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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제1회)

  • 작성일 2021-07-01
  • 조회수 981

[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제1회)

- 모임 / 2021-06-25, 저녁 7시, 샘터 3층
: 동시, 똑똑!

 

 

사회/원고정리 : 권화빈
참여자 : 의상대사, 우옥영, 김미경, 우병훈

 

 

 

책읽기 모임 ‘영주시 100인 독서클럽 휴(休)’ : 책을 통해 삶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

 

권화빈(사회) :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벌써 올 한해도 절반이 다 돼 가는군요. 그 6월 막바지에 “휴”를 만나 책 이야기를 진행할 사회 권화빈입니다. 오늘은 박덕희 동시인의 동시집 『호랑이는 풀을 안 좋아해』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이 동시집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20년 제3차 문학나눔에 선정된 도서이지요. 다들 잘 읽어보셨나요? 쉬울 듯하지만 생각보다 잘 읽지 않는 책이 동시집일 수 있어요. 어른이 되어 자꾸 닳아져 가는 동심을 생각하니 내가 어쩐지 자꾸 미워지기도 합니다. 이 동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간의 근황을 조금씩 주고받았으면 해요. 아직도 코로나가 끝나지 않아 여전히 불안하시지요.

 

우옥영 : 불안, 초조, 긴장, 된장 간장의 연속! (박장대소)

 

김미경 : 뭐랄까. 내 생활이 박제된 기분입니다. 하루하루가!!! 그래도 이런 독서 모임이라도 있어서 퍽 다행이지요. 큰 위로와 삶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이런 때를 대비해서 이런 모임을 만들어 둔 것 같아요. (웃음) 여기 오면 마음이 엄청 맑아지고 내가 지금 살아서 숨 쉬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요.

 

의상대사 : 미경 님 말씀을 들으니 저도 갑자기 팔팔해집니다. (웃음 진동)

 

우병훈 : 저도 그래요. 그냥 숟가락과 젓가락 하나 얹어놓을게요. 세상 그 어느 모임보다 맘 편한 모임인 것 같아요. 천국이 따로 없어요. (웃음) 참 잘 들어왔다는 생각, 자주 해요. 달콤하게 ~~ ㅎ 한 달에 꼭 책 한 권씩 잊지 않고 읽게 하고 문학답사도 가게 하고. 참 행복합니다.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맘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차 한 잔씩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어느새 내가 말끔히 정화되어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권화빈 : 아이고, 좋은 말씀 다 하셔서 제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요! 저도 여기에 오는 날이면 왠지 아침부터 맘이 설레집니다. 꼭 금모래 반짝이는 강으로 봄 소풍 가는 기분입니다. 그럼 이제 슬슬 동시집 이야기 좀 하기로 해요. 긴장은 푸시고 맘 편히 동시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도록 해요. 이 시집을 다 읽고 마지막 쪽을 덮을 땐 괜히 맘이 애쪼근해지고 한편으론 잔잔한 웃음이 번져나게 하기도 하지요. 갑자기 팝콘 같은 게 떠올라요. 경쾌해진다고나 할까. 뭐 그런 것 같은 게 느껴집니다. 시를 읽는 재미도. 아마 이때가 내가 가장 행복해지는 시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의상대사 : 예. 저도 김밥 챙겨 나들이 가는 것 같아요. 아직도 가슴이 콩닥콩닥 멈추지 않아요.

 

우옥영 : 예. 저는 3일 전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심했어요.

 

권화빈 : 그래요. 지극 정성이십니다. 아마 좋은 이야기 많이 나올 것 분명합니다.

 

우병훈 : 이 동시집을 읽는 순간부터 좀 많이 끌리더라고요.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나. 생각 많이 해봤습니다. 같이 얘기 하다 보면 좀 더 구체화 되겠지요.

 

김미경 : 저도 많이 끌렸어요. 자석 같은 게 있어서 마구 나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어요.

