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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글이다] 4화 : 까페 창비, 나를 쓰게 하는 것들 / 서재진 시인, 정성우 소설가

  • 작성일 2023-05-04
  • 조회수 1,427

까페 창비, 나를 쓰게 하는 것들

서재진, 정성우


   들어가며

   카페 창비가 아니다. ‘까페’ 창비다. 예스러운 발음을 가진 이 공간은 현재 브라운 핸즈와 협업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북카페라는 본질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다. 1층에는 다양한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 책들은 판매용이라 서가에서 서서 읽는 것만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아동 청소년 도서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진열해 놓았다는 점이리라.
   서가를 살펴보자 어릴 적 즐겁게 읽었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 『짜장면 불어요!』 등의 소설이 눈에 띄었다. 아동 청소년들이 서가를 둘러보다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나의 유년을 만들었던 책들이 아직도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카운터 근처의 신작 서가에는 작가들의 친필 사인본과 주목할 만한 신간들이 놓여 있다. 창작과 비평에서 출간된 그 도서들은 매우 흥미로웠고 표지 디자인이 아름답다. 선배나 동료 작가들의 신간들도 몇 권 놓여 있었는데, 훑어보자 묘한 창작욕이 불타올랐다. 언젠가는 나도 책을 내야지, 하는 마음에서 솟아오른 욕구고 바람이다. 이 시기의 지하 1층, ‘작가의 방’이라는 공간에서는 김지안 작가의 동화책 『튤립 호텔』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창작을 위한 대형 테이블도 몇 개 있다. 테이블에는 콘센트가 적절히 비치되어 있으며 카페 분위기 자체가 시끄럽지 않아 글을 쓰기 좋았다. 이 도입부를 쓰고 있는 지금도 아마 자신만의 무언가를 쓰러 왔을 누군가가 자연스레 합석했다. 북카페라는 특성답게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까페 창비는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쓰고 싶게 만든다. 명저와 신인 작가들의 첫 책이 한 공간에 놓여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을 배우고 따라 하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하여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얻고 나면 또 무엇을 쓸 것인가. 창작에 대한 강한 열망과 더불어 내 욕망의 본질에 깔려 있는 ‘작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를 쓰게 하는 것들-서재진 시인

   중학교 때, 흔히들 반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교정기와 단발머리와 까르르 웃는 소리가 사랑스럽던 그 애는 내가 작가가 될 거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글을 쓰려면 국어지! 하며 우선 국문학과, 그것도 고려대 국문학과를 목표로 잡은 참이었고 친구들은 모두 나를 응원해 줬다. 2008년도의 책상에 고려대학교 14학번 서재진, 이라고 낙서하기도 했었다.
   그 애는 어느 날 자기가 대단한 걸 알아 왔다며 내게 말을 걸었다. 인터넷에서 본 건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은, 는, 이, 가, 같은 조사를 빼먹지 않고 쓰는 경향이 있대. 그러니까 너도 글을 쓸 때 조사를 많이 넣어서 써봐. 너는 꼭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 얘기에 나는 글을 쓸 때면 가급적 조사를 생략하지 않는 버릇을 들이게 됐다.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습관이다.
   그런 말들이 나를 쓰게 했다. 조사를 생략하지 말아야 한다는 ‘꿀팁’의 내부에 굳건히 박혀 있는, 내 친구는 꼭 노벨 문학상을 받으리라는 믿음 같은 것. 아직도 글을 쓸 때면 조사를 넣으려고 노력하며 문장이 꼬일 때면 짧게 치고, 너무 어려운 한자어는 쓰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종종 떠올리는 건 그 애가 활짝 웃던 모습이다. 읽어 주는 이와 응원하는 이가 있어 쓴다고 하면 너무 고리타분한가.
   까페 창비의 내부는 조용하고 따뜻했다. 부담스러울 만큼 고요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이 적당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중학생 시절의 우리를 그 공간에 데려다 놓고 싶었다. 여기 책이 진짜 많다. 다들 글을 쓰고 있네. 우리도 나중에는 무언가가 되어 있을까. 어른이 되면 함께 다시 오자. 그래, 꼭 그러자.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그 약속을 주제로 시답잖은 수다를 실컷 떨 것이다.
   나를 쓰게 하는 것들은 주로 그런 것들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를 들으면 거대한 자신감에 약간의 부담감이 더해지는데, 그 조그마한 부담감이 투지를 만들어낸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써야겠다는 것은 어쩐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같지만, 독자가 있어야 작가도 있는 법이다. 읽어 주고 기다려 주는 이들을 생각하면 노트북 폴더 속에 잠재워 놓은 초고들이 함께 떠오른다. 언젠가 책으로 묶이길 기다리고 있는 그 글들 말이다.
   일상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독특하거나 재밌거나 슬픈 일들 역시 나를 쓰게 한다. 이 소식을 어서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의 일상을 뒤흔든 것들이 남의 일상에 잠시 얼굴을 비추길 바라며 쓴다. 어제는 집 앞 편의점에 갔다가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약 오 년간 못해도 일주일에 다섯 번은 들락거리던, 문화센터에서 장구를 배우신다는 친절한 사장님이 계신, 때로는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노각이나 단호박 같은 것들을 문 앞에 늘어놓고 파는, 그 편의점이 말이다.
   나와 사장님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가 저녁마다 맥주를 사 간다는 것이나, 담배는 오 년째 같은 것을 피운다는 사실이나, 가끔 친구가 놀러오면 과자나 김밥을 산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 것이다. 매출이 나오지 않아 매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으로 놀란 내게 사장님은 우리 매장을 늘 이용해 줘 고맙다고 하셨다. 감사하다는 말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내 일상에 끼어든 사건을 알리기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내 일상을 벗어나 버린, 나의 일상이었던 것들이 슬프다는 소식을 남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슬픔을 남들이 읽고 공감했으면 싶다. 결국은 나의 감정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유치한 욕심에서 시작된 쓰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유치한 욕심은 문장이 되어 글을 만든다. 읽히기 위한 글을 위해 나는 어쨌든 쓴다.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14학번이 되고 싶던 열다섯 살 중학생은 어느새 스물여덟 살의 대학원생이 됐다. 자주 학교 앞 카페에서 글을 쓰고 가끔은 까페 창비나 독수리 다방에 가기도 하며 일상을 만드는 사건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삶과 감정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다. 타인이 있어야 내가 있다. 의존하지 않되 의지하기 위한 삶을 위해 쓴다. 까페 창비에는 어린이 도서가 그들의 눈높이와 비슷한 곳에 꽂혀 있는 것처럼.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의지하고 그 의지가 문장을, 글을, 삶을 만든다.


