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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모험

  • 작성자 영 0
  • 작성일 2023-12-11
  • 조회수 579

수빈은 병원 침대에 앉아 창밖을 본다햇빛이 이불덮은 발을 간지럽힌다이따금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멀찍이 들려온다들릴 것 같으면서도 안 들리는 수다쟁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정자에서 화투치는 소리도 들려온다이따금 뻥뻥 거리며, ‘뻥이요!’ 하는 기계의 소리도 들린다하지만이 모든 것은 수빈의 것이 아니었다그래단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명쾌한 것이었다.

아마 이것은 수빈의 어머니의 탓이 클 것이다어머니께서는 혼자 이 병실을 나서지 말라고 하셨다이유는 위험이었다침대에서 내려오다가 굴러 떨어질 수도 있고링거걸이를 끌고가다가 링거걸이가 쓰러질 수도 있었다대신 수빈의 어머니는 병실에 책을 가져다 놓으셨다.

엄마랑 아빠회사 다녀올테니까낮에 이거 읽고 있어.”

수빈은 그 말을 들으며 아빠에게 구원의 신호를 내보냈지만한숨을 내쉬며고개를 흔드는 아빠를 목격했다. ‘아빠도 엄마의 걱정증후군은 포기하셨군.’ 이라며 단념한지 수빈은 오래였다문제는 그게 아니었다책이 너덜너덜해졌다는 것.

솔직히 수빈에게 이 책은 재미가 없었다. ‘아마 또래 애들도 이딴 책은 안 보겠지.’라고 생각하였다물론그 책은 또래 애들의 수준은 아득히 상회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수빈은 모험을 하기로 했다읏차 읏차 발을 휘저어 침대 밑의 신발을 찾는다신발이 느껴진다수빈은 신발을 꺼내고침대에 올라서 링거를 5발 링겔대에 건다그러고는 신발을 신고첫 발을 내딛는다가슴이 쿵쾅거린다그리고 한 발을 뗀 후의 느낌, ‘기분 좋아!’ 링겔대를 잡고 천천히 천천히 움직인다우선 창가쪽으로 향해본다귀로만 듣던 것들이 그저 병원의 담쟁이 덩굴만 비추던 창문이 사람들을 비춘다.

와아아아~~~”

흰 색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 언니 오빠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나간다좋아하는 뻥튀기를 튀기는 기계도 보인다그리고 마음에 쏙 든 것이 보인다알록달록한 책을 가득 실은 트럭이 병원 한 쪽에 주차되어 있었고아이들이 몰려 있었다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 소녀가 느낄 것 같은 호기심이 발동했다수빈은 그대로 뒤로 돌아!’ 하여 앞으로 나아간다고개를 빼꼼 내밀고 주위를 살피자 아무도 없다개미 한 마리가 지나가도 소리가 울릴 것 같은 복도다.

수빈은 누가 오기 전에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링거걸이를 잡고 달린다바퀴의 마찰음이 날카롭게 전신을 할퀴어 왔다그때 앞에서 간호사 언니 한 분이 웃으시며 나타났다그녀는 수빈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간호사분들이 쉬시는 공간으로 데려가셨다.

그렇게 뛰면넘어진단다.”

수빈은 그저 입술을 삐쭉 내민채로 벽을 바라봤다.

수빈아사탕 먹을래.”

사탕마법의 단어다하지만하지만그것은... 안돼.

.”

왜 삐진 거니어디 가려고 한 거니같이 가자.”

.”

?”

“...”

오늘 병원에 입원한 수빈이한테 책 선물해 준다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창문으로 봤구나같이 나가볼래?”

아니에요제가 혼자 갈게요.”

길은 다 아니?”

근데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알았어비밀로 해줄게잘 다녀와.”

수빈은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한다어찌저찌 사탕도 입에 문 채이다수빈은 의사선생님께 이 앞으로 이사오는 거 어떠니?” 라고 들을 정도로 병원의 주요 인사였으며인사성 바른 소녀였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커다란 엘리베이터에 들어간다이 커다란 공간에 혼자다.

