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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작성일 2016-10-01
  • 조회수 6,990


[단편소설]



첫사랑



최진영



이우현이 내 팬티를 가지고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 흔한 팬티. 어떻게 돌려받아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사흘이 지났다. 결국 문자를 보냈다.
내 팬티 돌려줘.
싫다는 답장이 왔다.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럼 갖고 있지 말고 버려.
싫다는 답장이 왔다. 문자를 보냈다.
너 변태냐?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답장이 왔다. 고작 낡은 팬티 한 장일 뿐이다. 잃어버렸다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잃어버린 게 아니니까. 이우현이 가지고 있으니까. 내 팬티를 죽을 때까지 영영 간직하겠다고 했으니까. 이우현 그 미친놈이!


*


이우현과는 한두 해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친한 친구냐면 그 또한 아니다. 우린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봄가을마다 열리는 백일장 겸 사생대회에 함께 나가곤 했다. 나는 글을 썼고 우현은 그림을 그렸다. 서로 다른 중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이런저런 백일장 겸 사생대회에서 종종 만났는데, 우현은 멀리서도 나를 발견하고는 잠깐 손을 들어 보이며 아는 척을 했다. 작년 가을에는 바로 옆에 서 있던 우현을 몰라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반년 사이 애가 너무 많이 커버려서.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선생님들은 생활기록부 작성과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될 거라며 동아리 가입을 권했다. 나는 문학 동아리와 천체 동아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천체 동아리에 들어갔다. 문학 동아리에 들어가면 반드시 글을 잘 써야만 할 것 같아 겁이 났다. 처음 열린 연합의 날 — 시내 고등학교들은 비슷한 동아리끼리 연합 활동을 하고 매년 전시나 공연을 함께 열었다 — 우현을 만났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우현이라면 당연히 회화 동아리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림 그리는 거 지겨워. 우현이 중얼거렸다. 정말 그려야 할 때만 그리고 싶어. 우현은 그림만 그리면 무조건 상을 받는 애였다. 그만큼 그림만 그려야 하는 애였다. 내게 글쓰기는 매일 밤 마시는 따뜻한 우유 한 잔 같은 습관이었다. 우유를 꼬박꼬박 잘 마신다고 상을 받거나 칭찬을 듣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글은 나를 외롭게 했다. 조금 다른 의미로, 그림은 우현을 외롭게 했을 것이었다.
연합 모임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렸다. 그날이면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볼 수 있었다. 동아리에서 만든 잡지를 교환하고 다음 달에 있을 천체 이슈를 정리한 다음, 아이들은 천체 망원경 뒤로 길게 줄을 섰다. 그 무리에 섞여 내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호흡이 가빠지고 몸이 살짝 뜨거워졌다. 당장 토하고 싶을 만큼 흥분되었다. 그러다 접안렌즈에 눈을 대면 몸도 마음도 차분해졌다. 맨눈으로 밤하늘을 볼 때는 별이 거기 있는 것을 전혀 기이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망원경으로 그 실체를 자세히 보면,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저렇게나 커다랗고 예쁜 게 정말 저기 있다고? 지구도 저렇게 떠 있는 거라고? 가만 보면 낯설고, 이상하고, 믿을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저런 게 대체 왜 저기 있는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잡다한 생각을 끝없이 하다 보면 결국 허무해졌다. 그건 나쁜 허무가 아니었다. 광활한 허무였다. 나를 160센티미터 인간에서 해방시켜 끝없는 벌판으로 만드는 담대한 허무.
우현은 줄을 서지 않았다. 망원경 근처에는 오지도 않고, 빛이 제일 약한 곳에 드러누워 금세 잠들어 버렸다. 그러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영혼 없는 봉제 인형처럼 일어나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았다. 한번은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누워 잠든 우현을 깨우며 물었다. 별도 안 볼 거면서 여긴 왜 꼬박꼬박 나오느냐고. 차라리 집에 가서 편하게 자라고. 우현은 길게 하품을 하며 웅얼거렸다. 여기 오면 학원을 빠질 수 있잖아. 우현은 매일 새벽까지 학원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잠은 집이 아니라 바깥에서 짬짬이 자는 거라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우현의 미래가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우현은 이미 궤도를 탄 것이다. 반면 내게는 궤도가 없었다. 아니, 아직 나의 궤도를 모른다. 궤도를 알게 되면…… 잠은 바깥에서 짬짬이 자야겠지. 우리는 각자의 궤도를 타다가 가끔 마주칠 수도 있었다. 잘 지냈느냐고 손을 흔들어 줄 수도,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도 있었다. 그날 우현이 내 팬티를 벗기지만 않았다면.
