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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의 기술(퇴고본)

  • 작성자 distodam
  • 작성일 2019-01-31
  • 조회수 1,103

민식은 12시간 운전대를 잡는 것보다 12시간 자는 것에 익숙해져갔다.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난 날부터였다. 민식은 손에 잡히는 대로 입고 맨발이라 신발에 뒤꿈치가 쓸리는 것도 모른 채 뛰었다. 쇠 냄새와 녹 슬은 간판들이 가까워졌다. 회사 앞에 도착한 민식의 눈에는 주차장이 보였다. 트럭들이 모두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민식은 속도를 줄이고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 3층에는 사무실이라는 글자가 박힌 유리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 칸막이 너머로 사람들이 민식을 흘낏거렸다. 면식이 있는 대리가 민식에게 웃어 보였다. 연락 못 받으셨나 봐요. 민식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말했다. 오늘인가요? 대리가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오늘부터랍니다. 민식은 대리에게 눈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발 뒤꿈치가 아파져 왔다. 민식은 계단에 앉아 신발을 벗어 상처를 보았다. 신발을 고쳐 신고는 그대로 앉아 생각을 반추해 보았다. 그러다가 왜 오늘 늦게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어제가 붉은 조끼와 구호, 돌고 도는 술잔, 그런 것들로 형상화되어 민식의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밖으로 나와 공단이 즐비한 곳을 지나 8차선 횡단보도를 기다리면서 민식은 중얼거렸다. 파업이구나.

며칠 전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민식은 운전대를 잡은 지는 육 년이 넘었지만 트럭을 몰은 지는 일년이 조금 넘었다. 노동 강도나 그에 못 미치는 얄팍한 보상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웠다. 문제가 생긴 건 하루 이틀 미뤄지던 봉급이 석 달째 자취를 감추었을 때부터였다.  회사 사정이라며 며칠 지급이 미뤄지는 건 민식도 익숙했다. 그러나 3달은 아니었다. 사무실은 두 달을 시달린 끝에 아예 문 앞에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투의 종이를 붙여놓았다. 어떤 이들은 술을 마시고 회사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거나 유리창을 부수고 경찰에 잡혀갔다. 퇴근길 지나가듯 던지던 말들이 진지한 대화로, 모임으로 구체화 되어갔다. 민식이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볼 즈음에는 모든 사항이 결정된 후였다. 어제는 확정된 결론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민식은 그 틈에 끼어 보기로 했었다. 회사에 충성한다고 내일이 보장된 일자리도 아니었다. 아저씨들 측에 붙는 게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는 길이라고 민식은 결정했다. 그렇지만 민식은 파업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저 오늘부터 무직이었다. 민식은 군대 시절부터 모아둔 돈이 얼마 정도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한 몇 달은 버틸 수 있었다. 그 뒤는 장담할 수 없었다. 민식은 회사에 붙었다면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도 업계 사람들에게 밉보여 운전대도 못 잡는다면 큰 일이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횡단보도 불이 켜졌다.

민식은 집 계단을 올랐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오늘은 놀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민식이 바닥에 눕자 마자 전화가 울렸다. 민식의 휴대전화는 아니었다. 민식이 사는 원룸 공동식당에 연결된 전화였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을 때 사용하거나 걸려온 전화를 주인집이 받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용도였다. 원룸 문을 꽉 닫지 않으면 아래서부터 벨소리가 울렸다. 민식은 어쩐지 전화를 직접 받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공동식당이 있는 일 층으로 내려갔다. 집주인이 이미 전화를 받고 있었다. 바로 앞에 서 있던 민식에게 건넸다. 학생한테 온 전화네. 고등학교 친구라는데? 민식이 아 예, 하고는 두 손으로 수화기를 들었다가 한 손을 뺐다. 여보세요. 민식아. 귀에 익은 목소리였지만 이름이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쪽에서 먼저 정체를 밝혔다. 오랜만이라서 까먹었구나. 나 형철이야. 박형철. 민식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박형철이 자신과 어떤 관계로 연결되어 있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침묵이 어색해질 즈음에야 민식은 박형철이 그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같은 반이었음을 상기해냈다. 사실 같은 중학교를 나온 것도 기억났지만 몇 번 스쳐 지나간 것 말고는 관계가 없었다. 민식은 전화를 끊는 쪽으로 유도하고 싶었다. 어중간한 사이의 고등학교 동창이 걸어오는 전화는 그가 처음이 아니었다. 간단하고 어색한 관계증명과 그 뒤로 이어지는 대출 권유, 다단계, 공동투자 제의 같은 데 민식은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형철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직 내가 누군지 잘 기억이 안 나는 것 같네.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그러고는 전화가 끊겼다. 민식은 드디어 동창 등쳐먹는 방법도 진화한 건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민식은 형철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려 노력해보았다. 그렇지만 도저히 떠올리려야 떠올릴 수가 없었다. 형철은 민식과는 다른 무리였고 말을 섞거나 했던 적도 없었다. 어쩌다 눈 마주치면 어색하게 지나갈 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왜 자신에게 형철이 전화를 했는지 민식은 알 수가 없었다.

