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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손목서가 3편 – 어른이 되어 어린이책을 읽다

  • 작성일 2019-06-01
  • 조회수 1,697

[독자모임-책방곡곡]

 

 

책방곡곡 부산 영도 손목서가 3편
― 어른이 되어 어린이책을 읽다

 

 

사회/정리 : 유진목
참여 : 서은주, 오경옥, 최진경, 황선화

 

 

 

    동시집을 읽는데 낮에 본 신문기사가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2019년 최저 원고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시 한 편의 최저 원고료는 25,000원이며 시는 67,586원이었다. 동화와 단편소설은 원고지 매당 8,000원에서 8,679원이라 적혀 있었다. 시의 경우 1편을 지면에 싣고 25,000원 혹은 67,586원을 받을 수 있다면 시인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한 달에 몇 편의 시를 적어도 몇 개의 지면에 발표해야 하는지 대충 셈이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그럴 만한 지면도 따라서 매달 보장되는 원고료도 없다. 지금 상황에서 시인은 직업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시인은 직업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나는 직업란에 '시인'이라고 적는다. 그러면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다른 일을 한다. 수년간 영화 현장에 나가 스태프 일을 하며 월급을 받았고, 영화 일을 쉴 때는 카페에서 시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출판사에서 원고를 받아 책을 편집하고 편집료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틈틈이 시를 써서 약속한 날짜에 원고를 보내왔다. (물론 마감일을 지키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런데 3만 원이나 5만 원의 원고료가 제때 들어온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여러 달 입금이 되지 않은 원고료보다 더 난처한 것은 바로 금액이었다. 30만 원이나 50만 원쯤 되는 돈이라면 확인하고 독촉하는 일이 그나마 나았을 텐데 3만 원이나 5만 원을 받으려고 여러 번 확인하고 재차 독촉하는 일은 정말이지 속이 상했다. 나는 3만 원이나 5만 원을 받지 못해도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원고료에 대해 제대로 통지하지 않는 문예지나 터무니없이 적은 원고료를 제시하는 문예지의 청탁은 받지 않았다. 시 3편과 산문 1편을 송고하려면 나는 여러 날을 그 일에 매달려야 하는데 그런 다음에 5만 원을 받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경험상 원고료가 적을수록 지급 날짜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면 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3만 원이나 5만 원을 받으려고 여러 번 확인하고 재차 독촉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니 청탁을 거절하는 일이 늘어난다. 결국 지면이 나에게서 사라지는 셈이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좀 더 가치 있게 사용하고 싶은데. 만드는 일만 중요하고 나 몰라라 하는 그런 지면에 글을 싣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나는 서점에서 버는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작가들에게 25,000원이나 50,000원의 원고료를 주고 (혹은 주지 않고)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와 씨름하는 일로부터 멀어지면서 글을 쓰는 일은 다시 즐거운 일이 되었다. 그러니까 노동자로서 작가를 직업으로 삼고 싶었던 나는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끝내 3만 원이나 5만 원의 원고료를 받지 못한 시인들은 얼마나 될까. 시인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작가들은 정말이지 끈질기다. 누구는 낮에 일을 하고 누구는 밤에 일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쓴다. 3만 원이나 5만 원을 받지 못해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쓴다.

 

 

유진목 : 이번에 황선화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김창완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을 읽다가 최저 원고료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어요. 생각한다고 해서 당장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인데 그래서 더욱 귀하게 여겨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동시를 쓰고 그걸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요. 그리고 기왕에 서점을 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책을 많이 팔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작가들이 사라지지 않는 일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최저 원고료 때문에 하게 됐어요. 오늘 함께 차차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지난 두 번의 모임에서 읽었던 책들과 이번에 추천해 주신 책들이 저에게는 큰 차이를 가지고 다가왔거든요.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어요.

 

최진경 : 맞아요. 지난번 모임까지 우리가 읽었던 어린이책들과는 또 다르죠.

