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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러브앤프리(제2회)

  • 작성일 2020-11-01
  • 조회수 923

[책방곡곡]

 

 

 

광주광역시 러브앤프리(제2회)

이름을 기억할 것, 그리고 ‘낙관’할 것.

– 한정현, 『소녀 연예인 이보나』, 민음사, 2020 –

 

 

사회/원고정리 : 윤샛별(러브앤프리 책방지기)
참여 : 강성희, 구희진, 윤송일, 최미나

 

 

 

 

 

    책을 읽는 방식도, 해석도 다른 이들이 모였다. 각자의 취향도 삶의 경험도 다른 이들이다. ‘흑백사진에 색을 입히고, 오래된 이야기에 주석을 달고, 사라진 이름들을 부르며, 다시 쓰는 사랑의 역사’를 다루는 한정현 작가의 단편소설 「소녀 연예인 이보나」로 두 번째 만남이었다. 한국의 근현대사, 여성, 퀴어, 국가, 젠더…… 로 다루어지는 등장인물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나의 삶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각자의 이야기로 나누고 더해졌던 시간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사회자 : 한 달 만에 만났네요. 지난번 읽은 『더 셜리 클럽』으로 우리 모임의 이름도 생겼죠. ‘오후 세시 클럽’이요. (웃음) 오늘도 오후 3시에 함께하는데요. 두 번째 책이에요. 여러 단편소설이 묶여져 있는데 제목과는 다르게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네요. 다들 어떠셨나요?

 

구희진 : 저는 정말 아무 정보 없이 읽었거든요. 제목만 보고 ‘아이돌 나오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문화사가 펼쳐질 줄은 상상을 못해서 정말 흥미롭게 읽었어요. ‘작가의 말’을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하잖아요. 저는 제가 사는 시대의 역사만 복잡하고 사건·사고가 많다고 생각했지,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에 이렇게나 많은 일, 또 퀴어가 그 당시에 있었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 세대가 살아온 역사를 지금 우리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책이라고 할까요.

 

강성희 : 저는 한국의 근현대사가 남성 위주로, 그리고 승자를 위한 역사로 쓰여 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소녀 연예인 이보나』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에 의해 다시 쓰인 근현대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회자 : 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시네요. (일동 웃음)

 

최미나 : 한 사람의 삶 안에 1920년대부터 시작한 역사가 다 들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적인 관점에서 과거의 역사와 지금 현재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윤송일 : 저는 퀴어 코드로 알고 읽었는데 이 책은 페미니즘에 더 집중해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페미니즘의 여성 범주에 따라 이 책의 다양한 여성의 형상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희진 : 소설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잡지 등이 그 시대에 실제 있었더라고요. 관련 자요와 이미지를 찾아보며 읽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맨 뒤에 나오는 부록 ‘소설을 쓰며 참고한 것들’까지 샅샅이 살펴본 처음인 것 같아요. 대체 어떤 자료들을 보고 이런 방대한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사회자 :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읽는 각자의 독서법이 있는 것 같아요. 인물 가계도를 준비해 오신 분도 있고, 단편별로 내용을 정리해서 출력해 오신 분도 있고, 참고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고요. 또, 정리를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읽으신 분도 있고요. (웃음)

 

윤송일 : 가계도를 그릴 수밖에 없는 책이었어요. (웃음) 그래서 좋았고요.

 

강성희 : "붓꽃의 뿌리는 서로 단단히 얽혀서 한 송이만 꺾는 건 어려워서요."(38page) 라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한국의 근현대사는 얽히고설키고 복잡하잖아요. 하나만 끄집어내서 치유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 부분을 붓꽃에 비유한 게 아닌가 싶어요. 한국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잖아요. 사람들이 한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그렇게 누군가의 얽힌 한을 책으로 쓴 것 같아요.

 

구희진 : 첫 번째 단편 「괴수 아키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네요. 엄마 아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 1970-80년대에 그 당시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어머니라거나 평생 과묵한 아버지 같은 전형적인 이미지요. 그런데 「괴수 아키코」 속 어머니는 달랐어요. 주부, 어머니일 뿐 아니라 노동자이자 한 사람의 시민이면서, 너무 파격적이어서 ‘괴물’처럼 보이던 사람들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팬이잖아요.

 

강성희 : 맞아요. 저도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하면서 김추자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와요. 시위나 운동권을 떠올리면 근현대사의 암울함을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김추자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유쾌하게 다가왔어요.