형철에게서 다시 전화가 온 건 이틀 즈음 뒤였다. 민식은 전화벨이 다섯 번쯤 울리기를 기다렸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나 박형철이야. 이제 내가 기억나니? 민식이 대답했다. 어. 고등학교 동기잖아. 너무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그때는 잘 기억이 안 나더라. 민식은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몇 초 지나서 민식의 귀로 형철의 대답이 들렸다. 다른 게 아니고, 운전 좀 가르쳐 줄 수 있나 해서. 운전? 민식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 너 운전 잘하잖아. 내가 운전 잘하는지는 어떻게 알아? 아니, 잘할 것 같다고. 너 고등학교 때부터 운전했잖아. 민식은 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민식이 3학년 생일이 지나자마자 운전면허를 따서 종종 아버지 차를 운전하고 다녔던 건 사실이었다. 중요한 것은 형철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였다. 민식이 말했다. 그건 어떻게 알았는데? 너 나랑 3학년 때 같은 반이었잖아. 아, 그랬지. 민식이 대답했다. 머릿속으로는 졸업앨범을 어디에다 두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민식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내가 가르쳐주는 것도 좋은데 운전학원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 내가 다녔던 데 괜찮은데. 민식이 살짝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운데, 아무 데서도 안 받아주겠대. 네가 좀 도와주라. 기본기만 가르쳐줘. 돈도 줄게. 민식은 마음속으로 통장잔고와 귀찮음을 양팔저울에 달아 보았다. 아직까지는 잔고에 대한 걱정이 가벼웠다. 그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운전 되게 잘하는 사람 있는데. 그 사람 소개해 줄게. 그게 더 나을 거야. 형철이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었다. 음. 그럼 일단 전화번호 좀 주면 내가 연락할게. 그래. 다음에 만나서 밥 한번 먹자. 민식이 전화를 끊었다.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민식은 이제 누구를 형철에게 소개해줄 지가 고민이었다. 영민이 떠올랐다.

