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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연재] 누에의 난 ③

  • 작성일 2016-04-01
  • 조회수 1,214


[중편연재]



누에의 난 (제3화)



김도연



14


이것은 슬픈 이야기다.


15



뽕 도마에 뽕잎을 올려놓고 칼로 뽕잎을 썰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옛날 옛날에, 궁궐에서는 누에를 둘러싸고 큰 다툼이 벌어졌단다. 누에가 다툼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건 아니지만 매개가 되었던 거지. 그 당시 궁궐은 남쪽 사람들과 서쪽 사람들이 서로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두 차례의 큰 난리를 겪은 후라 어떻게 하면 피폐해진 나라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모두들 고민하고 있었지. 그러던 중 남쪽 사람들의 수장 격인 신하가 임금님께 상소를 올렸어. 뭐라고 올렸겠냐?
누에를 키우자고요.
예식이가 엄마에게 대답했다.
맞다! 그 신하는 난리로 살 길이 막막해진 백성들을 살리려면 농사만 짓지 말고 옛날처럼 누에를 기르는 일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거야. 임금님도 그 주장이 옳다고 여겼지. 그래서 그 신하의 말대로 궁궐에서 직접 모범을 보이는 의식을 거행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을 했어. 임금님도 하늘에 누에농사를 잘 되게 해달라고 제사를 지내고 왕비도 직접 누에를 기르는 시범을 보이는 거지. 그래야만 백성들도 적극적으로 밭에 뽕나무를 심고 거기에서 딴 뽕잎으로 누에를 칠 게 아니겠냐.
예전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똑똑한 예식이가 다시 물었다.
맞아. 그런데 오랜 난리 때문에 뽕나무들이 대부분 훼손돼 버린 거야. 북쪽에서는 오랑캐가 쳐들어왔고 남쪽 바다 건너에선 왜놈들이 쳐들어왔거든. 그놈들은 사람만 죽인 게 아니라 모든 걸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어. 임금님과 신하들은 실의에 빠진 백성들에게 어떻게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불어넣어 줘야 했어. 그런데 왕비가 직접 누에를 기르는 시범을 보이는 데서 일이 터져버린 거야.
엄마, 남쪽 사람들과 서쪽 사람들 사이에 당쟁이 벌어진 거죠?
우리 예식이는 아는 게 많네. 맞아, 무시무시한 당쟁이 벌어졌다.
책에서 읽었어요.
당쟁이 뭔데요?
막내 하식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쉽게 말해서 남쪽 사람들과 서쪽 사람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걸 당쟁이라고 해.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기르자는데 왜 힘겨루기를 해요?
그러게 말이다. 그 사람들한텐 백성들의 행복보다 그게 중요했던 모양이야.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보다 자기들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야.
예식이가 간단하게 정의를 내렸다.
하여튼 간에 왕비가 누에를 기르는 시범을 친잠례라고 하는데 그 일을 둘러싸고 싸움이 시작된 거야. 궁궐은 옛날부터 무슨 일을 하든 가리고 따지는 게 많은 곳이야. 친잠례도 마찬가진데 왕비만 시범을 보이는 게 아니라 의무적으로 후궁도 참석을 해야 하는 거였어. 그런데 마침 임금님에게 후궁이 없었던 거야. 일이 그렇게 되려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 임금님은 남쪽 사람들의 어느 딸을 마음에 두고 있었어. 친잠례를 하게 되면 그 딸이 후궁이 되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일이었고. 그러자 서쪽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거지. 남쪽 사람들이 친잠례를 핑계로 정권을 잡으려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거야. 야단법석 정도가 아니라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거야.
엄마, 후궁이 뭐예요?
하식이가 엄마의 말을 잘랐다.
……임금님의 진짜 아내 말고 두 번째 아내를 후궁이라고 해.
아내가 둘이라고?
이 바보야, 아내가 열 명이 넘었던 임금님도 많아. 엄마,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결국 침잠례를 하자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섞여 있다고 결론이 나버렸어. 친잠례를 주장했던 신하들 중 두 사람은 사약을 받아 마신 뒤 이 세상과 작별했고 또 한 사람은 멀고 먼 변방으로 유배가야만 했던 거야.
사약 마시고 죽었다고요? 사약이 독약이죠?
응.
아까 누에를 길러서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했던 거라면서요?
맞아. 그런데 결과는 엉뚱하게 나버린 거야.
……무서워요.
사약이 담긴 그릇이 앞에 놓이기라도 한 듯 하식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박에 가득한 누에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뽕잎을 갉아먹느라 바쁘고.
엄마, 유배 간 사람은 어떻게 되었어요?
엄마가 썰어 놓은 뽕잎을 누에들에게 뿌려 주며 예식이가 물었다.
……글쎄다. 어느 산골짜기 마가리에서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치지 않았을까. 우리처럼.
엄마, 이거 진짜 있었던 일이야, 지어낸 이야기야?
……글쎄다.
혹시 우리 조상들 얘기 아냐?
엄마는 뽕을 썰던 칼을 잠시 놓고 하식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하던 건식과 뽕을 주던 예식은 슬며시 미소만 지었다.


