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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로코후의 책

  • 작성일 2022-10-01
  • 조회수 2,333

몰로코후의 책

문보영


몰로코후가 언제부터 못을 뽑았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래전
나라를 잃은 몰로코후는 전 세계로 흩어졌고
그들은 숲 가장자리를 따라 여행했다
몰로코후는 ‘못을 뽑는 존재’라는 뜻으로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못을 뽑아 왔다
앙뚜안의 날개뼈에 박힌 못을 발견한 몰로코후들은
그녀가 모래 위에 엎드려 잘 때
몰래 다가가 담요를 걷고
작은 못을 비틀어 뽑았다
앙뚜안의 입장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못이어서
꽤나 소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몰로코후가 못을 뽑는 건 그들의 타고난 본성일 뿐이다
온갖 사물들을 갉아먹는 토끼처럼
몰로코후는 못을 뽑는다
인간과 사물을 가리지 않고
뽑는다
모래 서점에는 액자가 걸릴 수 없다
벽에 뭔가를 걸어 기념하는 일은
몰로코후를 상처 입힌다
못이 뽑힌 자들은 불쾌해하거나 시원해하거나
못이 있는지 몰랐다며 어리둥절해하지만
대부분은
못이 너무 오래 박혀 있었기 때문에
사라져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몰로코후는
못이 빠진 구멍에서
부엌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고 나불거리며
사람의 마음을 홀리고 다닌다
사실은
몰로코후의 눈에도
새까만 구멍일 뿐이다
못을 뽑으면
구멍이 생겨
안쪽을 조금 더 제대로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몰로코후는 하루에 열다섯 시간 자며 파도 일변도의 꿈을 꾼다 하루는 벽장 문 전체에 총을 쏜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박혀 있는 수많은 못 앞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었다


모래 서점에서는
누구나 주의해야 한다
액자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며
의자는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창문은 완전히 열리지 않는다
사물은 형체를 잃고 무너지거나 기울거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모래 서점은
삐걱거리는 것
투성이다
몰로코후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존재의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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