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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자의 만찬

  • 작성일 2023-08-16
  • 조회수 675

   피식자의 만찬

   박규민


   담배를 왜 피우냐고 물으면 보통 얼떨떨한 표정을 짓습니다. 흡연자끼리는 그런 걸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담배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세상은 이유 없는 일로 가득합니다. 오랜 친구 앞에서 침묵해 본 적 있습니까. 수다를 떨다가 한순간 입을 다무는 겁니다. 그리고 친구의 얼굴을 빤히 바라봅니다. 사람 얼굴이 낯설어지는 데 십 초면 충분합니다. 문득 깨닫는 겁니다. 이 사람은 내 인생에 중요하지만 사실 꼭 이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더미와 나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전에는 둘도 없는 사이였지만 재회하기까지는 많은 우연이 필요했습니다. 나는 어른이 되어 배우가 되었습니다. 운 좋게 드라마 주연을 맡았고, 그 역할이 많은 사랑을 받아 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더미는 나를 잊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꺼내 봤을지 모릅니다.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노려보았겠지요. 학창 시절의 악몽, 괴롭힘 당하던 자신을 철저히 외면한 비겁자의 얼굴을.

   우리는 지금 이 장소에서 세 번 만났습니다. 나는 이곳에 올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이런 공간은 뭐라 불러야 하나. 가게를 차리라고 있는 공간이지만 아무도 장사하지 않는 곳. 창문에 크게 임대, 라고 적혀 있을 뿐 누구에게도 임대하지 않은 곳. 한때는 사람이 꽤 붐비는 술집이었겠지만 지금은 바닥이며 벽이며 모두 새하얗습니다. 색깔이 있는 것은 우리가 깔고 앉은 나무 의자와 원형 테이블뿐입니다. 닫아 놓은 통창 너머로 맞은편 건물 옥상이 보이지요. 을지로 골목에서 흔히 보이는 루프탑 술집입니다. 오늘도 옥상의 탁자 앞 젊은 취객들이 모여 술을 마십니다. 시끄러운 음악. 혹시 찾아올지 모르는 침묵을 몰아내려는 것처럼, 둔중한 베이스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신기합니다. 저 많은 사람이 각자 다른 화제로 떠드는데, 모두 비슷한 표정으로 비슷한 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풍부한 게 아니라 사실 턱없이 단순한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난데없이 불러 놓고 헛소리가 길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어요. 내 친구 중 한 명은 안경을 늘 끼고 다니는데요. 밖에서 안경을 벗으면 쑥스러움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온 세상이 흐릿해지고 익숙한 사람들이 낯설어지면 하릴없이 불청객이 된 기분이니까요. 얼마 전부터 내가 그렇습니다. 계속 불청객 같은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나 자신이 어떤 꼴일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볼지 알 수 없어요.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배우라는 인간이 그렇습니다. 연기를 연습하다 보면 마음속에 거울이 하나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타인처럼 지켜봅니다. 심드렁할 때 어떤 얼굴을 하는지, 긴장할 때 어떻게 입술을 움직이는지, 기쁨을 억누를 때 표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런데 더미를 다시 만나고부터는 달라졌습니다. 거울이 없어진 겁니다. 갑자기 자기 모습을 볼 수 없어 불안한 기분, 남들은 결코 모를 것 같아 나는 또 억울합니다.

   처음 연락받은 게 언제였더라. 백 일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배우가 된 지 팔 년, 처음 드라마 주연을 맡아 방영되던 중이었습니다. 나는 이메일 주소를 어디서도 공개한 적 없는데 간혹 메일을 보내오는 팬들이 있었습니다. 익명의 메일은 그 사이 끼어 있었습니다. 오랜만, 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자신이 학창 시절에 심한 괴롭힘을 당했으며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 괴롭힘에 가담했다고 합니다. 내가 드라마에 나와 정의로운 주인공이 되고, 그 모습으로 유명해지는 꼴을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합니다. 희한하게도 내용은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공개 사과나 활동 중단을 요청하거나 하다못해 돈을 내놓으라는 말도 없었습니다. 답답한 나날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살면서 누구도 괴롭히거나 때린 적이 없었으니까요. 떳떳하니 괜찮을 거라 위안하면서도, 핸드폰 진동이 울릴 때마다 누가 현관문을 두들긴 것처럼 놀라곤 했습니다.

