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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일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08-08
  • 조회수 462

 계속해서 당길게도무지 풀리지 않도록.


 불꽃이 밤하늘을 걷는다 여름 축제의 막이 걷힌다저기 멀리에서 안개가 불어오는데네가 묻는다이건 어디서 오는 거야네가 묻는다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너와 밤을 걷기로 했다는 드리워진 것들을 거두어 내기로  그런 사소한 것들만이 가벼워져 떠오르고비로소 네가 폭죽처럼 떠오른다잡아야  것이 손에 잡힌다우리가 굵어가는  서로에게 기대어 가기 때문이라고그건


 네가 모르는 

 너는   없는 매듭의 


 이를테면 자두가 열리려면 나무가 필요해비록 멍들은 것이더라도자국이  나무의 밑동갈라져가는 우듬지 손목에는 얼마만큼의 초침이 새겨져 있는지  알지슬픔처럼  안개뿌리가 되기엔  마음이 너무 크고 쪼아먹는 새가 되기엔  마음이 확실해서 기둥이 되어줄게내가 뱉는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네가  있길 바랄게거기에는 내가 엮어둔마음을 매달아둘게망막 위로 번지는 물기를 불꽃으로 닦아줄게그렇게


 그런 것들은 말하지 않으려 한다 축제의 밤에


 이어지는 행렬과

 교차 

 교차

 교차


 엮고 엮어서


 어디까지   있지


 우리의 실은 낡지 않는다 우리의 밤은 밝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아 끝나지 않는 음악의 행렬 불빛의 언덕 멀리서 누군가 던진 불꽃이 활주한다우리는 우리만의 빛을 손바닥 위에 올린다 밝은 팔찌에 울리는 맑은 네게 물을 줄게 네게 안개를 줄게 다시 네게 물기를 닦아줄게 네게 어린 안개를 거두어 줄게 매듭은 풀리거나 단단하거나   하나


 우리의 여름을 뭉치면 멍이  자두가 남을 것이다새빨갛진 않고 푸르지도 않은 짙은 얼굴로 앉아 있을 거야기대어매듭을 만들자.


 도무지 풀리지 않도록

 네가 맺는 모든 것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축제의 밤에는 매미 소리와 불꽃 소리와 나뭇잎이 속삭이는 소리가 얽히고 손아귀에는 묽은 안개가 흘러내린다이제  걷힐 거야우린  걸을 거야그렇게 팽팽해진 하늘처럼 자란다단단해진다 우리는어떤 바람에도 풀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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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의 눈

밤새 시를 썼어 열대 우림에 관한 시였어 노트북 한쪽에는 우림의 사진이 십 초마다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어 울창해서 너무 울창해서 앞이 보이지도 않는 풍경이 등장할 때마다 떨었어 나의 손 떨림이 자판을 두드렸어 때로는 몰아치는 마음이 나를 시의 방향으로 밀기도 했어 창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렸어 물방울의 발자국이 창에 새겨지고 장마의 발목이 두꺼워졌어 이제는 아무도 장마라고 부르지 않는 순간을 위해 시를 썼어 이곳에는 1년 내내 비가 온다고 했어 그렇다면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고 부르는 게 맞다는 말을 들었어 누가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시를 썼어 나는 구름처럼 흘려보내는 걸 못 했어 머금거나 토하거나 둘 중 하나였으므로 밤새 시를 썼어 사진은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세상의 모든 우림은 다 가본 것만 같았어 나무는 계속해서 새로운 파문을 몸에 새겨가고 끝도 없이 안개가 흘러나왔어 넝쿨이 나의 손목을 휘감아서 내가 저 우림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 어쩌나 싶었어 우림 중에서도 구름이 너무 많은 곳은 운무림이라고 한댔어 나는 마치 옅은 구름층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어 창밖에서는 계속해서 비가 내렸어 순간의 정적 고요해지면 나는 사진 속 우림과 눈을 맞추었어 녹색의 정사각형이 내 눈에서 한없이 커져가는 시간이었어 계속해서 시를 썼어 한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방의 습도는 올라갔지만 나의 눈동자는 맑아졌어 우림과 눈을 정교하게 맞출수록 빗소리가 커지고 내 눈에 고여 있던 모든 걸 쓸어갔어 그래서 우림으로 떠나는 시를 썼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땅을 밟고 저 멀리까지 달리는 시였어 열대야가 끓어오르면 사람들은 이게 또는 그게 시가 아니라고 했어 꿈이라고 했어 그렇지만 나는 밤마다 시를 썼어

  • 모모코
  • 2024-07-03
아스팔트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귀를 기울였지. 길도 울고 있는 것만 같아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은 길의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울퉁불퉁한 표면을 곧게 깔아놓은 건 네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너를 닮은 것들은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넘어져서 얼굴이 쓸려도 아프지 않았어. 무르팍이 깨지지도 않았지. 아, 여긴 꿈이구나. 완전히 내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안쪽이구나. 생각하다가. 나는 꿈에서도 너를 만나는구나. 맨발을 내려다보며 이 길 위에서 내가 자꾸만 넘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소리가 들리는 길은 처음이야. 울고 있는 길도 처음이지. 너는 분한 일이 있으면 울고야 마는 아이. 앞을 생각하다가 터져버린 울음, 나는 만나본 적 없는 것들 위에서 미끄러지고. 베개에 고개를 묻고 운 적이 있어. 너와 함께 울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껏 달려 본 적은 없어서. 아스팔트에서 눈을 뜨고서 알아차린 것들. 달구어진 길에 엎드려서 진동을 느끼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깔아두었을까. 깔아두며 앞으로 나갔을까 고민하는 동안. 너의 발끝에서 질질 흘러나왔을 아스팔트를 쓸어내린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마음을 쥐어짠 뒤에 나오는 잔여물. 그러니까 울퉁불퉁한 눈물을 쓰다듬으며. 표정으로 포장된 심장. 검게 그늘 들이찬 얼굴 쏟아부으며 딱딱해진 길. 나 밤새 너를 생각했어. 단단하게 자리 잡은 아스팔트 뜯어내며 흘려보내는 한 마디. 너를 위해 우는 동안 실컷 미끄러졌어. 만나본 적 없는 길을 걸으며. 넘어지면 몰래 우는 소녀를 생각하며. 울음을 밑창에 끼우고 달리는 너를 떠올리며. 처음으로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잘 이해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아스팔트는 나의 이야기를 먹고 부풀어 오른다. 조금씩 말랑해지다가 힘을 주면 뜯어져서 바닥이 보이고. 마침내 포장되어 있던 길의 안쪽을 만나고. 길게 펼쳐진 길을 끌어안을 수는 없지. 끝도 없이 달려가는 네 마음처럼. 다만 나는 귀를 기울일게. 말캉한 길. 너의 가장 내밀한 표정을 가만히 담아내는 상상. 알고 있지. 이 모든 건 내가 만든 상상의 안쪽. 나는 여전히 네 뒷모습을 보고 걸어가겠지만. 꿈에서도. 꿈속에서도 생각하고 있어. 악착같이 울부짖으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소녀를. 결승선보다도 뛰어가는 방법을 골몰하는 너를.

  • 모모코
  •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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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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