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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에세이3] 내 인생의 주인공에게

  • 작성일 2016-11-01
  • 조회수 1,085


[연재에세이]



이야기를 통한 고민 해결 ‘내 인생의 주인공에게’

-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삶을 위해



김혜정



이번 글의 테마가 된 이야기의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려고 했지만, 몇 번을 쓰다가 지웠다. <슬램덩크>를 어찌 몇 줄로 설명할 수 있을까? 농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해본 적 없는 고등학생 강백호는 첫눈에 반한 채소연의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엉겁결에 농구부에 들어가게 된다. 농구 경기의 룰도, 기본 동작도 모르는 강백호는 조금씩 농구를 배워 가며 진짜로 농구를 좋아하게 되고, 진정한 바스켓 맨으로 성장한다, 라는 이 두 문장은 너무나 조악하다.


한참을 고민했다. 그렇다면 <슬램덩크>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강백호의 이야기.

그래, 이 한 마디면 됐다. <슬램덩크>는 강백호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


아마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였을 거다. “오늘부터 SBS에서 <슬램덩크> 나온대!” 몇몇 친구들이 호들갑스럽게 만화 방영 소식을 알려왔다. 고작 텔레비전에서 만화 하는 걸 가지고 이 난리라니, 난 그 아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나도 초등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 앞에 앉아 만화를 보는 게 삶의 낙 중 하나였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텔레비전에서 하는 만화는 왠지 유치하게 여겨졌고, <포켓몬스터>니 <천사소녀 네티>, <세일러문>이니 하는 만화영화를 하나도 보지 않았다.(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세일러문 주제가를 아직도 외우고 있다. 중 2 때 우리 반 반장은 세일러문의 광팬이었고, 반가를 세일러문 주제곡으로 해야 한다고 우겼다. 덕분에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세일러문> 전주만 나오면 따라 부를 태세를 취한다) 텔레비전 만화는 초등학생들이나 보는 거라며, 나는 고고하게 앉아 천계영과 박희정의 만화책을 읽었다.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내 짝이었던 L은 <슬램덩크>는 다르다며, 내가 분명 좋아할 거라며 주저리 주저리 <슬램덩크> 이야기를 했다. 이게 일본에서 엄청 인기를 끈 농구 만화라며,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며 말이다. 농구부 이야기라 아주 조금 흥미롭긴 했다.
그 당시 농구대잔치(1983년부터 시작된 대한농구협회 주관의 농구 대회)를 좋아하지 않은 여학생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농구는 인기 스포츠였으니까. 나는 순전히 농구 선수 우지원 오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세대에 가길 희망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시기에는 어차피 우지원 오빠는 졸업을 하고 없을 테지만, 농구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세대는 나의 로망이었다! 이처럼 여중생의 진로 선택은 단순과 심오 사이에 놓여 있다. 뭐 결국 내가 연세대에 가지 못해 우지원 오빠가 연세대를 졸업한 건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슬램덩크>가 ‘농구’ 이야기라는 말에, 한번 봐주지 뭐, 라는 마음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친구 L의 예언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나는 1편을 보고 <슬램덩크>에 그대로 빠져버렸다. <슬램덩크>가 시작하는 6시에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와 만화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녹화까지 했다.(그 당시에는 우리가 왜 그렇게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를 해댔는지 모른다. 다시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녹화를 하면 이제 이건 ‘내 꺼’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만화책 대여점을 찾아다니며 <슬램덩크> 만화책을 빌려 읽었고, 용돈이 생기는 족족 <슬램덩크> 만화책을 한 권씩 사서 모았다.
실력이 좋지 않았던 북산고는 점차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원조 차도남이라 할 수 있는 농구 천재 ‘서태웅’, 포기를 모르는 불꽃 남자 ‘정대만’, 북산고의 중심을 잡아 주는 고릴라 주장 ‘채치수’, 소질은 없지만 농구를 정말 좋아하는 안경 선배 ‘권준호’, 단신의 약점을 극복한 ‘송태섭’ 등 <슬램덩크> 속 인물들은 농구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 농구 무식자에서 농구 천재로 거듭나는 강백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다른 인물들도 충분히 매력 있지만, 강백호를 따라올 순 없다.
강백호는 입버릇처럼 “물론! 난 천재니까.”라고 말한다. 후에는 진짜로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났을 때도 그 말을 하지만, 농구를 배우는 초기부터 너무나 기본적인 동작을 이제 겨우 해내면서도 그런다. 처음에 농구부 동료들은 별거 아닌 걸 해낸 후 스스로 천재라는 말을 하는 강백호를 두고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냐고 하지만 점차 생각한다. 정말 저 녀석 강백호는 천재가 아닐까? 하고. 동료들은 강백호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강백호를 우습게 본 자신을 의심한다.



