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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의 연대기가 궁금해 - 장수양의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와 미츠키의 노래를 교차로 읽어내며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12-30
  • 조회수 570

연말보다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끝이 세상에 있을까연말이 이토록 사랑스럽고 반짝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나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늘 내가 사랑했던 이들을 떠올려 본다그 사랑이 과거형이 되었건 현재 진행형이 되었건어쩌면 사랑하고 싶다는 미래형이 되었건나는 사람들을 하나둘 생각해 보며 내가 걸어왔던 길을 더듬어본다나는 줄곧 아주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왔다고 믿어왔으나 나와 함께했던 이들을 떠올려 보면그 길은 결코 험하거나 나만이 걷는 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그렇다절망이나 후회보다는 감사와 사랑을 채집하는 시기가 바로 연말일 테다나는 올해 열 통이 조금 넘는 편지를 썼고 스무 명이 있는 동아리에서 롤링 페이퍼를 하였고내게 문학만이 아니라 올곧은 생의 태도를 알려주신 선생님들께 엽서를 썼고사랑하는 Y에게 나의 사랑이 당신에게 어쩌면 짐이 될 걸 알아서 미안하다는 말 또한 했고그렇게 온갖 곳에 내가 받았던 마음을 다시 돌려주다 보면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저기 길을 걷고 있는내 앞의 아저씨도 올해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했을지 모른다방금 지나온 유치원 버스의 아이들은 또 누구에게서 사랑을 받았을까새삼스럽지만 우리는 각자가 꾸려내는 생의 주인공이자화자이며히어로와 히로인이다나는 그런 개인을 움직이는 힘이 분노나 질투보다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오래전부터 믿어왔던 사실이지만올해 내가 미워하는 아이가 1지망 대학을 떨어졌을 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기적과 같이 정시 최초 합격에 성공하자 눈물이 났던 것을 보면확실히 사랑이 결국 이기는 것 아닌가 싶었고우리는 모두 각자 그런 사랑을 마음에 지닌 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그렇게 사랑사랑사랑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일 년의 마지막 페이지나는 이 시기에 유난히 장수양 시인의 시집과 싱어송라이터 미츠키의 노래를 반복해서 찾게 된다그들의 작품은 장수양 시인과 미츠키가 어떤 사랑을 해왔을지 궁금해질 정도로사랑스럽고 또 사랑에 대하여 자신의 목소리로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나는 영화와 시를 사랑하지만이 두 가지의 예술은 동시에 읽어낼 수 없다서안나 시인의 시를 읽으며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프레임을 겹쳐 보거나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을 보며 백은선 시인의 시편을 떠올렸던 것처럼 이미 내가 한 번 씹어 넘겨서 소화한 적 있는 작품을 겹쳐 보는 일만을 할 수 있다그러나 문학과 노래는 다르다두 가지의 예술은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데나는 그 두 가지의 예술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녹아내리는 순간을 정말이지 사랑한다그 녹아내린 작품들은 나의 마음속한층 더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어떠한 예술 작품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마음에 품을 수 있다는 일이라니이토록 기쁠 수 없다.

 

