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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02-07
  • 조회수 286

학교 후문 카페에서 파는 우유생크림도넛은 우유생크림도넛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명하고

유명하다는데는 이유가 있대 물렁한 복숭아 조각을 어항에 넣어 두면서

요즘 카페에는 어항을 많이 가져다 둔다는 너의 말을 들었다 거기에는 색색의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꼬리에는 청색 불빛을 매단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겠지 아마도 무대 두꺼운 비비안 웨스트우드 벨트를 너처럼

 

어제는 헤어롤로 앞머리를 말았는데 힘조절을 실패했어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지닌 상태로

아무도 만지지 않은 하얀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잠이 든다 환한 밤이 이어졌다

소화되지 않는 우유생크림도넛 같은 시간이 밖으로 떨어지고 이어폰에선 같은 기타음이 계속되었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너를 생각하며 깊게 파인 베개를 만졌다

 

나는 악기를 다룰 줄도 모르면서 밴드가 하고 싶었지 피크를 피클처럼 다루는 당신이 보였고

전혀 달콤하지 않은 복숭아를 따서 바구니에 넣었다

어떨 때는 밴드맨 또는 카메라의 셔터도 찾으면서 사진사가 되고 싶다고도 가끔은 카페 주인이 되고 싶었다

멀리 당신은 너무 멀리까지 걸어가 버렸고

 

펑크한 차림의 여자를 따라가면 수많은 방문이 있고 그녀를 따라 사람들은 웅성인다

행운을 가져다 토끼발을 사서 허리춤에 차고 벌컥 벌컥 열리는 것들을 구경한다 너무 많은 털날림에 파묻힐 같아

너는 앰프는 어떤 좋다는 말을 했지만 나는 그런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검색을 했는데

아는 척을 했다 기타도 없으면서 연습실에 갔다 떨어지는 선율 위에 발을 올려 보았으나

땅이 움푹 꺼져버렸다 영화 인셉션처럼 아니 영화 파프리카처럼

자꾸만 따라가게 되는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 꿈결같은 시간 속에서 찾아야 하는 잊어버리게 되는

 

유명하다는 무슨 뜻일까 편의점에서 파는 우유크림빵 같으면서도 과자점에서 파는 생크림 같다는 걸지도

무릎의 끝은 분홍빛이지만 하얀색을 덧칠하고 싶어서 눌러보기도 하고 햇빛을 피해 숨어도 봤다가

돈으로 절대 사먹을 같지 않은 맛을 지녀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여기서 내가 해야 행동은 계속해서 걷는

그리고 잠긴 문을 열어보는 그림자의 형태는 울렁거리며 자꾸만 바뀌고

 

마침내 침대 위에서 막을 내리는 여정 어항은 하나의 보석함인데 나는 그걸 잊고 있었는지

아는 척을 하면서 속에 손을 넣었다 크림이 사방으로 튀고 매끄러운 복숭아 알이 나타났다

분홍 원피스 잠옷은 부끄러운 얼굴을 했다 털이 모두 빠져버린 토끼발과 옆에서 잠을 자는 금붕어

유명하지 않은 복숭아를 잠옷으로 닦으면서 아침이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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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의 눈

밤새 시를 썼어 열대 우림에 관한 시였어 노트북 한쪽에는 우림의 사진이 십 초마다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어 울창해서 너무 울창해서 앞이 보이지도 않는 풍경이 등장할 때마다 떨었어 나의 손 떨림이 자판을 두드렸어 때로는 몰아치는 마음이 나를 시의 방향으로 밀기도 했어 창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렸어 물방울의 발자국이 창에 새겨지고 장마의 발목이 두꺼워졌어 이제는 아무도 장마라고 부르지 않는 순간을 위해 시를 썼어 이곳에는 1년 내내 비가 온다고 했어 그렇다면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고 부르는 게 맞다는 말을 들었어 누가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시를 썼어 나는 구름처럼 흘려보내는 걸 못 했어 머금거나 토하거나 둘 중 하나였으므로 밤새 시를 썼어 사진은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세상의 모든 우림은 다 가본 것만 같았어 나무는 계속해서 새로운 파문을 몸에 새겨가고 끝도 없이 안개가 흘러나왔어 넝쿨이 나의 손목을 휘감아서 내가 저 우림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 어쩌나 싶었어 우림 중에서도 구름이 너무 많은 곳은 운무림이라고 한댔어 나는 마치 옅은 구름층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어 창밖에서는 계속해서 비가 내렸어 순간의 정적 고요해지면 나는 사진 속 우림과 눈을 맞추었어 녹색의 정사각형이 내 눈에서 한없이 커져가는 시간이었어 계속해서 시를 썼어 한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방의 습도는 올라갔지만 나의 눈동자는 맑아졌어 우림과 눈을 정교하게 맞출수록 빗소리가 커지고 내 눈에 고여 있던 모든 걸 쓸어갔어 그래서 우림으로 떠나는 시를 썼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땅을 밟고 저 멀리까지 달리는 시였어 열대야가 끓어오르면 사람들은 이게 또는 그게 시가 아니라고 했어 꿈이라고 했어 그렇지만 나는 밤마다 시를 썼어

