았던 사건들과 하굣길에서 봤던 아버지의 처음을 떠올리곤 했다. 

   첫날, 아버지가 옥상에 올라간 것은 놀라운 일에 속했다. 그때 아버지는 세 번째 수술 후에 재활치료를 막 시작한 시점이었다. 매일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은 물론 집에서도 열심히 운동했다. 다리를 끌면서도 기어이 걷던 아버지는 땀을 폭포수처럼 흘렸고 지영은 수건을 들고 그 곁을 따라다녔다. 목발 짚은 팔을 떨었고 발이 어긋나 넘어지기도 하던 그때.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슬아슬했던 기억이 아직도 지영의 명치를 간질이는데. 

   그날 지영은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엄마에게 아버지가 옥상에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엄마는 그때 시커먼 물이 우러나는 약초를 삶고 있어서 무척 바빠 보였다. “저택 다녀온다던데. 평지라면 몰라도 아직 옥상은 못 올라가지.” 그 말에 지영은 자신이 본 장면이 사실인지 뛰어나가 다시 확인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왜, 아버지는 옥상에 올라갔을까.

   사실 아버지가 새로 할 일은 눈에 띄는 필요나 당장에 이익을 내는 일이 아니었다. 사장할머니의 불안과 맞물린, 보이지 않는 원소로 된 바퀴를 움직이는 일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일을 하게 될 아버지. 그즈음 아버지에게선 모호하지만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고, 그것은 주위에 안개처럼 퍼져 일렁댔다. 지영은 그게 무엇이건 인력(引力)과 척력(斥力)을 동시에 지녔다는 걸 느꼈다. 그 불분명하고 불안정한 힘들이 서로 충돌하고 뒤틀려 아버지를 옥상으로 내몬 것일 텐데.

   아버지를 이해하려 깊이 생각할수록 지영은 슬펐다. 오랫동안 차를 몰고 빠르게 내달리던 아버지인데, 갑작스레 삶 전부가 정지신호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옥상에서 아래 도로를 내려다보면 답답한 속이 좀 풀렸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 구경을 한다는 아버지의 말이 마음에 날아와 박히던 날 지영은 옥상에 가 아버지와 나란히 앉았다. 

   아버지는 운전병이었다가 제대한 후에도 그 기술로 돈을 벌었다고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참 좋았다." 운전하는 게 왜 좋은지 묻자 아버지가 한 대답이었다. 너무 평범한 말이라 지영은 그 말을 오래 생각했고 아버지가 말과 글이 짧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영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 그걸 아버지는 모를 것이다. 무식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을 숨겨야 했으므로 지영은 더욱 말이 없어졌다.

   떠올려보면 지영은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게 참 좋았고 편안했다. 아버지는 도시에 새길이 뚫리거나 뉴타운이 들어서면 평일 밤에라도 차를 몰고 나갔다. 지영이 외출하기 싫어 숙제한다는 핑계를 대고 집에 남으면, 엄마와 둘이서라도 드라이브를 나가곤 했다.

   그래서 어린 지영은 운전기사가 세상을 구경하며 훌훌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난 후 <그린 북>이란 영화를 보고 나선 그 생각도 바뀌었다. 미국에서 차별이 심했던 시절이었다. 흑인 피아니스트가 남부 순회공연을 하는 동안 같이 다닐 보디가드이자 운전기사로 백인을 채용했고, 둘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영의 눈에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운전기사라는 직업은 주인공이 중요한 스케줄을 마치는 시간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분명했다. 허름한 분식점이나 더러운 물이 질척이는 뒷골목에서.

   아버지가 안쓰러우면 지영은 견에게 호통을 치던 날 밤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무리 자주 떠올려 각색해도 통쾌한 마음이 옅어지지 않았다. 지영은 상상의 세계에 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즈음부터 사람들은 지영을 애늙은이 같다고 말했다. 차분한 아이에서 애늙은이로 건너뛰는 데에 일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영은 달콤한 세계를 단단하고 크게 만들려는 꿈을 꾸었다.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애쓰는 만큼 엄마와 지영도 아버지를 중심으로 뭉쳤다. 엄마에게 아버지는 더 이상 줄자나 장식장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한참 동안 지영네 골목에서는 약재와 사골이 익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재활치료를 할 게 없다고 말하자 엄마는 경락 마사지를 익혔다. 엄마는 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다 갑자기 아버지를 이끌고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기도 했다. 그러면 지영은 제 방이나 옥상으로 가 어슬렁거리다 문득 제 동생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몰래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자기 가족의 세계가 더 확고해지겠다는 추측을 하면서.

   그러나 껍질이 단단한 것들이 그렇듯, 밖의 소식에 무관심했다. 지영은 아버지가 ‘대기 씨’로 불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늦게 알게 되었다. 그 말을 듣자 지영이 그은 경계에 마구 실금이 갔다. 아버지가 주말에만 옥상에 올라가던 어느 밤이었다.

   지영은 잠결에 누군가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시작은 이랬을 것이다. “그걸 본 사람이 누구야? 사장님 저택에서 일어난 일이야. 그 맥락을 아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저기, 그 사람 있잖아. 대기맨 불러와. 아니, 건너편 옥상에서 이곳을 내려다보는 그 남자 말이야.” 그러다 누군가 소방도로를 건너 지영네 집이 있는 좁은 골목으로 뛰어왔을 것이다. 어떤 남자가 대문 밖에서 소리치는 것을 지영은 들었다. “저기, 회장님이··· 급해요. 여기요, 대기 씨, 대기 씨!” 