사실 사랑 시를 쓰는 내가 늘 고민하는 지점이 세상에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일 정도로이미 멋진 사랑시와 사랑 노래는 넘쳐난다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장수양의 시집과 미츠키의 노래를 고른 이유는우선 나는 그들에 대해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장수양 시인의 프로필온라인 서점에 공유되어 있는 것을 살펴보면 그는 1991년생이지만 다른 젊은 시인들과는 다르게 SNS를 하지 않고 낭독이나 클래스 등 독자와 만날 자리도 자주 마련하는 편이 아니다문학동네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인터뷰에 따르면장수양이라는 이름 또한 본명이 아니라고 한다더불어 2021년 출간된 첫 시집 손이 잡으면 눈이 녹아』 이후로 다른 시인들과 함께 앤솔로지를 내긴 했지만개인 시집이나 산문집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그러니 문예 동아리 친구들에게 반쯤 농담으로 야 이 작가주의자야,’ 소리를 듣는 나로서는 그의 작품을 독해할 때 가끔은 신비롭고 기이한 감각을 느낀다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오직 작품에 집중해야 하니까많은 사랑시 중에서도 장수양 시인의 시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더불어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늘 한자권 언어와 영어권 언어의 시험 점수를 평균 내면 딱 50점이 나올 정도로극단적으로 영어권 언어에 약하다나는 심벌즈’, ‘키린지’, ‘릴리 슈슈’, ‘세카이노 오와리’, ‘JUDY AND MARY’와 같이 여러 가수와 밴드를 소재로 하여 많은 시와 감상문을 작성했으나 영어권 가수를 다루는 것은 처음일 정도이다미츠키 또한 장수양 시인보다 1년 이르게 태어난 1990년생의 싱어송라이터로일본계 미국인 가수이자 영화 애프터 양의 삽입곡인 Glide를 부른 전적이 있다이 Glide는 공교롭게도 나의 인생 영화인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OST인데미츠키가 리메이크 한 것이다나는 영화 애프터 양을 보며 처음으로 그를 알게 되었다이후로 그의 음색에 완벽히 반해버려 여러 정보를 찾으려 했으나 국내에는 정보가 거의 없고영어로 된 정보만이 쏟아져 거의 알아보기를 포기한 상태였다그렇게 가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노래를 듣는 건 거의 처음이었는데이 또한 장수양 시인의 시를 읽는 것처럼 내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늘 가던 길이 아니라 새로운 샛길로 걸어갈 때오직 음색과 선율에 집중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들미츠키는 일본계 미국인이므로 가끔 가사에 일본어를 삽입할 때가 있는데그런 것들이 들린다거나 짤막하게 문장들이 해석되면서 미츠키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도 조금씩 궁금해졌다그리하여 미츠키의 앨범 ‘retired from sad, new career in business’과 ‘bury me at makeout creek’를 들으며 장수양 시인의 손이 잡으면 눈이 녹아를 읽었다독서 도중 마음에 드는 시는 늘 그랬듯 밑줄과 인덱스로 강조 표시하였고꽂히는 음악은 좋아요를 눌러 두었다 나중에 가사를 찾아보았다그렇게 이 글을 직조할, ‘털실들이 탄생하였다포근하게 나를 껴안아 주는 작품들을 교차로 언급하며 글을 짜내려고 했다그건 마치 스웨터를 짜는 일 같기도 하니까.

 

 

I don't need the world to see

온 세상이 다 알 필요는 없어

 

That I've been the best I can be, but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I don't think I could stand to be

하지만 내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Where you don't see me

네가 날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걸

 

And autumn comes when you're not yet done

떠나보내지 못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나서야

 

With the summer passing by, but

비로소 가을이 돌아왔어

 

 

I don't think I could stand to be

하지만 내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Where you don't see me

네가 날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걸

 

Mitski, Francis Forever 

 

 

이상하지불 꺼진 자리에서 너의 이름을 읽는 일은 왜 언제나 어려울까.

 

너는 어두울수록 맑아지는 게 있다고 했지만 나는 컴컴한 공간에서 매번 어리숙했다숨쉬는 걸 잊어버려서나중에는 귓가에 다른 사람의 숨소리가 닿는다고 생각했다그러자 나는 어둠 속에 하얗게 떠오른 너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이런 걸 사람들은 시네마라고 부르는 걸까.

 

다리와 팔이뜨거워서 만질 수 없는 가슴이 얼굴이 녹아버리고

 

그렇게 공중에 떠올라도 좋다발을 바닥에 붙이고 있으면누가 바라봐주나?

자전하면서 없어지는 불빛들

나는 누굴 만졌던 손끝을 기억하고 만다.

 

장수양연말 상영」 

 

 

