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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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7월호
유계영,「동시에」(《문장 웹진》, 6월호)를 읽고 증명을 위한 지시문 1. 가까이에 있는 A4 규격 용지를 한 장 찾으시오. 2. 종이에 원하는 크기의 동그라미를 하나 그리시오. 3. 가위로 동그라미의 안을 오려내시오. 4. 동그라미 둘레만 한 부피를 가진, 무언갈 넣어 통과시키시오. 마네킹의 팔, 들쥐, 막대, 공주라는 이름을 가진 개, 물병, 두 손 혹은 다른 무엇이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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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있다
있다 유계영 가을 자두의 이름은 추희秋姬다 뜻을 풀면 가을의 여자 아이 날마다 새롭게 열리는 나의 호주머니 속에 0알 있다 손등 위로 날아와 앉은 늦반디가 발광기를 켠다 0그루의 나뭇가지가 되어 주려고 가만 가만 흔들린다 0의 표면을 살짝 꼬집어 죄를 고백할 때라면 삶은 달걀 속껍질 벗기듯이 가슴이 짓뭉개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울다 잠든 간밤을 똑똑히 기억하면서도 아, 개운하게 잘 잤다 말하고 양팔로 창문을 활짝 젖히는 사람에게 비어 있음의 있음처럼 잠잠한 나에게 0개의 꼬리가 있어 휘청인다 내 어깨에 걸터앉은 할머니들이 차례로 내려와 꼬리를 잡으려 옥신각신하여도 0은 반디의 불빛처럼 내부가 차다 돌멩이 하나가 창문에 날아와 박힌다 배꼽으로부터 태어나는 식탁 위 붉은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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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공공 서울
공공 서울 유계영 손톱은 밤에 깎는다 시궁쥐들의 분발을 위해 인간이 못 다 저지른 악행을 대신해 준다면 우리가 더 많은 치즈를 빚을 것이다 다음엔 가혹하게 끝내주시겠지 신도 있다는데 무거운 얼굴을 씰룩거리는 새들의 병은 오늘도 차도가 없다 즐겁고 즐거운 나머지 연인들이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지나간다 그러자, 그렇게 하자 중국매미는 바로 죽여야 한대 천적이 없기 때문이래 친구가 말한다 천적이 없는 신 같은 건 만날 일 없던데? 그러자, 그렇게 하자 시작하는 안녕은 몰라도 끝내는 안녕은 잊지 마 팔이 하나뿐인 남자는 잊지 않았다 발이 세 개 되는 그는 유일한 팔로 세 번째 발목을 들고 근면성실 양말을 팔았다 아침에 켜두고 간 형광등이 그대로 켜져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불쑥 떠오른 대낮에 한 약속 기꺼이 서로의 신이 돼주기로 한 언제 어디서나 꺼낼 수 있는 포켓치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