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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3회)

  • 작성일 2021-09-01
  • 조회수 861

[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제3회)

: 동시, 똑똑! - 김현숙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

- 모임 / 2021-08-09, 저녁 7시, 샘터 3층

 

 

사회/원고정리 : 권화빈
참여자 : 의상대사, 우옥영, 김미경, 우병훈

 

 

 


책읽기 모임 ‘영주시 100인 독서클럽 휴(休)’ : 책을 통해 삶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

 

권화빈 :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벌써 8월 입추가 지나 이제 선선한 바람이 창에 밀려드는 가을 문턱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8월 9일 오늘 모임의 책 이야기를 진행할 사회 권화빈입니다. 오늘은 세 번째 김현숙 동시인의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오늘 마지막 모임을 통해 이야기 나눌 이 동시집(2020, 3차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도서)은 어릴 적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보냈던 나의 과거의 기쁨과 행복, 추억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또 시골 길을 걸어가면서 맞는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시를 통해 어릴 적 순수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기에, 동시가 주는 행복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동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듣고 싶어요.

 

의상대사 : 코로나 바이러스 급증으로 집콕 하는 이들이 늘어나 거의 모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근신(?) 중입니다. (일동 웃음)

 

우옥영 : 여름 휴가철이 코앞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아서, 여러 가지 걱정을 하면서 집콕 하고 있어요. 웬만한 큰 볼일 아니면 나다니는 걸 줄이고 있어요.

 

김미경 : 사랑의 교회 전광훈 목사가 8·15 광화문 집회를 선동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우울해져요. 사회 각계각층에서 협조가 잘 되어 하루빨리 코로나 정국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의상대사 :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2차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힘든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병훈 : 어서어서 우리들의 일상이 회복되어 웃는 모습을 양껏 보고 싶습니다.

 

권화빈 : 안동 SK 바이오사이언스 임상 3상 착수가 진행되고 있어서, 국내 백신이 조만간 우리 곁에 찾아올 듯합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집에서 그냥 세숫대야에 얼음 넣어 발 담그고(세숫대야 피서법?) 조용히 시간을 요리하며 즐기시는 게 상책인 듯하네요! 물론 손에는 한 권의 책이 들려 있어야겠지요. (웃음) 그럼 오늘의 책 이야기 상자를 슬슬 열어 볼까요. 표지에서 따스함과 정겨움이 느껴지고, 아기 새와 어미 새의 품어 주고 품게 되는 생명의 신비로움이 가득 담겨 있는 동시집입니다. 책의 표지는 그 책의 얼굴과 같아요. 책의 첫인상이라 평생(?)을 좌우해요.

 

 

우옥영 : 책 표지를 보니까 가까운 숲에서 본 둥지 위의 새들을 상상하게 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기 새를 지키기 위한 어미 새의 모정, 우리네 어머니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동 웃음)

 

김미경 : 내 집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네요. 바쁘다고 자주 품어 주지도 못하고. (에휴)

 

의상대사 : 괜히 머쓱해집니다. 저도 별다르지 않아서. (일동 웃음)

 

권화빈 : 그럼 각자 눈에 각인되었던 동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의 의미와 동시의 가치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고 지나갈게요.

 

의상대사 : 동시를 통해 내 마음에 힐링을, 삭막한 우리 삶에 따스한 빛을 느끼게 해주는 햇살 같은 기분이 동시에서 느껴집니다. 어릴 적 새들과 나비들과 함께 잠자리채를 들고 해 떨어지는 줄 모르고 하루를 보냈네요.

 

김미경 : 저도 사실 그랬어요. 산과 강, 그리고 학교보다 친구가 더 중요했던 때라서 가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우병훈 : 완전 까까머리 시절로 돌아간 듯해요, 때 묻지 않은!

 

권화빈 : 모두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동시는 역시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묘약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동시만 읽었다 하면 모두 착한 어린이가 되어버리니! 동시는 시와 달리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어린이들의 삶을 가지고 쓰여야 어린이들이 관심을 가져요. 어린이의 삶을 떠난 공허한 말장난으론 좋은 점수를 받긴 힘들어요.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지렛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동시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미경 : 그럼 저부터 한 편 열겠습니다. 도토리 모습에서 떠올린 착상이 한순간 아주 재치 있고 재밌게 잘 표현되어 골랐어요. (낭독) 각자 동시 이야기를 나눠 보지요.

 

 

    도토리

 

    안전이라면
    우리가 으뜸이에요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게

 

    어릴 때부터
    안전모 썼다니까요.

