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멀미

  • 작성일 2023-10-04
  • 조회수 571

멀미

서정아


   며칠 전부터 해준은 몸을 긁어 대기 시작했다. 아이의 아토피가 다시 도졌다는 생각에 유선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젖먹이 때부터 해준은 이유 모를 가려움증으로 몸을 자주 긁었고 피부는 늘 붉게 달아올라 있거나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돌잔치 때에도 입 주위를 자꾸 긁어 결국 피까지 나는 걸 보고 시고모는 유선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애 얼굴이 왜 이러니. 우리 윤씨 집안이 피부는 전부 타고났는데. 

   그 순간 유선은 돌잔치고 뭐고 그냥 다 끝장내 버리고 싶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다 내 탓이라는 거지? 그러나 짧은 순간의 그런 불쾌한 감정들을 잘 참는 것은 유선의 장점이었다.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태도가 비굴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소한 불쾌감을 어른스럽게 참고 없었던 일처럼 흘려보낼 때 비로소 유지되는 것들이 삶에는 분명 있었고, 유선은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잘 알았다. 그녀는 돌잔치가 끝날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손님들을 응대하고 사진을 찍었으며 축하금을 받고 답례품을 건넸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녀는 남편의 말에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토라진 티를 좀 내었지만, 그는 유선이 아침부터 돌잔치 준비를 하느라 피곤한 모양이라고 여기며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남편은 작은 차이에 대해 무신경한 사람이었다. 유선은 때로 그것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 마음을 한 번도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었다.

   아이의 아토피에 대해 입을 대는 사람은 시고모 한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시가 식구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마트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의 염려와 조언은 마치 휴대폰 할인판매장에서 울려 퍼지는 훅송처럼 지겹게 반복되어 매번 그녀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아유, 애기가 아토피가 심하네. (네, 알고 있어요) 쓸데없이 병원에 돈 들이지 말고 소금물에 매일 씻겨 봐요. (해 봤어요) 아냐,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녹차 우린 물에 씻기는 게 좋다던데. (그것도 다 해 봤고요) 요즘은 너무 곱게 키워서들 그래. 애들이 흙에서도 뒹굴고 그래야 피부가 건강해지는 건데. (이 도심지에서 아이가 뒹굴 흙이 대체 어디 있는 거죠?) 가끔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마저도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 말들 속에 간혹 진심 어린 걱정도 있었겠지만 설령 진심이라 할지라도 제발 그만두어 주기를 유선은 바랐다. 그들이 굉장한 비법이라도 되는 양 알려 주는 것은 전부 그녀가 이미 충분히 고민하고 괴로워하다가 여러 경로를 통해 찾아보고 실행해 본 방법들이었다. 각종 민간요법, 유기농 식재료, 값비싼 보습제, 청결한 집 안 환경과 적절한 온습도 유지, 아토피 치료를 잘한다고 입소문이 난 한의원과 피부과…. 하지만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아도 아이의 피부가 금세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 누구보다 힘든 건 아이였다. 밤마다 몸을 긁어 대느라 쉽게 잠들지 못하고, 매일 울면서 억지로 한약을 먹어야 하며,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이 간식을 먹을 때마다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던 해준이. 그리고 아이 다음으로 힘든 사람은 바로 그 모든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는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였다.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그 입들 좀 다물어 달라고요, 네?

   해준의 아토피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인지 유선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녀는 인생에서 또 한 번의 성취를 얻어 낸 것만 같았다.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솟아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찾아내고 얻어 낸 것. 유선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것들은 언제부턴가 그녀의 외부에 존재했고, 그녀는 그것을 꾸준히 획득해야 했다. 마치 게임 아이템을 모으듯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모으는 것이다. 그것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행복이지.

   유선은 생각했다. 그건 행복이지. 아니, 그것이야말로 행복인 거지. 눈에 보이는 것, 명확한 것,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래서 남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것. 그걸 가져야 행복한 거지. 내부에서 모호하게 솟아나는 감정 같은 것들은 실체가 없는 거잖아. 그런 건 모두 금세 사라져 버린다. 전부 다 허상이고, 말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남지 않는 거야. 유선은 그러한 현실 감각을 갖추지 못한 이들을 언제나 속으로 가엾게 여겼다. 이를테면 경주 같은 사람들을.


   해준아, 자꾸 긁으면 더 가려워져. 좀 참아 봐. 

   병원에서 대기하는 중에도 자꾸만 종아리에 손을 가져가는 아이를 보며 유선은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했다. 한동안 괜찮아서 다 나은 줄 알았었는데 왜 또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뒤늦게 새집증후군이 나타나는 걸까? 안 그래도 새 아파트로 입주할 때 주변 사람들은 축하를 해 주면서도 그 끄트머리엔 새집증후군을 걱정하는 말들을 얹었다. 특히 해준의 아토피 전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더 그랬다. 새 집에 들어가면 없던 피부 질환이나 비염도 잘 생긴다는 것이었다. 유선은 그런 걱정 어린 말들 속에 질투와 시기도 일부 섞여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조언대로 전문 업체를 불러 집 전체에 화학물질 제거제를 분사하고 베이크아웃을 하고 피톤치드 스프레이를 뿌렸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평가가 좋은 업체를 찾아보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는 정도의 노력이면 충분했다. 유선은 그런 일에 능숙했다. 그녀는 품질이 좋은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이 있었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에 돈을 쓸 줄 알았다. 

   자기는 진짜 똑똑하다니까. 내가 정말 결혼을 잘한 것 같아. 