   소속사에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혼자 입술만 짓씹는 나날이 늘어 갔습니다. 발신자가 더미라는 건 쉬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내 인생에 그런 친구가 있었음을 기억해 낸 것이지요. 한번 떠올리니 그 시절 우리 모습이 줄줄이 펼쳐졌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기억합니까?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할까요. 더미는 중학생 때 괴롭힘 당했는데, 아는 사람이 적은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두루 친해지고 반장까지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더미의 과거를 아는,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깡패 같은 녀석이 다른 반에 있었습니다. 인간이란 참 이상한 존재입니다. 얼룩이 묻은 옷은 잘도 빨아서 입으면서 어려운 과거를 겪은 사람은 곁에 두지 않으려 하죠. 그 일진은 더미의 과거를 소문내지 않는 대가로 더미에게 남들 몰래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애들 물건을 훔쳐 오라거나 여자애들 연락처를 알아내라는 식, 심지어는 여자애들 사진을 몰래 찍어 오라고 시키기도 했습니다.

   더미가 바란 대로, 그가 따돌림당하던 중학생 시절은 결국 소문나지 않았습니다. 그 대가로 남들 모르게 일진의 심부름을 했다는 것도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러니 유일한 목격자인 나를 더미가 기억하고 있었겠지요. 방관이 죄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와 방관자는 분명 다르지 않습니까? 나는 당당한 마음으로 더미에게 답신했습니다. 네가 누구인지 안다고. 오해가 있는 듯하니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더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짤막한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주소와 만날 날짜, 시간이 적혀 있더군요. 혼자 오라는 말과 함께요. 그 순간부터 나는 더미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됐는지도 모릅니다. 드라마 주연이 되는 데 팔 년이 걸렸어요. 내 잘못도 아닌 과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당연히 카페나 술집, 음식점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더미가 말한 공간은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아무 이름도 없는, 아무 용도가 없는 이 새하얀 공간으로.

   

   그런데 정말 담배 안 피우십니까?

   

   아, 왜 존댓말을 쓰는지 궁금하신가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가 존댓말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연극하던 시절에도 독백하기를 좋아했습니다. 무대에서 말입니다. 시선 처리가 중요하지요. 타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니까요. 다른 배우에게 하는 말도 아니고, 관객에게 하는 말도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배우나 관객과 눈을 마주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건 도대체 누구에게 하는 말입니까? 독백은 연극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드라마에도 내레이션이 있지요. 이야기가 한창 진행되는 중 주인공의 목소리가 느닷없이 튀어나옵니다. 내가 맡은 역할은 고등학교 선생님이었어요. 젊은 기간제 교사로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학교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의 사회생활에 대해서도 당당히 목소리를 냅니다. 드라마에서 그는 허공에 일기를 쓰듯 독백합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경험한 이 사회가 어떤 곳인지. 막다른 길로 질주하는 학생을 보면 얼마나 안타까운지. 그래서 잠들기 전마다 어떤 다짐을 하는지.