   지영은 비몽사몽 중에 몇 개의 문이 차례로 여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 후 다시 잠에 빠져들면서 두 가지의 상반된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대기 씨로 불리는구나, 그리고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아버지구나, 하는. 지영은 두 가지에서 달콤한 쪽을 취했고 그래서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영을 불편하게 만든 일이 또 일어났다. 같은 학년의 아이가 아버지를 대기맨이라고 콕 집어 부른 것이다. 저택의 연회장에서였다. 사장할머니가 회갑이 되던 해에, 직원 가족들은 생일잔치에 초대받았다. 음식을 먹다가 또래 아이 중 하나가 그 말을 했다. 틴트가 붉게 번진 입술을 삐죽이는 그 애의 큰 목소리를 중심으로 아이들은 서로 곁의 아이에게 귓속말을 속삭였고, 그 말은 물결처럼 번지고 번져 지영에게 정직하게 전달되었다. 아이들이 곁의 아이에게 고개를 기울이는 그 동작은 전혀 폭력적이지 않았음에도 지영의 몸 어딘가에 와 콩콩 부딪히는 느낌이었고, 아팠다. 분명 아버지를 욕하는 말. 크나큰 장점을 빼버려, 가시같이 뾰족한 몸통만 남은 그 말. 지영은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 몰라 아이들의 어깨 너머를 노려보았다. 

   그 일이 있고 좀 지나서였다. 지영은 용돈을 쪼개 아버지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옥상에 올라갔다. 지영은 생전 처음으로 아빠 대신 아버지라고 불렀다. “아버지, 아이스크림 먹어.” 뭔가 말의 앞뒤가 매끄럽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버지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던가.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고는 맛있구나, 하고 말했다. 평소 그런 반응도 하지 않았으니, 지영은 호칭에 존경심을 담은 자신의 의도를 아버지가 알아차려 대꾸를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지영은 가족이란 이래야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고 그러자 자신이 좀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아마 그런 기분은 옥상이라서 더 좋았을 것이다. 옥상은 사방으로 다섯 발짝만 걸으면 난간에 허벅지가 닿을 만큼 좁았다. 오르막 위에 지영네 집이 있다 쳐도 시내에서 이만큼 시야가 트인 곳은 드물었다. 산세가 좋다는 바위산이 북쪽에 버티고 있었고, 곁의 산에는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낙엽송의 붉은 갈색이 바위와 잘 어울렸으며 그 아래로는 도시의 야경이 현란했다. 하늘도 무척 크고 깊어 보였다.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났다. “우린 이 동네에 있는 가장 작은 집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사장님이 가난을 기억하기 위해 이 집을 헐지 않았대.” 시간이 흘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가난한 산촌이 개발되면서 조망을 중시하는 부자들이 저택을 지었고, 그즈음에 사장할머니는 이미 이 집을 팔지 않아도 될 만큼 배짱이 생겼다는 소문과 풍수지리가 좋다는 말도 있었다. 엄마는 동네의 수많은 가십도 전했다. 학교에서 보는 아이들의 불편한 가정사도 있었다. 지영은 그런 소문을 잊어버리려 애썼다. 

   그게 잘 안될 때 지영은 고개를 돌려 주변의 저택이나 정원 같은 곳을 둘러봤다. (나중에 지영은 옆의 두 저택 중 한 곳에 사는 애와 친해져 그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 애는 지영네 집이 작은 정자처럼 보인다고 말했는데, 사실이었다. 더 나중에 지영 방에 놀러온 그 애가 지영의 방이 예상보다 크다고 말했다) 어찌 됐든 옥상은 아버지가 망루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높았다. 풍경을 그리기에도. 아버지는 가끔 공책이나 스케치북에 뭔가를 그렸다. 지영이 볼라치면 아버지는 슬그머니 스케치북을 덮었다. 이후로 지영도 못 본 척했다.

   엄마가 전하는 소식은 늘 좀 찜찜했다. 어떤 것들은 너무 가까웠고, 어떤 것들은 잔혹했다. 지영의 사고는 균열의 한가운데에 있는 게 분명했다. 늦은 사춘기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는 집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영이 각색했던 환상을 깨트린 것은 사물이 아니었다. 사람인데, 바로 아버지인 듯했다. 아니 이 집과 지영의 방 안 깊이 드리워진 하늘이었다.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 누군가 지영네 집이 고깔모자 같다더라고 엄마가 전했다. 지영은 저택의 대문 앞에 서서 제 집을 바라봤지만 고깔모자 모양을 찾을 수 없었다. 차라리 네모 모양의 이단 케이크에서, 윗부분의 한쪽을 뜯어 먹다가 남긴 것에 초콜릿 스틱을 비스듬히 꽂아둔 것 같았다. 옥상 계단이 초콜릿 스틱으로 보였다. 집 전체 컷에서 가장 예쁜 건 감나무 가지 끝에 홍시였다. 허공에 매달린 방울장식 같은 홍시는 흔들면 종소리가 날 것처럼 영롱하게 붉었다. 고깔모자는 없었다.

