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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좌담 ‘읽는 사람’ 2차 : 온라인 서점에 모이다

  • 작성일 2022-08-01
  • 조회수 1,308

[연속좌담]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 좌담 ‘읽는 사람’
2차 ‘온라인 서점에 모이다’

 

 

 

 

 

ㅇ 회의명 :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 좌담 ‘읽는 사람’ - 2차
   - 소주제 : 온라인 서점에 모이다


ㅇ 참여자 : 금정연(작가/사회자), 김서령(소설가, 폴앤니나 대표), 김유리(MD, yes24), 반여진(마케터, 웅진씽크빅), 이승훈(카카오 브런치)


   - 독자의 모습들
   - 변화하는 독자, 변화(해야) 하는 출판
   - 굿즈, 이북, 혹은 구독
   - 되팔기 위해 책을 읽는 문화, 중고 서점
   - ‘도서’정가제?
   -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고민들
 

 

 

〈개회〉

 

금정연 :   안녕하세요. 저는 좌담의 사회를 맡은 금정연이라고 합니다. 오늘 주제에 맞춰 말씀드리자면, 2001년부터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했고요. 2006년에 알라딘에 입사해서 2010년 2월까지 일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서평을 비롯한 이런저런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오신 분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서령 :   저는 소설을 쓴 지 20년 차가 됐어요. 여기는 소설가로 온 게 아니라 1인 출판 사장으로 오게 된 것 같은데요. 저는 폴앤니나라는 출판사를 시작한 지 3년 됐고요. 문학 전문, 그중에서도 소설만 하고 있어요. 잠깐 딴짓을 한 번 하기는 했지만, 문학 전문으로 마음을 먹고 현재 열세 권 정도 책이 있는 햇병아리입니다. 본캐와 부캐를 왔다 갔다 하며 지내고 있어요. 독자의 입장도 있고요. 그렇습니다.

 

이승훈 :   안녕하세요. 저는 카카오 브런치에서 사업 제휴를 맡고 있는 이승훈이라고 합니다. 비문학 전공자고요. 아무래도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작가이거나 해당 계통에서 오래 일하신 것 같아서 많은 배움도 얻어갈 겸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서 사업 제휴를 하면서 다양한 외부 활동들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반여진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웅진씽크빅 단행본 성인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 일을 계속해 온 마케터이기도 하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김유리 :   저는 yes24에서 2011년부터 2022년인 지금까지 딱 10년 채운 MD 김유리라고 하고요. 저희 회사 특성상 특정 한 분야를 오래 맡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에세이와 예술, 자연과학을 담당하고 있는 MD입니다.

 

금정연 :   오늘 주제는 ‘독자들 온라인 서점에 모이다’인데요. 여전히 책은 주로 온라인 서점을 통해 팔리고 있으니, 독자들이 온라인 서점에 모였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기 모인 독자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에는 카페 등의 커뮤니티나 블로그, 서재 등을 통해 말하자면 양질의 서평을 쓰시는 독자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렇게 활동하시던 분들 중에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분들, 인문사회 분야의 저자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그러던 것이 2010년대 이후 블로그의 시대가 저물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단문이나 이미지 위주의 SNS로 전환되면서 덩달아 2000년대에 반짝했던 리뷰 문화라는 것도 조금은 시들해진 것 같은 느낌인데요. 책을 사기 전에 살까 말까 고민하면서 리뷰를 참고하기도 하고, 읽고 난 뒤에 다른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한 마음에 리뷰를 찾아보기도 하고, 제 책을 내고 난 다음에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었는지 찾아보기도 했던 입장으로서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물론 독자분들의 존재가 서평만을 통해서 발현되는 건 당연히 아니겠지만요. 이런 상황과 관련해서 독자들이 갈수록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한탄들이 있었는데요. 그런 한탄으로 끝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요. 독자라는 존재를 출판이나 유통, 그것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미디어 환경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모인 네 분의 조합이 굉장히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독자는 이런 존재다, 하고 딱 잘라서 정의 내릴 수 없겠지만, 코끼리를 더듬듯 각자의 자리에서 실감하는 독자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가능하다면 하나의 커다란 상으로 조합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독자들 온라인에 모이다’라는 주제를 들으셨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서령 :   저는 주로 제가 하는 일 중 하나가 문학 강연 기획인데요. 제가 강연을 하기도 하고, 다른 작가님들께 청탁을 드려서 섭외한 후 강의를 마련하기도 해요. 장소는 대부분 서점이거든요. 제가 지금 서점 네 곳과 연계해서 한 달에 열두 개 정도를 하고 있거든요. 제가 하는 건 여덟 개지만, 나머지 여섯 개가 있어서 열네 개를 하고 있는데요. 이 강연이 항상 서점에서 열리다 보니 서점을 늘 오픈해야 되잖아요. 서점에 늘 사람은 있어요. 사람은 굉장히 많은데, 그 사람들이 뭘 하느냐면, 책을 살펴보고, 표지 예쁜 것들을 보잖아요. 그걸 사진을 찍어 가요. 주문은 온라인에서 하는 거예요. 아무리 사진 찍기 금지라고 해놔도 소용이 없어요. 제가 서점에서 강연하는 것도 서점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건데 거기에서 실제로 구매로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제가 큰 서점에서도 강연하고 작은 서점에서도 강연하지만, 작은 서점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거기는 정말 큐레이션 활동만 하게끔 책이 소규모로 있으니까 거기에서 바라는 것들은 정말 그 서점과 개인적인 관계, 많은 정을 쌓은 분들이 오시다 보니 일반 독자분들이 가입이나 책을 사려고 찾지 않으시는 거예요. 아무리 서점에서 쿠폰을 찍어 줘도요. 그런 것들이 있더라고요. ‘온라인 서점에 모이다’라는 제목을 듣고 딱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지, 다들 온라인 서점에 모이지. 서점은 텅 비었지. 이건 정말 이제는 그 누구도 ‘아니야, 그렇지 않아’라고 말을 하기 어려운, 흔한 기본 명제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쓸쓸한 일이죠. 그럼에도 저는 서점을 꼭 열고 싶습니다.

 

금정연 :   앞으로 서점을 여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서령 :   네. 제가 출판사를 시작할 때 사람들이 말렸던 게, 세상에서 가장 돈 안 되는 게 작가인데 두 번째로 돈 안 되는 출판을 하려고 하느냐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서점까지 하려고 하다니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 하는 이야기를 엄청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김유리 :   저 같은 경우 2011년에 입사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제가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인터넷 서점이 있지만, 어른들에게는 생소한 공간이기도 해서 제가 yes24에 입사했다고 하니 거기가 어딘지 모르시는 친척들이 훨씬 많았어요. 서점이라고 하니까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곳이냐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 약간 비슷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이 없는 서점이라고 말씀드리니 창고 같은 곳에서 일하는 줄 아시더라고요. 물류창고 아니냐는 질문을 하셨어요. 새삼 아직은 온라인이 대세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입사했어요. 십 년이 지나고 나니, 처음 입사했을 때는 이제야 온라인이 좀 올라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을 넘어서 모바일 중심으로 체계가 잡히고 있거든요. 독자들도 맨 처음 책을 접하는 게 모바일이다 보니, SNS 비중이 커지면서 모바일 서점에 가까워진 사실이 있거든요. 이번 기획좌담 주제가 ‘온라인 서점’인 걸 보고 십 년 만에 세상이 이렇게 급변할 수 있나 생각했어요.

 

반여진 :   모바일이라는 것에 저도 공감해요. 예전만 해도 PC로 책을 주문하거나 직접 서점에 가서 구매하던 걸 이제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바로 구매가 되잖아요. 특이하게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 중심으로 바뀐 후 연령대나 지역 등의 정보를 확인할 게 있음에도 묘하게 안개 속의 존재라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구매 경로가 다양해져서이기도 하고 분야가 다분화되고 목적이 다양해졌기 때문인 것도 같고요

 

이승훈 :   브런치 입장으로서 독자라고 하는 콘셉트의 개념을 저희는 유저라고 볼 수도 있겠죠. 미디어 언론사가 발행하는 기사를 읽는 유저도 독자이고, 티스토리나 카카오 스토리에서 일상 로그를 올리시는 유저들도 잠재적인 독자일 수도 있고요, 블로그 콘텐츠를 읽는 유저들도 독자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완결된 형태로 발행된 글을 읽은 분들도 독자입니다. 저희는 이 모든 유저들을 독자로 볼 수밖에 없긴 해요. 그리고 실제 책을 산다는 행위에 대한 것은 통상적으로 오프라인 서점, 온라인 알라딘, yes24, 교보문고 같은 곳에서 사시는 분들일 텐데요. 플랫폼에서도 링크 같은 것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유도하잖아요. 저희는 독자라는 개념보다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부분에 포커스를 두긴 했어요. 제가 합류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브런치를 그간 보다 보니 독자보다는 작가에 포커스를 두는 느낌이 있어요. 왜냐하면 퍼블리싱하면 저희 알고리즘에 따라 노출되는 것을 불특정 다수들이 읽게 되니까요. 브런치 입장에서 독자에 대한 부분보다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게 작가예요. 보다 보면 독자가 사실상 작가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브런치를 보다가 나도 작가를 해볼까? 해서 작가가 되는 분이 많기 때문에 저희는 사실 작가와 독자라는 개념 자체를 나누어 보지 않습니다.

 

김서령 :   요즘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굉장히 모호해져서 독자들이 독자 입장에서만 작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나도 창작을 하는 사람이기에 보는 입장이 생기기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브런치가 하는 일이 크죠.

