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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보케이

  • 작성일 2023-08-23
  • 조회수 753

   케이보케이

김연세


   앞유리로 날벌레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여자들의 이름도 모르는 마당에 뜬금없이 날아드는 벌레의 이름을 알 턱이 없었지만, 뭔가 작고 까만 종류였다. 사실 너무 작아서 일부러 눈을 부릅뜨고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김유성은 그 작은 날벌레가 시야 한가운데로 달려들자 너무 놀란 나머지 거의 핸들을 놓칠 뻔 했다. 그 순간 김유성의 눈앞을 스쳐간 것은 항로가 아닌 지점에서 불쑥 나타나 돌진해오는 전투기의 환영이었다.  

   그 장면은 방금 전에 본 듯 선명했다. 왼편으로 해가 지고 있었고, 조종실은 반쯤 기울인 맥주잔처럼 사선을 그리며 끓어오르는 금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발밑의 구름은 브로큰, 그것도 7옥타에 가까웠다. 옥타는 구름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눈에 보이는 하늘을 여덟 조각으로 나눴을 때 그중 구름이 덮여있는 조각의 수를 의미했다. 하늘을 나누고 구름을 세어 단위를 붙이는 것은 실험실의 비커에다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녹이는 것처럼 오묘한 일이었다. 차갑고 분명해야 할 것이 간지럽고 달콤했다. 5옥타에서 7옥타까지의 구간을 브로큰이라고 불렀다. 김유성은 브로큰을 가장 좋아했다. 운항이 쉬운가와는 상관없이 그저 가장 낭만적으로 들린다는 이유에서였다. 바로 그날, 사방을 뒤덮은 검은 구름이 부서진 사이를 뚫고 한 조각의 환한 하늘이 반짝였다. 과학과 시학이 교차하는 그 틈새로, 겹겹이 쌓인 구름 너머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김유성의 비행기를 향해 달려들던 잿빛 전투기. 

   날파리와 전투기라니, 웃기고 자빠졌네. 

   김유성은 긴장으로 뻣뻣해진 어깨를 살짝 움직이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박살난 하늘 사이로 뛰어드는 전투기라니, 실제로 비행할 때 그런 순간이 있었던가? 아니면 너무 오래 비행을 하지 못해서 이제 실제로 조종간을 잡고 보았던 장면과 파일럿을 꿈꾸는 애송이였을 때 상상한 장면을 구별할 수 없게 된 걸까? 그런데 상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명했다. 그날이 정확히 언제인지 비행 몇 년 차였는지 짚어낼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본 적이 있었다. 십 년이 넘게 여객기만 주구장창 몰아댄 김유성의 눈에 전투기는 너무 작고 시커멓게 보였다. 유체역학적 설계 탓인지 모든 모서리가 날렵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폼도 퍽 위협적이었다. 

   그래서 그때 달려드는 전투기를 어떻게 피했던가? 전쟁 중도 아닌데 전투기가 여객기를 향해 달려들 이유가 뭐란 말인가? 아무튼 그때는 다 무슨 이유가 있었고 방법이 있었다. 그때의 김유성은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김유성에게 일어나는 일들도 대체로는 합리적이었다. 지금은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세상이 논리를 잃어버리자 김유성도 덩달아 알고 있던 몇 안 되는 원리와 규칙들을 전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전투기가 왜 달려들었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구름의 양이 브로큰일 때는 뭘 조심해야 하고 오버캐스트일 때는 무슨 조치를 해야 하는지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운전 중에 날벌레 한 마리만 날아들어도 당황스러웠다. 

   브로큰은 내 심장이 브로큰이다, 시벌. 

   김유성은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운전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생긴 습관이었다. 속으로 혼잣말을 하는 것은 그냥 생각을 하는 것과는 달랐다. 혀와 입술을 움직이고 있지는 않지만 머릿속으로 소리를 하나하나 짓이기듯 분명하게 발음했고, 그 결과물은 귀의 바깥이 아닌 안쪽으로부터 들려왔다. 혼잣말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뒷좌석에서 누가 불러도 듣지 못하기도 했다. 비행을 할 때는 훨씬 긴 시간을 앉아있으면서도 혼잣말 비슷한 것이라도 해본 적이 없었다. 조종석에서는 기계와 구름, 바람과 관제탑 따위와 쉬지 않고 대화해야 했다. 물론 옆에 탄 부기장이나 다른 승무원들과도 계속 소통해야 했다. 조수석을 비워둔 채 자동차를 몰 때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자꾸 머릿속으로만 파고들게 되었다. 

