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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2] 세상에 갇힌 K씨의 편지

  • 작성자 해강
  • 작성일 2024-06-20
  • 조회수 278

부식되는 것.

마셔야 살 수 있는것이

정작 나를 녹슬려 

부수는 것이 되

려 나를 살게 하는

게 맞을까 산다는것은

생존인지 나는 어떤 종류를 먹든

배가부르지 않으면 패악질을 부

리고는 그리고는 항문을 잃은 아

귀처럼 매일 밤이면 배가 아팠는

데말이야 어쩌면 나는 쪼그라들어가

고있는지도 몰라 이제부턴 나의 피부 표면 바깥을 이루는 모든게 내가 된다. 내 피부가 감쌌던 장기, 살덩이, 뼈, 나의 상념, 나의 기억, 이런게 내 바깥의 세상이 되었고

나를 감싼 껍질은 집어삼킴으로 인해 결국 점이 되겠지


우주가 인간의 장기배열 각도를 닮았다나 뭐라나

하는 과학자들은 내가 다 처리했어.

진짜 그들이 인류모두 그리고 우리가 아는 우주까지도 내 몸을 이루기위해 존재한다는걸 밝히면 안되잖아. 다행히 내 장기들은 잘 세뇌되어있고 요즘 자주 나를 걱정해줘. 따듯하게 굴어. 흐르는 소리 내려가는 소리 

공기를 베어무는소리 비행기소리 그런 소리들을 내면서


가끔은 괴로워하더라 아파하더라. 병원은없었어 내 주위엔 지방덩어리랑, 다짐의 글씨체, 근육조직이랑 찢어진 일기장 흥건한 장기들에 무슨 동맥들 밖에 없어서 쓸쓸하기만 하고.  안으로 안으로 점점 파고들어갔어. 좁고 깝깝한 세상나머지는 더이상 알고싶지도 않았고. 세상 어디 높은 곳엔 뇌가 바다위에 떠 있다는데 볼게 그렇게 많대서 얼마전에 패키지여행 예약해놨다가 온 날이 다 비수기라 흥떨어져서 관뒀어. 


내 안에는 재미있는게 많다. 산소가 21퍼센트나 있다

부식되는것. 어디선가 익숙한 썸-머가 들려오고. 

부식에선 그리움의 포도향이 날때가 있었어

내가 과식을 하는 사람이 되기 이전엔 천지가 뒤집어지기 이전엔 

세상엔 그리운 것들이 참 많았는데.

세상은 진공이다 미세한걸로 다닥다닥이루어져서

번식하는것들은 다 너무 작고 이기적이고 말 안통하는 것들. 녹슬지 못하는 것들. 산패되면 부랑자가 되고 결국엔 소멸한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누구는 녹차를 참 좋아했단말이야.


결국 철봉을 녹슬리는 것은 재미의 짓이었대.

나는 너무 오랫동안 비 진공상태에 머물렀어서

피부가 쪼그라들다가 점이 되는 저주를 맞았는데

어쩌면 녹슨 철봉이 내게 묻었을때 감염된걸지도 몰라

네가 아플때마다 이마에 생기던 팔자주름을 떠올려 봐 증거야


얼마전엔 내 안에서 아주 작은 포도로만 몸이 구성된사람을 봤어. 네가 들으면 기뻐할 소식인데.

희망이 보이는것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널 집어삼키지 말걸. 그럴 마음도 없었지만

너무 심심해 고독해 

바깥세상에도 수돗가가 있더라

혹시 네가 시치미 똑 떼고 앉아있진 않을까 해서 가봤는데 세상엔 피가 흐르는 수도뿐이야. 철봉을 핥았을 때와 같은 냄새가 진동해. 그런데 너는 빨간색을 싫어했으니까. 

네가 그날 부식되었다는 사실까지만 알고 있어

피부는 모든 것의 경계. 너는 오래된 레자 가방처럼

부스러져 내린걸까 

너는 그나마 완전부식은 면해서 경계도 없는 너의 세상을 꾸려가고 있을까

어디에 앉아있을 계획인지 힌트만 줘.


내 껍질이 날 잡아먹어서 

난 주체성을 잃은건지도 몰라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는 걸까

껍질이 나에게 에프킬라를 뿌리는장면이 상상이 가?

나는 가는데.

나는 가고 있지. 

어디로? 세상을 흘러다녀

세상이 나를 졸졸 흐르고

뒤집힐만큼 놀라서

횡경막이 뒤집힌 

나의 한명의 구성요소야.

놀랄 일은 차고도 넘치니 

리드미컬한 비트는 좀 아껴둬

언젠가는 포도향 그게 나타날 때가 오면

좀 머쓱하게 형체만 유지하는 수도꼭지가 달려오면

그래 이 리듬은 성대한 축제에 쓰이게 될 거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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