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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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셰퍼드
김도 개들과 조금 떨어진 무덤 옆에 주저앉아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정말이지 숨이 꼴까닥 넘어가기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온 느낌이었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의 성견 셰퍼드가 발산하는 힘을 혼자서 감당하기엔 힘에 부쳤다. 서둘러 담배 한 대를 피운 김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손에 쥐기에 적당한 싸리나무 가지를 꺾어 회초리를 만들었다. 회초리 없이 덩치가 크고 사나운 셰퍼드 두 마리를 끌고 산을 넘어 집으로 가기엔 역부족이란 걸 비로소 알아차린 거였다. 말을 듣지 않으면 매로 다스려야만 했다. 일단 개들의 기를 꺾어 놓아야만 했다. 김은 손으로 무릎을 짚고 힘겹게 일어나 개들에게로 다가갔다. 근데…… 정말 사람을 물지 않을까. 명색이 군견이나 경찰견으로 쓰이는 셰퍼드인데…… 김이 가까이 다가가자 두 마리 셰퍼드는 엉덩이를 들고 일어났다. 침을 줄줄 흘리며 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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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오늘의 그래픽노블 이야기 2 - 김금숙이 그리는 한국의 가족, 한국의 역사
원작 소설에서는 더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진 경아의 어머니도, 다이아나 김도, 김금숙의 그래픽노블에서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포용 된다. 작중 인물이 지닌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관심을 두는 작가 의식은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에서도 확인된다. 실존 인물인 알렉산드라 킴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해 러시아 공산당에 입당하고 하바롭스크 극동인민위원회 외교인민위원(외무위원장)에 임명된 입지전적 혁명가이자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국장에 서훈된 독립유공자다. 그럼에도 김알렉산드라는 혁명전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어린 두 자녀를 떠나 결연히 노동운동에 나서지만, 그때마다 자녀들을 직접 돌보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사랑을 품고 있다. “이 여성은 두 아이를 두고 어떻게 혁명전선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김알렉산드라가 죽을 당시 고작 서른세 살이었어요. 참 대단하죠? 러시아에서는 영웅으로 불렸어요. 저만은 여성으로서의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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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새터마을 마이크
한창 젊은 정호술 씨는 중키에 오동통한 몸이었고, 당차고 강단졌으므로 바다에서 김발을 잘 다루었고 김도 넉넉하게 뜯어 왔고, 육지 건장에서 물김을 떠 말리는 일도 잽싸게 잘해냈다. 주인집 내외는 정호술 씨를 친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했고, 손아래인 그 집 아들과 딸은 그를 친형이나 오빠처럼 좋아했다. 특히 그 집의 딸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작달막한 키이기는 하지만 얼굴이 갸름하고 웃는 모습 말하는 품새가 한없이 귀여웠다. 저런 여자라면 평생을 함께 살아도 뉘 나지 않을 듯싶었다. 그는 추운 겨울인데다 파도와 싸우며 김을 뜯어 날라야 하는 것이 일이었지만, 김 머슴살이에 신바람이 났다. 바다에서나 육지에서나 휘파람을 휘휘 불면서 일했다. 김 붙인 발장을 건장에 널기도 하고 김 방죽으로 달려가서 주인 내외가 김 붙여 놓은 발장을 짊어지고 건장으로 달려오기도 했다. 점심을 먹기가 바쁘게 바다로 나가 신바람 나게 노를 저어 김발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