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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공식

  • 작성일 2020-09-01
  • 조회수 893

[창작 - 청소년소설]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폭력의 공식



박하령




그 누구도 내 말을 믿지 않겠지만 정말이지 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하고 있으니, 안 믿어 준다 한들 솔직히 뭐라 탓하기도 어렵다. 수완이의 한쪽 뺨이 벌겋게 부풀어 올라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 지경이니까. 부풀어 오르기만 했는데도 얼굴이 완전 비대칭 으로 보여 괴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외쳤다.
“ 전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았다구요 ”
내 말에 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아, 그럼, 누군가 너 팔을 잡아당겨서 저절로 주먹이 나갔다, 뭐 이딴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니?”
“아니, 그건 아닌데…….”
벌어진 일 이전의 스토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왜냐면 난 이 결과가 황당해 미칠 것 같았으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하지만 샘은 내 말을 얄짤없이 자르고 의자를 앞쪽으로 당겨 앉는다.
“얘, 변명은 나중에 듣자.”
선생님이 의자를 책상 쪽으로 바싹 당겨 앉는 바람에 난 샘의 뒤통수밖에 볼 수 없었다. 아무런 여지를 남기지 않는 얄미운 뒤통수 덕에 갑자기 발화 의욕이 싹 사라졌다.
“임헌석, 너 왜 친구를 팼어?”
난 입을 꽉 다물고 허공만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 싹퉁머리 없는 뒤통수에 대고 해야 하는 말은 정해져 있다. 뒤통수가 듣고 싶은 말, 즉 복잡 미묘하게 얽힌 마음 따위는 완벽하게 불순물이 되어 걸러진 채 뒤통수의 주인공이 원하는 팩트 위주의 말만 골라서 해야 한다. 육하원칙에 입각한 아주 드라이한 말을 해야 하는데 그건 진실과는 먼 말이 될 게 뻔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샘은 대답 없는 나를 한 번 힐끗 돌아보시더니 본격적으로 빈정대기 시작한다. 입을 앙다문 내 모습이 눈에 거슬렸을 게다.
“어쭈구리! 입 닫겠다고? 수완이 아빠가 학폭 열면 너 어쩔 건데? 일 벌려 부모님 오시게 할라고? 아주 네가 우리 학교 전설인 네 누나들 얼굴에 먹칠을 할라고 작정을 했구나.”
누나들을 들먹이자 내 안에서 적개심이 활활 타오른다. 샘들한테 한두 번 당한 비교질이 아니라서 더 짜증난다. 하지만 그건 딱히 샘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그냥 오래 전부터 내 안에서 뭉쳐 있던 불만의 체증에 불씨가 붙어 미친 듯이 불길이 번지는 것만 같다.
“헌석아, 샘이 초기 진화해 줄라고 애쓰는 거 안 보이니? 협조해. 셋 셀 때까지 입 안 열면 나 손 뗀다.”
난 입을 더 야무지게 다물었다. 절대 입을 열면 안 된다. 내 안엔 적의가 활활 타고 있어서 지금 입을 떼면 욕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여기서 두 자리 숫자 욕이 입 밖으로 뱉어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이다. 1 + 1 = 2가 아니니까. 반 아이를 팬 놈이 선생님께 욕까지 했다면 죄는 계측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 가중처벌이 될 것이고 결국 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파도에 휩쓸려 본 기억이 있어서 난 안다. 거대한 파도에 휘말리면 내 의지는 완벽하게 사라진다. 아니, 의지고 뭐고 간에 사람이 순식간에 점만 한 개미가 되어버린다. 언젠가 개미들의 행렬에 종이컵의 물을 왕창 들이부은 적이 있었는데, 개미는 ‘버둥버둥’ 그 물이 흘러 없어지기 전까지 ‘바둥바둥’ , 발이 땅에 닿아 있는데도 도망치지도 못하고 찐따같이 그러고 있었다. 난 그 꼴이 되고 싶지 않다. 선생님은 한 손으로 핸드폰 속 인터넷 쇼핑 화면을 스크롤하면서 다소 심드렁하게 묻는다.
“김수완이 너한테 먼저 뭔 짓을 한 거야?”
“…….”
그랬을 리가 없다. 수완이는 그런 애가 아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타입이 아니다. 늘 겁에 질린 채 눈을 내리깔고 다니는 바람에 차라리 누군가로 하여금 없던 공격 욕구를 일으키게 하는 그런 애다. 그만큼 만만해 보인다는 소리다. 만만해 보이면 화풀이 대상이 되기 쉬운 법이다. 나도 집에서 혼쭐이 나면, 바닥을 긁고 있는 내 존재감에 무력감까지 더해져 어쩔 줄 모르겠단 기분이 들어 우리 집 강아지 하몽이에게 화풀이를 한다. 한 번의 발길질에도 겁에 질려 꼬리를 말고 내빼는 하몽이를 볼 때 나란 아이의 존재감이 비로소 두드러기처럼 살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진다. 그나마 내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니까. 어쩌면 그래서 나도 수완이에게 주먹질을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님, 너도 수완이 걔가 막 이유 없이 거슬리고 싫어? 다르게 생겨서? 그래서 그런 거야?”