   하지만 얼마 후, 아버지가 옥상에 올라가는 느리고 힘든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지영은 저택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고깔모자의 뾰족한 꼭대기를 완성한 것이었다. 파란 하늘만이 드넓게 드리워진 옥상에 아버지가 앉아 있었고, 1층과 2층을 지나 아버지의 머리로 좁아지던 형체. 그렇게 아버지의 머리에서 고깔모자의 꼭대기가 완성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집의 크기가 워낙 작았기에 옥상에 앉은 남자의 실루엣이 집의 연장선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한참 바라보고 있자 지영의 상상이 그 공간에 섞여 들었다. 아버지에게 늘어뜨려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지영은 노인이 되었다. 노인의 시선은 비약돼, 시간을 거스르거나 구겨서 접혔고 또 압축되었다. 그러자 고깔모자 지붕은 파랑에서 회노을 색으로 물들었다가, 눈이 하얗게 쌓이고, 검고 후줄근하게 젖었다가 다시 하얗게 빛나기도 했다. 하늘과 허공을 당기고 밀어서,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것을 반복했다. 몇 번 그렇게 하자 색연필로 그은 것 같은 선 몇 줄 혹은 작은 점이 남았다. 그게 전부였다. 

   아버지는, 그렇게 선이나 점일 뿐이었다. 하늘의 일부이기도 했다. 우주보다 거대한 시간의 품에서 세상은 공평했다. 지영은 그제야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받아들였다. 그러자 한 번씩 발작하듯이 치솟던 화도 잦아들었다.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말랑해진 것 같았다.


   그건 체념에 가까운 마음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대기 씨에 잘 적응하는 듯이 보였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모든 문제는 지영에게 있었다. 지영은 자신이 품은 양가감정의 실체를 분석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무척 안쓰러웠으며 그에 비례해서 또한 엄청 미웠다. 그 마음은 점점 커졌는데, 절룩거리며 걷는 다리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지영은 아버지를 향한 부끄러운 마음을 숨기느라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했다.

   부끄러움은 시간문제였다. 아니 자신이 어리석은 탓에 너무 늦게 현실을 직시했거나 혹은 사장할머니의 안방에 들어간 때문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지영이 사장할머니 앞에서 운 일과 관련이 있었다. 그랬다. 사장할머니의 저택 코앞에서 지영은 눈물을 터트렸다. 사장할머니는 자신 앞에서 지영이 눈물을 펑펑 쏟은 이유가, 아버지가 불쌍해서인걸로 이해했다. “··· 계단이 전부 녹슬었어요.” 지영은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사실 지영도 자신의 눈물에 놀랐다. 물이 가득 찬 댐 같은 각막을 바늘로 터트린 것처럼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사장할머니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서러운 마음이 차고 넘쳐흘렀다. 지영 내면에서는 질문이 들끓을 뿐이었다. 왜 경찰에 쫓기는 나쁜 일을 하느냐고. 사장할머니에게 절대로 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남에게 알려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더욱 더. 지영은 그 질문이 자신의 가슴에 영원히 묻혀야 하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예외였다. 지영은 사장할머니가 안방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제단에 촛불을 붙이고 향을 피우는 것을 잠시 숨을 멈추고 지켜봤다. 사장할머니가 두 손을 모으고 깊이 고개를 숙이는 것도. 그러다 문득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간헐적이었지만 멈추지 못했고, 사장할머니는 그런 지영에게 저녁까지 먹였다. 이상한 일은 저녁 식탁에서 사장할머니도 눈물을 보인 것이었다. 사장할머니의 흐느끼는 소리에 지영도 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사장할머니는 지영에게 자신이 운 것을 비밀로 해 달라고 말했다.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킥킥거리면서도 울었다. 

   열다섯, 지영 평생에 처음 겪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너무 침착해서 늘 다른 사람을 놀라게 했던 지영이었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지영이 저택에 다녀온 후 지영네의 난간이 전부 새것으로 교체되었다. 특히 옥상 계단은 번쩍이는 스테인리스로 바뀌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더 자주 옥상에 올랐고 엄마는 짜증을 냈다. 옥상에 아버지를 뺏겼다고.

   지영은 사장할머니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것을 오랫동안 후회했다. 그날 사장할머니의 거처만 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치부를 정면에서 낱낱이 그리고 분명하게 보게 되었다. 저택을 총괄하는 키가 큰 집사. 창고 입구에서 아버지는 집사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집사가 했던 말이 옳은지 틀린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 둘의 체격과 몸의 기울기 차이와 허술한 창고. 지영의 마음에 그 장면이 박제돼버렸다.

   지영의 마음은 아주 차갑고 딱딱해졌다. 많은 일 특히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 얼음땡 놀이에서 얼음이라는 주문에 걸린 듯 나쁜 위치에서 멈추었고 얼음처럼 식었으며 세상일에 무척 시니컬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지영을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아버지는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부정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단호하게. 하지만 지영은 고맙지 않았다. 그런 상태는 지영이 스무 살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영이 어떤 마음을 먹었든 아버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대기 씨인 아버지의 삶을 가장 크게 뒤흔들고 헝클어 놓은 사람은 황 회장이었다. 아니 엄마 혹은 경찰이었다.

   그 일이 일어나는 며칠 동안 아버지가 옥상을 이용한 전부는 이랬다. 아버지는 꼬박 하루 동안 낮에는 집에서 숨죽여 지내다, 밤이 되자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옥상에 올라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사흘간은 집에서 인기척조차 내면 안 되었다. 창문 밖에서 보일까, 기어 다니며 끼니를 챙겨 먹고 캄캄한 욕실에서 더듬거리며 볼일을 봐야 했던 아버지. 대신 지영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온 집을 쿵쾅거리면서 뛰어다녔고 음악 소리를 크게, 집 바깥까지 들리게 틀었다.