지난 수요일 우현에게 연락이 왔다. 토요일이 자기 생일인데, 괜찮으면 만나서 같이 피자라도 먹자고 했다. 따로 약속하고 둘이서만 만난 적은 없어서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생일이라고 만나자는데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알겠다고 했다. 토요일 점심에 만나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함께 다닌 초등학교 주변을 걸어 다녔다. 저물 무렵에는 강변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생일선물로 전갈자리가 프린트된 핸드폰 케이스를 줬다. 우현은 그것을 기쁘게 받았다. 해가 완전히 가라앉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집 여기서 가까운데 잠깐 들렀다 갈래? 집에서 치킨 시켜 먹자. 우현이 말했다. 집이 어딘데? 우현이 인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가리키며 핸드폰 앱으로 치킨을 주문했다.
우현의 집은 이십층 아파트의 꼭대기 층이었다. 부모님은 중국에 가셔서 월요일에나 올 거고, 누나는 주말마다 학원에서 특강을 듣느라 늦게 들어올 테니 맘 편히 있으라고 우현이 말했다. 거실에 걸린 커다란 가족사진에 절로 눈이 갔다.
우미 언니가 네 누나야?
그날을 통틀어 가장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입학 후 처음으로 교내 점심 방송을 들었을 때, 나는 씹던 밥을 겨우 삼키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토록 우아한 목소리를 들으며 음식을 씹는다는 게 불경스럽게 느껴졌으니까. 방송 말미에 ‘아나운서 이우미’란 소개가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실 근처에서 나탈리 포트만을 쏙 빼닮은 선배를 봤다. 명찰에는 ‘이우미’란 이름이 박혀 있었다.
우리 누나 알아?
그럼. 방송반 아나운서잖아. 우리 학교 애 중에 언니 모르는 애는 없을걸. 우미 언니랑 친해지고 싶어서 방송반 들어간 애들도 많아. 방송반 일이 너무 힘드니까 대부분 못 버티고 나왔지만. 언니가 목소리도 좋고 글도 잘 쓰니까 아나운서 하면서 대본도 같이 썼잖아. 그런 경우 흔치 않다고 들었는데. 요즘도 가끔 언니가 마이크 잡으면…….
너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우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놀라서…… 네가 우미 언니 동생인지 몰랐으니까.
그걸 알면 뭐가 다른데.
그냥, 반갑잖아. 신기하고.
알기 전에는 안 반가웠냐.
그런 말이 아니고.
여자애들은 이상하더라. 같은 여자가 좋다고 선물하고 편지하고.
그게 왜 이상해?
누나가 인기가 많다고?
몰랐어?
알 게 뭐야. 맥주 마실래?
우현이 냉장고 문을 열면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소파에 앉아 가족사진 속 우미 언니를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내가 우미 언니 집에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초인종이 울렸다. 우미 언니가 온 줄 알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관문을 열고 나간 우현이 치킨을 받아왔다. 빈집에서 우현과 단둘이 있다가 우미 언니를 만나고 싶진 않았다. 그만 가겠다고 하자 우현이 황당한 표정으로 치킨 박스를 들어 보였다.
너랑 먹으려고 시킨 거야, 이거.
생일에 혼자 치킨을 먹을 우현을 생각하니 그냥 가기도 미안했다.
미역국은 먹었어?
그 맛없는 걸 왜 먹어.
생일이잖아.
이런 게 훨씬 좋아.
우현이 치킨과 맥주를 가리켰다.
생일에 혼자 있는 거 서운하지 않아?
왜 혼자야. 너랑 있는데.
가족 말이야.
이런 게 훨씬 좋다니까. 우리 옥상 가서 별 볼래?
옥상에 갈 수도 있어?
응. 옥탑이랑 바로 연결되어 있어.
치킨과 맥주를 챙겨 든 우현이 따라오라며 고갯짓을 했다. 주방 너머에 있는 나무 계단을 오르니 들창이 있는 조그마한 옥탑이 나왔다. 맙소사. 그곳에 천체망원경이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면서 천체망원경을 쓰다듬었다. 이거 학교에 있는 것보다 좋은 것 같은데. 우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그런가. 지난봄에 샀어. 그림 그리는 데 도움 될 거라고 하니까 바로 사주던데. 우현은 들창을 열고 밤하늘을 잠시 쳐다보다가 균형추와 경통을 조절하고 내게 자리를 내줬다. 나는 접안렌즈에 눈을 댔다. 목성의 줄무늬가 선명하게 보였다.
너 목성 좋아하지?
우현이 물었다. 난 나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런 식으로 지구를 보면 어떨까. 정말 예쁠 텐데. 목성보다 훨씬 예쁠 텐데. 망원경으로 보는 우주는 정말 까맣고 차갑고 고요했다. 시각만으로 촉각과 청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는 말이다. 너무 가까이 가면 빨려들 것이다. 멀리서 보면 왜곡을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나 진짜를 보면서도 내가 보는 것이 진짜인가 의심한다. 차갑고 적막한 공간을 고요하게 가로지르며 활활 타오르는 별이라니. 신은 분명 귀머거리 미치광이일 것이다. 나른한 허무가 발끝을 조금씩 적시기 시작했다.
혜지야.
우현이 내 팔꿈치를 살짝 끌어당겼다.
나 너 많이 좋아해.
접안렌즈에서 눈을 뗐다.
매일 보고 싶어.
우현을 돌아봤다.
정말 많이 좋아해.
우현은 거의 울상을 짓고 있었다.


