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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도그빌 (Dogville)

  • 작성일 2014-03-21
  • 조회수 904


[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우수상-비평&감상글



도그빌 (Dogville)

- 라스 폰 트리에, 『도그빌(Dogville)』(2003) 영화감상문



김경환 (고양예고 3학년)





라스 폰 트리에가 감독한 『도그빌』은 로키 산맥 인근의 작은 마을에 숨어든 주인공 ‘그레이스’와 마을 사람들에게 도덕 교육을 함으로써 선구자 역할을 자청하는 작가 ‘톰’, 그리고 그 마을 전체 주민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예술영화이다. 2003년 칸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은 이 영화는 최고의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그레이스 역)과 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만났다는 점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니콜 키드먼은 2000년 배우 톰 크루즈와 이혼한 직후 5년 사이에 12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꽃피웠다. 그녀의 대표작인 『물랑루즈』, 『디 아더스』, 『패닉룸』, 『콜드마운틴』등도 이 12편 안에 속해 있으며, 2003년 『도그빌』은 그녀의 필모그래피 정중앙에 놓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인 그녀와 내놓는 작품마다 칸 영화제의 애정을 받아온 라스 폰 트리에의 만남이니만큼 화제성은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도그빌』이란 영화 그 자체에 더 열광했다.


영화 속 마을의 이름은 제목과 같은 ‘도그빌’이다. 개에게 살점을 줬다고 혼나는 아이들과, 뼈다귀만 씹으며 짖어대는 개(모세), 불구가 된 딸을 돌보는 가정부 여자, 자신이 맹인인 걸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노인, 도시의 창녀를 찾아가 하룻밤을 보내는 걸 창피해하는 운송업자, 도시에서 낙향해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과수원 인부,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도덕적 계몽을 원하는 자칭 작가 톰, 그들이 있는 곳. 그런 마을로 어느 밤 주인공 그레이스는 자신을 쫓는 갱들을 피해 몰래 숨어든다. 어디선가 들려온 총성과 마을의 개가 짖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느낀 톰은 폐광 근처에서 개의 뼈다귀를 훔친 그레이스를 만나게 되고, 그는 그녀의 등장이 마을사람들의 도덕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이후 그레이스는 마을에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호의를 베푼다. 갱들의 추적으로부터 숨겨주는 대신에 그녀에게 답례를 받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보상심리를 이용한 톰의 친밀감 생성 작전이었다. 그레이스는 2주 동안 허드렛일과 같은 ‘안 해도 되지만 해두면 좋은 일’들을 실천하며 마을 주민들과 친구가 되고 진정으로 마음을 나눴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레이스를 마을에 둬도 괜찮을지 결정하는 유예기간이었던 2주가 모두 끝난 후 이루어진 주민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마을에 남는 것을 허락받게 된다. 이렇듯 그레이스는 시골 마을 도그빌에 무사히 어울리는 듯싶었으나, 갱들의 사주를 받은 경찰들이 붙인 현상수배 벽보에 의해 상황은 반전된다.


벽보에 그려진 그레이스의 얼굴을 보고 사람들은 고민한다. 그레이스를 신고해야 하는 게 옳은지 마을에 숨겨두는 게 옳은지. 벽보가 갱들의 수작이란 것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어떤 게 옳은지에 대해 그들은 판단하지 못했다. 당위적으로 법은 따라야 하는 위치에 있는 절대적인 것인데 그 법이 윤리적으로 바르지 못하다면? 개인은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데, 도그빌의 주민들은 그레이스의 임금을 낮추고 그녀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 그러니까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그녀를 마을에 남겨두었다.