 

유진목 : 첫 모임에서 읽었던 <평화란 어떤 걸까?>와 <너> 같은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 모두 생각해 볼 문제를 던져 주고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책을 처음 접하는 저 같은 어른에게 어떻게 보면 매우 순조롭게 책과 하나가 되고 가까워질 수 있는 성격의 책들이었던 것 같아요.

 

최진경 : 그러다 보니 우리가 첫 모임 때 어린이책이 지닌 시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유진목 : 저는 그래서 제가 어린이책을 보면서 금방 어린이가 되어서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착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추천해 주신 책들을 읽으면서 그게 완전히 깨졌어요. 아, 아니었구나. <으악, 도깨비다!>와 <폭포의 여왕> 그리고 <바바빠빠>는 읽으면서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어른'이라는 이물감을 선명하게 느끼게 되더라구요.

 

서은주 : <폭포의 여왕>은 저희 집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그림이 어둡다고 안 보더라구요.

 

유진목 : 아, 무채색이라서 아이들한테 그렇게 느껴졌나 봐요.

 

서은주 : 그런데다가 "글자도 많아!" 하면서 덮어버리더라구요.

 

유진목 : 저는 처음에 <폭포의 여왕>을 읽는데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나무로 통을 만들어서 그 안에 베개를 채우고 안에 들어가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떨어지는 이야기로 제가 도무지 들어가지 못하는 거죠. 너무 터무니없게 생각되는 거예요. 그런데 뒤에 작가의 말을 보고 더 깜짝 놀랐죠. 실화라니······.

 

오경옥 :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들을 많이 썼거든요. <쥬만지>도 그렇고 <폴라 익스프레스>도 그렇고 마술 같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보여줬는데, 그러다 보니 <폭포의 여왕>을 보면서 오히려 사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게 신기했어요. 이 이야기가 작가에게 큰 울림을 주고 그림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현실을 못 따라올 때가 많아요.

 

유진목 : 말씀하시는 걸 듣고 보니 조금씩 이야기 속으로 저도 들어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이야기가 우리 현실을 못 따라올 때가 많죠. 그런데 1901년에 나이아가라 폭포 타기에 성공해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이 여성의 이야기를 못 따라가는 나 자신에 대해서 우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마음도 복잡해지고요. 이 책을 읽고 나서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거예요. 나무통 속에 베개를 채우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걸 계속 상상하게 되고 감각적으로 너무 답답한 거죠. 그리고 결말에서 애니가 기자에게 하는 이야기도 계속 곱씹어 보게 되는데, 여러 번 다시 읽고 생각해 보고 하면서 그 의미가 다가왔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좀 어렵지는 않을까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최진경 : 어쩌면 아이들은 글자보다 그림을 먼저 보기 때문에 훨씬 쉽게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림책은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더 쉽게 전달을 받으니까요.

 

오경옥 : 저한테도 이 그림들이 표정 하나 하나가 살아 있고 굉장히 실감이 났거든요. 그래서 서은주 선생님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무섭게 느꼈을 수도 있어요. 그림이 사실적이라서요.

 

유진목 : 마지막에 "나는 '그 일을 한 사람이 바로 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요."라는 애니의 이야기는 2019년에도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즉각적으로 보여주고 반응하고 남들이 하는 것을 하고 곧장 잊어버리니까요. 그런 와중에 애니의 말이 심중에 파고들려면 여러 장벽을 뚫고 들어가야겠죠. 우리는 '그 일을 한 사람이 바로 나다'라고 혼자서 생각하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두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으니까요.

 

최진경 : <폴라 익스프레스>도 마무리가 되게 씁쓸하거든요. 환상적인 세계가 끝이 나면서 어른이 되었다는 결말이었죠. 크리스 반 알스버그라는 작가의 특징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경옥 : 저도 이 이야기는 작가가 어떤 의도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나.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일들이 새삼 빈 깡통 같다는 생각도 들고. 때로는 이제 나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 새로운 일은 못 하겠구나 싶고. 그렇다고 아주 잘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모든 생각을 이 책의 이야기가 함께하고 있는 거예요. 애니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돈 걱정을 할 때 나도 마찬가지거든요. 돈이라는 건 없으면 너무 불편하잖아요. 내 미래에 대한 두려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이 풍요롭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나, 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고. 이런 생각들을 요새 많이 하던 차에 <폭포의 여왕>에서 애니가 하는 생각들과 고민들이 확 와 닿았어요. 그리고 작가의 말에 보면 애니가 나이아가라 폭포 타기를 성공한 최초의 여성이고 그 후로도 여성은 없었다고 하잖아요. 애니를 따라서 여러 사람이 도전해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요.