   이전까지 아버지가 황 회장과 얽힌 건 마약견 사건이 거의 유일했다. 아버지가 사장할머니의 운전기사로 취직했을 때 황 회장은(아버지보다 몇 살 어렸지만) 이미 중견 사업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몇 번 사업에 실패한 후 마약견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로 조사를 받았지만 은닉한 마약 즉 증거물을 찾지 못해 풀려났다. 그 후 황 회장은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며 숨어 살았다. 

   아버지가 황 회장과 다시 엮인 건 둘의 체격과 뒤통수가 비슷해서였다. 사장할머니 집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체격이 황 회장처럼 작고 다부진 사람은 여럿이었다. 굳이 아버지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뒤통수였다. 점퍼 모자를 당겨 쓰면 보이지 않을 그깟 하찮은 뒤통수. 누가 봐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 뒤통수를 가졌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007영화에서처럼 위장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먼저 사장할머니가 몇몇 외출에 아버지를 동행했다. 운전기사로 어디든 따라다녔던 이전과 달랐다. 단순한 동행이 아닌 참여였다. 아버지가 출장이라 불렀던 그 일, 일종의 위장술은 몇 달이나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 

   그동안 아버지는 물론이고 엄마도 들떠 있었다. 지영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독서실에서 밤늦게 집에 돌아온 후 잠들기 전 잠깐만 지켜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큰일을 앞두고 아버지가 이상하게 구는 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거꾸로 황 회장이 아버지처럼 보이기 위해 애쓴다는 말을 듣자 지영은 기분이 무척 나빴다. 황 회장이 아버지의 걸음걸이 동영상을 보면서 다리를 저는 연습을 한다니. 

   아버지는 D-Day를 앞두고 소파건 옥상이건 앉기만 하면 휴대폰으로 황 회장과 관련된 자료를 검색했고 동영상을 봤다. 아버지가 황 회장을 닮으려 노력하다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그 일에서 아버지는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아버지 본래의 모습으로 정해진 시간에만 남의 눈에 띄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역할이었다. 그러니 아버지가 황 회장을 따라 한 건 혼자서 하는 역할놀이였던 셈이었다.

   이런 저택의 동향을 아버지와 주변 사람만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 듯했다. 그즈음 골목엔 형광색 조끼를 입은 순찰경관 여러 명이 번갈아 골목을 어슬렁거렸고 잠복경찰은 인원을 늘렸다. 어느 오후에 지영은 집 바로 앞에서 순경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지영네 집을 가리켜 손가락질을 하며 낄낄댔다. 지영은 집과 그들을 지나쳤다. 한참 걸으며 궁리해도 달리 갈 데가 없어 다시 그 골목을 지나쳐 집에 들어오는데, 뒤통수가 따가웠다.

   그 상황극에는 황 회장이 지영네 집에서 나와 저택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예행연습을 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영은 어떻게 경찰이 속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황 회장은 연기에 소질이 없었다. 아버지의 허름한 점퍼를 걸친 것과 하루라는 짧은 시간, 그리고 경찰이 아버지의 습성을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그 위장극이 들키지 않은 이유였다. 황 회장은 아버지의 모습을 한 채로 중요한 볼일을 처리했다. 무슨 작전이라 불러도 될 만큼 거래 액수가 큰 그 일은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처리되었다. 

   하지만 지영과 부모님에게 그 일은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 극의 클라이맥스는 엄마가 홍콩에 다녀온 일이었다. 황 회장은 볼일을 마친 후 아버지의 여권을 들고 절룩이며 엄마와 함께 홍콩에 들어갔다. 황 회장이 이곳에 다녀간 적이 없는 것처럼. 홍콩에서는 황 회장이 또 다른 알리바이를 만들었고, 그러는 동안 엄마는 그곳에 며칠 머물렀다. 그다음에 황 회장이 어디로 갔는지 지영은 영원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홍콩에 머물렀던 흔적은 아버지의 여권에 찍힌 푸른 스탬프 하나로 남았을 뿐이었다. 

   겨우 사흘이었다. 사흘이 바꾸어 놓은 변화의 중심 키는 엄마였다. 엄마는 홍콩의 백화점이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 지영에게 들려주었다. “천국이었어. 산 사람이 가는 천국. 그곳 공기에 떠돌던 향기와 스치는 감촉. 그리스 신화에서 본 미로처럼 출구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가 홍콩에서 산 옷과 가방은 명품이었다. 몇 개 되지 않았지만 그건 마술처럼 엄마를 변하게 했다. 미노스의 번쩍이는 궁전을 꿈꾸는 엄마는 이제까지 지영이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 일이 엄마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욕망의 어떤 단추를 켜게 되었는지도 지영이 질문할 수 없는 비밀이 되었다. 

   엄마는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모든 것이 어떤 방향으로 길을 꺾든 그것이 필연이라는 말도. 신기한 건 지영도 엄마와 비슷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지. 그게 이치야.” 엄마의 말을 몇 번 듣고 지영은 그 말을 재해석했다. 

   똑같은 강에 발을 담갔더라도 매번 발목을 휘감는 물이 같은 강물은 아니다, 라는 말이나 제행무상과 같은 커다란 개념들. 그러니까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산소농도에 따라 동식물의 세포가 크거나 작아지고, 수많은 전쟁을 겪으며 지도에서 나라 간의 경계선이 달라지는 것을 포함하여, 엄마의 마음이나 역할도 고정돼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사랑의 열기는 식는 게 당연했고 기대는 배반당하기 일쑤라는 말. 지영은 제 마음이 변했다는 엄마를 언어로만이 아니라 바로 곁에서 현장 체험하듯 겪었다. 

