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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반 사업의 가능성과 올바른 방향설정을 위해·Ⅲ

  • 작성일 2020-02-01
  • 조회수 1,572

[기획특집 / 좌담]

 


    본 좌담은 2019년 7월 중 페이스북을 통해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온라인 플랫폼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김서령 작가의 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등단제도, 출판과 결합된 문예지 시스템 등 기존 문학장의 물적 토대를 이루는 체제의 한계적 상황,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작가의 존재 양식 변화와 문학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자들의 등장 등 최근 한층 강화되고 있는 문학계 내의 흐름과 변화에 부응하여 해당 의견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의 검토를 거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원회에 상정되어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이후 지금까지의 정부의 문학 지원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작가는 물론 문학 생태계 내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새로운 방식의 지원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현장소통소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된 이번 좌담은 모두 세 차례(11.18, 12.16, 12.27)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그 내용은 1.1, 1.8, 1.15, 모두 3회로 연이어 게재할 예정이다.
    끝으로, 이번 좌담에 귀한 의견으로 참여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논의가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단계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좌담 참여자 명단(회차별, 가나다순)
     · (1차 좌담) 김대현, 김서령, 오창은, 이민호, 이설야, 정훈교, 황규관
     · (2차 좌담) 김지윤, 박서련, 박소란, 신지영, 유희경, 허 희
     · (3차 좌담) 김미정, 김태형, 배명훈, 최진석, 최하연, 하명희



 

 

문학 공공 분야 창작 발표 및 유통 확대를 위한
공유경제 플랫폼 제3차 좌담

플랫폼 기반 사업의 가능성과 올바른 방향설정을 위해·Ⅲ

 

 

사회 : 최진석(문학평론가)
좌담 : 김미정(문학평론가), 김태형(시인), 최하연(시인),
배명훈(소설가), 하명희(소설가)

 

 

 

 

최진석 : 안녕하세요. 오늘 여기는 문학 공공 분야 창작 발표 및 유통 확대를 위한 '공유경제 플랫폼' 도입 관련 연속 좌담회의 세 번째 자리입니다. 이 좌담회는 한국 현대문학장에 새로운 변화를 담아내기 위한 플랫폼 구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으로, 여러분들이 겪은 다양한 경험과 제언을 함께 나누어 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저는 평론글을 쓰는 최진석이고 오늘의 사회를 맡기로 했습니다만, 주로 여러분들의 말씀을 잘 듣고 갈무리하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우선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미정 : 안녕하세요. 김미정입니다. 문학평론을 하고 있습니다. 책의 유통, 지식문화의 유통에 관심이 있습니다. 마침 개인적으로 어제 광주에 있는 지인이 하는 서점(책과 생활)에 행사차 다녀왔어요. 어떤 지역에서 작은 서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기분 좋게 경험한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책이나 지식문화를 통해 서로 연결되기 원하는 많은 독자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서 저도 많이 고무되었습니다. 도움이 되는 발언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태형 : 안녕하세요. 시를 쓰고 있는 김태형이구요,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도 여러 권 출판하고 있습니다. 제 관심사는 공공 데이터입니다. 저작권이 만료된 데이터이겠죠. 책을 만들어 보려고 저작권이 만료된 데이터를 검색하고 있는데, 구멍들이 크게 난 것들이 있더라구요. 이런 것들이 국가의 자산일 텐데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마침 이 좌담회가 그것과도 연결될 수 있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하연 : 안녕하세요. 시를 쓰는 최하연입니다. 현재 '사단법인 문학실험실'에서 《쓺-문학의 이름으로》라는 잡지의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창작하는 입장에서, 이 플랫폼이 좋은 문학 작품을 양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좌담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배명훈 :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 배명훈이구요, 특히 SF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한국과학소설작가협회에서 부대표를 역임했습니다. 문학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다른 분들이 전제하는 문학장과, 그것과는 다른 문학장으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작가 생활을 15년 정도 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알고 계시는 문학장에서도 활동하고 있지만 다른 문학장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서, 이런 자리에 나와서 이야기하다 보면 나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다른 형태의 문학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명희 :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하명희입니다. 저는 소설 쓰기 전에 출판 편집자 일을 하고 있었구요, 그래서 소설을 쓰면서도 두 가지 정체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작가의 정체성과 편집자의 정체성을 서로 섞이지 않게 분리시키는 입장인데요, 오늘 이 좌담회에서는 이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이야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소설집이 나왔는데요, 작가들은 독자들을 찾아가서 만나게 되잖아요. 요즘에는 그런 기회들이 많아졌는데,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들은 독립 서점에서도 별로 찾아 주지 않아요. 독자들을 만나는 경험은 굉장히 귀한데, 책이 나왔을 때와 책이 나오지 않았을 때의 두 가지 입장을 고려해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진석 : 네, 감사합니다. 다들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앞선 두 차례의 좌담회와 차별되는 좌담회를 끌어가기 위해서 현장에서 독자들을 만난 여러분들의 경험에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형태의 '읽는 독자'는 이제 문학장에 '직접 참여하고 발언하는 독자'로 바뀌었다고들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 새로운 독자들과 어떻게 발걸음을 맞출 수 있을지 논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같은 상황에서 문학이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어떤 가용성을 지닌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까요? 이런 의미에서 독자와의 소통 형태에 논의를 집중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또한 작가로서 책을 출판할 때와 출판하지 않고 준비 중일 때 플랫폼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또 2차 좌담회에서 나왔던 아카이빙과 관련하여 어떤 제언을 할 수 있을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자, 그럼 독자들이 직접 발언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변화된 시대상황에 대해 본인들이 겪어 본 사례들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일단 김태형 선생님께서 운을 띄워 주실래요?