   나를 쓰게 하는 것들-정성우 소설가

   창작욕에 사로잡힌 건 19살 여름 어느 주말이었다. 아침부터 텅 빈 독서실에 홀로 앉아 EBS 문제집을 펼쳐 놓고 언어 영역 지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수능 연계율이 70%였기에 문제를 푸는 것보다 지문을 한 자라도 정확히 외우는 게 더 중요했다. 논리 추론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굳이 그럴 필요 없었겠으나 당시 나는 지문을 세 번 읽어도 문제를 틀릴 정도로 엉망이었다. 3월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 7등급을 받고 급우들에게 한동안 언어 능력 문제아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인이라면 공부를 하지 않아도 5등급 밑으론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면 8, 9등급엔 외계인이 포진했단 말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속한 학급에는 거짓말처럼 나를 빼곤 모두 5등급 이상이었다. 심지어 국어 시간마다 엎드려 자던 녀석조차 4등급을 받아 따로 과외를 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그러므로 당시 내게 입시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중요한 건 언어 이해 미흡자 꼬리표를 떼는 거였다. 한국인인데 한국어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거세게 문질렀다. 만약 성적을 5등급 위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평생 고칠 수 없는 병을 떠안고 살아가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비문학 지문은 타오르는 의지를 매정하게 꺼트렸다. 정확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구구절절 풀어 놓은 텍스트였는데, 떠오르는 건 E=mc2밖에 없다. 왜 질량과 에너지가 사실상 동등하며 어떻게 상호 교환될 수 있는지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아인슈타인의 세계관을 핥지도 못하고 책을 덮고 말았다. 잠시 후 청승맞게도 눈가가 젖어들었다. 앞으로도 쭉 기질상의 모자란 부분을 개선하지 못하는 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허점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역시 노력만으론 미래를 바꿀 수 없는 건가, 앞으로 타인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 하기 싫고 어려운 일을 얼마나 해야 할까. 그렇게 스스로를 책망하고 의심하고 비관하다 보니 허기가 졌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인근 롯데리아로 넘어가 불고기 버거 런치 세트를 시켜 먹고 자리로 돌아왔다. 가까운 창유리로 햇살이 비쳐들었다. 잠이 솔솔 왔고, 책은 지독히도 펼치기 싫었다. 그래서 엎드려 잤다.
   일어나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또다시 스스로를 책망하고 의심하고 비관했다. 그러다 보니 기력이 달려 긴 지문은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문학 파트로 넘어가 시가 모여 있는 쪽을 펼쳤다. 얻어걸린 작품은 윤동주의 서시였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활자가 가슴에 눈처럼 하분하분 내렸다. 두 번 읽고, 세 번 읽고, 네 번 읽고, 자꾸 읽다 보니 코끝이 시큰해졌다. 독서실 마감 시간이 될 때까지 서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대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우려면 얼마나 깨끗한 양심을 지녀야 할까. 또 그만한 양심을 지녔다면 윤동주의 인생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왜 나는 그 구절이 전혀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나는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마지막 의문에 그렇다고 답하지 못했다. 의문이 풀리진 않았으나 언어 영역 성적도, 급우들이 붙인 멸칭도, 지문 밑에 달린 오지선다도 모두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런 것들에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졌다.
   습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시간이 꽤 흐른 뒤였으나 창작의 방향성은 서시를 마주한 날 정해졌다. 솔직한 글쓰기. 그래선지 작가의 성찰이 그려지는 작품을 볼 때마다 노트북 앞에 앉게 된다. 떳떳한 표현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상상이 가미되더라도 삶의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문장, 경험하지 않았다면 전개하기 힘든 구성, 자유, 사랑, 혼돈, 성장, 이런 거창한 관념만으로 예리하게 끼워 맞출 수 없는 메시지들. 그런 것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도려내어 집필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비록 현재 허구를 쓰고 있지만, 적어도 문장을 쓰는 양심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지에 활자를 펼쳐 놓으면 빈약한 부분과 과장된 부분이 보인다. 인간이기에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쓸 순 없을 것이다. 거기다 타인의 덕담이 얹히고, 권태에 사로잡히고 피곤하면 퇴고를 미루게 된다. 보여주기 부끄러운 문장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문장을 마주하면 작가가 언급되지 않더라도 작가의 일상이 보인다. 나는 그런 작가들에게 배운다.