*


이거 잠깐만 놔 봐. 정말이야, 나 너 많이 좋아해. 이것 좀 놓으라니까. 너도 나 좋아하잖아. 좋아하지, 인간적으로. 인간적으로? 그게 무슨 말이야? 괜히 마음 불편하게 이러지 말고……. 혜지야, 나 갑자기 이러는 거 아니야. 너 좋아한 지 진짜 오래됐어. 매일매일 너 때문에 미칠 것 같아.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있어! 알겠으니까 이것 좀 놔 봐. 너도 나 좋다며. 난 너랑 이러긴 싫어. 내가 싫어? 자꾸 이러니까 싫어지잖아. 너도 나 좋아하잖아. 내일 얘기하자. 너 좋아한다니까. 난 싫다니까!


*


놀랐다. 화가 났다. 이해할 수 없었다.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길을 걸으며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하지 않던 말을 혜지에게 했다. 내가 그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림 때문에 내가 얼마나 불안하고 한심해지는지. 그런 건 정말 쪽팔리고 낯간지러운 얘기다.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비치면 다들 내게 배부른 소리 한다고 했다. 나를 어리광 부리는 애처럼 대했다. 그래도 혜지에게는 진심을 말하고 싶었다. 잘난 척도 센 척도 하기 싫었다. 혜지가 ‘넌 그래도 그림을 잘 그리잖아’라고 했을 때 나는 왠지 울컥해서 오만가지 말을 다 해버렸다.
어릴 땐 내가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다. 지금은 누군가가 ‘넌 그림을 잘 그리잖아’라고 하면 우울해진다. 세상에 멋진 그림이 얼마나 많은데! 난 그림을 적당히 보기 좋게 그릴 뿐이고, 그 정도로는 절대 내가 꿈꾸는 나에 가까워질 수 없다. 내 최초의 기억도 그림에 관한 것이다. 다섯 살이었다. 거실에 어른들이 많았다. 명절 아니면 할아버지나 할머니 생신이었겠지. 남자 어른 몇몇은 양복을 입은 채 방에서 잠들어 있었고 — 그 방에 들어가면 어른들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풍겼는데, 좀 더 나이가 들어서야 나는 그게 바로 술 마신 다음날 몸에서 나는 냄새라는 걸 알게 되었다 — 여자 어른들은 거실에서 과일을 먹고 있었다. 누나는 사촌 누나들과 공주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었다. 누나들 틈에 끼여 참을성 있게 기다린 끝에 내게도 스케치북과 색연필이 주어졌다. 나는 공주나 왕자가 아니라 눈앞에 있는 것을 그렸다. 과일 접시를 사이에 두고 여기저기 노곤하게 기대어 앉은 어른들을. 내 그림을 본 고모가 나를 꼭 미술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릴 때는 그림 그리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이제 와서 그림을 싫어해 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 그림을 제일 좋아하고,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보다는 화가가 훨씬 멋지다고 생각한다. 내가 두려워하는 가장 끔찍한 미래는 화가가 아닌 나다. 다르게 말하자면, 나는 끔찍해질 확률이 높다. 그림을 좋아하고 남들보다 잘 그린다고 다 화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다른 애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적어도 대학이나 진로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집에서 지원도 잘 해주지 않느냐고. 처음에는 그런 말에 반박도 해보았지만 이젠 그냥 입을 다문다. 반박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고 있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건 아닌데.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진짜 잘하고 싶은 건데. 친구들도 가족들도 내가 화가가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지금처럼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그런 믿음이 날 더 주눅 들게 한다. 그들이 바라는 만큼 해내지 못할 바엔 차라리 자살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종이를 낭비했는지 대체 누가 알까. 요즘은 그림을 생각하면 그저 우울하고 답답하고 슬플 뿐이다.
이런 두서없는 이야기를 혜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그래도 네 말처럼 그렇게 좋아하는 뭔가가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하고 멋진 일이지. 그렇게 말해 주었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십 년 후에 우리는 지금과는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고 말해 주었다. 그때 나는 정말 혜지 손을 잡고 싶었다. 혜지를 안고 싶었다. 그걸 참느라 암에라도 걸리는 줄 알았다. 사실 나는 이 년을 참았다. 열다섯 살 때부터 혜지를 좋아했다. 그해 봄에 사생대회에서 혜지를 봤을 때부터. 날짜도 기억한다. 5월 12일이었다. 그날 본 혜지 모습이 머릿속에 콕 박혀서 지금까지 그린 혜지 얼굴만 백 장이 넘는다. 얼굴만 그렸겠나. 손도 발도 전신도 다 그렸다. 나의 모든 그림에 혜지가 깃들었다. 노란색으로 깃들고 곡선으로 깃들고 농담으로 깃들고 정신으로 깃들었다.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지겹고 힘들 때도 혜지를 그린다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아주 특별한 그림을, 누가 보더라도 아름답다고 생각할 만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동아리도 혜지 때문에 들어갔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만나려고. 혜지가 동아리 잡지에 쓴 글을 읽고 목성을 그린 적도 있다. 대적점과 줄무늬와 엷은 고리까지 아주 꼼꼼하게. 그때 학원에서는 인물 데생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선생님 말을 안 듣고 몇 날 며칠 목성만 그려서 건방지게 제멋대로 군다고 엄청 혼났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은 오직 그뿐이었으니까. 스케치를 하려고 선을 그을 때도, 색을 입히려고 붓을 놀릴 때도 마치 혜지의 얼굴이나 손등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짜릿하고 황홀했다. 남들 눈에는 목성으로 보였겠지만 내가 그린 건 바로 혜지였다. 그렇게 매일 혜지를 그리고 생각했지만 절대 고백은 안 하려고 했다. 친구들 보니까 고백하고 사귀고 잠깐 꽃길이다가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헤어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 건 상상만 해도 최악이다. 혜지를 그렇게 만날 순 없다. 고백 같은 건 안 하는 게 답이다. 하더라도 나중에, 대학에 군대에 유학까지 끝낸 다음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주말 동안 중국에 있을 거라고 하고, 누나는 수능 준비 때문에 매일 늦게 들어오고, 때마침 내 생일이고, 날씨는 좋고 가을바람은 불고 목성은 잘 보이고, 혜지는 목성을 좋아하고 난 혜지를 좋아하고, 지금도 이렇게 하루가 길고 긴데 유학 끝날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혜지에게 연락을 해버린 거다. 둘이서 좋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말 헤어지기가 싫었고, 그래서 집까지 데려왔다. 그래도 고백은 안 하려고 했는데, 생각과 다르게 나는 말하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매일 보고 싶다고. 생각과 다르게 나는 행동하고 있었다. 혜지 손을 잡고 혜지를 껴안았다. 그렇게 점점 지옥에 빠졌다. 고백을 하는 게 아니었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면서 그림이나 수천수만 장 그리는 거였어. 늙어 죽더라도 좋아한다는 말 따위 하지 말아야 했어. 지금 난 최악이야. 사귀었다가 일 년 만에 헤어지는 것보다 더 최악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혜지의 팬티를 벗겼다. 어쩌다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혜지도 나를 좋아한다는,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척한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연애를 한다면 혜지랑 하고 싶었다. 키스도 섹스도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혜지랑. 욕구에만 충실했던 게 아니다. 내가 그 정도로 개새끼는 아니다. 혜지가 나를 걷어차면서 개새끼라고 했다. 혜지는 정말 힘이 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영혼까지 팔아서 그린 그림에 불이 붙은 기분이었다. 혜지는 급히 바지를 주워 입고 집을 나갔다. 쏟아진 맥주로 바닥은 흥건했다. 혜지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혜지야 미안해’라고 문자 메시지를 썼다가 지웠다. ‘잘못했어 혜지야’라고 썼다가 다시 지웠다. 어떤 말도 소용없었다. 나는 개새끼니까. 그림은 이미 재가 되었으니까. 혜지는 사라지고 내겐 혜지의 팬티만 남아버렸다. 혜지는 사흘 동안 내 연락을 계속 무시했다. 삼 년 같은 사흘이었다. 나는 삼 년만큼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토요일 저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런 방법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혜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그런 방법 역시 없었다. 이미 망친 그림에 아무리 덧칠을 해봤자 더 흉측해질 뿐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나는 혜지에게 개새끼다. 개새끼에서 시작해야 한다.