“…….”
아니다. 그렇지 않다. 거슬리기보다는 수완인 차라리 연민이 느껴지는 아이였다. 물론 내 마음이 평화로울 때엔 말이다. 수완이는 엄마가 파키스탄 사람이라서 눈이 지나치게 크고 깊은데 어쩌다 가까이에서 파르르 떨리는 그 애의 긴 속눈썹을 보면 차라리 마음이 훅 하고 건너갈 적도 있다. 그렇다고 호기심이 들썩이는 그런 정도의 호감은 아니고 그냥 순박한 선의에 속한 마음 정도다. 아마도 할머니가 내게 자주 쓰는 표현 ‘짠한 마음’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이리라. 만약 수완이와 내가 한갓진 골목에서 둘이만 마주쳤다면 아마 난 그 애에게 내 주머니에 들어 있는 지구젤리를 건네거나, 게임 이야기를 꺼내서 잠깐이나마 거리를 좁혀 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얌마! 쫄지 좀 마!’라고 어깨를 치거나 정겨운 훈수 정도는 뒀으리라. 아! 실제로 언젠가 학교 하굣길에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 혼자 앉은 수완이를 본 적이 있었다. 스파이더맨 그림이 그려진 무선 이어폰 케이스를 들여다보고 있기에 난 나름 호감을 표현하느라 툭 치며 ‘스파이더맨 멋진데? 너 닮았스’ 하고 내처 지나갔었다. 완전 빈말은 아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수완이는 팔다리가 긴 편인 데다 양 미간이 넓어서 그런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눈이 크고 약간 튀어나온 것도 그렇고. 내 말에 수완인 씩 웃었고 더불어 나도 웃으며 일별했었다.
그렇다고 그 애와 친구가 될 생각은 절대 없었다. 솔직히 수완인 우리 반 핵아싸인데 괜히 친하게 지내다가 나까지 한 그룹으로 묶이게 될까 봐서다. 우리들 세계에서의 ‘끼리끼리’는 한번 묶이고 나면 그 흔적이 쉽게 안 사라진다. 그래서 신학기 때는 더더욱 누군가와 함부로 말 섞기가 조심스럽다.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행동하기보다는 늘 교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먼저란 소리다. 어차피 학교란 데는 우리 맘대로 벗어날 수도 없는 밀폐된 공간인 데다가 일정 시간 운명적으로 공생을 해야 하니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는 없다. 그래서 수완이에게 건네는 호의는 남들이 없을 때만 가능하다. 솔직히 사람이라면 누구든 줄을 타고 위로 오르고 싶지 추락하기를 기꺼워하지는 않을 테니 나의 이러한 생각에 딴지를 걸 사람은 없으리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한다. 당연한 생각이므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선생님은 이런저런 질문으로 수완이와 싸운 이유를 물어대지만 그 어느 것도 해당되는 게 없다. 대답 없는 나를 뒤에 세워 두고 선생님은 여전히 폰을 스크롤하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신다.
“으휴, 그래도……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야지’란 말은 태어나서부터 쭉~ 들어와서 귓속에 세뇌된 영혼 없는 관용구 중 하나다. 그건 말이 아니라 소리다. 그런데 ‘그래도라니? 내가 수완이를 그냥 싫어해서 때렸단 소리인가?’ 샘은 제대로 된 리스닝조차도 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정말로 수완이를 공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일은 내 의지에 의한 일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런 흐름에 의해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 남들이 들으면 시답잖은 변명이라고들 하겠지만 말이다. 마치 절벽의 제일 가장자리에 서 있던 펭귄이 뒤에서 미는 펭귄들 때문에 엉겁결에 먼저 바다로 떨어지듯이, 물이 모여 낮은 곳으로 흐를 수밖에 없듯이.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에 난 그냥 별 의미 없이 동원된 삼류 배우라고나 할까? 적어도 내가 이 일의 주체는 아니란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든다. 물론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야! 임헌석, 니가 때리고 뭔 개소리야?”
우리가 싸우던, 아니 수완이가 나에게 일방적으로 맞던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아이들의 증거물을 보면 나의 이런 말이 더없이 뻔뻔스럽게 여겨지리라. 동그랗게 원을 그린 채 모여선 아이들 한가운데 서 있는 건 안타깝게도 나와 수완이뿐이었다. 심지어 그 원은 너무나 동그랗기만 해서 어쩌다 한두 명 실수로라도 원 안으로 밀려온 아이조차 없었다. 하지만 동영상의 볼륨을 키워 보면 사정은 다르다. 아이들은 입을 모아 나를 격려하고 있었다. 아니,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구체적인 주문이 난무했다.
