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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재봉틀

  • 작성일 2007-05-31
  • 조회수 308

날아가는 재봉틀

윤석정


모퉁이 세탁소에 가면 새의 부리에 마음을 끼우는 노인이 있다. 칠질 노인은 새 한 마리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싱싱한 바람을 거느리며 우듬지에 내려앉았을 새. 가장 높은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부리를 얻은 새. 마치 부화(孵化)할 알을 품는 듯 나무책상을 끌어안은 새. 노인은 마음에 새의 둥지를 지어주고 새와 나란히 늙어간다. 나는 부리에서 실밥을 빼내던 노인에게 헐거운 둥지를 건넨다. 가장 낮은 세상에서 가장 연한 입술을 가진 둥지. 노인은 쓸모없이 기다란 입술을 자른다. 바닥을 끌고 다녀서 닳고 찢긴 상처. 입술이 뱉어낸 상처들을 새는 묵묵히 품는다. 함부로 나는 입술을 사용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찢었거나 울린 적이 있던가. 한번이라도 나는 입술을 자르고자 한 적이 있던가. 부화가 덜 된 언어들을 품다가 날려 보내고 나는 둥지를 고치는 것에만 열중했다. 내 둥지에서 날아간 언어들은 지금쯤 무덤 속으로 걸어갔을까. 누군가는 나의 언어들 때문에 닳고 찢긴 마음을 재단(裁斷)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나는 입술이 헐겁다. 노인은 새의 부리에 마음을 끼우고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새로운 입술을 꼼꼼히 박음질한다. 노인이 새를 타고 세상의 모든 터진 마음들을 재봉하는 듯하다.

그 세탁소에 가면 노인의 마음을 태우고 날아가는 새가 있고 망가진 둥지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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