   엄마는 더 이상 동네의 가십을 모으지 않았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예전 동네에서 사귄 아줌마들과 홍콩에 다녀왔고 실망했으며 절망도 했다. “카드, 카드가 없네···.” 그런 말에도 아버지가 대꾸를 하지 않자 한동안 짜증을 내던 엄마가 어느 날 사장할머니를 찾아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영은 엄마가 가십, 그 자체가 되려나 보다 생각했다.

   지영의 예상은 맞았고, 사장할머니는 엄마에게 일거리를 맡겼다. 사장할머니의 일을 하는 동안 엄마가 인도나 동남아 등에 출장을 다녀왔고 그때마다 사장할머니가 준 카드를 들고서였다. 엄마의 옷차림은 점점 화려하고 대담해졌다. 사장할머니가 엄마에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입으라 했지만 엄마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꼭 옷차림 때문은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도 경찰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사장할머니에게 엄마는 체스판에서 폰 그러니까 가장 약한 수단인 말일 뿐이었다. 말은 보스를 지키지 못하면 아주 쉽게 버려지기 마련이었다.

   엄마는 다양한 색과 에너지를 지닌 사람답게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엄마가 좋아하는 가십 옮기기에서 사장할머니의 심기를 거슬려 아버지와 함께 저택에 불려 갔다. 아버지는 엄마와 고용주 사이에 끼여 곤란했다. 아버지가 온전히 엄마 편을 들지 않자 엄마는 길길이 날뛰었고 그런 어느 밤에 교통사고가 났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고 그동안 아버지가 엄마를 간호했다. 사장할머니는 간병사에게 엄마를 맡기라고 했다. 경찰의 집중적인 감시가 쏠린 시기라서 이제야 정말로 대기 씨가 꼭 필요한 때였다. 아버지는 지금까지는 그게 뭐든 고용주가 하라는 대로 전부 따랐지만 엄마 간호에 있어서만은 아버지 뜻대로 했다. 하지만 엄마에게 아버지의 간호는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일로 아버지가 사장할머니에게서 어떤 곤혹스런 일을 겪었는지 지영은 모른다. 부모님에게 힘든 시기였던 것만 어렴풋이 알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엄마는 건강이 회복되자 집을 나갔다. 엄마의 가출은 길면 일 년이었고 짧게는 석 달이었다. 처음 두 번은 집에 돌아온 후 아버지와 크게 싸웠다. 그때 지영은 아버지가 견에게 호통을 쳤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짓이야. 도대체가··· 당신은 엄마잖아. 어쩌려고··· 도대체가···.” 아버지는 도대체 외엔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지만 목소리는 크고 말투는 단호했다. 그런 아버지에 비해 엄마의 언변은 나지막하지만 현란하다고 할 수 있었다. 사실 아버지가 아흔아홉 번이나 도대체를 더듬더듬 소리치는 동안 엄마는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에 

   “나를 당신의 아내가 아니라 큰딸로 봐주면 안 될까? 우린 이제 너무 달라졌잖아. 그리고 내가 이렇게 된 건 전부 당신 탓이잖아. 알잖아, 당신도.” 

   라고 대꾸했다. 지영은 이 층 제 방으로 가는 계단에 숨어서, 아버지는 엄마 바로 코앞인 식탁에 앉아서 엄마의 당당한 해방선언 같은 그 말을 들었다. 엄마의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는 두 번 다시 엄마에게 소리치지 않았고, 지영은 신세계가 도래하는 것을 느꼈다. 

   사실 아버지와 엄마의 나이 차가 여덟이었는데, 아버지가 다리를 다친 후엔 그 차이가 더 커 보였다. 지금 바로 이 시점에서는 진짜로 나이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아내이자 지영의 엄마인 한 여인은 다른 세계에서나 통할 법한 말을 내뱉으며 제멋대로 살겠다고 선언한 셈이었다. 그건 누구에게도 대답이나 동의를 구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영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수군거리는 말에 귀를 닫았다. 그렇다고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망나니 재벌과 바람이 났다거나 그 망나니에게 버림받고 섬에서 늙은 뱃놈과 살림을 차렸다는 등의 소문들. 지영은 그게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그런 일들이 지영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악몽에 시달렸지만 말이다. 차라리 씁쓸한 자조감에 잠겨 들었다. 지영네 가족이 불행한 건 당연하다고, 검은돈으로 먹고살았으니, 가족 중 누구든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욕을 할 수 없을 만큼 성실했다. 엄마가 없는 동안 우렁각시처럼 집안일을 열심히 하여 지영을 돌봤고, 옥상에 1인용 작은 창고를 짓고 그곳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러다 엄마가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는 가끔 엄마 곁에서 웃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둘이서 옷을 잘 차려입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새길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했다. 도대체 두 사람은 뭔가. 아버지는 엄마가 다시 가출할 것을 모른단 말인가. 아니면 정말로 엄마를 큰딸로 생각하는 건가. 지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둘을 지켜보기만 했다. 

   가끔 수학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밤이면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별들 사이의 검은 하늘에 희미한 점처럼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한 가족의 가장이자 지구에 사는 인류 중에 하나라는 그런 개념을 떠나, 모든 생명 있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이 지영의 몸과 마음 어딘가에 내려앉아 쌓이는 것 같았다. 