‘헌석, 어퍼컷 어퍼컷, 왼손 가드하고.’
‘헌똘, 날려! 날려!’
‘헌석아, 옆꾸리 비었어.’
왜 다들 내 이름만 불러댔을까? 아니면 내 귀가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걸까? 분명 반 아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나를 불렀다. 덕분에 그 순간만큼은 난 영웅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의 넘치는 환호에 우쭐했고 주목받는 순간 황홀했으며 그러므로 내가 날리는 주먹에 명분이 확실했다. 난 그 분위기에 취해 페달을 깊게 밟았고 이미 구르는 자전거 바퀴가 된 채라 관성에 의해 멈출 수도 없었다. 처음엔 수완이도 맞고만 있더니 뒤이어 내게 방어 차원의 주먹을 내질렀고 난 또 답가처럼 날렸다. 우리는 그렇게 뒤엉켜 기브 앤 테이크로 주먹을 나눴다. 잠시 후 ‘이게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의 환호가 극에 달해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옆 반 선생님이 뛰어 들어와 우리를 떼어내는 바람에 고맙게도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야! 니들 뭐야? 안 말리고? 구경났니?”
애들을 보며 앙칼지게 소리치는 샘의 한 마디에 아이들은 김샜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짓고는 서둘러 자기 자리로 갔다. 바닥에 주저앉은 수완이는 팔을 들어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아마 아파서라기보다는 외로워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이들의 섣부른 환호에 정신이 팔려 신들린 듯 잽을 날렸듯이 수완이는 반 아이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자기 위치가 극명해진 데 대한 외로움을 느꼈으리라. 서서 수완이를 내려다보는데 어이없게도 순간 죄책감이 울컥 솟구쳤다. 흥분이 미처 가라앉지 않은 채라 어깨를 들썩이고 있어서 남들이 보기엔 내가 분해서 어쩔 줄 모르는 걸로 보였겠지만 사실은 절대 그게 아니었다. ‘이게 아닌데……’ 하는 후회의 감정이 아주 분명하게 머리를 쳐들었다. 하지만 선뜻 인정하기엔 이미 너무 판이 커져 있던 터라 난 차라리 그 감정을 모른 척해야 했다. ‘잠깐, 이건 아니야!’라며 방향을 턴 할 수 있으려면, 흐르는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가열 찬 용기가 필요한데, 내겐 그게 없었다.
느닷없이 전쟁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상대가 다른 군복을 입었다는 것 하나만을 타킷 삼아 총질을 하던 앳된 군인의 겁먹은 표정. 두려움에 쩐 그 앳된 군인의 얼굴에 내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그들도 애초에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리라. 나도 수완이를 때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하지만 그 뒤로는 인과관계가 맞물리는 그럴싸한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환호 속에 나는 또 배우의 역할을 해내야 하는 나로 돌아가야 했다. 군중 속의 나는 나일 수만은 없으니까.
잠시 뒤 교무실로 오라는 호출을 받고 나설 때도 몇몇 아이들은 내 어깨를 치며 격려를 했고 수완이가 지나갈 땐 코를 틀어막는 시늉들을 했다. 사실 수완이네 집은 시장통에서 건강원을 하기 때문에 수완이의 몸에선 늘 약하게 한약 달이는 냄새가 나곤 했다. 그 냄새가 역겨울 정도는 아니지만 수완이가 근처에만 와도 수완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라 문제 삼기에 좋았다. 때로 문제란 것은 문제가 되어서 삼는 게 아니라, 문제로 만들기 위해 갖다 쓰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블랙 스완 스~~ 멜 웩!’
그러자 몇몇 애들이 키득거리며 따라 하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이유 없는 공격이 얼마나 질 낮은 행동인가에 대해 수없이 교육받은 터라 그동안은 누구도 그걸 빌미로 놀리지는 않겠다는 최소한의 마지노선 안에 갇혀 있었는데 그게 무너졌다. 노골적으로 수완이를 공격하지 않던 아이들이 나와 싸웠다는 이유로, 내 편을 든다는 명분하에 대놓고 ‘블랙 스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창문 밖으로 얼굴을 뺀 애들이 복도를 걷는 수완이에게 계속 ‘블스’라고 외쳐댔다. 그런데 이상하게 난 그 소리가 너무 너무 거슬렸다. 마치 삐죽한 막대로 내 등 뒤를 찔러대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집에서 불리는 내 별명과 너무 비슷해서다. 나 역시 집에서 ‘블쉽’이라고 불리는데 혹여 아이들이 알게 되는 날에는 나와 수완이를 한데 묶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머리끝에서 삐죽댔다. 아이들은 전혀 모르고 또 알 수도 없는 사실이건만, 난 괜히 ‘블스’와 내가 같지 않다는 걸 보이기 위해서라도 앞서 가는 수완이에게 욕을 해댔다.