- 「도토리」 전문(24쪽)

의상대사 : 내용이 신선하고, 자연을 보고 느낀 관찰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우옥영 : 우리는 안전모라 안 하고 화이바라 했지요. 내 몸을 지켜주는 안전모,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다치지 않고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권화빈 : 도토리 머리 부분을 안전모에 적절히 잘 비유했어요. 시는 이렇게 비유를 잘해야 오래 기억에 남지요. 비유는 시 창작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밋밋하고 싱거운 시와 그렇지 않은 시의 분수령. 시의 승패를 좌우한다고나 할까!

 

김미경 : 맞아요. 적절한 비유를 통해서 시의 의미를 더 강화시키고 있어요. 세상의 모든 사물을 눈여겨봐야겠어요.

 

우병훈 : 시인의 눈이 엄청 날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상법이 대단해요. 도토리 머리를 보고 어찌 그리 딱 맞는 비유를 했는지 감탄스럽습니다!

 

권화빈 : 좋은 안목으로 적절하게 언급하셨습니다. 그간 2권의 동시집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두 시인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일동 박장대소)

 

의상대사 : 저는 「옥수수」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지요. 지금 절기(여름)와 딱 맞는 시 같아요. 읽어 보겠습니다. (경쾌하게 낭독)

 

 

    옥수수

 

    수염을 뽑고
    껍질 벗겨 보니
    가지런한 이빨들
    생글생글 웃으며
    한 마디 한다

 

    고마워
    무지 갑갑했거든.

- 「옥수수」 전문(28쪽)

 

김미경 : 지금 옥수수가 나올 시기인가요. 서리가 내리고 겨울철 온돌 아랫목에서 옥수수 한 가득 베어 물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외숙모, 외삼촌 함께하면서 사촌들과 같이 베어 물었던 옥수수, 지금도 옥수수 철이 되면 그 생각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권화빈 : 옥수수 이야기를 꺼내 보니 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강원도 여행을 하다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베어 물던 강원도 찰옥수수는 아직도 내 입속에 맴돌아요. 옥수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와 중앙아메리카, 아르헨티나까지 분포되어 있는 대표적인 곡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여름 대표 간식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또 옥수수 술로 차도 만드는데 시원하고 독특한 향기와 맛이 나지요.

 

의상대사 : (잠시 얼굴을 쓰다듬고 난 뒤) 시를 읽다가 갑자기 갑갑해졌어요. 자유로운 삶, 자유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옥수수에서 내 마음이 보입니다. 갑갑한 일상에서 어디로 훌쩍 물 맑고 공기 좋은 시원한 계곡으로 떠나고 싶은.

 

우옥영 : 이 동시에서도 비유가 발견돼요. 옥수수를 사람에 비유한 것 같아요. 이빨, 생글생글, 고맙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런 걸 알게 됐어요. 의인법을 써서 적절하고 쉽고 단순하게 잘 표현해 냈어요.

 

우병훈 : 저도 마찬가지 생각이 들어요. 어린이들이 엄청 쉽게 접근하겠네요. 의미나 리듬, 이미지도 아주 선명하다는 느낌입니다.

 

권화빈 : 다음엔 누가 소개해 보실까요?

 

우옥영 : 이번엔 제가 소개해 볼게요. 많은 비유가 눈에 확 띄어요! 읽어 보겠습니다. (천천히 낭독)

 

 

    홍시

 

    감나무 발전소는 느리다

 

    감 이파리가 태양열 발전을 시작한 지

 

    두 계절이 지나서야 불이 켜진다

 

    감나무에 켜진 알전구들

 

    가을이 환하다

- 「홍시」 전문(30쪽)

 

김미경 : 「홍시」를 읽으니, 동시 쓰는 게 한편으론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일상 속의 평범한 이야기로 동시를 쓰고 공감하는 것, 쉬운 언어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네요. 그래서 동시를 읽겠죠. 동시 속에 우리 이야기가 숨 쉬고 있으니 말입니다.

 

일동 : 그래요. 시인이 무언가를 발견해 내는 작업이 아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발전소, 태양열 발전, 불, 알전구들!

 

우병훈 : 적재적소에 맞는 비유를 찾아내기 위해 열심히 궁리해야 할 것 같아요.

 

의상대사 : 시인은 누구보다도 관찰력을 키우는 눈을 가져야 좋은 시가 탄생하겠지요.

 

권화빈 : 그런 말이 있어요. 한 편의 시를 쓰려면 똑같은 사물을 세 번 정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그래야 시가 내게 문을 열어 주겠지요. 시인의 생명은 ‘눈’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것도 현미경 같은 ‘퀭하고 밝은 눈’! (일동 크게 손뼉 친다) 다음 차례는 우병훈 님!