 

김태형 : 책방을 하면서 행사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많이 해왔던 것 같아요. 독자 참여를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곳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더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명훈 : 독자와의 소통은 언뜻 생각했을 때는 많을수록 좋을 것 같은데, 최근에 독자의 목소리, 독자의 역할을 생각하면 오히려 걱정스러운 면이 분명 있어요. 이름과 달리 독자는 단순히 글을 읽는 사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와는 좀 다르지만 보통 이야기는 플랫폼들, 예를 들어 웹소설, 웹툰 플랫폼을 보면 창작자와 소비자를 구분하는 단이 없어졌다고 할까요. 공연장에 비유하면, 조금 솟아 있는 무대 위에 공연자가 있고 단 아래에 관중석이 있는 식의 공간 구분이 있었죠. 상하관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둘 사이를 구별하는 단의 높낮이 차이가 없어지면서 독자가 직접 창작 활동에 개입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위 좋은 피드백만 오가는 게 아니라 걱정스러운 피드백도 생겨났고요. 오늘 이야기하려는 플랫폼에 대해 생각하면서 저는 이 상황이 먼저 떠올랐어요. 이 플랫폼이 바라는 독자와의 소통은 과연 어떤 소통인가? 기존의 플랫폼들은 창작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는 공간이었거든요. 작가가 대중을 직접 상대하기를 바라는 경향도 있었고요. 이 구도에서 독자들은 작가에 대해서 우위를 점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페미니즘을 다룬다는 이유로 창작자가 공격을 받거나 하는 일 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인터넷의 성격상 해당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도 독자라는 포지션을 이용해서 그 공격에 동참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플랫폼이 상정한 구도 자체에서 오는 우위를 이용해서요. 그런 점에서 저는 플랫폼이라면 작가를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미정 : 독자가 우리 시야에 들어온 것은 꽤 됐습니다. 그런데 좀 전에 제 소개를 했을 때 이야기했던, 제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독자들이 저에게 있어서는 독자인 셈이죠. 각자 생각하는 독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 없이 좌담이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 같고, 배명훈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단지 웹뿐만 아니라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전통적인 의미의 문단 작품들을 전통적인 수업에서 다룰 때도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크리틱의 언어가 잘 통용되지 않는 것 같은데, 비평가의 역할이 아닌 크리틱의 관점에서 작품을 보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둔다면, 굉장히 구체적으로 독자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명희 : 배명훈 선생님 이야기한 것을 받아서 저도 플랫폼을 고민할 때 그 부분이 먼저 다가왔거든요. 그래서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은 원칙적으로 공유해야 하는 플랫폼을 고민하는 데 작가를 서비스의 대상으로 소진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거기에서부터 논의가 진행되어야 올바를 것 같습니다. 기존의 플랫폼들이 작가를 데려다가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안 좋은 방식의 케이스였기 때문에 그것을 지양하는 방식의 플랫폼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또, 제가 보내주신 방대한 자료를 보면서 느낀 것은 역설적으로 자료가 없다는 것이에요. 너무 많아서 뭘 봐야 할지 모르겠는 거죠. 플랫폼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 즉 플랫폼을 공부하는 자료를 만드는 것도 과정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즉, 장기적으로 플랜을 짜서 플랫폼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가기 전에 기술적인 부분들, 독립 서점의 제안들, 인터넷 서점의 좋은 점들을 실험해 보는 장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나중에 작가들의 작품들을 게재하는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것을 같이 구현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래서 플랫폼을 공개하기 전에 '허브 사이트'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허브 사이트에 온갖 정보들을 공유하고 여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이트들이 들어가는 거죠.
허브 사이트를 고민하면서 떠오른 모델은 '여산통신'이에요. 여산통신은 지금도 있는데,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책을 관계기관에 배포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무료였어요. 예전엔 출판사 책임 편집자들이 책이 출간되면 마지막 과정에서 기자들을 찾아가서 몇 시간씩 기다려서라도 보도 자료를 끼워 주고 책을 홍보해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작은 출판사 같은 경우는 아예 기자들이 만나 주지 않기 때문에 돈을 얹기도 하는 그런 관행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을 청산해 준 것이 여산통신이에요. 여산통신은 그런 것들을 각자 하지 말고 우리한테 주면 책이랑 보도 자료를 끼워서 깨끗하게 보내줄게, 그 작업을 한 거거든요. 그 대신 출판사들은 여산통신에 매달 얼마씩 돈을 지불하는 거죠.
단순한 것 같지만 출판사와 그걸 홍보하는 매체의 틈을 본 거죠. 현재 여산통신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리스트가 계속 업데이트되기 때문이에요. 책과 보도 자료를 보내주는 그 역할을 우리 논의의 공유 플랫폼으로 적용해 보면 독립 서점이 이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을까요. 인터넷 서점으로는 책과 보도 자료가 가지만 독립 서점은 공유 플랫폼을 통해 책과 작가 정보들을 공유할 것 같거든요. 상업적으로 책이 나와서 판매하겠다가 아니라, 책이 나와서 몇 개월 후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책에 대한 정보, 작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허브를 만들 수 있으면, 이후에 만들어질 플랫폼을 그것과 연결해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먼저 허브에 들어갈 수 있는 요소들을 고민해 보고, 실험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거기에서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고민은 또 다르게 이야기해 볼 수 있겠고요.

 

김태형 :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독자가 참여하는 부분이 있어요. 보통 신문기사 보면 댓글이 달리잖아요, 아무리 좋은 내용이 나와도 무조건 반대하는 댓글도 있고. 그런 것들을 고민하시는 거 같은데, 제 생각에는 독자 참여가 작품 평보다는 작품을 향유하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독자 참여가 아닐까 싶어요.

 

최진석 : 지금도 온라인 서점에는 책에 대한 별점주기라든가, 단문이든 장문이든 독자들이 책에 대해 직접 품평하는 코너들이 있죠. 책을 구매할 때 누군가에게는 쏠쏠한 도움이 되는.

 

 