영민이 민식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된 건 다섯 달 전부터였다. 직전까지 군대에서 운전병을 하다 결국 운전하는 직업으로 굴러들어왔다고 영민은 말했다. 영민이 오기 전까지 민식이 하던 허드렛일은 영민의 차지가 되었다. 영민은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이었다. 한편으로는 그가 가진 사회경험은 이제 백지에 점 하나를 찍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오래지 않아 발생했다. 엔진오일을 갈아야 할 때가 되자 그 일은 자연히 막내인 영민의 몫이 되었다. 그러고서는 며칠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자 민식이 영민에게 주문은 했냐고 물었다. 영민은 내일쯤 올 거라고 답했다. 다음날 민식은 출근하다가 한 켠에 쌓인 오일 통들을 보았다. 민식은 온몸을 차가운 침이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 쓰던 파란색 통에 담긴 엔진오일이 아닌 회색 통이 쌓여 있었다. 민식은 가까이 다가가서 라벨을 확인한 후 머리를 감싸 쥐고 낮게 신음을 뱉었다. 그 모든 모습을 바라보던 영민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형,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요? 큰 일 났지. 우리가 모는 차는 이 엔진오일 안 써. 이거는 배기가스 포집 장치가 달린 차량에 쓰는 건데 우리 차에는 그런 거 안 달려있다고. 그 말을 듣는 사이 영민의 피부가 하얗게 표백되어갔다. 가뜩이나 흰 얼굴이 투명해져 버릴 것 같았다. 그러고는 둘 다 말이 없었다. 민식은 침착하려 애썼다. 누구 한 명이라도 이 광경을 본다면 영민은 물론이고 자신까지 싸잡아 화를 당할 것이 분명했다. 야, 이거 다른 데로 치워봐. 환불한다고 연락하고. 내가 형님들한테 내가 잘못 주문해서 배송 늦어진다고 말할 테니까. 그 말을 하는 민식을 바라보는 영민의 눈빛은 사흘 굶고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오천 원을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이미 눈을 푹 깔은 죄책감 어린 얼굴로 변해 있었다. 민식은 영민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 돌아섰다. 퇴근할 무렵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얻어먹었지만 민식은 그런 말들을 마음속에 담아놓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뒤로 영민은 민식이 시키는 일이라면 토를 달지 않고 해냈다. 성실하고 모나지 않아서 사람들 틈에 녹아 들었다. 민식은 영민 정도면 아무리 형철이 답답하더라도 참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부탁이니 거절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형철은 영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아 한 달 전 통화내용을 뒤져서 전화를 걸었다. 영민 특유의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영민은 회사 지하 휴게실에 있다고 했다. 거기는 왜? 민식이 물었다. 여기가 노조 사무실이래요. 영민이 대답했다. 민식은 일단 그리로 간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민식은 횡단보도를 건넜다. 회사 건물 지하 휴게실로 향했다. 철문 둥근 손잡이를 돌려 열었다. 오래된 먼지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났다. 비닐 장판이 깔린 바닥에 몇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다른 이들은 서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렁이고 있었다. 모두 빨간 조끼를 입었고 더러는 머리띠도 메고 있었다. 드물지만 머리를 민 사람도 보였다. 벽 한쪽에는 문구가 적힌 종이 피켓과 천으로 된 걸개가 아무렇게 널브러져 있었다. 영민아. 민식이 불렀다. 의자에 경직된 자세로 앉아 있던 영민이 일어났다. 빨간 조끼에 짧은 머리였다. 민식이 영민을 한 번 더 불렀다.

영민과 민식은 지하에서 건물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민식이 말하려는 찰나 영민이 퉁명스레 물었다. 형, 형은 회사 편이에요? 민식은 영민이 왜 갑자기 이렇게 물어오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나는 엄밀히 말하면 노조 편이지. 노조 가입도 되어 있고. 영민이 느릿하게 톤을 달리해서 말했다. 그러면 왜 노조에 가입은 되어 있는데 활동은 안 해요? 혹시 프락치 그런거에요? 누가 그러디? 아저씨들이 참여 안 하는 사람들도 회사랑 다 한통속이라던데. 민식은 대화가 의도치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그런 게 아니고, 나는 네가 내 친구 운전 도와주는데 관심 있을까 궁금해서 와봤어. 그럼 전화로 해도 되잖아요. 그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와봤어. 나도 노조원이니까. 민식이 말했다. 영민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말했다. 글쎄요. 집행부에서 노조 활동 이외에 금전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활동은 지양하라던데요. 어쩔 수 없어요. 영민은 고개만 숙여 인사를 하고 지하 계단으로 걸어갔다. 민식은 집으로 향했다. 민식 생각에 영민은 순하고 성실하지만 그만큼 백지처럼 물들기 쉬웠다. 민식은 점점 자신이 보라색으로 변해감을 느꼈다.

 