연말 상영은 손이 잡으면 눈이 녹아의 표제작이고, Francis Forever는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타임의 등장인물이 불렀을 정도로 미츠키의 곡 중 유명한 노래이다나는 이 두 작품을 나란히 읽어 내보려 했다. Francis Forever의 경우 베이스 리프로 시작하는데둥둥거리는 음이 인상적이다마치 심장이 일정하게 뛰는 것을 표현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더불어 발그레한 볼이나 기다리느라 빨개진 귀나 손의 끝또는 사랑에 빠진 심장과 같은 분홍색 시집의 표제작은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극장에서는 그래.’로 시작한다나는 두 작품 모두가 진중하면서도 정중한 태도로 시작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화려하지는 않지만노래는 집요한 연주로 시는 선언하는 듯한 문장-이 도입부의 문장은 짤막하고 나머지의 문장은 산문시의 형태를 차용하고 있어 고민 후에 첫 마디를 던진 후 우수수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으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감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무언가는 다름 아닌 인 것 같다사실 미츠키는 이별 이후의 사랑을 노래하고 장수양 시인은 한창 사랑하는 마음을 노래하지만 두 작품을 나란히 볼 수 있었던 이유는두 작품 모두 라는 존재와 이어지려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Francis Forever에서는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는 걸 세상이 알 필요는 없지만최소한 ‘you’가 나를 보아야 버틸 수 있을 것만 같다고 한다연말 상영에서는 불 꺼진 자리에서도 너의 이름을 읽으려는 화자의 노력이 보인다사실 불이 꺼졌다는 건 미츠키의 노래처럼 사랑이 끝났다는 걸로 독해될 수도 있지만이 시의 배경이 극장으로 추정되니 아마 한창 사랑이 상영 중으로 보인다나는 이것이 뜨거운 사랑이 진행되고 있는 것보다 지나온 사랑을 화자가 다시 보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그래서 극장에서는 이름을 읽기가’ 어렵고 마음이 약해진 상태이므로 쉽게 신체 부위가 아버리는 것이다더불어 Francis Forever의 배경은 초가을로 보이는데연말 상영의 배경은 겨울이다나는 어쩐지 노래 속 화자가 와 이별한 뒤 홀로 극장에 들어가 텅 빈 옆자리에 를 그려내며 지난 사랑을 다시금 그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이렇게 노래와 시의 리듬을 느껴보며그리고 서사를 읽어내었다그 과정에서 나는 한껏 두 예술가가 그려내는 사랑에 빠져들었다.

 

 

The black hole of the window where you sleep

당신이 잠드는 창가의 검은 구멍

 

The night breeze carries something sweet a peach tree

밤바람은 복숭아 나무의 달콤한 향을 실어와요

 

Wild women don’t get the blues

대담한 여자는 울적함을 느끼지 않죠

 

But I find that

하지만 난 알게 되었어요

 

lately I’ve been crying like a tall child

요즘 전 키만 큰 어린애처럼 울고 있네요

 

So please hurry leave me

그러니 제발 어서 날 떠나줘요

 

Please don’t say you love me

제발 날 사랑한다고 하지 말아요

 

がはちれそうで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으니까요

 

Mitski, First Love/Late Spring 

 

 

구름이 내려 사람들이 푹신해졌다

 

모자의 밀회를 추적하던 사람들이 모자를 잊었다

하늘의 빛깔을 세던 사람이 파도를 잊었다

 

언젠가 한없이 쉬어도 이 휴일을 기억하리라

 

부푼 롤빵처럼 사람들이 길을 구르고

아무도 조용한 어제를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는

 

주유소에서 함장이 미끄러지고

수줍음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언덕을 고백하는

 

순간이 빛난다면 우리가 다 잊을 때쯤 우주에선 한 개의 조명이 켜질 테니까

 

화려함이 단순해지고

모든 맹목이 존중받았으며

인파에 깔린 모르는 돌은 허공에 켜져 우리의 눈을 밝혔다

 

고요하며

얼마든지 고요하며

 

사랑하며

얼마든지 사랑하며

 

파란의 어감이 바래져 아무도 읽지 않는 우화 속의 봄이 되었다

 

아무도 듣지 않지만 기다리고 있는 소리로

미래의 종이 몸을 더듬어 여기 이곳을 울리고 있다

 

처음 맞은 구름이 먹먹하고

모두 멍들게 한 것을 잊을 때까지

 

장수양휴일

 

 