*


언니에게 말하면 모든 상황이 종료될 것이다. 언니, 우현이한테 내 팬티가 있어. 언니가 좀 가져다줘.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그럴 순 없다. 볼펜도 책도 아닌 팬티 아닌가. 언니 동생이 내 팬티를 강제로 벗겼어! 그렇게 말할 수도 없다. 언니는 분명 충격 받을 것이다. 나를 오해할지도 모른다. 내 팬티가 우현에게 있는 것보다 언니의 오해를 사는 게 더 싫다. 이우현이 이우미 동생만 아니라면 나도 이렇게 참고 있지만은 않을 텐데. 어쨌든 팬티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사흘 만에 우현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너도 나 좋아하는 줄 알았어.
넌 좋아하는 게 무슨 뜻인지나 아니? 라고 답장을 보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는 너 정말 좋아해.
좋아한다는 글자가 이렇게 징그러운 것이었나.
너 화 풀릴 때까지 기다릴게.
그 문자를 보고 나는 팬티를 완전히 단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 알림음이 들려서 또 우현인 줄 알았는데, 미진이었다.
너 이우현이랑 사귀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액정 속 글자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미진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이우현이 너한테 고백했다며? 둘이 사귀는 거야? 현수는 그렇게 알고 있던데? 야, 나수정이 이우현 좋아하잖아. 수정이가 현수한테 먼저 듣고 나한테 전화해서 너랑 우현이랑 사귄다면서 세상 망한 애처럼 우는 거야. 현수 얘기 들어 보니까 이우현이 너 예전부터 좋아했다던데?
이우현은 도대체 어디까지 말한 걸까?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문을 내는 거지? 내가 알던 우현은 이렇게 막무가내 사이코가 아니었다. 졸린 눈으로 흐느적거리면서 강아지풀처럼 근처 어딘가에 조용히 존재하는 그런 애였다. 우현이 질질 울면서 내 팬티를 벗기고 그걸 돌려주기 싫다고 고집을 부려도 나는 어쨌든 이우현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소심한 외골수가 감정 통제가 안 되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잠잠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우미 언니에게 남동생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이우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우현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 역시 상상도 못 했다. 저 멀리서 충실히 자기 궤도를 돌고 있는 줄만 알았던 이우현이란 얼빠진 놈이 갑자기 내게로 돌진해서 모든 걸 망가뜨리고 있다. 이우현이 내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던가?