   유선의 남편은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매매가가 꽤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였다. 그들은 3년 전 이 아파트에 입주했다. 꽤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분양권을 사자고 한 쪽은 유선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칭찬을 들었을 때 어깨가 좀 으쓱해지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방향을 알 수 없는 물결이 마음 한구석에서 이리저리 출렁이는 것 같았다. 조금 멀미가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건 실체가 없는 거니까. 명확하지도 않은 감정 같은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유선은 냉동실에서 별 모양의 얼음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혀와 입천장에 와 닿는 차가운 감각은 그녀의 마음속에 맴돌던 부정확하고 모호한 감정들을 산산이 흩어버렸다.

   이건 아토피가 아닙니다.

   그럼…?

   개미라든지… 그런 작은 벌레에 물렸네요.

   진료실에서 해준의 피부를 보여주자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며 항히스타민제와 바르는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개미라니. 유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긁어 대느라 아이의 피부는 엉망이었지만, 벌레에 물린 것이라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언제 좋아질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아토피의 재발보다야 훨씬 나은 일이었다. 

   유선은 그날 밤 수많은 개미 군단에게 쫓겼다. 개미들을 피해 언덕 위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모래 언덕이라 자꾸만 발이 푹푹 빠졌다. 개미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발을 내디디려 하면 할수록 더욱 모래 속으로 깊이 빠져버렸다. 어느 순간 그녀의 몸은 모래 언덕 속에 잠겨버렸다. 간신히 모래 밖으로 내밀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개미들이 뒤덮어 버렸다. 머리를 마구 흔들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코와 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열려 있었다. 그 네 개의 구멍 속으로 개미들이 줄지어 들어오려는 순간 그녀는 모래 속에 파묻힌 몸을 격렬하게 버둥거렸다. 그리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

   남편은 옆에서 태평하게 자고 있었다. 가볍게 코까지 골면서였다. 유선은 그 순간 남편에게 알 수 없는 적의를 느꼈다. 자신이 베고 있던 스웨덴산 거위털 베개로 그의 얼굴을 눌러 질식시켜 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베개를 두 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남편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베개를 다시 천천히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악몽 때문이야. 그녀는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저 꿈일 뿐이었는데, 개미들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올라오던 느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경주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화려하거나 잘 치장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었다. 모처럼 한껏 꾸미고 온 여자들 사이에서 경주는 홀로 어둡고 볼품없었다. 마치 날개를 쫙 펼친 공작새들 틈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잿빛 비둘기 같았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되었다는 게 티가 나는 회색 재킷과 검정색 진은 아무리 유행이 돌고 돌아도 유선이라면 다시는 입지 않을 만한 스타일의 옷이었다. 앞코가 둥근 단화는 공들여 닦은 티가 났지만 뒤축은 잔뜩 닳아 있었다.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생머리는 아래쪽에서 한 갈래로 묶었고, 늘 그렇듯이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 얼굴이었다. 당연하게도 액세서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른쪽 어깨에 멘 검정색 에코백에는 자그마한 노란색 리본 배지가 달려 있었는데, 오직 그것만이 경주에게서 가장 밝게 빛나는 물건이었다.

   유선의 경우 학교에 올 준비를 하는 데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도 너무 꾸민 티가 나지 않을 것. 그것이 그녀의 코디 기준이었다. 어떤 여자들은 스스로를 아직도 이십 대 아가씨로 착각하는 것 같았다. 지나치게 발랄하거나 너무 튀는 디자인의 옷은 학부모 공개수업에 오는 차림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학교 건물 출입구의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슬쩍 보며 유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오른쪽 팔에 무심한 듯 툭 걸친 샤넬백이었다. 그것은 얼마 전 남편이 승진한 기념으로 사 준 가방이었다. 정확하게는 남편이 준 돈을 가지고 그녀가 백화점 오픈 런으로 대기표를 받아 어렵게 구매한 것이었다.

   잘했네. 요즘은 명품 백으로 재테크도 한다던데.

   가방을 샀다고 했을 때 남편은 유튜브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렇게 말했었다. 그는 무신경한 사람이긴 해도 돈에 관한 한 너그러웠다. 그녀의 투자나 소비에 대해 언제나 신뢰하고 지지했기 때문에 유선은 전업주부로 지내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유선은 자신이 평범한 중산층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계단을 오르듯 조금씩 위로 올라갈 자신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좋은 것을 잘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너무 오래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선택하는 과감함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에는 분명 남편도 한몫을 했다. 꽤 괜찮은 연봉과 성실함, 그리고 항상 그녀의 선택을 믿어 주는 변함없는 태도 같은 것. 물론 그런 남자를 배우자로 선택한 것 역시 그녀의 안목이었지만, 물질적인 것들과는 달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더욱 많았으므로 어떻게 보면 운이 따라 주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유선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면서 새벽녘 불분명한 감정에 휩싸여 남편의 얼굴 위로 베개를 들어 올렸던 그 순간을 떠올렸고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자고 있었고 밤사이 그녀가 악몽에 시달렸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밤 그녀의 마음을 잠시 스치고 지나갔던 모호한 적의에 대해서도 그는 몰랐다. 오직 그녀에게만 존재했던 낯선 순간,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혼탁한 마음의 물결. 그런 것들은 영원히 입 밖으로 내지 않을 작정이었다. 언어로 내뱉지 않은 감정의 조각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먼지처럼 흩어져 버린다. 흩어지고, 사라진다. 삶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유선은 복도 끝 쪽에 서 있는 경주에게로 다가가서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 경주 씨, 하고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더니 그녀는 유선에게 고개를 깊이 숙여 목례를 했다. 알고 지낸 지 일 년이 넘었는데도 경주는 늘 그랬다. 동갑이니 서로 말을 놓자고 해도 수줍게 웃으며 편하신 대로 하세요, 전 존댓말이 편해서요, 그러고 말았다. 한쪽에서 말을 높이는데 혼자만 반말을 쓰기도 이상해서 유선도 계속 존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봄, 학교 놀이터에서 경주에게 먼저 말을 붙인 쪽도 유선이었다. 교문 앞에서 해준을 기다리다가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아이는 놀이터에서 친구와 땀범벅이 된 채 뛰어놀고 있었다. 유선이 이름을 부르자 해준은 아쉬운 목소리로 조금만 더, 하고 졸라 댔다. 봄 햇살이 따뜻했고 두 아이의 까르르 웃어 대는 소리가 듣기 좋아서 유선은 고개를 끄덕이고 낡은 벤치에 앉았다. 그 옆에 유행과는 전혀 동떨어진 옷차림을 한 경주가 있었다. 유선을 본 그녀는 읽고 있던 두꺼운 책의 페이지에 가름끈을 끼운 뒤 천천히 덮고 목례를 했다. 낡고 오래되고 깊고 고요한 것. 그것이 경주를 둘러싼 분위기였고 유선이 그녀에게 느꼈던 첫인상이었다.