 

강성희 : 얼마 전에 저희 엄마도 80년대 후반에 시위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당시에 버스에 끌려가서 도로에 두 명씩 짝지어 가지고 멀리멀리 내려 주고 그랬다고 해요. 책에서 본 내용을 엄마가 겪었다고 해서 놀랐어요.

 

구희진 : 여성들의 시위나 노동운동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있었죠. “여자들이 이런 걸?!”, “여자들이 앞장서서 시위를 주도해?” 그런 인식 때문에 역사 속에 묻힌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어요. 책 안에서 말이죠. 이름도 모습도 보이지 않은 채 늘 주변인으로 취급받던 사람들이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니까요.

 

윤송일 : 5·18민주화운동 때 여성들도 참여했는데 〈택시운전사〉(2017), 〈화려한 휴가〉(2007) 등 5월을 다루는 영화나 영상을 보면 대부분 남자의 모습만 있잖아요. 그것도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구희진 :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을 보면 ‘제중원’이 나와요. 제가 알기로 제중원이 지금 ‘광주기독병원’의 옛날 이름이거든요. 5·18 당시 기독병원 간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외에도 일반인 여성들이 나가서 주먹밥을 나르고, 역사적 현장의 뒤에서 보살핌을 제공한 많은 여성들이 있었지만 그분들은 다뤄지지 않았죠.

 

사회자 : 그렇죠. 실제로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도 있었고요.

 

강성희 : 보통 민주화운동이나 시민운동은 남성이 주도가 되고 여자들은 집안일을 하는 이미지로 그려지는데 이 소설에선 어머니가 운동을 하고 아버지가 뒷바라지를 하는 내용이에요.

 

사회자 : 「오늘의 일기예보」에서 '한서는 한 사람을 사랑해 보았으니까 그래서 모두를 위한 혁명도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112page) 라고 해요. 모두를 위한 혁명까지 말할 수 있는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뭘까요? 어떤 사랑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어요.

 

구희진 : 어떤 것보다 강한 것이 사랑인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은 싫고, 이런 건 안 된다고 나름의 기준을 세우기도 하는데요, 누군가가 좋아져 버리면 사실 이런 게 다 소용없잖아요. ‘절대 안 돼!’ 했던 것들이 다 ‘오케이!’로 바뀌게 되는 거죠

 

윤송일 :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에 사랑은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구절이 나와요. 이 책도 시대 배경이 굉장히 소란스러운데 그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의 지지자가 되어주는 모습이 많아서 그 구절이 생각났어요.

 

최미나 : 시대를 이겨내는 힘이네요. 세상을 살아가게 해주는 사람. 그리고 사랑이요.

 

윤송일 : 그렇게 생각하면 사랑은 혁명과도 연결이 되지 않을까요? 혁명은 기존의 시스템에 대항하는 거니까.

 

구희진 : 내 앞에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혁명에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인 것 같아요. 내가 서 있는 현실이 너무 힘들고 세상이 나를 계속 차별하고 숨기려 해도 결국 그다음을 상상하고 일어서서 걸어가는 사람들.

 

구희진 : 「오늘의 일기예보」에 나오는 한 문장이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 ‘스크류바’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하게 생겨서요. 이상하게 생겨서 좋아요.”(99page) 라고 하잖아요. 누군가는 마구 욕하는 이상한 사람들과, 그 이상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상한 책이에요.

 

사회자 : '오스칼…… 이세요?'(99page) 이 말도 예전에 읽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1) 만화책을 떠올리게 해요.

 

윤송일 : 〈지구방위대 후뢰시맨〉2)도 나왔죠. 〈마징가 Z〉3)도 등장하잖아요.

 

구희진 : 우리가 어렸을 때 그저 재미있게 봤던 〈마징가 Z〉를 지금 보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잖아요.

 

사회자 : 지금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것들을 10년, 20년 뒤에 보면 꽤 많이 불편할 수 있겠죠?

 

최미나 : 최근 유튜브에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4)을 다시 본 적이 있어요. 정말 좋아했던 시트콤이에요. 어떤 장면에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말을 잘 안 들었던 남학생 젖꼭지 주변을 양손으로 집는 장면이 나와요. 배경에 웃음소리가 깔리고요. 방영된 지 10년 조금 더 됐는데 놀라웠어요. 그 당시는 전혀 생각 없이 웃기기만 한 장면이었는데요. 지금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강성희 : ‘하이킥’ 시리즈를 보면 남자 방에는 책상이 있는데 여자들은 화장대에서 공부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것도 충격적이었어요.