16


저녁 설거지를 마친 건식은 녹초가 되어 정지에 깔아 놓은 멍석 위에 벌러덩 누웠다.
오늘 하루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온몸에 멍이 든 것처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쑤시지 않은 데가 없었다.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은 듯 허기가 밀려왔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었다. 일요일에 이어 이틀째 산골짜기에 들어가 뽕을 땄고 오후 세 시에 돌아오자마자 땀도 식히지 못한 채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먹는 누에들에게 뽕을 줬다. 라면 한 그릇 끓여먹고 낮잠을 청하려 했지만 아버지 누에는 외양간의 쇠똥을 치울 때가 지났다고 넌지시 알려줬다. 외양간으로 가보니 과연 가관도 아니었다. 소 한 마리의 배설량이 어마어마했다. 거기에다 뒷발로 자신의 똥을 외양간에 깔아 준 풀과 함께 밟고 짓이겨 놓아서 쇠스랑으로 내리찍어도 잘 떨어지지도 않는 찰떡 중의 찰떡이었다. 콧속을 후비고 들어오는 쇠똥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인데도 건식은 쇠스랑으로 쇠똥을 파내고 외양간 밖으로 퍼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허리가 부러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쇠똥 치우기는 아버지가 하던 일이어서 그동안 지나가다 구경만 한 게 고작이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생각 같아선 소에게 변소를 하나 지어 주고 싶을 정도였다. 소가 똥오줌을 가리기만 한다면. 하지만 그러질 못하니 결국 외양간에서 잠도 자고 여물도 먹고 똥과 오줌을 누기도 하는 거였다. 소에 비하면 닭들과 개에게 먹이를 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여튼 가축들 저녁 설거지를 모두 끝낸 건식은 힘도 없고 화도 치솟은 터라 누에로 변한 가족들이 모여 있는 안방에 들어가 하루 일을 모두 마쳤다는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멍석 위에 드러누워 그을음으로 시커멓게 변한 정지의 보꾹만 바라보았다. 엄마와 아버지가 건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언제까지 누에로 변해 있을까…… 설마 올해가 다 갈 때까지…….
한숨이 연기처럼 줄줄 새어 나왔다. 신음을 토해 내며 일어난 건식은 아궁이 속으로 마른 솔가지만 툭툭 던져 넣었다. 하지만 불길은 화르르 피어오르지 않았다. 다행히 샛바람이 세게 불진 않아 연기가 아궁이로 많이 나오진 않았다. 봄날 샛바람이 심할 땐 연기뿐만 아니라 갑자기 불길도 함께 토해 낼 때가 있어 언젠가는 눈썹을 태워버린 적도 있었다. 아궁이 가득 마른 솔잎을 넣고 불이 붙을 때까지 입 바람을 불다가 당한 일이었다. 여동생 예식이는 앞 머리카락을 태우고 운 적도 많았다. 샛바람은 예고 없이 불어왔다. 샛바람이 불면 봄날이라도 추웠다. 샛바람이 불면 아궁이 안에서 잘 타던 불도 갑자기 꺼져버렸다. 샛바람이 불어와 정지가 연기로 가득차면 저녁밥을 짓던 엄마는 이놈의 연기가 사람 잡는다고 탄식하며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눈물을 글썽이며. 샛바람이 부는 날은 아무리 불을 때도 구들장이 따스해지지 않아 동생들은 서로 이불을 끌어가려고 티격태격했다. 건식은 아궁이 앞에 앉아 수수 빗자루로 부채질을 했다. 불은 간신히 꺼지지 않을 만큼만 피어올랐다. 온몸이 욱신거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불까지 말썽을 부리는 저녁이었다. 그렇다고 불을 때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잠실의 누에들은 사람보다 온도에 대단히 민감하므로 샛바람이 부는 날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엄마가 주의를 줬기 때문이었다. 비록 누에로 변했지만 엄마의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누에였다. 누에들이 상등품의 고치를 지을 수 있도록 열심히 키우는 일이었다. 그 고치를 팔아 보증을 잘못 서서 고스란히 떠맡게 된 빚을 갚는 것뿐이었다. 당분간은. 건식은 엄마의 절박한 심정을 알기에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으로 퍼먹으면서도 불 피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쪽 아궁이의 불을 피우면 원래 잠실로 쓰는 집의 아궁이에도 불을 피워야만 했다. 건식은 입속에 가득한 밥을 우적우적 씹으며 부지깽이로 아궁이 속을 뒤적거렸다. 한숨을 함께 불어넣으며. 하루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한 일 년은 쉰 것 같았다.
“건식이 엄마 있어요?”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문 밖에서 엄마를 찾고 있었다. 건식의 가슴이 저도 모르게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를 찾아오다니! 누에로 변해버린 엄마를.
“……누구세요?”
어두운 마당에 서 있는 사람은 돈을 빌려준 윗마을 아주머니였다. 건식은 저도 모르게 누에로 변한 가족들이 있는 안방을 돌아보다가 급히 얼굴을 돌렸다. 방 안의 가족들이 마당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일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들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문 밖으로 흘러나오는 듯했다.
“엄마, 계시나?”
“……안 계셔요.”
“……어디 가셨어?”
“……강릉 친척집에 가셨어요.”
“친척집? 왜?”
건식은 마른 입속의 침을 끌어 모아 삼켰다. 계속 이어질지 모르는 아주머니의 질문공세에 대강의 얼개는 미리 준비해 놓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릉엔 외갓집이 있었다. 건식만 빼고 가족들 모두 외갓집에 갈 일이라면……. 윗마을 아주머니는 반쯤 열린 정지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외할머니가…… 아프시거든요.”
“외할머니가?”
멀쩡하신 외할머니를 순식간에 아픈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자책감이 밀려왔지만 후회는 나중이었다. 윗마을 아주머니는 자기 집인 듯 정지로 들어갔고 건식은 남의 집에라도 온 듯 따라가야만 했다.
“그럼 너 혼자 있는 거냐?”
“예. 누엘 돌봐야 하거든요.”
남포등 불빛에 드러난 윗마을 아주머니의 한쪽 눈 주변은 심하게 멍이 들어 있었다. 건식의 시선이 거기에 가닿자 아주머니는 손으로 멍을 가렸다. 그 와중에도 재빨리 부엌을 훑어본 아주머니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질문을 던졌다.
“니 혼자 누에를 돌본다고? 뽕은 누가 따고?”
정지 한 귀퉁이에는 낮에 산에서 낫으로 잘라온 뽕나무 가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아주머니는 그리로 다가가 뽕잎을 만져 보았다.
“제가…… 돌볼 수 있어요. 뽕도 낮에 제가 산에 가서 땄고요.”
“학교도 안 가고?”
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아버지는 언제 오신데?”
“뭐…… 곧 오시겠죠. 아버지가 먼저 오실 수도 있고요.”
“……그래. 외할머니가 위독하신 건 아니지?”
건식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가 빨리 돌아가길 기다리며. 정지를 둘러본 아주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마당으로 나갔다. 돌아가려니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부엌의 남포등을 가져오라 하더니 그걸 들고 잠실의 방문을 하나하나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누에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려는 거였다. 건식은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아주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다녀야만 했다. 화가 슬슬 났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누에로 변한 가족들이 있는 안방 문을 열었을 땐 숨이 덜컥 막히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아주머니는 잠실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건식은 그 옆에 다가가 물었다.
“누에들이 잘 컸지요?”
“그런 거 같다.”
“며칠 안 있으면 섶에 올라가 고치를 지을 거예요.”
“그래?”
“그럼 누에 농사 다 지은 거나 마찬가지죠 뭐.”
하식이와 예식이, 그리고 엄마와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누에들처럼 뽕잎만 갉아먹었다. 윗마을 아주머니는 아무런 낌새도 눈치 채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토방에서 마당으로 내려온 아주머니는 건식에게 남포등을 건네주었다. 호야의 한쪽은 연기에 그을려 있었고 윗부분에 뚫린 창으로 연기가 가느다랗게 피어올랐다. 건식은 어서 가라는 뜻으로 남포등을 든 채 대문 없는 대문 쪽 개가 짖는 곳으로 걸어갔다. 뭔가 할 말이 더 남은 듯 머뭇거리던 아주머니도 건식의 뒤를 따라왔다.
“저녁은 먹었어?”
“그럼요. 안녕히 가세요.”
“……잠잘 때 잠실 문단속 잘해라.”
건식은 대꾸 없이 옆에서 재롱을 부리는 삽사리의 머리만 쓰다듬었다. 삽사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아주머니를 향해 몇 번 더 짖더니 다시 건식의 품으로 돌아왔다.
“힘들었지?”
시렁과 시렁 사이의 통로에 앉은 건식은 엄마의 목소리에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했다. 가족들은 잠박 귀퉁이에 나란히 모여 다른 누에들처럼 뽕잎을 갉아먹고 있었다. 누에들은 정말이지 잠자는 시간만 제외하곤 줄기차게 뽕 먹는 일에만 몰두했다. 한 번 잠들면 이틀이나 사흘가량 잠드는데 누에로 살아가는 동안 딱 네 번 잠을 잔다. 이미 네 잠을 모두 잤기 때문에 엄마의 말로는 거의 마지막 뽕 먹기에 몰두하고 있는 거였다. 사흘이나 나흘이 지나면 뽕 먹기를 그치고 고치를 짓기 위해 섶에 오른다고 했다. 건식은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내며 엄마에게 물었다.
“또 찾아올 것 같았어요. 그땐 뭐라고 대답해요?”
“아직 안 돌아왔다고 하면 돼.”
“또 찾아오면 아예 모른다고 해라! 지가 뭔데 우리 집 일에 참견을 하고 난리야!”
아버지는 입에 들어간 뽕잎이 튀어나오는지도 모른 채 목소리를 높였다. 덕분에 잠실 안이 잠시 적막해졌다가 다시 뽕잎 갉아먹는 소리가 피어났다.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대꾸했다.
“……남편이 두들겨 패서 내쫓았으니 왔겠지요. 아까 시퍼렇게 변한 얼굴 못 봤어요?”
“그러게 왜 애초에 보증을 서서 이 분란을 만들었어!”
“그 얘긴 이제 그만 해요.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보증을 안 섰으면 우리가 누에로 변할 일도 없잖아!”
“그거하고 이건 다른 얘기잖아요!”
“다르긴 뭐가 달라!”
뽕잎을 갉아먹던 동생들이 울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버지가 누에로 변했기에 밥상이 뒤집어지거나 마당으로 날아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건식은 두 동생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슬그머니 잠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이제 누에가 지겨워! 답답해.”
손바닥 위에서 하식이가 투덜거렸다.
“……나도.”
예식이가 거들었다.
“뽕잎만 먹는 게 지겨워 죽겠어!”
“……나는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건식은 예식이와 하식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동생들의 소원이 마음속 깊이 출렁이는 밤이었다. 틈날 때마다 누에가 되고 싶다고 투덜거린 게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밤이기도 했다. 건식은 두 동생을 삽사리에게로 데려갔다. 꼬리를 흔들며 개집에서 나온 삽사리는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누에로 변해서인지는 몰라도 두 동생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건식의 텅 빈 한쪽 손만 핥았다.
“삽사리도 우릴 몰라보네.”
“바보야, 우린 누에로 변했어.”
손바닥 위에서 삽사리를 부르는 하식이의 목소리를 개는 끝내 알아듣지 못했다. 늘 같이 뒹굴고 뛰어다닌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17