 

유진목 : 저는 진짜 이게 실화여서 너무 깜짝 놀랐거든요. 1901년의 도전이라는 것은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저라면 실제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면 생각했던 것도 쏙 들어갈 것 같은데 말예요. 자신이 상상한 나무통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저한테는 너무 무모하고 기이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이 이야기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였다면 오히려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모험심과 용기를 주려고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구나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실화란 말이죠. 저한테는 이 이야기가 가짜가 아니고 진짜라는 게 불편했어요. 요즘 같은 세상은 나이아가라 폭포에 나무통 만들어서 떨어진다고 하면 잡혀가지 않을까 싶어요. 우스개처럼 들리겠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거예요. 이제는 내가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걸 실제로 실행할 수 있나 싶은 거죠. 그런데 이 작가는 이걸 저처럼 생각하지 않고 애니의 용기와 상상력, 결단력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도전에 매료되었던 거잖아요. 그렇다면 아이들은 애니의 이 모험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엄청나게 궁금해지더라고요.

 

최진경 : 유 작가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이 나무통이 자궁 같다고요. 인생에서 우리가 앞으로 무슨 일을 겪을지도 모르고 툭 태어나잖아요. 태어난 것 자체가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진목 : 애니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할머니인데, 폭포 타기에 성공하고 20년을 더 살았단 말이죠. 저는 저한테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나 평소에 많이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20년일까, 30년일까, 하고요. 지금까지 해온 것들 망치지 않고 잘 유지하면서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편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편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앞으로의 시간에 전혀 다른 무언가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 보자고 생각할 때 아예 상상조차 못하는 거 아닐까 싶으면서 좀 두려웠어요. 이제 상상하는 능력 대신에 안전한 것만 생각할 수 있게 돼버린 건 아닐까 하고요. 게다가 되게 신기한 게 이 엄청난 모험을 생각해 낸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는 거예요. 세상에 전해져 오는 관습 같은 것을 충실하게 전하고 가르치다가 굉장히 무모한 걸 하죠.

 

오경옥 :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교사이긴 했지만 또 여행을 다니면서 살던 사람이라서 버릴 것과 지닐 것을 평소에도 결단력 있게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아 둔 돈이 없었던 거고······ 살아온 삶 자체가 자존감이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행할 수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진경 : 그리고 애니가 이 도전을 하고도 20년을 더 살았다는 이야기에 주목을 하게 되거든요.

 

오경옥 : 그러네요. 실패를 겪고 그 후로 20년을 더 살았네요.

 

최진경 : 어쨌든 생각한 것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봤잖아요. 이보다 더한 실패와 좌절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했을 것 같아요.

 

오경옥 : 최진경 선생님은 만약에 어떤 일을 실패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진경 : 좋아하는 거라면 실패할 거라도 할 거예요. 실패가 주는 교훈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먼저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알아야 실패도 할 수 있다는 거죠.

 

 

오경옥 : 애니의 실패를 보면 그 실패를 겪는 지난하고 느린 과정이 있잖아요. 김창완 씨가 쓴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책머리에'도 그런 의미에서 많이 와 닿았어요. "나는 말이 느리게 나온다 / 말하는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 말이 나오는 길이 너무 멀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많은 일들이 금방 이뤄진 건 없는 것 같아요. 하나 하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고, 우리 인생도 실패도 먼 길을 간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되더라고요.

 

황선화 : 예전에 김창완 씨가 쓴 동시를 신문에서 몇 번 보고서 동시집이 나오길 내심 기대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책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어요. 읽으면서 참 재밌고 행복했어요.