   마이 브로큰 하트 어쩌고 하는 적절한 유행가가 있을 것만 같은데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떠오른다고 해도 돈 받고 남의 차를 운전하면서 멋대로 음악을 틀 수도 없었다. 브로큰 하트가 다 무엇인가, 비행을 못 하게 되었으니 심장이 문제가 아니라 우선 밥벌이를 하는 데 쓸 팔다리가 부러진 셈이었다. 그다음으로는 파산을 뜻하는 브로큰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이 아프고 자시고 하는 한가한 문제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김유성의 낭만은 비행의 시절과 함께 마이크로버스트를 처맞고 끝장나버렸다. 적란운의 바닥에서 시작되어 아무 데나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그 작고 빠른 돌풍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김유성은 마이크로버스트를 두고 바이러스 같은 놈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문득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왼쪽 차선에서 내내 비슷한 속도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짜증스럽게 클락션을 울리더니 앞으로 튀어나갔다. 김유성은 바퀴가 차선을 밟고 있던 것은 아닌지 사이드미러로 확인했다. 아무래도 매번 다른 남의 차를 운전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다. 차폭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감을 잡으려면 적어도 오분 십분 정도는 몰아봐야 했고, 페달의 감도나 사이드미러의 시야각도 차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아니, 사실 차종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계야 모두 거기서 거기였다. 여객기같이 더 크고 정교한 것을 몰던 사람에게 2종 면허 소지자도 몰 수 있는 오토 자가용의 차종 따위가 문제 될 리 없었다. 문제는 언제나 사람이었다. 다루던 기계의 크기만큼이나 김유성이 잃은 것도 무슨 대처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없을 만큼 너무 컸고, 운항을 멈춘 비행기는 시운전이라도 하면서 관리할 여지가 있었지만 김유성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날벌레는 앞유리에 달라붙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 거의 시속 팔십 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는데도 그랬다. 도대체 어떻게 저게 가능한지? 하필 정면을 바라볼 때 시선이 닿는 자리여서 어른어른 자꾸 신경이 쓰였다. 멀리 보고 있을 때는 그저 조금 거슬릴 뿐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아서 이제 사라졌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도로의 흐름이 일정할 때를 틈타 확인해보면 매번 여전히 거기 있었다. 김유성은 너무 오래되어 조리개의 움직임이 느려진 카메라 렌즈처럼 초점을 멀리 맞췄다가 가까이 맞추기를 반복했다. 도로의 풍경이 희미하게 배경으로 물러났다가 이윽고 다시 선명해졌다. 

   계속 그런 상태로 쭉 뻗은 강변북로를 달리자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김유성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머릿속에 울리는 혼잣말을 멈추고 뒷좌석에 앉은 여자들의 대화를 들어보려고 했다. 서로 하도 변호사님, 변호사님 해대서 여자들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둘 중 보라색 재킷을 입은 나이든 쪽이 차주였다. 섬뜩할 정도로 창백하고 비쩍 마른 젊은 쪽은 검은 정장을 빼입고 있었다. 보라색 재킷은 목소리가 컸고, 듣자 하니 그건 여자가 파트너인지 뭔지 하는 고참 변호사로서 꽤나 잘나가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도 기껏해야 사십대 중후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였는데, 전성기의 마케도니아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검은 정장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설교하고 있는 모양새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의 대화 내용은 주로 어떻게 하면 로펌에서 출세하는가에 관한 것이었고, 거기에 코로나에 대한 고민 따위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김유성은 한 업계를 완전히 붕괴시켜버린 질병이 잘난 변호사들에게는 대단치 않은 것이라는 사실에 슬며시 짜증이 났다. 여자들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져서, 라디오라도 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날벌레에 신경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앞유리를 뒤덮은 모든 크고 작은 얼룩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빛을 굴절시키고 상을 왜곡하는 수많은 이물질의 덩어리들이 뇌를 타고 기어오르는 듯해서 김유성은 불안해졌다. 얼룩을 방치한 건 제때 세차를 하지 않은 차주의 잘못이었지만 그로 인해서 사고가 난다면 책임은 전부 김유성이 지게 되어 있었다. 요즘 김유성은 간신히 콜을 잡고 출발지에 도착해 ‘대리 부르셨죠?’라고 말하는 순간마다 무언가 남이 책임져야 할 것을 대신 뒤집어 써주겠다는 제안을 도로 위에 함부로 뿌리고 다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장으로서 한 번에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지던 것이 한 번에 한두 사람 분으로 줄었는데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보다 원래 남의 것이었던 역할을 대신하는 편이 훨씬 더 불편했다. 밤이고 낮이고 간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시차가 없어진 대신 한밤중에 주로 일하게 된 탓도 있겠지만, 낮시간에 출근을 한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매일의 잠자리가 베이루트나 텔아비브에 처음 도착한 밤처럼 길고 초조했다. 

