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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이음책방에서 보낸 3년

  • 작성일 2008-12-30
  • 조회수 1,659

대학로 이음책방에서 보낸 3년

 

 

 

한상준

 

 

 

며칠 새로 비가 오더니 바람이 분다. 찬 기운이 제법 겨울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면서 하늘을 자주 쳐다본다. 비가 올는지 눈이 내릴지를 가늠하며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잠시 마음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때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등의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이다. ‘그렇다, 아니다’라는 답과 해결 방안 없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달리 무엇을 한 게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마음은 답답해진다. 아직도 수양이 부족하고 천성적으로 결핍된 무엇이 속마음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책방에서의 하루는 시간별로 계속 바뀌며 흘러간다.

고요한 오전 시간이 지나면 점심시간이 되고 근처의 직장인들이 두셋씩 찾아와 책을 살펴보고 사 가는 시간이 있고 다시 오후 두세 시쯤은 적막하게 흘러간다. 오후 네다섯 시가 되면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저녁 여덟 시쯤 되면 다시 고요하게 시간이 지나간다. 그렇게 책방에서 흘러간 시간이 세 해를 넘겼다.

달력 한 장을 남긴 2008년도는 심란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하기보다는 불안하고 팍팍하다. 누구를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이만큼의 불안은 살아오면서 늘 겪어 왔던 일이기도 했다. 우리의 윗세대는 더한 것을 겪기도 했지만 각 세대가 지는 부담과 고통은 늘 같은 무게로 사람들을 짓누르는 듯 보인다.

대학로에서 책방을 시작한 것이 단순했던 만큼 책방에서 일어나는 일도 단순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려 한다. 생각해보면 더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슬에서는 벗어나고 싶다. 2004년 12월 직장을 그만두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찾고 고민할 때에 생각한 것이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없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책방을 연 삼 년 전이나 지금이나 작은 책방의 생존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책을 소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더 편리하게 더 낮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점을 더 이용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양과 종수에서 소형 책방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대형 서점이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상황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이고 그만큼 작은 책방의 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다.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그때 책방을 하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수입이 적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삶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어떠한 계기에서였는지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읽는 즐거움에 습관이 들어 늘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책과 관련 없는 일을 하면서도 무슨 책이 새로 출간되었는지, 읽던 책과 관련하여 또 다른 어떤 책이 있는지 메모하고 목록을 작성하고 하는 일을 이 십 년 넘게 하다 보니 책에 대해서는 조그만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이것이 책방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오래 전부터 집 앞에 재활용품으로 묶여 나오는 책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버려진 책 더미 속에는 꼭 볼 만한 책도 있었고 이미 읽은 책이라도 좋은 책이 보이면 무심하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새 책과 헌책을 같이 취급하는 책방이 되었다. 좋은 책이라면 헌책과 새 책의 구별이 무의미하다는 게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문화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야 따로 정해진 의미가 있겠지만, 나에게 문화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가를 많이 생각해본다. 문화 앞에 별도의 수식어가 따라붙어 문화의 의미를 세분화시키기도 하지만 내게 문화는 나눔이다. 같이 나눌 수 없다면 내게는 문화라고 지칭하기에 부족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문화를 인식하는 것의 밑바탕에는 나눔이 깔려 있고, 그 안에는 따뜻함과 배려가 숨겨져 있으며,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생각하곤 했다. 아래로도 위로도 치우침이 없고 좌로도 우로도 치우침이 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문화 말이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문화이다. 이러한 개념으로 문화를 정의하고 내 나름으로 생각해본 것은 책방을 시작한 이후의 일이다. 책방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나도 문화에 대해서는 사전적 의미로만 생각했었다. 작은 생각의 차이이고 느낌의 차이이겠지만 이것이 책방 생활 삼 년이 가져온 의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음책방을 대학로에서 연 것은 대학로가 딱히 문화의 거리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 시작하면 그래도 낫겠지 싶은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면서부터였다.

그동안 책방에서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행사들이 있었다. 작가, 시인들과 함께한 <독자와의 대화>, 사진전, 최창근 작가의 <봄날은 간다> 희곡 낭독회, 2007년 매월 2회씩 공연한 김재엽 작 연출의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연극 공연, 2008년 이양구 작 연출의 <책, 갈피> 연극 공연, 해외 오지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 후원 음악회 <감성충전> 등의 행사가 있었다.