 

유진목 : 저는 '용서'라는 시가 너무 좋더라고요. "엄마 / 나 학교 가다 / 길고양이도 용서하고 / 신호등도 용서하고 / 큰 트럭도 용서했다 / 자전거 타고 가는 누나도 용서하고 / 날아가는 새도 용서했는데 / 그때 구름도 용서했어요"

 

최진경 : 그러다 마지막 구절이 재밌게 끝나잖아요. ""너 용서가 뭔지 아니?" / 용서가 한번 봐주는 거 아니에요?"

 

서은주 : 저는 '욕'이라는 시 보면서 참 내 얘기 같다 생각했어요. "막 욕하고 싶을 때가 있다 / 그래도 욕하면 안 되니까 못 한다 / 근데 왜 욕하면 안 돼 하고 물어보면 / 할 말이 없다 / 그래서 욕을 막 하려고 하면 / 욕이 안 나온다 / 욕은 원래부터 속으로만 하는 건가 보다" 매일 아이들하고 씨름하다 보면 가끔씩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올 때가 있거든요. 근데 정말 입 밖으로 안 나오고 안에서 쌓이기만 하더라고요.

 

최진경 : 저도 예전에는 입 밖으로 절대로 안 나왔는데 요즘은 아이들도 크고 하니까 몇 가지 욕은 농담하듯이 하면서 풀어버려요.

 

유진목 : 어떻게요?

 

최진경 : "왜 지랄이세요."라든가······.

 

유진목 : 좋은 방법 같네요.

 

최진경 : 애들이 크니까 농담처럼 주고받을 수 있게 돼서 그런데 어릴 때는 그게 안 되죠.

 

서은주 : 맞아요. 저는 그런 상황이 닥치면 대꾸를 안 해요. 입이 다물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하고 이것저것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서 하고 있어요.

 

유진목 : 어떤 것들을 같이하세요?

 

서은주 : 요새는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어요.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저도 읽고 아이들도 읽고요.

 

유진목 :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서은주 : 근데 이게 아이들이 스마트폰이 없어서 가능한 것도 같아요. 아마 아이들한테 스마트폰이 있으면 아침에 같이 책 읽다가 학교에 가는 건 못 하지 싶어요.

 

오경옥 : 애들한테 스마트폰이 없는 것은 너무 좋네요.

 

유진목 : 요새는 어른이든 아이든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죠. 제가 대학에 막 들어갔을 때 과제를 수업시간에 제출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해서 게시판에 올리는 수업이 생겼거든요. 이메일이라는 것도 생소할 때였는데 수업의 일환으로 이메일 계정이 없는 사람은 다 만들어 와야 했어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지 않아서 컴퓨터실에서 과제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 컴퓨터실 문 닫으면 피시방에 가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만약 학교에서 이런저런 공지를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하면 아이들이 전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될 텐데 지금은 어떤가요?

 

서은주 : 스마트폰이 없으면 집에서 컴퓨터로 접속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불편하긴 해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완전히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아이들한테 안 해줬거든요. 근데 얼마 못 가지 싶어요. 지금 없는 동안에라도 아침에 같이 책 보는 시간을 좀 이어가 보려고요. 같이 책을 보고 있으면 나중에 서로 읽은 책 얘기도 할 수 있고 해서 저는 좋더라고요.

 

유진목 : 그러면 이번에 추천해 주신 <으악, 도깨비다!>도 아이들과 함께 읽으신 거예요?

 

서은주 : 맞아요. 아침에 책 읽는 시간에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몇 번이나 재밌다고 반복해서 읽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책이기에 이렇게 재밌게 읽나 하고 저도 보게 됐어요.

 

유진목 :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으악, 도깨비다!>를 읽을 때 제가 어른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방해물이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들어가지 못하는 거예요.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눈과 마음이 된다고 생각했던 제가 정말 오만했던 거죠. 이 '어른'이라는 방해물을 넘어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려면 실제로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읽을 때 어떤 반응, 어떤 마음인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임이 엄청 기다려지기도 했어요. 물어보고 듣고 싶어서요.