   공개수업은 언제나 그렇듯 모둠별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소란하고 부산스러웠다. 모둠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역할이 있었고 모두 골고루 발표 기회를 가졌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수업의 핵심을 직접적으로 알려 주지 않고 아이들이 귀납적으로 추론해 내도록 이끌었다. 공개수업에서 표방하는 교실의 모습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한 시간에 겨우 하나의 개념을 익힌다면 응용과 심화는 어림도 없지. 공교육에는 너무도 빈틈이 많고 그 빈틈을 사교육으로 꼼꼼히 채워 주는 것이 부모의 책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유선은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에 비친 해준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유선은 경주가 이끄는 길로 들어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당연하게도 그녀는 이 윗길로 와 볼 일이 없었다. 경주가 살고 있는 301동은 임대아파트였고 아파트 단지 중 가장 비선호 구역이라고 할 만한 곳에 외따로 존재했다. 건물 벽면에 ‘고평 파라다이스’라는 글자가 없었더라면 같은 아파트 단지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을 것 같았다. 유선은 학교 앞 편의점에서 산 두루마리 휴지 한 팩을 양손으로 옮겨 들며 힘겹게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갔다. 경주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했지만 집에 처음 초대받아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산 선물이었다.

   공개수업을 마치고 한 무리의 여자들이 시끌벅적하게 유선에게 다가와 같이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했으나 유선은 다음에요, 하고 부드럽게 거절했다. 어디 좋은 데 가나 봐, 하고 팔꿈치를 슬쩍 치는 현서 엄마의 눈길이 그녀의 샤넬백에 가닿는 것을 유선은 놓치지 않았다. 현서 엄마는 입이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분명 커피숍에서 자신이 본 것에 대해 떠들어 댈 것이다. 질투와 부러움이 뒤섞인 말들이 오고 가겠지. 그리고 선생에 대한 불만, 자신의 아이에 대한 은근한 자랑, 서로에 대한 입에 발린 칭찬과 그 무리에 끼지 못한 사람에 대한 뒷담화, 학원과 과외에 대한 정보들. 유선은 그 여자들 중 몇몇의 경박함과 교양 없음을 경멸하면서도 그들 무리와 적당한 친교를 유지했다. 경박한 언어 속에도 자신이 취할 유익한 정보는 늘 있었으므로,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유선은 그들 무리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일찌감치 교실 밖으로 나가 있던 경주에게로 갔다. 일 년 전 처음 인사를 나누고 유선이 먼저 자신의 집으로 그들 모자를 몇 번 초대했었는데, 경주가 그녀를 초대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집이 좀 좁아요.

   경주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녀의 집은 아홉 가구가 길게 이어져 있는 복도의 제일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경주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유선은 집의 크기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301동에 산다고 했을 때 열여덟 평짜리 임대아파트라는 사실을 먼저 떠올렸으니까.

   경주를 따라 들어선 그녀의 집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좁아 보였다. 열여덟 평이 이렇게 작은 거였나? 자신이 들고 온 서른 개들이 휴지 한 팩이 지나치게 커 보여서 차라리 샴푸나 세제 같은 것을 살걸 그랬다고 유선은 잠시 후회했다. 현관 바로 앞 일자형의 좁은 부엌을 거쳐 슬라이딩 도어를 열자 큰방으로 보이는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두 쪽 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나머지 한쪽 면의 2단 행거로 인해 방은 더 좁고 어두워 보였다. 게다가 책장 앞쪽으로는 나무색의 투박하고 커다란 책상이 놓여 있었는데 그 주위의 바닥에도 책들을 겹겹이 쌓아 둔 상태였다. 식탁도 소파도 없었기 때문에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 어정쩡하게 서 있는데 경주가 행거 아래쪽에서 접이식 테이블과 방석 두 개를 꺼내 왔다. 접이식 테이블까지 펼치자 그나마 남아 있던 공간마저 가득 차버렸다.

