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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동의 죽음

  • 작성일 2022-07-01
  • 조회수 1,675

[창작 - 희곡]

기존 〈글틴스페셜〉이 2021년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황금동의 죽음



윤지영





등장인물


황영서 (18세)
금여사 (82세)
석자연 (18세)
황금동 (황금동은 개다. 하지만 50세에 가까운 건장한 사람,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강지수 (18세) / 수의사(40대 중반) 1인2역



1. 강둑
개껌을 문 채 유모차 안에 누워 있는 황금동, 몸이 커서 꽉 낀다.
그런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고 있는 황영서, 많이 맞았는지 얼굴이 상처투성이다.


영서석자연이 또 때렸어.


황금동(하품)


영서걔는 항상 가랑이를 벌리고 앉더라.


황금동(관심 있게 듣는다)


영서남자 선생님들 앞에선 더 쫙 벌리고 앉고.


황금동(입 모양만) 오!


영서변태들.


황금동(눈치 보며 다시 개껌을 핥는다)


영서야, 평소엔 벌점이니 뭐니 말도 잘하는 새끼들이 석자연이 가랑이를 벌리고 앉으면 왜 입을 다물까? 자식 같은 애 팬티를 보면서 뭐라도 상상하는 걸까…… 이 자식아! 주인님 말씀하시는데 낑낑이라도 대야 할 거 아니야.


황금동(콧구멍 벌렁거리며) 아우, 얘 오늘 그날인가.


영서자연이 그년이 또 팼다고.


황금동며칠 전에 3반 강지수랑 한 판하고 안 그래도 잡티 많은 얼굴에 손톱자국까지 난 화풀이를 너한테 한 거잖아.


영서며칠 전에 3반 강지수랑 한 판하고 안 그래도 잡티 많은 얼굴에 손톱자국까지 난 화풀이를 나한테 한 거라니까.


황금동(고개를 끄덕인다)


영서(황금동이 무슨 말을 했나 갸웃하며 황금동을 보다가 말을 꺼내려고 하면)


황금동잡티 하나 없이 곱디고운 하얀 얼굴 니가 참아야지, 누가 참겠니.


영서잡티 하나 없이 곱디고운 하얀 얼굴 내가 참아야지, 누가 참아. 참으면 반이나 간다고


황금동고등학교 졸업은 해야 사람구실 한다고.


둘이(동시에) 며칠 전에 이쪽 세상 빠이빠이하고 위쪽 세상으로 간 금여사가 그랬잖아.


둘 다 입을 다문다.
황영서는 유모차를 끈다.


영서……석자연이 또 때렸어.


황금동나쁜 년이네 그거.


영서걔는 항상 가랑이를 벌리고 앉더라.


황금동미친 거 아니야?


황영서와 황금동, 무대 밖으로 사라진다.


2. 방
작은 상 하나를 두고 금여사와 황영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다.
상에는 김치찌개가 놓여 있다.


금여사(김치찌개에 숟가락을 푹 담그면)


영서에이즈 환자랑 이렇게 같이 퍼먹어도 안 옮을까?


금여사야!


영서아니, 좀 궁금해서. 과학적으로다가.


금여사넌 이제껏 낳아 주고 길러 준 은혜를 이렇게 갚냐.


영서그치?


금여사뭐?


영서낳았지?


금여사아 머리 아파.


영서낳은 거 맞네. 그런 걸 손녀라고 여지껏 구라를 까냐.


금여사……니 엄말 내가 낳았으니까, 거 뭐시냐. 비유. 비유 몰라? 국어 시간에 안 배워?


영서쪽팔리지?


금여사뭐?


영서18년간 내도록 손녀다 손녀다 우겼던 걸, 김치찌개 앞에서 뒤집게 된 거.


금여사…….


영서근데 도대체 몇 살에 낳은 거야. 64(육사)? 육온가? 아니 그맘때는 원래 여자구실 못 하는 거 아니야?


금여사몰라 나도 인마. (밥을 먹는다)


영서엄마.


금여사(울컥) ……할머니! 할머니라고 불러. 나 죽고, 너 죽을 때까지 난 할머니야. 누가 들어서 좋은 일 없어.


영서왜 김에다만 꾸역꾸역 싸 먹어? 아까 에이즈 옮는 얘기해서 그래?


금여사…….


영서할머니!


