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울프씨
- 작성일 201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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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마도, 울프 씨?
정한아
Weekly Fang’s Korea 정한아 기자 기사 최종 입력 2017-06-12 20:44
외제차에서 골프채만 전문적으로 훔치는 절도범이 검거되었다 경찰과 취재진이 그의 아파트를 덮쳤을 때, 반바지차림의 그는 막 부루스타에 해피라면을 끓여 한 젓가락 뜨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집은 바닥부터 천장 아래 약 30센티 지점까지 골프채가 가득 쌓여 있었고, 화장실과 부엌으로 가는 길만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만큼 뚫려 있었다
양반다리를 하고 냄비에서 라면을 건져 입에 넣다, 들이닥친 경찰과 눈이 마주친 그는 왼손에 들고 있던 냄비뚜껑과 오른손에 쥐고 있던 나무젓가락을 내팽개치고 재빨리 골프채 산을 기어 올라간다 면발이 비참하게 흩어진다 그러나 그 위는 천장뿐, 다음 장면에서 그는 점퍼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경찰서에 앉아 있다 주워 담은 라면처럼 퉁퉁 붇고 경황이 없다
왜 그러셨습니까?
4년 전에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퇴근을 하고 나오는데 외제차 한 대가 골프채를 싣고 지나가더군요 그때부터...
그는 훔친 골프채를 하나도 팔지 않았다 카메라는 골프채로 가득 찬 그의 아파트 창문을 비추며 서서히 줌아웃한다 골프채로 이루어진 집안의 인공 산은 그의
복수의 가시성
억울함의 물리적 변용
그는 새벽이면 골프채 산 아래 좁은 마룻바닥에 몸을 누이고 새우잠을 잤다 그는
나날의 소소한 승리로 점점 좁아지는 (안 그래도 좁은) 아파트에서 자존감의 붕괴를 막기 위해 기꺼이 자기의 깡마른 몸을 난해하게 접어가고 있었다 그는
훔친 골프채로 골프를 치지 않았다 아무것도
치지 않았다 아무데서도
일인시위를 하지 않았다 청와대 신문고에
호소문을 게시하지 않았다 노동위원회에 부당 노동 행위로 사측을
제소하지 않았다 노조에
가입조차 되어있지 않았다 자활센터에
등록하지 않았다 사장 집 현관 옆에서
어둠이 오기를 기다려 꿀밤을 때리고 달아나지도 않았다 중고 외제 골프채를 팔아
중고 외제차를 사지 않았다 욕을
하지 않았다 메롱을 하지도
않았다 시민단체를
찾지 않았다
불법적 행위에 합법적 대처는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냐?
소리치지도 않았다
왜 안 그러셨습니까?
그런 건...어떻게 생각해내는 거죠?
세상에는 덜 치명적인 방법으로 복수하고 싶은 억울하고 몹시 내성적인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가 울프 씨의 언제 적 모습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댓글 5 최신순
레지던트2불 방금전
거고 뜨거운 물 맞으면 크루소로 변신한다 그러지 왜 란마처럼 ㅋㅋ
걍 너네도 다 어디 판타지에 나오는 단역이라고 해 X라이들 ㅋㅋ
레지던트2불 2분전
아직도 이상한 사람들 많네 음모론자 X라이들 ㅋㅋ 의사 사망진단보다 미친놈 일기가 더 믿어진다고라고라? ㅋㅋㅋㅋ 놀구있네 왜 이거 다 그냥 정기자가 첨부터 끝까지 주작질한거라 그러지 왜 ㅋㅋㅋ 울프가 알고보니 레즈비언흡혈귀였던
아놔333 24분전 ?6
저 사람 울프 아니고 크루소임. 정확히 말하면 두 사람이 동일인물임. 예전부터 도플갱어설 있었... 진짜 불쌍한 건 크루소여사랑 울프 동거녀임. 아 진심 이기적인 X끼다... 거지사기꾼이지만 부럽...
모래 38분전 ?2
레지던지2불님 그건 인터뷰 아니고 불법으로 유출된 감청 보고서입니다. 일방적인 주장을 기정사실화하시면 안 돼죠. 근데 솔직히 저 사람이 울프씨면 실망스럽긴 할 듯.
레지던트2불 1시간전 ?3
뭐냐 이런걸 단독기사라고 또 낚였네 울프가 죽은지가 언젠데 팩트체크도 안하냐 이러니까 기레기 소릴듣지 기자 완전 X라이->울프는 실종된게 아니고 죽은거임 의사인터뷰도 있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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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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