   사라지지 않는 날벌레의 자취는 유리에 녹아든 새로운 얼룩처럼 보였다. 앞차의 후미등 불빛을 정면으로 받을 때면 기이하게 빛을 내는 것 같기도 했다. 차라리 와이퍼를 작동시킬까 싶었지만 유리창 가장자리에 짓뭉개진 벌레 시체를 매단 채로 나머지 주행을 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벌레와 얼룩과 얼룩 같은 벌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점점 뻣뻣해졌다. 여자들의 목소리가 귀에 대고 외치듯 선명히 들리다가도 바로 다음 순간 아주 먼 곳에서 웅얼대는 것처럼 뭉개졌다. 김유성은 입이 바싹 마르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제기랄, 또 시작이네.

   김유성은 축축해진 손바닥을 차례로 잠시 허공에 펼쳤다가 재빨리 다시 핸들을 잡았다. 손을 떼기 전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 자동차 핸들이 아니라 야생코끼리의 상아나 죽은 자칼의 갈비뼈 같은 터무니없는 물체를 쥐고 있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느리게 힘주어 몇 번 눈을 깜박여 보았다. 시야가 한 번씩 닦여나갔다가 돌아오는 속도에 맞추어 지면이 출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바퀴가 있고, 바퀴 아래에 땅바닥이 있다는 걸 의식하기 시작하자 바퀴를 타고 전해지는 모든 감각이 너무나 소름끼쳤다. 아스팔트의 요철은 물론, 굴러다니는 돌멩이나 날아다니는 전단지 할 것 없이, 밟아서 불법인 것만 빼고는 무작정 다 밟고 지나가야 했다. 양옆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빼곡히 들어찬 다른 차들과 맞닿게 되어 있었으므로 멋대로 피할 수도 없었다. 바닥에 닿은 채로 앞으로 나가는 운송수단이라니, 선악과가 열리는 나무 주위를 기어다니는 뱀 같지 않은가. 김유성은 당장이라도 차를 세우고 토하고 싶었다. 

   여자들은 김유성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김유성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극도의 긴장 상태가 요즘 흔히들 말하는 공황장애인지 아니면 무슨 다른 병인지 알지 못했다. 사실 이게 병증이라면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무슨 병이든 간에 그저 병이라면 지긋지긋할 뿐이었다. 김유성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조종간이었다. 랜딩 게이트와 운항스케줄이었다. 직업이었다. 그것만 되찾으면 원인 모를 증상 따위는 다 사라질 게 틀림없었다. 

   운항스케줄이 모두 취소되고 처음 한 달 정도는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나름대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쉬었다. 그동안 피로를 느끼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항상 조금씩은 초과해서 조종간을 잡아야 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오만한 상상처럼 밤에는 저 너머의 여명을 쫓아가고 낮에는 몇 시간 동안이나 지는 해를 꼬리에 달고 일몰로부터 도망치는 생활이었다. 오랜만에 쉬는 듯이 쉬었더니 늘 극도로 긴장해있던 근육들이 뭉근하게 풀어졌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시차로 인한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 가뿐한 몸을 신기해하며 남들처럼 커피를 내려 마시고 느긋하게 신문기사 따위를 읽었다. 낮에는 비행 끝에 도착한 도시에서 하루이틀 머물 때 그러듯이 멀지 않은 동네 여기저기를 천천히 산책했다. 밤에는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다가 내일에 대한 부담 없이 가뿐한 기분으로 잠들었다. 더 바랄 것이 없는 긴 휴일이었다. 

   불안감이 휴식마저 잡아먹기까지는 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회사에는 매일 엄청난 적자가 나고 있었다. 상황이 금방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그러면 다음 수순은 인원 감축이라고, 그런 흉흉한 말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한데 모여서 얼굴을 보는 일이 드물어도 소문은 바이러스보다 더 집요하게 창틀이며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조종사들의 귓바퀴에 내려앉았다. 그때부터 불안은 서서히 파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몇몇은 사직을 했다. 희망퇴직신청자 중에는 진짜로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규진은 최근 몸이 안 좋던 차에 겸사겸사 결단을 내렸다고 간단히 말했다. 이범석은 비좁은 조종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앉아있는 것이나 매번 낮밤이 바뀌고 여기가 땅인지 바다인지 아시아인지 아메리카인지 뒤죽박죽된 정신상태로 살아가는 것 모두 지겹던 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별로 믿는 것 같지 않았는데도 열심히 말했다. 김유성은 그런 자리에 갈 때면 그저 말없이 앉아있기만 했다. 