   고백하건대 나는 정의로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다들 마찬가지일 줄 압니다. 존재만으로도 우리를 나무라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결국 정의로운 사람들에게 매혹되고 말죠. 한번은 책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나치 점령기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유대인을 비롯해 여러 사람을 수용소에 몰아넣지 않았습니까? 그 수용소 생존자 증언 중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타적인 수형자입니다. 아무 희망 없는, 매일 인간 이하 대접을 받아 정말 모두가 인간 이하가 되어 생존하는 곳. 그런 곳에서조차 윤리를 지키고,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챙기며 인간적 존엄을 지켜 내는 수형자가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적잖은 생존자가 그 천사 같은 사람을 보았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내가 읽은 책의 해석이 흥미롭습니다. 생존자 중 누구도 그 천사의 죄수 번호나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는 상상의 산물인 게 아닐까요? 누군가 나를 대신해 존엄을 지켜 준다는, 그러니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더미와 마주 앉아 나는 천천히, 하지만 무력하게 나 자신의 죄를 깨달아 갔습니다. 주제넘게 천사 역할을 했던 셈이랄까. 요즘 세상에 영상의 파급력이란 실로 엄청납니다. 드라마 속 내 모습은 십 분 내외의 짧은 영상들로 나뉘어 인터넷을 배회했습니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들과 소통하는 장면, 권위적인 선배 교사 앞에서 당당히 의견을 내는 장면, 친구를 왕따시키는 학생을 불러내 혼쭐을 내는 장면…. 그렇게 보니 꼭 공익광고 같아서 언젠가부터는 내 영상이 꼴도 보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널리 퍼진 모양입니다. 더미의 동영상 알고리즘에도 내 모습이 끼어 들어간 겁니다. 더미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내 얼굴을 보게 됩니다. 그의 눈앞에서 나는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낯선 사람 같았을 겁니다. 더미가 기억하는 나와 드라마 속 나는 다르니까. 세월이 십 년쯤 흐른 데다 예전의 나는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모른 척하던 인간이니까.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고 더미는 말했습니다. 나로서는 믿기 힘들지만 그 전까지는 멀쩡히 살고 있었다더군요. 계산적인 눈으로 보자면 더미는 분명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임대로 내놓은 상점이 을지로에만 세 채라고 합니다. 그중 두 채는 꽤 유명한 음식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만나는 지금 이곳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술집으로 이용되었는데 술집 사장이 장사를 그만둔 뒤 비어 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건물들이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더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유명했지요. 더미는 굳이 부동산을 최대한 활용해 돈을 모을 의지도 없이 그저 방치하는 듯했습니다.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도대체 무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어요. 더미는 건조한 어조로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정의롭게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자 괴로웠다고. 나를 정의의 사도로 여기는 댓글들을 보자 악몽이 되살아났다고. 온 세상이 다시 자신을 따돌리는 기분이었다고.

   당신은 이 말을 들으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우스운가요? 억울한가요?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합니까? 나는 무서웠습니다. 정말이지 압도적인 공포를 느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더미의 목소리가 그렇게 차분할 수 없었거든요. 그동안 홀로 얼마나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서, 도대체 어떤 복수를 하려고 나를 다시 찾았을지 두려웠습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이 공간은… 어쩐지 눈에 익지 않습니까? 언젠가 악몽에서 본 것처럼요. 흰 벽으로 사방이 꽉 막혀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어요. 그런데 더미는 의외의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내가 다시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더군요. 잡지에서, 인터넷 기사에서, 텔레비전에서 나를 볼 때마다 괴로워 확 죽어버릴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 나 때문이 아닌 것도 안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를 찾아와 이해받고 감정을 풀어 보기로 했다고 더미는 말했습니다.

   친구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물론 번거로운 조건이 붙을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유명한 연예인이 되면 그런 일은 흔하니까요. 지인을 위한 사인을 당당히 요구하거나 길에서 어깨를 붙잡고 사진 찍자고 한다거나, 그런 일이야 종류도 다양하죠. 하지만 더미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만 ̄그따위 일에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냥 주말에 여기서 가끔 만나자고 하더군요. 미리 연락을 할 테니까 시간이 되면 여기로 와서 저녁을 먹으라고요. 이런 곳에서 저녁을 어떻게 먹자는지 의아했으나 다음 주에 다시 와서 보니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옛날에 쓰이던 냉장고 안에는 음식 재료가 들어 있더군요. 더미는 냉장고에서 스테이크와 이런저런 양념을 꺼내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해묵은 자책감과 더불어 아주 낡고 오래된 감정이, 더미를 향한 반가운 마음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더미는 폐건물 같은 이곳에서 나에게 스테이크를 한 접시 대접했습니다.

   당신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고기에 대해 설명을 안 할 수가 없군요. 비계가 좀 많기는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였어요. 더미는 그것이 해외에서 공수해 온 물소 고기라고 했습니다. 현지인들은 스테이크로 먹지 않고 주로 스튜를 만들어 먹는데, 유럽인 중에 입맛이 까다로운 미식가들이 이 고기를 구워 먹는다고도 했어요. 내가 그 말을 얼마나 믿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더미가 피식피식 웃던 얼굴이 눈앞에 선합니다. 인상적일 수밖에요. 더미는 그 고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면 결코 웃거나 농담하는 법이 없었으니까요. 더미는 배가 고프지 않다며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나는 고기에 대해 일부러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이런 건 누가 알려 줬는지, 평소에도 이런 별미를 자주 먹는지, 특수한 고기만 취급하는 매장이 국내에도 있는지. 더미는 친절히 대답해 주었지요. 국내에 취급 업체가 있지 않다고, 해외로 나가야 구할 수 있다던 말이 기억납니다.