 

권화빈 : 모두 하나같이 좋은 말씀만 족집게로 뽑아오신 것 같아요. 이유도 한 번 탐색해보도록 하겠습니자. 출 ~~ 발!(다함께 박수)

 

우옥영 : 그럼 먼저 시 한 편 읽어볼게요. 22쪽에 있는 ‘말이 돼?’라는 십니다.

 

    고양이 보고 / 한 발 들고 / 전봇대에 쉬하라고 / 한다면?//
    병아리 보고 / 오리 따라 / 연못에서 헤엄치라고 / 한다면? //
    방과 후 / 시소, 그네, 미끄럼틀 / 못 본 척하고 / 학원 버스 타야 한다면? //
    흐릿한 저녁별 보며 / 집으로 돌아오는 내가 /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

 

(일동 박수)

 

김미경 : 아, 정말이네요. 요즘 아이들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놓은 것 같아요. 실감 나게 콕, 집어서 썼어요.

 

의상대사 : 저는 왠지 슬퍼집니다.

 

우병훈 : 애처로 와요.

 

권화빈 : 저도 그렇습니다. 남의 일 같질 않아요. 학교가 갑자기 미워집니다.

 

우옥영 : 에고~~(긴 한숨) 이런 절실한 표현들이 나를 끌어당긴 것 같아요. 너무 가슴이 저려요.

 

권화빈 : 이 한 편의 시를 통해서 교육제도의 모순도 발견할 수 있겠지요?

 

김미경 : 그 시가 자꾸자꾸 내 가슴을 찌르고 들어옵니다. 아이 시절엔 좀 열심히 뛰놀아야 건강하게 잘 자랄 텐데.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려야 하는 우리 교육 풍토와 환경이 엄청 큰 문젭니다.

 

우병훈 : 맞아요. 교육제도를 많이 바꿔 이이들이 맘 놓고 어울려 뛰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의상대사 : 저도 이 시를 읽고 그만 울컥, 했어요. 꼭 이래야 하나! 라고 되뇄습니다. 우선 저부터 반성문을 쓰겠습니다. (웃음)

 

권화빈 : 좀 맘 가라앉히시고 이번엔 좀 다른 시를 살펴볼까요? 좀 펀(fun)한 것! 없나요? 제가 한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함께 읽어봐요. 16쪽입니다. (함께 낭독)

 

      주문을 외웠다

 

    일 분 지각한 벌로
    운동장 풀을 뽑았다

 

    고개 내밀다가
    뽑힌 풀들

 

    선생님 몰래
    화단에 심었다

 

    점심시간
    밥 한 숟갈 거름으로 주고
    물도 한 컵 주었다

 

    무럭무럭 자라서
    교무실 덮어버리고
    교실도 운동장도 교문도 덮어 버려라

- ‘주문을 외웠다’ 전문

 

의상대사 : 우와~ 엄청 재밌네요.

 

김미경 : 아이의 분노 표출을 이렇게 하는군요. 선생님께 대들 수는 없고 대신에 풀 뽑기를 통해 몸속에 숨어있는 적의?를 객관적 상관물인 풀을 가지고 내 마음을 고스란히 내보이는군요. 아주 재치가 넘치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병훈 : 아이들 시에도 객관적 상관물이 있군요. 말 나온 김에 좀 자세히 짚어봤으면.

 

우옥영 : 언어유희는 절대 아닌 것 같아요.

 

권화빈 : 좋아요. 그럼 객관적 상관물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시의 표현 기법으로 시 쓰는 이가 표현하려는 자기 개인의 정서나 감정, 사상을 다른 사물이나 상황에 빗대어 나타낼 때 이를 표현하는 사물과 사건을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적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건을 통해서 객관화하려는 시 창작 기법이지요. 사람의 심리나 정서, 사상을 사물이나 자연물에 의탁해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조금 전 읽어본 동시도 풀이라는 자연물을 통해서 아이의 감정 상태를 표현했다고 보면 됩니다. 이처럼 동시에도 자주 쓰이는 방법입니다. 유명한 ‘황무지'를 쓴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에 의해 사용된 개념으로 오늘날에도 많은 시인들이 자주 써먹고 있지요. 우리 말로 하면 감정이입이라고나 할까요. 우리의 민족시인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서 진달래가 바로 객관적 상관물인 셈. 진달래에 화자의 감정을 집어넣어 심리상태를 표현했습니다.

