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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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2
2 성동혁 붉은 두건을 두르고 나는 뻗어 나가네 산양처럼 폐는 얼마나 팽창해야 구름이 되는 걸까 철창을 두드리며 생각하네 지금 여긴 우리가 아니네 스스로 문을 열면 아무도 나를 쫓아오지 않는 고원 천막을 찢으며 파란 입술 붉은 피 정해 준 기록 집은 멀어지고 수저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둥글게 덜어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난 왜 헌금을 동전으로 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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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거짓말 2
거짓말 2 김근 불빛 흐리고 불빛 흘러내리고 불빛들로 밤은 흥건하고 비로소 네가 말해진 말이 전해진다 걔네가 어떻게 알겠어 술병들이 모두 숨는다 우리에게 전해진 네가 말해진 말을 우리는 이어 붙인다 밤새도록 이어 붙인다 우리는 네가 말해진 말을 우리는 너를 구하지 못했다 네가 말해진 곳에 너는 없고 네가 말해진 말이 전해진 곳에 더더욱 없고 너는 네가 말해진 말이 전해진 곳 너머 네가 말해진 곳 너머 겹겹의 너머에 있으리라고 우리는 추측하고 우리는 가정하고 우리는 네가 말해진 말의 진위를 확신하지 못하고 우리는 술병들의 거처를 의심한다 어떻게 알겠어 걔네가 네가 말해진 말 속에서 네가 했다는 말 속으로 속수무책으로 우리는 끌어당겨지고 우리는 거기 없다 끝내 우리는 너를 구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어 붙인 말 속을 다 젖어서 너는 돌아다닌다 네가 계속 돌아다니도록 멈춰지지 않도록 우리는 계속 네가 말해진 말을 이어 붙이고 붙이고 붙이지만 이따금 우리가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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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비미래 2
비미래 2 안미린 드론을 띄웠다. 부감 숏을 살폈다. 샅샅이 살폈지. 드론에 잡히지 않은 것들도. 유리 묘비가 간결하게 도미노를 이루고 있다.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거겠지. 땅 밑은 작고 우아한 식물성 관이 생분해되고 있겠고. 유리질 묘비에 반사되는 빛. 그 빛을 받고 자라나는 흰 꽃들, 영그는 유령들. 흰 것을 으깨어 추출한 검은 향수 한 방울. 검은 향수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지도 모서리를 접은 하얀 빈자리, 괴담과 미담이 반반 섞인 이야기를 불태운 향기가 났다. 도미노처럼 향기가 퍼져 나갔다. 드론을 밀어내듯 눈부시게 퍼져 나갔다. 드론에 잡히지 않는 곳까지. 이름 모를 유리 묘비에 하얗게 입김을 불어넣었지. 손끝으로 묘호를 써내려갔다. 투명한 유언의 차원은 잊힌 적 없는 선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