금여사…….


영서(금여사 얼굴을 보며) 똑같은 얼굴인데.


금여사…….


영서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엄마라는 걸 아니까…… 어쩐지 정이 더 가. 사람 맘이 참 간사해, 그치.


금여사그래.


두 사람, 말없이 밥을 먹는다.


3. 편의점
황영서 물건 정리를 하고 있고, 석자연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있다.


자연그래서?


영서뭐 손녀라고 하면 나나 그쪽이나 손해는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자연야 근데 너네 할머니, 아니 엄마면서 할머니로 위장하는 금여사, 남편 없었잖아. 몇 십 년 동안.


영서응.


자연근데 어떻게 널 낳아?


영서말미잘이냐. 미혼모는 남편 있어서 애 낳아?


자연아…….


영서종로 어디 공원에서 만났대.



영서없는 자리에서 누굴 욕 못 해?



자연벌써 죽진 않았겠지?



영서?



자연니네 아부지.



영서설마.



자연찾아가 그럼.



영서뭐 하러.



자연금여사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영서그놈의 아가리는 태어날 때부터 눈치가 없지.



자연아니, 너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라. 너 장례비 있어?



영서…….



자연금여사 죽으면 어디서 살 건데.



영서여지껏 살던 데 살지 어디 사냐. 월세도 내가 다 냈구만.



자연하긴. 알바를 졸라리 많이 하는데, 너 하나 사는 덴 문제없겠다. 근데 드라마 보면 엄마들이 죽기 전에 숨겨 놨던 아버지 찾아 주고 그러지 않냐. 출생의 비밀 이러면서. (갑자기 놀라) 어?



영서왜?



자연재벌 딸 아니야, 너?



영서지랄.


자연, 라면 먹는다.


무대 한쪽
목줄을 맨 황금동을 데리고 금여사가 나타난다.


영서그건 뭐야.


금여사공원에서 자고 있더라고.


황금동, 여기저기 오줌을 지린다.
자리를 못 잡고 빙빙 돈다.


영서에이. 뭐야 개가 노망이 났나.


금여사(개 오줌을 닦으며) 어려서 똥오줌을 못 가리는 거야.


황금동(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영서딱 봐도 열 살은 넘었겠구만.


황금동(인상을 쓰며 고개를 젓는다.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인다)


금여사너 몇 살이야? 아이구 그랬어? 아직 애기야? 봐라, 애기란다.


황금동(어색한 웃음)


영서참 내.


금여사, 이불을 펴준다.
황금동에게 와서 누우라고 손짓하면 싸구려 이불에는 안 앉겠다는 황금동의 표정과 몸짓
금여사, 그런 황금동을 안아서 이불 위에 누인다.
황금동, 잠깐 놀라지만, 금여사를 가만 보다가 손을 핥는다.


영서키울라구?


금여사그럼.


영서남이 버린 걸 왜?


황금동(울적해 고개를 숙인다)


금여사남이 버리긴. 날 찾아와 준 거지.


황금동(감동해 금여사를 올려다본다)


금여사……너처럼.


영서누가 버린 걸 주웠어? 할머니 딸이 아니고?


금여사야. 비유잖아, 비유. 국어공부 좀 해라.


영서난 또.


금여사황금동 어때?


영서뭐가?


금여사이름.


영서동네 이름도 아니고 뭔 황금동.


금여사황영서의 황. 금숙자의 금. 황금은 좀 그러니까 황금동. 어때?


황금동(썩소를 짓는다)


금여사봐봐라. 얘도 좋아서 웃잖아.


영서황? 황 씨야?


금여사뭐가.


영서내 아부지.


금여사자자, 황금동아. (황금동을 토닥인다)


영서누구야?


금여사…….


영서누군지도 몰라?


금여사아이고, 잠이 오네, 그치 황금동아?


영서(금여사에게로 다가가) 누군데?


금여사(강하게) 몰라.


영서…….


금여사(속삭이듯) 진짜 몰라.


금여사와 황금동, 사라진다.


라면을 다 먹은 석자연,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황영서에게 다가온다.


자연(낄낄거리며) 야, 그런 거 아니냐.


영서뭐가.


자연박카스 할머니.


영서뭐?


자연못 들어 봤어? 종로 공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 졸라리 앉아 있잖아. 할머니들이 할아버지한테 박카스 주면 그게 그 의미라던데?


