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새벽의 기원
- 작성일 200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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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새벽의 기원
유희경
어항처럼 둥근 눈을 가진
구름의 새끼가 우는 소리를
새벽 첫차를 기다려본 자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다
병원 앞 정원에 피어난 키 작은
페츄니아들은 일종의 사건이다
꽃과 구름 사이로 가슴 흰 새가
가깝게 날아간다
새벽 첫차를 기다리며 토악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새벽이 얼마나
환한 물건인지 알 수 있다
도로는 그 새벽의 가슴을 뚫고 늘
모두의 집 앞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현기증은 걸음으로부터 회오리치고
나의 모든 신발은 바깥부터 안으로
닳아 없어진다 내가 걸은 모든 길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다
엉덩이와 허리 사이 숨어 있는
추억의 나사는 얼마나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가 현관을 지나는
젊은 의사의 가운에서 흐린 죽음이
막 태어났다가 사라진다
그것은 구름의 테두리와 닮았다
다시 구름의 새끼가 내뱉는
부드러운 울음소리가 대기를 감싼다
취하거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새벽의 가슴을 뚫고 돌아오는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새벽 첫차를 기다리는 자에게
구름은 지난밤의 그림자를 안고
잊혀지기 위해 기록된 새벽
나는 부어오른 발목을 데리고
한밤을 미끄러졌다 구름 아래서
나는 나의 믿음을 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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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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