“10...9...8...”

중간 중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사람들이 탄다휠체어를 타신 분도 계시고환자복이 아닌 복장을 하신 분들도 탄다수빈은 키가 큰 어른들을 올려다 보며 1층 까지 내려간다바깥 냄새가 느껴진다더 이상 링거걸이의 굉음은 들리지 않는다사람들의 수다소리가 더욱이 크게 들린다이따금 띵동하는 소리도 들리고폼알데하이드의 냄새가 아닌 자연의 냄새도 느껴진다무언가 기분이 좋아진다수빈은 잠시 그곳에서 머물다가 다시금 출발한다.

내리막길도 지나고하얀 가운을 입은 아저씨들도 마주친다언제봐도 왜 있는지 모르는 의문의 동상도 지나치고병원 약국 앞도 지나친다그러다 한 카페 앞에 멈춘다그러고선 후회한다아까 간호사 언니한테 같이 나와달라고 할걸.

수빈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로 밖으로 나선다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게 어린 소녀의 볼을 간지럽혔다맑은 공기가 수빈의 폐를 씻어주고미소짓게 만든다새들도 수빈을 맞이한다수빈은 떨리는 마음으로 트럭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많이 몰려있다한 아저씨가 트럭 위에 앉아 손가락 인형극을 하고 있다연극이 끝나자 수빈은 소리에 귀를 막으며 얼굴을 찌푸렸다그러고는 소리가 잦아질 때쯤 박수를 쳤다수빈은 한 쪽 구석으로 가 조용한 목소리로 트럭 위 아저씨에게 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수빈이라고 하는데... 그 책...”

꼬마아가씨가 수빈이구나딸아이한테 들었는데딸아이가 여기 간호사인데 책 좋아하는 애 있다고 그러더라고그래서받아라선물이다.”

감사합니다!”

수빈은 몇마디 더 꺼내려 하였지만아이들이 또 해주세요.’라던가 저도 주세요.’라는 말에 파묻힌 아저씨였기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그래서 수빈은 항상 머리가 샌 어른들이 앉아 계신 정자로 가 보았다오늘도 바둑이며장기며화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수빈은 조용히 한 구석에 링겔대를 놓고책을 펴 읽는다한참을 읽고 주위를 살펴 보자 어른들이 모여 있었다.

재밌니우리 손자도 저렇게 책 좋아하면 좋을 텐데...”

얘 이 할배가 읽어줄까이래 봬도 옛날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어.”

이영감 왜 이러시나매번 국어시간때 애들을 재운 주제에내가 읽어줄게.”

수빈은 갑작스런 어른들의 관심에 긴장했다.

... 괜찮아요감사합니다.”

수빈은 어서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숲길로 향했다이 길을 쭉 걸어가면병원 반대편으로 나오는 것을 알았기에 힘차게 앞으로 걸어갔다숲의 냄새와 습기가 한동안 제대로 씻지 못해 찌뿌둥해 진 몸을 씻겨준다곳곳에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어 반겨주고새들도 지저귀며 인사한다수빈은 일렬로 떨어진 도토리들을 발견한다수빈은 도토리를 주우려 허리를 숙인다.

!”

아뿔싸 링거를 생각하지 못하였다하는 수 없이 수빈은 도토리를 줍는 것을 포기하고 따라가 보려 했지만그곳은 하필 숲속으로 가야하기에 포기한다하는 수 없이 한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 그 도토리의 종착점을 유심히 지켜본다혹시 작은 토토로들이 떨어뜨리고 간 것 아닌가하는 기대로 말이다.

하지만시간이 지나도 토토로는 나오지 않는다대신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걸어 오시는 것이 보인다.

선생님안녕하세요?”

수빈아이런대서 뭐해병실에 있어야지.”

심심해서 나왔어요모험이라고요!”

그렇구나그럼 지금은 뭐하고 있는 거니?”