영서야, 너 짜증나게 뭔 소리하는 거야?


자연에이즈에 걸린 이유를 생각해 보자고. 니네 할머니. 아니, 니네 엄마. 일하는 데가 어디였지?


영서요새 일 안 하거든.


자연그니까, 너 알바하기 전에. 뭐라도 했으니까 널 먹여 살렸을 거 아니야.


영서하고 싶은 말이 뭔데.


자연봐봐. 시나리오가 이런 거야. 육십넷에도 니네 할머니는 할머니였으니까, 뭐 공원 같은 데 가가지고. 어느 할배한테 박카스를 딱 줬는데, 그날 하필이면 날이 날이어서(낄낄거리며) 아, 씨발. 임신이 됐네. 어째. 애 뗄 돈이 없어서 낳았는데, 낳고 나니까 또 애 키울 돈이 없네. 그래서 종로 공원 일대를 욜라리 다니다가 어느 에이즈 걸린 할배한테 박카스를 딱 줬던 날. 그날 하필이면 날이 날이어서(낄낄거리며) 아, 씨발. 에이즈에 걸렸네. 어때?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하겠냐.


영서야.


자연(여전히 웃으며) 왜, 안 재밌어?


영서너 이게 웃기냐.


자연아, 왜 그래. 시나리오 구상한 걸 가지고. 애가 가만 보면 참 예민해.


영서이년이 진짜 똥을 삼키고 태어났나. 입에서 구린내가 계속 나네. 내가 너 오늘 적혈구 백혈구로 가글 한번 하게 해줄게, 응?


황영서, 석자연을 때리기 시작한다.
멍하니 한두 대 맞던 석자연, 화가 나서 황영서의 머리끄덩이를 잡는다.
둘의 싸움, 더욱 거칠어진다.


4. 교실
‘황영서는 에이즈다’ 커다란 낙서가 그려진 칠판
1장보다 더 상처투성이인 황영서, 책상에 앉아 있다.
몇 줄 앞, 석자연 스마트폰을 하며 웃고 있다.
이하, 칠판을 향해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대화는 독백하듯 이루어진다.


영서넌 왜 자꾸 날 때리냐.


자연니가 덤볐잖아.


영서우리 친구 아니었냐.


자연씹감성충 나셨네.


영서또 때릴래.


자연응.


영서언제까지.


자연니년 죽을 때까지.


영서왜.


자연니가 덤볐잖아.


영서그게 다냐.


자연난 주제도 모르고 잘난 척하는 것들이 싫어.


영서뭐?


자연내가 너랑 왜 어울려 줬게? 나보다 못나서 어울려 준 거잖아. 너랑 같이 있으면 폼이 나니까. 내가 더 이뻐 보이고, 더 잘나 보이니까. 감히 너 같은 게 날 때려?


영서허허.


자연그렇게 좀 웃지 마. 나보다 세상 더 안다는 듯이 웃지 말라고. 할머니도 죽은 년이. 할머니라고 알고 있던 에이즈 걸린 엄마도 죽은 년이. 병 걸린 개밖에 안 남은 년이. 에이즈도 옮았을 게 틀림없는 년이.


수업 종이 친다.


영서그만하자.


자연아, 씨발, 뭘 그만해?


석자연, 자리에서 일어나 황영서를 때린다.
수의사, 황금동이 탄 유모차를 밀고 들어온다.


수의사혹이 잡히는데.


영서(여전히 자연에게 맞으면서) 그럼?


수의사수술해야지.


영서수술하면 살아요?


수의사응.


영서수술 안 하면 어떻게 돼요?


수의사죽겠지?


영서수술 안 하면 얼마나 살아요?


수의사일주일 견딜 수도 있고, 잘 먹이면 두 달 버틸 수도 있고.


영서수술비는 얼마나 돼요?


수의사한 70만 원. 날짜 잡고 갈래?


영서아니요. 전화로 예약할게요.


수의사, 사라진다.
황금동, 맞고 있는 황영서를 바라본다.
영서, 운다.


황금동금여사 죽을 때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더니, 왜 그래. 안 어울리게.


영서씨발.


황금동알바비 가불해서 의젓하게 장례까지 치른 고등학생이 왜 울어. 답지 않게?


영서그만 때려.


