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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곡곡] 전주 살림책방(제1회)

  • 작성일 2023-05-04
  • 조회수 1,925

《문장 웹진》 책방곡곡 전주 살림책방(제1회)

사회, 원고정리 : 살림
참여자 : 재재, 아리엘, 모아
책 : 신유진, 『창문 너머 어렴풋이』(시간의 흐름, 2022)


창밖 독서모임 1회, 2023년 4월 4일, 지향집



살림 :

이번에 나눌 책은 신유진 작가님의 『창문 너머 어렴풋이』입니다. 신유진 작가님은 들어가는 말에 “내 글이 방이라면…”이라고 말하면서 두 개의 창을 내고 싶다고 말했어요. 오늘은 작가님의 시선으로 그 창밖을 함께 보려고 해요.

아리엘 :

저도 들어가는 말에 띠지를 붙였어요. 저는 평소에 인생을 과거와 내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 중간 지대에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그것을 두 개의 창으로 말씀하신 것 같았어요.

모아 :

신유진 작가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작가님의 인생을 엿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재재 :

저도 신유진 작가님이 같은 지역에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평소에 에세이를 많이 읽지 않아서 조금 어색하긴 했는데 중간에 ‘기억’, ‘빛’이라는 큰 글자는 떠올라요.

살림 :

맞아요. 앞에서 두 개의 창이라고 했던 부분이 ‘기억’과 ‘빛’이라는 창이에요. 작가님은 “내 글이 방이라면… 글자 가득한 방에 기억이 보이는 창 하나와 빛이 들어오는 창 하나를 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거기, 창가에는 당신을 위한 편안한 의자를 가져다 놓을 겁니다. 창가에 잠시 머물다 가시겠습니까? 지금, 창문 활짝 열었습니다.”라고 썼어요.

아리엘 :

저는 ‘기억’ 챕터를 읽을 때는 조금 힘들었어요. 힘들었던 과거 때문에 저의 아팠던 기억도 떠올라 빨리 ‘빛’ 챕터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모아 :

기억은 곧 경험에 대한 부분인데, 저도 엄마에 대한 부분하고 특히 미자 이야기를 읽을 때 그랬어요. 작가님은 과연 미자를 찾았을까? 궁금하고요.

재재 :

‘희와 교환 일기’를 읽을 때는 좋은 기억들은 다 기억하는데 멀어질 때는 언제 멀어졌는지, 왜 멀어졌는지 알 수 없는 관계들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살림 :

저는 개인적으로 신유진 작가님을 만나서 얼굴도 알고 현재 지내고 계신 동네도 가보아서 읽는 동안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물론 지금과 같진 않겠지만 상상하게 되더군요.

모아 :

저는 그 빨간 벽돌 2층집이 계속 머리에 남았는데, 제가 어릴 때 살던 집과 비슷하기도 하고, 당시에는 떠나고 싶었는데 다시 돌아오게 되고 지나고 나면 문득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리움 때문에 마음이 애리다고 할까? 그런 감정이 들 때가 있어요.

재재 :

우리 각자 마음속에 서로 다른 빨간 벽돌 2층집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살림 :

‘기억’의 상당 부분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리엘 :

저는 여성 작가가 자신의 엄마에 대해 쓰는 글에 대해 남성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어요. 딸과 엄마의 관계는 아무래도 아들과는 다른 것 같고, 나도 언젠가는 엄마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데, 작가님도 에이드리언 리치가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에서 쓴 글을 인용해요. “어머니에게서 딸로,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이 여성에게 사랑과 긍정과 본보기를 강력한 끈으로 연결해 전달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은 여전히 황무지를 헤매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엄마의 삶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않을 거다, 나는 다를 거다, 라고 말하면서도 똑같이 사는 것을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남편에게 읽어 보라고 해요. (웃음)

모아 :

저도 이 문장을 보고 우리 엄마는 가끔 나보고 자신의 분신이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엄마랑 같지 않은데, 라는 생각을 하는 제가 떠올랐어요.