   그 마음이 감당할 수 없이 커지면 옥상에 올라갔다. 아버지 옆에 앉아 아버지를 생각했다. 넓은 허공에 틈새보다 작은 공간을 차지한 아버지. 여기 앉아서 아버지가 하는 일은 대체 뭔가. 엄마로 대표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저택을 감시하며 사장할머니를 지키는 건지 혹은 존재의 힘겨운 바퀴를 굴리는 건지 헷갈렸다. 그래서 지영은 아버지 곁에 앉아 있는 게 슬프지만 좀 낭만적으로 여겨졌다. 아버지가 옥상에 올라 길거리를 향해 앉기만 하면 엄마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엄마가 아래층에 있는데도 그랬다. 

   그건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옥상에 있으면 많은 일들이 다른 세상의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묘했다. 엄마가 말했듯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하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다른 느낌 그러니까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상실감이 무게나 색을 가진 물건처럼 지영의 어깨로 내려앉았다. 그 상실감은 사십오억 년이 넘는다는 지구의 역사보다 더 무겁게 여겨졌다. 그러니 인류라는 종의 모래알보다 작은 하나인 엄마는 말썽을 좀 피워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영 자신이 아버지나 엄마를 미워하는 것도. 전부 다 하찮았다. 

   하지만 사회와 윤리적인 면에서는 부끄러웠다. 사람이란 다만 존재하고 시간의 흐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일 뿐이라는 게,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떨치려 했지만 지영의 마음에 자리 잡은 공허감이 덜어지지는 않았다. 그건 목이 마른 느낌이나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상태와 비슷했다. 지영은 그 모든 마음의 흔들림을 열심히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메우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력하는 것으로 전부 해소되지는 않았다. 옥상을 어슬렁거리는 것으로 답답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으면 지영은 길거리로 나와 무작정 걸었다. 밤이건 새벽이건 가리지 않았다.


   그런 새벽의 어느 산책길에서 옆집 애를 만났다. 수능을 앞두고 있었다. 커다랗고 높다란 담과 원목과 청동대문이 이어지는 언덕을 오르던 중이었다. 골목에서 몇 번 마주친 아이, 지영만큼이나 혼자인 아이,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서로 아는 척을 하지 않는 아이, 엄마만큼이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아이였다. 재벌이 밖에서 데려온 자식이자 나이 많은 형에게 자주 두들겨 맞는 혁. 지영은 그 애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지영아” 혁이 불렀지만 그의 목소리로 들리는 제 이름이 무척 낯설게 들렸다.

   사실 이 동네에 사는 또래가 길에서 지영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없었다. 학생이 드물기도 했지만 대부분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그래서 울적한 기분이 들면 산책하기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동네였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곳.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던 골목길을 혁은 지영 곁에서 나란히 걸었다. 지영은 혁이 우연히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가는 길이라 곧 헤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혁은 자신이 일하는 곳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냥 지영의 소매를 가만히 당기는 것 같은 권유. 지영과 꼭 그렇게 자주 마주치기도 하고 그래 왔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웠다. 낯선 일투성이였다. 그 새벽에 지영은 왜 혁을 따라 신문 배달을 하게 됐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산책에서 지영은 아버지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혁이 지영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혁의 말에 의하면 대기 씨는 혁에게 생명의 은인이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혁은 형에게 엄청나게 맞은 후 정원 구석에서 죽어가고 있었는데, 그 순간 혁을 살려준 사람이 대기 씨였다. 당당하게 초인종을 누른 후 다리를 절룩이며 정원을 가로질러 와, 혁을 단단히 부축해서 병원에 데려갔다는 것이다. 대기 씨는 혁의 형에게 정신이 번쩍 들도록 조용히 말했다. 자신은 이곳에 다녀간 적 없으니 이 모든 일을 발설하지 말라고. 

   이 동네가 그런 곳이었다(시끄러운 것은 무척 시끄러워지고, 조용한 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는 곳). 이후에 혁의 형은 배다른 동생에게 더 이상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전설 같은 후문이라나. 혁이 잔혹한 농담 같은 말 뒤에 덧붙였다. “요즘 네 아버지가 시도 때도 없이 옥상에 나와 계시더라. 네 산책이 이유였어. 몰랐지?” 지영은 어느 날부터 절대 옥상을 올려다보지 않는다는 것을 혁에게 말하지 않았다. 

   혁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영은 아버지가 주변과 관계를 맺는 그런 조용하고 은밀한 방식, 정말 그것만은 마음에 들었다. 신문 배달 후 돌아오는 길에 혁은 지영을 자신의 생일파티에 초대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날 파티는 엉망이었다. 혁의 친구들은 엄마의 가십에 자주 등장하던 집안의 아이들이었다. 그들 몇의 태도로 보아 지영 또한 그들에겐 가십의 추잡한 주인공이었다. 지영은 자신을 보고 눈짓을 주고받으며 키득거렸던 애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들도 지영의 등장이 싫은 듯했다. 술에 취하자 지영에게 부모님의 안부를 악의적으로 묻는 아이가 있었고, 남자애들 둘이 지영에게 억지로 술을 먹였으며 지영을 집적였다. 급기야 한 애가 지영의 가슴을 만졌고 지영이 둘에게 술을 끼얹었다(한 자식이 지영과 지영의 엄마를 대놓고 빗댔지만 왜인지 그때 지영은 아버지를 떠올렸다). 지영은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늦게서야 했다. 지영은 술을 이기지 못했다.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하는 체질까지 아버지를 닮았다니. 한마디로 지영이 혁의 파티를 망친 셈이었다. 