아내는 직장에 아들은 학교에 갔다.
건식은 누에들이 고치를 짓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잠실 안을 모두 차지한 채 거대한 고치를 만들던 꿈속의 누에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혹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바깥출입까지 줄인 채 잠실에서 낮잠까지 청하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꿈속은 조바심만 가득할 뿐 어떤 누에도 건식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꿈속과 꿈밖 어디에서든 누에들은 말 대신 입에서 토해 내는 실로 묵묵히 고치 짓는 일만 계속할 뿐이었다. 아주, 천천히.
“……엄청 큰 누에 어디 갔는지 알아?”
소나무 가지에다 사진으로만 본 목화 같은, 눈으로 직접 본 목련 같은 고치를 짓고 있는 누에에게 건식이 다가가 물었다. 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건식은 다른 누에에게 다가갔다.
“혹시…… 옛날에 누에로 변한 사람들 얘기 들은 적 있어?”
풀솜 안에 고치의 형태를 거의 만들어 가는 누에는 아예 머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건식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누에들을 기웃거렸다.
“두 사람은 부부고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거든.”
누에의 머리가 돌아가는 방향을 따라 가느다란 실이 둥그렇게 원을 그렸다. 가느다란 실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모이고 모여서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고, 내 동생들이야.”
“…….”
“여동생 예식이는 똑똑하고 참한데 남동생 하식이는 좀 덜렁거리는 성격이야.”
“…….”
“가끔씩 아버지가 술주정을 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시절이었어. 나만 빼놓고 모두 누에로 변하기 전까진.”
“…….”
“그때 나는 강원도 산골 마을의 중학생이었고 동생들은 초등학생이었어. 나는 우여곡절 끝에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었지만 동생들은…… 거기에서 멈췄지.”
“…….”
“누에에서 사람으로 되돌아오지 못했거든. 그래서 너희들에게 묻는 거야. 혹시라도 알고 있는 게 없냐고.”
누에들은 소나무 가지에 흰 꽃만 한 봉오리 두 봉오리 피우고 있었다. 마치 모두 잠든 밤에 함박눈이 쌓인 것만 같았다. 그 희고 탐스런 꽃봉오리 속으로 자취를 감추려 하는 누에들에게 건네는 건식의 이야기는 별 효과가 없는 듯했다. 건식은 다시 방바닥에 모로 누워 안타까운 시선으로 누에들의 더딘 움직임을 좇았다. 한없이 느리고 굼뜬, 그러나 누에의 입장에서 보면 빠르고 민첩한 고치 짓기를 보며 건식은 스르르 낮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떤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아빠?”
“……언제 왔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건식은 조금 슬픈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아들은 건식의 속마음을 눈치 채지 못한 채 고치를 짓는 누에를 살피느라 바빴다. 얼마 있지 않으면 누에들이 고치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진다고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나가고 들어오는 쪽문 하나 없는 고치 속으로. 그 작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누에들에게 아들은 푹 빠져 있었다. 학교 끝나기 무섭게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것만 봐도 그랬다. 건식은 아들에게 옆자리에 누우라고 권했다.
“아빠가 꾼 누에 꿈 얘기 해줄까?”
“꿈에 누에가 나왔어요?”
“공룡만큼 큰 누에였어. 너도 엄마와 함께 나왔다.”
“세상에 공룡만큼 큰 누에가 어디 있어요?”
건식은 꿈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려줬다. 누에로 변한 가족들과 관계된 얘기만 빼고. 거대한 누에가 만든 고치, 그 고치에서 나온 실로 짠 비단. 그 비단으로 세 식구의 옷을 지어 입은 얘기는 비단을 선물 받은 다음의 일을 상상해서 지어낸 거였다. 아들은 자신이 마치 그 꿈속의 주인공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누워서 듣다가 벌떡 일어나 앉은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아빠는 그 누에가 왜 갑자기 몸이 커졌는지 알아요?”
“……꿈은 원래 그래. 물어보았는데 그 누에도 모른다고 했잖아.”
“분명 어떤 까닭이 있을 거예요. 내가 그 꿈을 꾸었더라면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오늘 밤 네가 그 꿈 이어서 꾸면 되겠네.”
“그럴 수 있어요? 어떻게?”
“잠들기 전에 네가 간절히 원하면 그 누에가 나타날 거야.”
“지금 당장 잠을 잘게요!”
“지금?”
담요 속으로 아들이 들어와 누웠다. 아들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소나무 가지에서 고치를 짓고 있는 누에들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건식도 눈을 감았다. 만약 나타난다면 누구의 꿈속에 그 누에가 나타날까 궁금해 하며.
“아빠, 공룡 같은 누에가 꿈속에 나타나면 제가 힘들지도 모르니까 도와주셔야 돼요.”
“알았어. 내가 뽕도 따오고 다 할 테니까 걱정 마.”
“누에가 내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누에랑 뭘 할 건데?”
“……아빠가 빨리 취직되게 해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건식은 눈을 슬그머니 떴다가 다시 감았다. 아내가 얘기를 한 모양이었다. 건식은 한숨 대신 담요 속에서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아들의 손가락은 몇 번 꼼지락거리는가 싶더니 서서히 힘이 풀렸다. 건식의 손에서도 힘이 올올이 풀려 나가고 있었다. 누에들의 입에서 실이 풀려 나오듯. 실을 모두 토해 내면 주름이 자글자글한 번데기로 변하는 누에들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건식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두 사람이 고치를 짓는 누에들과 함께 누워 있는 방은 배로 변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더니 어느덧 어디론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호수 위의 배처럼, 아니 호수에서 이륙해 허공을 날아다니는 배처럼.
“두 부자가 팔자 한번 좋네요!”
어둑어둑해진 잠실의 문을 열고 소리친 것은 아내였다. 열린 문으로 따스한 음식 냄새가 밀려들었다. 건식이 먼저 일어났고 아들은 정말 공룡 같은 누에가 등장하는 꿈이라도 꾸는지 담요 속에서 꿈지럭거렸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저녁 준비까지 모두 끝내 놓고 건식을 깨운 거였다. 건식은 아들의 잠을 깨우지 않고 잠실에서 나왔다.
“누에들과 같이 살아 보니 어때?”
아내가 떠준 냉잇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
“……옛날에선 언제 돌아올 거야?”
“……돌아오겠지.”
“저 누에들은 어떻게 할 거야?”
“누에고치로 비단을 짜서 당신 옷을 만들어줄게.”
“아이고! 조만큼 가지고 무슨 옷을 만들어.”
“속옷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됐네요! 마치 누에들 피 뽑아서 옷 해 입는 기분이야.”
“실이 아니고 피?”
“그래, 피!”
건식은 누에의 하얀 피를 생각하며 저녁을 먹었다. 잠실의 아들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말 누에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건식은 밥을 푼 수저를 든 채 물끄러미 잠실 문을 바라보았다. 아내의 시선도 뒤이어 따라왔다.
“이제 깨울까?”
“그냥 일어나게 놔둬. 깨우면 꿈을 잃어버리거든.”
“두 부자가 아예 누에랑 연애를 해요!”
“공룡만큼 커진 누에 꿈을 꾸고 싶어 하거든.”
“그게 가능해?”
“가능할 거야. 나도 꾸었거든. 당신도 출연했고.”
“……누에가 고치를 모두 지으면 옛날에서 다시 돌아올 거지?”
“……비단으로 당신 속옷을 다 만들면.”
“아이구야!”
건식과 아내가 저녁을 거의 다 먹었을 때 마침내 잠실의 문이 열리고 아들이 얼굴을 드러냈다. 건식과 아내는 누에들이 고치를 짓고 있는 방에서 나온 아들의 표정을 살폈다. 아들의 표정은 무언가에 잔뜩 상기돼 있었다.
“아빠, 엄마?”
“……응.”
“꿈에 말하는 누에를 만났어요.”
“진짜?”
건식은 아들의 등 뒤 조금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잠실 안을 훔쳐보았다. 거대한 누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들은 꿈에 어떤 누에를 만났을까. 누에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 꿈의 순서를 정리했는지 아들은 밥상 앞에 앉아 입을 열었다.
“옛날에…… 누에로 변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사람이 누에로 변해?”
아내가 놀란 표정을 지어 주었다.