결국 민식은 형철에게 조금만 시간을 더 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노조에서는 시위 일정과 선동 포스터를 단체 메세지로 보낸 뒤 미참가자는 제명하겠다는 협박을 했고 동시에 사측에서는 회사 법무팀 명의로 이러저러한 법에 의해 불법 시위로 규정되었으니 참가자는 제명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민식이 택한 방법은 방 안에 틀어박히는 것이었다. 습한 이불에 모로 웅크리고 있으면 멀리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민식은 귀를 막거나 잠을 청했다. 티비를 틀면 뉴스는 보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들이 소리지르고 때로는 악수를 했다. 일주일 동안 함성소리가 민식의 반지하방 창문을 때렸지만 월요일의 기세는 화요일만 못했고, 토요일 정도부터는 차 다니는 소리가 더 요란했다. 금요일 쯤 문을 두드리던게 영민이었던 것이 민식은 그렇게 생경하지 않았다. 트럭들은 잘만 돌아다녔다. 앞에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작은 현수막을 붙이고서. 민식은 창문 밖을 바라보다 트럭이 농성하는 사람들을 가로질러 큰 길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유리창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차는 고가도로로 천천히 올라갔고 멀리서 보아도 수염이 거뭇한 사람들은 천천히 올라가는 , 상승하는 옛 생계수단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나마도 해 질 무렵 놀이터처럼 하나 둘씩 수가 줄어갔다. 민식은 대충 밥을 차려서 상을 내왔다. 형 나 좀 도와줘요. 영민이 국에 말아서 밥 한공기, 김치랑 밥 한공기, 반찬을 비벼서 한 공기를 먹어치우고는 말했다. 노조고 뭐고 배고파서 못하겠어요. 트럭 지입도 갚아야 하는데 수입이 없어요. 형, 그 저번에 형이 말한 그 운전 도와주는 거 있잖아요, 제가 할게요. 동생 한 번만 살려줘요. 영민은 밑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민식은 형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민식은 가끔 공사장에 나갔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새벽까지 지샜다. 근근이 먹고 살 만은 했지만 잔고가 조금씩 줄어드는 건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노조에서는 회비를 내지 않으면 노조에서 자동으로 탈퇴된다고 문자가 왔다. 민식은 번호를 차단했다. 구인신문을 뒤져보았지만 가위표만 줄을 이어 그릴 뿐이었다. 민식은 형철에게 영민을 소개해 준 것이 아쉬워졌다. 그깟 운전이 뭐 대수라고. 형철에게 돈을 좀 더 올려 받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시간쯤 기초를 가르쳐 주고 나면 괜찮게 수입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영민의 좌절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단념시켰다. 민식은 한 달 간격으로 트럭을 임대했지만 영민은 트럭을 덜컥 사버렸고, 달마다 돌아오는 할부금은 영민이 감당해야 할 빚이었다. 민식은 이런 생각으로 공사장이나 편의점에서의 시간을 보내려는 자신을 역겨워하며 번뇌를 끝맺고는 했다.

영민이 연속으로 전화를 건 밤 민식은 편의점에 있었다. 민식은 급하게 바코드를 찍고 앞치마 안을 뒤져 전화를 찾았다. 형, 나 운전 도와주는 거 그만뒀어요.  무슨 일인데? 그 사람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 도대체가 몇 번을 알려줘도 감을 못 잡더라고요. 아니 운전은 고사하고 시동도 못 걸더라니까. 겨우 시동 걸고 액셀이랑 브레이크 밟는 것까지 가르쳐줬죠. 그러니까 자기가 이 정도면 됐다고, 운전학원 가본댔어요. 몇 주동안 한 게 그게 끝이야? 그거라도 한 게 다행이죠. 알았어. 회사 소식은 듣냐? 영민이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어요. 요새 회사에서 대체인력 뽑아서 운행하는 거로 모자라서 노조원들은 해고한다는 소문때문에 다들 난리예요. 형은요? 나? 모르겠어.

