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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워터

  • 작성일 2022-04-01
  • 조회수 2,707

[단편소설]



오픈워터



정지향





강수희는 불현듯 그 저녁을 떠올리곤 했다. 잠수를 마친 직후에는 더 자주 그랬다. 볕이 내리쬐는 선상에 누워 몸을 말릴 때, 슈트를 허리까지 내리고 비키니 차림으로 담배를 물 때, 공기탱크와 부력 재킷, 호흡기를 서로 분리하거나 샤워기 아래 서서 소금기가 서걱거리는 겨드랑이를 꼼꼼히 씻어낼 때.
그들이 함께 주말을 보내곤 하던 안지훈의 오피스텔은 강수희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선연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탁기, 싱크대가 일렬로 늘어선 좁은 복도가 있고 이어 한 평이나 될까 싶은 거실에 푸른색 소파가 놓여 있다. 강수희는 주로 복층 매트리스 위에 머무르고, 안지훈은 자주 노트북을 끌어안은 채 소파에 기대어 있다. 그날 저녁 안지훈은 문득 강수희 쪽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며 묻는다.
이참에 다이빙 자격증을 따보면 어때?
12월에 접어든 어느 금요일이고, 아직 팬데믹이 세상을 덮치기 전이다. 방의 한 면을 다 메운 커다란 창으로 마포의 팔차선대로가 내려다보인다. 길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가 꼬마전구를 두르고 있다. 강수희는 소설책을 든 채로 다이빙? 하고 되물으며 몸을 반 바퀴 훌렁 뒤척인다.


보름 뒤에 그들은 두 번의 비행과 한 번의 항해를 거처 말레이반도 남부에 위치한 그 섬에 도착했다. 된소리가 많은 섬의 이름은 여러 번 입안에서 굴려 보아도 좀체 익숙해지지 않았다. 근처에 유명한 휴양지가 여럿이었는데, 어째서 그곳만 개발의 물결을 피해 갔는지 도착해 보니 쉬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잖아도 크지 않은 섬은 한쪽이 가파르게 솟은 모양새였다. 완만한 쪽의 해안도 바위가 많고 모래가 거칠었다.
선착장 앞으로 리조트의 이름이 새겨진 전동카트가 나란히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수희와 안지훈은 배에서 인사를 나눴던 젊은 호주인들과 같은 리조트 카트에 올라탔다. 선상에서부터 내내 달뜬 얼굴로 맥주를 들고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대던 호주 남자들은 벌써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주근깨가 돋아난 앞가슴이며 등을 볕에 내놓은 채였다. 올해 열아홉의 대학 신입생들로, 다이빙 자격증으로 학점 일부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는 그들이 섬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전통적인 어촌마을로 남아 있던 섬에 우연히 흘러든 1세대 다이버들이 잘 보존된 산호와 해양생물에 매료되어 자리를 잡은 것이 십여 년 전쯤이라고 했다.
강수희는 카트 바깥으로 상체를 기댄 채 해변의 숍들을 바라보았다. 가히 ‘잠수부의 섬’이라 불릴 만했다. 눈이 닿는 곳마다 다이빙 일러스트가 그려진 간판이 보였고, 쇼윈도 앞으로 잠수용품과 수영복을 파는 가게가 여럿이었다. 그녀가 입은 짧은 반바지 아래로 높은 기온에 달아오른 좌석의 인조가죽이 자꾸만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배에서부터 멀미를 하던 안지훈은 비포장도로에 카트가 흔들릴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강수희가 안지훈의 무릎에 가만히 손을 올려놓았다.


*



이 년 남짓 이어진 연애 기간 그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여행을 했다. 초등 교사인 강수희에게는 방학이 있었고, 안지훈이 다니는 외국계 기업은 휴가에 너그러웠다. 그 연말에도 미국 본사가 긴 크리스마스 연휴에 들어가면서 안지훈은 일찌감치 종무식을 했다. 그들은 지난 경험으로 먹고 마시는 휴양 여행은 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아무 생각 말고 쉬고 오자고 서로 다짐해 두어도 호텔 침대에 스민 아침볕에 몸이 먼저 달싹였다. 파인다이닝과 오일마사지로 느슨하게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오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뒷맛이 썼다. 휴식에 대한 죄책감, 누군가는 그것이 끝없는 성취를 주입받은 한국인에게 새겨진 형벌이라 했다.
그래서였을까, 강수희는 쉽게 다이빙 여행에 찬성했다. 다이빙이란 그녀에게 서핑이나 실내 암벽등반처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 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어릴 적 오래 수영을 배웠기에 물에서 하는 일이라면 우선 호감이 가기도 했다. 남국의 바다와 맥주, 헤엄을 엮어 상상하니 나쁠 것 없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그들은 곧 항공권을 끊었고 강수희는 시간을 들여 활동적이면서도 지나치게 수수하지 않은 수영복과 원피스를 골랐다.
돌이켜보면 서른을 넘긴 후론 많은 선택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원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더 확실한 대안이 없기에 선택하는 것들. 삶은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흘러갔고, 신중한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아프게 받아들였다. 강수희는 망설이며 비워 두는 것보다는 무심하게 손에 닿은 것들을 채워 넣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안지훈과 헤어진 뒤 그녀는 종종 그 겨울 그들이 다른 여행을 떠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곤 했다.