18


눈을 감았는데도 주변은 너무 환했다. 눈을 뜨니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하얀 방이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는 둥근 방이었다. 문조차 없는. 건식은 손을 내밀어 그 하얀 방의 벽을 쓰다듬으며 한 바퀴 돌았다. 마치 하얀 공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아늑하고 따스한……. 건식은 그제야 자신이 누에고치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문도 없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세상에!
건식은 자신의 알몸을 훑어보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비록 팔 다리는 있었지만 사람의 몸이 아니라 누에 번데기에 가까웠다. 온몸에 주름이 자글자글 잡혀 있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엄마? 예식아?”
하얀 실로 촘촘히 엮어진 벽 너머를 향해 소리쳤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아버지? 하식아?”
하얀 벽을 손으로 두드렸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밖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치 속에서 내지른 목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거나 마찬가지로 바깥의 소리들이 고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건식은 고치 안에 우두커니 앉아 몸에 생긴 주름들을 펴려고 손으로 쓰다듬었다. 왜 고치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알아내려고 애를 쓰며. 누에로 변한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며. 건식마저 고치 속에 갇혀버렸으니 누가 그 많은 누에들을 돌본단 말인가. 아직 몇 번 더 뽕을 따야 하고 누에들이 고치를 지을 섶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이렇게 쭈그려 앉아 한가하게 주름이나 펼 때가 아니었다. 건식은 벌떡 일어났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자그마한 틈이라도 찾아야만 했다. 그 틈이 없으면 실의 처음을 찾아내 실패에 실을 감듯 풀어내야만 했다. 그 실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하얀 방은 완벽하게 봉쇄돼 있었다.
고치를 모두 지으면 누에 번데기로 변하고 고치 속에서 잠을 자다 누에나방으로 변한 누에는 어떻게 고치를 뚫고 밖으로 나갈까. 건식은 오로지 시력과 손톱을 이용해 실의 처음을 찾아보려 고치 속을 돌고 돌았지만 허사였다. 고치는 완벽한 집이었다. 밖에서 적이 들어올 수도 없었고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오직 누에만이 나가고 들어오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누에로 변한 가족들은? 건식이 가져다줄 뽕잎을 기다리다 지쳐 벌써 탈진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건식은 절박한 심정이 되어 손톱으로 회칠을 한 것 같은 고치를 긁어 실오라기를 떼어냈다. 고치가 훼손되는 한이 있더라도 바깥으로 나가야만 했다. 가족들은 건식만 기다리고 있을 게 틀림없었기에. 건식은 벽에서 떼어낸 가느다란 명주실을 이빨로 끊어낸 뒤 손목을 실패 삼아 감아 나갔다. 실은 너무 가늘어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손목에 감기는 감각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끌어당겼다. 누에가 잠 한숨 자지 않고 거의 나흘에 걸쳐 실을 토해 내 만든 고치인 만큼 되감는 것도 시간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건식이 갇혀 있는 고치는 커도 엄청 컸다. 언제 명주실을 모두 풀어내고 밖으로 나갈지는 헤아리기조차 힘이 들었다. 건식은 쉬지 않고 손목에 실을 감았지만 초조함만 더해 갔다. 누에로 변한 가족들도 문제였지만 조금 있으면 고치를 지을 그 수많은 누에를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누에를 잘 키워 상등품의 고치를 생산해야만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그래야만 가족들도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고 모두 모여앉아 따스한 밥상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분주히 옮길 터였다. 그런데…… 고치의 명주실은 한없이 더디 풀렸고 손목에 감긴 실은 고작해야 붕대 한 장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건식은 달라진 게 조금도 없는 흰 방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
윗마을 아저씨는 대낮부터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저씨의 뒤엔 아주머니가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머리에 수건을 쓰고 있었지만 얼굴은 멍이 시퍼렇게 들어 말이 아니었다. 병들어 죽은 누에들을 쓰레받기에 담아서 잠실에서 나온 건식은 상황을 파악하려고 대답을 미룬 채 뜸을 들였다. 윗마을 아저씨는 같은 자리에서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무슨 일이신데요?”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부모님 어디 계시냐?”
“외가에 가셨어요.”
“간 지가 언젠데 왜 아직 안 오시는 거냐?”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요.”
죽은 누에들을 닭장에 뿌려 주자 닭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한 마리씩 물고 꽁지가 빠져라 달아나고 다른 닭들은 그 뒤를 쫓아갔다. 윗마을 아저씨도 건식을 따라 닭장까지 쫓아왔다. 술 냄새를 풍기며.
“누에한테 병 온 거 아니냐?”
“이 정도는 늘 있는 일이에요.”
“……그래? 근데 말이야. 네 부모님 진짜 외가에 간 거 맞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럼 어디 도망이라도 갔단 얘기예요?”
“아니…… 아무리 외할머니가 아프다고 해도 너무 오래 가 있으니 하는 말이야. 지금 한창 바쁠 때잖아.”
“아저씨, 저 뽕 따러 가야 되거든요.”
“뽕?”
“예. 부모님 돌아오시면 다녀가셨다고 전해 드릴게요.”
“어…… 뭐 그럴 것까진 없다. 그럼 잠깐 누에 좀 보고 가마.”
“아저씨, 누에들은 아주 예민해서 술 냄샐 싫어해요.”
“그래? 그럼 당신이 보고 와.”
여태 아무 말도 않고 마당 귀퉁이에 서 있던 아주머니는 비로소 걸음을 옮겼다. 건식은 화가 치밀었지만 꾹 눌러버렸다. 눈 주변이 시퍼렇게 멍든 아주머니는 잠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식은 팔짱을 낀 채 술 취한 아저씨와 닫힌 잠실 문을 번갈아 노려봤다.
“갔냐?”
“언덕길을 내려가다가 넘어졌어요.”
“고거 꼬시다! 지 여편넬 그렇게 때렸으니 벌 받은 거야.”
“그나저나 걱정이에요. 또 찾아올 거 같은데…….”
“그러게 말이다. 우리가 빨리 사람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엄마와 아버지가 잠박 안에서 무거운 한숨을 꺼내 놓았다. 건식은 차마 자신의 한숨까지 그 위에 보탤 수는 없었다. 동생들은 이미 누에로 지내야 하는 생활에 지쳐 있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어. 뽕이 아니라. 누나는?”
“……학교 가고 싶어.”
하식이와 예식이의 소망이었다.