김태형 : 크게 도움은 안 됩니다. (웃음) 영화 별점은 재미있는지 아닌지 확연히 알 수 있는데, 책 별점은 누군가 장난치는 거 같고, 지인 중에 사이 안 좋은 사람이 별 한 개 달고, 문장도 안 된다고 악담을. (웃음) 그런 예는 많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낸 책 중에 하나가 문장이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개성적인 문장을 구사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봤더니 별 하나가 달려 있고 말도 안 되는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는 식의 악담을 써놨더라구요. 유명한 책도 아니고 유명한 저자도 아닌데, 애써 소외된 책에까지 악담을 남겨 놓는 건 분명 의도가 불순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지요. 수많은 명저를 읽고 좋은 소감을 남기기에도 바쁠 텐데. 영화 별점은 볼 만한데, 책에 대한 별점은 거의 기대할 만한 수준이 못 돼요. 따라서 평이나 리뷰보다는 작품을 즐기는 쪽으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가는 쪽으로 독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배명훈 : 아까 한 이야기에 덧붙이면, 플랫폼을 통해서 분명 독자도 재구성이 되거든요. 하명희 선생님이 정리를 잘 해주셨는데, 작가로 하여금 서비스를 하게 하고 독자가 그 위에서 내려다보게 구성한 플랫폼이 굉장히 많아요. 이 구성밖에 할 수 없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플랫폼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이 플랫폼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나 설계를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최하연 : 독자에 관해서 제가 짧게 말씀을 드리자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지원은 '창작자에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나온 작품들이 아닌, 앞으로의 작품들, 2021년, 2022년에 시인과 소설가들이 쓸 작품들을 우리가 읽는 지금 읽는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이 좌담이 진행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고, 그렇기에 정말 좋은 작품들이 플랫폼에 등장하기 시작하면 독자로서 한 작가의 작품을 찾아볼 때, 일일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플랫폼에서 많은 부분을 소화해 주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그렇다면 이 플랫폼은 다양하고 독특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장소가 될 것입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플랫폼 안에 암묵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위계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플랫폼에 투고하는 많은 신인 작가, 기성 작가들이 이 플랫폼에 기고하면서, 대중과 심사위원을 의식해 작품을 어떤 스타일로 써야 하는지 먼저 고민하게 되면 이것은 이미 독자가 작가 위에 있는 상황이 되거든요. 창작을 위축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최진석 : 작가는 독자적이고 고유한 역량을 발휘하여 작품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게 원칙임에도 독자들의 반응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십분 동감하구요. 다만 문단과의 유비를 통해서 다른 분야를 언급해 본다면, 학계의 경우 '디비피아(DBpia)'라든가 '리스(Riss)' 같은 학술논문 및 정보검색과 제공 서비스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물론 여기엔 약간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긴 합니다. 가령 논문 등의 저자에게는 저작권료가 지불되지 않음에도 공간된 논문들은 유료로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다든지 하는 문제 말이죠. 요사이 첨예하게 논쟁이 되는 지점입니다만 일단 논외로 친다면, 대중이 문득 관심이나 필요에 의해서 접근할 때 언제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문학장의 플랫폼도 그러한 접근 가능성과 이용 편의성을 보유할 수 있으면 더 나은 창작 환경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명희 :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저랑 동명이인 드라마 작가가 있어요. 다음 포탈에 제 프로필이 올라갔는데 그분의 프로필에 제 프로필이 섞여서 다음에 제공이 되었거든요. 누가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는데, 프로필이 섞였다고 다음에 메일로 문의를 했더니, 다음 관계자가 자신들은 교보문고를 통해서 그 소스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1차 경로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교보에 내가 먼저 내 정보를 바꿔 달라고 해야 자기들이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은 작품과 관련된 정보들을 제공하는, 2차 좌담회에서 이야기했던 '아카이빙'이 플랫폼에서 기능한다고 하면 다음 쪽에서 이 플랫폼에서 정보를 가져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김미정 : 이 자리에서 꼭 한 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선생님들이 앞에서 이야기하신 것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플랫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도 어떤 작품을 구하기 힘들어서 포기하는 상태인데 다른 독자들은 어떨까요? 발표되는 작품들을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는 플랫폼, 아카이빙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러면 저작권에 문제가 생길까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어떤 잡지들에 수록된 작품들은 단행본 출간 이후에도 디비피아나 리스 등에서 작품 제공을 계속하거든요. 현실적으로 분명 가능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김태형 : 그렇게 되면 출판사가 다 문을 닫아야겠죠. 제2창작집에 들어갈 만한 열 편의 단편소설들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면 출판사로서는 굉장히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어제 나혜석 논문을 찾다가 다운로드 받으려고 했는데 6,000원이에요. 그래서 그 논문이 발표됐던 학회지를 찾아보니까 헌 책방에 1,500원에 나와 있어요. 아무도 안 사보는 책인데, (웃음) 6,000원을 내느니 그 원본 책을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주문했거든요. 저작권이 소멸됐으면 상관없는데 저작권이 팔팔하게 살아 있다면 어떤 차원에서라도 작가에게 보상이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출판사는 어떻게 되느냐? 문 닫아야 하는 거죠. 만약 제가 출판사의 입장이라면(입장이기도 하지만) 플랫폼에 작품이 대거 수록되어 있을 경우 출판을 꺼리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책 안 읽고도 읽은 척하는 시대인데, 사이트에 다 오픈되어 있으면 오죽할까 싶기도 하고요.

 

최진석 : 다소 이상적이건 추상적이건,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언제든지 접근해서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문제에 관해 우리가 마구 던져 보는 식으로 떠들어 봐도 좋겠군요.

 

배명훈 : 지금 계획처럼 원고료를 많이 주면 잘 될 것 같아요. (웃음) 그러면 좋은 작품들이 모이고, 좋은 독자들이 모이고.

 

김태형 : 그것도 일종의 지원사업의 형태일 텐데 발표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작가들의 장을 만드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플랫폼 하니까 한국 문학사를 통째로 다 집어넣을 것 같지만 사실은 일개 문예지가 담당했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이 이 플랫폼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몇몇 작품들만 올라올 텐데 소규모이겠죠. 원고료를 준다는 것은 작가들이 창작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는 지원사업인데, 그 작품을 플랫폼에 실어서 대중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면서, 잡지 지원사업처럼 그 데이터를 꾸준히 받아 자유롭게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게 구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도서정보나 작가정보같이 서점들이 이미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는 데이터들은 플랫폼과 연계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전에 저작권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 같아요. 저작권은 언젠가는 소멸하니까 10년, 20년이 지나면 굉장히 중요한 데이터가 될 거 같아요. 디지털화는 이미 출판사들에서 하고 있는데, 잡지사들에는 지원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데이터를 꾸준히 제공받는 쪽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진석 : 네, 맞습니다. 플랫폼의 기능을 이미 자력으로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문예지나 잡지, 온라인 서점 등은 굳이 이런 기획에 나설 필요가 없겠죠. 다만 발간이 된 작가들이 아닌,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을 출판하기 쉽지 않은 작가들이나 시류와 다소 어울리지 않아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데도 플랫폼 사업의 취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 중심으로 구축된 문학시장과 판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문학장에도 동일한 공공 서비스를 구축하도록 지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김태형 선생님 말씀에 덧붙여 본다면, 지금 논의 중인 플랫폼의 아카이빙 형태는 주로 텍스트에 한정되어 있음을 지적해 볼 만합니다. 예전이라면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촬영도구나 기타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문서적인 텍스트 이상의 자료를 보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요. 가령 문학 플랫폼 사업을 위한 지금 이 좌담회도 최종적으로는 텍스트 형태로 공개되겠으나, 녹화되고 녹음되는 원본 파일을 동시에 공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문학좌담이나 토론회, 강연회, 발표회 등도 텍스트와 함께 녹취와 녹화의 형식으로 아카이빙하여 공간한다면, 문학사를 새롭게 읽고 해석할 수 있는 풍요로운 자료로서 후대에 사용 가능할 것이라 전망해 봅니다.