미츠키의 경우 음악을 통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그러나 그는 공개적으로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밝혔고많은 퀴어 청중들은 자신의 사랑과 상황을 미츠키의 노래에 대입하며 듣곤 했다특히나 First Love/Late Spring은 퀴어 청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데이에 관해 해외 음악 웹진에서의 분석한 것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미츠키의 노래는 짝사랑과 정체성을 찾는 방황이라는 주제를 다정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인데퀴어 여성은 이성애자 여성보다 인생에서 늦게 첫사랑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위와 같은 제목을 지니게 되었다는 해석이었다더불어 ‘Please don’t say you love me/ がはちれそうで’ 또한 퀴어가 공개적으로 사랑하기는 어려운 우리 사회를 다루고 있다는 대목이었는데나는 이가 설득력 있다고 느껴졌다이에 더불어 나는 굳이 일본어 가사가 들어온 이유를 생각해보았는데미츠키가 유년 시절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이방인의 감정을 느꼈던 것을 자신의 민족과 국가의 언어인 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표현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여러 나라를 기반으로 하며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에스더캐릭터 에스더버니의 창작자 또한 한국어일본어영어에 애착을 보이니 말이다.- 그리고 미츠키의 가사는 아시안 여성만이 아니라 성적 소수자의 입장으로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내 안의 너무나도 많은 내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정말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르겠는 기분그리고 이방인의 기분으로두 개의 언어를 함께 발화한 건 아닐까 싶었다.

나는 다양성을 지지하는 서사를환상성이 가미된 표현으로 나타내는 걸 사랑한다그러므로 First Love/Late Spring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더불어 같은 맥락으로 휴일을 사랑하는 것이다휴일은 어쩌면 유토피아의 형식을 그리고 있는데끝없는 절망과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을 직설적으로 나타내는 미츠키의 노래와는 상반되는 표현법이라 재미있기도 하다휴일」 속 시적 배경은 구름이 내려와 사람들이 푹신해지는 곳이다이곳에서는 추적이나 무언가를 집요하게 세는 사람들이 없고 고백하며 존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언젠가 한없이 쉬어도 이 휴일을 기억하겠다니얼마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휴일일까나는 늘 퀴어시는 그냥 사랑시가 되고 퀴어 종려상이 사라져서 로맨스 부문에 편입되고그런 미래를 꿈꾸어 본다. ‘퀴어라는 태그가 필요 없어질 정도로 사랑하며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시대를그런 나에게는 화려함이 단순해진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고, ‘모든 맹목이 존중받는다는 문장 또한 좋았다미츠키의 노래는 어떤 집요함과 맹목적임을 지니고 있는데마치 휴일이 미츠키의 목소리를 쓰다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I love everybody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

Because I love you

왜냐하면 너를 사랑하니까

 

(...)

 

Because I love you

나는 널 사랑하므로

I don’t need the city, and I

어떤 공간도

Don’t need proof

어떤 입증도 필요가 없지

All I need, darling

내가 필요한 건,

Is a life in your shape

네 몸속에 있는 생이야

 

Mitsk, Strawberry Blond 

 

 

십 년째 바캬야로이드*를 듣던 친구에게 아기가 생겼다

 

아기는 마냥 모빌의 높이를 좋아해

나도 좋아

떨어져 부딪쳐도 잠깐 놀라울 뿐이고

 

걷어내면 무엇이 있니

흔들거나 돌아가면 세상은 어떤 반응을 보이니

아기는 웃는다

 

(...)

 

우리는 개인이고

아름다움은 반드시 편집되니까

 

잊어 마땅한 일은 없어

마땅한 어울림 같은 것도

 

어떤 것도 처음이 될 수 있다면

너와 너의 세계가 지속되길 바라

 

사랑의 뉘앙스로

 

다음 그림은 조금 천천히 그려져도 괜찮아

 

 

*애니메이션 데스노트’ 마지막 화를 활용한 매드 무비의 통칭.

 

장수양사랑의 뉘앙스」 

 

 