*


현수는 내가 혜지를 좋아한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혜지도 분명 나를 좋아하고 있을 테니 어서 고백하라고 부추기곤 했다. 그 부추김이 싫진 않았다. 혜지와 생일을 같이 보낼 거라고 말했을 때 현수는 마치 자기 일처럼 흥분하면서 어떻게 고백하면 좋은지 이런저런 예를 들어줬다. 나는 고백할 마음도 없으면서 현수의 설레발을 내심 즐겼다. 혜지가 팬티만 남겨두고 집을 뛰쳐나간 날, 밤늦어 현수에게 연락이 왔다. 고백했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다. 내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참담한데, 현수는 복권 당첨 소식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흥분하면서 혼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내가 무슨 병신 짓을 했는지 도저히 말할 수가 없어서 다음에 얘기하자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새 소문이 퍼져버린 것이다.
혜지도 분명 소문을 들었을 텐데 연락이 없다. 내 연락도 받지 않고,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나를 스팸 전화 취급했다. 그래서 연합 모임이 있는 오늘만을 기다렸다. 혜지를 만나서 오해를 풀고 내 진심을 진지하게 전할 작정이다. 지난번처럼 일을 망치진 않을 것이다. 그동안 그린 혜지 그림 중에서 가장 깨끗한 것을 골라 화구통에 넣었다. 그런데 혜지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내가 보기 싫어서 동아리도 그만두면 어쩌지?
내가 왜 너 때문에 좋아하는 걸 그만둬?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는 말에 혜지는 실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대답이, 혜지가 모임에 나오지 않는 경우보다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혜지는 내가 선물한 그림을 펼쳐본 다음 돌려줬다.
너 주려고 그린 거야.
내가 이걸 받으면 너는 또 오해할 거잖아. 내가 널 좋아한다고.
혜지의 말을 들을 때마다 몸이 통째로 폭발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았으니까 이젠 혜지도 나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날 함부로 굴어서 나를 싫어하게 됐나? 혜지는 정말 눈곱만큼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모든 대답이 두려웠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이젠 안 그런다고. 그럼 너도 좀…….
네 사과는 진짜가 아니야.
어째서? 나는 진심인데?
진짜라면 내 팬티부터 돌려줬겠지.
그걸 돌려주면 너랑은 완전 끝이잖아. 넌 나를 상대도 안 할 거잖아.
지금은 내가 널 왜 상대하는 거 같은데? 니가 내 팬티를 가지고 있어서?
혜지야. 난 진짜라니까. 진짜 미안하고 진짜 널 좋아해.
그 소리 좀 그만 해.
좋아한다니까.
그만 하라니까. 니가 날 좋아한다고 나도 널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러면 안 돼?
그게 말이 돼?
왜 안 돼?
정신 차려. 미친놈아.
노력할 수 있지.
넌 노력해서 날 좋아해?
남자가 이만큼 진심을 보여주면 좀…….
지금 너만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거야? 진심을?
왜, 너 좋다는 새끼가 또 있어?
병신아. 나한테도 진심이란 게 있고 그걸 지금 너한테 계속 말하고 있잖아.
니 진심이 뭔데.
너랑 그런 사이가 될 마음이 없다니까.
아, 알겠어. 알겠으니까 노력을 해볼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너랑은 정말 말이 안 통한다.
아, 존나 자존심 상하게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지 마. 안 하면 되잖아.
나라도 이러지 않으면 너랑 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잖아!
너무 분해서 눈물이 다 나왔다. 원하는 색을 만들려고 밤새 물감을 뒤섞던 날들, 연필이 몽땅 닳도록 선만 그어대며 역동성을 끄집어내려던 날들, 평면에 담으려던 빛과 어둠, 감정과 속삭임, 깊이와 높이…… 나는 무엇도 이루지 못하고 흉내만 냈다. 허리가 나가고 손목이 시큰거리도록 그리고 또 그려도 내 앞에서 종이는 그저 종이였다. 인간도 세계도 되지 못했다. 그래도 난 백지를 백지로 두지 않았다. 무엇이든 그려서 보여주려고 했다. 나의 진심과 상대의 해석이 백 퍼센트 들어맞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의도는 오해되고 때로 모든 것을 부정당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난 그리고 또 그렸다. 할 수 있는 게 그뿐이니까. 유일한 통로니까. 일찌감치 포기했어야 했나? 아무리 애를 써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노력 끝에 내 것이 된 것 같아도 그건 결국 내게서 벗어나고, 진짜 내 것이 되는 것들은 좋아하기도 전에 이미 내 것이었다.
가만 보면 너 이상해.
혜지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좋아한다면서 왜 그렇게 행동해? 난 이해가 안 돼.
답답하니까! 미칠 것 같으니까! 난 너무 좋은데 넌 아니라니까!
그건 좋아하는 게 아니지. 고집부리는 거지. 어린애처럼.
어린애들도 좋아하는 것에만 고집을 부리는 거야. 넌 왜 자꾸 날 무시하고 진심을 짓뭉개?
넌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나 이러는 거야?
알아달라는 거야. 알아만 달라고. 내가 변태 새끼여서 너한테 그런 게 아니라고.
좋아. 네가 나 좋아하는 거 잘 알겠고.
혜지의 목소리는 나와 달리 아주 담담했다.
근데 나는 너 말고 다른 사람 좋아하거든.
그제야 나는 혜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내가 혜지를 좋아하듯 혜지도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 혜지가 나를 싫어해서 내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 것보다는 이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어떤 쪽이든 파멸이다. 혜지에게 나는 억지로 키스하고 팬티나 벗기는 양아치에 불과한 거다. 내 첫사랑은 마음으로 고이 간직하지도 못할 만큼 찢어지고 구겨져 쓰레기통에 처넣어야 할 정도로 망가져 버린 거다. 혜지도 첫사랑 중인 걸까? 혜지의 첫사랑은 아름다울까? 하지만 혜지가 누구랑 사귄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데.
너도 짝사랑이지?
내가 짝사랑이라면 혜지도 그럴 수 있다.
아니면 누군데? 누구랑 사귀는데?
혜지가 짝사랑이라면 우린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천천히 망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이니 군대니 유학이니, 그런 거 다 지나고 혜지에게 고백했다면 혜지는 내 마음을 받아 줬을까? 병신 같은 고백 말고 남들처럼 멋지게 설레게 고백할 수 있었을까? 그날 혜지는 십 년 후를 얘기했다. 십 년 후에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블랙홀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들어가서 십 년을 끌어당기고 싶다. 이대로 내 첫사랑이 붕괴되어 버리지 않게. 이야기는 계속 진행된다고, 앞으로도 기나길게 이어질 거라고, 누구라도 내게 말해 준다면.