 

김태형 : 김수영 부인이 녹취 사업을 한 게 있더라구요. 10년 된 거 같은데 볼 수가 없어요. 꼭 가야 된대요. 와서 보래요. 녹취를 푼 텍스트도 있대요. 내가 거기 어떻게 가지? 물론 내 중요한 사업이라면 직접 가겠는데 저같이 밖에 나다니기 싫어하는 사람은 못 가겠네 하고 말아요. 그렇게 돈까지 들여서 만든 녹취를 왜 공개를 안 하고 와서 보라고 하는 건지, 꼭 중앙도서관에 가야만 그 PC에서만 검색하게 만들고, 물론 저작권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고료를 받고 작품이 발표되면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신인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등단은 했는데 무슨 작품이 발표됐는지, 대한민국의 모든 문예지를 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죠. 작년에 조선일보로 등단한 사람이 그동안 무슨 활동을 했는지 쭉 보고 작품부터 찾아볼 수 있게 한다면, 출판으로도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작품이 공개돼서 접근 가능하게 한다면 분명 출판의 기회도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최하연 : 독자 관련 주제와는 상관없이 제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이 플랫폼에선 독자가 사실은 입법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 등, 저희 체제 안에서, 만약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정권을 잡으면 퀴어 소설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서비스하는 것에 알게 모르게 문제가 생기겠죠. 그래서 이 플랫폼 사업이 예술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정교한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이 플랫폼이 하나의 모델로서 자리 잡으면 작가들이 이런 것은 쓰면 안 돼, 이런 것은 좋아해, 이렇게 자기 검열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드는 아주 실전적인 생각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작가에게 조건 없이 지원하는 거죠. 작품을 묻지 않고.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묻지 않고. 즉 당신이 무엇을 썼는지 간섭하지는 않지만, 지원은 하겠다는 방식으로. 그리고 이 플랫폼이 다수의 등단 신인들과 등단한 지 오래되었지만, 육아라든지 학업이나 논문 집필이라든지 해서 휴지기를 가졌다가 다시 작품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절망감을 줄여 주는 순기능을 하게 될 텐데, 작품 외적인 압박과 내부적 타협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문학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율성에 관한 책임은 꼭 보장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최진석 :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플랫폼 사업의 '양지'뿐만 아니라 '음지'에 관해서도 숙고해 보아야겠군요. 플랫폼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작가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고 지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자, 이제 약간 논의 방향을 돌려 볼까요? 누가 작품을 플랫폼에 올려도 좋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양질의 작품을 선정하기 위한 심사제도에 대해 아까 언급하셨는데요, 배명훈 선생님께서 먼저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배명훈 : 저도 장르소설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로 SF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SF 작가들 중에는 출간을 전제로 쓰는 작가가 많기 때문에 지원사업에 관심도 많고 지원신청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심의를 하느냐인데요, 결국 심사를 어떤 사람들이 했는지 알게 되면 '아, 여기는 내가 낼 자리는 아니구나' 혹은 '이 지원사업은 내가 "뚫어야" 되는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자연스럽게 내는 게 아니라 각오를 하게 되는 거죠. 심지어는 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요. 진입장벽이라는 게 별게 아니고, 모집 요강, 응모 요강만 봐도 신춘문예나 문예지로 등단하는 작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등단 몇 년 차" 이렇게 쓰여 있으면 그런 방식으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작가는 내가 몇 년 차인지 세기가 복잡해지거든요. 저도 이런 상황이 되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직접 물어보곤 했어요. 이런 일을 겪다 보니까 요즘은 SF 작가들도 심사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거든요. 작가로서는 힘든 일이죠. SF계는 역할 분화가 덜 돼 있어서 작가가 비평도 하고 편집위원도 하는 등 여러 역할을 다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SF 작가가 심사위원이나 무언가를 결정하는 자리에 자꾸 참여해야 SF 작가나 지망생들이 불이익을 덜 받고 지원사업에 선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 논의 과정에서 이런 부분도 신경 써서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진석 : 장르와 분야가 워낙 다변화되다 보니 이제 심사위원들의 폭을 더욱 넓혀야 할 때가 왔다는 말씀이군요.

 

배명훈 : 지금은 장르소설 중에서도 희한하게 SF만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가끔은 SF를 받아들였으니 장르 전체를 받아들인 것처럼 간주되는 경우도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SF 작가가 장르소설 전체를 다 커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장르의 창작자들이 문을 두드린다면 거기에도 대응할 필요가 또 생기는 거죠. 그리고 저는 문단이 반드시 SF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적어도 공공 플랫폼에서는 문단의 문학만을 유일한 문학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미정 : 저는 등단 문구를 데뷔 문구로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문구를 바꾸는 자그마한 것에서의 출발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등단이라고 할 때는 규정력이 있습니다. 사실 사소한 문구라고 볼 수도 있는데 절대 사소한 문구가 아니거든요. 결정적이거든요.

 

배명훈 : 등단도 그렇고 자격 조건에 "문인"이라고 쓰여 있는 경우에도 아, 우리는 해당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소설가라고 하면 되는데. 그것 자체가 진입장벽이 되는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이 플랫폼의 지향점이 등단한 작가로 한정되는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최하연 : 아마 시행하다 보면 실제로 곤란한 일들이 생길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한 분기에 10,000편 이렇게 응모하면 정해진 심사위원 몇 명이 나눠 읽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텐데…… 게다가 심사 기준에 맞춰 정보 공개도 해야 한다면…… 실무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숙제일 것 같아요. 장르를 나눠야 할 것인가, 응모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은 실무적인 단계에서 첨예하게 고민되어야 할 것 같아요.