   지영의 자존감이 낮아서 벌어진 일은 모두 부모님 탓이라 생각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 지영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로 집에 있는 시간을 줄였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면 독립하는 것과 같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영은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거였다. 공부와 일, 둘 다 완벽하게 해낼 작정이었다. 넉 달이었다. 겨우 넉 달이 지나지 않아 지영은 도서관에서 졸았고, 일터에서는 한심하게도 사소한 실수를 연거푸 저질렀다. 

   그뿐이 아니었다. 일하면서 맞닥뜨린 별별 사람과 별별 상황들. 지영네 동네의 가십에 등장하던 것과 같은 사람들도 만났다. 지영은 유치하고 치사하며 비열하고 비겁한 어른들이 의외로 가까이 널려 있는 것에 놀랐다. 한동안 환과 멸에 휘둘렸다. 그리고 산다는 것이 모욕을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어떻게는 정말 나중의 문제였다. 그래서 밀쳐 두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피로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도 다른 방법을 몰랐기에 지영은 그냥 버텼다. 공부와 일, 둘 다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을 아득하게 느끼며.

   지영은 혁을 피했지만 자주 마주쳤고 둘은 친구로 지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가는 길은 집의 크기만큼이나 달랐다. 혁이 지영에게 유학을 가자고 제안했다. 새로운 길을 알려 주듯이. 지영은 씩씩하게 거절했다. 그렇지만 혁은 지영이 잊지 못할 멋진 말을 남겼다. 혁은 지영이 자신의 거울 같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미워하면서, 형에게 맞아 죽고 싶던 자신처럼 침잠해 사라지고 싶은 것과 같은 상태의 지영이. “사람은 가정환경이 나쁘거나 마음이 괴로워서 비뚤어지는 게 아니야.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게 뭔지 잘 알아서이지. 너의 의지가 그 사람들의 악의에 밀려 뭉개지게 그냥 두면 안 돼. 지영아, 잊지 마.” 

   옥상에서 혁이 없는 저택을 보고 있으면 지영의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지영 곁을 같이 걸었고 지영의 한계를 지우려던 사람이었다. 혁과 함께 유학길에 오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지영이 정확하게 안다고 해도 그런 제안을 받아 본 사람의 미래는 받지 않은 사람과 분명히 다를 것이었다. 지영은 그런 혁이 고마웠다. 혁에게 연애 감정이 있었나 되짚어보면 그건 또 아닌 듯했지만 말이다. 다만 정원에서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있으면 따스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정도의 좋은 감정은 남았다. 특히 아버지에 대해서(아버지가 늘 앉아 있는 옥상의 그 의자에 앉아 보고 싶다고 졸라 혁을 집에 들였다).

   혁은 지영의 아버지가 눈썰미도 좋다고 말했다. 혁이 아버지의 스케치에 대해서 말한 건가. 아버지가 스케치북에 끄적이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지영은 혁에게 말하지 않았다. 언젠가 아버지 몰래 들춰 보고 실망했다는 것도. 유튜브를 보거나 뭔가를 그리는 일은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가질 법한 취미였다. 그 스케치를 엄마는 낙서라 불렀고 아버지는 사람을 구경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 2년 겨울이 되자 지영은 선택해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지영의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공부에 집중하려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아버지에게 용돈을 타 써야 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며칠 동안 집 주변과 동네를 걸어 다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편의점에 일자리를 얻었다. 죽을 맛이었지만 아버지를 보면 그냥 침몰하는 게 사람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어느 날이었다. 엄마가 막 집에 돌아와 있던 저녁이었다. 식사 후 지영은 제 방으로 올라가지 않고 부모님 주변을 서성였다. 그러고도 말을 꺼내지 못해 망설이다 포기하려던 때였다. 아버지가 지영에게 카드를 건넸고, 말은 곁에 앉은 엄마가 했다. “늙어서 엄마처럼 아르바이트나 하며 살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만두는 게 좋겠지?” 아버지도 덧붙였다. “네 엄마가 많이 보탰다.” 지영은 문득 엄마가 했다던 계절 일에 대해 떠올렸다. 겨울에는 제주도에서 감귤을 따고 양파를 수확하는 철이면 내륙에서 지내며 봄에는 마늘종을 뽑는다던 일. 지영은 엄마에 대한 소문에서 가장 나쁜 말들만 골라서 새겨들었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우울증이었던 건가. 

   그렇다고 엄마에 대한 나쁜 소문의 전부가 거짓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엄마의 옷차림이 차츰 수수해졌으니. 지영의 용돈을 보탰다고 엄마의 방랑벽이 완전히 잠잠해진 것도 아니었다. 엄마의 가출 그러니까 이제는 그렇게 부르면 안 되겠지만 방랑벽이 가라앉은 것은 지영이 취직을 한 후 좀 지나서였다. 

   지영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두 번, 엄마가 일하는 곳에 간 적이 있었다. 포도가 익어 가는 비닐하우스 안은 너무 더워서 아침저녁에만 일할 수 있었다. 제주도의 오름이나 산중턱에서 봄볕을 받으며 자라는 고사리는 아주 비싸게 팔린다고 했다. 봄에도 귤을 수확하는 농장이 수두룩했다. 포도밭이건 귤 농장이건 간에 주인은 지영에게 내년에 꼭 오라는 당부를 했다. 엄마가 든든한 일꾼이라고도. 