*



리조트에 도착할 무렵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성글게 모여선 한 무리의 경찰이었다. 상앗빛 리조트 담벼락 아래 검은 유니폼이 도드라졌다. 전동카트가 멈춰 서자 리조트 안에서 분주히 명찰을 단 벨 데스크 직원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단출한 강수희와 안지훈의 짐을 먼저 받아 들고, 뒤이어 도착한 호주 남자들의 카트에서 거대한 다이빙 장비 가방이며 사람 하나쯤 너끈히 들어갈 법한 거대한 캐리어들을 내렸다. 저편의 경찰들과 이편의 여행자들은 계속해서 서로를 흘끔거렸다. 직원들은 그 사이에서 맑게 미소를 띠고 선 채 말없이 손님들을 재촉했다.
리조트는 아담하고 단정했다. 중정을 향해 디귿자로 선 리조트는 그리 높지 않았고, 방마다 달린 테라스에는 테이블과 선베드가 놓여 있었다. 대체로 평범한 외관의 현대식 호텔이었으나, 금빛으로 칠한 화려한 곡선의 지붕만은 남국의 전통 사원을 떠올리게 했다. 섬 안에서는 가장 고급스러운 축에 들었지만, 휴양을 목적으로 한 다른 동남아 리조트에 견주자면 한없이 소박했다. 안내에 따라 로비 소파에 자리를 잡자 옅게 라즈베리 향이 풍기는 차가운 차와 손수건이 나왔다. 안지훈이 힙색 안쪽에 고이 넣어 두었던 둘의 여권을 내밀고 체크인을 시작했다. 벽이 없는 필로티 구조의 로비 깊숙한 곳까지 햇빛이 스몄다. 흰 인조 대리석 위로 빛 그림자가 일렁였다.
강수희는 체크인 안내사항을 건성으로 들으며 울창하게 나무가 우거진 뒷정원을 흘끔거렸다. 그쪽에서 간헐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비에는 느긋한 재즈풍으로 편곡된 캐럴이 맴돌고 있었고, 그 아래로 잔잔하고 불길하게 몇 개의 성조가 뒤섞여 흘러들었다. 한쪽 목소리가 높아지려 치면 다른 쪽에서 저지하는 듯 이내 다시 낮아졌다. 강수희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가에서 로비를 둘러보고 있던 컨시어지가 미소를 지으며 길을 터주었다.
정원은 말끔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잎이 거대한 관엽식물 사이로 열대의 꽃이 징그러우리만치 높은 채도의 붉은빛으로 빛났다. 그 안쪽으로 정원에 안긴 듯 자그마한 수영장이 있었다. 목소리는 수영장을 따라 선 파라솔 아래서 들려왔다. 강수희가 고개를 살짝 숙이자 경찰관 한 명과 직원, 중년의 관광객 여성이 둘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강수희는 동북아시아인 특유의 눈썰미로 그 관광객들이 중국에서 왔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때 안지훈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한결 여유로워진 얼굴로 강수희의 손을 잡아끌며 룸 업그레이드 소식을 전했다.
연말 선물이래. 내가 너를 피앙세라고 불러서 해준 것 같아.
안지훈이 웃었다. 강수희는 남자친구의 입에서 나온 낯선 단어를 곱씹으며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방은 그들이 예약한 것보다 훨씬 넉넉했다. 킹사이즈 침대가 놓인 침실과 거실이 미닫이문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건식 욕실 역시 일반 룸의 배로 넓었다. 베이지 톤의 벽과 가구들 위로 코끼리나 홍학 따위가 그려진 이국적인 소품들이 곳곳에 놓였다. 직원은 두 사람의 짐을 놓아 주고 뒤돌아갔다. 안지훈이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강수희는 한국에서부터 비행기 시트며 온갖 사물에 문질러졌을 안지훈의 옷이 흰 시트 위에 닿는 것을 보고 몰래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자신의 캐리어를 완전히 펼쳐 옷장 근처에 올려 두었다.
지훈, 아까 경찰은 뭐였지? 중국 사람들 몇이랑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 무슨 문제가 있나 봐.
그러게. 뭐였지.
안지훈의 목소리는 심상했다. 돌아보니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힌 카드와 휴대폰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여기도 중국 애들이 들어왔구나. 웬만한 관광객들은 안 오는 데라고 그러던데.
안지훈이 덧붙였다.
강수희는 테라스로 다가갔다. 문을 열자 더운 바람이 얼굴 위로 훅 끼쳤다. 그곳에서 정원과 수영장 귀퉁이가 내려다보였다. 잠수 훈련을 겸하는 수영장은 일반적인 호텔의 그것보다 훨씬 깊었다. 수영장 안쪽의 벽면에는 4m까지의 수심이 촘촘히 기록되어 있었다. 인공적인 짙은 푸른빛 페인트로 칠해진 탓에 육안으로는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쨍한 오후였고, 수면은 느리게 일렁였다.