가장 주인공다운 주인공


그래서 강백호네 팀이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하는지, 강백호가 NBA에라도 진출하는지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그건 아니니까. 그 치열했던 전쟁 같은 농구 경기들은 고작 전국대회 16강전까지 가는 과정이었다. 물론 전국대회 16강전도 충분히 대단한 거지만, 이제까지 영화나 만화에서 다루어진 스포츠의 배경은 세계 올림픽이라든지 월드컵 정도는 되었다. 그렇기에 전국대회 예선을 다룬 이야기라고 하면 시시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후에 나도 <슬램덩크>를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슬램덩크>의 연재 종료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16강까지 가는 데 7년의 연재 기간 동안 31권이나 필요했다면, 우승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부터 작가와 편집부 사이가 좋지 않아 연재를 중단했다는 루머도 있다. 이야기 결말을 차치하고 <슬램덩크>의 팬들이 연재가 끝난 것을 아쉬워한 건, 그들이 우승까지 가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그들을 보지 못해서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슬램덩크>에서는 옆 학교와의 친선경기도 올림픽이나 NBA 못지않게 긴박하고 중요하게 표현했다. 경기의 규모나 볼륨이 뭐가 중요할까?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건 남의 월드컵이 아니라 내가 출전하는 조기축구이다.
<슬램덩크>를 보면서 난 한 번도 강백호를 의심하지 않았다. 뒤늦게 농구를 처음 배우면서 우쭐하는 강백호는 자칫 돈키호테형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백호가 농구를 배워 나가는 과정은 그를 허풍쟁이가 아닌, 독자가 진심으로 믿고 지지하고 싶은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강백호는 주변에서 만나는 인물들과 그가 겪어 가는 사건들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더욱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들었으니까. 강백호는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스스로 천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달렸다. 자칫 소홀히 넘길 수 있는 일들도 100프로 자신의 것으로 체득했다.
또한 강백호는 현재, 지금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내일, 나중에 무엇이 되기 위해 농구를 하기보다, 현재를 즐겼다. “물론! 난 천재니까.”와 더불어 강백호의 명대사는 바로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이다.
강백호는 <슬램덩크> 이야기 속에서뿐만 아니라 자기 세계의 명백한 주인공이었다. <슬램덩크>를 보고 있으면, 모든 게 강백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강백호는 세상의 중심을 자신으로 만드는 기적의 사나이였다.
십대 시절, 나는 강백호를 너무 좋아하여 일기에 강백호를 흉내 낸 말을 자주 썼고, 강백호처럼 행동해야겠다고 다짐도 수시로 했다. 닮고 싶은 강백호가 있어서 나는 덜 흔들리며 십대를 버틸 수 있었다. 강백호는 나의 등대이자 지침이었다.



이미 너는 주인공


어떻게 하면 제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 수 있을까요?”


종종 십대 아이들이 내게 이 질문을 한다. 처음에는 제대로 답을 해주지 못했다. 무슨 이런 자가당착의 질문이 있을까 싶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당연히 나인데, 주인공이 어찌 주인공 노릇을 하느냐는 질문을 하다니. 이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어떻게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하느냐고 관객에게 묻는 거나 다름없다. 그 질문을 받은 관객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다. 관객이 기껏 할 수 있는 답변은 ‘당신이 주인공이니까 주인공답게 움직이세요.’가 아닐까.
십대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왜 아이들이 이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해 봤을 때, 자기 인생에 관여하는 조연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부모님, 선생님은 인생을 더 많이 살았다는 근거로 답을 정해 놓은 후 이래라 저래라 하고, 친구들을 보면 나보다는 잘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기에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에 너무 많이 신경을 쓰고, 자기중심을 못 잡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실은 나도 그렇게 살고 있었다.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슬램덩크>와 강백호를 나는 잊고 지냈다. 내게 <슬램덩크> 만화책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은 친구 P의 탓만은 아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위축되었다. 무언가에 도전하기 전에 과연 이게 잘될 수 있을지 계산하기 바빴다. 해봤자 안될 거야, 해봤자 뭐 해,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어느새 내 안의 강백호는 사라져 버렸다.
강백호를 다시 떠올린 건 중학교 도서관에서다. 나이든 사람들의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식의 이야기를 나는 꽤 싫어하는 편인데, 이번만 하고 넘어가야겠다. 요즘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가보면 참 부럽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의 도서관은 항상 문이 잠겨 있어서 어쩌다 한 번 개방을 했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책들이 그득했다. 하지만 요즘 학교 도서관은 분위기도 밝고 장서 보유량도 많다. 무엇보다 만화책까지 구비해 책에 관한 포용력이 참 좋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학교에 만화책을 가지고 가면 압수당했고, 만화를 유해하다고 여기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의 학교는 좋은 만화책이라면 구입을 하는 듯하다. 중학교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슬램덩크>를 꽤 자주 봤다. 하지만 농구 붐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슬램덩크>를 잘 모른다는 십대들이 많아 안타깝다. <슬램덩크>를 보고 강백호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주인공이면 주인공답게