 

김미경 :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는데 우리나라에서 쓰여진 많은 시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걸 알겠군요. 특히 김소월의 시 산유화도 그렇군요. 우리가 지금 동시집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들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겠네요.

 

의상대사 : 이제 뜻을 명확히 알았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옥영 : 맞아요. ‘호랑이는 풀을 안 좋아해’서도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겠어요.

 

권화빈 : 자, 이제 동시란 말의 개념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동시란 무엇일까요?

 

우병훈 : 아이가 쓴 시!

 

김미경 : 저도 그런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우옥영 : 저도요.

 

의상대사 :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권화빈 : 좋아요. 좀 더 구별해보면 동시란 1) 아이가 쓴 시 2) 어른이 아이를 위해 쓴 시로 볼 수 있겠어요. 우리가 지금 이야기 하는 박덕희 동시인이 쓴 시집이 2)에 해당하고 전에 읽었던 밀양 상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쓴 시 모음집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에 실린 시들이 1)에 해당하겠습니다. 그러나 밀양초등생이 쓴 시 모음집은 ‘어린이시’란 말을 써서 ‘동시’와 구분하고 싶어요. 이 말은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님이 강조하신 용어지요. 아이들이 어른 흉내만 내려고 하는 데서 좀 분리해 놓으려고 쓴 말이지요.

 

김미경 : 아, 그렇네요. 듣고 보니.

 

우옥영 : 어린이시란 말이 좀 더 아이들 세계에 어울리는 말인 것 같아요.

 

의상대사 : 이제부턴 동시와 어린이시란 말로 구분해요!

 

우병훈 : 저도 공감합니다. 좋아요.

 

(일동 박수)

 

권화빈 : 아이들에게 동시를 쓰라면 힘들어하지만 어린이시를 쓰자고 하면 좀 쉽게 생각하지요. 실제 아이가 보고, 듣고, 겪은 일을 가지고 쓸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기교만 부리는 손끝에서 나온 시는 죽은 시라고 보면 됩니다. 아무 감동도 주지 못해요.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용어를 써서 시 쓰기 수업이 좀 더 쉽게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부터는 방향을 좀 바꾸어 각자가 뽑은 시 한 편씩 소개하고 느낌을 나누며 ‘시맛’을 볼까 해요. 누가 먼저?

 

‘영주시 100인 독서클럽 휴(休)’ 회원들

 

의상대사 : 많이 궁금해집니다

 

김미경 : 좀 더 실감 나겠어요.

 

우병훈 : 실제 감상으로 이어져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권화빈 : 그럼 의상대사 님부터 소개해주세요.

 

의상대사 : 저는 39쪽입니다. ‘안동댁’ (낭독)

 

    안동에서 태어나
    스무살에 시집 와
    오십 년 넘게
    춘천에 사는 할머니

 

    안동보다
    더 오래 춘천에 살아도
    안동댁으로 불리는
    할머니

 

    안동댁으로 춘천에서
    오래 살면 좋겠다

    - ‘안동댁’ 전문

 

김미경 : 한 번 불려진 이름은 정말 고치기 힘들어요. 별나라 가서도 그렇게 불려지겠어요.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납니다. 옛날 할머니 모습이 떠올라요.

 

의상대사 : 저도 할머니 생각이 나서 소개했습니다. 읽고 나면 맘이 왠지 편안해져 옵니다.

