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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터리

  • 작성자 가엘
  • 작성일 2024-01-04
  • 조회수 336

 "제군들이여, 우리는 용맹한 용사이다. 이를 기억하라."

 "알겠습니다. 대장님!"

 "무운을 빈다. 그럼 출동하라."

 "충성!"



*



 터리가 소미의 집에 찾아온  2개월이 지났다. 이제 터리는 높은 곳에도 곧잘 올라간다. 

 처음에는  걷지도 못하던 쪼꼬미가 어느새 이리 커버렸을까, 소미는 오늘도 터리를 보며 아련해졌다. 


 "터리야..."


 하지만 터리는 소미의 음성에 힐끗 돌아보고는  정리에 다시 열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소미의 시선에 터리는 대장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그들은 우리를 친구처럼 대한다고 하며 장난감처럼 여긴다. 그들의 말에 흔들리지 말도록."


 터리는  말에 동의했다. 소미는 조금 전에도  끈을 흔들며, 끈을 무는 터리를 보고 웃었기에. 


 '이성을 빼앗아버리는   따위, 보지 않아.'


 이제부터는 정말이야, 터리는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터리의 속도 모르고 소미는 다시 끈을 들었다. 


 먀옹-


 다음 일을 예견한 터리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소파 밑에 숨었다. 아늑한 어두움은 그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대장님처럼 나도 임무를 완수할 거야. 인간의 작은 행동에 일을 그르칠  없어.'

 

 그의  눈은 깜깜하게 빛났다. 



*



 최근 들어 어쩐 일인지 소미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터리는 초조해졌다. 

 이러면 임무를 완수하기 어려운데 무슨 방도가 없을까, 고민하던 터리의 눈에 노란 실타래가 들어왔다. 


 '저거야!'


 터리는 머릿속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대장님이 주신 인간을 처치하고 돌아오라는 임무,  실전이니만큼 무조건 완벽하게 해내야 했다. 


 '이 실만 있으면 돼.'


 터리의 얼굴에는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미소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터리는 실타래를 소파 아래 구석에 숨겨두고 기회를 노렸다. 



*



 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어느 따스한 날, 터리는 잠을 자다가 뭐라 형용할  없는 느낌에 깼다. 평소와 달리 집은 너무 조용했다. 


 '뭐야, 무슨 일이지?'


 터리는 몸을 숙이고 살금살금 걸었다. 하지만 집의 모든 문은 열어져 있었고 급하게 나간 흔적이 가득했다.  사이에서 터리는 달력 하나를 보았다. 


 -1/16 우리 소미 겨울 체육대회-


 빨간 동그라미가 여러  그려져 있는 날이 오늘인 거야! 터리는 반짝 눈을 빛내고는 서둘러 소파  실타래를 물고 나왔다. 


 터리의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1. 실타래를 모두 푼다. 

 2. 기다렸다가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실에 가두어진다.   

 3. 울음소리를 낸다. 

 4.  소리를 듣고 와서 실을 풀어주는 소미의 눈에 상처를 낸다. 

 5. 마지막으로 정신없는 틈을  집을 나온다. 

 6. 동지들을 만나 대장님께로 돌아간다. 


 터리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계획을 떠올리고는 실을 풀기 시작했다.  

 임무를 받기 전, 훈련에는  풀기 교육이 있었기에 터리는 능숙하게 실을 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을   터리는 마지막으로 목을 축인  현관문을 응시했다. 


 

*



 띠디디디-


 터리는 누워 있다 벌떡 일어났다.  초가  되지 않아 실이 엉키고 터리는 실에 가두어졌다. 

 

 '신중해야 해.'


 터리는 심호흡했다. 소미의 말소리가 들리자, 터리의 눈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미야-옹-

 

 느리게 우는 터리의 울음소리는 매우 애처롭게 들렸다. 소미는  꺼진 거실을 살피다가 실에 엉켜 끙끙대는 터리를 보고는 허겁지겁 달려왔다. 

 소미의 손이 터리에게 닿고, 둘의 얼굴이 가까워진  순간,


 '지금이야.'


 터리는 발톱을 세우고 소미의 얼굴을 긁었다. 소미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터리를 놓았다. 

 소미가 터리를 놓으며 엉킨 실이 모두 풀렸고 이를 눈치챈 터리는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띵- 


 현관문으로 터리가 나오는 동시에, 소미의 부모님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간발의 차로, 비상구 문에 숨은 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숨을 참았다. 


 '아슬아슬했어.'

 

 하지만 터리에게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소미의 상처를  부모님이 언제 다시 나와 터리를 찾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



 얼마나 달렸을까, 터리는 폐가 터질 것만 같아서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잠깐 쉬었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터리의 귀는 쉬는 와중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움찔거렸다. 

 그러다 터리는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소미의 집에서 나와 동지들과 약속한 장소로 나갔지만 아무도 없었기에, 기다리다가 터리는 결국 혼자 대장님께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터리는 홀로 대장님께로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얼마  남았어.'


 달리는 것의 연속이었던 지난 시간이 터리의 눈앞을 스치며, 대장님이 기다리는 모습을 떠올린 터리는 다시 힘을 내어 달리려고 했다. 

 그때,  고동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들은 터리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대장님께서, 나의 귀환을 환영하시나 봐.'


 하지만 고동 소리는 계속해서 울렸고, 근처에 도착한 터리는 무언가 잘못됨을 깨달았다. 


 '이렇게 고동 소리가 울린다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터리는 급히 대장님께로 달려갔다. 

 


*



 대장님께 다가갈수록, 터리는  고동 소리에 점점 귀가 멍해지고 쇠가 부딪치는 소리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제발, 대장님께서 무사하시기를.'


 하지만 터리가 보게  것은 온통 붉은 액체가  보금자리에 대장님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비현실적인 모습에 터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아냐, 아닐 거야.'

 

 자꾸만 힘이 풀리는 몸을 이끌고 대장님께 천천히 다가가는 터리는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대장님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대장님을 흔들어 봐도 미동이 없자, 눈물이 터리의  앞을 가렸다. 

 눈물 때문에 대장님이  보이지 않아 터리는 신경질적으로 눈물을 훔쳐보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렀다. 



*



 먀옹- 


 넓은 공터에 작지만 서글픈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리며 사람들이 시선이 터리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리 슬프나, 지나가는 할머니  분이 중얼거렸다. 

 터리는  모든 시선을 무시했다. 터리는 그저 끊임없이 대장님의 죽음을 애도할 뿐이었다. 

 

 

*



 결국 경찰서로  은색 창에 갇히게  터리는, 다급한 표정으로 경찰서에 들어온 소미 아빠를 보았다. 

 경찰과 무어라 말하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그를 보며 터리는 눈을 감았다. 그냥, 모든  끝이었다. 


 [아빠, 터리 살아있으면  데려와야 해.  소원이야]


 터리 바로 앞에 소미 아빠가 놓은 핸드폰에서 명랑한 소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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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소설로 만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가엘님의 글을 읽으면 그 속에 다정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가엘님의 따뜻함은 아마 어 떤 장르를 써도 따뜻함이 글 속에 있으리라 믿어요.^^ 앞으로도 소설 게시판에서도 만나요~ 항상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 2024-01-05 11:39:41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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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엘

      @송희찬 안녕하세요~ 소설은 처음 올리는데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유치한 것 같아서 걱정했거든요. 그리고 제 글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평 감사해요. 요즘 송희찬 님의 댓글 덕분에 전보다 더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송희찬 님도 항상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 2024-01-05 12:33:28
      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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