*



강수희와 안지훈은 데이팅 앱에서 만났다. 강수희는 대학 시절 만나 임용 준비를 함께했던 남자친구와 이별한 후 한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다. 흔한 이야기였다. 강수희가 먼저 눈을 낮춰 경기도 교원으로 합격했고, 끝내 서울에서 선생이 되기를 희망하던 남자친구는 수험생으로 남으면서 흐지부지된 관계였다. 남자는 두 해 뒤 남부의 한 시 교육청에서 발령을 받았다. 언젠가 임용 지원 미달이 난 것으로 뉴스에 크게 보도된 적 있던 도시였다. 강수희가 적극적으로 소개팅 자리를 찾아 나선 것은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웨딩 사진으로 도배된 때와 같은 시기였다. 강수희는 결코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동기들은 믿어 주지 않았다. 남자가 발령 직후 작정한 듯 소개팅을 다녔다느니, 약혼 상대가 그 지역에 몇 채인가 건물을 가진 유지 집안의 초등 교사라느니 묻지도 않은 소식 역시 퍼날랐다.
강수희는 선배들과 동기들을 통해 몇 차례 소개팅을 받았다. 그러나 곧 소개팅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선자들은 여자 쪽에는 전신사진과 셀카를 몇 장이나 요청하고서도 남자의 것으로는 흐릿한 증명사진 한 장을 덜렁 보내오곤 했다. 남자들은 요즘 같은 때 꿈의 직장 아닌가요, 미리 맞추고 온 듯 똑같은 말로 강수희의 직업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밤이 깊어 가고 와인이 한두 잔 들어가면 그녀의 집안사정이며 경제적 상황을 캐보려는 의도를 별로 숨기려 들지 않았다. 강수희는 낯선 이의 무례에 못내 치받는 속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에 당신과 결혼 따위를 하려는 마음이 없어, 그런 생각이 곧잘 얼굴에 드러났다. 소개팅 남자에게서 혹시 페미니스트는 아니죠? 하는 질문을 받은 어느 밤, 강수희는 위험을 무릅쓰고 앱에 가입했다.
강수희와 안지훈은 정석적으로 세 번째 만남을 가진 날 연인이 되었다. 강수희는 그때까지도 그가 직장이나 신상을 속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채 거두지 못했으나, 안지훈이 지속적이고 센스 있는 방식으로 ― 지갑을 구경시켜 준다며 명함을 비롯한 것들을 꺼내 놓거나, 메신저 앱이 띄워진 휴대폰을 그대로 두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식이었다. ― 강수희의 불안을 잠재웠다. 이후 한동안은 주로 육체를 탐닉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들은 각기 경기도 1기 신도시의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했고, 졸업한 대학교의 입결도 차이가 없었으며, 부모님의 노후대비 사정까지도 엇비슷했다. 걱정할 일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그들은 교제 기간이 일 년이 다 되도록 서로가 이 관계에 진실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싸웠다. 데이팅 앱이 가지는 사회적 통념에 기반한 불가피한 싸움이었다. 양쪽 모두 좋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기 위해 앱에 가입했고, 그 결과 성공적으로 연애의 기반을 다져 왔으나, 발정 난 싸구려들이나 앱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마음 한편에서 몰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몇 개월간 지긋지긋하게 이어져 온 싸움은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지극히 소모적인 것이었으나, 그런 것이 또 연애의 본질이 아니겠느냐고, 강수희는 이제 와선 쉽게 납득했다. 그런다고 해서 서로를 정말로 소유하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더 긴 시절을 함께 보낸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텐데. 당시의 강수희는 잠을 설쳐 가며 안타까움에 속이 뜨겁게 녹아내리곤 했다.