이러한 마을의 흐름 속에서 톰은 중재자 역할을 맡으며 몇 가지 타협점을 만들어 내지만, 그것이 그레이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끝내 그녀와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는 틀어지게 되었고 그녀가 베풀었던 호의는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것이 되어 어떠한 권리처럼 주민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것을 ‘이빨을 드러내는 도그빌’이라고, 영화는 친절한 내레이션을 통해 말해준다. 이 장면에서 사회와 개인의 윤리와 도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경찰의 벽보가 붙기 이전의 개인은 ‘주민들과 그레이스’라는 도그빌 마을이었고, 사회는 ‘갱들과 손을 맞잡은 경찰들’인 국가였다. 그리고서 사회의 직접적인 영향력에 의해 그레이스를 지켜주려던 주민들의 윤리의식은 보상을 요구하는 이해타산적인 사무적 관계로 변질되었다. 그럼 벽보가 붙은 이후를 생각해보자. 개인은 ‘그레이스와 중재자 톰’, 그리고 사회는 ‘도그빌 주민들’이다. 앞서 보았던 변화처럼 개인보다 우위에 있는 사회를 따라 윤리의식과 도덕성은 변질되기 마련이며, 벽보 이후의 개인과 사회의 상태도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있음을 영화는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그레이스의 생활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노예의 삶이다. 주민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점점 몰인정해졌으며, 과수원 인부이자 그녀와 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이하, 척)는 그녀의 약점을 잡아 계속적으로 성폭행하기에 이른다. 더 이상 도그빌에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지쳐버린 그레이스는 톰과 상의해 마을에서 탈출하기로 결정한다. 다음 날 운송업자(이하, 벤)에게 톰이 준비해온 10달러를 쥐어주고 그레이스는 마을 떠난다. 화물칸 사과상자 사이에 누워 마을의 소음과 개 짖는 소리, 바퀴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지나치며 그녀가 탄 트럭은 도시 한가운데 도착하게 된다.


이때 벤이 트럭을 멈추고 화물칸을 비집고 올라탄다. 바로 앞에 경찰들이 깔려 있고 더 이상은 위험하다며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벤. 그레이스가 더는 돈이 없다고 말하자 그녀의 옷을 벗긴 후 성관계를 맺는다. 그녀는 지쳤지만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며 트럭이 다시 출발해 안전한 곳에 도달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트럭을 타고 도착한 곳은 도그빌. 벤은 그레이스가 몰래 화물칸에 태우고 다시 마을로 데려오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고 거짓말하며 그녀를 몰아세운다. 그녀는 이제 갈 곳도 없고 몸을 누일 곳도 없다. 주민들은 톰의 아버지(에디슨)가 도둑맞은 10달러가 그녀의 짓이라고 말하며 그레이스의 목에 족쇄를 채운다. 그리고 그 뒤에서 톰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다.


아침마다 그레이스는 족쇄를 이끌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밤이면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잠이 든다. 처음 그레이스가 가졌던 호의도, 그녀에게 주었던 마을 사람들의 호의도, 도그빌이란 마을엔 어떤 윤리와 도덕성도 없는 듯 느껴진다. 그리고 그 모습 자체가 인간이라는 듯이, 인간성의 바닥을 핥는 장면들을 영화는 계속해서 보여준다. 톰은 그녀가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지만 표면적으로 마을주민들과 대립하려고 하진 않는다. 톰의 원래 목적은 그레이스를 마을에 수용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고 ‘인간성’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하고 본질적인 글을 쓰기 위해 도그빌과 그레이스를 자신의 실험대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레이스는 그런 그의 실험적인 태도에 대해, 그 오만함에 대해 지적한다. 그의 알량한 도덕적 허영심이 도그빌과 그레이스를 여기까지 몰고 왔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잠겨 있던, 그러나 자신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생각을 들키게 되어 그녀를 부정하고 결국엔 주민들과 담합해 갱들을 마을로 부르기까지 한다.


이쯤에서 영화 내내 보인 그레이스의 태도에 대해 다시 떠올려본다. 그레이스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던 때에도, 받아준 후에도 막대하던 그들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 욕을 하지도 않았다. 조용히 떠나려 했음에도 다시 잡혀와 목에 족쇄를 달게 된 후에도 그녀는 자살하려거나 하지 않았고, 언제 누군가에게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닥쳐서도 남을 위협하지 않았다. 그녀는 참는다.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그렇지만 그 안엔 ‘나는 내 이성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들은 그렇지 못한다’는 더 깊은 오만함이 전재로 깔려 있었다.