  • 모모코
  • 2024-07-03
아스팔트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귀를 기울였지. 길도 울고 있는 것만 같아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은 길의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울퉁불퉁한 표면을 곧게 깔아놓은 건 네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너를 닮은 것들은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넘어져서 얼굴이 쓸려도 아프지 않았어. 무르팍이 깨지지도 않았지. 아, 여긴 꿈이구나. 완전히 내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안쪽이구나. 생각하다가. 나는 꿈에서도 너를 만나는구나. 맨발을 내려다보며 이 길 위에서 내가 자꾸만 넘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소리가 들리는 길은 처음이야. 울고 있는 길도 처음이지. 너는 분한 일이 있으면 울고야 마는 아이. 앞을 생각하다가 터져버린 울음, 나는 만나본 적 없는 것들 위에서 미끄러지고. 베개에 고개를 묻고 운 적이 있어. 너와 함께 울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껏 달려 본 적은 없어서. 아스팔트에서 눈을 뜨고서 알아차린 것들. 달구어진 길에 엎드려서 진동을 느끼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깔아두었을까. 깔아두며 앞으로 나갔을까 고민하는 동안. 너의 발끝에서 질질 흘러나왔을 아스팔트를 쓸어내린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마음을 쥐어짠 뒤에 나오는 잔여물. 그러니까 울퉁불퉁한 눈물을 쓰다듬으며. 표정으로 포장된 심장. 검게 그늘 들이찬 얼굴 쏟아부으며 딱딱해진 길. 나 밤새 너를 생각했어. 단단하게 자리 잡은 아스팔트 뜯어내며 흘려보내는 한 마디. 너를 위해 우는 동안 실컷 미끄러졌어. 만나본 적 없는 길을 걸으며. 넘어지면 몰래 우는 소녀를 생각하며. 울음을 밑창에 끼우고 달리는 너를 떠올리며. 처음으로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잘 이해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아스팔트는 나의 이야기를 먹고 부풀어 오른다. 조금씩 말랑해지다가 힘을 주면 뜯어져서 바닥이 보이고. 마침내 포장되어 있던 길의 안쪽을 만나고. 길게 펼쳐진 길을 끌어안을 수는 없지. 끝도 없이 달려가는 네 마음처럼. 다만 나는 귀를 기울일게. 말캉한 길. 너의 가장 내밀한 표정을 가만히 담아내는 상상. 알고 있지. 이 모든 건 내가 만든 상상의 안쪽. 나는 여전히 네 뒷모습을 보고 걸어가겠지만. 꿈에서도. 꿈속에서도 생각하고 있어. 악착같이 울부짖으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소녀를. 결승선보다도 뛰어가는 방법을 골몰하는 너를.

  • 모모코
  • 2024-06-30
에니아이오스* (下)

오늘의 너는 어떤 창틀에 도착하게 될까. 나는 사랑하는 너에게 무수한 창을 남기고 갔다. 일기장을 열면 쏟아져 나오는 나의 계절들. 너는 너머를 들여다보듯이 나의 어제를 살피는 사람. 내가 열대 우림의 풍경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너는 설원의 얼굴을 만난 적이 없어서. 멋대로 혹은 마음껏 머릿속에서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빚을 테지. 눈이 휘몰아치고 눈앞이 온통 새하얘지고 눈밭 위에서 굴러다니는 개들의 눈빛을 보고 네가 모르는 감각. 하지만 끝내 네게 건네주고 싶었던 감각. 너는 울창한 곳에서 풀 한 포기 없는 곳으로 찻잎을 보내 주었고. 나는 눈사람처럼 시간을 뭉쳐 너에게 보냈다. 일기장을 펼쳐 두 눈에 이야기를 새겨 넣고. 너는 너의 일기장에 다시금 새겨둔다. 언젠가 이걸 널어놓으려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가닿을 거라는 믿음으로. 마치 나의 순간들이 네게 그랬듯이. 너의 곁에 서 있지는 않지만 나는 늘 함께 있다, 기나긴 겨울밤을 닮은 기록의 형태로. 말하자면 창틀은 프레임. 창밖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컷. 서로를 꼭 껴안은 컷들은 장면이 되어서 나를 스쳐 지나갔고. 나는 단지 그걸 기록하고. 너는 기억하고. 나는 더 이상 설원에 없지만. 오랫동안 방에 머무는 찻잎의 열대 과일 향기처럼. 너의 눈동자에서 나는 영영 상영된다.-* 로버트 비버스가 제작한 영화의 사본은 그리스 펠레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테메노스’라는 공간에서 2004년부터 4년마다 꾸준히 상영되고 있다. 한 번의 상영회마다 작품을 전부 상영하지 않고, 일부 주기를 선택하여 상영한다.

  • 모모코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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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해주

    안녕하세요, 모모코님. 시 잘 읽었어요. 도입부의 “물렁한 복숭아 조각을 어항에 넣”는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그런데 시에 너무 많은 이미지들이 들어와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유생크림도넛, ‘유명하다’와 관련된 표현들은 생략하고 어항, 카페, 금붕어, 너, 악기 등 시어들에 더 초점을 맞추면 좋겠습니다. 인물 또한 ‘펑크한 차림의 여자’ ‘그녀를 따라온 사람들’이 시에서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아 되도록 생략하거나 다른 전개를 고민해보심이 좋겠습니다.

    • 2023-03-12 20:09:09
    조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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