재재 :

한국에서 살면 무언의 요구를 당하는데, 자녀로서 엄마의 그런 모습은 싫고, 그래서 나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살림 :

그래서 그런지 여성 작가들이 책에서 엄마에 대해 더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제가 본 책 중에서도 엄마의 존재에 대한 부분이 많았는데, 남성들과 달리 같은 여성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이 남성들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이제 다른 창문인 ‘빛’으로 넘어가 볼까요.

아리엘 :

저는 135쪽의 ‘세르지 창으로 만나기’에서 세르지의 은퇴 공연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주연을 하다가, 조연을 하다가, 단역을 하다가 코로나가 시작되고 공연을 하지 않다가 은퇴 공연을 줌으로 하게 되었는데, 무언가 인생을 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어느 순간에는 몸이 안 되거나, 찾는 사람이 없어서 못 하게 되는 날이 올 거 아니에요. 나도 언젠가는 저 날이 오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림 :

신유진 작가님의 다른 책 <우리가 사랑한 얼굴들>이라는 책에도 세르지와의 인터뷰가 나와요. 작가님과 남편 마르탱 씨가 프랑스 8대학에서 연극하면서 만났잖아요. 한국에 들어와서도 연극을 계속했는데, 마르탱 씨도 코로나가 터지면서 연극을 하지 못하게 됐어요. 한번은 집에 초대해 주셔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연극은 많이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엇이 다르냐고 물었더니, 프랑스 연극은 대부분 희극이라는 문학을 연기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가벼운 대사들로 이루어져서 실망했다고 했어요. 지금은 익산에서 카페를 열었는데, 연극을 하지 못해 아쉽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대답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재재 :

우리나라를 벗어나서 연극을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그 나라의 언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살림 :

최근에 신유진 작가님이 엮은 <생텍쥐페리의 문장들>이라는 책을 보니 프랑스 작가였던 생텍쥐페리는 전쟁 후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자신의 책이 번역되어 모국어의 순수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영어 배우기를 거부했다고 하더라고요. 대단하죠?

아리엘 :

저는 가끔 시집을 추천 받아서 읽는데, 잘 와 닿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이 책을 원서로 읽어 볼까 한 적이 있어요.

모아 :

저는 시 자체가 너무 어려워요. 무언가 해석해서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웃음) 요즘 전주천변에 버드나무들이 모두 베이는 걸 보면서 ‘나무가 되는 꿈’에서 나무 이야기 미니라고 이름 지은 나무가 꽃 한 번 피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121페이지의 이 문구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내게 본다는 행위는 기억으로 완성된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 앞에서 ‘기억’이라는 창문과 어떻게 보면 이어지는 부분 같은데, 글을 쓰는 작가님에게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아리엘 :

‘나무가 되는 꿈’ 중에서 저는 요가를 하기 때문에 이 명상에 대한 부분이 많이 와 닿았어요. 124페이지에서 작가님은 프랑스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하던 시절 만난 인도 출신의 무용수에게 배운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요. “처음에는 그저 흉내를 내는 것이겠지만 네가 본 것이 네 몸에 완전히 익숙해지고, 그게 네 몸의 일부가 되면 그때 깨닫게 되는 거야. 깨닫는 것은 몸이 먼저야, 그다음이 정신이지. 몸이 알게 되면 정신도 따라와.”

모아 :

저는 명상 부분에서 효과에 대한 부분? 더하기 빼기 이야기요. 우리는 늘 효과를 기대하면서 무언가를 하는데, 저도 그런 것 같았거든요. 명상은 어려워요.

아리엘 :

‘뒤라스의 바다’ 챕터로 넘어가면 152페이지에서 “라디오에서 뒤라스의 아들이 ‘엄마, 슬픔을 멈추세요’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 말이 참 좋아. ‘슬프지 마세요’가 아니라 ‘슬픔을 멈추세요’라는 말”. 작가님의 말대로 슬픔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오래 함께해 온 슬픔을 다독여 돌려보내는 것만 같다고 적혀 있어요.