토토로를 기다리는 중이에요봐요저기 도토리가 떨어져 있잖아요일렬로.”

그럼 선생님이랑 같이 기다릴까?”

좋아요!”

둘은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고결국수빈은 잠들어버렸다잠시 후 수빈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수빈아수빈아잘 잤니?”

선생님... 토토로는 어떻게 됐어요?”

토토로왔었는데 너가 일어나지 않아서 결국 가버렸단다대신 이거 선물이래.”

의사선생님이 수빈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예쁜 화관이 머리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럼 밥먹으러 올라가자데려다 줄게.”

수빈은 다시 병원 건물로 향한다이제 모험은 끝났다하지만매우 즐거운 경험이었기에 아마 수빈은 오늘 밤 오랜만에 제비꽃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잘 것이다.


영 0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글을 씁니다. 프사는 함스타좋아 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https://crepe.cm/@HAM_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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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 0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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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 0
  • 2023-12-02
산다이바나시 2023.11,30 주제: 캐릭터 열쇠고리, 물, 잠바

아무런 의미 없이 S는 열쇠고리를 만지작 거린다. 그것은 S의 친구의 유품이다. S의 친구는 그곳에 USB를 꽂고 다녔다. 죽기 하루 전날 가지도 S의 친구는 그것의 내용물을 알려주지 않았다. 언젠가 차차 알게 될 것이라며, 그 usb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글쎄... S는 엄청난 궁금증에 휩싸였음에도 그것을 열어보지 않았다. 그 내용은 비밀이라는 것이 친구의 마지막 부탁이었으니까.S의 친구는 고아였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고, 형제는 있었지만, 연을 끊은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S는 죽은 친구의 집에 가 유품 정리를 하고 있다. 책꽂이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다섯 여섯걸음이면, 어디든 닿을 정도로 작은 집이었기에 정리할 것은 많지 않았다.경찰에 따르면, S의 친구는 책상에 엎어진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인은 과로였다. 어제 아무렇지 않게 내일 보자며 손 흔들었던 친구이기에 솔직히 유품을 정리하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S는 그의 친구가 마지막으로 앉아 있었을 책상의자에 걸터 앉았다. 친구의 책상 옆의 책장에는 여러 전공서적들이 꽂혀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수학관련 서적도 있고, 심리학관련 서적도 있었다.S는 그것들을 둘러보다가 의자에 걸려 있는 친구의 잠바에 시선이 갔다. 아, 이것은 S의 친구를 처음 만났던 때부터 봤던 잠바다. 물론, 다르긴 하지만, S의 친구는 신기하게도 매일같이 체크무늬의 외투만 사 입었다. 옷이 다 헤지면, 비슷한 옷을 항상 사 입었다. S는 그 잠바가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문득 궁금해 그 옷을 한 번 입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 입어보았다. S의 친구가 이것을 보고 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S는 흔쾌히 웃으며 허락하지 않을까 싶었다.S는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안에는 무언가가 만져졌다. 그저 작은 쪽지였다.‘흐음... 아마 이 쪽지를 발견하게 될 사람은 단, S 너 밖에 없겠지. 너는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허락하고, 깊이 교제할 수 있게 허해준 사람이니까. 어쩌면 나의 여자친구보다 너가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아,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너에게 하나 비밀로 해 온 것이 있었지. 그 usb, 만약 궁금하다면, 열어봐도 좋아. 안에 있는 파일들은 전부 너에게 맡기도록 할게. 내 짐도 마찬가지이고... 아, 난 왜 이런 걸 쓰고 있냐... 마치 유서 같잖아.ㅎㅎ 뭐, 자살한다거나 당장에 죽지는 않겠지만, 이것들은 전부 사실이니까. 뭐, 그냥 그렇게 알아둬,“S의 친구가 이 쪽지로 무엇을 하려고 했을지는 S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선지 S의 눈에서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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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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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제 병원 생활을 모티프로 한 글입니다.하지만, 확실히 이 글은 마무리가 아쉽군요.

    • 2023-12-11 23: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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