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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서 괴작까지 14] 계속 해나가는 힘

  • 작성일 2014-06-16
  • 조회수 852


[영화 칼럼_명작에서 괴작까지 14]



계속 해나가게 하는 힘


정세랑(소설가)




성취감보다 좌절을 더 자주 느껴야 하는 이 어려운 인생, 지치지 않고 계속 해나가는 힘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코믹스 안에서조차 세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엑스맨> 시리즈가 처음 영화로 선보인 것이 2000년, 나는 열일곱 살이었다. 문화예술계 종사자가 어릴 때 대개 그렇듯이 좀 유난한 편이었고 상처 받을 일투성이였다. 청소년기는 몇 년 동안 더디게 지나야 하는 터널 비슷한 것이었는데, 그랬던 시기에 <엑스맨>은 독특한 위로였다. ‘다름’에 대해 이렇게 쉽고도 세련되게 말하는 영화가 또 어디 있을까. 그로부터 14년,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하지 않은 몇 편은 사실 조금 처질 때도 있었지만 한결같이 온 세계의 돌연변이들을 위해 엑스맨들은 싸워왔다. 달라도 괜찮아, 다른 걸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가장 심플한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영화들이 여전히 더 필요한 세상이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도 찰스와 에릭은 여전히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원칙이 다른 두 친구의 관계가 새삼 다시 보였다. 원하는 것이 같은데도 이렇게나 어렵다. 성취감보다 좌절을 더 자주 느껴야 하는 이 어려운 인생, 지치지 않고 계속 해나가는 힘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코믹스 안에서조차 세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가끔은 도리어 퇴보하는 것 같으며, 곁에 있던 사람들을 자주 잃는다. 어떻게 하면 이 지지부진해 보이는 싸움을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역시 10년 전인 2004년의 영화지만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와인을 마실 때마다 떠올릴, 알렉산더 페인의 <사이드 웨이>에도 두 친구가 나온다. 소설을 쓰는 마일즈는 2년째 이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커리어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배우 잭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우울한 마일즈와 피상적이고 유아적인 잭은 아름다운 와인 농장들을 여행하며 각자 마음에 드는 여성들을 만난다. 잭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닥쳐올 파국은 분명하지만도 계속 웃음 짓게 하는 영화다. 소설가로서 출간 거절 쓰리 아웃을 당한 마일즈가 그래도 괜찮아질 거라는 아주 현실적이고 꾸미지 않은 희망이 보였던, 그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은 결말이 자주 생각난다. 손이 많이 가고 여리디여린 피노 포도 같은 우리들도 마일즈처럼 괜찮아질 거라고 말이다. 여담인데, 화제작인 <그녀>의 테오도르가 마일즈를 좀 닮지 않았나도 생각했다. 유구한 마일즈 계통의 남자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작인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그야말로 응원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가족의 균열을 여과 없이 그리는 솔직한 영화여서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이거 재밌겠는데 싶은 정도였지만, 보다보니 ‘이거 끝에 가서 봉합을 어떻게 하려고 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상쾌하게도 봉합 따위 없었다. 가족의 초상이 아니라 가족의 참상에 가까운 붕괴였다. 약물 중독자인 어머니, 자살한 아버지, 아버지와 내연 관계였던 이모, 그저 사람 좋은 이모부, 강직한 성격의 큰딸, 여린 둘째딸, 가벼운 셋째딸, 둘째딸과 사랑에 빠진 사촌……. 원래 연극이었던 작품이라 대사가 굉장히 좋고 신랄하게 즐거운 부분도 분명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비밀들이 드러날 때마다 저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줄리아 로버츠가 맡은 역할은 큰딸인데 그중 가장 카타르시스가 있는 캐릭터였다. 가족 관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보는 중간에는 더 스트레스를 받을지 몰라도 어설프게 봉합하지 않는 이색적인 영화라 마음에 들 것이고, 분명 줄리아 로버츠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줄리아 로버츠 말고도 메릴 스트립, 이완 맥그리거,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명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대단해서 챙챙, 하고 칼날 부딪치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긴 영화다. 2시간 48분짜리다. 영화 속에서도 10여 년이 흐르는데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비에 돌란의 작품을 계속 챙겨 봐야겠구나, 그런 결심도 들게 한다. 어릴 때 사촌들과 잠수 시합을 할 때, 로렌스는 가장 마지막에 수면으로 올라오는 아이였다. 죽기 직전까지 참는 아이. 그래서인지 서른다섯 살이 되어서야,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너무 오래 억눌러왔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라도 여자로 살기로 결심한 로렌스는 천천히 외모를 바꿔간다. 그런데 로렌스에게는 애틋한 연인이 있다. 빨간 머리의 자유롭고 아름다운 프레드. 비가 오는 날 차 안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키스를 하고 건조기에서 나온 따뜻한 빨래를 머리 위에 쏟아 붓는 사이다. 로렌스가 직장과 가족에게서 받는 외면을 아파하고, 프레드는 로렌스의 변화를 돕겠다고 결심한다. 사랑하는 남자가 이제 여자로 살겠다고 마음먹어도 곁을 지키겠다고 말이다. 굉장한 결심이 아닐 수 없지만, 두 사람 사이는 아주 복잡해진다. 로렌스를 사랑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성애자인 프레드는 계속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프레드를 위해 남자로 남기에 로렌스는 너무 괴롭다. 두 사람은 헤어졌다 만나며 이해와 실패를 거듭하는데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해도 이 사랑은 계속될 것만 같다.
여기까지 썼는데도 계속 해나가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더디고 비열한 세상에서도 계속 해나가는 사람들에게 감탄한다는 것이다. 비관적인 새벽이 더 잦아도, 자조하면서도 놓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갈망하는 대상, 혹은 세상에 끝내는 가 닿지 못하고 그 방향으로 수렴하는 선에서 삶이 끝난다 해도 “그 사람 끝까지 싸웠어”로 요약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정세랑 (소설가)kim-hae-jun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역사교육학 전공. 2010년 판타스틱과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등단.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발간.




《글틴 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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