   하나같이 이상한 말이었지요. 하지만 더미는 원래 이상한 사람 같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한가요? 하지만 사실이 그랬습니다. 더미는 많이 망가져 있었습니다. 내 눈을 오 초 이상 마주 보지 못했고, 식욕도 없어 보였어요. 말을 하지 않을 때는 그림처럼 앉아 나를 물끄러미 볼 뿐이었습니다. 나는 점점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는데, 숨어 있는 친구 중 한 명을 잊어버리고 집에 온 기분이랄까. 세월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됩니다. 그리고 익숙한 골목을 밤중에 걷다가 나처럼 늙은 그 친구를 마주치는 겁니다. 아, 물론 나는 친구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만… 어쩌면 아주 옛날처럼 단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더미는 아버지에게 배운 부동산 투기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법과 제도에는 마치 인터넷게임의 버그처럼 언제나 허점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평소라면 아무 관심이 없을 대화지만 나는 더미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었고, 누구도 믿을 수 없었으며, 누구에게도 성욕을 느낄 수 없었다는 이야기. 더미는 말하다 말고 무언가 떠오른 사람처럼 빙그레 웃곤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더미는 그때 기분이 제법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날 헤어지기 전에 나에게 냉장고를 보여주었습니다. 시뻘건 생고기가 냉동실에 소분되어 있었습니다. 저걸 다 먹으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다, 너랑 먹으려고 아껴둔 것이다, 저걸 다 먹어 치울 때는 우리가 다시 친구가 될 것이다…. 아, 내 입으로 말해 보니 알겠습니다. 더미는 나를 완전히 손에 넣었음을 그때부터 눈치챈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진 않았겠지요. 실은 처음부터 명확한 일이었습니다. 방관자에 불과한 나에게도 분통이 터질 정도였다면, 그토록 괴롭힌 당신에게는 얼마나 복수하고 싶었을까요? 가슴속에서 짐승이 짖는 듯 강렬한 분노에 잠을 설쳤을 테지요. 그러니 더미는 어쩔 수 없이 잔인한 계획을 세웠을 겁니다.


*


   한때는 당신 같은 사람의 머릿속이 궁금했습니다. 왜 저런 짓을 할까?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구타하고 괴롭히는 걸까? 그게 나만 궁금한 것은 아닙니다. 세상 여러 이야기에는 악당이 나오는데 그들에게는 알고 보면 다 사연이 있지요. 가족을 지켜야 해서, 소중한 사람이 있어서, 큰 배신을 당해서 독해졌다는 식입니다. 당신은 이런 이야기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누군가는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찡한가요? 아, 그럴 리 없지요. 적어도 학창 시절의 당신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당신은 애초에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고민하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건 늘 다른 사람들 몫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무슨 사연이 있고 정당성이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할 리가 있나요. 그러니 이야기를 쓰고 읽는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습니다. 악당에게도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쩔 줄 모르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평생 안 하던 일을 하게 생겼으니 좌절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창밖을 다시 보십시오. 저렇게 많은 사람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한밤이 되었는데도 지칠 줄 모르고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군요. 저들 중 누군가는 오늘 집에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무책임한 일을 벌일 테고, 또 어떤 이는 말해서는 안 될 비밀을 털어놓을지 모릅니다. 그 모든 일에는 별 이유가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해버린 뒤 나중에 이유를 가져다 붙입니다. 누군가는 그게 위선이라 비웃을 테지만 실은 이유라도 만들어 붙이는 성의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당신이 지금 이 꼴이 된 것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지 않아서니까요.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했다고 변명하거나 용서를 구하긴커녕 당신은 행복한 삶을 과시하느라 바빴습니다. 아내와 간 고급 레스토랑과 필리핀 해변에서 찍은 사진, 당신과 축구하는 걸 유독 좋아하는 어린 아들의 모습.