 

사회자 : 저는 영화 〈연애의 목적〉(2005)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당시에는 꽤 흥행한 영화였잖아요. 몇 년 뒤에 보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작품이 부지기수잖아요. 그것만 가지고도 이야기할 게 많죠. 지금 우리가 보는 대중매체들이 5~10년 후에는 불편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희진 :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지요. 어떤 면에서는 변화가 있다는 거잖아요. 나도 변화가 있는 거고요.

 

(맞아요. 끄덕끄덕)

 

최미나 : 잔나비의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어떤 노래를 들었는데요. 현실에 순응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것을 담고 있어요.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에서 어렸을 때부터 만나 이제 어른이 된 여자친구 넷의 대화를 읽고 있으면 그 노래가 생각이 나요. ‘어른이 되어 가는 어떤 무거운 짐, 결국 나도 아버지의 모습처럼 살아가겠지.’ 라는 그런 구절이요.

 

사회자 :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요? 어떤 무게감일 수도 있고, 책임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 이제는 어른이 된 내가 해결해 나가야 되는 그런 거요.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죠.

 

강성희 : 저는 어른이 된다는 건 두근거림이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인생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다 먹어 봤고, 다 해봤고. 이러니까 무료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좀 우울했는데, 딱 서른이 되고 책을 읽다가 채식을 알게 돼서 ‘고기를 줄여 보자’ 결심하면서 두근거림이 생겼어요. 뿌듯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식물을 키우면서 되게 두근거리는 거예요.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두근거림을 찾으려고 새로운 걸 자꾸 해보려고 해요.

 

 

“그래도 그땐 그들도 되고 싶어 하던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이라면 절대 상상하지 않았을, 되고 싶은 게 있던 시절.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 건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상상력이었다.”(231page)

 

구희진 :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저는 이 부분이 좋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사라지는 건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상상력이었다." 지금까지했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할 때 두근거림이 생기는 거 같아요. 제 경우에는 그게 종교였어요. 교회에 ‘절대’ 가지 않겠다던 제가 모태신앙인 사람을 사랑하면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거예요. 충격적인 것은 제가 그 안에서 너무 편안하고 즐거운 거예요. 그 덕분에 저는 제 자신에 대한 상상력을 갖데 됐어요. 지금껏 내가 ‘절대로’ 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 거죠. 그 안에 ‘진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최미나 :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게 더 많아지고, 전에 봤던 것들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강성희 : 어른이 돼서 제일 씁쓸한 게 아기들이 과자 먹을 때 너무 행복해할 때 부러운 거예요. 저거 얼마나 맛있을까? 그러면서 아이들이 뭘 할 때 즐거워하는 게 너무 부러운 거예요. 나도 저때 저거 되게 좋아했는데 막 이러면서. 두근거림이 없어지니까.

 

사회자 : 저는 꼬깔콘 먹을 때 너무 즐거운데요? 기본 맛을 먹을까? 구운 맛을 먹을까? 어떤 맥주에 같이 먹을까? (일동 웃음)

 

최미나 : 「우리의 소원은 과학소년」에 등장하는 수성이라는 인물이 친구인 안나에게 자기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마무리에 하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낙관하자.’ (일동 끄덕끄덕) 이 표현이 씁쓸한데 좋았어요. “묻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낙관하자 우리.”(266page) 수성이 어떤 위치에 있었을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에 대해서 자신을 그렇게 보는 것이죠. 저에게 ‘낙관하자’는 말은 시대 상황을 순응하지만 내 삶에서 우정이든 무엇이든 간에 지켜낼 것은 지켜내면서 그렇게 격려하자. 이런 의미가 내포된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임팩트가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 아이는 경준의 아이였지만 그런 경준을 사랑하는 사람은 안나였기 때문에, 수성에게도 안나는 가족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안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수성은 안나의 얼굴을 쓸어 주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의 이름을 지어 줄게. 그리고 기억할게, 그러니까 우리는, ‘낙관하자’.(275page)

 

윤송일 : '이름을 기억할 것, 그리고 낙관할 것.' 시대를 훑어보면서 지금 현재의 사람들에게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상황이 여전히 이렇지만 낙관하자. 이게 메시지인 거 같아요.

