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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기

  • 작성일 2009-02-23
  • 조회수 2,994


 

 

 

 

이 승 우

 

 

 오래된 일기

 


 


오래된 일기



작가의 말

“이 소설을 쓸 때 사람들의 관계가 부채의식, 혹은 죄책감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냈다. 녹음을 위해 책을 읽는데 한 해 전에 이 세상을 떠난 친구가 떠올라서 목이 잠겼다. 빚을 좀 갚는다고 이 소설을 썼는데,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빚을 하나 늘어나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래된 노트 한 권이 나왔다. 너무 오랜만이라 나는 처음에 그 노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규가 펼쳐보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첫장을 넘겼다. 잊고 있었던, 이숙한 내 필체가 마치 화석에 찍힌 아득한 시절의 발자국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첫 문장들에는 손때가 묻어 있었다. 오래전에 땅속에 깊이 파묻어두었던 죄를 다시 꺼낸 것처럼 마음이 뒤숭숭했다. 이것을 여태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이것을, 어쩌자고 여태 가지고 있단 말인가. 내가 잊으려고 파묻은 곳이 규의 가슴이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나는 신음처럼 내뱉었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누군가 나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떳떳한 일일까. 그는 또 무슨 말인가를 했다. 이번에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나는 그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차렸다. 읽으라고? 나는 확인하듯 물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재촉이라도 하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면 그는 늘 나의 유일한 독자였다. 나의 모든 문장들이 그에게 읽히기 위해 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노트를 펴들고 나의 첫 문장들을 읽기 시작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목소리도 덜덜 떨려서 나왔다.

 

 

 


작가의 말

“두 남자가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워서 속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고(혹은 못하고) 의미 없는 껍데기 말만 건성건성 건네다 돌아서는 장면이다. 우리는 슬픔과 고뇌와 외로움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만 자기 안의 슬픔과 고뇌와 외로움을 들킬까봐 진정으로 만나지는 않는다(혹은 못한다). ”


 

그날 밤 열한시가 조금 지나 방에서 나온 나는 호프집으로 향했다. 맥주공원 남자는 문단속을 하고 있었다. 벌써 문을 닫느냐고 묻자 월요일인데다가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지 손님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그렇지 자정도 되기 전에 술집이 문을 닫는 건 좀 심하지 않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마음씨 좋은 인상의 호프집 남자는 뒤통수를 긁었다. 나는 생맥주 한잔만 마시고 가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라고 하고는 홀의 불을 다시 켰다. 나는 쏘시지 안주를 시키고 생맥주를 마셨다. 안주를 내왔을 때 이제 손님도 없을 것 같은데 같이 한잔하지 않겠느냐고 청했다. 가게 문을 닫고 새벽에 혼자 마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한 말이었다. 그는 조금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그럴까요, 하고는 맥주를 가져왔다. 조금 후에 일어나 간판 불을 껐다. “일은 잘됩니까?” 그가 물었다. “그럭저럭……” 내 대답은 시원찮았다. 배가 볼록하고 키가 작고 이마가 벗어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인가를 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그렇군요, 하는 것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나는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요, 하고 손을 내저었다. “그렇군요.” 이번에는 내가 혼잣말을 했다. 그는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묻지 않았다. 물었다면 아니요, 하고 손을 내저었을 것이다. 잠시 침묵끝에 그는 눈이 올 것 같아요. 하고 말했다. 그럴 것 같군요,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데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마주 앉으면 대화가 잘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그래서 앞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는데, 자꾸만 말이 끊겼다. 무슨 말인가를 해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어떤 화제도 떠오르지 않았다. 갑갑한 노릇이었다. 그건 남자도 다르지 않은 듯했다. 나는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난 것처럼 서둘러 잔을 비우고 일어났다. 계산을 하는데 남자가 죄송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나는 손을 저어 그가 죄송해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제가 마지막 손님인데, 같이 나가죠. 집이 어딥니까?” 그렇게 물은 것은 무안했기 때문이다. 호프집 남자는, 저는 여기서 잡니가, 하고 말했다. 여기서요? 하는 물음이 곧바로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는, 뭐가 어때서요? 하는 눈빛으로 한번 쳐다보고는 말없이 탁자를 치웠다. 가족은? 하고 묻는데, 목구멍이 따끔했다. 도로 삼키고 싶었지만 이미 토해낸 다음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못 들은 척 했다. “여기서 혼자 술 마시다 쓰러져 잡니다.” 그 말만 반복했다. 나는 그에게서 아내와 아들이 자기와 상의도 하지 않고 외국으로 떠나버렸다는 말을 듣게 될까봐 겁이 났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나는 의미없는 말을 입안에서 뱅글뱅글 돌렸다. 아침에 우연히 듣고 하루종일 흥얼거리게 되는 엉뚱한 멜로디처럼 그 단어가 집에 도착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 달라붙어 있었다.

 


 

 


 




 

이승우 소설은 저마다의 기억 속에 깊숙이 묻어둔 낡은 일기장을 다시 꺼내서 읽게 만든다. 거기에 적혀 있는 오래된 문장들은 우리가 근원적인 죄의식으로부터 어떻게 도망쳐왔는지, 단단해 보이는 일상의 집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우리는 왜 자꾸만 타인과의 소통에 실패하게 되는지, 그리하여 우리의 현재는 처음의 출발점에서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새삼스럽게 되묻는다. 이 불편한 질문들에 더듬거리며 대답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이승우 소설의 최초의 독자이자 자신의 삶의 유일한 저자가 된다.   진정석 문학평론가  

 

나는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고 싶다. 당신의 소설이 없었다면 나는 백지가 주는 공포 앞에서 아무런 이야기도 메우지 못한 채 시들어 죽었을 것이라고.

어른이 될 때까지 소년은 얼마나 많은 걸음을 걸어야만 하는 걸까? 한 줄의 문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종이 위에는 얼마나 많은 발자국들이 찍혀야만 하는 걸까? 당신의 소설에선 발자국이 보인다. 당신이 종이 위에 찍어놓은 발자국은 때론 외로워 보인다. 그러나 당신이 만든 외로운 발자국 때문에 나의 외로움은 전혀 외롭지 않다. 나는 당신의 발자국 속에서 때론 미소를 만난다. 그리고 그 미소는 나를 버티게 해준다. 당신의 발자국은 때론 어지럽지만 어지러운 그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문장이, 수많은 사유가, 만상의 세계가 보인다. 당신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나는 언제나 서성거린다. 당신이 남긴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나아간다. 당신의 발자국에선 때론 아버지의 부재가 느껴지지만 아니다, 당신은 진정 작가들의 아버지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을 조심스럽게 포개본다. 당신의 소설이 없었다면 나는 백지가 주는 공포 앞에서 아무런 이야기도 메우지 못한 채 시들어 죽었을 것이다.  박성원 소설가

 

 

소설.낭송:이승우

출전:이승우소설집『오래된 일기』,창비,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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