건식의 왼쪽 손목엔 제법 많은 명주실이 감겨 있었다. 하지만 하얀 고치 속은 아직 요지부동이었다. 밖으로 나가려면 온몸을 실패로 사용해도 부족할 것 같았다. 건식은 고치의 실을 푸는 일을 멈추지 않은 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왜 평화롭던 집안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가족들은 누에로 변하고 나는 누에고치 속에 갇혀버린 것일까. 아버지의 주장대로 이 모든 일의 발단은 엄마가 보증을 잘못 서서 비롯된 일일까. 만약에…… 가족들이 전과 같이 돌아가지 못한다면? 계속 누에로 살아야 한다면? 건식은 실을 감던 일을 멈추고 바닥에 덜렁 드러누웠다. 하얀 방이 점점 감옥으로 변해 가는 것 같았다.
나는 누에나방이 되려는 걸까. 고치 속에 갇힌 걸 보면 내가 입으로 실을 토해 내 이 고치를 지었다는 얘긴데 나는 뽕잎을 먹은 기억조차 없다. 더불어 실을 토해 내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 고치 속에서 번데기처럼 온몸에 주름이 잡힌 채 누워 있는 걸까. 누에로 변해버린 가족들을 대신해 뽕을 따고 누에를 건사하는 게 싫었던 것일까. 자꾸만 찾아오는 윗마을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짐이 오로지 내 어깨에 올라앉은 게 부담스러웠던 겔까. 길고 긴 어떤 이야기인 것만 같은 고치 속의 실을 손목에 감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고 긴 이야기 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이 누에로 변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얘긴가. 누에로 변하는 꿈을 꿀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누에로 변해다니. 나는 거의 누에 번데기가 되어 누에고치 속에 갇혀 있고. 그럼 이게 꿈이란 얘긴가. 그렇다면 이 꿈은 언제까지 꾸어야만 되는 것일까. 이 꿈은 내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왜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집에, 내게 도착한 것일까. 우리 가족이,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건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손목 실패에 가느다란 명주실을 감았다. 대답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고치 안이었다. 건식이 할 수 일은 그저 고치의 실을 풀어 한 겹 두 겹 손목에 감는 게 전부였다. 지루하고 지루한. 모래시계의 모래가 한 알 한 알 아래로 떨어지는 것보다 더 느리고 지루한 일이었다. 고치를 만든 누에들이 존경스러울 정도였지만 사실 그보다 더 현실적인 일은 실을 풀면 풀수록 온몸에서 늘어만 가는 주름이었다. 정말이지 고치 속의 실을 모두 풀면 몸에 날개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누에나방은 교미를 마치면 알만 남기고 곧 죽어버린다고 하는데……. 그럼 아직 누에로 남아 있는 가족들도? 이게 말이 되는 얘기란 말인가? 왜? 우리 가족이 대체 뭘 잘못했다고 누에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건식은 실패를 내팽개치려 했지만 손목은 말을 듣지 않았다. 으아―! 건식은 실북 모양의 고치를 향해 달려가 박치기를 하고 주먹으로 후려쳤지만 고치는 그런 건식을 가볍게 튕겨냈다. 다시 달려가 옆차기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고치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고치 속 번데기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하얗고 둥근 의지만 견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는 둥근 방이었고 왜 그 방에 갇혀버렸는지는 더더욱 알 길이 없었다. 건식은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눈을 감아도 환한 고치 속에.
“건식아?”
누구지? 고치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친구 목소리인 것 같은데.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연거푸 들려오는 목소리는 건넛마을 친구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찾아온 것 같았다. 건식은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곧 멈췄다. 고치 속에 갇혀 있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알몸 상태에 대해서도. 하지만…… 언제 실을 다 감을지 모르는 상황이니만큼 밖으로 나가는 게 급선무였다. 건식은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소리쳤다.
“나, 여기 있어!”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친구는 건식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집을 한 바퀴 돌며 계속 건식을 찾았다. 여기 있다고! 고치 속에 갇혔다고! 소리치고 소리쳐도 헛수고였다. 친구는 마치 일부러 못 듣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집을 몇 바퀴 돌며 건식의 이름만 부르다가 사라졌다. 개 짖는 소리만 남긴 채.


“건식아?”
다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을 감다가 그대로 잠이 든 건식은 눈을 번쩍 떴다. 고치 속 하얀 방엔 어둠이 가득했다. 그 어둠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남포등이었다. 건식은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지의 아궁이 앞에 깔아 놓은 멍석이었다. 건식은 왼쪽 손목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실은 온 데 간 데 없고 멍석 자국만 우툴두툴하게 찍혀 있는 손목을. 다시 건식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나, 여기 있어.”
정지 문을 열고 나가니 바깥은 밤이었다. 어둠 속에 서 있는 같은 반 친구에게 손을 흔들었다.