얼마 전 강연을 간 중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저는 미용사가 되고 싶은데, 제 꿈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요.”
“왜? 부모님이 반대하시니?”
“아뇨. 부모님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하니까 찬성하셨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미용사가 별로 좋지 않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들이 너에게 중요한 사람들이니?”
“그건 아닌데, 그냥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나는 그 아이에게 굳이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 없다고, 그냥 무시해 버리라고 했다. 부모님도, 중요한 사람들도 아닌 사람들은 내 인생의 조연도 아닌 ‘단역’일 뿐이다. 왜 주인공이 일개 단역의 말을 일일이 신경 쓰고 살아야 하는가? 영화보다 실제 삶의 주인공은 더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감독 역할도 해야 한다. 내 주변 인물들을 주조연급으로 격상시킬지, 단역으로 깎아내릴지는 순전히 주인공인 ‘나 자신’이 결정할 문제이다.
우리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길 테고, 지금 당장은 내 옆에서 나를 괴롭히는 인물들도 멀리 보면 하찮은 조연에 불과하다. 주인공이라면 조연이나 단역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그 영화는 중심을 잡고 제대로 흘러갈 수 있다. 주인공이 주인공인지 모르고, 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영화만큼 재미없는 건 없다. 주인공이면 주인공답게 행동해야 한다.
<슬램덩크>에서 농구 실력으로 따지자면 강백호가 아닌 서태웅이 주인공이었어야 한다. 하지만 원탑 주인공은 강백호다. 강백호는 지구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게끔 만들었다. 아무도 강백호를 허황된 인물이라 비난하지 않았다. 누구도 강백호를 의심할 수 없다. 강백호는 제대로 된 주인공이니까.
내가 주인공인 이유는 남들보다 예뻐서, 잘나서, 대단해서가 아니다.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미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로 정해져 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다고, 내 인생의 주인공 자리를 내줄 수는 없다. 내 인생의 주인공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사람도 그 사람의 인생이 있기에 내 인생의 주인공 자리를 맡아 주지도 않을 거다. 그러니 내 인생의 주인공 자리는 내가 맡아야 한다.
주인공 노릇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제일 먼저 자신이 주인공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다음 스스로에게 주인공 대우를 해야 한다.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갔으면 좋을지 생각한 후, 내게 불필요하거나 힘들게 하는 인물들을 단역으로 밀어내리는 거다. 반드시 스펙터클한 사건이 생기지 않아도, 흥미진진한 영웅담이 펼쳐지지 않아도 괜찮다. 사실 삶은 ‘어벤져스’ 같은 마블의 이야기보다 ‘빅뱅이론’ 같은 시트콤에 더 가까우니까.
그래도 주인공 노릇이 쉽지 않다면 강백호를 흉내 내도 좋을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해도, 내가 믿으면 되는 거니까 강백호처럼 큰소리 좀 빵빵 쳐도 좋다. 세상의 중심을 자신으로 맞추는 연습을 조금씩 하자.
주인공은 바로, 나다!








김혜정
작가소개 / 김혜정

- 1983년생. 청소년 소설과 동화를 주로 쓰는 작가, 실은 이야기 중독자. 이야기를 읽고, 보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 직접 만드는 작가가 되었다. 1년에 150여 권의 책을 읽고, 50여 편의 영화를 본다. 이제까지 쓴 책으로 『하이킹걸즈』, 『닌자걸스』, 『판타스틱걸』, 『다이어트 학교』, 『텐텐영화단』, 『잘 먹고 있나요?』 등 청소년 소설과 『우리들의 에그타르트』, 『맞아 언니 상담소』 등 동화, 에세이 『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는 법』이 있다.


《문장웹진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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