 

서은주 : 이 장승들이 밤이 되면 움직이고 그러다 사고치고 하는 게 재밌나 보더라고요. 보면서 깔깔깔 웃고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유진목 : 뒤에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로 들어가는 문이 살짝 열리는 기분이기도 했어요. 작가님 두 분이 어느 여름날 여행을 하시다가······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도 실화네요! 초가집 문틈으로 퉁눈이, 뻐덩니, 주먹코, 키다리를 만나잖아요? 제 생각에 포카리스웨트 캔이 떨어져 있는 것도 작가님들이 실제로 보신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열심히 그림책을 넘기며 포카리스웨트 캔이 떨어져 있는 페이지를 찾았다. 그럴 때면 다 같이 아이들이 된 것 같아서 금방 즐거운 마음이 되곤 한다. 시대가 변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나오면서 종이책은 없어질 거라는 섣부른 전망이 나오곤 했지만 나는 그때도 지금도 동의하지 않는다. 전자책은 전자책대로 종이책은 종이책대로 제 역할을 하며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나는 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보는 것이 좋고, 종이에 인쇄된 문장에 밑줄을 긋는 것이 좋다. 요즘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는 햇볕이 내리쬐는 바깥에 앉아 책을 읽는 일이 나에게는 가장 좋은 일이다. 최진경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바바빠빠>를 읽으면서 내가 있고 싶은 곳은 어딜까, 내가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 생각했다. 만약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 떠올랐다면 어땠을까? 그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까? 나는 모두가 가려는 곳 말고 자신이 있고 싶은 곳을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서 갈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어른들이 그러지 못했더라도 아이들은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다른 시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른들도. 지치지 말고. 안주하지 말고. 상상력과 용기를 가지고. 살아온 삶과 더불어 살고 싶은 삶에 대해 꿈꿀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부터.

 

 

 

 

 

 

 

 

 

 

 

 

 

 

 

유진목

사회, 원고정리 및 구성 / 유진목

시인. 서점 손목서가 주인. 책을 쓰고 책을 모으고 책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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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 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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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 황선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혹은 어른이 되지 못한 나를 살피고 다독이며 그림책과 함께 바다 곁에 살고 있습니다.

 

 

   《문장웹진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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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8-01
아홉수는 레벨업

[에세이] 아홉수는 레벨업 이나리 1. 한동안 웹소설을 많이 읽었다. 웹소설은 이천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인소’(인터넷소설)와 달리 핸드폰으로 보기 때문에 서사의 호흡이 색다르다. 일명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으로 불리는 특정 서사 조건이 강하게 작용한다. 물론 ‘회빙환’이 최근에 유행하는 웹소설의 고유한 특징은 아니다. 가령 ‘환생’은 불교와 힌두교의 종교적 교리에서 나온 윤회전생의 개념으로 이미 친숙한 서사적 요소다. ‘회귀’는 또 어떤가. 오래된 영화 중에 (1993)이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필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하루를 겪는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자살이라는 선택까지 시도하지만 반복되는 시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필이 반복된 하루 안에 갇혀서 깨달은 것은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해지는 것. 그제야 필은 회귀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누릴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필에게 회귀는 일종의 저주와 같다. 회귀에 관한 이러한 관점은 이 영화뿐만이 아니다. 영화 (2004), (2017), (2018) 등은 타임루프물로 불리며, 반복되는 시간을 주인공이 겪는 형벌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웹소설에서 등장하는 회귀는 이와 다르다. 주인공이 겪는 ‘루프’는 형벌이라기보다는 인생의 기회이고 다른 선택지다. 말하자면, 이미 오답 노트를 모두 작성한 주인공에게 문제 풀 기회를 다시 준 셈이다. 주인공에게는 이미 모범답안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삶을 더 행복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안전이 보장된다. 큰 맥락을 보자면 ‘빙의’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읽었던 책 속으로 들어가 해당 등장인물에 빙의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안전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의 독자로서 나는 이 ‘안전한 불확실함’에 빠져들었다.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흥미진진하게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회빙환’의 요소들로 인해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안전장치를 믿었다. ‘안전한 불확실함’이라는 이 모순적인 요구를 충실히 지켜주는 서사라니. 서사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확실하게 안전하기를 바라는 모순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내 현실이 팍팍할수록 그들의 안전한 모험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2. 미래를 안다는 것. 그건 인간사에서 항상 선망하는 능력이 아닐까. 누구나 미래를 알고자 한다. 알지 못한 상태로 미래를 기다리는 현재는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고통스럽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그중 하나는 선지자, 웹소설 방식으로 말하자면 예지자를 찾는다. 하늘이 내린 신통한 능력을 발휘해서 미래를 예지해 주는 존재를