19


“누에가 이렇게 말했어요. 옛날하고 아주 옛날에…….”
아들은 건식과 아내 앞에 앉아 입을 열더니 이야기의 순서를 정하는지 잠시 뜸을 들였다. 건식은 아들의 입에서 도대체 어떤 꿈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며 침을 삼켰다. 옛날 옛날에 누에로 변한 사람들 이야기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옛날 옛날에,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들이 살았대요. 음, 가끔 아버지가 취하면 술주정을 하는 것만 빼고요. 그들은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어요. 아, 누에도 키우면서요. 그런데 어느 해는 누에를 엄청 많이 키우느라 온 식구들이 정신이 없었대요. 뽕도 따야 하고 또…… 누에들이 살 집도 만들고요. 그런데 일이 점점 많아지자 어린 자식들도 놀지 못하고 뽕 따는 일에 매달려야 했대요.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그 얘길 누에가 들려줬다고? 니가 지어낸 게 아니고?”
건식이 물었다.
“아빠, 누에의 말이에요!”
“엄만 니 말을 믿어. 계속 들려줘.”
“고마워요, 엄마. 그러니까 그 가족들은…… 매일같이 뽕을 따고 누에를 키우는 일을 계속했는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한 사람만 빼고 모두 누에로 변해 있었어요. 그 사람은 바로 그동안 제일 게으르게 뽕을 따고 틈만 나면 놀러갈 생각만 하던 그 집 아들이었어요.”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아내는 건식을 한 번 돌아본 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건식의 표정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아들 녀석의 꿈 이야기가 어디로 물꼬를 틀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누에가 아들을 통해 건식이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소식을 전하려는 것인가…….
“그 집 아들은 결국 누에로 변한 가족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누에들을 혼자서 돌봐야만 했어요. 몇 번이나 다 팽개치고 도망치려고도 했지만 겉만 그렇지 마음은 여렸던 모양이에요. 또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도 와서 도와주었대요. 누에로 변한 가족들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요. 하여튼 온갖 우여곡절 끝에 누에들은 이제 뽕잎 먹기를 모두 마치고 어느덧 고치를 지을 때가 되었어요. 근데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어요. 그게 뭔지 아세요?”
건식과 아내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아내가 입을 열었다.
“누에로 변한 가족들?”
“맞아요! 막상 누에들이 고치를 지을 때가 되자 아들은 그제야 덜컥 겁이 났어요. 가족들이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도 걱정이 돼서 찾아오곤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누에로 변한 가족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울먹이기만 했지 그들 역시 모르긴 마찬가지였어요.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누에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아들은 아예 누에들이 사는 방에서 울면서 잠드는 날이 많았고 가까운 친척들은 점쟁이나 무당에게까지 찾아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었어요. 집까지 찾아온 무당도 있었대요. 하지만 다 소용이 없었어요. 마침내 누에들은 고치를 짓기 시작했고……. 엄마, 아빠? 누에로 변한 가족들이 어떻게 됐을 거 같아요?”
“……그러게. 옛날이야기니까 어떻게 해서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냥 누에로 살았을 것 같아.”
“왜?”
“……다른 종으로 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잖아.”
“그럼 처음부터 누에로 변하지 말았어야지. 옛날이야기 보면 대부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는 것도 많아.”
건식은 부정적이었고 아내는 긍정적이었다. 아들은 마치 수수께끼의 출제자인 양 둘의 말을 곰곰이 듣더니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쉽게 결말을 얘기하지 않겠다는 듯. 하지만 입이 근지러워 죽겠다는 표정도 감추지 못했다.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어요. 누에들은 고치를 지으러 하나둘 섶에 올라가고. 그러자 아들은 누에로 변한 가족들 옆에서 식음을 전폐한 채 사흘 밤낮을 울었대요. 그러다 지쳐 쓰러졌는데…….”
“사람으로 돌아왔구나?”
아내는 고개를 끄떡였고 건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아들도 똑같이 누에로 변했겠지.”
아들은 꿈을 기억하려는 듯 잠시 눈을 감았다. 뭔가 애를 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눈을 뜨자 비로소 꿈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거기서 꿈이 깼어요.”
“……뭐?”
건식과 아내가 동시에 소리쳤다.
“꿈이 원래 그렇잖아요. 밥 먹었으니 다시 자야겠어요. 계속 이어서 꾸게.”
“얘, 꿈이 무슨 연속극이야!”
“쟤 꿈속에 우리가 몰래 들어가 봐야 해.”
아들은 꿈을 이어서 꾸겠다고 다시 잠실로 들어갔다. 건식은 냉장고에서 술 한 병을 꺼내와 마개를 땄다. 아내와 건식의 술잔에 술이 찰찰 고였다. 저녁 먹고 남은 반찬을 안주로 삼아 술잔을 조금씩 비웠다. 아들이 잠실을 지키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었다. 누에에게 너무 빠지는 것 같아 처음엔 조금 염려스러웠는데 다행히 아내도 별 문제 삼지 않았다. 요즘엔 도시고 시골이고 누에를 접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데 그나마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생명체의 삶을 가까이에서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어린 시절의 누에가 이렇게 자신과 아내, 아들에게 연결된 것이 건식에겐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지만 차마 드러내놓고 내색할 순 없었다. 건식은 술잔을 든 채 누에들이 잠도 자지 않고 고치를 짓고 있는, 아들이 잠들어 있는 잠실의 방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내는 텔레비전을 보며 술잔을 비우고. 한 집에 있는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밤을 건너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지만 건식은 옆모습만 바라볼 뿐 묻지 않았다. 아들은 누에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꿈속에서 계속 이어 갈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런 꿈을 꾸었을까. 마치 건식의 기억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누에는 아들의 꿈속에 다시 나타나 나머지 이야기를 마저 들려줄까. 누에로 변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건식의 어린 시절의 일들과 아들의 꿈이 그렇게 흡사한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들의 꿈 이야기와 상관없이 이상해도 많이 이상한 부분이 있다. 건식은 아내의 어깨로 손을 가져갔다가 두드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아내가 기척을 느끼고 텔레비전 화면에서 고개를 돌렸다.
“왜?”
“……사람이 다른 생명체로 변한다는 게 쉬운 일일까?”
“옛날이야기, 소설, 꿈,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지.”
“……거의 그렇지.”
“그런데?”
“그런데…… 변한 사람들을 보면 대개 어떤 절박함이 있잖아. 인내도 필요하고. 곰이 인간이 되고 싶어 동굴 속에서 백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은 것처럼. 물론 호랑이는 실패했고. 어쨌거나 그들은 변하고 싶었던 쪽이었어. 문제는 변하고 싶지 않은데, 바란 적도 없는데 변한 사람들이야. 왜 변했을까. 억울하지 않을까? 나중에 돌아갈 수도 없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운명이 아닐까? 변하는 게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텐데…….”
“무슨 잘못을 해서 벌을 받은 거라면?”
“……잘못?”
아내는 하품을 하며 다시 텔레비전 화면으로 얼굴을 돌렸다. 연속극은 마지막 부분에서 한껏 긴장을 고조시키더니 다음 회에 대한 호기심만 남겨둔 채 끝이 났다. 아내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빠르게 돌리며 하품을 했다.
“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변했다면?”
“……응? 당신 지난번 그 누에 얘기 하려는 거지? 나 졸려. 내일 출근하려면 자야 해.”
“……잘 자.”
누에로 변한 또 다른 가족들의 얘기 듣기를 아내는 거부했다. 꿈과 꿈 밖의 일에 대한 엄격한 구별이겠지만 얘기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좀 야속했다. 물론 건식의 실직이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아내의 두려움일 수도 있었다. 건식은 닫혀 있는 두 개의 방문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술잔으로 돌아왔다. 술잔에 술이 찰찰 차올랐다. 지금 집에서 잠들지 않고 있는 건 건식과 고치를 짓고 있는 누에들뿐이었다. 건식은 물로 입을 헹구고 안방 문을 열었다. 아내는 침대에 누워 잠자고 있었다. 누에가 아닌 사람의 모습으로 코를 골았다. 다행이었다. 누에 꿈을 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들 역시 잠실에서 잠들어 있었다. 건식은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아들이 걷어찬 담요를 덮어 주었다. 누에들은 캄캄한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고치를 지었다. 빛이 있고 없음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술 냄새가 풍길까 봐 얼른 방에서 나온 건식을 반겨 준 것은 술병과 안주가 놓여 있는 쓸쓸한 식탁이었다. 하지만 전부 쓸쓸한 것은 아닌 그런 식탁…….
건식은 텔레비전도 끄고 주방 등 하나만 켜놓은 채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만지작거리다가 비우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했다. 술은 금방 동이 났고 냉장고에서 새 술을 꺼내기를 반복했다. 취하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아버지가 떠올랐다. 술에 취하면 밥상을 뒤집고 마당으로 던지던 아버지였다. 어른이 되면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아버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피는 못 속인다고 아버지는 웃으며 대답했었다. 건식은 비틀거리며 소파로 이동해 누웠다. 그래도 나는 술에 취하면 아버지처럼 아내를 때리고 가족들을 내쫓지는 않는다고 중얼거리며 건식은 눈을 감았다.
마침내 누에들만 잠들지 않은 밤이 되었다.