“야, 개새끼야. 냄새 나니까 빨리 꺼져!”
내 말에 수완이가 뒤돌아봤다. 눈물이 고인 채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는데 순간, 수완의 얼굴에 내 얼굴이 겹쳐졌다. 묘하게도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괴로워서 더 욕을 하게 되었다. 마치 통증에 괴로워 몸을 비트는 것처럼 아이러니하게도 괴롭고 불쾌하고 두려워져 나의 불쾌를 수완이에게 내던진다.
“뭘 봐, 새꺄.”
난 두려움의 포로가 되어 총질을 하던 어린 군인처럼 끝도 없이 욕을 날렸다.
“꺼지라고 개새꺄! 저리로 가 새꺄!”


우리 학교의 전설이며 나의 친누나인 쌍둥이 누나들이 나를 ‘블랙 쉽’이라 부르는지 정말 몰랐었다. 엄마까지 더불어 셋이서 입을 모아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걸 알았을 때 처음엔 그냥 재미로 부르는 별명인 줄 알았다. 블랙 쉽, 해석하면 일명 ‘까만 양’인데 까맣다고 해도 양은 양이니까. 관용적 표현인 ‘어린 양’의 그 양이겠거니 했다. 다만 ‘내가 남자라 까만 양이라고 부르나?’ 이렇게 나 혼자 해석했다. 할머니가 계실 때까진 내 맘대로 해석하고 내 멋대로 행동하는 게 허용이 되었다. 할머니의 절대적인 비호 아래 있었으니까. 그 어렵다는 명문대를 두 누나가 유난스럽지 않게 쓱 들어갔어도 할머니의 세계에서 누나들은 ’잘나 봤자 기집애들‘이었고 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 손주였다. 덕분에 난 특별 대접을 받고 자랐고 개구진 기질이 고스란히 잘 보존된 채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엔 누나들 머리끄덩이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잡아당긴 기억도 있다. 그러다 내가 중학생이 되던 해, 아빠가 지방으로 발령 나면서 할머니도 같이 내려가시게 되었는데 그 뒤로 내 처지가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금기의 선이 집 안 곳곳에 그어졌다. 뻑 하면 누나들이 내게 지적질을 해댔고 뻑 하면 엄마도 내게 소리를 질러댔다. ‘야! 누가 내 책상 뒤졌어?’ ‘이 도둑놈!‘ ’니 건 니가 치우라고‘ ’야! 안 나가?‘ ’아, 드러 진짜‘ ’니 입만 입이니?‘ ’으휴, 찌질이 닭대가리‘ 등등. 내가 몸만 움직여도 알람이 울리는 고문 기계가 설치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참다못한 내가 할머니에게 올라오시라고 떼를 써봤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집에 설치된 알람 고문 기계를 박살내 달라고 이야기도 해봤지만 그 역시 할머니나 아빠의 힘으로 절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상황이 달라지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어쩌면 난 권력의 희생양이 된 걸지도 모르겠다.
누나들에게 미운털이 콱 박힌 난 최대한 알람이 울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애쓰면서 살았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1에서 10으로 하루아침에 행동이 개선될 수는 없는 법, 1에서 2로 그리고 3, 4, 5로 가는 사이사이 나는 계속 알람 고문을 당해야 했고 그러는 동안 고약한 마음이 들어서 삐뚤어졌고 마침내 마이너스의 세계로 갔다. 한마디로 애쓰기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갔다고나 할까? “안 그런다더니 또야?”라며 신경질을 내던 누나들은 급기야 입만 열면 뻥을 친다고 ‘입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뻥쟁이’라고 낙인 찍혀 꼬리표를 달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뻥이 아닌 일은 할 수 없게 된다. 아니, 부담 없이 뻥을 치게 된다고나 할까? 낙인은 개선의 여지를 송두리째 없애는 일이건만 누나들은 나를 궁지로 궁지로만 몰았다.
그러던 중 안방에서 엄마와 누나들이 모여 나를 ’블쉽‘이라고 부르며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되었는데 아무리 그럴싸한 합리화를 하려고 해도 그때 들은 ’블쉽‘은 내가 추측하던 바가 아니었다. 도저히 귀여운 까만 양으로 해석할 수 없는 진흙탕 같은 대화 속에 섞여 굴러다니고 있었다.
“블쉽, 완존 재수 없어. 쟤 아빠 있는 데로 보내버려.”
“가뜩이나 돌인데 학교는 어쩌라구?”
“똘빡이 어디서 다닌들 뭔 상관? 새는 바가지는 어디서도 새기 마련이니 걍 보내지?”