재재 :

작가들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까요? 슬픔을 다독인다…… 참 좋은 표현 같아요.

아리엘 :

그 뒤에 ‘소극적 인간의 적극적 관찰 일기’ 챕터 166페이지에 “열 번의 이사 끝에 내가 배운 것은 창 너머의 풍경이란 내 삶의 일부이면서 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내 삶이라고 하지만 내 것이 아닌 것들로 둘러싸여 거부와 수용, 무시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받아들이는 것, 그중 하나를 쥐고 조금 더 나은 쪽으로 혹은 조금 더 나쁜 쪽을 향해 가는 것 말이다”. 창 너머의 풍경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과 거부, 수용, 무시 이 세 가지 선택지만 주어졌다는 게 어쩌면 작가님을 늘 떠나게 만든 현실이 아닐까 안타깝기도 했어요.



살림 :

신유진 작가님은 프랑스 작가의 글을 많이 번역했는데,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의 글도 여러 편 번역했어요. 아니 에르노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글쓰기’로 유명한데 작가님도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뒤라스나 에르노 모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쓴 것처럼 오늘 함께 나누는 책도 작가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거든요.

모아 :

어쩌면 우리가 작가님 말대로 작가님이 초대한 방에서, 작가님의 창문을 통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네요. 결국 독자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읽는 것 같아요. 생각은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은데, 글로 쓰면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이 감정이 왜 들었는지 말해야 하니깐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는 것 같아요.

아리엘 :

어떤 분이 제게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책을 읽을 때 어떤 문장이 나에게 오는 것은 그 문장이 새롭고 창의적이고 좋아서가 아니고 내 안에 이미 그 감정이 있는데 말로 설명이 안 되었던 것을 글이 설명해 주는 것이다. 그래 이거였어, 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예요. 문학을 읽고 에세이를 읽다 보면 그래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재재 :

책을 보면서 삶이 정말 다른 창으로 다른 곳을 보는 것같이 느껴졌는데 저도 그런 부분이 있거든요. 제가 마음치유 상담을 받을 때 그림을 그렸어요. 집을 그려 보라고 했는데, 그런 거 많이 하잖아요. 제가 꿈꾸는 집 또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그렸는데, 어떤 깊은 숲속에 전원주택을 짓고 마당도 있는 통창이 있는 집을 그렸는데, 일단 문이 없고, 집에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 만약 다시 그린다면 사람을 그릴 것 같아요. 아무도 날 찾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예요. 사람 때문에 지쳐 있었고.

아리엘 :

마지막 170페이지에 “나는 여전히 창문 너머 올리브나무나 느티나무 숲을 꿈꾸고 상처 없는 아름다움을 동경하지만, 나를 조금 더 확장시키는 것은 사람들, 그러니까 화산처럼 뜨겁게 터지고, 상처 입고, 식고, 회복되기를 반복한 이들의 검게 빛나는 이야기임을 알고 있다.”라고 나와요.

재재 :

사람을 통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람을 통해 치유를 받고, 상처를 받기 싫으니까 혼자 있고 싶었는데,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아가게 되는구나.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고, 나를 사랑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창문이라는 게 그런 의미로도 다가왔어요.

모아 :

나도 창문에 사람 좀 그려야겠다. (웃음)

재재 :

원래 전 그걸 안 믿었었어요. 아빠를 크게 그리면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빤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려 보니깐 심리가 드러나더라고요.

살림 :

저는 개인적으로 신유진 작가님을 만나서 얼굴도 알고 현재 지내고 계신 동네도 가보아서 읽는 동안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물론 지금과 같진 않겠지만 상상하게 되더군요.

모아 :

저는 그 빨간 벽돌 2층집이 계속 머리에 남았는데, 제가 어릴 때 살던 집과 비슷하기도 하고, 당시에는 떠나고 싶었는데 다시 돌아오게 되고 지나고 나면 문득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리움 때문에 마음이 애리다고 할까? 그런 감정이 들 때가 있어요.