*


어떤 첫사랑은 쓰레기통에 처넣고 싶은 악몽이고 어떤 첫사랑은 가장 이르게 빛나는 샛별처럼 그곳에서 인생보다 더 긴 시간 반짝인다. 가만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건. 그 이유를 이론적으로 풀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명 가능하다고 신기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째서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지 이론적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행성들 고유의 아름다움과 신비는 여전한 것처럼.
우현이 울상을 지으며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설레서가 아니다. 진심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런 표정이 나온다. 이우미 앞에서 내가 그랬다. 그런 나를 이우미는 꼭 안아 줬다. 하지만 나는 우현을 안아 줄 수 없었다. 우현이 나를 먼저 안았으니까. 너도 나 좋아하잖아, 란 말을 백 번쯤 하면서 내 팬티를 벗겼으니까. 좋아하는 거랑 팬티 벗기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있다고.
네 글 참 좋더라.
지난봄 우미 언니가 나를 찾아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나의 지난밤들에 반짝이는 찬사를 보냈다. 따뜻한 우유를 후후 불어 가며 조금씩 마시듯 천천히 써내려간 나의 문장들은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쌓이고 간직되었던 거다. 언니는 천체 동아리 잡지의 산문 코너에 실린 내 글을 읽었다고 했다. 내 글에 마음 깊이 공감했다고, 산문 중 일부를 발췌해서 방송에 써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후 나는 밤마다 언니를 생각하며 새로운 문장을 써내려갔다. 언니가 내 글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면 단어 하나도 대충 쓸 수가 없었다. 잡지에 실리는 내 글은 나만 아는 러브레터가 되었다. 수신인은 당연히 이우미. 그리고 이우미는 내가 보낸 러브레터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언제나 알아봐 주었다. 그곳에 입김을 불어 나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언니가 나를 찾아온 그날 이후 우리는 이상하게도 자주 마주쳤고 멀리서도 서로를 알아보았다. 매일 아침 나는 ‘학교’가 아니라 ‘이우미가 있는 곳’에 갔다. 이우미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해졌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구름이 더께 앉은 하늘은 낮았고 비릿한 바람이 불었다. 저녁 먹고 별관 앞에서 잠깐 보자고 언니가 문자를 보냈다. 나일론 속치마가 땀 묻은 허벅지에 엉겨 붙어서 허리를 돌돌 올려 치마를 짧게 만들고 언니를 만나러 갔다. 돌계단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언니가 갑자기 내 손을 꽉 잡았다. 봤어? 언니가 하늘을 보며 물었다. 나는 내내 언니만 보고 있어서 언니가 본 게 무엇인지 몰랐다. 언니는 작은 소리로 하나 둘 세더니 두 손으로 내 귀를 막았다.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와장창 들렸다. 나는 얼어붙은 채로 멍청하게 하늘을 쳐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잿빛 하늘이 금빛으로 다시 번쩍 깨졌다. 이번에는 나도 언니를 따라 하나 둘 셋 세었다. 뒤늦은 천둥이 적막을 깼고 그 난리가 우스워서 우리는 깔깔 웃었다. 곧 비가 쏟아졌다. 비를 피해 별관에 숨어든 우리는 그날 야간자율학습을 나란히 빼먹었다.
그날 이후 저녁 시간마다 별관 꼭대기 층에서 언니를 만났다. 저녁을 먹고 이를 닦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그곳까지 가면, 언제나 언니가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우미가 있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졌다. 그러다 이우미 옆에 앉으면 세상 가장 안락한 동굴에 숨은 것처럼 안심되었다. 가까이에서 보는 이우미는 훨씬 아름답고 우아했다. 그리고 또 믿을 수 없었다. 이우미가 내 옆에 앉아 비밀 얘기를 해주고 있다니! 망원경 없이도 이우미를 자세히 볼 수 있다니!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귓불의 갈색 점과 팔목의 회오리 모양 흉터까지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만질 수도 있었다. 남서쪽으로 커다란 창이 난 계단에 앉아 야간자율학습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까지 우리는 서로를 나눠 가졌다.
언니 졸업하면 난 어떡하지.
다른 애를 꼬셔야지.
언니도 대학 가서 다른 애를 꼬실 거야?
나는 너를 계속 꼬셔야지.
언니 졸업하면 나 여기 안 올 거야.
그래도 가끔 혼자 와보고 그럴 거잖아.
그런 거 안 할 거야.
그래. 우리 둘이 아닐 땐 여길 버리자.
삶은 활짝 펼쳐진 종이가 아니라 불규칙하게 구겨진 종이다. 펼쳐진 채로는 도무지 만날 수 없는 것들이 구겨지면 가까워지고 맞닿고 멀어지기도 한다. 나는 여기 가만히 있는데, 이우미는 거기 가만히 있는데, 우리 사이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는데,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의 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우미가 왜 나를 좋아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왜 이우미를 좋아하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이우현이 왜 나를 좋아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 없다. 나는 왜 이우현을 좋아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우현이 내게 ‘어째서 내가 아니라 이우미야?’라고 묻는다면, 같은 질문을 이우현에게도 던질 수 있다. ‘어째서 나수정이 아니라 나야?’ 이우현에게는 대답이 있을까?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 고집이나 부리지 않을까?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는 이유는 태양과의 적당한 거리 때문이고 그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태양과 거리가 달라진다면 지구의 생명도 박살날 것이다. 이우미와 나의 거리가 달라진다면 나의 세계도 한 번쯤 박살나겠지. 그래도 이우미가 거기 있었기에 난 생명을 알았다. 생명이란 게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