 

이승훈 :   굳이 쪼개어 보면 일상의 로그를 쓰는 법, 카카오에 서비스되는 카카오 스토리 같은 걸로 시작했다가 티스토리로 시작하시기도 하고요. 아마추어에서 프로 영역으로 넘어가 티스토리로 시작해서 나도 뭔가 다듬고 완결된 형태의 글을 써봐야지 해서 브런치로 작가 신청을 하셔서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플랫폼에서 작가라고 하는 개념이 언론사를 통한 크리에이터 개념이라고 한다면, 사실상 작가와 독자는 동일한 맥락이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작가로 등단,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작가님들의 블로그나 글을 보고 독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이건 플랫폼이나 미디어의 특성이 계속 발전하고 변화함에 따라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부분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정연 :   말씀해 주신 내용들을 듣다 보니 독자라는 존재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저는 청소년 시절 삼촌이 운영하는 서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요.

 

김서령 :   좋으셨겠어요

 

금정연 :   네. 좋았죠. 지금처럼 그때도 친구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학교가 끝나면 서점에 가서 카운터 옆에 놓인 보조 의자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었어요. 오가는 손님들을 보기도 했고요. 인터넷 서점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다 보니, 그때도 작은 서점은 잡지와 참고서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책 좋아하고 할일 없는 동네분들이 모여서 통기타 치면서 노래도 부르고 밥도 먹고…… 너무 옛날 같은 일이죠. 실제로 옛날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제가 옛날 사람이다 보니 여전히 독자라는 말에서 그런 이미지를 우선 떠올리게 되는데요. 요즘에는 독자라는 말보다 소비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뭐가 더 좋다 나쁘다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작은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되 구매는 온라인을 통해 하는 건 전형적인 합리적인 소비자의 모습이죠. 다른 한편으로는, 이승훈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독자와 작가라는 존재가 플랫폼을 통해 유저라는 존재로 통합되고 있기도 한 것 같고요.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자리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출판사, 작가, 플랫폼 등 각각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작가와 독자의 모습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독자의 모습들

 

김서령 :   예전에 제가 작가로서 살 때, 작가 친구들이 모이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책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소화되는 것이다. 그게 문청의 마음을 흔드는, 너무 낭만적이었던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독자가 책을 소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야 하는 책임의식 같은 게 생겼어요. 제가 출판사를 하다 보니 독자는 소비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우리가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작가는 그냥 작가이고, 책을 좋아하든, 소비하든, 어쨌거나 사서 읽는 데서 벗어나서 이제는 사람들이 작가와 직접 소통을 원하는 경우가 뛴단 말이죠. 이를테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잖아요. 제가 에세이집을 한 권 내면서 작가 후기에 그런 말을 썼어요. 사실 나는 독자들이 쓰는 블로그 리뷰를 몰래 보고 있다. 다 보고 있다. 그 책을 읽으신 독자분들이 제 것도 보고 계신가요? 하는 리뷰를 올리시는 거예요. 제가 한번 슬쩍 댓글을 달았어요. 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아,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분이 책을 많이 읽는 분 같지는 않았는데, 그분의 블로그에 저희 출판사 책이 막 올라오는 거예요. 마케팅이 이런 거구나 알게 되면서 인스타그램 같은 데 책이 올라오면, 이 책은 제가 편집한 책입니다, 혹은 제 책입니다 하고 인사를 달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그분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책을 읽고 서점에, 책꽂이에 꽂아 두는 시대와는 차이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차이를 느끼는 곳이 저는 브런치와 텀블벅이거든요. 텀블벅에 보면 독자로 살아왔던 사람들이 나도 책을 만들어 볼까? 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발전한 과정을 보면 독자로 시작하셨고요. 브런치도 사실 제 주변에 브런치 작가가 많은데, 브런치 독자를 만나 본 적은 없어요. 다 브런치 작가들이죠. 작가들이 원하는 플랫폼의 모습 같은 것이 있어요. 지금 독자들은 대부분 쓰는 일을 병행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솔직히 우리가 그렇잖아요. 그 어떤 시대보다 많은 글을 읽고, 많은 글을 쓰는 시대잖아요. 많은 에세이를 읽고, 카톡에다 글을 쓰고요. 페북에다 글을 쓰고요.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창작하는 것과 읽는 것의 경계가 거의 무너졌다고 생각해요. 저는 섞여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쓰고, 그걸 읽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금정연 :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직접 다가가시는 편인가요?

 

김서령 :   다가가는 걸 잘하지는 못하고요. 훅 달라지는 걸 느끼니까 좋다가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요.

 

반여진 :   얘기하시니까 저도 생각나는 게, 확실히 요즘 독자들은 소통하고 싶어 하고, 자기가 읽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자기가 잘 읽은 책에 대한 카드 뉴스를 만들어 올리기도 하고, 리뷰를 텍스트로 남기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오디오로 올리시는 분들도 있고요. 내 경험을 남들에게 퍼뜨리면서 그 소스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나 창작자가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김유리 :   MD가 되고 싶어 하는 모임에 초대받은 적이 있는데, 다들 SNS에 북스타그램 같은 걸 운영하고 계시더라고요. 책 읽는 사람도 이렇게 조금인데, 그중에도 자신의 시간을 들이고 공들여 리뷰를 쓰고, 카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열 명이나 있다는 게 신기하긴 했거든요. 확실히 요즘 독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작가 못지않게 열렬히 홍보하더라고요.

 

김서령 :   마니아들만 남아서 그런 것 같아요.

 

금정연 :   혹시 MD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냉혹한 진실을 말씀해 주셨나요? MD 자리는 T. O.가 안 난다, 라는…….

 

김유리 :   업계에선 워낙 소수죠. 온라인 MD가 40명 남짓도 안 될 거예요. 제가 없어지면 자리가 하나 나지 않을까요?

 

김서령 :   제가 2014년인가 2015년에 알라딘 지원했다가 떨어졌거든요.

 

김유리 :   제가 에세이 담당이다 보니까 대표님처럼 본인이 작가이면서 책을 내시는 분들이 다 1인 출판사를 많이 내세요. 특히 브런치 등을 통해서 알려진 작가님들이 많이 내세요. 대표이자 저자인 경우가 많아서 만날 때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당혹스러운 경우가 몇 번씩 있더라고요.

 

김서령 :   출판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서 매일 초보들이 힘들어하는 게 MD 만날 때 옷을 뭘 입고 가야 하느냐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굉장히 어려운 일 하시는 거예요.

 

금정연 :   아무래도 대형 출판사는 소규모 출판사와는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한 달에 수십 종이 출간되는데 일일이 검색해서 댓글을 달 수는 없잖아요.

 

반여진 :   생각보다 해시태그만 남겨 주시면 대부분 확인하고 좋아요도 누르고 모니터링도 합니다.

 

금정연 :   대형 출판사 마케터 입장에서는 독자들을 어떻게 보세요?

 

반여진 :   아무래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독자이면서 소비자인 거잖아요. 한 명 한 명의 평이 주변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고요. 저는 이게 가장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 보니 당연히 리뷰 같은 것 하나하나가 중요하기도 하고요. 부정적인 리뷰가 있는 경우, 그러면 더 좋은 서평이 올라오도록 유도하기도 하는데 여러모로 독자분들의 의견이 중요해졌죠.

 

금정연 :   제가 늘 궁금했던 건 출판사에서 독자 서평 이벤트를 하잖아요. 그리고 그런 서평에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글입니다’ 같은 문구가 달리잖아요. 그렇다면 일반 독자 입장에서 그런 서평을 봤을 때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평 이벤트를 계속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반여진 :   대중가요도 자꾸 듣다 보면 뇌리에 꽂히잖아요. 책도 내가 이 책의 존재를 모르는 거랑 표지를 계속 접하고 정보를 접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거죠.

 

김유리 :   온라인 서점에서는 직관적으로 리뷰 수나 별점 매긴 걸 볼 수 있잖아요. 밑에 일일이 눌러 봐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하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사실 아무것도 안 달린 책보다는 그렇게라도 리뷰가 달린 책에 손이 가더라고요.

 

금정연 :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점만 보지 리뷰를 일일이 찾아 읽지는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김서령 :   그건 아마 작가만 읽을걸요?

 

금정연 :   제가 작가라서…….