   당신에 대한 더미의 복수심은 이미 감정의 차원을 넘어서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복수를 명령받은 것 같았다고 할까요. 새삼스레 분통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어요. 나는 두 번째 식사 때 함께 요리했습니다. 이곳에 들어왔더니 더미는 피곤한 듯 의자에 앉아 건성건성 손을 들어 보이더군요. 주방에 들어가 보니 상태가 엉망이었습니다. 시멘트 가루가 바닥에 널려 있었으며 싱크대도 깨끗해 보이진 않았어요. 조명이 어두워 망정이지 환히 밝히면 가관일 듯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더미는 칼질도 어설펐고 프라이팬을 드는 폼이 어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당황스러워서 생각을 못 했지만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더미는 왜 나에게 굳이 직접 음식을 해 주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비밀스러운 곳에서. 그리고 왜 자신은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 걸까. 나는 익어 가는 스테이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번에는 더미의 몫까지 요리해 식탁으로 가져갔어요.

   식사가 시작되었고, 나는 간단한 안부를 물었습니다. 대답이 없었습니다. 침묵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이프가 스테이크를 가르고 그릇을 긁는 소리가 싸구려 공포영화 효과음처럼 사방을 메웠습니다. 더미는 이번에도 팔짱만 끼고 있었습니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입을 못 떼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오 분이 흘렀던가. 어느 순간 내 핸드폰은 더미의 손에 있었습니다. 더미는 당신 SNS에 접속해 가장 오래된 과거 게시물부터 보게 하더군요. 나는 마치 웹툰을 보듯 사진을 한 컷씩 넘겼습니다. 왜 이런 걸 보라고 하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사진들 속 자상한 남편, 온화한 아버지가 당신일 줄 몰랐으니까. 게시물은 대략 한두 달 주기로 올라온 것 같았습니다. 그 이미지들을 통해 보니 당신 아들은 정말 빨리 자라나더군요. 엉금엉금 기던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환히 웃으며 엄마 아빠를 부르고, 머리털은 또 어찌나 윤기 있게 자라나던지. 당신이 지키는 골대에 공을 차 넣으며 펄쩍펄쩍 뛰는 영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를 바득바득 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아니 더미는… 당신 아들에 손댈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럴 수 있는 인간이었다면 어릴 적 당신에게 그렇게 당할 일도 없었겠지요. 더미의 표적은 처음부터 당신과 나뿐이었습니다. 나는 당신 사진들을 멍하니 넘기며 더미의 말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필리핀에서 사업을 한다고 했어요. 거기는 적은 돈만 지불해도 청부살해를 할 수 있다고, 믿기 힘들겠지만 공공연하게 운영되는 폭력 조직이 있다고 했습니다. 원한이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 함부로 가지 말라는 인터넷 기사도 있더군요. 공권력 역시 매수된 경우도 허다하다고요. 하지만 더미가 궁금해한 것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적은 돈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많은 돈을 지불했을 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살해당하기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뭐가 있을까? 어떤 일을 벌여야 당신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할 수 있을까?

   더미는 학창 시절 이야기를 그때 처음 꺼냈습니다. 당신 명령에 따르지 않은 적이 한 번 있었다고요. 당신이 여자 화장실에 숨으라고 했다고. 중간 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다가, 양쪽에 여자애들이 들어와 앉으면 핸드폰을 칸막이 위로 들어 몰래 사진을 찍으라는 거였죠. 더미는 그 일만큼은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담배를 훔쳐 오라거나 싸움 잘하는 애에게 물을 뿌려 보라는 명령도 따랐는데 그 일은 할 수 없었다고. 더미가 명령을 거부하자 당신은 차츰 분노했습니다. 처음에는 웃으며 어깨동무를 했고, 그다음엔 협박을 했고, 마지막으로는 정색하고 더미를 남자 화장실로 불렀습니다. 삼십 분이라고 했습니다. 점심시간이었고, 인적이 드문 꼭대기층 화장실이었어요. 더미는 그곳에서 삼십 분 동안 쪼그려뛰기를 해야 했습니다. 당신은 담배를 피우며 교관처럼 더미를 내려다보았어요. 중간중간 핸드폰 보며 낄낄대거나 다른 친구에게 전화하는 둥 딴청을 피우기도 했지만 결코 더미에게서 눈을 떼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함부로 공감하거나 화를 내지 못한 채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미의 표정이 너무 이상했거든요. 자신의 복수에 대해 핑계를 대는 거라면 화를 내거나 격앙되어야 할 텐데, 더미는 어쩐지 슬픈 얼굴이었습니다. 더미는 그 시절 당신에게 고마워했던 순간들이 가장 치욕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날도 가장 사람이 없는 화장실로 데려간 당신에게 고마웠다고, 아무도 그 꼴을 보지 않게 해줘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한번은 누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 당신과 더미가 동시에 깜짝 놀라 마주 봤다고 합니다. 당신은 얼른 일어나라 했고, 더미는 꼭 자신이 공범이라도 되는 것처럼 벌떡 일어났대요. 제3자가 보지 않으면 폭력도 폭력이 아니라는 듯, 둘만 아는 일은 없었던 일이 된다는 듯…. 당신 다리를 자른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더미는 당신에게 주변 그 누구도 몰라볼 수 없는 표식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혼자 공을 차는 아들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당신이 눈앞에 그려진다고요.

