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더 웬즈데이
이연 역시 술에 취해 사흘에 한 번 꼴로 전화기 너머에서 흐느꼈다. 이건 그나마 나았다. 내가 어느 정도 관련된 일이니까 할 말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를 방해하는 건 죠리퐁과 오렌지가 아니라 빌어먹을 전화였다. 그 무렵 한동안 연락이 없던 한상경에게도 엽서가 왔다. 프랑크푸르트의 푸른 하늘이 그려진 엽서였다. 그는 다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밝히며 이례적으로 전화번호를 남겼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봤지만 연결된 곳은 웬 낚시터였다. 몇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한상경은 거기에 없었다. 왜 전화번호를 남겼는지 의문이었다. 출판사를 통해 알아보니 한상경이 얼마 전 자신의 소설을 들고 나타나 난동을 부렸다고 했다. 편집장은 한상경이 아직도 행패를 부리고 있는 듯 미간을 구기더니 그의 소설을 내밀었다. “그 이상주의자가 완전히 돌았더라고. 아직도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야.”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기꺼이 저들의 계급적 욕망에 연루되리라
세상의 계급성을 간파하는 듯이 말했지만 이연 역시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계급적 현실 앞에서 패배하고 말리란, 어떤 ‘실수’ 앞에서 초라해질 수밖에 없으리란 결말이 코앞이고, 그것은 이 사교 모임이란 연극의 클라이막스가 될 법하다. 그러나 이연은 “‘작가로서 당신이 누군가에게 뭔가 주고 싶다면 그에게서 먼저 그걸 빼앗으라’는 법칙”(123)을 떠올리며, 그것을 역으로 수행한다. 그들이 이연을 바쳐 재현하려는 그들의 욕망으로부터 무언가를 빼앗김으로써 그것을 다시 돌려받는 일이다. 이는 그녀가 그들의 욕망 재현의 연극 바깥의 역할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다름 아닌 그들에 의해 주어진 역할이 아니라 그들과 동화된 역할을 연기하기 즉 그들을 흉내냄으로써 폭로된다. 이연은 자신을 우려하며 오늘 홈 파티가 어땠냐고 묻는 오대표에게 답한다. “너무너무 좋았어요, 정말.”(123)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