 

하명희 : 저는 세 가지 정도 고민되는데, 작품을 게재할 때 작품 공모로 갈 것이냐, 게시판을 열어서 작품을 올려라 그래서 거기서 뽑을 것이냐, 블로그의 진화된 형태인 브런치처럼 심사위원은 감추고 각자 기량을 뽐내 봐라 그래서 거기서 취할 거냐. 여러 방식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 빼고 작품만을 보겠다는 취지로 간다면, 우선 최소한의 부분만 남겨 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장르를 없애야 하고, 창작 시점과 같은 데뷔 년도도 없애야겠죠.
그럴 때 그럼 신구 작가의 구분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남습니다. 등단과 비등단 구분 없이 섞어서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이걸 최소한의 구분으로 두면 심사나 기타 등등이 달라지겠죠. 그런데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작품을 보기 위한 취지로서 작가라는 레테르조차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새로운 플랫폼을 지탱하는 것은 새로운 작품이 아닐까. 여기서 어떤 장벽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저는 그 장벽들을 다 버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배명훈 : 작품 엄청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요. (웃음)

 

최하연 :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아수라장이 될 것 같은데요. (웃음)

 

 

김미정 : 개인적으로 모 잡지를 하고 있는데 플랫폼을 지향해서 종이 잡지, 웹, 몹 이렇게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반의 예상과 가장 일치하지 않는 것이 웹인데, 지금 말씀하신 플랫폼에 대한 구상이 저희한테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냥 올려 본다는 취지로 독자들이 장르 구별 없이 자기의 표현력과 글쓰기 형식들을 실험할 수 있는 코너와 비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코너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내년 개편 때 없애기로 했거든요. (웃음) 실제로 웹을 기반으로 해보니까 실제 작가들, 지망생들이 주로 활동을 하고 제가 생각하는 독자들은 그냥 읽기만 해요.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최하연 : 이것은 문학을 지원하는 사업이에요. 지금 우리가 독자를 이야기하는 건 어떤 작품이 소비된 이후의 행태, 완결된 행태까지 고려해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이것은 작가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 현상을 지원하게 되는 거라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을 공공기관도 같이 하자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감하게 작가가 창작할 수 있게 이 플랫폼이 지원하느냐 못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독자와 소통하고 독자와 만나야 한다고 주문처럼 이야기하지만, 그 작품이 독자를 만나는 건 시대적 현상이고, 유행에 따라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죠. 따라서 그것과 상관없이 지금 우리가 창작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문학, 우리가 고민할 수 있는 문학적 사유, 그것이 현상으로 나타날 작품의 실체에 지원하는 것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플랫폼은 오로지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게끔 집중 지원해 주는 사업이 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김태형 : 제일 중요한 게 창작인 거 같아요. 독자의 참여라는 테두리를 독자가 작품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서울문화재단 등등이 전통 장르를 지원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장르보다 더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몇 년 전에 블랙리스트 당시에는 전혀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한 해에 받은 적 있는데, 심사를 공정하게 하면 좋은 작품들이 선택되는 건 맞고, 정치적 영향력이 벗어난 지금은 꽤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SF 장르도 전문 심사위원이 하게 되면 공정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격 요건이 불만인데, 김수영 문학상도, 대산문학상도 등단 10년 이하, 저도 김수영 문학상 받고 싶은데 (웃음) 어떤 문학상은 등단 10년 이상, 등단, 나이, 연도를 세우는 것은 다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조건은 아무 의미 없고 작품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명희 : 데뷔한 작가들의 구분을 없애자는 건 맞는데, 데뷔를 하지 않은 분들의 원고도 포괄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형 : 충분히 전문성이 있는 심사위원이라면 중학생이 쓴 시와 등단하고 활동하는 시인들의 수준이 금방 판단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미정 : 저는 문학에서 독자를 시야에 두었을 때의 중요함은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독자의 상에 대한 복잡함이 저한테도 있는데 그 복잡성을 감안하면서 잘 연결시키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독자와 만나는 공간이 소규모라고 하더라도 저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비관적으로 독자 이야기가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렸습니다.

 

배명훈 : 저도 김미정 선생님 말씀에 동감하고요, SF 작가연대가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단체인데도 가끔 독자들을 만나고 나면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대단히 긍정적인 활력이 생겨나서 오프라인 행사를 종종 기획했었어요. 작가도 에너지를 얻고 독자들도 즐거워하는 게 보여서요. 그래서 다시 제 생각을 정리해 보면,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의 아쉬운 점이 판만 만들어 놓고 빠지는 태도예요. 작가와 독자를 연결한 다음, 우리는 공간만 제공했고 콘텐츠는 콘텐츠 공급자가 알아서 제공하는 거니까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 책임이다, 우리는 모른다 하는 태도. 작가와 독자만 내버려두면 결국 작가가 알아서 서비스를 하게 되고, 독자들은 업계 전체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가는 거죠. 이런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독자들은 문학계 전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을 때 그 문제와 직접 관련된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가까이에 있는 작가에게 가서 이야기해요. 왜냐하면 독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작가는 취약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어서, 그런 작가에게 문제가 제기되면 반드시 태도를 바꾸거나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요. SF계도 마찬가지인데, SF계 어딘가에서 문제가 터지면 SF 작가들이 민원을 받기 시작하는데 그중에서도 신인 작가들이 더 시달리게 돼요. 인지도가 쌓여서 대중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공격을 덜 받아요.

 

김태형 : 그런데 과연 이 플랫폼에서 그 정도의 논쟁이 있을까? 극소수의 인기 작가들에게나 한정될 것 같아요. 이 플랫폼은 독자들의 반응을 중시해서 댓글을 열어 놓을 것 같은데 이런 문제들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메인에 뜨는 사이트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보는 사이트일 것 같은데 독자를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어디든 작가 본인이 책임지는 부분도 있지만 매체가 다 책임지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최하연 : 그래서 그 말씀의 연장선에서 이 플랫폼에서는 비평을 절대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정된 작품들에 대한 비평적 관점을 조명해 주는 것이 필요한데, 사업 예산을 이 부분에 과감하게 투자해서라도 평론가들을 대거 포진시켜 제대로 된 '댓글'을 달아 주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론가가 한 작품에 대해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문학 비평을 달아 놓으면, 그 밑에 웹상의 질 낮은 댓글이 아닌, 그 작품을 제대로 읽은 생산적인 댓글들이 달리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 수를 줄이더라도 평론 수는 늘리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최진석 : 비평의 기능을 강화하자 하시니 참 반갑고 공감 가는 말씀입니다. (웃음) 여기서 잠깐, 아까 하명희 선생님께서 '허브'의 기능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태형 : 저는 매우 찬성하고 이 부분에 공적 자금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립한글박물관은 사진으로 책을 디지털화하더라구요. 그리고 전혀 몰랐던 공공 데이터 사이트도 있는데 근대 잡지 목록을 엑셀로 서비스하고 있구요. 국가 지원을 받아서 구축해 온 공공 데이터들을 이 플랫폼에서 서로 공유하게 기술적으로 만들어 놓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품 목록이나 작가들의 삶을 통합적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각 지자체에서 후원받아서 구축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이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으면 자주 찾아올 거 같아요.