*



첫날 오후 내내 그들은 호텔 한편에 마련된 세미나룸에서 이론 공부를 했다. 섬에 단 한 명뿐이라는 한국인 강사가 수업을 도우러 왔다. 다이빙은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는 운동이기에 여행자들은 가능한 모국어를 쓰는 강사에게 기초 수업을 들었다. 다이빙 숍마다 강사의 출신국의 국기가 걸려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섬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센터에 출장 강의를 나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국인들을 위한 숍을 차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대 후반의, 온몸의 피부가 잘 그은 깡마르고 작은 남자였다.
남자는 교제와 연습문제가 담긴 프린트를 나눠주었다. 내일 아침에 이론 시험을 보고 실기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고 했다. 이론 교재의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잠수에 사용되는 장비의 이름과 역할을 익히고, 물의 깊이에 따라 부력을 계산하는 식을 외워 활용하고, 다이빙 매너에 대한 기본기를 습득했다. 안전과 관련된 장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유추할 수 있었다. 강수희는 차가운 책상에 엎드려 연습문제를 풀면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일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생각했다. 안지훈도 강사가 가져다준 초콜릿을 까먹으며 가볍게 펜을 움직였다. 오래된 벽걸이 에어컨에서 이따금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넓은 방에 울려 퍼졌다. 평화롭고도 낯선 순간이었다. 강수희는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로 한 결정에 스스로 만족했다.
강사가 준비해 온 몇 개의 다이빙 영상까지 보고 나서 호텔을 나선 시간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리조트를 가로질러 난 산책로를 따라 가로등이 불을 밝혔고, 탁한 보랏빛 노을이 이국적인 지붕 위에도, 멀리 내다보이는 수평선 위로도 내려앉았다. 강사는 뒤돌아가는 강수희와 안지훈에게 내일 훈련을 위해 과음하지 말 것을 권했다. 정말 물에 들어가는 거예요! 그가 소리쳤다. 성실한 사람이네, 그러네. 둘은 번갈아 말하며 웃었다. 강사는 종종걸음으로 오토바이 주차장을 향해 달려갔다. 깡마른 다리 위로 스포츠 반바지가 펄럭였다. 샌들을 신은 강수희의 발에 자꾸만 모기가 달려들었다. 안지훈과 강수희는 늘어선 야자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호주 남자들을 만난 것은 로비를 빠져나가던 무렵이었다. 그들은 좁은 로비에 놓인 소파며 의자를 모두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몇이 둘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좋은 저녁, 안지훈의 인사에 한구석에 서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붉은 머리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수영장에서 중국인이 죽었대.
남자는 연극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치뜬 눈은 공포에 질린 듯했는데, 동시에 입가에는 흥미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낮에 경찰 봤지. 호텔에서 그걸 비밀로 하려고 한 거야.
그가 다시 말했다. 안지훈과 강수희는 서로 마주 보았다. 카운터 뒤에 서 있던 컨시어지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그에 따르면 그날 새벽 중국인 남자가 다이빙 풀에 들어갔고 사고가 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동이 터올 무렵이었고, 호텔에는 24시간 내내 안전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남자가 중급 다이버였기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훈련을 위해서 근처의 리조트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두었다고, 그녀는 사정하듯 말했다. 자리에 앉아서 귀를 기울이던 호주 남자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얹었다.
비밀로 하려고 했던 거잖아.
우리가 알아내지 못했다면 저 수영장에서 잠수 훈련을 했을 거야.
컨시어지는 눈썹 양끝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 용서를 구하듯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카운터에서는 직원들이 전화기를 든 채 누군가와 현지어로 긴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호주 남자들은 결국 예약해 둔 택시가 도착하자 짐을 모두 싣고 호텔을 떠났다. 안지훈은 강수희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다.
강수희는 테라스를 떠올렸다. 리조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바로 방의 테라스와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처럼 보였던 푸른 수영장은 더 이상 이전처럼 보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강수희는 오늘이나 내일 밤 그곳에 앉아서 안지훈과 맥주를 한 잔 마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꽤 분위기가 날 것 같았다. 어쩌면 좀 더 깊은 얘기들을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던 차였다. 그다음에는 이미 늘어놓은 짐을 생각했다. 그녀가 가지고 온 옷들은 호텔의 옷장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 다시 호텔 앱을 켜서 방을 예약하고 이동하는 과정까지 생각하자 마음이 먼저 지쳤다. 그녀는 안지훈을 보았다. 눈 아래 와잠이 피로에 도톰하게 부풀어 있었다.
어차피 다른 수영장을 쓸 수 있다면 뭐, 하고 강수희가 말했다. 안지훈의 얼굴에 안도가 스쳤다. 기다렸다는 듯 어쨌든 이 섬에 여기만 한 데는 없어, 하고 덧붙였다. 로비를 나서면서 강수희는 방을 업그레이드해 준 것은 지훈이 자신을 피앙세라고 불러서가 아니었다고 거듭 생각했다.
그들은 해변의 식당으로 들어섰다. 낮 동안 조용하던 식당은 저녁이 되자 바닷가에 드문드문 테이블을 깔고 초를 켜 손님을 받고 있었다. 강수희와 안지훈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해변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막상 푸르고 어둡게 물들어 가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앉자 분위기가 났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다른 식당들도 마찬가지로 바다 쪽으로 테이블을 내어놓고 영업하고 있어서, 언뜻 바닷가 전체가 여유롭고 호사스러운 파티처럼 보이기도 했다. 강수희는 생선살 파스타를, 안지훈은 피자를 시켰고 맥주도 한 병씩 주문했다. 갈색 맥주병은 재빨리 미지근해져서는 식사 내내 주변의 습기를 그러모아 식탁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먼저 포크를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던 강수희는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의 한 동네가 여행지로 개발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에 대해서였다. 여행자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돈이 돌기 시작하면 금세 근처 도시에서 부호들이 소문을 들었다. 거기 딸린 식구들, 그러니까 건설 노동자와 몸을 파는 여자들이 몰려든 뒤에 원주민들은 빠르게 집을 잃었다. 안지훈은 파스타에 딸려 나온 샐러드를 뒤적이면서 이따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강수희가 마주한 방향에서 동네 아이들 몇이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을 한참 기어 다니다가 몸을 일으키곤 했다. 그때마다 흰 모래가 묻은 마른 다리가 드러났다. 메뉴를 들고 호객행위를 하던 종업원들이 아이들을 발견하고 큰 소리를 내면 아이들은 해안 쪽으로 달려 나갔다가 이내 되돌아왔다. 개중 몇이 근처로 왔을 때에야 강수희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막대기처럼 생긴 자석을 들고 모래를 훑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떨어뜨린 동전이며 작은 귀걸이 따위가 모래 속에서 딸려 나왔다. 여덟 살쯤 되었을까, 대장 격으로 보이는 꼬마가 가슴 앞쪽으로 힙색을 메고 있었고, 아이들은 무언가를 발견하면 곧장 그에게로 달려갔다.
강수희는 상황이 어색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여행자들이 들고 오는 돈은, 그게 아무리 푼돈이라고 해도, 원주민들의 경제 규모랑은 전혀 무관한 것이라서 사람들은 순식간에 밀려나. 자기들이 나고 자라온 동네에서 갑자기 난민이 되는 거야. 비닐을 덮은 천장이라도 몸을 뉠 수 있다면 다행인 거지.
아이들은 어느새 그들 바로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안지훈이 뒤를 돌아보았다. 강수희가 티 나지 않게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강수희와 안지훈 사이에서 촛불이 빛나고 있었다. 유리 홀더 속의 촛불은 바닷바람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떨기는 했으나 꺼지지는 않았다. 안지훈이 그것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강수희는 수치심을 느꼈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소리가 갑자기 크게 느껴졌다. 입가에 다정한 미소를 머금은 안지훈이 고개를 들고 강수희를 바라보았다. 강수희는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안지훈의 그 미소를 보게 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수희의 예민한 기질을 이해한다는 듯한, 그럼에도 애써 피곤을 숨기지 않은 얼굴이었다. 짧고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익숙한 표정이라고 강수희는 생각했다. 아무런 반문도 없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강수희의 의견과 감정을 짓누르는 안지훈의 방식이었다.
마침내 강수희는 고개를 들고 안지훈을 향해 마주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멀리서 서성이던 직원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강수희가 계산서를 요청했다.
맛있었다, 그치.
응. 괜찮았다.
둘은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서던 강수희가 문득 몸을 수그리고 탁자의 촛불을 불어 껐다.
강수희와 안지훈은 팔짱을 낀 채 식당을 가로질러 리조트 쪽으로 걸어갔다. 강수희가 안지훈의 팔을 꼭 껴안아 보았다. 익숙한 냄새와 익숙한 온기가 전해졌다. 로비에 도착할 무렵 안지훈이 아까의 소동을 떠올리며 ‘호주 애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약간 오른 술기운 때문인지, 별 탈 없이 숙소에서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앞장서서 승강기 버튼을 누른 안지훈이 휴대폰 화면에 얼굴을 비춰 보며 자기 머리를 만졌다. 강수희는 한 걸음 뒤에 서 있었다.
안지훈이 다시 ‘중국 애들’ 얘기를 시작했을 때 강수희의 눈이 일순 차가워졌다.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자꾸만 거슬리던 단어의 정체를 그제야 알아차렸다. 안지훈은 외국인들을 호명할 때도, 현지인을 가리켜서도 거기 애들, 여기 애들 하는 식으로 말했는데, 강수희에게는 그것이 멸칭으로 느껴졌다. 안지훈의 마른 어깨와 엉덩이는 어느 때보다 조그마해 보였다. 누구더러 자꾸 애들이래, 강수희는 생각했다.