자연(낄낄대며) 너 우냐? 왜 울어?


영서가불할 알바비가 안 남아서 운다.


자연병신이네 이거.


영서그만 때리라고. 나 맘 바뀔라 그러니까 진짜 그만 좀 때려.


황금동처음 볼 때 몰랐어? 이렇게 늠름하고 잘생긴 날, 전주인이 왜 버렸겠어. 병에 걸렸으니까 버렸지.


자연니가 날 완전히 우습게 봤지. 오늘 저쪽 세상 간 니네 할머니이자 엄마 따라 저승으로 가라, 응?


수의사와 얼굴이 똑같은 강지수 나타난다.
강지수, 황금동의 유모차를 잡는다.


지수야, 너 7반이지.


영서3반 강지수?


지수너 돈 필요하지?


영서뭐?


지수다 들었어. (고갯짓으로 병원 가리키며) 저기 우리 병원이야. 강지수 동물병원.


영서아.


황금동(올려다보며) 어쩐지 좀 사는 애다 했다. 눈 코 입 수술을 안 한 데가 없어.


자연단칸방에 병 걸린 개랑 사는 년이 나를 이렇게 무시하네. 아씨 짜증나. 너 내가 그동안 어울려 주니까 친군 줄 알고 기어올랐냐?


지수너, 석자연이랑 사이 안 좋대매?


영서걔 내 친구야.


지수친구는 개뿔. 너 에이즈라고 학교에 소문 퍼뜨렸다던데?


영서…….


지수너 에이즈 안 걸렸다는 것쯤은 알아. 그년이 구라까고 댕긴 거 전교생이 다 아니까 걱정 마.


영서근데.


지수(한쪽 다리를 유모차 위에 올려 스타킹을 내린다)


황금동(손가락으로 눈을 가리다 훔쳐본다)


지수(스타킹 사이에 끼어 있던 면도칼을 꺼낸다) 석자연 뺨 한쪽만 긁어 줘. 그년 짜증나서 견딜 수가 없으니까.


자연(영서를 때리며) 니가 짜증나서 견딜 수가 없어.


영서짜증나면 니가 긁어.


지수야.


영서왜.


지수나 전교 1등이야. 서울대 가야 되는데 기록이라도 남으면.


영서허허. 1등이나 꼴등이나 하는 짓은 죄다 유아틱이야.


자연너 지금 나한테 꼴등이라고 그랬냐. 내가 공부 안 하는 거라고 했지. 했다 하면 강지수 이기는 건 한입에 마카롱 먹기라 그랬잖아.


지수너도 이 기회에 갚아. 참지 말고.


영서석자연. 인제 그만 좀 해. 진짜 못 참아.


자연한 줌도 안 되는 게 어디서. 나 여섯 살 때부터 태권도 배웠어, 이년아.


지수(윙크하며) 강아지 수술은 걱정하지 말고.


지수, 사라진다.


영서너무 당차게 치마를 펄럭거려서 자꾸 안 생겨도 될 신뢰가 생기잖아. 강지수한테. 눈 코 입 다 갈아엎고도 자연미인같이 자연스러운 강지수 말이니까 한번 들어 보자 싶잖아.


자연뭐?


황금동야, 황영서!


영서에이즈는 불치병이라 아예 마음을 비웠는데, 수술하면 산다니까 자꾸 솔깃하잖아.


황금동황영서, 참으면 반이나 간다고.


영서고등학교 졸업은 해야 사람구실은 한다고. 며칠 전에 이쪽 세상 빠이빠이하고 위쪽 세상으로 간 금여사가 그래서 진짜 참아 볼라 그랬는데.


자연(비명) 악.


석자연, 한쪽 볼을 감싸 안으며 황영서에게서 떨어진다.


영서황금동까지 없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수술하면 산다는데. 황금동이 산다는데. 황금동 없이는 나 진짜 혼자라서…… 미안해, 석자연.


5. 강둑
유모차를 끌고 가는 황영서, 그 옆으로 걷고 있는 황금동
석자연, 나타난다.


영서왜. 또 팰라구.


자연이게 합의해 준 은혜도 모르고. 너 나 아니었으면 지금쯤 빵에 있어.


영서……헛소리 할라믄 가라.


자연(뺨을 보이며) 어때, 감쪽같지?


영서그러네.