누군데? 누구 좋아하는데?
그걸 너한테 말할 이유는 없지.
혹시 내가 아는 애야? 우리 학교야?
그만 하자, 좀.
우리 학교구나.
아니야.
맞잖아.
그걸 알아서 뭐 하게?
왜 나는 아닌지 알아야겠어.
뭐?
왜 그 자식은 되고 나는 안 되는지!
알아야겠다. 혜지가 어떤 자식을 좋아하는지. 내가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놈이라면 깨끗이 포기하겠다. 그리고 나도 꼭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십 년 후에는 혜지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어떤 자식일까? 나보다 클까? 잘생겼을까? 머릿속으로 혜지가 좋아할 만한 놈들을 그려 보려고 했지만 박보검이나 송중기 같은 연예인 얼굴만 둥둥 떠다녔다. 혜지가 어떤 놈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난 그 자식을 엄청 증오하게 되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혜지를 싫어할 순 없다. 싫어지지 않으니까 더 괴롭다. 괴롭지만 계속 같이 있고 싶고, 어긋나는 대화라도 말을 섞고 싶다. 내 앞에 계속 있어 주면 좋겠다. 혜지는 그렇지 않겠지. 어서 나와 헤어지고 싶겠지. 왜 나는 아닌지, 사는 동안 이런 질문에 얼마나 더 휘말려야 할까.
너라서 안 되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안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내가 내가 아니면 되는 거잖아!
네가 네가 아니면 나를 좋아하지도 않겠지.
나도 너 좋아하기 싫어! 근데 그게 맘대로 안 되잖아!
혜지가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이미 어른의 세계에 진입해 버린 이모 같은 표정으로. 그 표정을 보며 난 완벽하게 졌다고 생각했다. 들리지 않는 소리로 혜지가 작게 중얼거렸다. 닮았다고 하는 것도 같고, 다르다고 하는 것도 같고,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잠시 자기 발밑만 내려다보던 혜지가 고개를 들고 내게 그림을 다시 달라고 했다. 그림을 펼쳐서 한동안 쳐다보더니 자기가 가져도 되느냐고 물었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마음껏 왜곡한 점이 특히 좋다고, 왜곡하고 조각냈는데도 한눈에 자기란 걸 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정성을 다했다는 게 느껴져. 애정 같은 거.
혜지가 그림을 돌돌 말면서 말했다.
난 이런 게 진심이라고 생각해. 좋아한다는 말이나 뭐 그런 것보다, 이런 게.
혜지는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혜지를 싫어할 수가 없다. 혜지도 나를 싫어하지 않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난 울상을 지었다. 좋아하지만 그 마음이 전부인 사람 앞에서 내가 지을 수 있는 표정이란 아직 그런 것뿐이니까.








최진영 소설가
작가소개 / 최진영

-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장편소설『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경장편 소설 『구의 증명』, 소설집 『팽이』가 있음. 한겨레문학상·신동엽문학상 수상.


《문장웹진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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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 없이

좋아하는 마음 없이 김지연 안지는 이른 결혼을 했는데 실패로 끝났다. 아니,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한 건 사실이었지만 안지는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그때 이혼한 일을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는 없을지언정 조금 더 자기 자신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늘 그에 대해 변호하고 싶은 여러 말들이 떠오르곤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결혼 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때문에 이혼했다는 사실은 안지의 비밀은 아니었지만 먼저 나서서 밝히지도 않았다. 어릴 때 안지는 무척 전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그런 표현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이 속해야 하는 집단에서 튀지 않는 사람, 아주 평균적인 사람이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했다. 찬반투표를 할 때면 눈치를 보다가 다수의 의견에 따라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서 좋아하고 친구의 것과 비슷한 브랜드의 신발을 사서 신었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선생을 따라서 싫어했다. 사실 안지는 그 선생에게 남몰래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다가 술술 흘러나온 그 선생에 대한 욕을 듣고 재빨리 노선을 바꿔 함께 욕을 했다. 한동안 안지는 수학 시간마다 왜 애들은 저 선생을 싫어할까? 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서 더 열심히 선생의 행동거지를 살폈다. 수학을 가르친다는 점만 빼면 딱히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었다. 학생이 쉽게 답할 수 없는 내용을 골리듯 물어보지 않았고 무엇보다 학생들한테 사과를 할 줄 알았다. 뭔가 잘못 알고 섣불리 화를 냈을 때, 그러다 결국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다른 선생들은 그러게 헷갈릴 만한 짓을 왜 하고 다니느냐고 도리어 짜증을 부렸는데 그 선생은 재빨리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 알았어. 미안해. 가끔 안지는 머릿속으로 그 목소리를 재생해 보곤 했다. 그 때문에 선생이 더 좋아졌지만 여전히 싫어하기 위해 애썼다. 누구나 다 그런 식으로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나?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 보려고 노력하면서? 안지는 대학에 갔고 연애를 했고 졸업을 했고 취직을 했다. 결혼도 했다. 아주 평균적인 삶이었다. 조금씩 빠르기도 했다. 조바심이 나 있었으므로. 자신도 남들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빨리 증명해 보이고 싶었으므로.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것 같기도 했다. 남편이 바람이 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식도 올리기 전 임신을 해 낳은 아이가 막 돌을 지난 참이었다. 임신이 아니었으면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남편은 계속 후회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낙태를 밀어붙이지 않은 것을, 시간을 끌다가 영영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만 것을, 어떤 결단력을 가지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뼈저리게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새로운 여자가 생겼을 때는 안지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혼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겨우 육 개월을 만났을 뿐