“블쉽, 걔 뻥을 어찌나 쳐대는지…… 동네 망신, 집안 망신 다 처바르고 다닌다구.“
그 블쉽은 귀여운 까만 양이 아니라 천덕꾸러기, 망나니, 그리고 자식들 중에서 제일 못난 자식을 말하는 거란 걸 알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렇게 버젓이 나와 있었다. 하얗고 보송보송한 우아한 양들이 모인 무리 사이에 혼자 꺼먼 털을 뒤집어쓴 못난 양. 그게 바로 나란 생각이 드니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리고 그 뒤론 이상하게 모든 게 다 어긋나기만 했다. 나만 친자식이 아닐지도 모른단 근거 없는 상상에 힘이 실리자, 누나들의 신경질이 단순한 신경질이 아니라 나에 대한 증오처럼만 여겨졌다. 내가 학원가는 날만 치킨을 시켜 먹게 된 게 절대 우연일 리 없단 생각, 그리고 누나들이 경품에 당첨되었다고 자랑하던 백화점 상품권이 어쩌면 엄마가 누나들만 준 걸 거란 의혹을 씻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애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선이란 선은 다 짓밟고 들이박고 엄마한테 대들고 누나들과 싸우고 좌충우돌을 일삼았다. ‘뭐, 어차피 블쉽인데 뭐……’ 이런 마음이 들었으니까.
이상한 외로움에 살갗이 버석거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내 존재에 구멍이 난 것 같아 미칠 것만 같았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내가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에다 고민 상담 비슷하게 적어 보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냥 사춘기 호르몬의 장난이라며 곧 지나갈 거라고 말했지만 아무런 위로가 안 되었다. 다들 남의 말은 참 쉽게들 한다. 나를 할퀴고 지나가 상처가 남는다면 절대 장난일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난 내가 망가져 가는 중이란 걸 어렴풋이 느꼈다. 원래 공부에 취미도 없었는데 더더욱 확실하게 공부에 집중이 안 되었다. 괴로운 현실을 잊기 위해선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공부보다는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이 최고였다. 그 순간 짧게나마 위로가 되니까. 게다가 유난히 암기력이 뛰어난 머리 좋은 누나들과 같이 있다 보면 ‘공부란 것 자체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이 떠올라 공부에 대한 의욕 자체가 사라졌다. 경쟁력 없는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느니 딴 길을 찾는 게 합리적인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예 공부와 인연을 끊고 싶어졌다. 하기 싫어 안 하니 못 하고, 못 하니 더 하기 싫고……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게다가 누나들이 쌍둥이인 것도 내 목을 조이는 데 한몫을 했다. 쌍둥이를 형제자매로 둔 사람들이라면 내 말에 아마 오백 프로 공감을 할 것이다. 그들은 태어나기를 한편으로 태어나서 늘 한패로 다니면서 힘을 과시한다. 우린 삼형제여도 1대 1대 1이 아니라 늘 2대 1이라 항상 내가 열세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거의 둘은 의견이 일치된 터라 나에게 공격할 일이 생기면 둘이 일제히 서라운드형 공격을 하지, 누구 하나 내 편을 들어주는 예가 없다. 아니 어쩔 땐 나를 적으로 삼으면서 둘이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튼 집에서 한없이 내몰리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밖으로 헤매고 돌아다니던 중에 이런 일이 생 겼다. 사실 난 절대 주먹질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그날 점심시간 즈음에 경준이가 에어팟이 없어졌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요즘 에어팟은 흔할 대로 흔해진 품목이고 너나 할 것 없이 다 쓰는 편이라 그다지 주목받을 만한 사건은 아닌데 경준이 건 2세대라서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나 역시 집중하게 되었다.
“아까 화장실서 블스와 마주쳤는데 에어팟 케이스 들고 있던데? 혹시?”
“블스가 에어팟이 있다고? 설마…….”
“있던데?”
“혹시…… 함 뒤져 볼까?”
경준이와 현배가 떠드는 소리에 별 생각 없이 뒤돌아본 게 화근이었다. 하필 경준이와 눈이 딱 마주쳤는데 경준이는 입술로 수완이를 가리키며 내게 복화술로 말했다.
“뒤져 봐.”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그땐 블스가 누구인지도 몰랐으니까. 아니, 완벽하게 못 알아듣는 척하고 그 상황을 피했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경준이는 벌떡 일어나 책상 위에 엎어져 자고 있는 수완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머니를 뒤져 보라고 내게 말했다. 마침 4교시가 체육시간이라 의자엔 수완이 교복이 걸쳐져 있었다. 거절할 수 없었다. 왜냐면 경준이를 비롯해 현배, 세혁이, 기섭이 등 우리 반에서 핵인싸로 불릴 만한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바라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 애들은 마치 나와 오래 전부터 한 편이었다는 식의 정겨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일제히 파이팅 주먹을 휘둘렀다. 솔직히 그때 난 그 애들의 친한 척에 약간 설렜다. 걔들은 뒷자리에 앉아 있고 수완이와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은 내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모양새가 크게 나빠 보이진 않았다. 다시 말해 내가 그 일을 하는 게 그다지 내 자존심에 기스가 갈 만한 일은 아니란 소리다. 게다가 그들이 소리 내지 않고 입 모양만으로 내지르는 함성은 교묘하게 진한 연대감을 이뤘다.