마을로 찾아온 갱들. 갱들의 보스는 그레이스의 아버지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숨겨져 있었던 오만함을 지적함으로써 그녀의 태도가 잘못 되었음을 말한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관용적으로 베풀어주는 것이 자신의 도덕적 잣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결국 오만한 생각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비판했던 톰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잣대가 진정한 윤리나 도덕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책임과 힘을 떼어 받기로 한다. 도그빌은 그녀의 말 한마디에 불바다가 된다. 그녀를 욕했던, 짓밟았던, 강간했던 도그빌의 모든 것은 자신보다 더 힘 센 것 앞에서 재가 된다. 마치 하늘에서 물난리를 일으켜 심판을 벌인 것처럼, 마을에는 모세라는 이름의 개 한 마리만 남아 컹컹 짖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러닝타임 3시간의 이 영화는 보는 동안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짜인 개요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화 사이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라스 폰 트리에의 실험적인 촬영 기법들이 우리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 중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영화의 장면을 세트장에서 촬영했다는 것이다. 크고 넓은, 마을의 온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올 만한 크기의 세트장엔 벽이 없고 인물들은 모두 분필로 그어진 경계선을 두고 건물이 있는 것처럼 행동할 뿐이다. 그래서 과수원 인부 척에게 그레이스가 성폭행을 당하던 장면까지도 벽 없는 세트장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귀찮은 일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분필 같은 마음의 선을 그어두고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아하는 인간들의 본성을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드러낸 기법이다.


그레이스, 혹은 톰, 그것도 아니면 도그빌 마을 주민들이 되어 이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내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양심과 가치는 과연 얼마나 옳은 것인가, 나는 어떤 도취에 빠져서 내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 내가 지금 어떤 것에 휘둘리고 있지 않은가를 자문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믿었던 것들이 정말 그 자리에서 무사히 존재하는지 돌이켜보게 만드는 영화. 불길이 휩쓸고 간 영화 마지막에 우리는 홀로 남아 질문을 던지게 될 뿐이다. 하나의 기회처럼, 심판 후에 오는 구원처럼.



< 수상소감 >

동경에 대해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누구처럼 시집을 천 권 쯤 읽고 싶다.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상자로 호명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제 바람 속의 인칭이 되는 ‘누군가’를 동경하고 그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 속이 꽉 차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언제 계절이 뒤바뀌는지 정확히 모르는 것처럼, 그들은 어느새 제 곁이 아닌 먼 곳에 서 있었습니다. 왜 사람은 무섭도록 빨리 혼자가 되는 걸까요.

혼자 말하고 혼자 듣는 나날에, 그래도 같이 있어준 사람들이 고맙습니다. 사랑해 마지않는 Y. 힘들어도 힘든 티 내지 않았던 누나. 든든한 이모. 항상 옆에서 독려해주신 T선생님과 K선생님 그리고 강성은 선생님. 마지막으로 제 언어의 시작이 되어주신 엄마와 아버지. 이 이름들 앞에 서면 제 외로움이 부끄러워집니다. 기분 좋은 봄날을 맞게 해주신 김미정, 고봉준 평론가님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김경환 (필명 : 동경이)kim-kung-hoan


고양 예술 고등학교 3학년 문예창작과 재학
경상대학교 제 19회 전국고교생백일장 시 부문 장원
제52회 원광 전국 고교 현상문예백일장 백일장 대회 시 부문 차하
동의대학교 제 29회 전국고교생백일장 시 부문 차하
명지대학교 제21회 전국 고등학생 문예백일장 시 부문 최우수상
제15회 만해축전 전국 고교생 백일장 시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축전상 등




《글틴 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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