 

우병훈 : 아, 네. (시집을 넘겨 한 편을 낭독한다)

 

 

    신입사원 모집

 

    꽃밭에 광고가 붙었다
    측량 기술자를 모집합니다.!

 

    광고를 보고
    자벌레 ,무당벌레, 풍뎅이, 나비가 찾아갔다.

 

    꽃과 꽃 사이를 가장 잘 재는
    나비가 뽑혔다.

- 「신입사원 모집」 전문(64쪽)

 

의상대사 : 동시 「아기 새를 품었으니」에서 가장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시인 것 같습니다. 동시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네요. 현대적인 느낌과 자연을 일치시키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공감이라는 것은 이런 거겠죠. 내 삶을 이해하고 나를 알게 되는 것, 그 안에서 소소한 느낌들을 찾아내는 것, 그래서 동시 「아기 새를 품었으니」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우병훈 : 신입사원과 자연의 동질감, 진짜 나비가 측량 기술자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꿀을 찾아다니는 나비가 가지는 예민한 오감이 풍부한 감성과 연결되어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느껴집니다. 자벌레, 무당벌레, 풍뎅이에게도 무언가 역할을 부여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느껴지네요.

 

우옥영 : 우리 삶과 연계된 동시인 것 같아요. 이 동시도 아주 재밌게 비유를 시 쓰기에 활용한 것이 눈에 띄어요.

 

김미경 : 광고, 측량 기술자…… 꽃을 보고 이런 것까지 찾아내다니! 시인의 상상력이 대단해요.

 

우옥영 : 맞아요. 대단해요 대단해! 나도 언제 저런 동시 한번 써보나! (일동 웃음)

 

권화빈 : 시인은 창조주와 비견될 만한 사람이지요. - 하늘에는 조물주! 땅에는 창조주! (모두모두 맞다 맞아! 박수치며 크게 웃는다) 벌써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가 동시 한 편을 소개하고 아쉽지만 여기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 함께 낭독)

 

 

    책

 

    책도 취미생활을 하지
    파리채, 고양이 베개, 탑 쌓기, 징검다리 놀이
    으라차차! 책장을 넘기는 받침대가 되었어
    가장 좋았던 건 클로버 품기
    잘 품고 있다가 행복이든 행운이든 나눠주기

- 「책」 전문(76쪽)

 

 

우옥영 : 역시! 마무리는 책으로 끝내는군요. 우리 “휴”(영주시 100인 독서클럽)가 지향하는 방향에 맞게 피날레를 장식해서 기분이 좋아요. 집에 돌아가 누우면 엄청 맛있는 잠을 잘 것 같아요.

 

김미경 : 책의 가치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같아요. 책이 의미하는 바를 잘 표현해 내었어요.

 

우병훈 : 배경 그림도 썩 어울리게 잘 그렸네요. 그림도 동시의 내용과 일치해야 시가 더 입체감 있게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생생해요.

 

의상대사 : 맞아요. 저도 우병훈 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봄에 관한 동시에 배경 그림으로 수박을 그려 넣으면 안 되지요. 개발에 놋대가리(?)일까요! (일동 큰 웃음)

 

권화빈 : 우리가 책을 주제로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눈 시간들이 엄청 소중했단 말을 하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는 작업은 두고두고 우리 삶에 역동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봐요. 이 동시를 쓴 시인도 그런 말을 우리에게 넌지시 속삭여 주는 것 같아요.

 

김미경 : 네, 맞아요. 지금 내 두 귀가 쟁쟁거려요. (함께 웃음)

 

우병훈 : 그래요. 책은 우리에게 행복과 행운을 주는 징검다리라고 확신해요.

 

우옥영 : 내 삶이 힘들 때 큰 위로를 주는 피로회복제 같은 것!

 

의상대사 : 그 어떤 영양제보다 나은 영양제 같아요. 인생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주는 나침반이지요.

 


‘영주시 100인 독서클럽 휴(休)’ 회원들

 

권화빈 : 모두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모두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고 지금까지 일정에 마침표를 찍어야겠어요. 긴 시간 동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시의 세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아쉬운 마음은 자리를 옮겨 차 한 잔 나누면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한 분씩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옥영 : 지금까지 동시집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부터는 동시를 자주 접해 친구처럼 가까이하겠습니다. 다시금 동심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의상대사 : 따뜻한 마음을 나눈 친구 같은 동시를 오늘 이 시간부터 내 손 가까이 두어 읽고 싶을 때 언제든 읽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동시는 분명 우리 삶에서 중요한 삶의 요소라고 마음깊이 새기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동시를 읽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하겠습니다.