“헌석이 형아, 언~ 능 뒤져 봐.”
형이라고? 유머까지 얹어 친한 척하면서 나를 포함해 뭔가를 하자고 저렇게 힘주어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거절을 한단 말인가? 남의 주머니에 몰래 손을 넣어 뒤적질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아이들이 다 같이 지켜보고 있으니 죄의식은 들지 않았다. 난 나도 모르게 팬터마임을 하는 사람처럼 발끝으로 일어나 소리 없이 조심조심 수완이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교복 바지 주머니부터 손에 잡히는 것을 하나씩 꺼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펴보니 흑염소 사진이 크게 찍힌 건강원 홍보 전단지였다. 내가 그걸 펴 보이며 ‘수완이 증명사진’이라고 하자 아이들은 키득거리고 웃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3G 폴더폰. 내가 폴더를 펴서 귀에 대보는 시늉을 하자 아이들은 자지러졌다. 물론 소리 내지 않고 표정으로 키득대면서 말이다. 사실 처음엔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내가 하는 행동마다 아이들이 환호하며 추임새를 넣자, 신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시시껄렁한 행동이라 해도 사람은 자기 존재에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최근 들어서 내가 이렇게 지지받고 존중받아 본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여서 마냥 들떴다. 마음이 간질간질, 얼핏 행복한 기분도 들었다.
처음엔 네 명이었던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 열댓 명이 나의 행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난 좀 더 과감하게 수완의 옷을 들어 행위예술을 하듯 들어 한 바퀴 회전시켜 돌려 보이기도 하면서 주머니를 뒤졌다. 꼬질꼬질한 손수건, 마스크, 입 냄새 제거 스프레이, 정제불명의 연고, 오천 년 전 유물 같아 보이는 통가죽 지갑 그리고 마침내 교복 윗도리 안주머니에서 에어팟 케이스가 나왔다. 스파이더맨 에어팟 케이스를 손끝으로 들고 흔들자, 아이들은 환호를 했다. 난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폴더폰에 에어팟은 어울리는 품목이 아니라서 양손에 폰과 에어팟 케이스를 들고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하는 품새를 지어 보이자, 급기야 아이들은 책상을 두들기며 웃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손의 물건을 낚아챘다. 돌아보니 그사이에 수완이가 깨서 콧구멍을 벌렁대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야! 왜 남의 주머니를 뒤져? 너 도둑이야?”
수완이가 낚아챌 때 내 팔목이 긁혀 통증 때문에 짜증도 났지만 무엇보다 도둑이란 말에 발끈했다. 다른 애도 아니고 수완이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왠지 수완이는 그런 말을 할 주제가 아니라는, 그 애를 무시하는 마음이 내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평상시의 수완이라면 마냥 머뭇거리기만 해야 하는데 감히 내게 화를 낸 게 좀 어이없었다고나 할까? 더더군다나 애들이 보고 있으니 쪽팔리기도 해서 난 억지를 부렸다.
“도둑은 너가 도둑이지?”
“내가 무슨?”
“야! 그 꼬진 폰에 에어팟이 가당하기나 하냐? 그러니 그건 누구 꺼일까?”
“이거 내 거야”
“니 꺼라는 증거 있어? 말이 안 되잖아? 증거를 대봐.”
어쩌면 수완이가 도둑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편하게 내뱉은 말일지도 모른다. 곧 풀릴 오해이고 어차피 수완이의 그 에어팟 케이스는 나도 전에 본 거니까, 그러니 난 더 이렇게 어깃장을 놓고 있는 거다. 다만 내가 하는 행동의 일거수일투족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반 아이들을 의식한 행동일 뿐, 엄밀히 말해 수완이를 향한 공격은 아니다. 좀 더 오래 주목받고 좀 더 확실히 지지받고 싶다는 욕구가 시킨 일이랄까? 나는 나름 스토리 있는 행동을 하고 싶었다.
“아냐, 이…… 이건 내 거야.”
수완이는 에어팟 케이스를 체육복 바지 주머니 안에 넣고 옷 밖으로 주머니를 움켜쥐었다. 초딩이나 할 법한 행동을 하다니……. 한층 더 얕잡아보고 싶어졌다.
“어라? 이리 줘봐”
뒷자리에 앉아 있던 나머지 아이들마저 스멀스멀 다 와서 동그랗게 서 있었다. 다들 기대에 찬 표정들이라 난 그 기대에 한껏 부응하고 싶어졌다.
“이리 달라고…….”
수완이는 겁에 질린 표정과 목소리로 버벅거린다.
“너…… 왜 그래?”
“구경 좀 하자고.”