 

우옥영 : 안동보다 / 더 오래 춘천에 살아도 / 안동댁으로 불리는 / 할머니저는 이 구절이 강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병훈 : 사람은 고유의 색깔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정체성은 인간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권화빈 : 모두 멋진 생각을 하십니다. 나름대로 다 보는 시각이 확실합니다. 다음엔 김미경 님께서 소개해주시죠.

 

김미경 : 저는 ‘만유인력’을 선정했습니다. (낭독)

 

      만유인력

 

    키 크고 싶어
    열심히 먹고
    틈만 나면 키를 잰다

 

    잴 때마다 그대로인 키

 

    스테이크 피자 햄버거 스파게티
    초콜릿 케이크 콜라
    포테이토 쿠키 스트레스

 

    몸무게만 늘리는 외국어

- ‘만유인력’ 전문

 

김미경 : 정말 이 시는 그대로 내게 다가왔어요. 요즘 초등학생을 왕창 떠올리게 해요. 제게 감정이입이 된 시입니다. 요즘 아이들 입맛을 알게도 했습니다.

 

우병훈 : 전 무척 걱정됩니다. 우리 토종 음식들이 홀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워요. 화도 납니다. 우리 음식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우옥영 : 우리 음식 중에 떡볶이가 있는데 요즘 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져 옵니다. 우리 전통 음식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의상대사 :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봐요. 아이들 입맛도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그쪽으로만 기울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토속음식도 사랑받는 음식으로 많이 알려 아이들이 접할 기회를 얻었음 합니다. 토속음식 전시회 같은 행사도 가끔 했으면 합니다.

 

권화빈 :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음은 우병훈 님 차례입니다.

 

우병훈 : 저는 ‘덕분에’를 읽겠습니다. 69쪽입니다. ( 낭독 )

 

      덕분에

 

    손녀 덕분에
    잘 먹었네!

 

    엄마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잘 먹었어요!

 

    우리 집 밥상에서
    돌고 도는
    말

 

    덕분에

- ‘덕분에’ 전문

 

권화빈 : 세상이 다 이런 맘으로 생각하며 산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남에게 늘 고맙다고 말을 하면서 살아요. 잘 안 되지만 (일동 웃음)

 

의상대사 :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하고 사는 넉넉한 마음씨를 가졌으면! 틈만 나면 속이려고 하는 세상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옥영 : 그래요. 가끔씩 세상이 너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막을 건너려면 오아시스가 있어야 하듯이 우리들 삶도 남을 먼저 배려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김미경 : 맞아요. 정말 덕분에라는 말 중요해요. 역지사지하는 맘으로 서로를 대했으면 해요.

 

권화빈 : 그래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주인공 소년처럼 받기만 해서는 안 되겠지요. 덕분에란 말은 결국 내가 먼저 남을 생각하고 남을 먼저 위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말하고 깨우쳐주는 것 같습니다. 동시지만 깊이 있는 주제라고 봅니다. 다음 마지막 차례군요. 잘 선정했겠지요.

 

우옥영 : 저는 동시에 대한 시를 하나 골랐어요. 77쪽에 있는 ‘전국 동시 세일’입니다. 읽어보겠습니다.

 

      전국 동시 세일

 

    대형 전자제품 매장에
    걸린 현수막

 

    ‘전국 동시 세일’

 

    전국에서 모여든 동시들 사이
    동시 세 편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한 번도 팔아본 적 없는 내 동시는
    몇 퍼센트 세일하면 될까?

 

    동시에 세일하면
    동시에 팔릴 수 있을까

- ‘전국 동시 세일’ 전문

 

김미경 : 아주 재밌는 시입니다. 동음이의어를 잘 구사해서 깊은 의미를 건져 올렸습니다. 동시인의 탄탄한 언어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예가 되겠어요. 상상력이 무척 풍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상대사 : 언어 구사력이 대단해요. 상투적인 듯하면서 그렇지 않아요. 동시에 대한 가치를 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우병훈 : 현대인의 물질 추구에 대한 비판을 읽었습니다. 삶의 가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은연중에 깨우치게 하고요. 무릎을 탁, 치게 하는군요.