자연강지수 엄마한테 수술비 받았어.


영서나한테 받아야지 왜 걔네 엄마한테.


자연왜긴, 강지수가 너한테 시켰잖아. 넌 돈 없을 게 뻔하고.


영서(한숨)


자연아, 나도 정학이나 당할까. 낮에 학교도 안 가고, 팔자 좋네.


영서(헛웃음) 야, 쓸데없는 소리 할라믄 학교나 가.


자연(유모차 보며) 타봐도 되냐? (유모차에 앉는다)


영서아씨.


자연야, 밀어 봐.


영서뭐?


자연밀어 보라고. 황금동이 타고 있을 때처럼.


영서허참.


황영서, 유모차를 민다.
황금동, 옆에서 아이들을 따라 걷는다.


자연(유모차에 기대며) 이런 뷰였구만.


영서뭐가.


자연황금동이 본 경치.


영서……좋냐?


자연cozy.


영서뭐, 코딱지?


자연아씨, 무식한 년. 아늑하다고.


영서(웃음) 전교 꼴등이.


자연(버럭) 너 또 나 무시하냐.


영서내가 언제 너 무시했냐. 지도 맨날 나 무식한 년이라고 하면서.


자연황금동만 챙겼잖아. 나 보지도 않고.


영서너 지금 개를 질투하냐. 그것도 죽은 개를?


자연……난 친구 너 하나야.


영서(한숨)


자연그동안 나 상대해 준 거 너 하나라구.


영서…….


영서그냥 가라.


자연그때, 편의점에서. 니네 엄마 얘기한 거 아니야. 진짜 스토리 구상한 거야. 재밌을 거 같아서.


영서…….


자연나 눈치 없잖아. 다들 나보고 눈치 없대. 철도 안 들었고.


영서…….


자연난 이야기 생각한 건데 니가 내 얘기 들어 보지도 않고 씹었잖아. 맨날.


영서그래서 팼냐.


자연그래.


영서그게 친구냐.


자연……먼저 버림받기 싫어서 그랬다.


영서…….


자연아씨, 졸라리 재미없네. 학교나 가야겠다.


석자연, 사라진다.


황금동쟤 얼굴 진짜 감쪽같네. 과학기술이 점점 발전돼.


영서그 의사, 무슨 생각으로 수술하면 낫는다 그랬을까.


황금동원래 돌팔이였대. 다들 하는 말이.


영서동물병원 강아지 고양이 하는 말 들어 봤어?


황금동너 지금 내 말 들리는 거 아니지? 어쩐지 대화가 통하는 느낌이야.


영서널 안 데려왔으면 더 나았을까?


황금동공원에서 자고 있는데…… 금여사가 날 깨웠거든. 그렇게 자다 죽었으면 사람이 미웠을 텐데, 금여사가 날 깨워서, 니네 단칸방으로 데려가 줘서 다시 좋아지더라, 사람이. 금여사가 좋고, 니가 좋더라.


영서……위쪽 나라 갔지?


황금동아직 못 갔어. 사람 죽을 때랑 동물 죽을 때랑 시스템이 다르더라고.


영서금여사 만났어?


황금동…… (한숨) 조금 답답할라 그러네.


영서(울컥) 둘이 행복해?


황금동……살면서 눈물 보일 때는 엄마 죽을 때밖에 없는데 너는 그나마도 할머니밖에 없으니까 눈물 보이지 말고 잘살다 위쪽 나라 와라.


영서(눈물 닦으며) 금여사 유언이잖아.


황금동(웃는다) 그래, 가끔은 들리는구나. 나 여기 있어, 영서야. 너 혼자 아니야. 석자연도 있고 나도 있고. 저기 다리 건너 하늘엔 금여사도 있어. 금여사가 4년 대학 등록금 무사히 내고, 시집가서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보험금까지 빵빵하게 나오게 해놨더만. 계약서 잘못 써서 아직은 못 쓰겠지만. 이제껏 편의점 알바로 용돈 쓰고, 참고서 사고, 전기세, 수도세까지 냈으니까 앞으로 2년은 잘살 수 있지? 넌 늘 의젓했잖아. 영서야, 우리 둘이 안 만났으면 나는 참 불행했을 거야. 여기 이렇게 떠돌아다니면서 누구 행복을 빌어 줘? 날 버린 사람들밖에 안 남아 있는데. 난, 여기 바람에 실려서 니 행복을 빌어 주다 너랑 같이 갈 거야. 그게 우리 할일이래. 알고 있었니? (입김을 분다) 후- 니가 여기 있을 동안 나도 내내 같이 있을 거라고.