 

반여진 :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리뷰는 내가 관심 있어야만 보게 되잖아요. 정보가 엄청 많지만, 내가 궁금했던 점을 말해 주는 리뷰만 보기 때문에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금정연 :   이것도 큰 변화인 것 같아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건 주로 신문 서평란을 통해서였잖아요. 판매에 끼치는 영향도 대단했고요. 제가 MD로 일할 때는 출근해서 주말 동안 북섹션에 어떤 책이 나왔는지 체크하는 게 일이었는데요. 그 후로는 드라마에 노출된 책이라든가 영화 원작 소설 같은 것들이 움직이다가, 2010년대 이후로는 셀럽들이 추천한 책들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예전에는 책을 추천하는 방식이 주로 텍스트를 통해서였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미지 같은 직관적인 것으로, 나아가 추천 내용이 아니라 추천한 사람이 누구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승훈 :   2015년에 브런치가 처음 나왔는데요. 2015년경에 브런치가 처음 나왔을 때 배경이 뭐였느냐 하면, 아까 사회자님께서 말씀해 주셨듯 영상 시대로 진입하면서 텍스트의 소비가 점점 쇠락한 거예요. 영상 소비가 늘어나다 보면 텍스트의 가치나 소비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때마침 블로그가 쇠락하는 시기이기도 했으니까요. 그 당시 브런치를 처음 만든 분들 머릿속에 뭐가 있었느냐 하면, 그 사이에 빈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거였어요. 읽어야지, 써봐야지 하는 부분의 교집합을 찾아보자고 생각하신 게 브런치의 시작이었어요. 아까도 초반에 말씀드렸지만, 브런치에서는 독자와 작가의 균형이 모호한데요. 시작하고 6~7년 되었는데, 그 사이에 브런치 쪽에서는 독자라는 개념이 유저의 개념으로 바뀌기도 했어요. 인터넷에서는 누구인지 얼추 알 수 있잖아요. 성별과 연령층 같은 것이요. 주 타깃층은 보이긴 하는데, 결과적으로 얼핏 훑어보면 해당되는 글을 어떻게 잘 도달시킬 것인지, How가 더 중요해요. 메인 타깃층은 2040 여성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저희가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였던 것이고요. 그게 해당 독자들, 플랫폼을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잘 도달하면 소비자가 많이 늘어나겠죠. 저희는 소비자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다가간 거예요. 다음이라는 플랫폼을 보다 보면 브런치가 있고, 옆에는 직장IN, 여행맛집과 같은 관심사 탭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브런치를 통해 잘 보입니다. 알고리즘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요. 유저들은 이러한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되는 브런치 글들을 통해 브런치 서비스로 들어오게 됩니다. 독자를 어떻게 유입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 형태를 보자면, 아까 어렸을 때 말씀해 주셨는데, 예전에 일방향적 소통이었잖아요. 독자란 책을 사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책을 출간하려면 우선 등단을 해야 하고, 등단을 해서 출판사의 간택을 받아 책이 나오면 서점과 같은 오프라인 현장에 입고가 돼서 독자들이 책을 사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 의견, 정보 같은 것들을 소비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게 SNS 플랫폼, 인터넷 미디어가 계속 발전하면서 아까도 말씀해 주셨지만, 이제 독자들도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즉 오히려 냉철하게 평가하고 심사하고 판단하고, 팬덤으로 만들어져서 작가가 어떤 활동을 할 때 찾아가면서까지 같이하려고 하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일종의 집합체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얼마 전에 황보름 작가님과 북토크를 했어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나왔는데, 한창 잘 팔리다가 좀 꺾인 시기였어요. 저희가 살려 보려고 북토크 라이브를 했어요. 갑자기 팍 뛰는 거예요. 작가의 팬덤, 작품의 팬덤이 모여서 온라인 팬미팅 공간을 통해 서로의 감상평을 공유하고 응원하는 아름다운 채팅 내용들이 생기더라고요. 보통 팬덤이라고 하면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팬덤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작가의 팬덤도 무시 못 할 수준입니다. 이런 팬덤을 만드는 건 결국 플랫폼이나 작가님들이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독자들과 자발적으로 모여서 뭉쳐 생성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금정연 :   개인적으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해서 흥미롭게 느껴졌던 건 기존의 출판업계와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아까 말씀해 주셨지만, 브런치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하는 많은 작가분들이 직접 책을 내고 출판사를 차리기도 하잖아요.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분들이 종이책을 내겠다는 열망이 있는 게 흥미로웠어요.

 

이승훈 :   브런치에 유입되어 활동하는 작가분들의 9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글을 쓰는 분들의 가장 큰 자아실현 목표 중 하나가 책 내는 거더라고요. 책 내는 게 여러 방식이 있죠. 웹소설처럼 온라인에서 소비되고 판매되는 방식도 있긴 한데, 그냥 대형 유통 플랫폼이나 서점에 자신의 책이 진열된 모습을 자신의 하나의 버킷리스트라고 여기는 분들도 많고, 자아실현과 수익 부분까지 포함해서 책의 출간을 희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브런치에서 출판을 하려고 하면 결국 POD 같은 독립 출판을 포함해서 중소형 출판사나 대형 출판사와의 협업을 도모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가 2015년부터 진행하는 게 있는데, 올해도 진행하게 될 것이고요. 10개 정도의 출판사와 출판을 실제로 몇 번 하고, 작년도 12월에 선정했던 수상작을 올해 7월에 출간하여 전시회도 열어 줍니다. 그 전시회 행사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리고요, 프로모션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금정연 :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독자와 작가의 경계를 흐리고 있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이 책을 낼 수는 없는 상황에서 기존의 출판계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여전히 책을 낸 작가의 권위를 높여 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독자와 저자의 경계가 오히려 공고해지는 거죠.

 

이승훈 :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의 슬로건이자 목표가 뭐냐면, 새로운 작가의 탄생이에요. 그 과정상 글을 쓰는 사람, 작가라는 타이틀 자체가 브런치의 예비 작가들에게 명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견으로는 작가라는 명예가 이전에는 정말 위쪽에 있는 철옹성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작가라는 부분을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본다면,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웹소설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에세이를 써서 자기만의 생각을 담아 자비 출판할 수도 있고. 다양한 니즈를 브런치에서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독자, 변화(해야) 하는 출판

 

금정연 :   온라인 서점은 숫자로 표기되는 정말 다수의 독자, 소비자를 상대하게 되잖아요. 그런 입장에서 느끼는 독자라는 것에 대한 실감이 궁금합니다.

 

김유리 :   일단 저희는 아무래도 구매하신 고객분의 데이터를 받아 볼 수 있잖아요. 주로 책을 가장 많이 산 분들은 30~40대 여성분들이에요. 예전에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던 분들이 똑같이 책을 사는 게 이어져 와서 30~40대 아주머니들이 자신의 아이들 양육서나 참고서를 사고, 그러면서 본인들이 읽고 싶었던 책들도 구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책을 많이 찾는 주 고객은 확실히 30~40대에 머물러 있는 게 느껴지고요. 책 같은 경우에도 참고서를 제외하고 단행본을 보면 파이가 그렇게 성장했다고 볼 수는 여전히 없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단행본이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종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예전에는 A라는 작가의 책을 1,000명이 샀다면, 이제는 A부터 Z까지 나눠서 10명씩 산다는 느낌이 들어요. LMS나 앱 푸쉬를 보면 직접적인 반응이 오는 독자가 소수지만, 그 소수의 독자가 여러 명에게 포진되어 있다는 느낌이에요. 특정 저자에게 쏠렸던 팬덤이 많이 무너진 거죠. 갈수록 소규모 팬덤, 동호회라는 느낌이 들긴 해요. 김영하 작가님 같은 큰 작가님들은 여전히 팬덤이 공고하지만, 요즘 젊은 소설 작가라든지 예전에는 사실 젊은작가상을 받으면 팬덤이 순식간에 커졌거든요. 어느 시점부터는 확실히 팬덤도 소규모로 줄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문학 같은 경우 그런 것 같고요. 에세이 같은 경우 김하나 작가라든지 김겨울 유튜버 작가님이라든지 이슬아 작가라든지 다른 방면으로 필진도 넓어지고, 팬들도 많아지면서 팬덤이 커진 것 같거든요.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 비해 판도가 확 바뀐 느낌입니다.

 

금정연 :   저도 인터넷 서점에 자주 들어가 보는 편인데요. 이전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오늘의 책처럼 사이트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책으로 선정이 되면 어느 정도 판매량이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게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어떤 팬덤의 분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김유리 :   완전히 탑급 작가가 아닌 이상 B라는 작가가 이전에 만 부를 팔았다고, 오늘의 책으로 올린다고 해서 이번 신간 책이 만 부가 팔리는 건 아니거든요.

 

금정연 :   그런 상황에서는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시나요?

 

김유리 :   다양한 작가들이 나오기에 하나 둘 골고루 좀 더 두들겨 보는 편이고요. 예전에는 사은품을 만들어도 천 개씩 만들어서 작가에게 투자했다면, 이제는 백 개씩 여러 작가분에게, 여러 책에 투자하는 편입니다. 지금도 큰 출판사와의 협업은 중요하지만, 아무튼 시리즈라든지 작은 출판사와 협업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특색 있는 출판사 같은 경우 팬들이 고정적으로 있더라고요. 소규모 출판사만 찾고 대형 출판사에서는 찾을 수 없는 걸 찾는 팬들이 있는지라 그런 팬들을 공략하기 위해 작업이 들지만, 수량을 줄여서라도 yes24가 그 독자들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김서령 :   작은 출판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신경 쓰는 게 그것 같아요. 출판사 분위기. 어떤 이미지인지, 그 이미지를 공고히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고, 꼭 해야만 했던 일이었어요. 여기는 이런 곳이구나 인식하게요.

 

김유리 :   독자분들이 그런 출판사를 좋아함으로써 SNS 게재하게 되면 자기의 취향을 대변하는 느낌도 들고요.