 


“휴” 모임 이야기 책 『호랑이는 풀을 안 좋아해』


 

권화빈 :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한 분 한 분 돌아가면서 (질러가지 마시고 ㅎ) 한마디씩 하고 그만 끝내도록 해야겠어요. 간식도 먹어야 할 것 같고 녹차라떼 생각도 나고. 요약 발언 듣겠습니다!

 

의상대사 :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동안 동시를 잊다시피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늘 내 손 가까이 두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내 닳아버린 동심도 이 동시집을 통해 다시 회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감사드려요.

 

우옥영 : 이 동시집 제목이 아주 정감있게 다가왔습니다. 친근하면서도 따뜻한 이웃사촌 같은 마음을 맛보았습니다. 시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이고 그 가치를 좀 더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꼭꼭 챙겨 잊지 않을래요.

 

김미경 : 동시 맛을 제대로 봤습니다. 호랑이가 오늘 밤 내 방문을 열고 찾아올 듯해요! 시어 한 구절 한 구절이 잘 작용하여 시의 감칠맛을 느끼게 했습니다. 동시로도 충분히 세상을 읽을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우병훈 : 동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대로 된 동시 맛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어 한 자 한 자가 주는 묘미를 아주 소중한 재산으로 내 삶의 목록에 추가시켰습니다. 갑자기 동시가 친구가 되어 내 굳게 닫힌 방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권화빈 : ‘동시, 똑똑’이라는 주제로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말 그대로 동시의 門을 똑똑 두드려 열고 신비한 동시의 세계를 양껏 여행했습니다. 이 시집에 실린 62편의 동시를 감상하면서 시의 또 다른 맛을 마음 깊이 음미했습니다. 주제, 시어를 다루는 솜씨, 절도 있는 리듬감, 이미지의 풍부함은 이 시집의 미덕이라 하겠어요. ‘용기 팝니다’, ‘콩나물’, ‘언니 교복’, ‘황금비율’, ‘차라리’ 등 미처 다루지는 못했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동시들입니다. 이제 마무리하고 다음 시간을 기약하며 이만 여기서 문을 닫겠습니다. 모두 모두 함께해서 고맙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권화빈
사회자 / 권화빈

책은 삶이다”라고 책의 정의를 내리는 시인 겸 독서운동가

 

의상대사
참여자 / 의상대사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책의 가치를 역설하는 휴, 열혈청년

 

우옥영
참여자 / 우옥영

피부 케어를 하며 책 삶도 열심히 케어 하는 휴 운영위원

 

김미경

참여자 / 김미경

휴 살림을 알뜰살뜰 챙기며 아름다운 ‘책삶’을 살아가는 총무

 

우병훈

참여자 / 우병훈

휴의 홍보위원으로 책 읽기를 엄청 즐기는 빼어난 실력의 多讀家

 

 

 

/////   “ 책 읽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 독서운동가 권화빈

 

 

   《문장웹진 202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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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

