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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가 떨어지는 그 잠깐 동안 슬펐으므로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09-15
  • 조회수 495

 나는 어린 신이었지마을에 사는 네게 입맞춤으로 숨결을 불어넣을  있었다하늘에 달을 걸어놓는  힘에 부치는 어린 신이었으므로겨우 작은 별을 하나 매달아놓을  있었다내게 밤하늘은 눅눅한 도무지 애써도 축이   없는전구들나는 꼬마전구를 들고서 갈아 끼운다언젠가 너를 그려내는 별자리를 만들겠다는 듯이.

 어디선가 돌이 굴러떨어지는 소리그건 너의  끝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지나는 네게 얼떨결에 마음을 쥐여주고너는 무거운  끌어안고도 돌덩이를 차낼  있는 사람신은 모두를 사랑하십니다그러나 신은 당신을 특별히 여기십니다나의 마음이 누군가로 기울었다는 딱딱하게 굳어가는 마음들이 날아다닌다모두의 손가락 끝에 네가 있다돌멩이 같은 시선이  발에 채인다나는 어린 신이었지 사랑이 네게는 재앙이 될까 두려운

 언덕의 하얀 예배당지붕처럼 치솟은 소리자꾸만  방을 노크했다치울수록 엎질러지는 것들이 있지속눈썹 사이를두드리는 인간들나는 그들의 슬픔을 빌려 잠깐 동안 나타나고색색의 유리에 모자이크   등장하는데슬픔을 손목에 나누어 걸고  맞잡는 인간들내가 머무는 방의 손잡이를 잡았다그곳에는 내가 없어나는 네가 있는 곳을 찾으며눈동자를 굴렸다면사포처럼  머리로 쏟아지는 종소리저물녘네가 집으로 가는 발걸음방으로 돌아가야  때가 왔다는 .

 나는 오늘도 다시 방으로 돌아가 전구를 갈고  별들은 구름 아래로 떨어뜨린다수백 겹의 세계가 깨어지는 소리가들려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인간들과하늘의 폭포수를 맞으며 지붕 위에 눕는 별가루들은 예배당을 지나 들판을 걷고  사이에서 눈을 감은  곁으로 간다 마을에 평평한 지붕이 있는 집은  뿐이지 아무렇지 않다는 비를 맞는 얼굴처럼나는  몰래 누워보고 싶은데나는 흘려보낼 줄만 아는 신이었지손바닥에서부터 떨어지는 모래를 바라보는 아이처럼


 나의 좁은 밤하늘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서전구를 갈고떨어뜨리고다시 너를 그려내기 위해 별을 가져오는 시간그건아마도 너에게는 수억 겹의 시간층층이 쌓인 크레이프를 갈라서  입에 떠먹여 주듯이나는 오직 달콤한 맛이 나는 파편들을 떨어뜨리고 싶다새카만 방에 앉아 네게 걸어갈 방법들을 찾고사랑이 단단하게 뭉쳐가는 동안사랑의 옆구리에 붙은 슬픔이 떨어져 내려가는 동안우산도 없이 너는 걷는다돌멩이를 차다 넘어져도놓칠 것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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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의 눈

밤새 시를 썼어 열대 우림에 관한 시였어 노트북 한쪽에는 우림의 사진이 십 초마다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어 울창해서 너무 울창해서 앞이 보이지도 않는 풍경이 등장할 때마다 떨었어 나의 손 떨림이 자판을 두드렸어 때로는 몰아치는 마음이 나를 시의 방향으로 밀기도 했어 창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렸어 물방울의 발자국이 창에 새겨지고 장마의 발목이 두꺼워졌어 이제는 아무도 장마라고 부르지 않는 순간을 위해 시를 썼어 이곳에는 1년 내내 비가 온다고 했어 그렇다면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고 부르는 게 맞다는 말을 들었어 누가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시를 썼어 나는 구름처럼 흘려보내는 걸 못 했어 머금거나 토하거나 둘 중 하나였으므로 밤새 시를 썼어 사진은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세상의 모든 우림은 다 가본 것만 같았어 나무는 계속해서 새로운 파문을 몸에 새겨가고 끝도 없이 안개가 흘러나왔어 넝쿨이 나의 손목을 휘감아서 내가 저 우림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 어쩌나 싶었어 우림 중에서도 구름이 너무 많은 곳은 운무림이라고 한댔어 나는 마치 옅은 구름층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어 창밖에서는 계속해서 비가 내렸어 순간의 정적 고요해지면 나는 사진 속 우림과 눈을 맞추었어 녹색의 정사각형이 내 눈에서 한없이 커져가는 시간이었어 계속해서 시를 썼어 한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방의 습도는 올라갔지만 나의 눈동자는 맑아졌어 우림과 눈을 정교하게 맞출수록 빗소리가 커지고 내 눈에 고여 있던 모든 걸 쓸어갔어 그래서 우림으로 떠나는 시를 썼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땅을 밟고 저 멀리까지 달리는 시였어 열대야가 끓어오르면 사람들은 이게 또는 그게 시가 아니라고 했어 꿈이라고 했어 그렇지만 나는 밤마다 시를 썼어