몇 없는 장수양 시인의 인터뷰를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사랑의 뉘앙스는 본인이 쓴 시 중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현실 어딘가를 또렷하게 응시하고 있는 시라고 한다시인이 아기를 낳은 자신의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서 쓴 시라고 하니 말이다이 시집에서는 바카야로이드를 듣는 등 아기를 낳았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친구를 비롯해중학생이나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장수양 시인은 연인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을 잘 그려낸다어떤 생이 자라나도록 많이 고민하고 또 지지해야 하는 엄마가 된 친구에게장수양 시인이자 화자는 나도 좋아떨어져 부딪쳐도 잠깐 놀라울 뿐이고와 같이 담담하게 축복의 말을 건네며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린다그리고 흔히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었을 때면 아이를 위해 자신의 세계는 축소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화자는 너와 너의 세계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한다다름 아닌 사랑의 뉘앙스성애적인 사랑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에 지지하고 연대하고 싶은 마음어떤 유대와 사랑그런 시인만의 촘촘하고 세밀하게 마음을 나타내는 언어에서또 미츠키의 노래가 떠오르곤 했다.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듣는 내가 첫 소절을 듣자마자 꽂혀버렸다. Strawberry Blond. 아이 러브 에브리바디 비커즈 아이 러브 유그러니까 나는 너를 사랑하므로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나는 이 노래가 무척 귀하게 느껴졌다구체적인 를 고정해놓고 그런 와의 서사를 기반으로 하여 그리움의 정서로 노래하는 대부분의 미츠키의 노래와는 다르게통통 튀는 선율에 모두를 사랑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가사가 독특하게 다가왔다덩달아 역시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그 전에 성애적인 사랑만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사랑해본 적 있어야 하는구나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어떠한 city-나는 이 단어를 도시로 배웠으나 어쩐지 공간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려 의역하였다.-도 proof-증명이나 입증이라고 한다.-도 필요 없다는 건어쩐지 정말로 사랑 같았다사랑에 이유가 있으면 동경이고 없으면 정말 좋아하는 거라는 말도 있으니까이 노래를 들으며 미츠키는 어떤 사람을 생각하며 노래를 썼을까 궁금해지게 되었다장수양 시인이 아기를 낳은 친구를 생각하며 시를 쓴 것처럼미츠키는 과연 어떤 사랑을 해 보았기에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있는 걸까.

 

 

And I don’t need anything other than you.

그리고 난 당신 외에는 필요 없어요.

 

Mitski, Shame 

 

손톱이 초승달 같아

사랑해도 돼?

 

장수양편지화」 

 

 

끝으로 미츠키그리고 장수양 시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문장을 가져왔다앞에서 언급하였듯 미츠키의 사랑에는 그림자와 같은 감정마치 최승자 시인의 내 청춘의 영원한」 속 괴로움외로움그리움이 있으므로 자신의 거친 내면을 노래에 전부 쏟아붓겠다는 어떤 집요한 면이 있다. Shame의 마지막은 피아노를 비롯한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한참 연주하다가정말 끝부분에 도달하여 배터리가 다 된 것처럼 소리가 점차 줄어든다그리고 ‘And I don’t need anything other than you.’라고 말하는데이것은 정말 미츠키가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줄 아는 사람을 뜻하는 듯하다더불어 이 곡은 약 2분으로 굉장히 길이가 짧은 편이며 가사 또한 짤막하고 같은 내용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 편의 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너무나도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함축하여 말하는그런 시의 문법과 닮았다.

또한 편지화도 문장들이 길지 않고 시의 길이 또한 음악으로 만든다면 2분짜리 곡이 될 듯 하다편지화는 위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 비유사랑하겠다는 대담한 마음기꺼이 와 연결되려고 하는 의지미츠키와는 또 다른 집요함을 보여준다더불어 사랑하고 싶어라고 말하지 않고 사랑해도 돼?’하고 묻는 마음그건 확실히 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다. ‘를 너무나도 사랑하므로 함부로 또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서성이는. ‘만 잡아도 이 모두 아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의 특징일 것이다.

 

나는 신비롭고 또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느껴지는 두 여성 예술가의 작품을 넓고 깊게 헤엄치고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기술이 놀랍도록 발전되어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고물질 만능주의가 판을 친다거나 혐오와 냉소가 들이닥치는 하루하루. 2023년은 내게 분명 차갑고 어려운 세상이었다세상이 끝날 때까지 사랑에 관하여 이야기하겠다는 나로서는 더더욱그러나 장수양 시인의 시편과 미츠키의 노래들로 힘을 얻는다나는 두 사람의 어떠한 집요함으로 확신을 지닌다이 세상에서 조금은 더 사랑을 믿어도 되겠다는 것조금은 더 사랑에 대해 노래해도 괜찮겠다는 것내가 깊이 감명 받은 것처럼 어떤 소녀가 내가 써낸 무언가를 보고 하트 눈’ 상태가 되어 세상을 좀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여전히 장수양 시인과 미츠키가 지나온 사랑의 역사는 알 수 없으나나는 그들의 작품과 함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내 사랑의 연대기는 그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으므로내가 미츠키의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썼던 것처럼마지막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사랑을 담아 시편을 보냈던 것처럼그렇게 나만의 연대기가 쓰이고 있다.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츠키의 노래는 저의 부족한 실력과 번역기의 도움으로 옮겨서, 오역이나 의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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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 2024-05-30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 입니다. 피투성 또는 피투성이 존재들을 위하여 – 정재율의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를 읽고