 

김서령 :   예. 그런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금정연 :   말씀을 듣다 보니, 마케팅으로 물량을 퍼붓다 보면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독자들이 스스로 활동하고 때때로 마케팅까지 하는 팬덤의 영향력이 부쩍 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비단 책이라는 분야에 한정된 현상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작가나 출판사나 서점 모두 이 팬덤을 어떻게 형성하고 움직일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반여진 :   소규모 출판사일수록 팬덤이 생기기 쉬운 게 색깔이 뚜렷하잖아요. 대형 출판사는 다 하니까 이 출판사만의 유니크한 점이 없어서 팬덤이 형성되기 어려운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다 보니 팬덤이 작게 여러 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베스트셀러 만들려고 밀어붙이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요즘에는 집단마다 문을 두드려서 규합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금정연 :   확실히 출판의 개념이 조금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형 출판사 같은 경우 수십 종을 출간해서 그중 하나가 잘 되면 그것이 다른 책들을 견인하는 식이었는데요. 갈수록 그런 방법이 유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케팅 방법 또한 달라지고 있고요.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요,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열 수 없는 상황에서 독자들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 것 같아요.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어떤 독자를 바라보는 것, 독자를 찾아가는 것에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서령 :   저희가 코로나19 이전에는 책이 나오면 당연히 북토크를 마련하고, 작가님에 대한 예의이기도 해서 항상 준비했어요. 그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요. 대관해야 하고, 북토크만 하면 심심하니까 연주자도 초대해야 하고, 작가님 거마비도 드려야 하고, 사회자 거마비도 있어야 하고요. 그렇게 해서 모객해 봐야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많아 봤자 20~30명인데, 그분들이 다 책을 사시는 게 아니거든요. 그럼 이걸 왜 해야 하지? 하지만 하죠. 작가님께 우리가 이렇게 했습니다 하는 의미에서 만든 것 같아요. 보도자료 문제로 그런 건데, 예전에는 기사가 나면 판매량이 늘기도 했는데, 지금은 문학면 기사 보고 책 사시는 분들 많지 않다고 보거든요. 열심히 기자님들께 돌리는 것도 작가님이 ‘이 출판사가 이렇게 하는구나’를 아실까 봐 그러는 거예요. 코로나19 이후 북토크를 안 하게 돼서 오히려 전 좋았어요. 모객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심심한 시간이 지나고, 요즘 좀 자유롭게 만나잖아요. 다시 강연을 열고 북토크를 여는데, 그동안 강연 문화가 온라인으로 많이 바뀌었잖아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하지 누가 귀찮게 오프라인에 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무슨 소리. 터져요. 지금은. 오프라인으로 열면 강연이나 북토크에 그동안 심심했던 사람들이 다 뛰어나오는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예전에 20명 오던 자리에 지금은 50명이 와요. 그래서 반드시 예약하고, 인원을 제약하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북토크는 소득 계산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당연히 작가와 독자를 잇는 작은 다리,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자리 정도로 저는 이해하고 있어요. 되게 힘든데 어쩔 수 없이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반여진 :   확실히 그런 비용적인 측면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게, 비용적으로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맞잖아요. 이벤트도 그렇고, 서평 같은 경우도 하지 않는 게 이익일 수 있는데 바로 환산되는 돈으로 볼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작은 영향이지만 여러 번 거듭됐을 때의 이익을 생각하는 거잖아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김유리 :   코로나19 때문에 저희 MD들은 글을 더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분야마다 하나씩 쓰게 돼서 독자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노출하려고요. 웹뿐만 아니라 문자, 이메일 등 조금이라도 노출하려고요. 그게 생겨난 게 코로나19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작가분들과의 만남, 독자 모임 같은 것이 MD의 업무 중 하나인데, 그 남는 시간에 보이지 않는 독자분들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게 돼요. 카피는 200자 한정이기 때문에 MD가 하고 싶은 말을 축약해서밖에 못 쓰잖아요. 이메일은 이 책을 왜 좋아하는지 구구절절 쓰게 되는 거예요. 1주에 한 번, 2주에 한 번 그렇게 메일을 보내는 업무를 갑자기 시작하게 돼서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또 다른 MD의 일이 생겨난 거나 다름없죠. 그렇게 네이버 포스트, 다음 MD 연재 추천 같은 글을 계속 쓰게 됐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확실히 글을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앉아서 계속 휴대전화를 보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노출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되더라고요.

 

반여진 :   실제로 그래서 출판사들이 뉴스레터를 안 하다가 하게 됐더라고요. 웬만하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계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통해서 출판사와 작가님들이 온라인 방송을 더 많이 더 자주 하게 된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같아요.

 

금정연 :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서점이나 출판사의 매출은 늘었나요?

 

반여진 :   더 늘었습니다, 확실히. 오프라인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온라인에서 사는 것도 많은 것 같고요. 또 아예 책을 한 권도 안 보던 분들도 TV에서 추천하는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충동적으로 드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독자라는 게 사실 그냥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불특정 다수 중 한 명이고, TV를 보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보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경계가 흐려진 것도 큰 변화 같아요.

금정연 :   독자라는 게 사실 불특정 다수 중 한 명이고, TV를 보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표현이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독자라고 해서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겠죠. 조금 일반화를 하자면,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예전에는 막연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는 것 같은 책들이 눈에 띄었다면 지금은 어딘가에 노출이 되거나 화제성이 높은 책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는데 아마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말씀을 들어 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서점의 매출이 늘어난 건 당연한 것 같은데, 출판사는 어떠세요?

 

김서령 :   똑같은데요?

 

반여진 :   대형 출판사는 늘긴 하는데, 성인 도서도 많이 늘었는데 아동 도서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김서령 :   도서관을 못 가니까 그런 거예요?

 

반여진 :   맞아요. 도서관도 못 가고 야외 활동도 힘들다 보니 책을 진짜 많이 사신다고 하더라고요.

 

김유리 :   어린이 동화책이 정말 많은 인기가 있어요.

 

김서령 :   어린이 책을 낼걸.

 

금정연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브런치는 어떠세요? 작가분들이나 유입되는 분들이 느셨나요?

 

이승훈 :   저희 많이 늘었고요. 작가로 활동하는 누적 수가 5만 명이 넘었어요. 1월에 넘었으니까 지금은 더 많다고 볼 수 있죠. 팬데믹 기간 동안에 yes24도 그렇지만 카카오도 많이 늘었잖아요. 수혜를 받았죠. 엔데믹이 되면서 또 모르죠. 엔데믹이 될지 팬데믹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비대면이라는 화두가 원래는 언젠가 갈 일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확 당겨진 느낌이죠. 서서히 비대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나갈 것들이 COVID-19로 너무도 빠르게 일상화 되었습니다. 지금은 엔데믹 상황이고 거리두기 등이 풀려서 또 다른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이라고 하는 부분은 계속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북토크, 모임 등등에 대한 비대면을 활용한 서비스들은 계속 유지될 것 같아요. 현장에 못 오시는 분들에게 테크놀로지를 통해 함께 병행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브런치의 경우는 그런 의미에서 작가도 많이 늘었지만, 실제 유저들의 소비도 많이 늘었고요. 수혜가 있긴 했죠. 엔데믹 시즌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늘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최근에 넷플릭스 주가가 폭락하는 걸 보면 아마 모두들 다 밖으로 나가시는 부분도 이유가 될 것 같은데요. 다 영화관 가서 보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브런치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굿즈, 이북, 혹은 구독

 

금정연 :   사회의 여러 면이 그렇겠지만, 출판 분야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서점에서 굿즈를 끼워 팔기 시작했던 게 2010년대 이후였잖아요. 그때 들었던 비판이 책을 파는 거냐, 굿즈를 파는 거냐, 라는 게 대표적이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비판이 무색하게 책의 굿즈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 같아요. 책이라는 것이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연예인들의 어떤 굿즈, 작가의 굿즈 같은 개념이 되어 가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을 바라보는 모습 또한 예전과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서령 :   책 자체가 굿즈가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도 이번에 신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책 자체를 굿즈처럼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김유리 :   꼭 가지고 싶은 것처럼요.

 

김서령 :   맞아요. 어떤 행위를 넘어서서 내가 무엇을 꼭 가지고 싶은, 소장하고 싶은 무언가, 어떤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번에 제가 표지 일러스트를 맡겼어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금정연 :   네. 말씀만 들어도.

 

김서령 :   그분도 최근에 컬러링북, 엽서를 출판하셔서 이미 자신의 그림을 굿즈화하여 판매하시는 분이어서 이분의 일러스트를 표지에 쓰면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물론 그분의 팬들이 저희 책을 사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뭐가 이렇게 귀여워? 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 그런 방식을 이전부터 일러스트에 공들이고 있거든요. 이전에도 30만 팔로워 작가의 그림을 표지에 쓴 적이 있는데, 그 책이 특출 나게 팔리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거 그 작가 그림이잖아? 하는 것만으로도 애쓰고 있다는 거죠. 저희가 2000년대 초반에 작가들끼리, 소설가와 시인을 합쳐서 많은 인원이 동남아를 돌면서 심포지엄을 한 적이 있어요. 한창 한류가 뜰 때요. 여러 나라를 돌다가 태국에 간 적이 있어요. 태국에 갔는데, 저희가 탄 버스가 태국의 대학교로 들어갔는데, 커다란 체육관에서 심포지엄을 했거든요. 너무 놀란 게, 교복을 입은 대학생들이 서서 저희를 기다리는 거예요. 무슨 일이지? 이럴 리가 없는데 싶었는데 여학생들이 꽃을 들며 손을 흔들고 있는 거예요. 왜 그랬는가 하면, 강당에 들어가는 길에 책이 깔려 있는 거예요. 그렇게 많은 책이 번역되었을 리 없는데, 봤더니 다 한 작가의 책인 거예요. 인터넷 스타. 여학생들에게 하나의 문화가 된 거예요. 지금의 굿즈화와 비슷한데, 그때는 굿즈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니 패션 아이템 정도. 굉장히 큰 쇼크를 받고 왔는데, 저는 그때 강한 이미지를 받아서 나중에 출판사를 시작하면서도 그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문학의 순정 같은 걸 얘기하자는 게 아니라 책이라는 존재가, 이 종이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굉장한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출판사를 만든다면 그런 느낌, 내가 ‘폴앤니나’ 책 한 권을 갖고 있어! 하는 느낌으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2000년대 초반의 일이거든요.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예요. 물론 그 학생들은 다 집에 갔어요.