   나가며

   까페 창비에 앉아 있으면 곳곳에 꽂힌 서적의 저자와 마주할 것만 같은 상상에 빠진다. 아무래도 창작과 비평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다 보니 출판을 논의하러 온 작가들이 한 번쯤 들르지 않을까. 그래선지 테이블에 노트북을 얹어 놓은 손님들은 모두 작가로 보이기도 했다. 화면을 그저 응시하는 사람, 손가락을 쉬지 않고 놀리는 사람, 바삐 두드리다가 미소를 머금는 사람. 다들 인상은 낯설었지만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의 표지에 이름이 떡하니 새겨져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의 화면이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몰래 엿보는 건 못할 노릇이었다. 커피를 홀짝이면서 그들은 오늘을 어떻게 기록할지 상상해 봤다. 4월이니 벚꽃이 등장할 거야, 봄 햇살도 빠질 수 없을 테고, 서가에 꽂힌 명저도 심심찮게 등장하겠지. 날씨부터 그들의 옷차림 혹은 헤어스타일까지 섞어 가며 내용을 유추했으나 결국 자해석이었다.
   카페 중안엔 유리 조각이 매달린 샹들리에가 있다. 윤보경 작가의 ‘빛의 파편’이란 작품으로 폐공장의 유리를 업사이클링한 조형물이다. 주워온 유리답게 곳곳이 긁히고 마모됐다. 그래서 궁금했다. 흔적이 남기까지의 과정이.
   유리 파편 너머의 손님들은 여전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나 앵글의 마모가 더해져 조금 전과 분위기가 달랐다. 치열해 보이기도 했고, 공장 노동자의 마음가짐으로 보면 짐짓 한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궁금증을 좇다 보니 한 인물이 떠올랐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먼지를 들이마시다가도 창밖으로 흩날리는 벚꽃을 올려다보며 집필에 애끓는 사람. 그건 수년 전의 나였다.
   타인의 기록이나 흔적을 보다가 창작욕이 샘솟아 글을 휘갈겨 쓰면 이따금 스스로와 마주한다. 어쩌면 집필은 타인에게서 스스로와 비슷한 조각을 수집하고 짜 맞추는 과정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글을 공유하면서 울고 웃고 성찰한다.
   나는 글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다. 까페 창비 서가에도 그걸 일깨워 준 책들이 많았다. 김한수 소설가의 『봄비 내리는 날』, 토머스 핀천의 『느리게 배우는 사람』 등등. 하지만 아직 펼치지 못한 책이 더 많았다. 그 사실이 막막하기보단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앞으로도 외로움을 덜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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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관리자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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