책이 있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행사들은 소박하고 단순했지만 따뜻한 소통의 자리가 되기를 소망하며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제안하고 기획하여 이루어진 일들이었고 이러한 행사들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면, 이 의미와 가치는 그 자리를 함께한 모든 분들이 만들고 나누는 일이었기에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나 책방 문을 열고 두 해가 지난 2008년 봄은 영리 목적을 추구하는 사업체로서 과연 앞날에 희망을 갖고 책방을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는 상태였다. 책방을 찾는 손님들도 늘어나고 매출은 조금씩이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사업 초기에 있었던 차입금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상태였다. 혼자서 시작했던 책방인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그만두는 방법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책방을 하며 알게 된, 이런저런 속사정을 이야기하며 지내던 몇몇 분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분들의 생각은 그래도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태고 의논하여 대안을 마련하여 보자는 의견을 내주셨고, 그분들의 의견을 마다하기에는 책방 운영에 대한 미련과 애착을 버릴 수가 없었다. 무더위가 한창인 8월 22일 책방에서 책방 후원의 날 행사를 갖게 되었고 책방은 선불 후원제 회원 모집과 책방 도서 상품권을 판매하는 행사를 통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2008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대와 전망보다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이 무겁게 우리를 짓누르고 있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희망을 마음에 담아 두고 싶다. 다시 책방 문을 열고 나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련다.《문장 웹진/2009년 1월호》

 

 

 


한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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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한국 시

일본 소설, 한국 시 한성례 한국에서 일본소설의 베스트셀러 현상 한류바람이 뜨겁게 일본 열도를 달구기 시작한 2000년 이후부터 한국에서 일본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해왔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작가가 나올 정도로 한국은 일본소설 홍수 시대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일본소설가들조차도 왜 일본소설이 한국에서 그렇게나 많이 팔리는지 몹시 궁금해 한다. 이에 대한 일본 신문의 인터뷰나 원고의뢰가 있을 적마다 나는 현재 한국에서의 한국시에 비유해서 설명을 한다. 이전에도 한국에서 일본소설은 종종 많이 팔렸다. 70년대 중반에 첫 출간된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해적판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출판금지서임에도 안 읽은 사람이 없을 만큼, 문학이나 예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필독서이고 바이블이었다. 1999년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어 커버에 비닐을 씌워 19세 미만 구독불가로서 출간된 후에도 쇄를 거듭하며 읽히는 소설이다. 또한 1989년 원제인 『노르웨이의 숲』이 『상실의 시대』란 이름으로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은 당시 크게 각광을 받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읽힌다. 당시 한국은 민주화 쟁취와 맞물려 자의식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향하던 시기였다. 민주주의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여서 사회,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했고,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 고독, 상실감 등이 당시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과 겹쳐지면서 이 소설에 크게 공감했다. 더욱이 하루키의 가독성 높은 문장은 금방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한편으로 문학의 구도자 같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의 소설도 여러 편 번역 소개되었는데, 이는 주로 문학 창작자들이 마니아였다. 하지만 일본소설의 인기는 단편적일 뿐 전반적인 경향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구소설이 중심을 이뤘다.그러던 것이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쓰지 히토나리, 히라노 게이치로, 요시다 슈이치 등 젊은 작가와 미야베 미유키, 스즈키 코지,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미스터리 소설과 나오키 상을 비롯한 여러 문학상 수상작이 2000년 이후에 대거 한국에 번역 소개되었고, 대형서점에는 코너가 별도로 마련될 만큼 일본소설은 인기를 끌고 있다. 왜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일본소설은 재미있다. 독자를 의식하고 소설을 썼다는 게 금방 느껴진다. 말하자면 자신의 상품을 사줄 소비자의 위치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일본소설을 읽으면서 비현실적인 주인공을 통해 현실에서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의 일탈을 꿈꾸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일본소설의 주인공 젊은이들은 특별한 목표도 없고, 무기력하며 수동적이고, 나약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과 기존 질서에 따르지도 않고, 세상을 약간은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보편적인 부와 명예, 사회적인 안정 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독특한 상상력과 가독성 높은 문장도 한 몫 한다.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밀리언셀러 판매 기록을 갱신하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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