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들
- 작성일 20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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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
김상혁
오빠가 남긴 건 자두빛 문틈이다
방문객들 앞에서 하필 그의 머리는 향기로운 복도를 구르고 있었다
2.
밤이 오면 누군가는 배를 묶어야 하고 마구간 자물쇠를 당겨 보아야 한다 갑작스러운 비명을 듣는 게 무섭지만 날카로운 곡괭이를 들고 나가 어둠 속에서 땅을 찍는다
담배 불빛들이 사방에서 반짝인다 호수 위로 뒤집힌 오리가 떠오를 때마다
식탁은 온통 그런 요리로 가득하지
집안으로 이어지는 행렬은 아들딸들의 옷을 벗기고 모든 방에서 창을 닦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에도 배를 미는 사람 가축을 먹이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며 흙을 덮어야 한다
권총을 찬 거구들이 오빠의 복도에서 앞구르기를 하는 동안에도
엄격한 양육법은 투명한 잠옷을 자라게 한다고 믿는다
여긴 미치도록 하얀 녀석들뿐이군
아직도 자매들은 시내가 흐르는 외진 곡지로 나가서 몰래 용변을 본다
3.
……기울어진 사시나무 축대
어둑한 저택 안팎에서 출몰하는 백색들
내부의 삐걱거림
턱을 힘껏 치켜들고 겁에 질린 얼굴의 사진 남자가 전력으로 달리던 중임을 알 수 있다
4.
한 무리와 조롱당함의 위계(位階) 사이로 던져진 방
허공 한복판에 붙박인 새빨간 귀는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지 훗날 떠다니는 군중 속에서 오빠는 스스로를 가장 불쌍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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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손미 자연의 고정된 외곽선은 모두 임의적이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 존 버거 번지점프대에 서 있을 때 내 발바닥과 맞대고 거꾸로 매달린 누가 있다 설탕을 뿌리자 볼록하게 서 있던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것 하늘에서 우수수 별가루가 떨어져 나는 너를 용서해야 한다 잠깐 내 볼을 잡고 가는 바람에 다닥다닥 붙은 것이 있다 나는 혼자 뛰고 있는데 돌아보니 설탕가루가 하얗다 돌고래는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진다 주로 혼자 있네요 몸에 칼을 대면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요 풍선처럼 매달려 있어요 천궁을 읽는 사람의 말에 움찔하고 불이 붙던 발바닥 불타는 발로 어린 잔디를 밟고 하나 둘 셋 번지 땅 아래로 뛰어들 수 있을 것처럼 종종 자고 일어난 자리에 검게 탄 설탕이 떨어져 있다 침대 아래, 아래, 그 아래로 느리게 설탕은 흐른다 연결하는 것처럼 하나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방울 방울들 어디까지 너이고 어디까지 나인가 굳은 얼굴로 마주 보는 우리는 왜 이리 긴가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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