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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감각

  • 작성일 2013-07-01
  • 조회수 205

고통의 감각

조혜은


그날 처제의 방에서는 두 번째로 새끼고양이가 죽었다. 아내의 배 속에는 8개월 된 우리의 아기가 들어 있었고, 처제의 두 달 된 새끼고양이는 배에 푸른 멍자국을 그린 채 3월의 밤나무 아래서 잠이 들었다. 엊그제 고양이의 배를 만졌던 손으로 아내의 배를 만졌다. 고통은 감각하는 것일까. 아내는 새로운 불면에 시달렸다. 고양이의 배를 만졌었는데. 우유를 머금은 아내는 말이 없었다.
아내가 집을 떠나고 처제는 아내의 방에 첫 번째 새끼고양이를 들였다. 아내의 배 속에는 5개월 된 우리의 아기가 잠들어 있었고, 처제의 첫 번째 새끼고양이는 죽음의 사정권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바이러스래. 어미가 얼마나 물고 빨았는지 분양 받을 때 머리에 털이 거의 없었나봐.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반곱슬 머리의 아내에게 긴 생머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야릇한 표정으로 잠든 아내의 엉덩이에는 죽은 새끼고양이의 것처럼, 누다 만 검은 똥이 묻어 있었다. 나는 짙어진 아내의 유두를 깊게 깨물었다. 잠든 아내는 가끔 길목에 야생의 습성을 버리고 달아나는 고양이들처럼 날카롭게 울었다.
어떤 부족은 슬플 때 쇠망치로 자기 머리를 세게 때린대. 눈물을 참기 위해. 그래서 아이를 잃은 엄마는 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대. 잠에서 깬 아내가 또 다시 감상적으로 울었다. 아내의 배 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못한 우리의 아기가 들어 있었고.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미개한 부족이 되지 않기 위해 양 손에 무기처럼 커다란 책을 쥐고, 배고픈 새끼고양이처럼 매일 헐떡였다. 처제의 두 번째 새끼고양이와 하루 종일 놀아주고 집에 오던 날, 나는 털 날리는 짐승과는 같이 살지 못 하겠노라고 말했다. 잠든 아내는 다만 말이 없었다.
고통은 감각할 수 있는 것일까. 처제가 조금 빨리 세 번째 고양이를 데려오던 날, 배부른 아내 역시 더욱 빨라진 주기로 울음을 흘렸다. 샤워기의 물소리에도 고통을 호소하던 아내의 손마디에는 더 이상 결혼반지가 맞지 않았다. 이제 곧 아기가 태어나. 나는 아내에게서 들은 사실들을 자주 잊어버렸다. 슬프다고 눈물을 흘리는 건 연약하고 부끄러운 일일까? 그날 밤, 나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길 원했다는 아내가 물었다. 우리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밤은 굵어졌다.

조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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