   졸업 후에 지영은 지방에 취직하였고 그제야 정말로 독립했다. 그러자 부모님의 삶이 먼 데 둔 그림처럼 더 객관적으로 보였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 전체와 사소한 일상이 이미지나 실루엣처럼 혹은 몇 개의 색과 모양이 다른 테두리처럼 선명해졌다. 

   그렇게 추리한 내용으로 지영은 확신했다. 앞으로는 엄마가 아버지 곁에서 멀어지지 않고 꼭 붙어 있겠다는 것을. 엄마는 다시 동네의 소문을 수집했고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려 돌아다녔다. 사장할머니와 저택에서의 일은 말을 아꼈으나 대신 동네의 가십은 크게 부풀려서 사람들을 재미있게 했다. 아버지는 결국 해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자신만의 인력을 강력하게 만들어 엄마를 곁에 잡아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옥상 대신 이젤 앞에서 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신내림을 받았다고 수군거렸다. 아버지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병신이 육갑한다는 뜻의 무시하는 말. 아버지를 좋게 말하는 사람은 예지력이 생겼다고 표현했다. 그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 사장할머니란다. 사장할머니가 아들인 황 회장의 죽음을 꿈을 꾸어서 알게 된 날에, 아버지도 그림 한 장을 그렸다. 황 회장의 얼굴을. 그 어느 때보다 평안에 다다른 황 회장의 얼굴 모습을 그려 사장할머니에게 가져다주었다. 오랜 도피 생활의 피로를 떨친 아들의 아름다운 초상화를 앞에 두고 사장할머니는 숨죽여 흐느꼈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네 아버지는 정원사야.” 엄마가 그렇게 전했다. 아버지는 대기 씨에서 정원사로 일자리 명칭이 달라져, 사장할머니에게 월급을 받고 있었다. 사장할머니가 사람들에게 아버지를 소개하는 목소리를 엄마가 흉내 냈다. “우리 집 정원사예요. 미래를 보려면 내면이 상상력으로 가득 차야 합니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요. 시공간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작업이에요. 그러니 저이는 정원사가 맞습니다.” 

   사장할머니가 아버지에게 작업실을 내줬다. 작업실은 저택의 대문과 정원을 향해 창이 나 있었고 책상에는 CCTV도 놓였다. 엄마가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다. “드나드는 사람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어느 날 영감이 떠오르면 그림을 그리는 거야. 꽤 많은 사람들이 잘생기게 나온 제 사진을 아빠에게 갖다준단다. 믿기니?” 엄마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엄마의 허영심이 아버지 곁에서 그렇게 채워진다니 다행이었다.

   지영은 열다섯 살 이후로 만난 적 없는 사장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때 우리나라의 검은돈 대부분을 쥐락펴락했다던 사장할머니, 매일 아들의 평안과 다른 뭔가를 움켜쥐기 위해 제단에 촛불을 켜고 머리를 한없이 조아리는 사장할머니, 아버지를 정원사로 곁에 두는 사장할머니. 그런 사장할머니에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버지는 지영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의 표현대로라면 아버지는 엄청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가족이란 각자의 태생적인 모서리로 서로를 찌르기 마련이었다. 아버지는 엄마와 지영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을 것이다. 두 여자가 자신을 거부하는 심리와 그 원인을 찾아 자신을 많이 탓했을 것이다. 쓸개즙이나 위 점막이 음식물을 흡수하듯 엄마와 지영이 준 마음의 상처를 받아들여 제 방식대로 흡수한 아버지. 싸울 대상을 외부에서 만들지 않은 아버지는 자기 자신과 필사적으로 대결한 셈이었다. 

   아버지가 초상화를 그려 준 몇 사람의 미래가 실현되었다. 어떤 사람에게 아버지는 브레이크 노릇을 했다. “현재 모습입니다. 행복해 보이지요. 더 이상 투자하지 마세요.” 그 사람은 아버지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 원래 하려던 금액의 반만 투자했다. 그러니 반만 날린 걸 감사하게 됐다. 또 다른 사람은 십 년 후의 모습이라는 행복한 표정의 초상화를 받아 갔다. 그 사람은 자살하려던 생각을 바꿨다. 그렇게 아버지는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대신 드넓은 시공간과 하얀 종이를 앞에 두고 세상과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후에 지영은 집에 들르면 옥상에 올라가 아버지가 앉았던 자리에 서 보았다. 아버지의 눈으로 많은 것을 보려고도 해 보았다. 문득 아버지가 그렸다던 황 회장의 아름다운 얼굴 모습이 짐작되었다. 그 얼굴은 아버지가 의식 너머에서 염원을 담아 찾은 황 회장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버지 자신은 어떤가. 아버지는 마지막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도 분명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 자화상을 꿈꾸는 동안에 아버지는 누구보다 깊이 불행했으며 또한 행복했을 것이다.

   지영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죽도록 노력해야 했다. 아버지의 장점을 닮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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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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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단편인데... 읽고 나서의 느낌은 그렇지가 않네요. 인생이라는 것을 찬찬히 생각해 보게 만드네요.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모두 존경스럽고 소중하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삶이 버겁고 막막하게 느껴질 때, 온 길을 정처없이 걷고만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이 소설이 알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이렇게 깊고 따뜻한 글을 앞으로도 써주십시요.

    • 2023-09-21 17: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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