만약 한 아이가 넘어져 무르팍이 깨졌다고 하자. 새빨개진 무릎에서는 피와 흙이 뒤섞이고, 통증이 밀려온다. 아이는 당연히 울음을 터뜨릴 테다. 이때 보호자는 아이에게 왜 우느냐는 질책은 하지 않되 과장된 반응을 보여서도 안 된다. 다만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고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 상책이다.* 넘어지고 말았을 때 밀려오는 부끄러움, 다쳤을 때의 아픔과 두려움, 그리고 누군가 이 고통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이의 몸속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게. 너무 크게 부풀어 올라 흘러넘치거나 딱딱하게 굳어 그 자리에 남아 있지 않게. 적지도 많지도 않은 반응으로 아이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비단 아이를 돌볼 때만이 아니라 타인을 대할 때에도 필요하다. 타인이 지닌 고유한 감각을 함께 알아가려고 하되 너무 깊이 빠져들거나 겉돌지 않을 것.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하기 위한 철칙일지도 모른다.정재율 시인의 첫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는 넘어진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말하고자 한다. 민음사 시집 특유의 간결한 만듦새와 옅은 초록빛 포인트,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산뜻하게’하겠다는 시집의 첫인상은 마냥 밝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웃기만 하는 아이처럼. 아직은 어떤 바람도 맞아본 적 없는 유목처럼. 그러나 얇지 않은 두께의 시집을 모두 읽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겹겹의 나이테를 둘러싼 나무와 같다고. 세월과 세월을 조심스레 겹치며 몸집을 불려 온 것만 같다고. 그러한 감상으로 아슬아슬하게 쌓은 상처 사이를 거닐어 본다. 보통 나이테라는 단어를 제시하였을 때 사람들은 나무가 훈장처럼 견뎌온 시절을 떠올리고, 이는 자연스레 좋은 이미지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재율의 시가 껴입은 나이테는 상처와도 같다. 계절마다 다른 속도로, 이따금 느리게 어쩌면 빠르게 자라나며 세포들이 분열한 흔적, 마음에 새겨진 상처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오며 어딘가 ‘터지는 소리’부터 ‘사람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가며 (「물탱크」) 넘어졌을 때 얻은 상처. 그리고 그 곁으로 살이 ‘산뜻하게’돋아나기 위해, 정재율의 시가 존재한다.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몸과 마음을 산뜻하게』에서 죽음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죽음이 시적 화자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를 위해 과장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보호자의 마음처럼, 지금 화자가 있는 곳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도록 일종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시이자 시집의 첫 시 「물탱크」에서는 도입부부터 누군가의 자살을 암시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자는데 사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꿈속에서 나는 장례식장에 들러상주와 대화를 나누고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사람들이 땅바닥을 하도 쳐서쿵쿵 울리는 소리에몸이 살짝 떠오르기도 했는데 나는 그들의 손이 빨갛게 달아오는 것을 보았다그 손으로 악수를 나눈 것까지 다음 날 알고 보니 그 소리는 물탱크가 터지는 소리였다그

  • 모모코
  • 2024-05-28
수중에서 기록하는, 사랑 그리고 슬픔의 일지 – 진은영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읽고 (퇴고)