 

 

하명희 : 문화예술과 관련한 웹망들을 한 자리에 모아 둔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여기에 플러스하여, 서점과 도서관과 출판사가 들어가 주면 나중에 이 플랫폼이 구동될 때 같이 움직이지 않을까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구요. 사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는 작가들이 무슨 공모가 있나 살펴보는, 시기별로 들어가 보는 사이트거든요. 이 허브 사이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하나의 홈페이지일 수도 있는데, 플랫폼이 구현하고자 하는 관계들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사이트라고 상상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 허브 사이트에서 문학 플랫폼을 구동할 필요는 없죠. 6개월이나 한시적으로 하고 어쨌든 작가 지원 플랫폼으로 가기 위한 다리라고 상정하고 만들면 그 가짓수들이 생겨날 것 같아요.

 

김미정 : 주로 웹 기반 플랫폼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오늘 이야기가 이루어진 거 같은데, 웹 기반 이외의 플랫폼도 시야에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금 들었고, 출판 시장 말고 교육 현장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와 잡지와 작가, 작품 존재와 거의 동등하게 교육 현장에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학 현장과 굉장히 직결되어 있는 것이 문학 현장인 것 같아요. 가령 실시간으로 나온 작품을 가장 많이 읽는 독자층이 대학생들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수업 시간에 다루거든요. 그리고 문학 글쓰기를 하겠다고 지망하는 친구들이 이미 대학 시스템 안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서 이런 문제들도 출판 문제만큼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 가지 더, 콘텐츠에 있어서 인접 예술 분야도 오픈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형 : 저작권이 제일 부딪칠 것 같아요. 학교에서 수업할 때 시 같은 경우는 블로그에서 빔 프로젝트로 띄워서 하고, 도서관도 공공대출권이라고 국가가 대신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뭘 해도 안 될 것 같아요. 시는 이미 웹상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관리가 힘들 것 같고 시는 저작권을 행사해도 안 팔리는 장르이기 때문에 (웃음) 그런데 소설이나 다른 장르는 생계와 관련 있기 때문에 다르죠. 아무래도 저작권 문제 해결 없이 플랫폼이 개설된다면 논란이 일 것 같아요.

 

최진석 : 방금 김미정 선생님 말씀 중 콘텐츠에 있어서 인접 예술 분야도 오픈되면 좋겠다는 점을 더 구체적으로 예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미정 : 본래 문학과 가까운 예술, 문화 장르가 많잖아요. 왜 그런 인접 예술 분야와의 콜라보가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은 얘기되지 않는지 조금 의아합니다.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중에도 이미 '문학'이라는 견고한 이미지와 규정력이 있다는 반증 아닐까 싶고요. 그리고 실제로 인접 예술 장르에 관심 있는 분들이 독자들과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저는 많이 체험했거든요. 가령 문학, 미술 등 다른 콘텐츠에 관심 있는 분들이 문학하고 친해지거나 서로 연결돼서 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저는 잡지 일을 하면서 경험했습니다.

 

최진석 : 말씀을 듣고 보니, 장르 혼성 가능성과 그 창조적 역량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듯싶네요. 확실히 요즘 글 쓰는 분들은 기성의 장르적 틀을 깨고자 할 뿐만 아니라 타 장르와의 연결성에도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게임과 시를 연관시킨다든가, 소설과 영화를 관련시키는 등…… 그런 관심사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정말 필요합니다.

 

하명희 :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는데, 오기 전에는 독자와 어떻게 호흡할 것인가, 어떻게 오픈된 공간을 만들 것인가, 아웃 사이트 같은 것을 만들어서 독자가 스스로 찾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유통을 만들면 어떨까 구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기서 작가들이 놀아야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데뷔한 작가들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굳이 공모를 안 하고 투고를 한다 해도 심사가 가능하고, 그 기간은 한 달 간격으로 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작품이 1회 연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전달되면 좋겠다, 연극, 무용, 기타 예술 장르도 이런 플랫폼을 실험할 거라고 하셨는데, 문학을 기타 장르로 확장해서 놀면 대중들과 독자들도 같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기존의 문장 웹진 사이트는 일방향적으로 들어가서 보고 나오는 게 끝이었거든요. 꼭 독자와의 소통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이 플랫폼에서 평론가들이 작가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우리끼리 놀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드네요.

 

 

최하연 : 결과적으로 새로운 작가와 재발견된 작가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다수의 문인은 이 플랫폼에 투고하기 위해 땀 흘려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절망감과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절망감과 자괴감이 단순히 분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가 부족했을까, 당대 문학의 다양한 전위와 실험들은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한눈에 보여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플랫폼이 되면, 작가들에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플랫폼 안에서 활발한 비평이 보장된다면, 이 시대의 좋은 작품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왜 획기적인가, 이 작품은 왜 낡았는가를 비평가들이 가감 없이 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투고 작가는 물론이고 예비 작가들도 그 질문에 작품으로 응답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장르 문학도 작품과 비평 사이에 이러한 응전의 장이 마련된다면, 예비 작가 지망생이나 관련 전공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이 플랫폼에서 배울 수 있어서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러한 선순환 속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온다면, 독자는 당연히 생기지 않을까요. 이 플랫폼의 성공은 여기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배명훈 : 좋은 의견인 것 같습니다. 저는 새로 생길 지면이 창작자 입장에서 좋은 지면이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지면이라면 일단 돈을 많이 주는 지면이 좋은 지면이고 (웃음) 글을 실었을 때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지면도 좋은 지면이 될 수 있겠죠.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 저는 《문학3》에 소설을 수록했을 때가 정말 좋았습니다. 발표와 리뷰 좌담이 함께 실린다는 점 때문에요. 주로 SF 쪽 이야기이지만, 기성 작가와 갓 데뷔한 작가 등 여러 단계의 작가들을 만나다 보면 지면을 구하는 단계에 있는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지면을 통해 활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작가들에게는 좋은 지면을 겪어 보는 것 자체가 성장의 계기일 거예요. 이 플랫폼이, 응모하고 심사하고 게시하는 기계적인 과정 이상의 의미 있는 지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형 : 싣는 게 영광스럽게 느껴지겠네요. (웃음) 돈 받았다는 것을 창피해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웃음) 돈만 받고 자기 작품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고, 복지재단 파견 예술가들이 그런 스타일이더라구요. 복지 혜택으로 바뀌는 거잖아요, 풍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아요. 여기도 상금, 지원금, 고료만 받고 쏙 빠져나가면 무덤이 되겠죠.