 

반여진 :   그런 굿즈로 생각해서 봤을 때, 실제로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나 캐릭터와 콜라보를 많이 하잖아요. 예전에 카카오 책이 엄청 많이 팔렸던 것처럼 지금도 유명한 캐릭터가 나오면 책을 내시는데요.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표지 자체도 포스터 같은 형태의 굿즈가 되는 거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나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이 표지에 들어갔을 때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서령 :   지나가면서 봐도 기분 좋잖아요. 식탁 위에 올려 두고 봐도 기분 좋고요. 저는 책을 관리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반여진 :   굳이 읽지 않더라도 그 책 자체를 소장한다는 자체로 기분이 좋아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김서령 :   그런 게 있죠.

 

이승훈 :   제가 원래 기획했다가 브런치 사업 조직의 큰 조직 개편으로 홀드된 게 있는데요. 7월에 브런치북 열 편이 실제 책으로 출간되어 나오는데, 엔데믹 이후 첫 사례이기도 해서 화제가 되어야 한다고 목표를 가졌습니다. 최근에 NFT가 많이 활성화되었잖아요. 지금은 많이 그 열기가 죽었지만. 어쨌든 NFT로 유명한 화가님을 초빙해서 열 편의 책 내용을 이미지로 그리고, 그걸 NFT로 올리고, NFT를 구매하면 책과 그림 원화를 드리는 방향으로 진행해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큰 조직 변동이 있고 나서 홀드하였습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굿즈로 상품화하려는 부분이 있었죠. 저도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면 다양한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데요, 책을 사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 패션 아이템이든 뭐든 줄 수 있는 부분으로 진화 발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온라인으로 봐도 되는 거거든요. 책만 봐도 되고요. 나중에 NFT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김서령 :   멋있는 기획인데요?

 

이승훈 :   나중에는 NFT를 책을 구매하신 분들께 책의 소유권 같은 형태로 지급한다던지 등으로도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NFT만 투자하는 방법이 아니라요. 그리고 향후에는 굿즈나 상품의 하나로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금정연 :   대형 출판사는 책의 굿즈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독자들을 만나려는 시도를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반여진 :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출판사에서 대본집이나 포토 에세이를 많이 내잖아요. 예전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독자의 경우 책의 물성에 대해 이게 어떻고, 저렇고 하는 의견이 없잖아요. 내용만 보시는데, 이제 굿즈로 판매되다 보면 이것에 대해 독자분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이건 이렇게 됐어야 해요, 여기엔 이렇게 들어가야 하고, 이 표지에는 이 사진이 어울려요 등 강력하게 의견을 어필하세요. 팬덤이 되면서 그런 움직임이 더 강해지는 추세고요.

 

김유리 :   평소 책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드라마 때문에 책을 사는 거예요. 그래서 기존 독자들과는 전혀 다른 독자라고 가정해야 해요. 책을 한 번도 안 사본 사람, 아무것도 안 읽어 본 사람이 대부분의 독자이고, 가끔 그런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1위가 되기 때문에 더 파장력이 커지는 것 같아요.

 

반여진 :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던 활자를 읽는 책이 아니라, 내가 소장하는 상품이다, 어떤 팬덤에 의해 산 굿즈일 때 적극적으로 요구하시는 것 같고 그게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저희가 당연하게 했던 방식이 다 맞는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김유리 :   색깔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승훈 :   대표님 말씀에 공감하는 게, 책 자체가 굿즈가 되는 게 저는 개인적으로 더 좋아 보이긴 해요. 책 자체가 패션 아이템, 예쁜 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을 보다 보면 가끔 너무 대강 만들었구나 싶은 게 있잖아요. 제가 아까 NFT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 하면, 나중에 책을 출판할 때 책 표지가 그 책을 아트처럼 나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NFT를 만들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기도 하고요. 책 자체를 굿즈화해서 정말 유명한 작가님이 책을 썼어요. 책을 사면 원화라든지 해서 책과 관련된 자료를 책과 같이 번들로 묶어서 팔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얼마 전에 놀랐던 건, 최근에 예술 전시회를 많이 하잖아요. 제가 두 번 갔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미술 전시회에 많은 관심이 있었구나 싶었는데요. 애들하고 가족들이 되게 많이 오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미술 작품의 프린트, 판화, 엽서, 굿즈를 다 사는 거예요. 소비는 이런 식으로 될 수 있구나 싶었는데, 책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물론 자기계발서 같은 경우 힘들겠지만, 에세이나 소설류, 일러스트가 들어간 책들은 충분히 그런 식으로 상품화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가 yes24에서 책을 살 때 항상 있잖아요. 뭘 사면 포인트 차감해서 살 수 있는 것들요. 백도 있고, 에코백도 있고, 종이도 주고. 저는 모든 게 책과 관련된 것들을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화장품 같은 굿즈가 아니라 책과 관련된 형태로 뭔가 디벨롭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금정연 :   출판의 변화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전자책이 떠오르는데요. 한때 전자책이 책의 미래라는 식의 평가를 아주 잠깐이지만 받았던 적도 있잖아요. 지금은 어떤가요?

 

김유리 :   전혀 독자가 겹치지 않아서요. 워낙 전자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랑 종이책을 좋아하시는 멤버 구성이 완전히 다르고, 유저도 각각 갈리는 수준이어서 전자책을 사신 분들은 종이책을 1년에 한두 권 살 정도이고, 종이책을 사신 분들은 전자책을 거의 안 사시는 분들이세요.

 

김서령 :   서점에 가면 무조건 집어 오는 게 습관이 되어서 습관적으로 집어온 종이책을 제외하고는 저는 전자책을 많이 보고 있거든요. 이유는 정말 단 한 가지예요. 노안이 와서요. 우리 집에 큰 글자 책은 정말 자존심이 상해서 그것만큼은 쓰지 않겠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전자책으로 폰트 크기 늘려서 보고요. 서재도 터질 것 같고요. 제가 전자책을 1년 정도밖에 안 봤거든요. 이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 책들도 전자책을 낼 생각을 하잖아요. 제가 전자책을 읽게 된 이후 오, 이거 편한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전자책 다 하고 있지만, 매출은 사실은 종이책과 비할 바는 아니고, 다만 저는 그 밀리의 서재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히 출판에서도 큰 이슈일 것 같아요. 밀리의 서재가 구독 서비스잖아요.
다른 전자책 판매처가 많잖아요. yes24, 알라딘같이. 그런데 그걸 다 합쳐도 밀리의 서재 매출을 못 따라가거든요. 밀리의 서재는 구독이기 때문에 대여의 개념이에요. 판매가 아니라. 그러니까 스물다섯 권이 팔려야 한 권 판매한 금액과 같은데, 정말 수익이 요만큼 병아리 눈물 남는 거잖아요. 그 병아리 눈물을 모으면 다른 데 다 합쳐도 병아리 눈물을 못 따라가는 거죠. 저는 다른 출판 커뮤니티에 가서도 이런 얘기를 꼭 해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괜찮은 수익원이 되는 거죠.

 

반여진 :   출판도 구독 서비스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내가 건별로 결제하지 않아도 기한 없이 볼 수 있잖아요. 이런 장점이 있어서 구독 서비스로 가는 게 다른 매체랑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김서령 :   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이럴 수 있겠구나, 내가 넷플릭스 보고, 티빙 보는 식으로 밀리의 서재를 보는구나. 한 달에 9,900원 쓸 만한 것 같아요.

 

반여진 :   yes24에도 있지 않나요? 북클럽?

 

김유리 :   네. 그런데 밀리의 서재나 북클럽을 이용하시는 분은 원래 전자책에 특화되신 분들이 많이 넘어가셔서 서로 파고 먹는 시장이에요. 밀리의 서재로 많이 넘어갔다는 건 원래 전자책 시장이 구독 서비스로 많이 넘어갔다는 뜻이어서 종이책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봐요.

 

김서령 :   저도 항상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요. 노안이 온 사람들은 전자책이 편할 것 같아요.

 

김유리 :   전자책 시장이 확실히 구독으로 넘어간 분위기이긴 하죠.

 

금정연 :   재미있네요. e-북하고 종이책, 독자, 소비자가 전혀 겹치지 않는다는 말씀도 그렇고, 다른 전자책 판매처에 비해 밀리의 서재 매출이 더 높다는 것도 너무 흥미롭고, 생각해 볼 부분들이 많은 문제 같습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생각할 건 아닌 것 같고요.

 

이승훈 :   저는 밀리의 서재보다 웹소설을 많이 보는 편인데요. 웹소설도 전자책이긴 전자책이죠. 한 달에 제가 십만 원은 쓰거든요. 그것과 책을 비교해 보면, 전자책은 사실상 다시 보려는 니즈는 적은 것 같아요. 한 권 휙 보고 끝나는 성향이 있어서 휘발성이 있는 재미 위주로 보게 되는 것 같고요. 종이책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거나, 한마디로 나중에 집에 비치해 놓고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책들 혹은, 자기계발서 등으로 접근하는 게 좋은 것 같기는 합니다. 아까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독자층이 좀 다른 것 같긴 해요.