난 수완이의 바지 주머니를 잡아당겼다. 그냥 그런 시늉만 해보일 생각이었다. 아니, 그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이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런데 수완인 마치 궁지에 몰린 것처럼 아니, 마치 진짜 도둑질이라도 한 애처럼 나를 밀쳐내면서 바지 주머니를 한껏 더 움켜쥐었다. 그 행동은 아이들을 자극해 마침내 ‘우!’ 하고 떼창을 지르게 했다. 아이들의 ‘우’ 소리에 내 심장은 물론 그곳에 있는 아이들 모두의 심장은 거칠게 뛰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은 단순한 구경꾼도 방조자도 아니다. 싸움을 일껏 북돋는 동조자들인 것이다. 아니, 난 오히려 내가 한 마리 일용직 아바타가 된 기분마저 들었다.
“ 애들이 보자고 하자나. 니 껀데 뭘 못 보여줘? 아! 니 꺼가 아니라 못 보여주나?”
수완인 눈을 껌뻑이며 내게 말했다.
“접때 공원에서 너가 그랬잖아. 이거 나 닮았다며 멋지다고. 너 그때 이거 봤잖아.”
수완인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려고 한 말이지만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듣자니 정말 뉘앙스가 묘했다. 섣부른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한 말이다. 수완인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거다. 역시 현배가 곧바로 반응했다.
“뭐야! 니네 공원에서 서로 멋지다고 말해 주는 그런 사이야?”
현배를 위시해 몇몇 애들이 ‘오~~올’ 하며 괴성을 내자,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거짓말이라도 해서 얼른 이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이런 걸 임시변통이라고 하지 않나? 엮이면 안 된다는 중차대한 과제 앞이라 난 땜빵용 거짓말을 했다.
“내가 언제 너랑 공원에 있었어?”
“너가 그랬잖아? 나한테 스파이더맨 닮았다고…….”
키득대다 못해 배를 잡고 웃는 애들과 그 와중에 ‘스파이더맨이 애인이 있니?’라고 묻는 아이. ‘유부남일걸?’ 이렇게 봉창을 두들기는 아이. 이야기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갈 조짐이 보였다. 난 정색을 했다.
“이게 미쳤나? 내가 언제 그랬어?”
난 그냥 수완이가 에어팟을 꺼내 보여주고 이 상황이 여기서 끝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수완인 자꾸만 나와 만난 사실만을 계속 거론했다. ‘야, 이 미련한 놈아! 분위기 파악 쫌 하라고!’ 속으로는 수완이를 안타까워했지만 마음과 달리 입 밖으로는 잔인한 말이 나갔다.
“야, 내가 너같이 더러운 놈이랑 말을 왜 섞어?”
수완이는 ‘더러운 놈’이란 말에 충격을 먹은 듯이 입을 벌렸다. 슬픈 눈이 되더니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제 보니…… 완전 뻥쟁이구나.”
“뭐, 뻥쟁이?”
집에서 듣던 뻥쟁이란 말을 수완에게서 듣자 난 이성을 잃었다. 가열 차게 날린 내 주먹이 수완이의 안면을 강타했다. 연타로 두 방 또 한 방. 뒷걸음치는 수완이를 향해 두발 뛰기로 걷는 까치마냥 경쾌하게 따라가며 또 한 방. 그렇게 주먹질이 이어졌다. 누구 하나 말리는 아이는 없었다. 다들 돈 내고 자발적으로 격투기장에 구경 온 방청객마냥 신이 나서 환호했다.
“라이트, 레프트, 턴! 턴!”
“헌똘, 날려! 날려!”
수완이가 미워 죽겠어서가 아니라 주먹을 날리는 그 순간, 내 존재가 느껴진다. 누군가를 제압하는 힘, 그 힘이 불러오는 열기, 살아 있음의 증거, 흔적도 없이 배경화면에 묻히지 않는 존재감 있는 나. 내 존재는 확실하다. 고로, 나는 블랙쉽이 아니다.
결국 교무실로 갔을 때 대충의 히스토리를 들은 교무주임은 끝까지 안 뺏기려고 안간힘을 쓰며 주머니를 움켜쥔 수완이를 제압해 에어팟 케이스를 열어 봤다.
“엥, 이거 뭐꼬?”