 

김미경 : 난생처음 동시 맛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시어 한 구절 한 구절이 깊은 메아리로 내 귀와 가슴 속으로 쏙쏙 들어와 아직도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동시를 통해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멈춤 없이 독서운동과 시를 쓰시는 선생님과 함께한 그간의 시간 영원히 새겨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

 

우병훈 : 한 편의 동시가 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시의 깊은 맛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어 한 자 한 자가 주는 인상은 깊었습니다. 거리감 없이 앞으로 자주 동시를 접하는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권화빈 : 그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동시, 똑똑’이라는 주제로 장장 3회에 걸쳐 동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권의 동시집을 통해 스스럼없이 동시의 문을 두드려 열고 마음껏 동시의 세계를 여행했습니다. 지금까지 170여 편의 동시를 감상하면서 동시의 또 다른 맛과 향을 깊이 톺아보았습니다. 한 편 한 편의 동시가 주는 웅숭깊은 울림은 우리들의 가슴에 두고두고 남아 기억될 것입니다. 끝까지 유종지미 해주셔서 마음깊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동시 향유층이 나날이 늘어나는 데 여러분도 한몫 해주시기를 기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그간 함께해서 행복했고 함께해서 기뻤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냥 가기 아쉬워 아늑한 찻집에 들러 뒷이야기를 나누는 휴님들

 

 

 

 

 

 

 

 

 

 

 

권화빈
사회자 / 권화빈

책은 삶이다”라고 책의 정의를 내리는 시인 겸 독서운동가

 

의상대사
참여자 / 의상대사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책의 가치를 역설하는 휴, 열혈청년

 

우옥영
참여자 / 우옥영

피부 케어를 하며 책 삶도 열심히 케어 하는 휴 운영위원

 

김미경

참여자 / 김미경

휴 살림을 알뜰살뜰 챙기며 아름다운 ‘책삶’을 살아가는 총무

 

우병훈

참여자 / 우병훈

휴의 홍보위원으로 책 읽기를 엄청 즐기는 빼어난 실력의 多讀家

 

 

 

/////  “나는 내가 읽어야 할 책을 바라볼 때보다
내가 읽었던 책을 바라볼 때 더 행복해진다”

- 독서운동가 권화빈

 

 

   《문장웹진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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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에세이]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김용언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열심히 읽고, 그에 관한 잡지를 만들고, 또 가끔은 관련 공모전 심사를 보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가 있다. 한국에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심각하게 척박하다는 점이다. 가장 모순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장르 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다. ‘(그냥) 문학’1)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설들은 굳이 ‘장르 문학’이라고 불린다. SF, 판타지, 미스터리/스릴러, 로맨스, 공포, 무협 등의 꼬리표가 붙고 낱낱이 분류되며 ‘문학은 문학이지만 그냥 문학이라고 부르기보단 그 안의 장르로 명명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장르 문학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그냥 문학이 아니라 ‘비장르 문학’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니면 순문학 역시 일종의 장르임을 인정하면서 모든 작품을 ‘장르 문학’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닐까? 예전 한국 문단에서는 ‘순(純)’이라는 단어가 참여 문학/민중 문학 등의 대립항처럼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참여 문학/민중 문학도 ‘그냥’ 문학에 포함된 것 같다. 아무튼 거칠게 말해서 ‘장르’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과 현실 자체에 집중하는 소설을 ‘그냥’ 문학으로 호명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장르’로 호명되는 특정한 이야기들에는 그 장르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가 있고 또 그 안에서 통용되는 특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 약속된 구조와 규칙을 이용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그냥’ 문학으로 불릴 수 없고 장르 문학으로만 불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장르 문학도 문학임을 인정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그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장르 문학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자꾸 찾아온다. 이를테면 한국 작가의 소설이 해외로 번역되었을 때 현지 리뷰들을 찾아보면, 스릴러/미스터리/공포 등의 명칭을 명확하게 부여하면서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기존 등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추리적 기법을 활용한’ 또는 ‘경계를 넘어선 상상력을 발휘한’ 등의 애매모호한 문구로 시작할 때가 많은데, 해외에서는 자신들에게는 낯선 작가의 번역 작품의 특성을 단번에 설명하기 위해 ‘이것은 스릴러다’ 또는 ‘이것은 공포소설이다’라고 알려준 다음 그 작품의 특성이 어떤 점에서 새롭고 멋진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장르 문학과 장르 아닌 ‘그냥&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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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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