*



둘은 오전을 내내 수영장에서 보냈다. 압력 차에 몸과 귀가 견딜 수 있도록 천천히 하강하는 법과, 물고기처럼 일정한 부력을 유지한 채 횡형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처음엔 차가웠던 수영장 물은 햇빛에 조금씩 달구어졌다. 이웃 호텔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투숙객에게 그렇게 하는 것처럼, 다정한 얼굴로 안수희와 안지훈에게 보송한 타월과 언 생수를 가져다주었다. 이어진 훈련은 대개 반복이었다.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장비를 제대로 갖춘 상태로 복귀해야 했다. 물속에서 부력 재킷이 벗겨졌을 때, 허리춤에 매단 부력 조절용 납덩이가 떨어져 나갔을 때, 물안경 안으로 물이 차올라 눈을 뜰 수가 없을 때, 공기탱크 매듭이 느슨해졌을 때를 대비해 그들은 훈련했다.
호텔 식사는 로컬 레스토랑보다 배로 비쌌지만, 그들은 수영장을 쓰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대신해 점심을 팔아 주기로 했다. 강사는 메뉴판에서 그 지역 전통 생선요리와 나물 요리 몇 가지를 골라 추천해 주었고, 능숙한 현지어로 주문을 했다. 셋은 수영복에 가운을 걸친 채 넝쿨이 우거진 테라스에 기대앉았다. 아치형 골조를 휘감은 넝쿨 잎 사이로 잘게 조각난 빛이 떨어졌다. 물에서 긴 시간을 보낸 탓에 뜨겁게 조리되어 나온 생선과 쌀밥이 달았다.
강사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세계 일주를 시작한 일이며, 물가가 싸고 바다가 아름다워 여행자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집트 다합에서 다이빙을 배운 것, 교육 자격증을 취득한 뒤 이곳으로 오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도 다합에 머물 때까지는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했다며 두 사람을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안지훈은 예의 개구쟁이처럼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강수희의 의자에 팔을 둘러 보였다.
중국인의 사망은 이미 섬 전체에 퍼진 소식이었다. 강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일이든 두 시간이면 소문이 나요. 그만큼 서로들 얽혀 있는 섬이에요.
다이빙은, 어쨌거나, 위험한 스포츠죠. 물론 관광객들이 하는 펀 다이빙 수준에서 그리 위험한 일은 잘 없지만요.
그가 덧붙이고는 빨대로 병 콜라를 쭉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보여줄 것이 있다며 짧은 동행을 권했다. 생각보다 이르게 수업이 종료되었고, 마땅히 할일을 미리 정해 두지도 않았으므로 강수희와 안지훈은 동의했다.
젖었다 다시 마른 몸에 강수희는 원피스를, 안지훈은 티셔츠를 걸치고 호텔을 나섰다. 맑은 햇빛이 거리를 빈틈없이 비추는 오후였다. 강수희는 양손을 다 사용해 긴 손차양을 만들었지만 볕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다이빙 숍과 카페가 늘어선 여행자 거리 구석에 그 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러 개의 액자와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말라버린 꽃다발, 쭈글쭈글한 손편지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강수희는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웃을 때면 눈가에 주름이 엄청나게 많이 잡히는 중년의 서양 남자였다.
이 섬을 개척한 1세대 다이버 중 한 사람이에요. 잠수병을 얻어서 한쪽 다리를 잘랐는데, 그러고도 오랫동안 강사 생활을 했죠. 며칠 전에 목을 맸어요.
강사가 설명했다. 어차피 가족이 없다며 고국을 방문하지 않은 채 이곳에서 살아 왔다는 남자는 죽고 나서야 독일로 돌려보내졌다고 했다. 그가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는 사실은 꽤 친했던 주변 강사들 역시 몰랐던 사실이라고 했다.
여기 사람들은 이런 일을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어쨌든 매일 물속으로 뛰어드니까요.
강사가 말하며 먼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다이빙 숍들은 저마다 골목에 빨래건조대를 내어놓고 슈트며 장비를 말리고 있었다. 모두가 가장 더운 때를 피해 실내로 숨어든 듯 인기척이 없었다. 강사는 강수희와 안지훈이 지불한 식사에 대한 보답으로 아이스커피를 사주었다.
강수희와 안지훈은 다시 땡볕을 걸어 터덜터덜 호텔로 돌아갔고, 에어컨 아래에서 깊고 진득한 잠에 빠져들었다. 강수희는 잠수하는 꿈을 꿨다. 오전에 배운 것처럼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자꾸만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도전하는 과정은 18m 아래까지 잠수를 허용하는 오픈워터 자격증이었는데, 아무리 수면을 올려다보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봐도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평소에 보폭으로 미터를 가늠하던 습관이 떠올라 핀을 내려다보았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허공이 부드럽게 갈라졌다. 몸이 아주 차갑다고 느꼈는데, 그것은 꿈 바깥쪽 그녀의 머리맡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어컨 바람 때문인지도 몰랐다.
벽 너머에서 울리는 신음과 침대 흔들리는 소리에 꿈으로부터 끌려 나왔다. 강수희는 천장을 바라보며 그 소리를 오래 듣고 있었다. 주변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 건강하고 강력한 신음이었다. 강수희는 온몸에 묻은 모래를 다 털어내지도 않은 채 살갗을 부비는 젊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여전히 창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로 갔다. 그곳에서 물이 모두 빠진 수영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물 아래에서 균일하게 푸른빛으로 빛나던 수영장의 맨얼굴이 얼룩덜룩했다. 안지훈은 등을 둥글게 말고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