   세 달을 쉬면 운항자격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조종사들을 번갈아 가며 두 달씩 휴직시킨 후 복직시키기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두 달 반이 넘어가서 김유성이 복직할 차례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 연락이 없었다. 여객기로 화물 운송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일거리가 조금 늘어나기는 했지만 정상화는 요원해보였다. 거취를 말하는 자리에서 김유성이 말없이 앉아있는 정도라면 최상훈 같은 사람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주변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그는 고작 오백 한 잔을 비우고는 마치 소주 한 짝이라도 해치운 사람처럼 정신을 놓고 꺽꺽 울면서, 우리 해온이는 어쩌라고, 우리 해온이, 하면서 딸 이름만 반복했다. 

   김유성은 문득 자신이 핸들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고급 가죽 깊숙이 손톱을 박아넣고 있음을 깨닫고는 의식적으로 양손에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이제 김유성의 차례였다. 적어도 아내나 자식을 먹여 살릴 걱정이 없으니 홀가분하기는 했다. 세상천지에 의탁할 사람도 돌보아야 할 사람도 없이 다만 혼자라는 게 이렇게 장점이 될 줄은 몰랐다. 정말 복직이 안 된다면 아무래도 대리 말고 택시를 알아봐야 할 것이었다. 그 오랜 날 동안 호흡을 같이 한 에어버스 A380과는 이제 작별이었다. 인정해야 했다. 

   여자들의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김유성이 거의 다녀본 적 없는 길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고가도로의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김유성은 엑셀을 밟고 있던 발에 힘을 주었다. 바퀴가 힘겹게 바닥을 긁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흡사 이륙을 위해 삼천 미터의 활주로를 내달릴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추진력과 같았다. 금방이라도 속도를 확인한 뒤 적당한 각도로 앞머리를 들어올려야 할 것 같았다. 바닥에서 발을 떼고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로테이트, 이윽고 고도를 서서히 올려가는 클라임의 단계에 돌입하는 상상을 했다. 김유성은 심호흡을 했다. 공기가 가슴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이 조금 전보다 한층 편안했다. 

   A380 기장이 자가용을 몰다가 긴장한다면 지나가던 개새끼가 웃겠다.

   경사로의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김유성은 속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엑셀에서 발을 조금 떼어보았다. 내리막이 시작되는 순간, 앞바퀴의 일부가 아주 잠깐 바닥을 밟지 않고 공중에 떴다. 그 찰나가 벅차게 좋았다. 눈앞이 자꾸 뿌옇게 흐려져서 다시 두어 번 눈을 깜박이고 정신을 집중해 정면을 노려봤을 때, 망할 놈의 날벌레가 드디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케이보케이!”

   김유성은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쳤다. 뒷좌석의 여자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김유성은 왠지 만족스러웠다. 


*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난데없이 뜻을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 김혜정의 말이 뚝 끊어지자 한지수는 내심 기뻤다. 아까부터 계속되는 김혜정의 장광설을 최대한 귀담아듣는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반도 알아듣지 못했다. 실신하기 일보 직전의 몸으로 술까지 마셔서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담당하고 있는 소송사건에 관한 얘기도 아니고, 별로 애써서 알아들을 필요도 없었다. 절반은 꼰대질이고 절반은 자기자랑이었다. 아니면 그 두 가지가 별다른 경계 없이 마구 뒤섞인 헛소리였거나. 굳이 하나하나 주워담아 분류해주고 싶지 않았다. 김혜정은 살아남으려면 ‘내부수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바깥에서 클라이언트를 물어오기 어렵다면 로펌에 있는 사백 명 남짓한 다른 변호사들이 물어온 사건에 함께 투입되는 식으로 자기 밥그릇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변호사도 이제 사 년 차니까, 내후년이면 유학 심사고 유학 갔다 오면 파트너잖아? 일단 파트너가 되고 나면 지금처럼 위에서 주는 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살아남을 수가 없어. 변호사는 결국에는 수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야.” 

   수임이 전부라는 식의 이야기는 입사 직후부터 지겹도록 들어왔지만, 한지수는 지금도 설령 그게 사실일지언정 저렇게 자랑스럽게 떠벌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건을 무작정 가져오기만 하면 뭘 하나, 처리를 잘해야지. 그렇게 전문가 전문가 운운하면서 정말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은 부차적으로 취급하는 모순이 진절머리났다. 다른 대형로펌들과 마찬가지로 한지수가 다니는 회사도 일 잘하는 변호사들보다 사건 잘 따오는 변호사들이 훨씬 대접받았다. 