  • 관리자
  • 2024-08-01
괴담의 시작과 끝

[에세이] 괴담의 시작과 끝 현찬양 나는 중학교 졸업식에서 귀신을 본 적이 있다. 운동장에서 사백여 명에 달하는 아이들과 그 두 배쯤 되는 부모들이 조회를 하듯이 서서 식순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지루해서 우리 반 교실 창문을 보고 있었는데 뭔가 희끄무레한 것이 보였다. 처음엔 얼룩인 줄 알았는데 점차 뚜렷해지면서 교실 창문 너머로 얼굴 같은 것으로 변했다. 얼굴 모양의 흰 얼룩인지 흰 얼룩 모양의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 반 누가 아직 나오지 않았나, 싶었지만 얼굴이 너무 하얘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눈은 움푹 들어가서 보이지 않고 얼굴의 윤곽은 뚜렷한데 몸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교복을 입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키를 보면 우리 또래인가 싶기도 한데······. 그런데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 맞아? 나는 옆에 애를 손으로 쿡 찔러서 “저거 보이냐?”라고 물었다. 아니라고 하면 약간 충격을 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 애 눈에도 그것이 보였다. “으아 저게 뭐야.” 그 소리에 주변이 일순 소란해졌다.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 그것을 보았다. “뭐야, 저게.” “누구 안 내려왔나 보네.” 같은 소리들로 시끄러워지자 단상 옆에 있던 담임선생님이 다가왔다. 대체 무슨 일이냐고. 아이들이 창문을 가리키자 담임은 우리 반 애들의 숫자를 세보고는 실장(우리 학교에선 반장을 그렇게 불렀다)더러 올라가 보라고 했다. 실장이 올라가서 귀신이 비치는 창문 너머에서 손을 엑스자로 그었다.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는 뜻이었다. 실장은 다시 내려왔지만 여전히 귀신은 그곳에 있었다. 하얀 얼굴로 졸업하는 아이들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제야 선생은 제법 당황했는지 실장에게 유리창을 닦아 보라고 했다. “애들이 창문 너머로 분필 지우개를 터니까 그게 묻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그러니까 창문을 닦으면 돼.” 그 말은 꽤 그럴싸하게 들렸다. 실장은 걸레를 가지고 가서 창문을 닦았다. 그래도 사람 얼굴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처음엔 술렁였지만 졸업식이 진행되자 점차 귀신에게서 눈길을 돌렸다. 햇빛이 반사된 것일 거라는 둥, 잘 닦이지 않는 얼룩일 거라는 둥, 하는 소리도 들렸다. 합리적인 듯 보이는 가설들이 몇 가지 나왔으나 식이 진행되고 있었으니 무엇도 검증할 수는 없었다. 선생님과 친한 몇몇 아이들이 “우리 교실에서 사람 자살한 적 있어요?” 하고 직설적으로 물어 보았지만 물론 선생님들은 대답하지 않았는데 아니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찡그린 얼굴로 자기들끼리 소곤거렸을 뿐이다. 학생회장이 연설하고 동창회장이 연설하고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학년 부장 선생님까지 한마디씩 하고 나자 몇 명이 표창장을 받았다. 꽃다발을 수여하면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그러는 동안

  • 관리자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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