하지만 그보다도,
안전수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하던 강사는 연극을 하듯 돌아서며 덧붙였다.
Three strikes, I am out. 어디에서 다이빙을 하게 되든 이걸 기억하세요. 세 가지가 마음에 걸리면 잠수 안 하는 겁니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다든가, 내 생각보다 물이 차게 느껴진다든가, 부력 재킷이 빠르게 부풀지 않는다든가, 하다못해 함께 다이빙하기로 한 버디가 어쩐지 미덥지 못하다든지, 기분이 이상하게 나쁘다든지, 어떤 것이든요. 직감을 믿고 바다로 나가지 않는 거예요. 자기를 믿으세요. 아무도 책임 못 져요.
그사이 보트는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했다. 안지훈과 강수희는 조금 경직된 얼굴로 강사를 따라 수면으로 몸을 던졌다. 볕이 있었는데도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부표에 달린 밧줄에 의지한 채, 부력 재킷의 공기를 빼가며 조금씩 조금씩 하강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빗방울이 일으킨 수면의 파장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강수희가 느낀 것은 절대적인 고요였다. 수영장에서는 느껴 본 적 없던 깊고 무거운 고요가 몸을 알맞게 감쌌다. 귓가에 이따금 자신이 호흡기를 통해 내뱉는 숨소리와 그것이 일으키는 기포가 상승하는 기척이 들려왔다. 숨을 들이마시면 몸이 살짝 떠올랐다가 내뱉으면 다시 살짝 가라앉았다. 몸속의 폐라는 것이 일종의 공기주머니라는 사실이 절절히 체감되었다. 발아래로 가라앉은 어선이 보였다. 어선의 구조물 위로 가늘고 굵은 해초가 빼곡하게 자라 있었다. 강수희는 그것을 보며 누군가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가라앉힌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두운 바다 속에서 그것은 신비롭고 굳건하게 잠든 것처럼 보였다.
하강이 완료되고 핀을 낀 발이 바닥에 슬며시 내려앉자 강사는 수중 야광 메모판을 꺼내 들었다. 메모판에 끈으로 연결된 연필이 허공으로 하늘하늘 날아올랐다. 강사가 연필을 찾아 쥐고 지시어를 썼다. 괜찮습니다, 그가 쓰면 안지훈과 강수희는 엄지와 검지를 겹쳐 오케이 사인을 만들었고, 문제가 있음, 그가 쓰면 둘은 오른손을 수평으로 쭉 뻗어 손목을 비틀어 흔들었다. 강사는 둘을 차례로 바라보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강수희를 가리키고 주먹으로 가슴을 두 번 두드린 뒤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강수희는 오케이 사인을 만든 뒤 안지훈을 바라보고 섰다. 그러고는 강사가 했던 수신호를 반복했다. 나, 공기 없음, 죽을 것 같음. 안지훈은 검지와 중지로 브이자를 만들어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나를 봐. 강수희는 그가 시키는 대로 안지훈을 바라보았다. 물안경 너머의 안지훈의 눈이 아주 낯설게 보였다. 수중에서 사물은 빛의 굴절로 33% 더 크고 가깝게 보였다. 그러니까 안지훈 역시도 강수희가 느끼는 것보다 33% 멀리 있는 것일 터였다. 보이는 것보다 멀리에 있습니다. 자동차 사이드미러의 문구는 아마 그 반대였지. 강수희는 생각했다. 강수희가 손바닥을 들어 자신의 입과 안지훈의 입을 번갈아 터치했다. 그러자 안지훈이 재킷에 고정되어 있던 예비용 호흡기를 꺼냈다. 연습일 뿐이었는데도 강수희는 점차 숨이 차는 느낌을 받았다. 안지훈이 강수희의 호흡기를 떼어내고 자신의 예비용 호흡기를 물렸다. 강수희는 다시 뽀글뽀글 공기 방울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수면으로 비상 상승하는 동안 강수희와 안지훈은 짧은 호흡기 선 때문에 바싹 붙어 있어야 했다. 사이사이 멈춰서서 함께 부력을 조절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강수희의 귓전에서 안지훈이 뱉어내는 숨소리가 울렸다. 내려올 때는 한없이 부드럽게 들렸던 호흡기 소리가 강수희를 불안하게 했다. 수면에 다다르자 비는 온 적도 없다는 듯이 그쳐 있었다. 그들은 호흡기를 빼내고 수면에 누웠다.