이상한 콧소리를 지른 교무주임은 수완이는 경준이의 에어팟을 훔치지 않았다면서 아낌없이 수완이 편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그 사건의 1단계는 마무리되고 수완이는 일방적인 피해자로서 양호실로 갔고, 나는 오지라퍼 가해자로서 학생부실로 향해야 했다. 이렇게 우리는 완벽하게 분리되었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수완이의 에어팟 케이스 속엔 놀랍게도 에어팟이 없었단다. 대신 그 자리에는 삼등분으로 자른 키 작은 면봉이 에어팟인 양 들어앉아 있었단다. 얼핏 보면 에어팟을 닮은 하얀 머리의 면봉. 에어팟을 흉내 내고자 한 건 절대 아니고 콧속 염증에 바르는 연고용 면봉을 청결을 위해 넣은 거란다. 어쩌다 빈 에어팟 케이스를 주워서 그렇게 활용한 것뿐이라고. 애들이 보면 놀릴 게 뻔해서 보여줄 수 없었다는 슬픈 뒷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쨌거나 다행히 수완이 아빠는 학폭을 열지 않았고 덕분에 난 가벼운 징계를 받는 걸로 그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징계라고 해봐야 벌점과 화장실 청소가 고작이었는데 어차피 난 성적이나 학적부 이력에 큰 관심이 없던 터라 벌점은 그리 가혹하지 않았고 청소 역시 물만 뿌려대면 되는 거라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물론 마무리로 제출해야 하는 반성문은 큰 고역이었다. 내용이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반성문 샘플을 참고하면 되는 거라 별로 어렵지 않았으나 손가락으로 찍지 않고 모처럼 종이에 볼펜으로 직접 한 자씩 긴 글을 눌러 쓰는 게 어찌나 힘이 들던지……. 그 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려울 게 하나도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인사받기에 바쁠 지경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끝난 게 정말 다행이라고 다들 나를 격려했고 심지어 쌍둥이 누나들조차 ‘운 좋은 줄 알아라’ ‘변호사 비용까지 들게 했으면 넌 죽음이었다’라며 다소 어색한 안도의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난 무슨 상이라도 탄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말 이상한 건 다들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후반부의 일처리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라는 점이었다. 그 누구도 수완이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내게 종용하는 사람도, 그런 의식을 치르는 기회조차도 없었다. 선생님들도 벌점 처리와 반성문 제출에만 방점을 찍었지 수완이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가 없었다. 심지어 피해자는 수완인데도 반성문은 선생님이 받았다. 마치 학교 안에서 소소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배상을 학교에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난 그 대목이 약간 찝찝했다. 똥 싸고 밑은 닦지도 않은 채 바지를 허겁지겁 추켜 입은 것처럼 개운치 않았고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내 목을 은근하게 조였다. 전처럼 공원길에서라도 수완이와 마주친다면 사과할 생각은 있었는데 도무지 마주칠 기회는 없었다. 어쩌면 수완이가 나를 피해 다니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더 이상 아무런 희망을 안 걸고 ‘넌 도둑이고 뻥쟁이며 주먹질하는 놈이다’로 결론지은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수완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서 정말 싫었다. 그래서 다들 잘 끝났다고들 하지만 난 이 일은 끝이 안 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이 일은 나와 수완이만의 일이 아닌 것 같단 생각도 자꾸만 들었다.
내가 비록 주먹질은 했지만, 난 나쁜 애가 아니고 블쉽도 아니란 증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난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뭔가 밝고 맑고 건전한 결론과 교훈을 내 몸에 새기고 반성도 하고 수완이에게 사과도 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하루를 경쾌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내가 진. 실. 로 ‘까만 양’이 아니라 ‘하얀 양’이 될 수 있을 텐데…… 나의 줏대 없고 의미 없는 주먹질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그럴싸한 마무리가 있어야 할 것만 같은데…… 다들 잘 끝났다고 인사만 건넨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뭔가 이상한 거 아닌가?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정말 큰맘을 먹고 학원 옆자리 친구 놈에게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 스토리로 의논했는데 그 애는 다 듣고 나더니 아주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이상하면 치과 가봐.”
놈은 내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었던 게 뻔하다. 손으로는 연신 핸드폰을 스크롤 중이었으니까. 하긴 요새 애들은 원래 긴 이야기는 잘 안 듣는다. 하물며 전후좌우가 애매한 이야기를 이해할 턱이 없다. 말하는 나만 진지충으로 남을 게 뻔하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이상할 때 치과 말고, 가서 물을 수 있는 데가 어디 한 군데쯤 있었음 싶다. ‘정말, 이게 끝인 게 맞는 건가요?’

















박하령

참여자 / 박하령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글을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다가, 이 땅의 오늘을 사는 아이와 청소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본격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2010년 「난 삐뚤어질 테다!」가 'KBS 미니시리즈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의자 뺏기』로 제5회 살림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새호운 악마캐릭터를 통해 선택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로 제10회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으며, 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자녀를 다룬 남다른 가족 이야기를 다룬 『발버둥치다』는 '2020 서울시 올해의 한 책'에 선정되는 등 여러 기관의 추천을 받았다.
장편소설 『기필코 서바이벌!』 『1인분의 사랑』이 있으며 그밖에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공저) 『세븐 블라인드』(공저)가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재미와 의미가 잘 어우러진 양명한 청소년소설을 쓰기 위해 계속 고민중이다.



《문장웹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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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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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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