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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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끼줄을 기억하며 3
새끼줄을 기억하며 3 한길수 올가미에 걸렸어도 살고 싶어 발버둥 치자 하늘이 노랗다 붉은 피 받아내던 다리 밑 자갈들이 눈물을 훔쳐내고 있다 그슬린 영혼이 지상에 머무는 기억 이승의 꿈이 고작 화형(火刑)인가 불로 달궈져 뼈 바르는 시간 냇물이 여름 식히려 흐르고 있다 흐르는 여름은 벼꽃 피우고 컹컹거리다 씨알에 들어가 잠잔다 휘익 허공에 던져진 올가미 흙으로 빚어지긴 매한가지 빠져나온 영혼으로 실명하는 눈 터질 것 같은 욕심 옭아매 길들여진 세상 남는 것 없이 한 평 남짓 뼈 묻히면 그만일 터 들판에 벼들이 마른침을 삼킨다 개가 던진 새끼줄에 내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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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풍장(風葬)
풍장(風葬) 한길수 빵집이 있는 상가 주차장에 새들이 날아든다 시동 건 자동차가 후진으로 빵조각 쪼던 새를 밟고 빈자리 찾아 들어오던 자동차 그 몸을 눌러 버리더니 더위로 깃털만 남은 형체 옷 벗고 지상에 누웠다 파열된 내장에 앉아 배 채우기 바쁜 파리 떼, 성큼 다가가자 문상객 대하듯 머뭇머뭇 맴돌다 앉아 이내 육신 더듬거리며 단벌 새털로 수의(壽衣)를 잰다 놀라 움찔하게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리에 묶인 끈 누군가 어린 시절부터 옭아매 삶을 잡아둔 흔적이다 몸부림으로 다리의 혈관 눌러 얼마나 절뚝거렸을까 흥겹게 들리는 새소리가 통증이라는 걸 몰랐겠지 옆자리 있던 자동차가 빠져나가며 바람이 일자 매캐한 살 냄새가 들숨으로 새[鳥] 영혼이 들어온다 울먹이던 멍은 심장에 닿아 평온한 안식이 된다 시골집 골목에서 들어설 때의 컹컹거리던 황구 어미 밥그릇까지 뺏는 새끼들 목소리 굵어질 때 동네 형들이 질질 끌고 육교 아래 떨어뜨렸던 목줄 흐르는 냇물 이끼 낀 돌 틈에 말라 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