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에 대한 사랑
- 작성일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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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에 대한 사랑
박승열
나는 그 방에 있는 탁자를 사랑한다 그 탁자를 다른 방에 둔다면 다른 탁자가 될 것이다 같은 크기의 모서리, 같은 곳에 난 흠집, 같은 굵기의 다리들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의 탁자는 다른 탁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방에 있는 탁자를 사랑하고 탁자는 그 방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에 있더라도 탁자는 다른 탁자가 될 수 있다 탁자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갔다고 해보자 그때 그것은 전혀 다른 탁자다 그 탁자는 처음 왔을 때 비어 있었고 내가 사랑하는 그 탁자는 끝까지 빈 채로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위에 음식들을 올려 두고 사람들을 초대한다면,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탁자 주변을 오가면서 그 탁자를 식탁이라 불러댈 것이다 만약 그 위에 사람 한 명을 올려놓고 메스를 들어 배를 가르는 의사가 있다면 수술 참관인들은 그 탁자를 수술대라 불러댈 것이다 그러니 그 탁자 위로 고양이 한 마리, 쥐 한 마리, 날파리 한 마리도 올라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탁자를 가만히 둘수록 탁자 위에는 먼지가 쌓인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손으로 쓸면 검게 묻어나올 만큼 먼지가 쌓인 탁자는 더 이상 이전의 색감과 무게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먼지 쌓인, 내가 손걸레로 닦아내야 할 더러운 탁자일 뿐이고 더는 내가 사랑하는 그 방의 탁자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방의 탁자는, 내가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그 자리에 없고 나는 몇 번이고 그 방을 찾아가 내가 사랑하는 탁자였던 것을 바라보곤 한다 그럴 때면 텅 비어 있고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며 처음과 같은 위치에 그대로의 흠집을 하고 있는, 그리고 그 방 그 위치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는, 그대로의 탁자 하나가 환영으로 겹쳐든다
나는 그 탁자를 사랑하지 않게 된 후에야 그 탁자 위로 고양이가 올라가는 것을 허락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양이가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 누워 있는 탁자를 보면서, 다시 탁자를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식탁에 누운 고양이일 수도, 수술대에 누운 고양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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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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