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공식 누리집 확인방법

조우

  • 작성일 2024-06-01
  • 조회수 469

   조우


강지수


   앉은키가 작은 사람. 그는 돌무덤에 기대어 앉아 있다. 멀리서 보면 그도 하나의 돌멩이 같다. 뒷산 언저리에서 비에 젖은 나무 냄새가 넘어온다. 앉은키가 작은 사람. 그는 지난 밤 꿈을 떠올리고 있다. 꿈에서 그는 영원히 죽지 않는 까마귀를 보았다. 까마귀는 나무의 정수리에 앉아 있다가 바람이 불어오면 날숨이 물길을 뚫고 흐르듯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 그렇게 마을을, 도시를, 나라를, 대륙을 넘어 털 색깔이 다른 까마귀와 날갯죽지를 맞닿았다. 앉은키가 작은 사람. 그는 생경한 촉감을 느끼며 몸통을 부르르 떨었다. 지리학을 전공한 금발의 까마귀는 그가 나고 자란 고장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전통 의복과 제철 요리를 소개해 주었고, 어설프게 브이를 그리는 그를 카메라로 찍어 주었고, 그가 떠나갈 때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닿았다. 앉은키가 작은 사람. 그는 꿈에서도 자기가 우는 것을 알았다. 돌무덤 맨 꼭대기에 있는 돌멩이는 누가 올려 둔 것이지. 어떤 소원이 그 안에 담겨 있지. 이별을 원치 않는 사람의 수와 이별을 원하는 사람의 수가 같았다. 앉은키가 작은 사람. 그는 등을 뒤로 젖혔고, 앉은키가 작은 사람. 돌무덤이 알알이 스러졌다.

추천 콘텐츠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손미 자연의 고정된 외곽선은 모두 임의적이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 존 버거 번지점프대에 서 있을 때 내 발바닥과 맞대고 거꾸로 매달린 누가 있다 설탕을 뿌리자 볼록하게 서 있던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것 하늘에서 우수수 별가루가 떨어져 나는 너를 용서해야 한다 잠깐 내 볼을 잡고 가는 바람에 다닥다닥 붙은 것이 있다 나는 혼자 뛰고 있는데 돌아보니 설탕가루가 하얗다 돌고래는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진다 주로 혼자 있네요 몸에 칼을 대면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요 풍선처럼 매달려 있어요 천궁을 읽는 사람의 말에 움찔하고 불이 붙던 발바닥 불타는 발로 어린 잔디를 밟고 하나 둘 셋 번지 땅 아래로 뛰어들 수 있을 것처럼 종종 자고 일어난 자리에 검게 탄 설탕이 떨어져 있다 침대 아래, 아래, 그 아래로 느리게 설탕은 흐른다 연결하는 것처럼 하나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방울 방울들 어디까지 너이고 어디까지 나인가 굳은 얼굴로 마주 보는 우리는 왜 이리 긴가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