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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의 「그래도 네가 있다」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1-30
  • 조회수 2,465

시인 이수명
김도┃「그래도 네가 있다」를 배달하며

   나와 그는 차를 타고 간다. 도로에는 하얀 차선이 그려져 있다. 몽상가인 그는 선이 끝나는 곳에 있을 배, 햇빛, 불과 별, 개를 떠올린다. 그런 것들을 나에게 말해준다. 나는 몽상을 따라, 흰 선을 따라 더 가야 할지 그만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일단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끈다. 그러면 히터가 꺼진다. 이윽고 “조용해진 차는 좀 굴러가다/멎었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내리면 그도 내린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내리지 못한다. 또 그가 “더 가자고 할까봐” 그에게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다. 망설임의 시간이다. 선으로부터 내려서지도, 선을 따라 나아가지도 못하고, 달리는 차들 사이 위험하게 멈추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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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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