   한지수는 지금은 고용변호사를 뜻하는 어쏘시에이트, 이른바 어쏘변호사로서 파트너들이 던져주는 사건의 기록을 보고 법원에 제출할 서면의 초안을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장사하는 큰손들은 따로 있었고 한지수는 장사치들 밑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페이퍼워크를 도맡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대충 팔구 년 차 정도에 파트너로 승진하면 그때부터는 각자도생해야 했다. 어쏘 시절에 매일 새벽 두 시까지 서면을 쓰고 주말에도 나와서 개처럼 일한 정성이 무색하게 회사는 앞으로의 날들이 어떨지 그다지 보장해주지 않았다. 한지수는 김혜정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떠들어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소한 파트너 어쩌고 수임 어쩌고 하는 얘기만은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맞는 말도 섞여 있었지만 모두 뻔한 얘기였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한지수를 위해서 하는 말 같지도 않았다.

   “특히 한변호사는 여자고, 성격이 막 적극적인 편도 아니잖아? 그럴수록 내부 수임 경로를 확실하게 터놔야 돼. 그다음에는 전문 분야를 만들어서 밖에서도 이 분야의 일이 터졌다 하면 바로 날 떠올리게 하면 성공하는 건데 그러기에는 좀 시간이 걸리지.”

   특히 저 여자 운운, 성격 운운하는 소리는 정말 듣기 싫었다. 살면서 집이 가난해서 손해를 본 경우는 숱하게 많았지만 여자라서 손해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성적 받고 일 하는 데 성별은 아무 상관이 없었으며 이제껏 시험을 보거나 무슨 자리에 지원해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로스쿨의 남자 동기들이 군대 문제로 몇 년씩 늦게 일을 시작한 반면에 학부를 삼 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로스쿨까지 곧바로 마친 한지수는 경력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미친 듯이 빠르게 산 덕분인지, 부모의 빚과 로스쿨 시절에 마이너스통장을 뚫어서 쓴 생활비는 삼 년간 받은 연봉과 성과급을 털어 이미 다 갚았다. 회사에서는 점심 저녁 식대와 교통비를 따로 지급했고 회사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제공했으며, 일이 너무 많아 개인적으로 뭔가를 할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연봉은 주거비를 빼고 거의 고스란히 빚 갚는 데 쓸 수 있었다. 한지수는 자기가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으로 잘해나가고 있다고 믿었다. 

   다만 한지수는 기본적으로 떠들썩한 자리를 별로 즐기지 않고 입에 발린 소리도 잘 안 했는데, 그 때문에 로펌에 처음 왔을 때 일은 잘하는데 변호사로 성공할 성격이 못 된다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다. 한지수도 업계 특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고 자신의 단점이야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는데, 다들 면전에서 그것을 자꾸 강조해대는 통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한지수가 남들보다 더 악착같이 일을 한 것은 물론 첫째는 성과급, 둘째는 파트너 승진, 그러니까 전부 돈 때문이었지만, 조용한 성격 어쩌고 하는 소리를 그만 듣고 싶다는 동기도 조금은 있었다. 한지수는 입사 첫 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 중에서 손꼽히게 많은 사건을 맡고 있었다. 언제 갑자기 고꾸라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몸이 힘들었지만,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한지수에게 저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 김혜정 정도만이 소위 ‘성공한 여자 파트너’라는 드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한지수와 이상한 공감대를 형성하려 들면서 설교질을 계속했다. 그러나 김혜정은 한지수가 직면한 진짜 문제가 뭔지 아무것도 몰랐다. 

   한지수는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몇 번 곁눈질했다. 남자는 뭔가 불편한 듯 목이나 어깨를 움직이거나 핸들을 잡았다 놓았다 하기를 반복했고, 무엇보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 고개를 조금 돌려 뒤편을 확인할 때 보이는 눈빛이 불안했다. 한밤중의 어두운 차 안이라 썩 잘 보이지 않았는데도, 무슨 기운 같은 게 있는지 남자의 불안이 한지수에게 분명하게 전해져왔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알아보기 때문일까. 한지수는 남자가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밤에는 대리를 뛰느라 쉴 시간이 없어서 망가져 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남자가 핸들 위로 쓰러지면서 김혜정의 차를 가드레일 같은 데다 들이박아버리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당장 다음 순간을 장담할 수 없는 위태로운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다. 