어떤 기억 속의 마음들은 흘러가지 않고 고인다. 기록함으로써. 우리는 흔히 시간이 ‘흘러간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나는 이것이 무척 알맞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사실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정신없이, 빠르게, 휘몰아치며. 이런 기분들은 마치 우리가 급류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으로 안내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사랑하거나 미워하고 부끄러워하거나 고마워하는 그런 마음들. 그런 마음들은 우리의 골조이자 연료가 되어준다. 한 사람이 믿고 행동하며 내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단단한 뼈대이자 동시에 원동력이 되어주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서 있는 곳은 급류, 휘청이다가 물처럼 지나가는 시간에 마음을 놓쳐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마음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내가 지닌 마음이 시간처럼 빠르게 흘러가지 않도록, 어린 나는 내가 무엇이든 적어두고 싶었다. 정신없이 지나가며 휙, 휙 바뀌는 기분과 감각들을 심장 깊숙한 곳에 새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새겨둔 순간의 감각, 그리고 기분 위로 마음이 ‘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고인다’고 하면 흔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나는 오래도록 ‘남아 있는’, 떠나지 않는 그런 마음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어떻게? 기왕이면 문학의 방법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에는 바로 진은영 시인이 있었다. 초등학생일 적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읽고 나서,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때는 마음의 물성이니 고이고 흐르니 그런 사유는 할 수 없었지만, 진은영 시인의 시를 읽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슬픔과 사랑이라는, 흔하기도 하며 나와 친숙한 이 감정들을 어떻게 이리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지? 나 또한 그런 시인이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초등학교 6학년 때의 겨울이었다. 그리고 많은 계절을, 진은영 시인의 시집을 꼭 쥔 채 건너왔다. 그 사이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힘든 일도 있었고,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내가 가장 굳게 먹은 그, 열셋 겨울의 결심, 시인이 되겠다는 굳은 마음은 변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시인이라는 꿈을 안고서 뛰어든 험한 급류에 서 있을 때.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바로 진은영 시인의 신간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시집으로!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집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몇 번이고 읽었고, 이는 내게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시인의 시집 중에선 표지를 닮아 유연하게, 그리고 분홍빛으로 흘러가는 시집 『훔쳐 가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그 『훔쳐 가는 노래』 못지않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집이 바로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다. 지금부터는 내가 왜 이토록 진은영 시인의 시를 사랑하는지, 또 이 시집을 읽고 그렇게 감명받았는지, 나의 마음들을 기록하려 한다. 다름 아닌 감상문, ‘문학의 방법으로.’ 나는 진은영 시인의 시를 읽으며, ‘물 위를 떠도’는 (

  • 모모코
  • 202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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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바다

    모모코님 글은 왜인지 글에서 다 따뜻함이 느껴져요 그 부분이 참 부러우면서도 평소 무슨 책을 읽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철학 서적을 읽으시나 보네요! 무슨 철학가를 좋아하시는지 또 최근에 인상 깊은 문학이나 철학 서적은 읽는지 여쭤보고 싶지만 귀찮으실까봐 삼가하겠습니다 정말 글에서 사랑스러움과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 2023-12-30 19:28:20
    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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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코

    안녕하세요, 12월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구 싶었으나...~ 원래 쓰고 있던 김리윤 시인님의 개인전 감상평 (제 첫 미술 감상이었는데!)을 여기 올리지 못하게 되었어요. 다름 아니라 멘토님으로 오셔서 믿기지 않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고민하다 올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영화 '너와나' 는 원래 별 네 개 짜리 영화라고 생각했으나, 몇 번 더 감상하다 보니 무언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 천천히 글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조금 쉬고 있었고, 더불어 이전에 멘토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글을 쓰고 나서 살펴보는 시간을 좀 더 가지기로 했거든요. 아무튼, 요지는 이곳에 글은 올리지 않았지만 꾸준히 재밌게 쓰는 중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멘토님 말씀처럼 여러 번, 오랫동안 두고 보니 좀 더 적절한 단어들이 생각나기도 해서 신기하고 좋았어요. 요즘은 글에서 다룰 작품을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많은 고민을 해요. 그리고 제 '스타일'도요! 물론 좋아하는 작품이 1순위가 되지만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그 중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제 감정을 더욱 논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작품들을 글 속에서 인용해오면 좋을까 그런 것들도 고민되어, 요즘은 그래서 문학보다는 철학 서적을 읽고 있고요. '스타일'은 제가 시 스타일은 완전 확고하지만 아직 산문 스타일은 잘 모르겠어서요, 개성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여러 생각을 하다가 이 댓글에도 적어 보아요. 아무튼 저는 '와, 얘 말하는 거 되게 마음 깊은 곳까지 닿는다.'와 '얘랑 비슷한 스타일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을 거야' 이렇게 독자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서요... 하하하 욕심이 크네요! 나름 고민하여 적는 댓글인데 늘 두서가 없어지는 것 같네요. 아무튼 멘토님, 한 해 동안 정말이지 감사드렸어요. 23년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요!

    • 2023-12-30 17:35:49
    모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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