 

되팔기 위해 책을 읽는 문화, 중고 서점

 

금정연 :   말씀을 듣다 보니 대형 중고 서점이 바꿔 놓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제가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어느 분의 피드에서 흥미로운 걸 봤어요. 어느 분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다가 형광펜으로 밑줄 그은 걸 사진 찍어서 올린 거예요. 그 밑에 다른 분이 ‘와, 대박. 부자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부자네?’가 무슨 의미냐 하면, 책에 밑줄을 그으면 다시 팔 수 없다는 거예요. 자기는 책을 사서 밑줄을 긋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시 팔아야 하니까. 이것이 독서 문화의 큰 변화이기도 한 것 같아요. 중고 서점의 가장 큰 문제는 책이 판매되면 출판사와 작가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선순환을 파괴한다는 거겠죠. 중고 책을 사고파는 건 대형 플랫폼에만 이득이 되는 거니까. 대형 중고 서점이 독서 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서령 :   중고 서점은 출판사의 입장이라기보다, 출판사들은 중고 서점 싫어하죠. 그런데 저는 햇병아리여서 어떻게든 많이 유통되고,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축이에요. 작가로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제가 중고 서점에 아픈 추억이 많아요. 저도 알라딘 자주 가는데, 보면 꼭 제 책이 있거든요. 있어도 좋아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사가겠지, 하고 좋은데, 서명 부분은 떼고 파시지 싶은 거예요. 그 서명이 뭐냐 하면 이분들이 제가 보는 책 봉투조차 떼어 보지 않으신 거예요. 이 책이 있다는 걸 잊을 만큼요. 누구누구 선생님께, 대부분 평론가들이에요. 누구누구 선생님께, 김서령 드립니다. 몇 번을 발견했어요. 가끔 내 책을 발견하면 열어 보지 말자 싶어요. 거기에서 발견한 분들께는 다음부터 책을 안 보내드려요. 나는 나름 인사한 건데, 좀 찢어 보내시지 싶어요.

 

반여진 :   찢으면 못 파니까.

 

김서령 :   그러니까요. 찢어지면 못 판다면서요. 넘기시면 되는데, 작가 입장에서 참 그럴 때가 있어요. 저는 아직 출판 오래하신 분들은 중고 서점에 대한 억하심정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반여진 :   출판사 입장에서도 무상으로 제공하는 책이 많잖아요. 이벤트용으로 쓴다거나 하는 경우 다 증정 도장을 찍고, 증정 도장 찍힌 책은 판매할 수 없거든요. 본인이 구매한 책을 다시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판매한 사람 입장에서 그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나쁜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실제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일수록 중고 서점에 많이 나오잖아요. 중고 서점에서 사는 분들은 새 책을 사는 분들과 다른 독자라고 생각하면, 그분이 읽고 또 후기를 남겨 주실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보면 자본의 선순환이 아닌가…….

 

김서령 :   저번에 어떤 출판사 하시는 분들, 어린이 책 하시는 출판사 분들을 만났는데요. 당근 때문에 망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금정연 :   맞아요. 당근에 어린이 책이 정말 많이 올라오죠.

 

김서령 :   맞아요. 당근 정말 밉다고 하시더라고요.

 

금정연 :   온라인 서점 담당자분은 어떠신가요? 이렇게 말하니 꼭 추궁하는 것처럼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온라인 서점 직원이라고 해도 회사와 개인의 입장은 다 다르고, 말하자면 새 책 담당이잖아요.

 

김유리 :   중고 책도 독자 입장에서는 진짜 오래된 책은 도서정가제 이후로는 제 가격 주기 아까운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 책들은 찾으면 중고 서점에 꼭 없어요. 그래서 말씀하셨던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책들이 주로 중고 서점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1년 후를 본다고 해야 하나? 중고 서점에 가면 내가 이 책을 팔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서 묘하긴 한데요. 서점 입장에서는 중고 서점 사업이 앞으로 키워 나갈지 모르겠으나, 말씀하신 것처럼 출판사분들께 선순환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중고책이라도 책을 가깝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반여진 :   중고 서점에 다니시는 분들이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이지만, 제 생각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도서정가제 이후 책을 안 사신 분들 같은 독자층을 노리고 만든 거기 때문에, 그런 분들께는 타깃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정가제?

 

금정연 :   이쯤에서 도서정가제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오늘 저희가 이야기 나누었던 책의 굿즈화나 독자의 소비자화 등은 결국 책이 차별점이 없는 또 하나의 상품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반면 도서정가제는 책은 일반적인 상품과 다르다, 특정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또한 현행 도서정가제가 작은 서점이나 출판사, 저자에게 도움이 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거든요. 일례로 조금의 흠집이 있는 도서들, 창고에서 보관비만 나가고 있는 도서들을 정가에 팔 수 없어서 수천 권씩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책들을 할인 판매라도 해서 유통하는 게 출판사나 저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일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단순히 좋다, 나쁘다를 딱 잘라서 가를 수 없는 문제인 것 같고, 보다 근본적인 층위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듯 현재의 독서 문화는, ‘책이라는 것은 어찌 되었건 상품의 하나다’라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김유리 :   사회자님께서 계셨을 때는 아마 매일 새벽마다 스티커 붙이시고, 타사 모니터링 하시느라 너무 힘드셨을 텐데, 지금은 가격 비교 없이 책 콘텐츠로 어떤 굿즈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는 게 커져서 사은품을 뭘 만들까 하는 데 시간을 좀 더 투자하게 되는 거죠. MD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로 인해 콘텐츠만 보게 된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가격을 비교할 때는 똑같은 타이틀의 번역서라면, A, B, C 출판사의 가격을 먼저 비교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더 잘 번역된 책, 표지가 더 예쁜 책 하면서 포커스를 맞출 수 있잖아요. 예전이었다면 50% 할인하는 책만 메인에 걸어 두었겠죠. 이렇게 책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은 아무래도 도서정가제의 선한 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서령 :   50% 할인이란 얘기를 들으니까 가슴부터 설레네요. 그렇게 되면 정말 출판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질 것 같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이 책이 예전의 의미와 다르게 하나의 국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다고 독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도서정가제는 지켜야지 하고 얘기하는 것도 참 그렇네요. 가격 비교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서 못 하겠어요. 무서워요. 계속 이 책은 얼마에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 보면 죽을 것 같아요.

 

반여진 :   도서정가제는 출판사 직원으로서 말하기는 참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저도 한 명의 소비자이거나 독자라면, 지금까지 해왔던 이야기의 맥락은 책도 다양한 물건 중 하나가 되는 상황인 거잖아요.

 

금정연 :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면 도서정가제 이전 상황은 문제가 많았죠. 하지만 아주 약간의 장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책들이 쏟아지듯 나오고, 책들이 소비되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면서, 초반에 주목받지 못한 책은 존재하지 않는 책이나 다름없게 되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결국 남은 재고는 출판사 창고에서 썩어 갈 수밖에 없는데, 과거에는 할인 이벤트를 통해 일종의 환기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아쉽게 묻혔던 책들이 그런 계기를 통해 재발견되는 일도 종종 있었고요. 대표적인 예가 『서재 결혼시키기』 같은 경우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작은 흠 때문에 정상적으로 출고되지 못하고 출판사 창고에 있는 책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작은 서점에서 책을 매입했는데 사람들이 펼쳐 보느라 조금 구겨지고 흠집이 생겨서 팔리지도 않고 반품도 할 수 없는 악성 재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도 있죠. 서점 입장에서는 싸게라도 팔면 좋잖아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온라인 서점은 지금처럼 도서정가제로 할인 폭을 묶어 두되 작은 서점은 자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출판사들이 몇몇 동네 서점들과 함께 창고 세일을 할 수도 있고, 서점들 자체 악성 재고를 털 수도 있잖아요. 극단적인 가정을 하자면, 서점을 정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다른 업체라면 막말로 ‘사장님이 미쳤어요’ 같은 땡처리를 할 수 있는데 서점은 하지 못한다는 건 좀 이상한 것 같거든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고민들

 