   전세계가 감염병으로 떠들썩해지기 전부터 한지수는 이미 아팠다. 처음에는 그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단순한 현기증이었다. 로펌에 입사하고 두세 달쯤 뒤부터 지금까지 한지수는 늘 회의 중이거나 재판 중이거나 경찰서나 검찰청에서 조사 참여 중이었으며, 그 회의들과 재판들 사이에는 의뢰인의 전화를 받거나 모니터 앞에 앉아 서면을 쓰고 있었다. 제대로 잠을 잘 시간도, 인간답게 밥을 먹을 시간도 없는 생활을 몇 년이나 했으니 현기증이 안 나는 게 더 이상했다. 아침에는 출근하기 급급해서 밥을 못 먹었고, 점심때는 전화와 이메일이 너무 많이 와서 밥 먹으러 나갈 시간이 없었으며, 저녁에는 대개 낮 동안 다른 일에 치여 쓰지 못한, 다음날 오전까지 반드시 납품해야만 하는 서면을 쓰느라 모니터 앞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 같은 것을 먹었다. 시선을 모니터에 고정하고 젓가락질을 하느라 비닐이나 제습제 같은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입으로 가져갈 때도 있었다. 가까스로 서면을 다 쓰고 나면 언제나 자정이 넘어 있었고, 숨을 좀 돌리면서 메일함을 열어보면 처리해야 할 또 다른 일들이 있었다. 그런 날들을 반복해왔다.

   현기증이 심해져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무슨 약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귀찮아서 타이레놀만 계속 집어먹었다. 그러다 감염병이 돌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한 달 가까이 휴정에 돌입했고, 조금 빈틈이 생긴 한지수는 증상이 나타난 지 네 달 만에 병원에 갔다. 의사는 이석증이 원래는 나이 들어서 생기는 병인데, 요즘에는 이삼십대 환자가 많네요, 라며 혀를 찼다. 귀에서 무슨 돌이 떨어져 가만히 있어도 회전감을 느끼게 되는 병이라고 했다. 

   의사가 한지수의 머리통을 붙잡고 흔드는 우스꽝스런 방식으로 돌의 위치를 바꿔주고 난 뒤로 한동안은 좀 나아졌지만, 몇 달 뒤에 똑같은 증상이 재발했다. 급기야는 점점 더 심해져서, 단순히 어지럽기만 한 게 아니라 바닥과 벽과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장면이 뚜렷하게 보였고, 그렇게 대여섯 바퀴씩 돌고 나면 참을 수 없게 멀미가 났다. 길을 걷다가, 키보드를 두들기다가, 재판장이 들어온다고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세상이 자신을 안에 가둔 채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마른 하늘이, 젖은 보도블록이, 중앙지법 중앙 현관의 넓고 긴 계단이, 시도 때도 없이 균형을 잃고 한지수의 시야로 무너지듯 덮쳐왔다. 가장 어려운 것은 그런 증상을 남들이 모르게 하는 일이었다. 멀미로 토하기 일보 직전일 때도, 바닥이 너무 출렁거려 자기가 땅을 제대로 딛고 서있는지 엎어져 있는지 분간할 수 없는 순간에도 한지수는 남 보기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 애썼고, 대부분의 경우에 성공했다. 

   주변에 과로로 병을 얻은 사람이야 흔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일이 좀 더 적은 사내변호사나 공공기관으로 이직을 하기도 했다. 결혼을 한다거나 애를 낳는다거나 하는 계기로 회사를 나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한지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결혼이 뭐고 아이가 다 뭔가. 회사원보다 연봉이 높다고는 했지만 일단은 빚을 갚아야 했고, 부모형제에게는 끊임없이 돈이 들어갔다. 그러고 남은 것을 아무리 모아봐야 어차피 서울 시내에 가족이 지낼 수 있는 집 한 채 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김혜정처럼 잭팟을 터뜨리는 파트너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어쏘로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과 별개로 한지수는 장래에 대해 함부로 낙관하고 있지는 않았다. 휘황한 곳에서 나고 자란 배경 없이 그저 몸이 망가질 때까지 공부든 일이든 주어진 과제만 맹목적으로 해치워서 간신히 여기까지 오기는 했는데, 과연 그런 방식으로 이룩할 수 있는 미래가 어디까지일지 회의적이었다. 

