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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서 괴작까지15]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요

  • 작성일 2014-07-15
  • 조회수 358


[영화 칼럼_명작에서 괴작까지 15]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요


정세랑(소설가)




단순한 것들이 우리를 지켜준다. 당연한 것들이, 안전한 것들이, 웃음이 우리를 지켜준다. 단순하다는 평가에는 언제나 비하의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 단순함은 미덕이 아닌가 한다. 미덕은 아름답고 갸륵한 것, 혹은 그런 행동.



<레고 무비>를 보면서 우와, 이 영화라면 다섯 번은 질리지 않고 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아름다운 화면이었다. 끊임없이 웃었고 약간 울었다. 레고를 가지고 신나게 놀다가 커다란 보자기에 묶을 때 나던 특유의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떠올랐고, 여전히 레고나 다른 장난감들을 모으는 어른들은 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가늠해보았다. <레고 무비>는 정말 특별한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흥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소문이 나지 않았다. 아마 너무 단순할 것이라 생각하고 넘겨버린 게 아닌가 한다. 레고가 레고지, 노란 얼굴을 갈아 끼우겠지, 애들 영화겠지 하고 말이다. 보이는 것보다 단순하지 않은 영화들이 있다. 그런 영화들을 더욱 사랑해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나한테는 채닝 테이텀이 그런 배우였다. 맡는 역할이 주로 춤을 추지 않으면 싸웠다. 머리도 늘 너무 짧았다. 얼굴도 몸도 예민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없었다. 성격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달까. 그런데 이런 모든 편견이 <21 점프 스트리트>를 보면서 깨졌다. 동명의 TV 시리즈를 영화로 리메이크했는데, 성격이 다른 경찰 콤비가 신종 약물을 수사하러 고등학교에 잠복근무를 한다는 내용으로 턱과 배의 근육이 아플 만큼 웃을 수 있는 영화다. 어깨의 힘을 빼고 코미디를 하자마자 채닝 테이텀의 영리함이 빛났다. 보이지 않았던 면면이 드러났다. 내면에 재미있는 부분을 잔뜩 품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대사가 주어져도 다른 사람을 웃기기 힘들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사람이 가지는 섹시함, 장악력, 카리스마, 뭐라 불러도 좋을 그것이 거기 있었다. 채닝 테이텀이 다시 보였다. 이후 다른 코미디 영화에서 카메오로 나온 적도 많은데, 채닝 테이텀은 단순해 보이는 자기 이미지를 아주 재밌게 가지고 놀았다. 거리낌이 없었고 자신감은 넘쳤다. 코미디 영화를 더 자주 찍어줬으면 한다. 사실 <21 점프 스트리트>의 속편인 <22 점프 스트리트>가 곧 국내에도 개봉할 텐데 상영관을 더 많이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칼럼을 쓰고 있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그만둔대> 역시 상영관을 더 많이 얻었으면 했던 영화였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상영 시간표가 한두 개의 영화로만 통일되는 건 정말이지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다. 운동도 잘하고 인기 있는 키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두면서 그 파급력이 퍼져 가는데, 학교라는 좁은 세계에서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거나 혹은 두려워하는 여러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배구부, 야구부, 배드민턴부, 관현악부, 영화부 등 어떤 그룹에 속해 있는가가 결국 계층을 이룬다. 차갑고 잔인할 때도 있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울 때도 있다. 원작 소설도 굉장히 좋아서 두 번 읽었다. 원작자인 아사이 료는 학교 바깥의 넓은, 그리고 조금 나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밝기만 한, 그래서 조금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그런 흔한 학원물이 아니다. 학원물에 보통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이 영화에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작품이면 자연히 살아남아서 사랑받을 거라는 말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책도 영화도 이 기이한 시장 구조에서 살아남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대형 마케팅이 따라붙지 않으면 잊히고 묻히는 이곳에서는 눈 밝은 사람들이 더 발견하고 건져 올리고 소리 내 응원해야 하겠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인데,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만 있다면 수많은 다른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젊은이들이 제값을 받고 일할 수 있다면, 엄마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면, 위험한 작업에 안전시설이 더 확보된다면, 사고가 나지 않게 쉬어가면서 할 수 있다면. 커다란 재난부터 사회 불균형까지, 결국은 모두 일하는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받고 있는가에 달렸다. <해피 플라이트>는 코미디 영화지만,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하루를 언뜻 단순한 부품같이 보였던 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합쳐 구해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한 대가 있다. 이 비행기에는 기장 승급 테스트를 받는 젊은 부기장과 심사를 하는 베테랑 기장, 깐깐하지만 프로 의식 넘치는 사무장, 국내선에서 국제선으로 처음 옮겨 온 스튜어디스가 있다. 그런데 이 비행기의 핵심 기기가 조류 충돌로 고장 나고, 도저히 목적지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회항이 결정된다. 회항이 결정된 공항은 하필이면 심한 태풍 한가운데다.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비행기로 위험한 착륙을 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관제탑과 레이더실과 상황분석실과 지상업무 데스크와 정비팀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동분서주하며 마음을 졸인다. 영화의 제목처럼 물론 해피한 엔딩이지만, 결코 쉽게 거기에 다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공항과 비행기의 뒤쪽 풍경을 그리는 이 영화에는 분명 애정이 스며 있다. 자기 직업을 사랑하며 해내는 사람들, 그들이 그럴 수 있게 해주는 변하지 않는 원칙과 오래된 경험 끝에 얻어진 가이드라인들에 대한 애정 말이다. 나는 종종 동료 소설가들에게 소설이 너무 '떠나자, 직업의 세계'가 아닌가 놀림 받곤 하는데 그래도 더 그렇게 쓰고 싶어졌다. 어떤 일들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돌아갈 때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분명 있다.
단순한 것들이 우리를 지켜준다. 당연한 것들이, 안전한 것들이, 웃음이 우리를 지켜준다. 단순하다는 평가에는 언제나 비하의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 단순함은 미덕이 아닌가 한다. 미덕은 아름답고 갸륵한 것, 혹은 그런 행동. 간결한 선으로 움직이고 싶다. 그 움직임이 누군가에게 이로움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당신을 웃게 하고 싶다. 그런 단순한 욕구로 이 글을 계속 쓰려 한다.




정세랑 (소설가)kim-hae-jun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역사교육학 전공. 2010년 판타스틱과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등단.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발간.




《글틴 웹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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