형철이 예의 힘없는 목소리로 안부를 물었던 건 두 달 뒤였다.  운전학원에 다니면서 면허를 땄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영민이 도와주었던 이야기나 시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민식은 그다지 듣고 싶어 하지 않았고 때마침 손님이 물건을 한가득 들고 오는 것을 보았기에 잠시만, 이라고 말하며 형철의 말을 끊었다. 형철은 조금 있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운전면허를 따기는 했는데 완전한 건 아니야. 민식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형철은 연습면허를 땄다고 말했다. 도로주행 중이라고 차에 붙이면 도로에서 주행은 가능하대. 그런데 2년 이상 운전한 사람이 동승해야된대. 민식은 형철 주변에는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도와달라고? 응. 돈도 줄게. 형철이 너무 스스럼없이 말해서 민식은 당황했고 얼버무려 대화를 끝냈다. 민식은 정작 약속 전날까지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만취한 채로 늦잠을 자다 알람이 울리고서야 민식은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해냈다. 민식이 약속 장소로 가니 형철이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서나 볼 법한 회색 경차였다. 아직 뒤에는 도로주행이라는 글자가 없었다. 형철이 왼손에 들고 있는 종이가 그것인 것 같았다. 민식이 어떻게 차를 구했냐고 물었다. 형철은 웃으면서 렌터카라고 말했다. 도중에 운전면허 없이 여기까지 차를 운전했다는 것도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조금 긁히긴 했지만, 하고 덧붙이기는 했다. 형철은 동네를 한 바퀴 돌 생각이었다. 민식이 할 일은 조수석에 앉아서 그가 어떻게 하는지 도와주면 되는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 몰랐지만 민식은 차 시트에 앉자마자  눈꺼풀이 조금씩 감기는 것을 느꼈다. 애써 참아보려 했지만 몸을 웅크리고 싶어졌다. 형철은 더듬거리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차가 주차된 모퉁이를 돌 때는 몇 번이나 전진과 후진을 반복했다. 민식은 잠시 졸다가도 뒷 차가 울리는 경적에 몇 번씩 고개를 쳐들었다. 형철과 민식은 시내를 빠져나와서 강 바로 옆 4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교통량이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 민식은 팔짱을 끼고 잠에 취할 수 있었다.

민식은 타의로 잠에서 깼다. 길게 경적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한두 대가 아니었다. 옆을 보니 형철이 겁먹은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앞 신호등을 보니 파란 불이 선명했다. 민식이 풀썩 소리 나게 의자에 등을 기댔다. 지금 출발해야 돼. 형철이 조금씩 속도를 냈다. 뒤차들이 경적을 울리고는 앞질러 갔다. 제기랄. 민식이 중얼거렸다. 이제 그는 잠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민식이 흘낏 보니 형철은 뒤에서 악마라도 쫓아오는 듯한 얼굴이었다. 속도계는 30킬로를 넘지 않았고 뒤로 따라오던 차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깨닫고 탈출을 시도했다. 민식은 형철이 운전하는 차선 뒤에 단 하나의 자동차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형철은 편안해 보였다. 민식은 엔진 소리가 커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원형교차로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오거리가 나왔다. 형철이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민식은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며 찰나의 잠에서 깨어났다. 형철이 이제껏 올렸던 속도를 갑작스레 늦추었다. 민식은 차 앞부분에 거의 닿을 만큼 몸이 당겨졌다. 민식은 운전을 도와주러 왔다는 것도 깜빡한 채 자기 잠을 방해한 게 무엇인지 파악에 나섰다. 민식은 형철이 거의 걷는 정도 속도로 운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야, 뭐 하는 거야? 민식이 물었다. 아까 도로에 속도제한 09라고 적혀있던걸. 60이 아니고? 민식이 말을 끝낸 순간 앞에서 트럭 하나가 미친 듯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민식은 형철을 보았다. 그는 운전대를 잡고 민식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민식은 안전띠를 풀었다. 엑셀에 올려진 형철의 발을 밟고 왼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트럭은 민식과 형철이 탄 차 트렁크 부분을 스치듯 지나갔다. 민식은 그대로 차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차선을 바꾸었고, 갓길에 세웠다. 민식이 조수석 의자로 돌아가서야 몸에 힘을 풀었다. 형철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민식이 형철의 뒤통수를 쳤다. 다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역주행을 한 거야? 형철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난 몰랐어. 그게 뭔지 몰랐다고. 민식은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미친 듯 긁었다. 차 문을 열고 나갔다. 형철은 시동을 껐다.

 

 

disto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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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stodam
  • 2019-12-31
파행