[에세이]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 제이크 레빈 소개 거의 12년 동안 나는 한국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지난해부터 강의하는 교사의 내면적 생활과 관련된 일기와 같은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외국인 교수로서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교수의 삶은 익숙하지 않다고 믿는다. 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다른 교수의 마음도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민족을 만나는 것 같이 나는 죽을 때까지 방랑자처럼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 학교에서는 현실에 경험한 것이 꿈꾸는 것 같고 꿈꾸는 것이 더 현실처럼 느껴지듯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가끔은 사라진다. 이 산문은 시나 소설이 아니고 현실의 기록도 아닌 교사로서의 삶의 내면적 반응이다. 교사는 인간이다. 가끔 사회가 인문대 교사의 인간중심주의를 억압한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의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계산하지만 인문학과 시의 영향력은 계산될 수 없는 가치다. 인간중심주의 가치를 점점 찾기 힘든 사회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문화를 배워야 한다. 이 모순적인 긴장의 환경에 존재해야 한다. 학교의 목적은 타인의 인간성을 인정하는 것에 있다. 이 산문은 한 인간의 존재하는 기록이다.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이라는 제목은 완전한 이해가 불가한 타인의 인간성을 발견하는 것에서 왔다. 이 기록은 내 개인적 경험과 전해 들은 동료 교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영어로 작성한 문장을 나의 소중한 학생 김혜인이 나와 함께 번역하였다. 지우개 머리 어떤 날 나는 대답하기 위해 여기 있고, 어떤 날 나는 오직 듣기 위해 여기 있다. “질문 있어?” 많은 학생들이 질문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예술을 배웠다.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질문자가 자신의 질문에 답변하는 동안 사용감 있는 지우개처럼 커피를 홀짝이며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 보라. 학생들의 목소리는 배경소리가 되어 가다가, 불현듯 보이스 오버. 지우개는 부러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얼룩을 견딜 수 있을까? 숭고한 느낌 지난 몇 주간, 를 듣는 학생들은 책상 아래 숨어 있었다. “교수님, 저희는 불확실성에 머물고 있어요.” 그들은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 불확실성에 머문 뒤, 한 학생이 책상 아래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저는 숭고한 느낌을 얻었어요.” 그들이 말한다.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압도당해 죽음이 무섭고 두려워요.” “이제 제 핸드폰 돌려주시겠어요?” 정적. 학생이 나를 응시한다. 정적. 나는 천천히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학생을 응시한다. 흰 두루미 “주말 잘 보냈니?&r

  • 관리자
  • 2024-07-01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에세이]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김용언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열심히 읽고, 그에 관한 잡지를 만들고, 또 가끔은 관련 공모전 심사를 보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가 있다. 한국에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심각하게 척박하다는 점이다. 가장 모순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장르 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다. ‘(그냥) 문학’1)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설들은 굳이 ‘장르 문학’이라고 불린다. SF, 판타지, 미스터리/스릴러, 로맨스, 공포, 무협 등의 꼬리표가 붙고 낱낱이 분류되며 ‘문학은 문학이지만 그냥 문학이라고 부르기보단 그 안의 장르로 명명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장르 문학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그냥 문학이 아니라 ‘비장르 문학’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니면 순문학 역시 일종의 장르임을 인정하면서 모든 작품을 ‘장르 문학’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닐까? 예전 한국 문단에서는 ‘순(純)’이라는 단어가 참여 문학/민중 문학 등의 대립항처럼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참여 문학/민중 문학도 ‘그냥’ 문학에 포함된 것 같다. 아무튼 거칠게 말해서 ‘장르’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과 현실 자체에 집중하는 소설을 ‘그냥’ 문학으로 호명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장르’로 호명되는 특정한 이야기들에는 그 장르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가 있고 또 그 안에서 통용되는 특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 약속된 구조와 규칙을 이용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그냥’ 문학으로 불릴 수 없고 장르 문학으로만 불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장르 문학도 문학임을 인정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그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장르 문학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자꾸 찾아온다. 이를테면 한국 작가의 소설이 해외로 번역되었을 때 현지 리뷰들을 찾아보면, 스릴러/미스터리/공포 등의 명칭을 명확하게 부여하면서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기존 등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추리적 기법을 활용한’ 또는 ‘경계를 넘어선 상상력을 발휘한’ 등의 애매모호한 문구로 시작할 때가 많은데, 해외에서는 자신들에게는 낯선 작가의 번역 작품의 특성을 단번에 설명하기 위해 ‘이것은 스릴러다’ 또는 ‘이것은 공포소설이다’라고 알려준 다음 그 작품의 특성이 어떤 점에서 새롭고 멋진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장르 문학과 장르 아닌 ‘그냥&r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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