   미안하지만, 당신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의아한 마음이 들어 공감할 여유가 없었는지도 몰라요. 이것도 직업병일지 모릅니다만 상황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더미는 왜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자백하듯 털어놓는 걸까요? 내가 무슨 속셈인지 알고? 당신 SNS는 사고당했다는 게시물 이후로 띄엄띄엄 올라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는 않은데 당신은 어떤 이유로 다리를 잃었는지 모르는 것 같더군요. 이대로 내가 신고하면 어쩌려고 더미는 나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을까. 혹시 나에게도 무슨 짓 하려는 건 아닐까. 그러나 더미는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마치 일시 정지해 놓은 화면을 보는 것 같았어요. 자신이 할 말은 끝났다는 듯, 이제 내가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듯. 그렇게 침묵이 찾아오자 순간 이 모든 상황이 남의 일처럼 분명해졌습니다. 더미가 나를 이곳에 부른 이유 말입니다. 왜 나는 고기를 먹고 있는지, 왜 더미는 먹을 수 없는지, 왜 우리는 친구일 수밖에 없는지.


   지금 내 표정이 어떻습니까?


   내면의 거울에 대해 말한 것 기억하시는지요.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 하나 마음속에 넣어 두고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그게 없어져버렸으니 지금은, 당신 앞에서는 부적절한 말이겠습니다만… 꼭 다리 하나가 잘린 기분입니다. 예전과 같이 연기하며 살아가기는 영 틀린 것 같아요. 신체 절단을 겪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증상이 있다는데 바로 남아 있는 신체도 변화하는 것입니다. 말단 부위가 바닥에 내팽개친 찰흙처럼 뭉툭해집니다. 정신적으로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지금 당신을 마주하니 그게 어떤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은 내 기억 속 누구와도 닮지 않았거든요. 당신은 이제 그저 의문의 범죄를 당한 피해자일 뿐입니다. 의식을 잃고 납치당한 뒤 며칠이 지나 한쪽 다리가 잘린 채 길바닥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죠. 결국 여기로 나를 만나러 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 궁금할 테니까. 무슨 답이라도 듣고 싶었을 테니까.

