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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 봐!」외 6편

  • 작성일 2023-10-20
  • 조회수 336

느껴 봐!

이지담


초록 잎을 달고 있는

나무 아래에 앉아

음악을 들어요!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

공기 방울들이

팡팡 터지는 게 

온몸으로 느껴져요!


초록은 제 초록을 나눠주고 싶어 

팔랑거려요.

초록을 받아먹으며 

하늘에 상상 그림을 그리는 재미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런 시간


나도 모르게

초록으로 물든 내게

수없이 많은 숨구멍이 생겨났어요!






늑대와 고양이



오늘은 책가방 속에 


양 한 마리와

늑대 한 마리, 그리고

고양이 두 마리를 

접어 넣었어요.


짝꿍은 

깜박하고

늑대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가져왔어요.


짝꿍은 쉬는 시간이면

양 한 마리를 빌려 달라고

으르렁거렸어요.


난 한 마리밖에 없는 

양을 빌려주고


책상 위에 고양이를 펼쳐놓고

꾸벅꾸벅 조느라 

오후 수업을 망쳤어요.


조는 걸 들킬까 봐

옆구리를 콕콕 찔러 주는 

친구에게 

으르렁, 으르렁






지렁이 날다



발가락을 간질이면

미루나무는 우듬지 꼬리만 흔든다


우듬지 꼬리가 보고 싶은 지렁이

꿈틀거리며 땅 위로 올라가 

고개를 쳐들고

하늘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호반새 한 마리가 

잽싸게 지렁이를 물고 하늘을 날았다


지렁이는 이런 기분 처음이었다

나를 봐!

내가 날고 있어!


호반새는 

미루나무 둥지에 있는 

아기 새 입에 지렁이를 넣어 주었다


지렁이는 신이 나서 춤을 추고 있었다


놀란 아기 새가 지렁이를 떨어뜨렸다


지렁이는 한 번 더 

하늘을 날 수 있었다 


큰일 날 뻔했어!






소풍 전날



눈은 말똥말똥

마음은 콩닥콩닥

깜깜한 밤에

나만 눈 떠 있는 게 아니다.


또박또박 말을 걸어오는 시계와

웅얼웅얼 말 붙여오는 곰돌이

내일 따라가고 싶은 옷들


졸린 눈을 비비며 

무얼 챙겨야 할지

하나 둘 셋 세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영호야, 학교 늦겠다!






짱뚱어 물수제비뜬다



온몸으로 뻘밭을 기어가는 짱뚱어

농게처럼 달려보고 싶어서


엄마, 우리는 왜 다리가 없어요?


적이 쳐들어오면

농게네는 병정처럼 갑옷 입고

10개 다리로 잽싸게 도망치잖아요.


아가야,

우리에게는

지느러미 날개가 있잖니!


바닷물이 쳐들어오면 

바다 위를 물수제비뜨며 나는 

우리의 아름다운 날개를 보렴!


아마도

농게는 우리가 부러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야






꽃 우체통



호박꽃 우체통에

벌 집배원 아저씨가

꽃가루 소식을 가지러 왔다


나비 친구가

이웃 동네 샐비어 친구에게

보내는 엽서

날개 속에 접어 전해주고


이 동네 저 동네 

소식 받아 들고


돌아와 보니

애호박 한 덩이

하하 호호 웃으며

보름달처럼 두둥실 

나뭇가지 위에 걸려 있다. 






반려무



마당 가에서 나비 리본을 매고 

안녕? 한다 


마침표 같은 점 하나가 

굳은 땅을 뚫고 나온 너에게

나도 안녕? 한다


난 아침밥 먹기 전에

무에게 물을 주고


숙제하면서

무는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지 물어보고


두 개, 네 개, 여섯 개 

생각이 많아진 무 이파리처럼 

나도 생각이 많아진다  


내 손가락만 하던 무가

내 팔뚝만 하다가

엄마 다리통만 한 무로 자라났다


나는 무를 쑤욱 뽑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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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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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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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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