   경주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오디오의 버튼을 누르고 부엌에서 다기 세트를 가져왔다. 유선은 오디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한 눈에 봐도 꽤 좋은 것처럼 보였다. 작은 집 안에 클래식 음악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는데 유선은 그 순간 자신이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찻물이 오랫동안 스민 흔적으로 더욱 고풍스럽게 보이는 다기에서 잎차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묘하게 사치스럽다고, 유선은 생각했다. 자신의 천만 원짜리 샤넬백보다, 경주의 책장과 오디오와 다기가 오히려 더 사치스럽다고. 그것은 유선을 이상한 방식으로 자극했다. 값비싼 가방이나 세련된 목걸이, 최신형 자동차와 더 넓은 평수의 집을 볼 때와는 다른 형태의 질투심이었다. 동정과 동경이 뒤섞인, 뭐라 규정할 수 없는 낯선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일렁였다. 


   개미에게 물린 것 같다고 해서 안심했었지만, 해준의 피부 발진은 보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종아리가 괜찮아지면 팔뚝을 긁는 식이었다. 원인이 되는 벌레들은 학교나 학원에 있을 것이며 일시적인 문제일 거라고 여겼기에 유선은 방심했다. 입주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새 아파트에 개미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만난 현서 엄마의 말에 유선은 머리가 아파 왔다.

   그 집엔 혹시 개미 없어요?

   네?

   잘 한번 살펴봐요. 요즘 우리 아파트에 난리야, 난리. 우리 현서도 몇 번 물렸다니까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내에서 개미가 나온다는 집들이 꽤 있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전체 방역을 하지만 그거로는 역부족이라며 개미약을 놓든 전문 업체를 부르든 해야겠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마치 중대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어 덧붙였다.

   해준 엄마야 뭐, 그러지는 않겠지만, 우리 아파트에 개미 나온다는 거 어디 밖에 가서 얘기하지 마요. 집값 떨어져. 안 그래도 301동 때문에 손해 보고 있는데.

   그래도 많이 올랐잖아요.

   아유, 임대아파트 없었으면 더 오르고도 남았지. 여기 위치며 학군이며 인프라며 얼마나 좋아. 근데 단지 안에 임대아파트 있으면 사람들이 아무래도 꺼린다고.

   그래요?

   당연히 그렇지. 얼마 전에 성범죄 전과자 301동으로 이사 왔다고 고지서 날아온 거 봤잖아요. 어휴, 난 그거 보고 소름이 돋아서…. 그 위쪽으로는 얼씬도 안 한다니까요. 평등이 어떻고 인도주의가 어떻고 하지만 말이 좋아서 그렇지, 막상 자기 주변에 그런 사람들 산다고 생각해 봐요. 누가 좋아하겠어.

   유선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301동에는 성범죄 전과자도 살고 있지만 경주 같은 사람도 산다. 자신도 운이 없었더라면 그런 곳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좋은 집에 살고 있는 이들 중에도 악인은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더욱 악랄하고 거대한 죄를 짓는 이들이, 좋은 옷을 입고 황홀한 향기를 풍기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친절한 인사를 해 올 수도 있었다. 유선은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에 숨겨진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는 언제나 현상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 또한 잘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취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능력과 운을 최대한 활용했지만, 동시에 편협한 시각과 세속적인 욕망을 아무런 가림막 없이 전시하며 얄팍한 성을 쌓아 가는 이들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한마디로 유선은 스스로를 의식 있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했으며 돈만 가진 멍청이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녀는 현서 엄마와 헤어진 후 집으로 올라가며 이전에 해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반 아이들이 주안이를 엘사라고 불러서 선생님한테 무척 혼이 났다는 이야기였다.

   근데 선생님이 왜 그렇게 화나셨는지 모르겠어. 더 심한 별명도 많은데…. 남자를 공주 캐릭터로 불러서 그런가?

   너도 혹시 그렇게 불렀니?

   아니, 나는 친구 별명 안 불러.

   착하네, 우리 해준이.

   유선은 그때 해준을 꼭 안아 주며 조금 안심했다. 그 안도감은 자신의 아이가 경멸스러운 행동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과 동시에 놀림의 대상도 아니라는 데에서 비롯했다. 경주는 그 일을 알고 있을까. 알았다면 주안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었을까.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그런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말을 스스로 찾아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모 중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듣고 따라 했겠지. 그 아이들은 부모와 똑같이, 어쩌면 그보다 더, 경박하고 교양 없는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타인에게 언어와 눈빛으로 상처를 입히고도 당당한 어른으로. 그것이 죄인 줄도 모르는 어른으로. 성범죄 전과자에 대해서는 알림장이라도 오지만, 그런 죄악은 고지되지도 않는다.

   유선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선 순간,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눈곱만큼 작은 개미 수십 마리가 신발장 문틈으로 줄지어 기어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얼마 전 꿈에서 보았던 개미 군단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감쌌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본 결과 그녀가 집에서 발견한 개미는 애집개미였다. 보통의 개미 군집은 한 군체에 여왕개미가 한 마리뿐이지만 애집개미는 여왕개미가 대량으로 존재하는 데다 결혼비행 없이 근친교배를 하기 때문에 한번 서식하기 시작하면 짧은 기간에 엄청난 수로 불어나 버린다는 끔찍한 내용이 위키피디아에 적혀 있었다. 유선은 블로그 몇 개를 검색해 본 후 효과가 좋다는 과립형 독먹이를 사서 집 안 곳곳에 부착했다. 