*



강수희와 안지훈은 새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벼운 일로 싸웠고, 그대로 헤어졌다. 안지훈이 팀도 다른 신입 여직원과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여느 때처럼 냉정을 유지해 보려던 강수희가 참지 못하고 싸움을 걸었다. 안지훈은 소리를 높여 자신의 생각을 해명하지도, 강수희를 달래지도 않았다. 그저 함께 누운 침대에서 오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마주 앉은 식탁에서 반 넘게 남겨진 강수희의 공깃밥 그릇을 보면서도 질문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전에 강수희는 안지훈의 그런 행동이 일종의 시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쯤은 한심하고 반쯤은 귀엽게 여기는 마음으로 져주고는 했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강수희는 어느 밤 긴 메시지로 이별을 고했고, 몇 번 안지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강수희는 그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 고작 한 달 되었을 무렵이었다.
강수희는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고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이따금 지루한 주말 오후나 간절히 맥주 한 잔이 그리운 밤에는 안지훈의 오피스텔을 떠올렸다. 어쨌거나 2년은 짧은 시절이 아니었다. 강수희는 자신의 습관에, 몸에 새겨진 연애의 흔적을 끊임없이 발견했다. 헤어지기 전 그들은 거의 매일 연말에 다녀온 다이빙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농담 삼아 그곳을 잠수부의 섬이 아니라 죽음의 섬이라고 불렀다. 자꾸만 죽음의 섬이라고 말하다 보면 온통 푸르고 쨍하던 섬에 내내 불길한 기운이 떠돌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이 왜곡되고는 했다. 강수희는 혼자 맥주 두어 캔에 취한 밤이면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고민했다. 그런 질문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끝없이 가능했을 다른 선택을 꼽아 보는 것이 연애가 끝난 뒤에 예의 모두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서, 강수희는 그다지 괴롭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을 때 그녀는 국내 다이빙 동호회에 가입했다. 국제 자격증이 해외우편으로 도착해 있었다. 섬에서 가져온 로그북에는 두 번의 다이빙 기록이 상세하게 남아 있었다. 그날의 온도와 최종 수심, 관찰한 해양생물의 학명과 잠수 시간 따위였다. 강수희는 주말이면 제주로, 강원으로 향했고 로그북은 새로운 다이빙 기록으로 채워졌다. 애초에 그럴 의도는 조금도 없었지만, 어쨌거나 여름이었고 또 바다는 언제나 각각의 색으로 빛나고 있었으므로 동호회 안에서 강수희는 남자들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호감을 사거나 했다.
강수희는 그때마다 세 번의 스트라이크를 떠올렸다. 삶은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흘러갔고, 신중한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아프게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강수희는 여전히 망설이며 비워 두는 것보다는 무심하게 손에 닿은 것들을 채워 넣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강수희는 젊었고, 앞으로 몇 번의 뜨거운 연애가 더 있으리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보다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서는 예민하게 직감의 촉수를 내밀고 불안의 요소를 살필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장비를 갖추고 보트 위에 설 때마다 눈을 감고 신중히 손가락을 꼽아 보았다.











정지향
작가소개 / 정지향

2014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와 소설집 『토요일의 특별활동』이 있다.


《문장웹진 202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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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 없이

좋아하는 마음 없이 김지연 안지는 이른 결혼을 했는데 실패로 끝났다. 아니,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한 건 사실이었지만 안지는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그때 이혼한 일을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는 없을지언정 조금 더 자기 자신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늘 그에 대해 변호하고 싶은 여러 말들이 떠오르곤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결혼 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때문에 이혼했다는 사실은 안지의 비밀은 아니었지만 먼저 나서서 밝히지도 않았다. 어릴 때 안지는 무척 전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그런 표현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이 속해야 하는 집단에서 튀지 않는 사람, 아주 평균적인 사람이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했다. 찬반투표를 할 때면 눈치를 보다가 다수의 의견에 따라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서 좋아하고 친구의 것과 비슷한 브랜드의 신발을 사서 신었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선생을 따라서 싫어했다. 사실 안지는 그 선생에게 남몰래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다가 술술 흘러나온 그 선생에 대한 욕을 듣고 재빨리 노선을 바꿔 함께 욕을 했다. 한동안 안지는 수학 시간마다 왜 애들은 저 선생을 싫어할까? 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서 더 열심히 선생의 행동거지를 살폈다. 수학을 가르친다는 점만 빼면 딱히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었다. 학생이 쉽게 답할 수 없는 내용을 골리듯 물어보지 않았고 무엇보다 학생들한테 사과를 할 줄 알았다. 뭔가 잘못 알고 섣불리 화를 냈을 때, 그러다 결국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다른 선생들은 그러게 헷갈릴 만한 짓을 왜 하고 다니느냐고 도리어 짜증을 부렸는데 그 선생은 재빨리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 알았어. 미안해. 가끔 안지는 머릿속으로 그 목소리를 재생해 보곤 했다. 그 때문에 선생이 더 좋아졌지만 여전히 싫어하기 위해 애썼다. 누구나 다 그런 식으로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나?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 보려고 노력하면서? 안지는 대학에 갔고 연애를 했고 졸업을 했고 취직을 했다. 결혼도 했다. 아주 평균적인 삶이었다. 조금씩 빠르기도 했다. 조바심이 나 있었으므로. 자신도 남들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빨리 증명해 보이고 싶었으므로.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것 같기도 했다. 남편이 바람이 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식도 올리기 전 임신을 해 낳은 아이가 막 돌을 지난 참이었다. 임신이 아니었으면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남편은 계속 후회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낙태를 밀어붙이지 않은 것을, 시간을 끌다가 영영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만 것을, 어떤 결단력을 가지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뼈저리게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새로운 여자가 생겼을 때는 안지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혼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겨우 육 개월을 만났을 뿐