황영서, 가만히 유모차를 내려다본다.
유모차에 앉는다.
앉아 하늘을 본다.
황금동, 황영서가 앉은 유모차를 민다.
황영서, 핸드폰을 든다.


영서(번호를 누르더니) 석자연, 라면 먹을래?


황금동과 유모차를 탄 황영서, 천천히 사라진다.(*)









윤지영
작가소개 / 윤지영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2005년 〈장흥댁〉 공연(극단 작은신화)·2005년 〈장흥댁〉 부산 공연(극단 연희단거리패)·2010년 〈上船〉 공연(극단 작은신화)·2010년 신작희곡페스티벌 희곡 당선·2010년 〈인간 김수연에 관한 정밀한 보고〉 공연(극단 작은신화)·2011년 목포문학상 희곡 당선·2013년 우리연극만들기 당선·2013년 〈우연한 살인자〉 공연(극단 작은신화)·2013년 〈上船〉 동경 공연, 주최 베세토 연극제(연출 야마다 히로유키) ·2014년 〈우연한 살인자〉 공연(극단 작은신화)·2018년 〈인간 김수연에 관한 사소한 보고〉 공연(극단 작은신화)·2019년 창작산실 〈하거도〉 공연(극단 작은신화)·2019년 남산예술센터 낭독 공연 〈생존3부작〉(극단 꿈의동지)


《문장웹진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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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아늑한 위로를 만난 순간, 민바람 작가의 -서점 카프카에서. 주은 안녕하세요. 한껏 온화해진 공기 탓에 잠깐 스친 바람이 유독 서늘하게 느껴지는, 초여름에 이야기를 보냅니다. 전주는 책의 도시라고 합니다. 다양한 색을 가진 독립 서점과 동네 책방, 그리고 도서관들이 도시 곳곳에 선물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동네 책방에서 다양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기회로 6월 7일, 에서 민바람 작가님과 작가님의 우리말 에세이, 을 만났습니다. 서점은 7시에 진행되는 북토크를 위해서, 조금 이른 6시 30분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평소에는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자리하던 공간에 북토크를 위한 의자들과 빔프로젝터가 놓여있었습니다. 몇 자리 안 되는 의자가 조금씩 채워지고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민바람 작가님은 북토크를 시작하며, 1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와의 첫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범상치 않은 입구와 간판을 보고 끌려서 들어온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밟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마룻바닥 판자의 소리, 판자를 직접 칠해 꾸민 인테리어와 곳곳에 걸린 그림들, 또 세월과 따듯함이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소품들. 작가님은 서점이 되기 전, 북카페였던 카프카의 모습을 그리듯이 묘사하며‘이 공간에서 조용히 쉬었다가 가는 것만으로도 치유될 것 같은, 안전지대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던, 사랑하는 공간에서 북토크를 하게 되어 행복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민바람 작가님이 쓰신 글의 온도는 작가님이 사랑하는 이 공간의 온도와 비슷합니다.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이라는 부제목에 꼭 맞게도, 들여다보고 낱말을 가만히 곱씹는 것만으로 내면을 차분하게 하는 따듯한 힘이 있습니다. 공간이 가진 다정하고 따듯한 정서가 작가님의 진솔하고 단정한 이야기와 꼭 맞아서 이 순간에 푹 빠지도록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 순우리말의 단어들과 민바람 작가님의 글, 신혜림 작가님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우리말 사진 에세이입니다. 민바람 작가님은 차분한 속도로, 살아온 이야기와 함께 이 책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풀어놓았습니다. 문학과 말놀이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한국어 강사로서의 일에 몰입했던 순간과 무너졌던 순간, 그 과정에서 겪었던 성인 ADHD와 사회

