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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風葬)

  • 작성일 2007-10-29
  • 조회수 135

풍장(風葬)

한길수


빵집이 있는 상가 주차장에 새들이 날아든다

시동 건 자동차가 후진으로 빵조각 쪼던 새를 밟고 

빈자리 찾아 들어오던 자동차 그 몸을 눌러 버리더니

더위로 깃털만 남은 형체 옷 벗고 지상에 누웠다 


파열된 내장에 앉아 배 채우기 바쁜 파리 떼, 성큼

다가가자 문상객 대하듯 머뭇머뭇 맴돌다 앉아 이내

육신 더듬거리며 단벌 새털로 수의(壽衣)를 잰다

놀라 움찔하게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리에 묶인 끈

누군가 어린 시절부터 옭아매 삶을 잡아둔 흔적이다

몸부림으로 다리의 혈관 눌러 얼마나 절뚝거렸을까 

흥겹게 들리는 새소리가 통증이라는 걸 몰랐겠지


옆자리 있던 자동차가 빠져나가며 바람이 일자

매캐한 살 냄새가 들숨으로 새[鳥] 영혼이 들어온다

울먹이던 멍은 심장에 닿아 평온한 안식이 된다


시골집 골목에서 들어설 때의 컹컹거리던 황구

어미 밥그릇까지 뺏는 새끼들 목소리 굵어질 때

동네 형들이 질질 끌고 육교 아래 떨어뜨렸던 목줄

흐르는 냇물 이끼 낀 돌 틈에 말라 버린 붉은 흔적  

순종 끝날 때까지 인간의 배반에 몇 번이고 몸 떨던   

그을린 육신 찢으며 개 웃음 흘리던 강인한 치아


악물고 살아도 가난 풀지 못해 욕지거리만 쏟아내고

버들가지 잎처럼 늘어난 빚더미는 여름 찌르는 매미 

풍장(風葬) 바라보는 시베리아 툰드라 원주민의 눈 

눈에 눈물도 자라면 넘쳐흐른다는 걸 알지 못했던   

끈 묶여 몇 번을 주저앉아 밥그릇 바라보며 떨던 어깨


조문하려고 차들이 파리처럼 달려들어 칼질한다

한 생명 마지막 뜨거움 토하여 세상이 덥다는 것을

파리 떼 달려들어도 지나는 사람들은 손 저을 뿐

빵집 안에 줄 서 재잘거리는 어린애들 입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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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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