금정연 :   어쨌든 이야기를 나눌수록 책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굉장히 특권적인 매체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이 그렇게까지 힘이 세지도 않았고, 인터넷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대. 그렇기 때문에 모든 지식과 담론이 책을 통해 유통되었던 시대. 20세기까지 존재했던 지식인이라는 범주가 결국 책을 쓰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책이라는 것이 더 이상 주요 매체가 아니게 되었고, 책과 함께 작가나 독자라는 범주 또한 예전처럼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존재가 아니게 되어 가고 있는 거죠. 그렇지만 여전히 옛날 사람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라는 형태로 정제된 지식, 우리가 함께 읽고 담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공통의 텍스트는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게 책의 본연의 역할 중 하나였으니까요. 앞으로도 여전히 그런 기능은 필요할 텐데, 그것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반여진 :   확실히 매체가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모바일로 많이 볼 수 있고, 유튜브 같은 걸 특히 많이 보잖아요. 책 안 읽고 유튜브로 책 내용만 아시는 분도 많고, 공부를 유튜브로 배웠다, 모든 사실로 유튜브로 배우는 분도 많고, 나무위키에서 읽었다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와중에도 책은 어쨌든 팩트 체크를 거치고 진행되는 거고, 전문가들이 만드는 과정에서 검수를 거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이지 않은가 싶고, 그런 점을 앞으로도 지켜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서령 :   저는 고품격 서평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요즘은 다르잖아요. 예전과 다르게 가볍고, 사진 예쁘게 찍어서 인스타그램 올리는 게 대세이긴 한데요. 얼마 전에 출판계에 계신 분과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이 한 플랫폼 개발을 하고 싶어서 투자를 열심히 받으러 다니시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된대요. 서평가들이 모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대요.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가지 있지만, 거기는 콘텐츠를 공짜로 볼 수 있는 곳이잖아요. 내가 노가다해서 네이버에 갖다 퍼주는 거예요. 브런치도 퍼주는 거잖아요. 아무도 나에게 돈을 주지 않아요. 그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저는 글 쓰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돈 안 주면 글을 쓰기 싫은데, 플랫폼을 만들면 이건 사실 돈 엄청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어렵다는 거죠. 그런 원고료를 받을 수 있을 만큼 고품격 서평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 작가도 함께 교류할 수 있고, 서평가가 주인공이 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직까지 투자는 잘 안 들어오나 봐요.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는데.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네이버에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들어서 구독 방식으로 하고 있잖아요. 2,000원에서 10,000원으로 유료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이용자가 많지 않아요. 처음에는 많이 들어갔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저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글을 올렸다가 상위권에 랭크된 적도 있거든요. 그럼 나보다 하위권에 랭크된 사람들은 나보다도 더 못 번다는 거야? 하고 깜짝 놀랐어요. 텀블벅에서도 그런 콘텐츠, 유료 멤버십을 6월에 론칭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서 글 쓰는 사람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정말 이제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공짜로 보는 것에 당연히 공짜로 본다는 인식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돈 내고 봐, 내 것 보려면 돈을 내. 퍼블릭 시작할 때도 돈을 받았잖아요. 저도 퍼블릭 구독자예요. 필요한 걸 다 찾아보고, +10,000원. 내가 꼭 필요한 정보를 200,000원, 300,000원 내고 본단 말이에요. 제가 필요하니까. 필요하니까 보고, 요즘은 연결제 구독까지 해둬서 나가는 돈이 정말 많아요. 내가 필요한 콘텐츠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추세가 왔다고 봐요. 크리에이터들도 돈 안 되는 건 하기 싫은 거죠. 그런 플랫폼들 저는 당연히 원고료를 모아서 책을 출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서평가들이 모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보상받게 되면 독자가 서평가가 되고, 이 서평가가 자기의 창작 능력을 보여줄 수 있고, 작가와 소통할 수 있고, 다른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비대면이지만, 사실은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을 요즘 합니다.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나눈다는 게 생각보다 에너제틱한 태도를 만들어요. 그런 면에서 이런 것들이 생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yes24가 그런 거 만들어 주면 너무 좋을 텐데.

 

김유리 :   저희도 블로거분들 모시고 책을 같이 읽는 북클러버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 작가분들을 모시고 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 걸 하는 이유가 저희는 온라인 서점이니까 태생적으로 오프라인을 갈망하게 되는 게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작가와의 만남, 문학 행사를 통해 젊은 작가 투표를 했던 분들을 모시고 캠프를 가고, 1박 2일로 남해를 가고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계속 온라인 서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온라인 서점이지만, 독자들과 작가들이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회사이기도 하고, 태생적으로 온라인의 한계이기도 해서 아무래도 블로그를 가지고 있어요. yes24 블로거분들을 관리하는 임무도 온라인 서점이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확실히 양질의 블로거분들을 생산할수록 출판사에서 저희 쪽으로 이런 서평을 써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럴수록 출판사와의 관계가 좋아지고, 사은품이라도 하나 더 받을 수 있고, 그러면 저희 입장에서는 독자가 더 생성되거든요. 서평을 무시할 수 없어서 저희는 계속 키우려고 하는 편이긴 해요. 이제 아무래도 트레바이라든지 매력적인 플랫폼이 많다 보니 독자분들이 집중해서 서점에서 서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못 하시는 것 같긴 해요. 자신의 SNS가 있고, 팔로워 수가 자기를 대변해 주니까, 나의 자산이잖아요. 그리고 출판사의 경우에도 팔로워 많은 분들께 DM을 보내서 부탁드리기도 하고요. 인터넷 서점에만 올리는 게 아니라, 서평을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기 무기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계속 돈을 투자하고 끌어들이려고 하긴 하죠.

 

반여진 :   그런 맥락에서 출판사도 서포터즈를 운영해요. 저희도 이번에 새로운 모임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어떤 이름을 만들어서 거기에 귀속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이승훈 :   말씀해 주신 내용들이 제가 최근에 계속 고민하는 내용인데, 서평에 대한 부분이나 추천사에 대한 부분은 저희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서도 수익화 부분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서령 :   반갑네요.

 

이승훈 :   이거를 저는 어떻게 표현하느냐면, 제 용어로 ‘보상 생태계’라고 하거든요. 브런치를 예로 들면, 카카오에서 가져가는 수익이 0입니다. 브런치 글 내에 광고도 걸리지 않습니다. 물론 브런치를 다음 초기 화면 등에 노출시켜서 광고 매출에 일부 기여하는 형태도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그 기여 수익을 제대로 산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브런치는 수익사업이 없는데, 이는 또 역으로 보면 작가님들이 여길 통해서 뭘 얻어갈 수 있을지, 작가님들이 브런치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공모전도 하고요. 작가 제안하기를 통해서 강연, 출강 제안 같은 것을 작가님들이 받을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아주 활성화 되어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브런치 작가님들이 브런치에서 글을 쓰시는 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래서 브런치가 클래스101, 밀리의 서재, 윌라와 다른 플랫폼 회사들과 제휴 협력을 통해 다양한 브런치 작가님들의 수익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손해가 많죠. 브런치가 작가님을 키워서 그들 플랫폼으로 보내 주는 거 아니겠어요? 네이버 같은 케이스도 보자면 브런치 작가분들이 많이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시장으로 이동하셨습니다.
그래서 브런치는 보상 생태계 선택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보상 생태계라고 쓰는 용어라면 유료화를 생각하겠지만, 유료화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유료화를 섣불리 진행했다가 브런치마저 이렇게 됐다 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고민이 되는 건, 플랫폼 입장에서 작가님들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점 같아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서평이나 추천사 등을 담아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것, 팬미팅 같은 케이스를 오프라인 연계할 수도 있고, 멤버십 같은 걸 사용할 수도 있고요, 브런치가 다양한 기능을 만들어서 직접 작가와 팬들이 비대면, 대면으로 상시 만날 수 있거나, 만남 자체도 작가에게 보상이 갈 수 있는 부분으로 갈 수 있게끔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게 브런치와 카카오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김서령 :   정말 그럴 것 같긴 해요. 브런치 작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내가 브런치 작가라는 게 고유명사처럼 느껴지니까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이미지와 콘텐츠를 쌓아 갈 수 있다는 ― 웹소설 작가와 다르게 ― 것, 일반 문학을 하는 작가들은 무언가를 연재할 곳이 없어요. 내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 뿐 다른 게 없었는데 브런치가 내가 어떤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글을 올리고, 원고를 아카이빙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면 조금이라도 수익이 생기는데 브런치에서는 수익이 안 생긴다’는 식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승훈 :   이 주제는 나중에 따로 기회가 생기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보상 생태계를 말씀드렸는데, 중대형 출판사를 비롯하여 중소 출판사와도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그게 첫 시작인 것 같고, 계속 하나 둘씩 고민에 대한 대답을 올해 말, 내년 초쯤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저희가 독자, 작가님들과의 심층 인터뷰가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이런 기회를 통해 알게 되어서 반갑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이버 콘텐츠도 하던 게 있고, 저희가 인터뷰 요청을 드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금정연 :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이렇게 네트워킹을…… 대형 출판사에서도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 이외에 어떤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반여진 :   책 제목과 저자만 들이밀어서는 사는 사람이 진짜 소수이거나 그 저자의 찐팬에 불과한데,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각도에서 설명하는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 뭐가 좋고, 이 책을 읽으면 당신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이런 물성이 당신에게 필요할 것이다 하는 식으로 되게 여러 측면으로, 나이대별로 다르게 설명할 수도 있고 다각도로 설명하는 편이에요. 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과 콘텐츠가 동일하지는 않아서 저희도 예전에 비해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편이거든요. 예전에는 광고 카피를 제공해서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게 될 것이다 하는 식으로 많이 했는데, 지금은 이 책의 본문 자체 내용을 보여드리고, 이런 식으로 많이 변했어요.

 

금정연 :   MD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대형 출판사 마케터분들은 책이 워낙 많고 챙겨야 할 다른 일들도 많으니까 자주 못 오세요.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 오시는데, 올 때마다 책상에 책을 이만큼씩 쌓아 주세요. 그러면서 이게 이번에 나온 책들인데 가장 위에 있는 책이 미는 겁니다, 뭐 이렇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나는데요. 아무래도 마케터분들의 역할 같은 게 그때랑 지금은 또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반여진 :   웅진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긴 했는데, 예전보다 도서 담당을 별개로 하게 되어 있고, 마케터 수도 많이 늘어났다 보니 예전에는 책 이만큼 갖다 드리고 이 책 위주로 봐주세요 했으면, 지금은 독자가 많이 없는 책이더라도 이 책은 이런 장점이 있으니 작은 데라도 둬 주세요 하고 저희가 어필하는 편이죠.

 

김유리 :   웅진은 책을 아무리 큰 데도 한 종마다 공들이신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마케터분들이 설명을 길게 하시긴 해요. 한 출판사당 15분이다 하면 서너 권 가져오셔서 다 설명하시려고 노력하시고, 공도 들이시는 것 같아요. 독자 취향이 다 다르다 보니 어디에서 터질지 몰라서 그러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반여진 :   맞아요, 맞아요.