   다음 날이 되자 개미들이 줄지어 나타나 독먹이를 나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대체 어디서 다 나타난 거야. 유선은 소름이 돋은 팔뚝을 두 손으로 쓸어내렸다. 특히 싱크대문과 식탁 아래쪽에 부착해 둔 통에는 끊임없이 개미들이 들락거렸다. 해준은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엄마, 나 이 개미 키우면 안 돼?

   이건 키울 수 없는 거야.

   왜?

   너무 작아서 잘 빠져나오거든. 어디 가둬 놔도 금방 빠져나와서 우릴 물 거야.

   해준은 조금 시무룩해졌으나 더 조르지는 않았다. 몸의 가려움으로 오래 힘들었던 기억을 아이는 잊을 수 없을 것이었다. 유선은 그런 아이의 표정이 마음에 걸려서 그날 오후 대형마트에서 파는 장수풍뎅이 사육 세트를 사 왔다. 수컷 장수풍뎅이의 기다란 뿔은 그 나름의 위엄이 있었고 흑갈색 등딱지는 왁스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매끈하게 빛났다. 해준은 자신이 소유하게 된 위풍당당한 곤충 한 마리에 푹 빠져들었고 애집개미 따위는 곧 잊었다.


   유선은 다기 세트를 꺼내 녹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경주의 집에 다녀온 후 바로 장만한 다기와 잎차였다. 그녀는 남편 앞에 놓인 백색 찻잔에 천천히 차를 따랐다. 남편은 왼손에 든 스마트폰을 놓지 않은 채 한 손으로 잔을 들고 라면 국물을 들이켜듯 후루룩 소리를 내며 한입에 마셔버렸다.

   그렇게 마시는 게 아니고.

   유선은 남편의 잔을 다시 채워 준 후 경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두 손으로 찻잔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이렇게 향기도 맡고, 천천히, 세 모금 정도로 나눠서 마셔 봐요.

   감질나게 뭘. 배 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 건데. 

   남편은 또다시 후루룩, 하고 한입에 차를 들이켰다. 어디선가 거대한 손이 나타나 그의 입속에 구십 도의 찻물을 콸콸 들이붓는 광경이 유선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똑같지 않은 걸 똑같다고 말하는 사람. 당신은 항상 그런 식으로 주먹을 휘두르지. 보이지 않는 구타,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푸른 멍들, 증명할 수 없는 폭력. 나는 그런 당신을 눈물겹게 증오하고 지겹도록 사랑해. 당신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을까? 베개로 내 얼굴을 눌러 숨을 멎게 하고 싶은 순간이? 유선은 뜨거운 물이 반쯤 차 있는 전기 포트를 들고 피식 웃었다. 자신의 말이 재밌어서 그녀가 웃었다고 생각한 남편은 큭큭거리며 한 팔로 유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그 순간 전기포트의 뜨거운 물을 남편의 팔에 쏟아버릴 뻔했다.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 안쪽을 꽉 깨물었기 때문에 입안에서 비릿하게 피 맛이 났다. 인내는 고통스럽지만 숭고했고, 언제나 자신에게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혀끝으로 스미는 피를 달게 삼켰다.

   참, 방역업체 부른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어?

   한 번으론 안 된대요.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계속해야 된대. 걱정이네, 정말.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래 봐야 개미잖아. 전문가한테 맡겼으니 알아서 하겠지.

   유선은 방역업체에서 새로 교체해 놓은 독먹이 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방역업체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고객님, 애집개미들은 천적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바퀴나 거미도 이겨 먹는다니까요. 어떤 개미들은 서로 다른 군체끼리 만나면 세력 다툼을 하다가 한쪽이 다 죽어버리기도 하거든요? 근데 얘네들은 다른 군체를 만나면 싸우는 게 아니라 살림을 아예 합쳐버려요. 계속 거대해지는 거죠. 유니폼을 입은 방역업체 직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 팔을 풍선 부풀리듯 한껏 벌렸다. 유선은 그가 권하는 대로 해충 방역 10회권을 결제했다. 일개미들은 새로운 독먹이를 어딘가로 열심히 날랐다. 여왕개미들은 대체 어디 숨어서 알을 까고 있는 걸까. 유선은 오직 번식의 욕망으로 가득 찬 그들의 둥지를 찾아 모조리 불을 질러버리고 싶었다. 하얀 재가 될 때까지, 활활 다 태워버리고 싶었다.


   현서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유선이 담임교사와의 통화를 끝내고 해준의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문제가 된 단톡방의 메시지들을 가장 먼저 읽어 보았고 혹시나 싶어 다른 단톡방도 하나하나 확인하는 중이었다.

   해준 엄마도 학교에서 연락 받았죠?

   현서 엄마의 목소리는 무척 격앙되어 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그녀가 쏟아 내는 말들의 큰 줄기는 담임교사가 했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주관적으로 재구성된 상태였다. 아이들이 만든 단톡방의 이름은 ‘고파2팸’이었고, 고평 파라다이스 2단지에 사는 아이들 일곱 명이 들어가 있었다. 그 단톡방에서 현서는 301동에 사는 주안이를 거지라고 지칭했는데 거기에 몇몇 아이들이 말을 덧붙여 가며 장난을 쳤다. 그것으로 끝났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한 아이가 그 말들을 교실에서 발설했고 주안이는 종일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뭘 제대로 알고 그랬겠어요? 그냥 말장난 좀 한 거 가지고 학폭위까지 열겠다니 너무하잖아요.

   어쩔 수 없죠, 뭐. 잘못은 잘못이니까. 담임 선생님도 중재가 어렵다고 하고.