정석은 일단 달리기로 했다. 하필이면 학보사가 있는 학생회관 3층이 캠퍼스 동서 대척점에 있었다. 중간에 교수가 자기 자식이 유학 간 일을 자랑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정석은 생각했다. 학보사 문을 열었다. 뻑-악 하고 둔탁한 느낌과 소리가 문을 타고 손과 귀로 들어왔다. 편집장이었다. 형, 미안해요, 수업이 늦어져서, 편집장은 미소를 지었다. 정석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아니야. 이제 안 그래도 돼. 정석아, 그동안 수고했다. 정석이 뒤돌았지만 편집장은 이미 계단을 내려갔다. 나오던 사람들도 눈인사만 건넨 채 빠르게 스쳐 갔다. 정석은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다 빠진 방에는 복사된 종이만 몇 개 널려있었다. 정석이 오른발을 딛다 종이의 감촉을 느꼈다. 발자국이 찍힌 빈 면이었다. 정석은 종이를 주웠다. 뒤집었다. 학교 교표가 옅게 찍힌 공문이었다. 정석은 계단을 내려가 학생회관 정문으로 나왔다. 매점 오른쪽 뒤 벤치로 뛰어갔다. 정석의 예상대로 편집장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정석이 달려가서 편집장에게 자기 발자국이 찍힌 종이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요? 이러는 게 어딨어요? 편집장이 남은 담배를 발밑으로 던지고 밟았다. 이게 우리 신세야. 아니 이거보다 못하네. 반이라도 남았잖아. 우리는 필터도 타들어 가는 중이었어.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교수들이 결정한 거지. 그럼 우리는요? 몇 명만 교지편집부로 가기로 했다. 나는 이제 그만해야지. 취업은 애들 장난이 아니잖아. 편집장은 입술을 기울여 웃어 보였다. 정석이 먼저 등을 돌리고 걸어 나갔다. 종이를 구겨 바닥에 던졌다. 정석은 캠퍼스를 나왔다. 다음 수업은 오후 네 시니 아직 시간이 있었다. 화가 나서인지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저 캠퍼스 주변을 멍하니 서성거렸다. 시간이나 죽이려 도서관으로 향했다. 뒤에서 누군가 정석을 불렀다. 두 사람이 걸어왔다. 대성과 명지였다. 오늘 뭐 하느라고 늦었어. 소식 들었냐? 대성이 물었다. 봤어. 둘이 밥 먹고 오는 길이야? 그냥 근처에서 때우고 왔어. 커피라도 마시자. 할 얘기가 많아서. 미정이 말했다. 교내 카페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옆 구내식당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뭐로? 아메리카노 차가운 거로. 얼음 넣지 말고. 정석이 답했다. 이 겨울에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셔? 하긴 밖에 나가면 저절로 얼을 테니 얼음은 필요 없겠네. 명지가 비아냥거렸다. 음료만 마시던 침묵을 깬 것도 명지였다. 아니 학교에 돈이 그렇게 없어? 어떻게 50년이 넘은 학보를 폐간할 수가 있어? 명지는 열 뻗쳐서, 라고 중얼대고는 연갈색 싱글 코트를 벗어 대충 개어 옆 의자에 걸었다. 그럼 우린 다 잘린 거네. 깨끗하게. 정석이 말했다. 대성이 커피를 머금고 정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명지는 컵을 들고 입을 열려는 참이었다. 아니야?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 편집장 오빠랑 얘기했다며. 몇 명은 교지 동아리로 간다고 말 안 하든? 그게 나라는 거야? 그럼 누가 가겠어. 그럼 너랑 대성이는? 나도 교지 동아리로 가. 대성이는