 

최하연 :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작품을 선정하고 공개할 때, 평론가의 피드백을 의무적으로 싣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선정 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작품의 문학적인 의미를 (다양한 시각일지라도) 분명하게 짚어내서 작가는 물론 독자들과도 문학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이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명희 : 출판 형태보다는 e-book 형태로 일 년에 한 번 발행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제 작품 하나가 올해의 문제 소설로 뽑혀서 종이 지면으로 단편 하나가 실렸는데, 저의 전작보다 이 작품 하나가 훨씬 더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어요. 그런데 폭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출판사는 저에게 인세를 하나도 안 줘요. 왜냐하면 너한테 명성을 주겠다, 이 책이 잘 팔리니까 너 여기에 들어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라, 이런 생각이 깔려 있는 거거든요. 아니면 너 빼, 이런 거잖아요. 그게 먹히는 것은 무슨 상 혹은 무슨 소설 묶음이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기 때문이거든요. 김태형 선생님 말씀처럼 저희에게 영광이 되려면, 그 소스를 개방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작권 문제만 해결된다면.

 

김태형 : 예전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작 출간과 함께 전자책도 제출하기로 한 적이 있었지요. 경기도 일대 도서관에 뿌리겠다고 했는데, 2년 하고 바꾸더군요. 아무도 이용하지도 않고, 잘 내지도 않고. 작가들이 출판사랑 계약해서 책을 내는 데 전자책까지 만들어 달라고 하기가 어려운가 봐요. 문학은 아직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전자책으로 낼 바에는 아예 제대로 된 책을 내도록 지원하는 게 좋겠습니다. 팔리는 작가가 아닌 이상 책 내기가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시인들도 거의 반 이상 자기 돈으로 책을 내거든요. 그래서 이 플랫폼에서 출판도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여력이 지원사업 안에 포함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최하연 : 강제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들이 플랫폼에 올라오면 출판사들이 가져갈 거예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상업적인 출판사일 수는 없잖아요. 그냥 좋은 작품들을 플랫폼에 올려 두는, 거기까지의 역할일 것 같아요. 그 뒤에는 또 하나의 현상으로, 상업 시장에서 알아서 움직이지 않을까요.

 

최진석 : 논의가 열기를 더해 가고 있지만 벌써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마감해야 할 때군요. 지금까지 문학 공공 분야 창작 발표 및 유통 확대를 위한'공유경제 플랫폼'제3차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유익하고 흥미로운 제언과 토론이 한국 문학 발전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랜 시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진석

사회자 / 최진석

문학평론가 · 문화연구자 · 수유너머104 연구원. 『감응의 정치학: 코뮨주의와 혁명』(2019),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 미하일 바흐친과 생성의 사유』(2017) 등을 썼고, 『다시, 마르크스를 읽는다』(2019),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는가?』(2012), 『해체와 파괴』(2009) 등을 옮겼다.

 

김미정

참여자 / 김미정

대학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고 문학평론을 하고 있다. 저서 『움직이는 별자리들』(2019)이 있다.

 

김태형

참여자 / 김태형

시인 · 출판사 <펑색종이> 대표.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로큰롤 헤븐』,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 『코끼리 주파수』, 『고백이라는 장르』, 산문집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 『아름다움에 병든 자』, 『하루 맑음』 등이 있다. 제4회 시와사상문학상 수상.

 

배명훈

참여자 / 배명훈

2005년에 SF 작가로 데뷔했다. 2009년 『타워』 출간 이후에는 문단과 장르 지면 모두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하연

참여자 / 최하연

시인 · 출판편집자.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피아노』, 『팅커벨 꽃집』, 『디스코팡팡 위의 해시계』를 펴냈다. 현재 사단법인 문학실험실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하명희

참여자 / 하명희

2014년 장편소설 『나무에게서 온 편지』로 전태일문학상, 2016년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수혜, 2019년 단편소설집 『불편한 온도』로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백신애문학상 수상. 최근 단편소설집 『고요는 어디 있나요』를 출간했다.

 

 

   《문장웹진 202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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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쓴 일기