   담임도 꽉 막혀 가지고…. 대단한 일 아니면 자기 선에서 좋게 좋게 해결해야지. 이 정도 일로 학폭 다 받아 주면 안 걸리는 애들이 있겠어요?

   현서 엄마는 내친김에 다 풀어놓는다는 듯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을 길게 늘어놓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학폭위 열려도 우리 애들 크게 잘못한 건 없으니까 사과 정도로 끝나겠지만, 그런 일 있고나면 괜히 트라우마 생길 수도 있고 학교 서류에 남는 것도 찜찜하고. 그래서 말인데… 해준 엄마가 그쪽 한번 만나 볼래요?

   주안 엄마를요?

   왜, 전에 보니까 둘이 이야기도 좀 하고 지내는 것 같고…. 자기가 말도 나긋나긋하게 잘하잖아. 애들 학폭까지는 안 가는 걸로 잘 좀 얘기해 봐요. 사과를 원하는 거면 우리가 다 같이 사과도 할 수 있고, 돈을 원하면 뭐… 그것도 우리가 어느 정도 합의해서 주고 끝내면 되는 거니까.

   돈이요?

   결국 그쪽에서 원하는 건 뻔하지 않겠어요? 애를 빌미 삼아서 한몫 챙겨 보려는 거지. 이래서 없는 사람들이 무섭다니까.

   전화를 끊고 나서 유선은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현서는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고 모든 사건의 발단이기도 했다. 거기에 말을 덧붙인 아이들도, 자기들끼리의 말장난을 당사자에게 전달한 아이도 분명한 잘못이 있었다. 하지만 해준이는 그저 웃었을 뿐이다. 실제로 소리 내어 웃은 것도 아니고 ‘ㅋㅋㅋ’ 하고 고작 자음 세 개를 입력했는데 그 아이들과 함께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유선은 시간을 확인하고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전화기를 들었다. 영어 학원에 간 해준이가 돌아오는 시간까지는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통화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긴 송신음이 끝나고 상대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기계음이 나올 때까지 경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마음을 누그러뜨릴 시간이 좀 필요할지도 몰라. 유선은 잠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경주에게 선물할 유기농 작설차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둘 사이에는 그동안 쌓은 우정과 친밀함이 분명히 존재했다. 경주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유선의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만들었다.


   지나친 낙관은 때때로 일을 망친다. 유선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모든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보기 위해 애써 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경주와 자신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확신했고 이번 일에 대한 경주의 입장을 너무 쉽게 넘겨짚었다. 그녀는 경주가 자신에게까지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가 쌓은 교류와 우정은 다 어떻게 된 거지? 더군다나 해준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직접적으로 어떤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혹시 단톡방에 오간 말들을 경주가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준이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여기고 있는 건가 싶어서, 유선은 해준이가 ‘ㅋㅋㅋ’라고 쓴 부분을 캡처해서 경주에게 보냈다. 이런 일로 연락을 하게 되어 유감이다, 속상한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우리 해준이는 주안이를 무척 좋아하고, 그 단톡방에서 웃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그런 말들을 덧붙이면서.

   밤늦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 놓고 유선은 내내 잠을 설쳤다. 잠에서 깰 때마다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경주에게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다시 자려고 눈을 감으면 자신의 얼굴 위로 뭔가가 스멀거리며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옆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남편의 숨소리는 이상하게 자꾸만 거슬렸다.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것 같은 불쾌하고 찌뿌둥한 기분을 애써 떨쳐 내며 아침 식사를 차리고 있는데 메시지 알림음이 왔다. 유선은 인덕션의 불을 켜 놓은 것도 잊은 채 서둘러 메시지를 확인했다. 경주의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지금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유선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동안의 호의를 무참히 짓밟혀 버린 것 같아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같잖은 게, 주제도 모르고. 그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는 그런 말을 한 자신에게 스스로 놀랐다. 그런 경박함은 타인의 속성이었지, 결코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프라이팬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달걀은 이미 못 먹을 정도로 타버렸고 팬에서는 회색 연기가 올라왔다. 유선은 타버린 달걀을 싱크대에 부어버리고 뜨겁게 달아오른 프라이팬 위에 찬물을 틀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다시금 연기가 올라왔다. 현서 엄마를 만나 봐야겠어. 그녀는 프라이팬을 내려놓고 현서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드레스룸으로 가서 붙박이장 맨 위쪽에 있는 샤넬백을 꺼냈다. 나중에 잊지 않도록 소지품을 미리 넣어 두기 위해서였다. 다른 가방에서 지갑과 화장품 파우치를 꺼내 샤넬백에 옮겨 담으려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 손에 든 것들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개미들이 가방 내부를 제집처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가방을 들어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니 여왕개미인 듯한 녀석들이 다섯 마리쯤 보였고 작은 알들도 있었다. 그녀는 그 순간 방역업체 직원의 말을 떠올렸다. 얘네들은요, 진짜 아무 데나 둥지를 틀어요. 적당히 빈틈만 있으면 거기 모여서 알을 까는 거죠. 어쩌면 지금 정수기 안에도 살고 있을지 몰라요. 한번 열어 보실래요? 은근히 신이 난 듯 떠들어 대던 업체 직원의 목소리를 떠올리자 유선은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작은 차에 갇혀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멀미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때 해준의 방에서 비명 섞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선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서둘러 아이의 방으로 향했다.

   왜 그래, 해준아. 나쁜 꿈 꿨어?