 

김유리 :   나는 이 책이 취향이지만, 회사는 이 책이 좋다고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이 세일즈 포인트가 있던 것 같더라 하면서 다 보여주시는 게 확실히 달라진 점 같아요. 예전에는 확실히 미는 책 하나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그렇게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금정연 :   예전에는 미는 책 한 권이 터지면 그 돈으로 돈 안 되는 책들을 내고 그러다 또 책 한 권 터뜨리는 식이었다면, 요즘은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팬덤이 분화되어 각각의 책에 소수의 ‘찐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서령 :   저는 출판사 출신도 아니고, 편집해 본 경험도 없어요. 저는 작가를 하다가 글을 쓰다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해서 정말 간이 크게, 겁 없이 재미난 이벤트 만들듯 시작한 거여서 다른 출판사에서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잘 모르거든요. 다만 우리가 할 때는 재미있게 일해 보지 뭐, 내가 이 책을 독자에게 줄 때 재미있잖아, 예쁘잖아, 그렇게 즐겁게 작가님들이 나를 대할 때 편하고, 내가 작가님들을 대할 때 편하고, 독자님들 대할 때 편하고, 그렇게 하면서 출판사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5년 정도요. 그다음부터는 진짜로 프로답게 일할 수 있겠죠. 예쁘게 만들려고 양장 커버 하고, 이상한 짓도 많이 했어요. 다들 말렸지만. 적자였지만, 티도 안 나요. 우리나라 일반 도서에 일러스트 삽화 들어가는 거 별로 없거든요. 그런 걸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나름의 시도를 즐겁게 했거든요. 수익 면에서, 효율 면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해도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기 위한 재미난 과정으로 여기고 앞으로도 5년 정도는 무모한 짓을 해볼 생각이에요. 출판계분들 만나면 만날 혼나요.

 

반여진 :   기존의 출판사들은 어느 정도 매출을 맞추어 단가가 정해져 있으니까 할 수 없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 책에서 이런 부분을 가공하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 판매 목표를 두었을 때 쓸 수 있는 돈이 이만큼이니까 쓰고 싶어도 못 하는 부분도 많고요.

 

김유리 :   MD 입장에서도 잘 팔릴 만큼 보여줘야 하는 자리가 한정적이다 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을 보여주는 특정 자리가 있습니다. 저희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yes24의 선택이라는 코너인데요. 거기가 이 주의 MD가 뽑은 최고의 책이라는 느낌이 있고, 오늘의 책은 잘 팔리는 책을 넣어 놓긴 해요. 어느 정도 한계는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잘 팔리는 책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지점 같아요.

 

김서령 :   쓸 수 있는 예산이 많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작가님이 책을 내면서 일러스트 표지를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 몇 분을 뽑아 주셨어요. 이분이 그리면 좋을 것 같은데 싶어서 연락을 드렸더니 1,500만 원이래요. 예, 감사합니다 하고 그만뒀죠. 못 쓰죠

 

반여진 :   출판사에서 실제로 작가분을 섭외할 때도 작가분이 가진 파급력, 팬 수도 무시 못 하는 것 같아요. 이분이 가진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뒤에 서는 팬 수가 얼마나 되느냐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금정연 :   인스타그램 팔로워 몇 명이에요? 같은 것도 중요하죠.

 

반여진 :   팔로워 수가 많다고 잘 팔리지는 않더라고요.

 

김서령 :   맞아요. 정말 이상하죠.

 

김유리 :   독자분들은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한 유튜버가 추천한 정말 좋은 책 자기가 읽었는데 광고 받지 않았을 때 좋아했던 책은 정말 대박이 터지고, 광고한 책은 안 터져요. 똑같은 채널에 나가는 걸 알지만, 오히려 출판사 대표님이 몰랐던 책인데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가 진짜 통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자는 정말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된 게, 정말 추천한 책은 다르다. 유튜버도 다르고, 독자들도 다르게 느끼는 것 같아요.

 

김서령 :   저번에 어떤 작가분이 에세이집을 냈는데, 안에 들어갈 삽화를 그려 줄 일러스트 작가를 섭외하시더라고요. 인스타 팔로워 장난 아니라고, 저분이랑 할 거라고 섭외했는데, 중간에 일러스트가 여러 장 들어가니까 비용이 정말 장난 아니더라고요. 계약하고 진행하고 책을 냈는데, 작가님께 책도 보내드렸는데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책을 안 올려 주시는 거예요. 메시지를 보냈는데, 작가님 한 번만 올려 주시면 안 되나요? 이벤트를 원하신다면 책을 스무 권 정도 보내 드리겠습니다 했더니 300만 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자기가 삽화를 그렸으니까 당연히 올려 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금정연 :   15,000원짜리 책을 초판 2,000부 찍으면 작가가 받는 인세는 300만 원이죠. 저도 작가고, 그렇게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일종의 현타가 올 때가 있어요. 1년 동안 책 한 권 써서 초판 다 팔면 인세 300만 원 받으면 그러지 않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도 울컥하는데요……. 방금 돈이 있으면 다를 것 같다, 쓸 수 있는 돈이 많으면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런 식의 좌담 자체가 만들어지는 게 출판계가 돈이 안 돌고, 갈수록 돈이 더 안 돌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잖아요. 물론 팬데믹 이후로 영화관에 사람이 줄면서 위기가 왔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돈이 돌기 때문에 관객이란 누구인가, 관람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같은 화두를 던지지 않잖아요. TV 시청 문화 어떠한가, 하지 않는 거죠. 왜냐하면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돈이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반면 출판이라는 것은 독자란 누구인가, 독서 문화란 어떤 것인가 끊임없이 자문해야만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흔히 하는 관용어구처럼 ‘단군 이래의 최대 불황을 매년 갱신하고 있는’ 업종이니까요.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독자란 존재는 규정하기가 어려운 것이고, 오늘 저희가 나눈 많은 이야기들도 독자라고 상정할 수 있는 무언가의 주변을 돌면서 독자란 무엇인가 더듬더듬 윤곽을 그려 보고자 하는 시도였던 것 같은데요. 과연 이 시도가 성공적이었나 하는 것은 읽어 주시는 분들이 판단해 주실 것 같고요. 그분들이 독자분들이시겠죠. 마무리하기 전에 한 마디씩 해주시고 끝내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하고 싶었는데 못 하셨던 이야기라든가, 내가 생각하는 독자란 이런 것이다, 라든가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유리 :   일단 저는 독자라기보다는 책을 사는 분들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보여주기 위해 사거나, 내가 몰랐던 나를 알기 위해, 혹은 되고 싶은 나를 위해 책을 사는 거니까요. 아니면 사실 책을 살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사실 우리나라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50% 미만으로 엄청 적지만, 그래도 나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MZ 세대부터 시작해서 젊은 친구들이 많아지니까 막연하게 독서 인구도 늘어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와서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쉽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MD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좋아할 만한 취향의 책들을 열심히 발굴해 보겠습니다.

 

반여진 :   저는 이 좌담을 책을 읽을 마음이 있는 독자들이 보게 되실지 모르지만, 주변에서 출판사 다닌다거나 MD라고 하면 꼭 그 얘기를 듣잖아요. ‘책 추천해 줘.’ 이 얘기는 다른 많은 분들이 하셨지만, 책도 나와 어울리는 옷을 사는 것처럼 여러 시도를 해보고, 남들이 추천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여러 리스크를 안고 해봐야 내 취향을 알 수 있는데, 갈수록 책이 다양해지는 것에 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스크를 안고 싶지 않아서 베스트셀러 위주로 보시잖아요. 그게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서점에 잘 보이는 책이 아니라 숨겨진 책을 읽기도 하고, 관심 있는 걸 관심해서 보기도 하는 식으로 많이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승훈 :   브런치 얘기를 많이 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저희가 연말에 브런치 개편을 앞두고 있어요. 저희 기획자분들하고 이야기할 때 ‘브런치 유저는 ○○이다’라는 주제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머릿속에서 내린 결론도 있고, 내부 결론도 있고, 여기 와서 들은 이야기로 바뀐 견해도 있지만, 어쨌든 저는 ‘팬덤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이 팬덤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브런치나 텍스트 글들을 노출하고, 전달하고, 읽히게 하고, 생태계를 만드는 등, 하나의 생태계를 만든다는 부분에서 독자라는 정의 자체를 다시금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서 유의미한 좌담이었습니다.

 

김서령 :   제가 좋아하는 동화 작가 한 분이 한 달에 한 번씩 미니 강연을 여세요. 한 네 명이 가는데, 3만 원 비용을 내면 간식과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두 시간 정도. 주제가 ‘내가 이번에 낸 책, 어떤 취재 과정으로 냈는가’, ‘요즘 읽기 좋은 어린이 책’ 등으로 매번 달라져요. 근데 거기를 다녀온 사람들은 너무나 즐거워하는 거예요. 작가 지망생도 있고, 독자도 있어요. 대부분 독자죠. 그런데 굳이 이야기를 들으려고 3만 원을 내가면서 청담동 선생님 작업실까지 가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늘 끊이지 않는다니. 사람들이 너무 많이 신청하면 ZOOM으로도 해주세요. 그러면 100명.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 느낌을 진짜로 나누고 싶어 해요. 나눌 수 있는 공간, 어디가 될지언정 오프라인이 될 수도 있고 온라인일 수도 있고 플랫폼일 수도 있고, 그런 걸 독려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책을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라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아주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금정연 :   긴 시간 동안 좋은 얘기 많이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회〉

 

 

   《문장웹진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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