  • 관리자
  • 2024-07-01
소금 샹들리에

소금 샹들리에 정한아 호주에 사는 김이 오랜만에 귀국해서 친구들이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 4명이 만나는 건 대략 7년여 만이었다. 방을 잡고 밤새 보자고 해서 오기 직전까지 망설였는데, 남편이 등을 밀었다. 정민이와 자신에게도 내가 없는 날이 필요하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정말 밤새 전화 한 통 없었다. 친구들과는 대학 동기였다. 전공은 문예 창작이었는데, 나는 2학년까지 다니고 학교를 그만뒀다. 그렇지만 정작 작가가 된 사람은 나뿐이라고 친구들이 투덜거렸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들은 십 수 년 전 내가 낸 단 한 권의 책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세 명 모두 미혼이었고,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예전 그대로인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철 지난 옷차림에 좀처럼 대화에도 섞이지 못했지만, 그런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에 술자리도 즐거웠다. 좋은 친구들이었다. 7년 전 정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그들은 자신의 일처럼 울어 줬고, 이후에도 종종 아이의 간식과 선물을 집으로 보내 줬다. 서서히 연락을 거둔 것은 내 쪽이었다. 애써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힘에 부쳤을 뿐, 그들에게 섭섭한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집이 아닌 곳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다들 술에 취해서 침대로 간 뒤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 cctv 속 거실은 엉망이었다. 엎어진 식판, 사방에 흩어진 블록 조각, 길게 늘어진 옷가지들. 남편은 불도 끄지 않고 아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정지화면 같은 그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해 뜰 무렵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우리는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맛집마다 대기가 길어 종로의 좁은 골목을 돌고 또 돌았다. 앞장서 구글 맵을 보며 걷던 김이 갑자기 작은 서점 앞에서 멈춰 서더니 책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지난 이사 때 내 책을 분실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서 책을 다시 보내 주겠다고 김을 달랬다. 다섯 평도 안 되어 보이는 그 작은 서점에 내 책이 있을 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김은 막무가내로 서점에 들어갔다. 할 수 없이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가 전면 책장에 전시된 내 책을 발견했다. 죽은 친구를 만났다고 해도 그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애 씨!” 그곳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우아한 노부인이었다. 린넨 바지에 화이트 셔츠, 큼지막한 호른 목걸이를 한 여자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반장님?” 나는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여자는 성큼성큼 내 앞에 다가와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안은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온몸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래전 나와 함께 공부했던 문우였다. H 백화점 문화센터 소설 창작 교실의 반장. 친구들이 책을 구경하는 사이 나는 그녀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ldqu

  • 관리자
  • 2024-07-01
그동안의 정의

그동안의 정의 최예솔 작정하고 사라진 사람은 작정하고 찾아야만 한다. 나는 윤정수를 작정하고 찾지 않았다. 보통의 남매 사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윤정수와 나를 그냥 보통 남매, 라고 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윤정수는 나보다 4년 먼저 태어났다. 그리 적지도, 그리 많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차이 덕분에 윤정수와 나는 딱히 친해지지 못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정수는 중학교에 갔고,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윤정수는 고등학교에 갔다. 물론 윤정수와 내가 영 친해지지 못한 건 우리의 나이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윤정수는 내게 없는 사람에 가까웠다. 말수도 없고 센스도 없고 자존심도 없고 공부머리도 없고 돈도 없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나? 아무튼 남매 사이에 정이라도 있었다면 걱정이라도 했을 텐데 그럴 이유조차 없었다. 쥐뿔도 없는 윤정수니까. 특이사항이라곤 개그맨 윤정수와 동명이인이라는 것 정도밖에 없는. 그러니 윤정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갔다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었지. 뭐 내가 찾는다고 윤정수가 나타났을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나는 막연히, 어련히 때 되면 나타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윤정수는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죽은 것은 아니다. 윤정수가 죽었다. 내 나이가 이제 서른이니까, 윤정수는 서른넷에 죽었다. 이제 내게 남은 혈육은 없다······ 아닌가? 고모. 그렇게 부르지 마. 왜요. 낯설어. 저도 고모가 낯설어요. 윤현수는 맹랑하다. 윤정수와 장현아의 딸이라고 해서 윤현수. 그거 좀 유치하지 않니? 물었을 때 윤현수는 뭐 어때요 엄마아빠말곤 모르는데, 하고 대답했다. 이제 나도 아는데? 하니까 이젠 고모도 모르는 척해 달라고 했다. 참 나 어디서 이런 게 굴러왔는지. 현수야. 네. 네 엄마 입국 날이 언제라고 했지? 다음 주 토요일이요. 아직 한참 남았네. 고모도 고모 할일을 해요. 시간 금방 갈걸요. 알겠다 그래. 윤현수를 데리고 온 사람은 장현아다. 이제는 나흘쯤 됐으려나. 아침부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나가 봤더니 장현아가 윤현수의 손을 붙잡고 서 있었다. 장현아는 다짜고짜 윤정수를 아느냐고 물었고 나는 오랜만에 듣는 윤정수의 이름에 잠깐 벙쪘다가 네, 저희 오빠네요, 하고 대답했다. 조카입니다. 그날 장현아의 대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건 도저히 내가 아는 사람이 뱉을 만한 말이 아니어서 대사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겠다. 아직도 문득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윤현수가 정말 나의 조카가 맞고 장현아가 정말 나의 새언니가 맞을까. 가족관계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되는 거라면 이제까지 윤정수와 나는, 또 윤정수와 나와 우리의 부모는, 왜 이렇게 흩어지거나 죽거나 혼자 남을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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