   더미라는 별명을 왜 붙였는지 혹시 기억합니까? 왜 대답을 못 하십니까? 기억이 안 나는 건가요, 아니면 부끄러운 건가요? 몸이 떨려서 말도 잘 안 나오는 건가요? 그건 게임 캐릭터 이름이었습니다. 우리가 중학생일 때 유행한 온라인 게임이었는데, 정확히는 캐릭터 이름이 아니라 몬스터 이름이지요. 플레이어가 칼이나 활을 들고 쳐부숴야 하는 대상. 더미는 자기보다 더 거대한 몬스터의 의지대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종의 꼭두각시 인형 같은 거였어요. 생긴 걸 보면 인형보다는 좀비에 가까웠지만요. 고등학교 복도에서 당신이 나를 보고 지은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깜짝 선물을 받아 놀란 얼굴 같았어요. 내가 반에서 인기가 많고 반장까지 하고 있음을 알고 나서는 실실 웃기까지 하더군요. 당신이 퍽 살가운 목소리로 나를 따로 불러냈을 때, 같이 학교 뒤쪽의 인적 없는 곳까지 가면서 나는 희망을 놓지 못하던 게 기억납니다. 당신도 변했을지 모른다고, 어쩌면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스테이크를 먹던 그날, 눈앞에서 더미의 모습이 일시 정지한 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미친놈으로 보였을 거예요. 하지만 미친놈이라기엔 내 머리는 아주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거든요. 혹시 잘 고쳐지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까? 나에게는 나 자신, 아니 더미와 대화하는 것이 오래전 습관이었습니다. 처음엔 연습 때문이었어요. 무대에 서서 깊고 단호한 음성으로 말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거든요. 내 안에서 더미를 완전히 몰아내지 않고서는 도무지 잘할 수 없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더미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더미에게 인격을 줘야 했어요. 존재하지 않는 걸 몰아낼 방법은 없으니까. 사람들 틈에 있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 영혼이 들어온 것처럼 움츠러들 때, 혼잣말처럼 더미에게 사라져 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더미는 간혹 내 일에 훼방을 놓았고 언제는 멋대로 나타나 내 동료들에게 어눌하게 말을 붙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큰 사고를 친 적은 없었으니 나는 놀랍기도 하고 다소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기에는 너무 끔찍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복수하고 싶었기로서니 어떻게 사람의 다리를 산 채로 잘라 와서 구워 먹을 생각을 하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웃음을 그치고 더 생각해 보니 그럭저럭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더미는 스테이크에 손도 대지 않았잖아요. 더미는 나 역시 자신의 복수에 함께해 주기를 바란 게 아닐까요?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자 더미는 마치 옛날 공포영화에 나오는 원혼처럼 엉성한 모습으로 희미해졌습니다. 나는 스테이크 두 접시가 놓인 테이블 앞에 홀로 남았습니다. 눈을 감았습니다. 아, 더는 모른 척할 수 없겠더군요. 낯선 기억이 마치 머리에 주사를 맞는 듯 흘러 들어오는 기분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터무니없이 손쉽게 진행되었더군요. 당신 SNS를 찾는 것도 금방이었고, 당신이 필리핀 어디서 사업하는지도 알아냈습니다.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일을 맡기는 것 역시 해외 물품을 직구할 때처럼 손쉬웠습니다.

   죄책감이란 참으로 단순한 감정이에요. 명칭을 잘못 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죄책감은 죄지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균형이 망가졌을 때 느끼는 강박증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죄를 지었더라도 내가 그 이상 고생을 하면 마음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더라고요. 내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세요.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윤리적인 고민 따위는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몽유병 환자가 밤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쓰레기 매립지 한복판에 서 있게 된다면 딱 그런 기분일 겁니다. 나는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당장 내 앞에 조리되어 있는 스테이크, 냉동실에 소분된 고기들. 고기를 포장하던 비닐에는 사람 피가 묻어 있지요.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하기에는 아무래도 꺼림칙했습니다. 실내를 환기하는 것도 괜찮을지 걱정되었습니다. 혹시 이 고기 냄새가 이상하다는 걸 누가 알아채기라도 하면 어쩌지 싶었거든요. 나는 테이블 앞에 앉아 담배 피우며 찬찬히 계획을 세웠습니다.

   외로움, 아니 적적함이라고 할까요. 혹은 억울함이라고 해야 할까.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대신 나는 이런 감정들을 맞닥뜨렸습니다. 수습할 계획은 금세 세울 수 있었어요. 나는 더미처럼 감정에 휩쓸려 과한 일을 벌이지는 않으니까. 남은 고기도 냉동실에 넣어 함께 얼리고, 믹서기를 구해 곱게 갈아서 락스와 함께 배수구에 버리면 그만이겠죠. 담배 한 갑을 다 피우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실내를 담배 냄새로 가득 채운 뒤 나는 창문을 열었어요. 바깥 공기와 취객들 소음이 흡사 폭우처럼 실내로 들이쳤습니다. 그때도 이렇게…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아주 어릴 때였겠지요. 또래 아이들의 표적이 되기 전,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한 톨도 하지 않던 시절. 창밖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한 가지가 분명해졌습니다. 나는 이제 저 세계에는 속할 수 없겠구나. 저렇게 웃고 떠드는 이들 사이에 함께할 수는 없겠구나. 무슨 수를 쓰더라도.