  • 관리자
  • 2024-07-01
소금 샹들리에

소금 샹들리에 정한아 호주에 사는 김이 오랜만에 귀국해서 친구들이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 4명이 만나는 건 대략 7년여 만이었다. 방을 잡고 밤새 보자고 해서 오기 직전까지 망설였는데, 남편이 등을 밀었다. 정민이와 자신에게도 내가 없는 날이 필요하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정말 밤새 전화 한 통 없었다. 친구들과는 대학 동기였다. 전공은 문예 창작이었는데, 나는 2학년까지 다니고 학교를 그만뒀다. 그렇지만 정작 작가가 된 사람은 나뿐이라고 친구들이 투덜거렸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들은 십 수 년 전 내가 낸 단 한 권의 책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세 명 모두 미혼이었고,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예전 그대로인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철 지난 옷차림에 좀처럼 대화에도 섞이지 못했지만, 그런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에 술자리도 즐거웠다. 좋은 친구들이었다. 7년 전 정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그들은 자신의 일처럼 울어 줬고, 이후에도 종종 아이의 간식과 선물을 집으로 보내 줬다. 서서히 연락을 거둔 것은 내 쪽이었다. 애써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힘에 부쳤을 뿐, 그들에게 섭섭한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집이 아닌 곳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다들 술에 취해서 침대로 간 뒤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 cctv 속 거실은 엉망이었다. 엎어진 식판, 사방에 흩어진 블록 조각, 길게 늘어진 옷가지들. 남편은 불도 끄지 않고 아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정지화면 같은 그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해 뜰 무렵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우리는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맛집마다 대기가 길어 종로의 좁은 골목을 돌고 또 돌았다. 앞장서 구글 맵을 보며 걷던 김이 갑자기 작은 서점 앞에서 멈춰 서더니 책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지난 이사 때 내 책을 분실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서 책을 다시 보내 주겠다고 김을 달랬다. 다섯 평도 안 되어 보이는 그 작은 서점에 내 책이 있을 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김은 막무가내로 서점에 들어갔다. 할 수 없이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가 전면 책장에 전시된 내 책을 발견했다. 죽은 친구를 만났다고 해도 그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애 씨!” 그곳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우아한 노부인이었다. 린넨 바지에 화이트 셔츠, 큼지막한 호른 목걸이를 한 여자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반장님?” 나는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여자는 성큼성큼 내 앞에 다가와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안은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온몸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래전 나와 함께 공부했던 문우였다. H 백화점 문화센터 소설 창작 교실의 반장. 친구들이 책을 구경하는 사이 나는 그녀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ldqu

  • 관리자
  • 2024-07-01
그동안의 정의

그동안의 정의 최예솔 작정하고 사라진 사람은 작정하고 찾아야만 한다. 나는 윤정수를 작정하고 찾지 않았다. 보통의 남매 사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윤정수와 나를 그냥 보통 남매, 라고 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윤정수는 나보다 4년 먼저 태어났다. 그리 적지도, 그리 많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차이 덕분에 윤정수와 나는 딱히 친해지지 못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정수는 중학교에 갔고,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윤정수는 고등학교에 갔다. 물론 윤정수와 내가 영 친해지지 못한 건 우리의 나이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윤정수는 내게 없는 사람에 가까웠다. 말수도 없고 센스도 없고 자존심도 없고 공부머리도 없고 돈도 없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나? 아무튼 남매 사이에 정이라도 있었다면 걱정이라도 했을 텐데 그럴 이유조차 없었다. 쥐뿔도 없는 윤정수니까. 특이사항이라곤 개그맨 윤정수와 동명이인이라는 것 정도밖에 없는. 그러니 윤정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갔다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었지. 뭐 내가 찾는다고 윤정수가 나타났을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나는 막연히, 어련히 때 되면 나타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윤정수는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죽은 것은 아니다. 윤정수가 죽었다. 내 나이가 이제 서른이니까, 윤정수는 서른넷에 죽었다. 이제 내게 남은 혈육은 없다······ 아닌가? 고모. 그렇게 부르지 마. 왜요. 낯설어. 저도 고모가 낯설어요. 윤현수는 맹랑하다. 윤정수와 장현아의 딸이라고 해서 윤현수. 그거 좀 유치하지 않니? 물었을 때 윤현수는 뭐 어때요 엄마아빠말곤 모르는데, 하고 대답했다. 이제 나도 아는데? 하니까 이젠 고모도 모르는 척해 달라고 했다. 참 나 어디서 이런 게 굴러왔는지. 현수야. 네. 네 엄마 입국 날이 언제라고 했지? 다음 주 토요일이요. 아직 한참 남았네. 고모도 고모 할일을 해요. 시간 금방 갈걸요. 알겠다 그래. 윤현수를 데리고 온 사람은 장현아다. 이제는 나흘쯤 됐으려나. 아침부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나가 봤더니 장현아가 윤현수의 손을 붙잡고 서 있었다. 장현아는 다짜고짜 윤정수를 아느냐고 물었고 나는 오랜만에 듣는 윤정수의 이름에 잠깐 벙쪘다가 네, 저희 오빠네요, 하고 대답했다. 조카입니다. 그날 장현아의 대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건 도저히 내가 아는 사람이 뱉을 만한 말이 아니어서 대사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겠다. 아직도 문득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윤현수가 정말 나의 조카가 맞고 장현아가 정말 나의 새언니가 맞을까. 가족관계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되는 거라면 이제까지 윤정수와 나는, 또 윤정수와 나와 우리의 부모는, 왜 이렇게 흩어지거나 죽거나 혼자 남을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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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신창용

    - A급 소설, B급 평론 - 플라톤 : 경찰에 신고하면 될 일을... 그리고 마지막에 왜 동성애 막장으로 가나? 아리스토텔레스 : 신고하면 두 여자 사이 멀어져 그들의 세계가 파괴되니깐요. 플 : 궤도에 따라 움직이는 저 천체를 보게. 얼마나 조화롭고 아름다운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전체 물을 흐린다고, 꿰도 벗어나 지 멋대로 움직이는 저 별들은 이 아름다움에 방해만 되지. 아 : 주인공들이 서로에 대해서는 안정된 궤도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그러하지 못한거죠. 플 : 에이... 이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운 것들.... 아 : 글쎄, 어른이 되어서도 본 괘도에 오르지 못하고 방황하는 별들이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정글같은 현실에서라면... 플 : 현실 극복한 아름다운 별들도 많네. 아 : 비록 방황하는 별들이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진실한 믿음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그게 아름다움 아닐까요? 플 : 진실한 믿음... 그게 뭔데? 아 : 사랑이죠....

    • 2016-10-10 12:56:18
    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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