20


건식은 누에로 변한 가족들을 소쿠리에 담아 마당의 꽃밭으로 데리고 나왔다. 꽃밭에는 붉은 모란이 피어 있었다. 마치 소풍을 나온 기분이었다. 왜 미처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누에로 변했으니 누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족들 모두가 한 탓이었다. 건식은 소쿠리에서 뽕잎을 먹고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집 곳곳을 보여주었다. 아버지에게는 외양간의 소를, 엄마에게는 정지를, 그리고 동생들에겐 집을 지키는 삽사리와 닭장을 보여준 뒤 볕이 잘 드는 마당의 화단 옆 평상에 걸터앉았다. 어른 주먹보다 더 큰 모란은 자그마한 모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누에고치 속에 갇힌 꿈을 꾸었어요.”
“……누에 돌보느라 너무 힘드니 그런 꿈을 다 꾸었구나.”
엄마가 안타깝다는 듯 건식을 위로했다. 아버지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사내라면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너만 할 때 어른들처럼 마을에 품 팔러 다녔다.”
“형, 건넛마을에 놀러가자!”
“하식아, 넌 지금 누에 모습을 하고 있어.”
“……그래도 친구들이 보고 싶단 말이야.”
“친구들이 널 알아보겠어?”
“못 알아보겠지…….”
막내 하식이는 소쿠리의 운두에 턱을 괸 채 금세 시무룩해졌다. 건식은 검지로 하식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어느덧 산골짜기의 봄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누에로 변한 가족들은 모처럼의 바깥나들이에 얼굴빛이 밝았지만 건식은 그렇지가 않았다.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질 뿐이었다. 고치 속에 갇혔다가 밖으로 나왔지만 더 큰 고치 속으로 들어갔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글자글한 주름들이 생각의 칸칸마다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모란은 붉은 꽃잎을 활짝 벌린 채 햇볕을 쬐고 있건만…….
“종다래끼 가져와라.”
아버지가 건식의 마음속에 물방울처럼 매달려 있는 근심을 흔들었다.
“그건 뭐 하게요?”
“가져와 보면 안다.”
물고기를 잡을 때나 밭에 씨앗을 뿌릴 때 사용하는 종다래끼는 외양간 벽에 걸려 있었다. 건식이 종다래끼를 가져오자 아버지는 거기에 뽕잎을 채우라고 했다. 건식이 뽕잎을 모두 채우자 아버지는 가족들을 소쿠리에서 종다래끼로 옮겨 줄 것을 요구했다. 건식은 꼬물거리는 네 마리의 누에를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 종다래끼로 옮겨 담았다.
“밭에 가보자.”
건식은 그제야 아버지의 의중을 깨달았다. 종다래끼는 소쿠리와 달리 끈이 달렸기에 어깨에 멜 수 있어서 바깥나들이에 용이했다. 건식은 종다래끼를 오른쪽 어깨에 걸고 집을 나섰다. 모란의 꽃잎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뚝 떨어지는 마당을 떠나서.
“좋구나!”
아버지가 탄성을 내질렀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밭은 집 뒤의 골짜기를 따라 개울 양편에 붙어 있었다. 아카시아 꽃이 만발한 봄날이었다. 찔레나무 역시 흰 꽃들을 마치 봉분처럼 둥글게 피워 놓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개울 옆으로는 자잘한 물봉선화가 매달려 쫄쫄거리며 흘러가는 물결에 발바닥을 담그듯 흔들거렸다. 물속에는 자그마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쏘다니고. 건식은 동생들을 위해 종다래끼를 물 가까이 가져가 보여주었다. 여동생 예식이가 탄성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무당개구리 한 마리가 풀숲에서 개울 속으로 풀쩍 뛰어들었다. 어린 물고기 떼가 흩어졌다.
“개구리가 나보다 커!”
무당개구리는 당연히 누에로 변한 예식이보다 컸다. 엄마는 물봉선화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흥흥거렸다.
“향기가 좋구나!”
“그만 놀고 이제 그만 밭에 가자!”
건식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감자밭으로 향했다. 감자는 이제 막 싹을 틔운 상태였다. 밭고랑을 따라 천천히 걸었고 엄마와 아버지는 종다래끼 안에서 머리를 내민 채 싹을 틔운 감자의 상태를 살폈다. 간혹 싹이 나와야 할 자리에 흙만 덮여 있으면 건식에게 위치를 알려주고 손으로 흙을 조금만 파헤쳐 보라고 했다. 그러면 놀랍게도 정확히 그 자리에 감자의 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거봐, 내가 뭐랬어. 씨를 너무 깊게 묻는다고 했잖아.”
“나올 때 되면 다 나와요.”
“하루 먼저 나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다 거기서 거기예요.”
아버지와 엄마의 갑론을박을 들으며 감자밭을 지나고 비탈진 옥수수밭과 콩밭을 차례차례 돈 뒤 비탈 밭 가운데 있는 널따란 바위 위에 종다래끼를 내려놓았다. 건식의 집은 지붕만 보이고 그 너머 건넛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였다. 멀리서 바라보는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산과 들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산비둘기와 뻐꾸기가 짝을 찾으려고 우는 봄날이었다.
“……걱정이다.”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뭐가요?”
“우리가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지…….”
“설마 그러겠어요.”
엄마의 목소리에도 평소와 달리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건식은 먼 산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건식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감은 눈이 뜨끈하게 젖어 가고 있었다.



<계속>



작가소개 / 김도연(소설가)

- 강원도 평창 출생. 《강원일보》,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0년 중앙신인문학상.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아흔아홉』, 『산토끼 사냥』, 『마지막 정육점』, 산문집 『눈 이야기』, 『영』 등이 있음.