  • 관리자
  • 2024-09-01
악어도 새도 못 되지만 여기에선 그래도 괜찮아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악어도 새도 못 되지만 여기에선 그래도 괜찮아 - 독립서점 인터뷰 이유빈 천안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 를 방문했습니다. 는 주로 동화와 시를 다루는 지역 독립서점으로, 책방 주인인 성욱현 작가와 조민주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의 경우, 다른 독립서점들과는 조금 다르게 지역 독립서점이자 청년 문학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닌 문학인들이 지역에 정착하여 책방을 운영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성욱현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후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으로, 202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으로 등단했습니다. 현재는 책방 운영과 더불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조민주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현재 동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독립출간물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썼고 성욱현 작가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terview 책방 악어새 대표 성욱현, 조민주] 분류 독립서점 지역 천안 SNS인스타 @crocodilebird.book 책방 운영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성욱현 : 동화와 시를 쓰고 있는 제가 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립출간물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썼던 조민주 작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글쓰기 강연이나 지원 사업 등을 주로 맡는다면, 조민주 작가가 디자인, SNS 관리, 커뮤니티 행사를 주로 담당해요. 특히나 책방 큐레이션의 경우, 동화는 제가, 시와 성인문학은 조민주 작가가 맡아주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책방이 꾸며져 있는데, 이것도 조민주 작가님께서 담당하셨을까요? 성욱현 : 네, 책방 안에 있는 그림이나 책 추천 문구 등은 전부 조민주 작가가 담당했습니다. 추천 문구는 보통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책 속의 글귀를 많이 가져와요. 책을 소개받는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의 방식 일부가 나에게 오는 일이자 그가 읽는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하잖아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잠깐, 『친애하는 서로에게』는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궁금해요. 조민주 : 『친애하는 서로에게』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동기 사이인 황예솔 작가와 조민주 작가가 함께한 독립 출간 프로젝트입니다. 서간체로 서로를 ‘서&rsqu

  • 관리자
  • 2024-09-01
문장의 방 한 칸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문장의 방 한 칸 ― 창작촌 탐방기 〈예버덩문학의집〉 편 이형초 안녕! 문똑이들! 나는 문장웹진의 숨겨진 자식 문장이라고 해. 글월 문(文)에 담 장(墻) 담장마다 나의 글을 새기라는 의미에서 아버지가 지어주셨지만 그래서 강원도 횡성에 있는 문학 창작촌으로 향하고 있어. 문장웹진 독자들의 열띤 삶을 보면서 나도 문학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거든! 삼면이 주천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과 들판이 아름답게 펼쳐진 흰 집! 한 시인의 개인 사유지가 창작촌으로 만들어졌다고 해. 어딘지 궁금하지? 날 따라와! 바로 〈예버덩문학의집〉이야! 내가 한 달간 묵을 창작촌을 소개할게. 이곳은 작가들과 작가지망생들이 훌륭한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입주와 관련해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상단의 QR코드로 접속해서 홈페이지를 살펴봐! 잠깐! 저 익숙한 뒷모습은?! 〈예버덩문학의집〉을 관리하는 대표이자 시인인 조명 작가님이셔! 선생님을 따라 창작촌을 둘러볼까? 입구로 들어오면 잣나무 숲속에 방강로 3개가 쭉 이어져 있고 오른쪽엔 주천강이 훤히 보이는 야외무대가 있어. 이곳에서 문학 특강, 연주, 연극, 낭독회 등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주최한다고 해. 참여 작가들에게는 소정의 활동비가 주어진다고 하니 문장이는 지금부터 낭독 연습을 시작할 거야! 안쪽으로 쭉 가면 주천강이 보이는 둥근 마당이 있는데 이곳을 ‘노을버덩’이라고 부른대.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주천강과 노을을 바라보며 심신을 정화하고 싶을 때 문화쉼터로 활용된다고 해. 강물 소리가 들리는 노을버덩, 예쁘덩! 이곳이 〈예버덩〉 본관 입구야! 안으로 들어가 볼까? 입구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야외 테이블! 날씨가 좋으면 이 테라스에서 다 함께 식사해. 공동 도서관부터 둘러보자!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독서와 창작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곳에서 작가를 초청해 특강을 하거나 소규모 작가와의 대화, 낭독회, 예버덩 워크숍을 주최하는 등 여러 가지 문학 프로그램을 연대. 문장이의 방을 소개할게! 입주하는 동안 개인 집필실에서 방해받지 않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어. 문장이가 오기 전에 이불도 깨끗하게 세탁해 주시고 방도 청소해 주셨어. 청소도구, 세면도구(샴푸, 린스, 비누), 생

  • 관리자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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