  • 모모코
  • 2024-07-03
아스팔트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귀를 기울였지. 길도 울고 있는 것만 같아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은 길의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울퉁불퉁한 표면을 곧게 깔아놓은 건 네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너를 닮은 것들은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넘어져서 얼굴이 쓸려도 아프지 않았어. 무르팍이 깨지지도 않았지. 아, 여긴 꿈이구나. 완전히 내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안쪽이구나. 생각하다가. 나는 꿈에서도 너를 만나는구나. 맨발을 내려다보며 이 길 위에서 내가 자꾸만 넘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소리가 들리는 길은 처음이야. 울고 있는 길도 처음이지. 너는 분한 일이 있으면 울고야 마는 아이. 앞을 생각하다가 터져버린 울음, 나는 만나본 적 없는 것들 위에서 미끄러지고. 베개에 고개를 묻고 운 적이 있어. 너와 함께 울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껏 달려 본 적은 없어서. 아스팔트에서 눈을 뜨고서 알아차린 것들. 달구어진 길에 엎드려서 진동을 느끼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깔아두었을까. 깔아두며 앞으로 나갔을까 고민하는 동안. 너의 발끝에서 질질 흘러나왔을 아스팔트를 쓸어내린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마음을 쥐어짠 뒤에 나오는 잔여물. 그러니까 울퉁불퉁한 눈물을 쓰다듬으며. 표정으로 포장된 심장. 검게 그늘 들이찬 얼굴 쏟아부으며 딱딱해진 길. 나 밤새 너를 생각했어. 단단하게 자리 잡은 아스팔트 뜯어내며 흘려보내는 한 마디. 너를 위해 우는 동안 실컷 미끄러졌어. 만나본 적 없는 길을 걸으며. 넘어지면 몰래 우는 소녀를 생각하며. 울음을 밑창에 끼우고 달리는 너를 떠올리며. 처음으로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잘 이해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아스팔트는 나의 이야기를 먹고 부풀어 오른다. 조금씩 말랑해지다가 힘을 주면 뜯어져서 바닥이 보이고. 마침내 포장되어 있던 길의 안쪽을 만나고. 길게 펼쳐진 길을 끌어안을 수는 없지. 끝도 없이 달려가는 네 마음처럼. 다만 나는 귀를 기울일게. 말캉한 길. 너의 가장 내밀한 표정을 가만히 담아내는 상상. 알고 있지. 이 모든 건 내가 만든 상상의 안쪽. 나는 여전히 네 뒷모습을 보고 걸어가겠지만. 꿈에서도. 꿈속에서도 생각하고 있어. 악착같이 울부짖으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소녀를. 결승선보다도 뛰어가는 방법을 골몰하는 너를.

  • 모모코
  • 2024-06-30
에니아이오스* (下)

오늘의 너는 어떤 창틀에 도착하게 될까. 나는 사랑하는 너에게 무수한 창을 남기고 갔다. 일기장을 열면 쏟아져 나오는 나의 계절들. 너는 너머를 들여다보듯이 나의 어제를 살피는 사람. 내가 열대 우림의 풍경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너는 설원의 얼굴을 만난 적이 없어서. 멋대로 혹은 마음껏 머릿속에서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빚을 테지. 눈이 휘몰아치고 눈앞이 온통 새하얘지고 눈밭 위에서 굴러다니는 개들의 눈빛을 보고 네가 모르는 감각. 하지만 끝내 네게 건네주고 싶었던 감각. 너는 울창한 곳에서 풀 한 포기 없는 곳으로 찻잎을 보내 주었고. 나는 눈사람처럼 시간을 뭉쳐 너에게 보냈다. 일기장을 펼쳐 두 눈에 이야기를 새겨 넣고. 너는 너의 일기장에 다시금 새겨둔다. 언젠가 이걸 널어놓으려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가닿을 거라는 믿음으로. 마치 나의 순간들이 네게 그랬듯이. 너의 곁에 서 있지는 않지만 나는 늘 함께 있다, 기나긴 겨울밤을 닮은 기록의 형태로. 말하자면 창틀은 프레임. 창밖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컷. 서로를 꼭 껴안은 컷들은 장면이 되어서 나를 스쳐 지나갔고. 나는 단지 그걸 기록하고. 너는 기억하고. 나는 더 이상 설원에 없지만. 오랫동안 방에 머무는 찻잎의 열대 과일 향기처럼. 너의 눈동자에서 나는 영영 상영된다.-* 로버트 비버스가 제작한 영화의 사본은 그리스 펠레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테메노스’라는 공간에서 2004년부터 4년마다 꾸준히 상영되고 있다. 한 번의 상영회마다 작품을 전부 상영하지 않고, 일부 주기를 선택하여 상영한다.

  • 모모코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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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멘토님의 조언대로, 한 연에서 다른 연으로 넘어갈 때 이어지지 않고 어긋나는 방식의 시 쓰기도 한 번 연습하기 + 시를 통해 같은 주제로 부터 멀리 떠나보는 연습, 여기에서 시작했다면 아예 다른 곳에서 끝나는 시를 써보기... !! 실천하려고 노력했는데요. 제목도 좀 새롭게 지으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다보니 많이 서툰 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미지가 파편화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꾸준히 노력해보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 2023-09-15 21:21:57
    모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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