《문장웹진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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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 없이

좋아하는 마음 없이 김지연 안지는 이른 결혼을 했는데 실패로 끝났다. 아니,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한 건 사실이었지만 안지는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그때 이혼한 일을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는 없을지언정 조금 더 자기 자신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늘 그에 대해 변호하고 싶은 여러 말들이 떠오르곤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결혼 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때문에 이혼했다는 사실은 안지의 비밀은 아니었지만 먼저 나서서 밝히지도 않았다. 어릴 때 안지는 무척 전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그런 표현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이 속해야 하는 집단에서 튀지 않는 사람, 아주 평균적인 사람이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했다. 찬반투표를 할 때면 눈치를 보다가 다수의 의견에 따라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서 좋아하고 친구의 것과 비슷한 브랜드의 신발을 사서 신었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선생을 따라서 싫어했다. 사실 안지는 그 선생에게 남몰래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다가 술술 흘러나온 그 선생에 대한 욕을 듣고 재빨리 노선을 바꿔 함께 욕을 했다. 한동안 안지는 수학 시간마다 왜 애들은 저 선생을 싫어할까? 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서 더 열심히 선생의 행동거지를 살폈다. 수학을 가르친다는 점만 빼면 딱히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었다. 학생이 쉽게 답할 수 없는 내용을 골리듯 물어보지 않았고 무엇보다 학생들한테 사과를 할 줄 알았다. 뭔가 잘못 알고 섣불리 화를 냈을 때, 그러다 결국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다른 선생들은 그러게 헷갈릴 만한 짓을 왜 하고 다니느냐고 도리어 짜증을 부렸는데 그 선생은 재빨리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 알았어. 미안해. 가끔 안지는 머릿속으로 그 목소리를 재생해 보곤 했다. 그 때문에 선생이 더 좋아졌지만 여전히 싫어하기 위해 애썼다. 누구나 다 그런 식으로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나?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 보려고 노력하면서? 안지는 대학에 갔고 연애를 했고 졸업을 했고 취직을 했다. 결혼도 했다. 아주 평균적인 삶이었다. 조금씩 빠르기도 했다. 조바심이 나 있었으므로. 자신도 남들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빨리 증명해 보이고 싶었으므로.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것 같기도 했다. 남편이 바람이 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식도 올리기 전 임신을 해 낳은 아이가 막 돌을 지난 참이었다. 임신이 아니었으면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남편은 계속 후회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낙태를 밀어붙이지 않은 것을, 시간을 끌다가 영영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만 것을, 어떤 결단력을 가지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뼈저리게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새로운 여자가 생겼을 때는 안지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혼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겨우 육 개월을 만났을 뿐

  • 관리자
  • 2024-07-01
소금 샹들리에

소금 샹들리에 정한아 호주에 사는 김이 오랜만에 귀국해서 친구들이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 4명이 만나는 건 대략 7년여 만이었다. 방을 잡고 밤새 보자고 해서 오기 직전까지 망설였는데, 남편이 등을 밀었다. 정민이와 자신에게도 내가 없는 날이 필요하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정말 밤새 전화 한 통 없었다. 친구들과는 대학 동기였다. 전공은 문예 창작이었는데, 나는 2학년까지 다니고 학교를 그만뒀다. 그렇지만 정작 작가가 된 사람은 나뿐이라고 친구들이 투덜거렸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들은 십 수 년 전 내가 낸 단 한 권의 책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세 명 모두 미혼이었고,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예전 그대로인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철 지난 옷차림에 좀처럼 대화에도 섞이지 못했지만, 그런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에 술자리도 즐거웠다. 좋은 친구들이었다. 7년 전 정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그들은 자신의 일처럼 울어 줬고, 이후에도 종종 아이의 간식과 선물을 집으로 보내 줬다. 서서히 연락을 거둔 것은 내 쪽이었다. 애써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힘에 부쳤을 뿐, 그들에게 섭섭한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집이 아닌 곳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다들 술에 취해서 침대로 간 뒤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 cctv 속 거실은 엉망이었다. 엎어진 식판, 사방에 흩어진 블록 조각, 길게 늘어진 옷가지들. 남편은 불도 끄지 않고 아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정지화면 같은 그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해 뜰 무렵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우리는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맛집마다 대기가 길어 종로의 좁은 골목을 돌고 또 돌았다. 앞장서 구글 맵을 보며 걷던 김이 갑자기 작은 서점 앞에서 멈춰 서더니 책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지난 이사 때 내 책을 분실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서 책을 다시 보내 주겠다고 김을 달랬다. 다섯 평도 안 되어 보이는 그 작은 서점에 내 책이 있을 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김은 막무가내로 서점에 들어갔다. 할 수 없이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가 전면 책장에 전시된 내 책을 발견했다. 죽은 친구를 만났다고 해도 그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애 씨!” 그곳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우아한 노부인이었다. 린넨 바지에 화이트 셔츠, 큼지막한 호른 목걸이를 한 여자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반장님?” 나는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여자는 성큼성큼 내 앞에 다가와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안은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온몸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래전 나와 함께 공부했던 문우였다. H 백화점 문화센터 소설 창작 교실의 반장. 친구들이 책을 구경하는 사이 나는 그녀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ldqu

  • 관리자
  • 2024-07-01
그동안의 정의

그동안의 정의 최예솔 작정하고 사라진 사람은 작정하고 찾아야만 한다. 나는 윤정수를 작정하고 찾지 않았다. 보통의 남매 사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윤정수와 나를 그냥 보통 남매, 라고 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윤정수는 나보다 4년 먼저 태어났다. 그리 적지도, 그리 많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차이 덕분에 윤정수와 나는 딱히 친해지지 못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정수는 중학교에 갔고,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윤정수는 고등학교에 갔다. 물론 윤정수와 내가 영 친해지지 못한 건 우리의 나이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윤정수는 내게 없는 사람에 가까웠다. 말수도 없고 센스도 없고 자존심도 없고 공부머리도 없고 돈도 없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나? 아무튼 남매 사이에 정이라도 있었다면 걱정이라도 했을 텐데 그럴 이유조차 없었다. 쥐뿔도 없는 윤정수니까. 특이사항이라곤 개그맨 윤정수와 동명이인이라는 것 정도밖에 없는. 그러니 윤정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갔다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었지. 뭐 내가 찾는다고 윤정수가 나타났을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나는 막연히, 어련히 때 되면 나타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윤정수는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죽은 것은 아니다. 윤정수가 죽었다. 내 나이가 이제 서른이니까, 윤정수는 서른넷에 죽었다. 이제 내게 남은 혈육은 없다······ 아닌가? 고모. 그렇게 부르지 마. 왜요. 낯설어. 저도 고모가 낯설어요. 윤현수는 맹랑하다. 윤정수와 장현아의 딸이라고 해서 윤현수. 그거 좀 유치하지 않니? 물었을 때 윤현수는 뭐 어때요 엄마아빠말곤 모르는데, 하고 대답했다. 이제 나도 아는데? 하니까 이젠 고모도 모르는 척해 달라고 했다. 참 나 어디서 이런 게 굴러왔는지. 현수야. 네. 네 엄마 입국 날이 언제라고 했지? 다음 주 토요일이요. 아직 한참 남았네. 고모도 고모 할일을 해요. 시간 금방 갈걸요. 알겠다 그래. 윤현수를 데리고 온 사람은 장현아다. 이제는 나흘쯤 됐으려나. 아침부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나가 봤더니 장현아가 윤현수의 손을 붙잡고 서 있었다. 장현아는 다짜고짜 윤정수를 아느냐고 물었고 나는 오랜만에 듣는 윤정수의 이름에 잠깐 벙쪘다가 네, 저희 오빠네요, 하고 대답했다. 조카입니다. 그날 장현아의 대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건 도저히 내가 아는 사람이 뱉을 만한 말이 아니어서 대사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겠다. 아직도 문득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윤현수가 정말 나의 조카가 맞고 장현아가 정말 나의 새언니가 맞을까. 가족관계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되는 거라면 이제까지 윤정수와 나는, 또 윤정수와 나와 우리의 부모는, 왜 이렇게 흩어지거나 죽거나 혼자 남을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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