[에세이] 육지에서 쓴 일기 최진영 20240528 4박 5일 동안 육지에서 여러 일정이 있어 오늘 제주에서 서울로 왔다. 앞으로 며칠간 약속과 약속 사이,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창을 열고 단상을 써보려고 한다. Are you checking in? pm04:45. 여긴 충무로의 호텔. 3년 전 제주로 이사 간 뒤 처음으로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왔을 때 숙박한 후 매번 이 호텔만 이용하고 있다. 경기, 인천 지역에서 저녁 행사를 해도 근방 호텔을 잡지 않고 여기로 온다. 새로운 호텔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게 번거로워서. 합리적인 위치나 가격을 따지려다가 검색 지옥에 빠져서 몇 시간을 고민한 뒤 결국 이 호텔을 예약했던 경험으로 깨달은 바가 있다. 시간이 돈이다. 더 저렴한 호텔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검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자. 점심시간 무렵 충무로 일대 분위기는 조금 묘하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거리를 걷는 외국인들과 점심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이 뒤섞이는 거리.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듯 여러 나라의 언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서울역, 명동, 한옥마을, 남산, 종로가 가까운 곳이어서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호텔 투숙객 중 한국인은 나뿐인 것 같다. 한 달에 두어 번은 와서 2박 이상 하니까 나름 단골이랄 수도 있는데 프런트 직원들은 매번 나를 처음 본 손님처럼 대한다(호텔의 특성이겠지?). 체크인할 때도 내게 영어로 말을 건넨다. “give me your passport.” 그럼 나는 “제 이름은 최진영입니다”라고 한국어로 대답한다. 성공한 인생 오늘 아침 9시쯤 택배 문제 때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놀란 목소리로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느냐”고 물었다. 내 용건에 개의치 않고 엄마는 거듭 물었다. 전화를 끊고 뿌듯해서 신나게 웃었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이 넘었는데 아침 9시에 엄마에게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느냐”는 말을 들을 수 있다니, 이번 생은 성공한 것 같아서. 그건 바로 내 투쟁의 결과다. 거의 20년을 프리랜서로 살면서 남들 다 출근하는 시간에도 ‘성인 평균 적정 수면시간’을 사수하며 꾸준히 늦게 일어나는 생활양식을 차곡차곡 쌓아 온 결과 마침내 엄마도 나의 생활 패턴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아침 9시에 전화하면 깜짝 놀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게 진정한 성공 같다. 긴장감 저녁에 북토크를 할 예정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낭독할 때는 별로 긴장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긴장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비행기 탈 때. 기내 짐칸에 캐리어를 올리다가 무거워서 또는 실수로 떨어트려서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봐 매번 긴장한다.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지만 식은땀이 난다. 캐리어를 끌고 에스컬레이터 탈 때도 마찬가지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거나 캐리어를 놓치는 구체적 상상에 시

  • 관리자
  • 2024-07-01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

[에세이]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 제이크 레빈 소개 거의 12년 동안 나는 한국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지난해부터 강의하는 교사의 내면적 생활과 관련된 일기와 같은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외국인 교수로서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교수의 삶은 익숙하지 않다고 믿는다. 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다른 교수의 마음도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민족을 만나는 것 같이 나는 죽을 때까지 방랑자처럼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 학교에서는 현실에 경험한 것이 꿈꾸는 것 같고 꿈꾸는 것이 더 현실처럼 느껴지듯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가끔은 사라진다. 이 산문은 시나 소설이 아니고 현실의 기록도 아닌 교사로서의 삶의 내면적 반응이다. 교사는 인간이다. 가끔 사회가 인문대 교사의 인간중심주의를 억압한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의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계산하지만 인문학과 시의 영향력은 계산될 수 없는 가치다. 인간중심주의 가치를 점점 찾기 힘든 사회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문화를 배워야 한다. 이 모순적인 긴장의 환경에 존재해야 한다. 학교의 목적은 타인의 인간성을 인정하는 것에 있다. 이 산문은 한 인간의 존재하는 기록이다. 거대한 존재들의 무한한 경탄이라는 제목은 완전한 이해가 불가한 타인의 인간성을 발견하는 것에서 왔다. 이 기록은 내 개인적 경험과 전해 들은 동료 교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영어로 작성한 문장을 나의 소중한 학생 김혜인이 나와 함께 번역하였다. 지우개 머리 어떤 날 나는 대답하기 위해 여기 있고, 어떤 날 나는 오직 듣기 위해 여기 있다. “질문 있어?” 많은 학생들이 질문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예술을 배웠다.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질문자가 자신의 질문에 답변하는 동안 사용감 있는 지우개처럼 커피를 홀짝이며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 보라. 학생들의 목소리는 배경소리가 되어 가다가, 불현듯 보이스 오버. 지우개는 부러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얼룩을 견딜 수 있을까? 숭고한 느낌 지난 몇 주간, 를 듣는 학생들은 책상 아래 숨어 있었다. “교수님, 저희는 불확실성에 머물고 있어요.” 그들은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 불확실성에 머문 뒤, 한 학생이 책상 아래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저는 숭고한 느낌을 얻었어요.” 그들이 말한다.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압도당해 죽음이 무섭고 두려워요.” “이제 제 핸드폰 돌려주시겠어요?” 정적. 학생이 나를 응시한다. 정적. 나는 천천히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학생을 응시한다. 흰 두루미 “주말 잘 보냈니?&r

  • 관리자
  • 2024-07-01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에세이]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김용언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열심히 읽고, 그에 관한 잡지를 만들고, 또 가끔은 관련 공모전 심사를 보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가 있다. 한국에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심각하게 척박하다는 점이다. 가장 모순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장르 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다. ‘(그냥) 문학’1)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설들은 굳이 ‘장르 문학’이라고 불린다. SF, 판타지, 미스터리/스릴러, 로맨스, 공포, 무협 등의 꼬리표가 붙고 낱낱이 분류되며 ‘문학은 문학이지만 그냥 문학이라고 부르기보단 그 안의 장르로 명명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장르 문학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그냥 문학이 아니라 ‘비장르 문학’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니면 순문학 역시 일종의 장르임을 인정하면서 모든 작품을 ‘장르 문학’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닐까? 예전 한국 문단에서는 ‘순(純)’이라는 단어가 참여 문학/민중 문학 등의 대립항처럼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참여 문학/민중 문학도 ‘그냥’ 문학에 포함된 것 같다. 아무튼 거칠게 말해서 ‘장르’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과 현실 자체에 집중하는 소설을 ‘그냥’ 문학으로 호명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장르’로 호명되는 특정한 이야기들에는 그 장르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가 있고 또 그 안에서 통용되는 특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 약속된 구조와 규칙을 이용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그냥’ 문학으로 불릴 수 없고 장르 문학으로만 불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장르 문학도 문학임을 인정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그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장르 문학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자꾸 찾아온다. 이를테면 한국 작가의 소설이 해외로 번역되었을 때 현지 리뷰들을 찾아보면, 스릴러/미스터리/공포 등의 명칭을 명확하게 부여하면서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기존 등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추리적 기법을 활용한’ 또는 ‘경계를 넘어선 상상력을 발휘한’ 등의 애매모호한 문구로 시작할 때가 많은데, 해외에서는 자신들에게는 낯선 작가의 번역 작품의 특성을 단번에 설명하기 위해 ‘이것은 스릴러다’ 또는 ‘이것은 공포소설이다’라고 알려준 다음 그 작품의 특성이 어떤 점에서 새롭고 멋진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장르 문학과 장르 아닌 ‘그냥&r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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