   사실 당장 다음 주에라도 이 병을 못 버티고 몸져눕기라도 하면 회사는 마지못해 휴직을 시켜주겠지만, 쉬지 않고 달려도 모자랄 마당에 몸이 약해서 업무량을 감당 못한다느니 하는 딱지가 한 번 붙어버리면 남은 인생이 모두 꼬여버리는 셈이었다. 그리고 넘어지지 않고 해나가려면 남편이나 자식 같은 번거로운 것에 신경 쓸 시간은 전혀 없었다. 삶의 모든 것이 최대한 단출하게 정리되어야 했다. 시야에 걸리적거리는 게 하나도 없어야만 앞으로 갈 수 있었다. 남자가 속도를 높이자 김혜정의 자동차 천장에 보일 듯 말 듯 연하게 그려진 물결무늬가 한지수의 눈앞으로 왈칵 쏟아졌다. 한지수는 분명 차가 강하게 회전하는 것을 느꼈지만, 진짜로 커브를 돈 게 아니라 혼자서만 느끼는 병증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지수는 김혜정 모르게 창문 아래의 팔걸이를 부서져라 붙잡았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한참이었다. 


*


   김혜정은 계속해서 힘주어 말하면서 차 안에 울리는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취한 채로도 이렇게 또렷하게 말을 잘하는데 뭐가 문제인가. 전염병이 돌면서 고객사들은 급한 현안이 아니거나 오래 걸릴 만한 소송은 죄다 나중으로 미루었다. 증상이 시작된 것은 그런 사정으로 인해 수임 실적이 급감한 지난 봄부터였다. 변론 중에 처음 목소리가 떨렸을 때 고객사 법무팀장은 변호사님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신가 보네요, 했다. 김혜정 스스로도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 번 시작된 증상은 갈수록 악화되기만 했다. 

   변호사생활 십사 년 차에 이런 일은 없었다. 김혜정은 법대 출신은 아니었지만 학부 졸업 전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로펌에 들어와서 이직 없이 내내 한 곳에서 충실히 일했고,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파트너가 되긴 했어도 아직 배당을 받는 지분파트너 자리는 못 얻었지만, 사내정치에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소위 전관이라 하는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주름잡고 있는 송무 판에서 다른 경력 없이 처음부터 로펌에서 큰 변호사가, 그것도 여자가, 김혜정만큼 자리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성변호사 수요가 많은 이혼이나 가사사건 대신에 고객사 직원도 죄다 남자뿐인 건설과 부동산 분야를 주로 맡고 있다는 것도 김혜정의 자부심이었다. 땅만 직접 안 파봤다 뿐이지 김혜정은 단독주택부터 고층빌딩, 심지어는 발전소까지, 건물 또는 그와 엇비슷한 거대한 것을 올리는 일이라면 세세한 공정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에이치 빔이니 인렛 덕트니 하는 해괴한 단어들이 익숙하다 못해 도면을 보면 어디를 어떻게 깎고 어디에 사이즈 몇 짜리 볼트를 박아야 할지도 알았다. 이게 바로 변호사의 전문성이라고, 김혜정은 생각했다. 법조문과 판례 같은 것이야 누구나 알았다. 자기가 다루는 산업분야에 대해 현업 사람들보다 더 잘 알아야 비로소 전문 변호사라고 할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드물지만 로펌 간판이 아닌 김혜정의 이름을 보고 찾아오는 고객들도 생겼다. 법조 신문에 떠오르는 건설 전문 변호사로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물론 그런 기사는 대부분 기자보다도 떠오르는 변호사 본인이 더 열심히 나서서 억지로 써내는 홍보성 기사였지만, 그래도 기사가 나왔다는 것은 적어도 마케팅 활동을 잘 하고 있다는 증표였으므로 김혜정은 뿌듯했다. 입사동기 중 절반 이상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파트너가 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고, 남은 사람 중에 여자는 김혜정 혼자였다. 그동안 분명 잘 해왔고, 그 대가로 아직 살아남아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법정에서 목소리가 떨리는 무대공포증이라니. 고객회의든 컨퍼런스콜이든 다른 모든 상황에서는 멀쩡했고, 오로지 법정에서 변론할 때만 증상이 나타났다. 도대체 갑자기 무슨 이유로?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도 김혜정은 스스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하는 것이 김혜정의 방식이었으므로, 태어나 처음으로 신경정신과란 데를 가봤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병행을 제안한 의사는 신경안정제나 혈압강하제 처방을 받는 용도 말고는 하등 쓸모가 없었다.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어보여서 처음부터 왠지 좀 믿음이 가지 않던 의사는 급기야 어느 날 상담 중에 김혜정의 말을 듣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김혜정은 그때 자기가 정확히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나지도 않았다. 살아남는 것에 대해서였나? 자라면서 엄마와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어서 여전히 김혜정을 낯선 사람 대하듯 하는 아이에 대해서? 아무튼 김혜정은 갑자기 평소 의뢰인에게 하는 대로 소위 신뢰감을 주는 말투로 의사를 달래야했다. 그러고 있자니 지난 해 내내 어느 법원의 동쪽 입구에서 일인시위 비슷한 것을 하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는 정신나간 놈들이 판사랍시고 재판을 하고 앉아있다! 라고 계속 외쳤다. 처음에는 여자를 볼 때마다 정신이 나간 건 바로 당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일 년 내내 그 법원에 갈 때마다 똑같은 말을 듣다보니 어느새 그게 그 법원의 표어라도 되는 양 익숙해져버렸다. 서로서로 정신이 나갔다고 외치는 세계에서 누가 제정신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변호사가 에르메스 백 하나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전문성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김혜정은 한지수를 향해 자기 가방을 흔들어보였다. 그 안에서 혈압약 여덟 알과 진정제 열두 알이 서로 부딪히며 찰랑찰랑, 김혜정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냈다. 차 안에 들어찬 어둠 속에서도 한지수의 눈빛이 또렷하게 보였고, 김혜정은 훅 기분이 나빠졌다. 한지수는 파트너들을 항상 그런 눈으로 쳐다봤다. 분명 한심해하는 눈이었다. 특히 금융이나 엠엔에이처럼 대놓고 돈 만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는 거의 말도 섞지 않을 기세였다. 그나마 아직 법원 물이 덜 빠져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좋아하는 몇몇 전관들한테나 좀 상냥했다. 우리 일이 그렇게 천박해보이면 인문대 대학원에 가서 철학 공부나 할 것이지 로펌에는 왜 왔나? 도무지 저 애는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길래 선배들을 돈에 눈먼 하이에나 취급하는 건지 궁금해서 알 만한 사람들에게 몇 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누구 대법관의 딸이라거나 무슨 대학 총장 딸, 아니면 고객사의 자제분 정도 된다는 대답을 예상했지만 아무도 몰랐다. 