 

최미나 : ‘낙관하자’는 말이 뭔가 씁쓸함과 자조적인 느낌이 있는 반면에 뭔가 약간의 희망과 우리의 연대를 잊지 말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는 거 같아요.

 

사회자 :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인 거 같아요. 안나라는 인물과 경준, 수성은 일제강점기에 겪을 수 있는 아픔을 다 겪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낙관하자’라고 하는 게 강렬하게 와 닿았어요.

 

구희진 : 「관광하는 마음」의 ‘모던 걸’하고도 닿는 거 같아요. ‘모던 걸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 그러므로 관광하는 모든 곳을 어디든지 갈수 있다.’라고 나오는데요. 자기 스스로 원하는 모습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자기 선택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만이 이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자 : 맞아요. 앞으로 이들의 미래는 모르죠. 부디 낙관할 수 있는 삶이 찾아오기를 바라요.

 

강성희 : 해피엔딩으로 남겨 두는 걸로. (웃음)

 

사회자 : 오늘 한 권의 책으로 꽤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한 권의 책 안에서 여러 권의 깊이 있는 책을 읽은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고요. 중간 중간 한정현 작가님 모시고 이야기 듣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웃음)

 

최미나 : 경계에 대한 생각들이 저에게 의미를 주는데요. 젠더, 국가, 이름, 이런 모호함을 주는 것들을 한 번 깨뜨려 봐라, 그런 작가의 메시지가 좋았어요. 그렇지만 의도치 않게 정보가 들어오니까 과부하가 걸리더라고요.

 

강성희 : 정말 전두엽을 많이 썼어요.

 

최미나 : 인간의 뇌가 확장되는 전성기는 50~60대라고 합니다. 지금 뇌의 기능이 늘어나고 있어요. ing

 

사회자 : 그러네요. 오십대 얼마 안 남았는데 말이죠. 우리의 뇌를 움직이게 하는 『소녀 연예인 이보나』로 많은 이야기 나눴습니다.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이고,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윤샛별

사회·원고정리 / 윤샛별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바람을 담은 서점의 책방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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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 / 강성희

책에서 문장을 수집하는 디자이너이며 여성독서모임 ‘도그이어’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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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웹진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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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에세이]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김용언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열심히 읽고, 그에 관한 잡지를 만들고, 또 가끔은 관련 공모전 심사를 보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가 있다. 한국에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심각하게 척박하다는 점이다. 가장 모순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장르 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다. ‘(그냥) 문학’1)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설들은 굳이 ‘장르 문학’이라고 불린다. SF, 판타지, 미스터리/스릴러, 로맨스, 공포, 무협 등의 꼬리표가 붙고 낱낱이 분류되며 ‘문학은 문학이지만 그냥 문학이라고 부르기보단 그 안의 장르로 명명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장르 문학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그냥 문학이 아니라 ‘비장르 문학’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니면 순문학 역시 일종의 장르임을 인정하면서 모든 작품을 ‘장르 문학’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닐까? 예전 한국 문단에서는 ‘순(純)’이라는 단어가 참여 문학/민중 문학 등의 대립항처럼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참여 문학/민중 문학도 ‘그냥’ 문학에 포함된 것 같다. 아무튼 거칠게 말해서 ‘장르’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과 현실 자체에 집중하는 소설을 ‘그냥’ 문학으로 호명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장르’로 호명되는 특정한 이야기들에는 그 장르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가 있고 또 그 안에서 통용되는 특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 약속된 구조와 규칙을 이용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그냥’ 문학으로 불릴 수 없고 장르 문학으로만 불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장르 문학도 문학임을 인정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그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장르 문학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자꾸 찾아온다. 이를테면 한국 작가의 소설이 해외로 번역되었을 때 현지 리뷰들을 찾아보면, 스릴러/미스터리/공포 등의 명칭을 명확하게 부여하면서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기존 등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추리적 기법을 활용한’ 또는 ‘경계를 넘어선 상상력을 발휘한’ 등의 애매모호한 문구로 시작할 때가 많은데, 해외에서는 자신들에게는 낯선 작가의 번역 작품의 특성을 단번에 설명하기 위해 ‘이것은 스릴러다’ 또는 ‘이것은 공포소설이다’라고 알려준 다음 그 작품의 특성이 어떤 점에서 새롭고 멋진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장르 문학과 장르 아닌 ‘그냥&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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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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