재재 :

우리 각자 마음속에 서로 다른 빨간 벽돌 2층집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살림 :

‘기억’의 상당 부분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리엘 :

저는 여성 작가가 자신의 엄마에 대해 쓰는 글에 대해 남성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어요. 딸과 엄마의 관계는 아무래도 아들과는 다른 것 같고, 나도 언젠가는 엄마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데, 작가님도 에이드리언 리치가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에서 쓴 글을 인용해요. “어머니에게서 딸로,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이 여성에게 사랑과 긍정과 본보기를 강력한 끈으로 연결해 전달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은 여전히 황무지를 헤매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엄마의 삶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않을 거다, 나는 다를 거다, 라고 말하면서도 똑같이 사는 것을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남편에게 읽어 보라고 해요. (웃음)

아리엘 :

생각해 보면, “책이 별거냐, 책 안 읽고도 잘살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가는 길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내 관심사 때문에 어떤 책을 읽었다가 아니라 책 때문에 내 길이 이렇게 온 것 같다고 생각되네요.

재재 :

이런 말은 책방 앞에 써 붙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웃음)

살림 :

저희가 지금 ‘책’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지만 앞으로 모임에서는 ‘문학’이라는 단어로 대체해서 표현할 거예요. 문학을 통해서 어떻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지. 관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삶을 그렇게 풀어 보는 거죠. 그래서 다음 모임에서는 여러분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의 관점으로 창밖을 보려고 해요. 자연이든 사람이든 시인들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대화를 나누면서 한 단어, 한 문장이 와 닿았을 때, 그 시가 또는 그 시인이 나의 시가 되고, 나의 시인이 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리엘 :

시인들이 ‘시어(詩語)’를 고르는 과정이 단순하진 않을 것 같아요. 독서모임을 하면서 백석 시인의 시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읽다가 어려워서 백석 평전을 사서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시가 어떤 배경으로, 그 시인이 어떤 상황에서 그 시를 쓰게 되었는지 알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재재 :

국어 시간에 시를 너무 어렵게 배워서 시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웃음) 최근에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었는데, 시를 해석하려 하지 않고 나한테 공감이 되고 와 닿는 것을 얻으면 되는 것 같아요.

모아 :

나도 읽어 봐야겠다. 평소에 시를 읽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었던 것 같아요.

재재 :

참, 저 못한 이야기가 있는데 해도 되나요? 작가님이 창문이라고 표현한 것이 세상과 나 사이에 있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문 안쪽은 내가 숨을 수도 있고, 안전한 공간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작가님이 말했다고 하는데, 나도 세상을 볼 때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쩌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세상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리엘 :

그래서 제목이 창문 너머 ‘어렴풋이’ 아닐까요? 사실 우리가 세상을 직시한다고 하는데 본다고 보이는 게 아니잖아요. 앞에서 말한 대로 결국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볼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어렴풋이’라는 단어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모아 :

151페이지에 “어떤 작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의 창문에 서서 그가 보는 풍경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했는데, 그냥 내가 보는 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말이 매력적으로 들렸어요.

살림 :

우리가 독서모임을 통해서 하는 일이 사실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 주변을 바라보는 일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에는 시인의 눈을 좀 빌리려 합니다. (웃음) 그때까지 다들 잘 지내시고, 다음 책으로 만나요.


<참여자>

살림(사회, 원고정리)
전주한옥마을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지역과 소통하고 있다.

재재
마음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며 자연(스러운 것)을 좇아서 살
아가고 있다. 탈서울 후 전주에서 적게 일하고 많이 노는 재미에 빠진
한량이 되고 싶은 방랑객.

아리엘
독서, 요가, 가족을 사랑하는 일상을 삽니다.
익숙해져서 편안해진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을 살고 싶어요.

모아
전주에서 공간 두 개를 운영하며 재미지게 살고 있어요.
요즘 정원 가꾸기에 푹 빠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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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관리자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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