   김혜정은 더 이상 한지수를 붙잡고 얘기할 흥이 나지 않았다. 술자리에서부터 계속 목청껏 소리를 높여 쉬지 않고 떠들었더니 목도 아팠다. 앉은 사람의 체형에 맞추어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부드러운 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남자의 운전 실력이 미숙한 탓인지 최고급 세단의 이름이 무색하게 차가 너무 출렁거려서 편히 쉬기가 어려웠다. 김혜정은 문득 아까 남자가 외쳤던 암호 같은 말이 뭐였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님, 아까 뭐라고 하셨죠?”

   “네?”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서인지 남자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룸미러를 통해서 남자와 잠깐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조금 민망해하는 기색이었다. 저것 봐, 사람이 원래 종종 저렇게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고 그런 거지. 좀 이러다 말 테고 제때 약 먹으면 티도 잘 안 나니까 문제될 거 없다, 김혜정은 생각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또렷하고 매끄럽게 들리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말을 이었다. 

   “아까 그, 갑자기 뭐라고 외친 거, 외국어 같던데 무슨 뜻이에요?”

   “… 케이보케이요?”

   “네, 그거.”

   “항공용어인데요. C, A, V, O, K, 씰링 앤 비저빌리티 오케이라고, 대충 구름이 없고 앞이 잘 보인다, 그러니까 비행하기 딱 좋다, 아무 문제 없다는 뜻이죠.”

   “기장님이셨어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앞의 일들에 말문이 막히도록 겁이 날 때 남자가 한 것처럼 느닷없이 케이보케이! 하고 외치면 조금 나을까. 아무 문제 없다, 앞으로 그렇게 안심할 순간이 단 한 번이라도 있을까. 김혜정은 에르메스 가방 안에 약병과 함께 들어있는 초소형 노트북과 그 안에 저장된 수천 장의 소송기록을 떠올렸다. 충분히 수임을 하지 못해 그 노트북 안이 텅 비어버리는, 매일 밤 꾸는 악몽도 떠올렸다. 옆자리의 한지수는 이제 완전히 고개를 돌리고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일 오전에는 수임계약 체결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중요한 고객회의가 있고 오후에는 재판장에게 거의 읍소한 끝에 간신히 채택된 증인신문이 있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은 분명 차가 너무 흔들리는 탓일 뿐이었다. 김혜정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한때 항공기 기장이었던 남자가 모는 차가 구름이 없고 시야가 넓은 밤의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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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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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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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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