   방문을 열며 유선은 그렇게 물었다. 해준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놓여 있는 장수풍뎅이 사육장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유선의 얼굴을 쳐다보며 다시금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서 사육장 안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몸체가 반쯤 사라진 장수풍뎅이가 거꾸로 뒤집어진 채로 죽어 있었다. 그 옆으로 개미들은 부지런히 오가며 풍뎅이의 몸체를 잘게 부수어 나르는 중이었다. 그녀는 어지러움을 견딜 수 없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버렸다. 아이의 서러운 울음소리는 점점 커지며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추천 콘텐츠

없는 사람

없는 사람 이혜오 휴대폰 알람은 새벽마다 나를 밀쳤다. 나는 미지근해진 자리끼처럼 엎질러졌다. 바닥에 쏟아진 나를 겨우겨우 주워 모아 연습실로 출근해서 스트레칭을 하면, 그제야 팔다리가 달린 사람의 몸을 감각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 시절의 나는 이미 엎질러진 나를 어떻게든 수습하는 기분으로 살았던 것 같다. * 댄스 학원에 다닌 것은 열네 살 때부터였다. 길거리 캐스팅이 될 만큼 뛰어나게 예쁘지 않은 나 같은 애들은 대개 그때부터, 혹은 그전부터 학원을 다니며 오디션을 준비했다. 대형 기획사의 공채 오디션에서는 번번이 떨어졌고, 열여섯, 중3 때 중소형 기획사 하나에서 내 영상을 보고 대면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제안을 했다. 엄마와 함께 서울에 가서 대면 오디션을 봤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가득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당시 사옥이 위치해 있던 청담동은 내가 살던 동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동네 전체가 백화점 같았다고 할까. 깨끗하고, 반들거리고, 비싼 것들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가득한. 그 세계의 일부가 된 것이, 나는 기뻤다. 그다음부터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 연습을 하고, 학교에 갔다가 하교 후에는 연습실에 가서 레슨을 받고, 레슨이 끝나면 밤까지 연습을 하다가 숙소에 가서 잠을 청하고 다시 학교에 가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연습생 숙소에는 나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연습생들이 때에 따라 열 명에서 열네 명까지 모여 살았다. 어깨선을 넘는 긴 머리를 한 여자애 열네 명이 한 공간에 모여 살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진다. 끝없이 쌓이는 머리카락을 줍고, 줍고, 또 줍다 보면 문득 인간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계속 자란다는 사실이 지긋지긋해지곤 했다. 그곳에선 언제나, 모든 자원이, 부족했다. 동진에서 부모님과 살 때는 부족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것들까지. 화장실과 콘센트의 개수나 냉장고와 옷장과 침대의 넓이, 그리고 프라이버시 같은 것들. 내가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이불 속밖에 없었다. 나는 좁다란 이층 침대에서 늘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어폰을 꽂은 채 잠들었다. 그 어둡고 텁텁한 공간만을 편안하다고 느꼈다. 나는 천천히, 깨끗하고, 반들거리고, 비싼 것들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가득한 세계에는 내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갔다. 회사가 작아서인지 제대로 된 트레이닝 시스템이랄 게 없어서, 데뷔 조가 아닌 연습생들은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했다. 어린애들이 우르르 들어왔다가 또 우르르 나갔다. 들짐승처럼 방치된 우리는 서로를 경계하고 미워했다가 또 끌어안았다가 하며 그 시간을 견뎠다. 물론 견디지 못하는 애들이 더 많았다. 고참들은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텃세로 풀었고, 신입들은 눈치만 보다가 나가떨어졌다. 매일 갈등이 있었고 매일 누군가 울었다. 누가 언제 집으로 돌아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기란 어렵다는 것. 그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남을 미워하지 않고 버티기는 힘들다는 것. 이제는

  • 관리자
  • 2023-11-15
멜들다

멜들다 양혜영 멜*이 들어왔다. 강 선주가 포구 안으로 들어온 멜 떼를 발견했다. 강선주는 포구에 매어 둔 배를 살피러 나왔다가 방파제 아래 바닷물이 은색으로 팔딱이는 것을 보고 멜 떼가 들어온 걸 알았다. 강 선주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양동이와 족대를 챙겨 나오며 멜이 들어왔다고 마을 안쪽을 향해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소도리 포구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급히 나오느라 베개에 눌린 머리와 엉덩이께 대충 걸친 바지 차림을 하고도 양손 가득 뜰채와 양동이를 들고 나오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사람들은 가랑이가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바닷물 속으로 텀벙텀벙 들어가 뜰채로 멜을 건지기 시작했다. 사방에 은빛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 “아이구, 이제랑 좀 앉아 쉬어 보카” 일찍 멜을 발견한 덕에 양껏 멜을 건진 강 선주가 슬그머니 방파제 한쪽에 술자리를 벌였다. 그 모습을 본 남자 서넛이 뜰채를 넘기고 방파제로 올라와 강 선주 옆에 앉았다. “아이고, 맛나다.” 검지 끝으로 멜의 꼬리지느러미를 잡아 입 속에 털어 넣으며 장 씨가 웃었다. “그냥 녹암쪄, 녹아.” “입 속에서 꿈틀꿈틀 헤엄쳠서.” “아이고, 맛 좋다. 맛 좋아.” 누가 채여 가기라도 할 것처럼 남자들은 쉴 새 없이 멜을 집어 먹었다. 멜이 수북이 쌓였던 접시가 어느새 허연 속살을 드러냈다. “아이고, 다 떨어지기 전에 여기들 왕 한잔씩 합써.” 강선주가 선심 쓰듯 바다에서 멜을 건지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좀 조용헙써! 바당 전세 냈수과!” 갑자기 강 선주를 향해 볼멘소리가 날아왔다. 대성호를 모는 박 선주였다. 민망해진 강선주가 두 눈을 부릅뜨고 박 선주를 쏘아보았다. 박선주도 강선주의 눈을 피하지 않고 한판 붙을 기세로 노려보았다. 옆에 있던 박 선주의 아내가 황급히 박 선주의 팔꿈치를 낚아챘다. “그냥 멜이나 건집써. 시간 아깝수다.” 아내의 말에 박 선주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멜을 건지기 시작했지만, 잔뜩 굳은 어깨가 못마땅한 심사를 그대로 드러냈다. 강 선주는 그런 박 선주의 뒤통수를 계속 노려보다 바지통을 잡아끄는 일행의 손끝에 못 이긴 척 앉았다.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보통 멜 떼가 머무는 시간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웬만한 소도리 포구 사람들은 죄다 포구에 나와 있었다. 이미 강 선주와 박 선주 사이가 껄끄럽다는 소문을 아는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둘을 힐끗거렸다. 강 선주는 그런 사람들의 눈 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아 눌렀다. 포구 사람들 사이에 끼어 멜을 건지던 정순도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둘 만큼이나 정순도 그들과 껄끄러웠다. 몇 년 전 화재 보상 문제로 생긴 앙금이 다 풀리지 않은 탓이었다. 한숨을 쉬며 시선을 내리자 바닷물 속에서 희끗거리는 멜 떼가 보였다. 정순은 손을