*


   피곤하지는 않으신가요?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오늘 여기 오는 데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몰라요. 당신 전화를 받고 내가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사과를 하고 싶다니요. 그 세월을 건너 나를 만나 용서를 구하고 싶다니.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실은 그런 건 의미가 없지요. 당신은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 분명한 목소리로, 마치 대사를 읊는 초짜 배우처럼 말을 이어 갔습니다. 다리가 잘린 뒤 아무 일도 못 하고 지난날만 돌이켜 봤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궁금했습니다. 사람은 왜 자신을 해치는 존재를 이해하고자 온 힘을 다하는 걸까요? 정작 괴롭히는 쪽은 아무 생각 없는데 괴롭힘 당하는 쪽은 늘 고민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당신도 과거의 잘못을 돌아봤다고 했어요. 당신에게 그런 짓을 할 인간이 누가 있는지 하나하나 되짚어보았다고. 분노, 복수심, 억울함과 슬픔을 거쳐 당신은 모든 걸 뉘우치고 싶게 되었다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이곳으로 오라고 약속을 잡긴 했지만 도무지 생각 정리가 안 되더군요.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의심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경찰에 신고라도 해둔 건 아닐까? 아니면 직접 복수하려는 게 아닐까? 만일 정말 사과하고 싶은 거라고 해도 여전히 문제였습니다.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한다니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요? 더미의 마지막 모습, 내 안에서 소멸된 더미를 떠올리면 나 역시 당신에게 복수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이 이곳에 오기로 한 시각, 나는 근처 건물에 앉아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건물 CCTV를 통해 당신을 지켜봤어요. 약속 시간보다도 이르게 도착해서 당신은 힘겹게 계단을 올랐습니다. 한쪽 다리가 부자연스러운 걸 보니 당신이 맞는 듯한데, 얼굴이나 전체적 인상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머리숱이 휑한 데다 눈에 띄는 주름까지 있어 길에서 마주치면 결코 못 알아볼 듯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계단을 다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잠시 뒤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제 일어나서 내 맞은편 의자에 앉으십시오. 아무리 당신이 그러고 싶다고 해도 불편한 다리로 계속 무릎을 꿇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자리에 앉아 나와 함께 창밖을 내려다보면 좋겠습니다. 그다지 높은 건물은 아니지만 밤거리를 구경하는 것은 퍽 재미있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길목에서 서로 질서를 지키는 모습이 흥미롭거든요. 가끔 상상하곤 합니다. 누군가가 식칼을 하나 들고 저 번화가에서 살인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몇 명이나 죽일 수 있을까. 극악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나는 인간의 선량함에 감탄하는 것입니다. 이유 없이 자신을 해치는 존재는 없을 거라는 믿음이 맑은 개울처럼 저 거리를 흐르고 있으니까요. 테러범들은 질투 때문에 그 끔찍한 짓을 자행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테러가 벌어지면 혼비백산하지만 놀라운 속도로 테러를 진압하고 피해를 복구하며 다시 한 번 평화로운 거리를 되찾을 겁니다. 스스로 깨끗해지는 개울처럼 말입니다.

   요즘은 혼자 있을 때면 조용히 더미에게 말을 걸어 보곤 합니다. 하긴 이제 연기 따위도 그만두고 사람들을 피해 늘 혼자입니다만. 더미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건가 봐요. 내 안의 추악하고 부끄러운 자아였는데 사라지고 보니 빈자리가 이토록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만 해도 더미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군요. 나는 더미를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이 말이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더미와 다른 사람 같습니다. 당신을 다시 마주한 순간, 당신이 내 앞에 대뜸 무릎을 꿇은 순간 아무 분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하셨지요. 당신 인생에 그런 건 불가능할 겁니다. 우리는 선량함을 믿지 못하는 존재로서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강물을 더럽히는 오물, 사회에 끼지 못하는 괴물이지요. 그럼에도 내가 당신과 이렇게 대화하고 있는 것은….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사소한 것입니다만 내겐 어려운 일이에요. 사람 고기를 먹은 뒤로 이런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내가 이뤄 온 모든 걸 뒤로한 채 도망 다녔거든요. 더는 내 얼굴을 스스로 바라볼 수가 없고, 카메라에 내 모습이 기록되는 건 물론 남들 눈에 뜨이고 싶지도 않거든요.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종종 위안합니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이었다고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대로 행동한 거라고요. 어떤 거대한 존재가 벌을 내린 게 아니라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요. 그러니 내 부탁을 꼭 들어주세요. 혹시 내 손을 잡아 줄 수 있습니까? 악수를 해도 괜찮을까요? 아주 잠깐이어도 괜찮습니다. 내 손으로 당신의 존재를 느끼고 싶습니다. 정말 당신이 내 앞에 와 있는지, 당신이 고통을 거쳐 무릎 꿇은 게 사실인지, 이 모든 게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손을 뻗어 보십시오. 아주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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