  • distodam
  • 2019-10-31
파행

  정석은 일단 달리기로 했다. 하필이면 학보사가 있는 학생회관 3층이 캠퍼스 동서 대척점에 있었다. 중간에 교수가 자기 자식이 유학 간 일을 자랑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을 거라고 정석은 생각했다. 학보사 문을 열었다. 뻑-악 하고 둔탁한 느낌과 소리가 문을 타고 손과 귀로 들어왔다. 편집장이었다. 형, 미안해요, 수업이 늦어져서, 편집장은 미소를 지었다. 정석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아니야. 이제 안 그래도 돼. 정석아, 그동안 수고했다. 정석이 뒤돌았지만 편집장은 이미 계단을 내려갔다. 나오던 사람들도 눈인사만 건넨 채 빠르게 스쳐 갔다. 정석은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다 빠진 방에는 복사된 종이만 몇 개 널려있었다. 정석이 오른발을 딛다 종이의 감촉을 느꼈다. 발자국이 찍힌 빈 면이었다. 정석은 종이를 주웠다. 뒤집었다. 학교 교표가 옅게 찍힌 공문이었다. 정석은 계단을 내려가 학생회관 정문으로 나왔다. 매점 오른쪽 뒤 벤치로 뛰어갔다. 정석의 예상대로 편집장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정석이 달려가서 편집장에게 자기 발자국이 찍힌 종이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요? 이러는 게 어딨어요? 편집장이 남은 담배를 발밑으로 던지고 밟았다. 이게 우리 신세야. 아니 이거보다 못하네. 반이라도 남았잖아. 우리는 필터도 타들어 가는 중이었어.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교수들이 결정한 거지. 그럼 우리는요? 몇 명만 교지편집부로 가기로 했다. 나는 이제 그만해야지. 취업은 애들 장난이 아니잖아. 편집장은 입술을 기울여 웃어 보였다. 정석이 먼저 등을 돌리고 걸어 나갔다. 종이를 구겨 바닥에 던졌다. 정석은 캠퍼스를 나왔다. 다음 수업은 오후 네 시니 아직 시간이 있었다. 화가 나서인지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저 캠퍼스 주변을 멍하니 서성거렸다. 시간이나 죽이려 도서관으로 향했다. 뒤에서 누군가 정석을 불렀다. 두 사람이 걸어왔다. 대성과 명지였다. 오늘 뭐 하느라고 늦었어. 소식 들었냐? 대성이 물었다. 봤어. 둘이 밥 먹고 오는 길이야? 그냥 근처에서 때우고 왔어. 커피라도 마시자. 할 얘기가 많아서. 미정이 말했다. 교내 카페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옆 구내식당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뭐로? 아메리카노 차가운 거로. 얼음 넣지 말고. 정석이 답했다. 이 겨울에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셔? 하긴 밖에 나가면 저절로 얼을 테니 얼음은 필요 없겠네. 명지가 비아냥거렸다. 음료만 마시던 침묵을 깬 것도 명지였다. 아니 학교에 돈이 그렇게 없어? 어떻게 50년이 넘은 학보를 폐간할 수가 있어? 명지는 열 뻗쳐서, 라고 중얼대고는 연갈색 싱글 코트를 벗어 대충 개어 옆 의자에 걸었다. 그럼 우린 다 잘린 거네. 깨끗하게. 정석이 말했다. 대성이 커피를 머금고 정석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명지는 컵을 들고 입을 열려는 참이었다. 아니야?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 편집장 오빠랑 얘기했다며. 몇 명은 교지 동아리로 간다고 말 안 하든? 그게 나라는 거야? 그럼 누가 가겠어. 그럼 너랑 대성이는? 나도 교지 동아리로 가.

  • distodam
  •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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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형

    안녕하세요, 서윤호 님. 운전의 기술은 전에 본 소설인데 전보다 많이 개선되었고 더 좋아졌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인물의 불안이 운전을 매개로 알레고리화되고 있습니다. 지적할 부분은 딱히 없지만, 문장, 특히 묘사적 디테일 부분에서 그것이 사소한 부분이나 행동까지 강조되어 소설이 빽빽하고 다소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네요. 무언가를 쓰고 쓰지 않을 것인지 취사선택하는 것도 문장으로 무언가를 그리고 표현하는 데에 좋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이 소설이 한번 더 퇴고가 된다면, "영민이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어요. 요새 회사에서 대체인력 뽑아서 운행하는 거로 모자라서 노조원들은 해고한다는 소문때문에 다들 난리예요. 형은요? 나? 모르겠어." 이후의 "보라색"이 된 민식의 감정이 전달될 만한 문단이 한 문단 정도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민식이 그저 거리를 걷는 장면라던지, 시위 현장을 보고 다시금 집으로 돌아오다 먼 몇 차선 도로의 맞은편을 주시하며 이러저러한 생각을 한다던지, 하는 부분이 추가된다면 인물의 감정과 소설적 주제의식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형철의 운전 연습)으로 다소 성급하게 넘어가는 인상이어서 민식이 감정과 상황이 끝까지 전달되지는 않는 인상입니다. 그래도 완성도 높은 꽁트에요. 언제나 좋은 글 보여주시네요. 다음 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2019-02-07 02:41:46
    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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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어쩜 이렇게 좋죠. 두근거리는 감성이 있네요. 더 좋은 글도 기대할 수 있겠죠? 지금은 아니겠지만 글솜씨가 다듬어진 뒤에 다시 쓰시면 작가님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이야기인 것 같아요.

    • 2019-02-01 01:03:2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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