  • 관리자
  • 2023-11-15
물을 잡으면

물을 잡으면 호인 티브이 화면 가득 연한 푸른색의 거인이 누워 있다. 거인의 배가 천천히 오르내리며 숨을 쉬는 동안 배꼽에서 꿈틀꿈틀 연두색 싹이 올라온다. 카메라가 뒤로 빠지듯 시야가 확 멀어지며 줄기가 솟구쳐 오른 끝에 등불처럼 맑고 밝은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봉오리가 활짝 연꽃으로 벌어지자 그 안에서 한 남자가 나타난다. 화면이 빙글 돌며 보여 주는 남자는 사방마다 하나씩 네 개의 얼굴을 가졌다. 남자가 눈을 뜨자 주변의 어둠이, 캄캄한 태초의 우주가, 섬세하게 일렁이며 여명이 밝아 온다. -멋있다. 저거 뭐니? 말을 걸 기회를 노리던 입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이 튀어나온다. -멋지구리하면, 게임 광고일 걸요? 한솔이는 티브이 쪽을 보지도 않고 중얼댄다. 그래도 그 정도면 근래 보기 드물게 긴 대답이다. 나는 용기를 얻어 질문을 계속해 본다. -게임? 무슨 게임인지 아니? 한솔이는 티브이를 흘끔 보더니 곧 다시 고개를 숙인다. 대답은 짧고 무성의해진다. -인도 신화예요. 지난해 동남아 여행에서 본 기억이 난다. 저 거인들은 비슈누나 브라마 같은 힌두교의 신들이겠구나. 티브이 화면이 휙휙 바뀌더니 중세 유럽풍 갑옷을 입은 힌두 신들의 영상이 번쩍거리면서 브라흐마가 눈을 뜨면 새로운 칼파가 시작된다아, 낮고 웅장한 소리가 울린다. 나를 사로잡은 건 멋지구리한 신들의 모습보다는 칼파라는 단어다. 칼파, 겁파, 겁(劫). 내가 아는 하나의 겁은, 세상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하나의 주기, 천지가 한 번 개벽한 뒤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이다. 그 무한한 시간이 게임이 서툰 아이에게는 한순간에 끝나겠구나. 그리고 곧이어 하나의 겁이 새로 시작해서 금방 끝나고, 또다시 새로운 겁이 시작하겠지. -저거, 네가 하는 게임이니? 내 질문은 어딘가 건성이 되어 버린다. -아니요. -요즘 컴퓨터 게임은 여럿이 함께 한다며? 너도 그러니? 한솔이는 수저를 탁 내려놓고 자기 방으로 가 버린다. 티브이에서는 신들과 악마들이 단 몇 초 화려한 전쟁을 벌이다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하나의 칼파가 끝나 세상이 캄캄해지고 티브이 화면 가득 게임의 이름이 반짝거린다. 광고가 끝나고 드라마가 시작하지만, 텅 빈 거실에서 티브이나 보고 있을 생각은 없다. 남편은 집을 나간 후 생활비를 보내지 않고,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 비즈 팔찌를 만들려고 작업실로 가는데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든다. 무의식적인 곁눈질이 무언가 이상한 걸 감지한다. 고개를 돌리자 어항이 보이고, 역시나, 금붕어 한 마리가 불길한 수류를 따라 떠돌고 있다. 지난 보름 사이 네 번째. 금붕어가 죽었다. 이 년 전, 남편이 한솔이를 위해 사 왔던 금붕어가. 이 년 전 지나가 버린 그 시절 책임감 있던 가장이 착했던 아들을 위해 사 왔던 그 금붕어가. -*- 시조카 아이가 우리 집에 온 건 이 년 전, 그러니까 재작년 가을이었다. 툭하면 사람을 패고 다니는 시동생이 또 사고를 치고, 동서가 죽는다고 소동을 벌인 때문이었다. 부부가

  • 관리자
  • 2023-10-27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